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0. 06:37
국내선 터키항공을 타고 아타튀르크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카파도키아 네브쉐히르 공항에 도착했다.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 사이로 반달이 고개를 내민다.
기온은 이스탄불에서보다 뚝 떨어졌지만 오히려 청량감이 느껴졌다.
숙소인 괴레메 이쉬타르 팬션까지 픽업 버스를 타고 가면서
터키의 밤하늘도 참 이쁘구나 감탄했던 기억.



파묵칼레의 석회층, 에페스의 고대유적과 함께 터키 관광의 big 3 라고 일컬어지는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을만큼
눈에 보이는 자연경관 어느것 하나 신비롭고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
카파도키아와의 첫 만남은 새벽에 일찍 시작된 Balloon Tour.
가난한 배낭여행자에게 100 URO라는 금액은 치명적이지만
이곳까지 와서 망설인다면 두고두고 후회가 될 것 같아 숙소에 미리 신청했다.
몰랐었는데 이쉬타르 팬션에서 신청한 balloon이 그래도 저렴한 편이다.
보통은 대략 130~200 URO 정도.
가격에 따라 협곡을 누비는 조종사의 능력이 따르고
유럽 조종사보다 터키인 조종사가 좀 싸다고 하는데
처음 타는 나같은 사람은 그 차이를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어찌됐든 도착 다음날 5시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5시 15분쯤에 팬션 앞에서 또 다시 balloon 회사의 픽업차량을 기다렸다.
새벽 바람이 너무 차서 이가 저절로 떨릴 정도였다.
turca balloon 에서 준비한 리셉션 간식과 차로 주린 배와 찬 속를 채우고 드디어 balloon 타는 장소로 이동했다.
100 여개가 넘는 balloon이 불을 뿜으며 몸체를 부풀리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4개로 나눠진 각 칸에 6명씩 24명,
그리고 조종사 2명까지 전부 26명이 balloon 하나에 탑승했다.
(여행하면서 느꼈던건데 터키 남자들 정말 잘생겼다 ^^ 특히 눈이 너무 예쁘다)
몇 가지 안내사항과 주의사항을 들으면 준비 끝!
밭줄이 하나둘 풀리면서 드디어 땅에서 떠오르는 무수한 balloon들의 모습이란!



거대한 기구를 타고 하늘에 올라가서 본 카파도키아의 기암괴석들.
협곡의 마디 사이사이의 깊이와 높이가 극명한 명암차이와 함께 한 눈에 들어왔다.
낯선 경험과 낯선 풍경이 주는 경이로움에 안겨
하늘 위에서 떠오르는 아침해와의 조우는 전율에 가까운 신비로움이었다.
내가 세상의 일부를 내려다보는 듯한 창조자의 시선!
잠시동안의 착각이었지만 마치 그 시선을 훔쳐낸듯한 기분이었다.
1시간이 넘는 동안 하늘 위에 머무르면서 느꼈던
인간의 초라함과 인간의 위대함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대립은
날카로움이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어우르는 평화로움의 일부였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모든 말 끝과, 모든 생각 끝에 여지없이 이어지는 말줄임표.
그 절정을 감히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거야말로 불경(不敬) 중의 불경(不敬)이다.



땅으로의 귀환은 기구의 바스켓을 옮기는 트럭 위 착지로 바로 이루어진다.
(이것 역시 특별한 경험이었다)
바스켓을 동여매는 분주한 스텝들의 손놀림을 보면서 한 명씩 거대한 바구니를 넘어 트럭 아래로 내려선다.
와인과 삼페인으로 간단한 축하 파티를 하고 나면
각자 이름이 쓰어있는 확인증 같은 걸 나눠준다.
2011. 09.06. moon
이름이 써있는 종이 한 장이 뭐라도 되는듯
그걸 서울까지 잊지 않고 가져 왔다.
아마도 이 한 장의 종이가 하늘 위에서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만들 것이다.
그래, 비록 1시간 가량이었지만
나는 분명 하늘 위에 있었다.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터키의 그 하늘 위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