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5. 28. 08:17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 아침 8시에 통영케이블카로 픽업해주면서 그랬다.

오늘이랑 내일은 당일 배표로 섬에 들어가는건 포기해야 할 거라고.

소매몰도는 이미 매진도 됐지만 물때가 안맞아 등대섬까지 들어가지 못한다고.

그렇구나... 했다.

그래도 통영까지 왔는데...

욕심이 생기더라.

그래서 미래사를 다녀온후 무작정 통영항여객선터미널로 향했다.

남아있는 표가 있다면 어떤 섬이든지 감사한 마음으로 들어가고,

표가 없으면 바로 옆에 있는 서호시장을 둘러볼 생각으로...

 

 

고맙게도 연화도 들어가는 마지막 왕복 배에 자리가 남아 있었고,

더 고맙게도 마지막 배라서 20% 할인을 해준단다.

한 시간 가까이 배를 타고 들어가면서 

반짝이는 물결, 부서지는 물살, 차가운 바람에 두루두루 감사했다. 

참 오랫만이다.

이런 뜻밖의 행운과 호사.

이번 여행 내내 나는 작은 행운을 연속적으로 만났고

그 행운들이 보여주는 풍경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숲 길은 활짝 열려 외지인의 발걸음을 기꺼이 받아줬고

날씨는 단 한 번도 찌푸리지 않았고

기다림이 생각보다 그리 길어지지 않았다.

꼭 수호천사가 곁에 있는 느낌.

 

 

연화도에서 도착해 또 다시 시작한 트레킹.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 출렁다리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연화봉을 오르면서 주변 풍경에 자주 걸음을 멈췄고 뒤를 돌아봤다.

바람결에 비릿한 물냄새가 출렁였고

졸음겨운 황소의 눈엔 바다가 가득했다.

이런 곳에 살면...

최소한 불면증은 없겠구나.

섬에서 사는 현지분들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며 뭐라 하겠지만

그 순간 나는 딱 그랬다.

짧아도 깊은 잠은 잘 수 있는 곳.

아마도 그게 아주 많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내가 그렇게 섬에 들어가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

"일몰"의 목격.

그걸 위해서였다.

그래서 통영으로 돌아오는 1시간 내내

나는 단 한번도 선실에 들어가지 않았다.

해지는 저녁 바닷바람은 생각보다 더 많이 날카롭고 차가웠다.

하지만 저 바다와 저 해를 눈 앞에 두고 도저히 선실로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살짝 자괴감 비슷한 것도 들었지만

이 아름다운 일몰을 본 걸로

내 짧은 여행은 충분히 의미있고,

충분히 아름다웠노라 자축했다.

 

그제서야 숨쉬는게 많이 편해졌다.

......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