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5. 5. 29. 08:15

오후 3시 10분 고속버스로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날이다.

아마 배 위에서 만난 일몰의 여운 때문이겠지만

특별한 곳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커피를 마시며 선택한 곳이 이순신 공원.

넓다란 공원은 통영 시민들의 산책길이자 휴식공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다가...

푸른 바다가 코 앞까지 바짝 다가와 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래, 그렇다면 거기서 오전 한나절을 보내자 생각했다.

 

 

휴일이라 사람이 참 많았는데...

공원이 워낙 넓어선지 사진 속 모습은 그저 고요하다.

고백을 하자면,

난 이 공원을 걸으면서 자주 주저앉았고, 자주 넋을 잃었다.

눈 앞까지 성큼 다가온 바다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나를 놓고 바라보게 되더라.

나무테크가 되돌려즌 내 발걸음 소리에 찬찬히 귀기울이고

마른 흙길에 서성이는 내 그림자를 마주보고

그늘진 벤치에 몸을 부려놓고 이곳도, 저곳도 아닌 곳을 바라보고...

그렇게 나를 놓아버리니 시간이 지나가는 소리가 손에 잡힐듯 선명했다.

 

 

이순신 공원의 나무와 풀은 꼭 보석같더라.

오전 그네들의 꽁무니를 쫒아다니는 건 큰 즐거움이었고 평온이었다.

초록으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만든다던데

정말 그런 모양이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나조차도 아주 착하고 순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초록은,

사람을 투명하게 만든다.

참 많이 부끄럽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