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6. 4. 29. 08:26

책귀신, 책벌레, 간서치(看書癡).는

내가 좋아하는 단어이기도 하고

평생을 놓치 않고 이어가고픈 삶의 모습이기도 하다.

혼자 사는 삶은 선택했을 때,

내게 가장 큰 확신과 믿음을 준 건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바로 "책"이었다.

 

책을 읽는 사람은 안다.

매일 매일 한 장씩 넘기는 책 속에서 자신이 온전히 치유되고 있다는 걸.

책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 신경정신과를 수시로 드나들었을거다.

조을증, 우울증, 망상증, 혹은 해리성 장애까지도...

 

그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양껏 책을 읽지 못하고 있다.

이쯤 되니 질이 아니라 양에 대한 허기가 폭풍처럼 밀려온다.

그래서 짧은 출퇴근 시간에 읽는 책에 점점 더 간절하게 매달리게 된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blak out 현상이 발생했다.

순간적으로 눈 앞이 깜깜해지면서 아무 것도 안보이는거다.

책을 내려놓고 그대로 눈을 감고

두 손으로 눈을 지긋히 누른채 기다렸다.

암(暗)이 다시 명(明)으로 바뀔때까지...

 

시력이 흔들리고 있다는걸 자주 느낀다.

책임지고 부양해야만 하는 사람은 없지만

스스로를 끝까지 부양해야 하는 독거인이자,

눈으로 벌어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덜컥 겁이 났다.

이렇게 차곡차곡 성실하게 고장이 나는구나 싶기도 하고...

 

 

예전부터 그랬더랬다.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다 포기할 수 있지만

단 하나 시각만큼은 구차하게라도 끝까지 붙들고 싶다고.

그러니까...

일종의 "위기"가 닥친 셈인데

해결이든, 극복이든, 자포자기든 하기는 해야 할 것 같다.

이참에 제대로 자폭을 해 볼까 싶기도 하고...

 

한 권의 책에서 발견하는 나를 위한 단 한 문장.

그 작은 생명과 안면을 터보겠다고 수십 장의 책장을 넘기고 또 넘기는 중인데.

그런 턱도 없는 당찬 외면을 내가 할 수 있을까?

(그 어려운걸?... 유대위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눈은 지금 당장은 쉬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내 상태는

매우, 몹시, 엄청, 대단히, 어의 없게 젠장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