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6. 18. 06:34
중앙대에서 교육이 있던 날이었다.
다행히 날이 날이니만큼 일찍 끝내줘서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바빴다.
처음으로 DMB 시청을 했다.
헤드폰을 어디다 뒀는지 몰라 정말 한참을 뒤적거리다 겨우 찾아냈다.
장신의 그리스 선수와도 너무나 잘 싸워줘서 힘든 경기가 될거라는 걸 예상은 하면서도
희망을 품고 시청했다.
나도 이렇게 조마조마한데 직접 뛰어야 하는 선수들은 심정이 어떨지...
축구 황제 마라도나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대한민국 허정무호와의 결전.




결과는 4 : 1 패배.
축구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아르헨티나의 경기 모습은 환상적이었다.
마치 축구화에 자석이라도 붙은 듯이 공이 척척 달라붙는 것 같은 모습.
그러나 그 틈을 악착같이 뒤쫒으면서 몸싸움을 하던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잘해줬고 그리고 충분히 아름다웠다.
이들의 노력과 수고까지 무시하면서 비난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특히나 첫 골이 자책골로 기록된 박주영 선수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보내지 말았으면...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었을 거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도 그렇게 보였다.
망연해있는 박주영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힘이 빠지면서 두려워졌다.
무책임한 악플러들의 몰상식한 댓글 행렬이 시작될까봐.
그는 또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얼마나 사생결단으로 뛰던지...
TV 화면에 잡힌 그의 눈빛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리오넬 메시.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알게 된 선수인데,
(정말 나는 축구의 문외한이다... 월드컵때만 축구를 보는 사람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올해의 선수"라는 타이틀은 결코 겉치레가 아니었구나 절감했다.
"메시라고 쓰고 메시아라고 읽는다!"
어디선가 이 문구를 보고 속으론 "지가 잘하면 얼마나 잘한다고..." 했는데
정말 놀랍게 잘 하더라.
장신선수도 아닌데(170 cm) 달릴 때 스피드는 그를 거의 거인처럼 느껴지게 하더라.
엄청난 돌파력과 개인기란...
앙리나 지단이 세계 최고라고 생각했던 내 눈에 "메시"의 존재는 놀라운 개안(開眼)이기도 했다.
메시는 볼을 몰고 달릴 때 최고 속도를 낸단다.
낮은 무게 중심으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방향과 템포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상대 수비 2~3명쯤은 쉽게 제친다는 메시.
최고 속도로 볼을 몰다가 기습적인 왼발 슈팅을 날릴 때는 도저히 막을 수가 없다고 한다. 
상대가 도저히 예측하지 못하는 창조적인 패스, 밀집수비 틈을 가르는 패스는
"명품"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아르헨티나 마라도나 감독이
"우리에겐 메시가 있다!" 라고 말한 게 정말 빈말이 아니었구나 싶다.
어제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골도 메시의 발끝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았다.
마라도나가 자신의 후계자로 점찍은 선수라고 하더니만...



어제 3골 기록으로 남아공 월드컵 첫 해트트릭의 주인공이 된 곤살로 이과인.
이 선수의 순간 판단력과 스피드에도 감탄했다.
현재 득점 1위에 오른 이과인은 이날 경기의 MOM(man of the match)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이날 우리 선수들의 선전도 눈부셨다.
전반전 45분에 무서운 스피드로 이청룡이 달려와 멋진 골을 선사했고.
(이 골은 정말 멋졌다. 멀리서 찬스를 보고 거침없이 달려오던 이창룡... )
또 골망을 가를 위협적인 골을 GK 정성룡이 온 몸으로 막아내며 투혼했다.
끝까지 열심히, 성실히 달려준 그들의 모습이 나는 고맙고 아름다웠다.
경기는 이번뿐만이 아닐 것이고.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으로 그들의 축구 인생이 끝나는 것도 아닐 것이니까...
이들의 앞으로의 가능성은 또 얼마나 눈부신가!



집에서 가족들이랑 응원하면서 봤는데 초등학교 3학년 조카놈이 물었다.
"근데, 이모 차두리는 왜 안 나와?"
얼결에 나, 
대답했다.
"응, 아직 충전이 안 끝났데~~"
차두리는 또 다시 이렇게 로봇이 되고 말았다.
죄송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