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2. 2. 8. 05:47
큰 일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좋아졌다.
지금까지 그의 노래가 아름답다거나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의 노래를 끝까지 들어본 적도 거의 없었다.
혹시나 서른 즈음엔 좋아질까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같은 어둠이라도 조규찬의 따뜻하게 빛나는 어둠이 오히려 숨기엔 편하다고 생각했다.
조규찬은 어둡지만 확실히 따뜻했다.
그러나 김광석은 어둠은...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피로했다.
불면증이 있음에 분명한 그의 퀭한 눈과 몸피가 내내 거슬렸다.
허허거리는 그의 노곤한 웃음이 불편했다.
그는 항상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을 보는 사람처럼 느껴졌었다.
그랬었는데... 그랬었는데...
덜컥 김광석이 좋아졌다.
그의 불면은...
그리움 많은 외로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부럽다.
그러나 김광석과는 반대로 그리움 없는 외로움을 가진 사람은
메말라 쩍쩍 갈라져 급기야 성마르고 사나워졌다.
결국 살아있는 좀비가 되버렸다.
공포다.



어느날 김광석이 자신의 콘서트에서 말했다.
후배가 책을 한 권 줬는데 그 책에 이런 그림이 있었노라고.
조그만 와인잔을 깨고 위로 튀어오르는 붕어 한 마리.
김광석은 자기를 가둔 틀을 깨고 나오는 그 붕어가 너무나 부러웠단다.
"붕어가 부러워요.
 계속 부러워하다보면 어떨게 될지 모르겠네요.
 붕어가 부러워요"
김광석은 진심으로 붕어가 부러웠었나보다.
그런데 지금 누군가는
뭔가를 부러워한 그가 또 질투나게 부럽다.
자야한다... 자야한다...
반복되는 주문은 올가미가 되어 목을 칭칭 감는다.
또 다른 폭력이 지친 몸을 향해 무차별 린치를 가한다.
저절로 무릎이 꺽인다.
그러나 기어이 눈은 감겨지지 않는다.
머릿속의 불은 점점 더 밝아진다.
잠이란 게...
이렇게 잔혹할 수도 있구나!



대구에 한 번 가야겠다.
방천시장에 있는 김광석 거리.
그의 얼굴을 보면서 묻고 싶다.
이젠 붕어가 부럽지 않느냐고...

..........................

뒤늦게,
김광석 노래가 좋아졌다.
이를 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