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6. 08:36

한국에서도 먹는 일에 별로 집중하는(?) 편이 아니지만

특히 외국에 나가면 더 먹는 일에 소홀하게 된다.

그래도 일본을 가면 이것저것 챙겨주는 언니때문에 열심히 먹게 된다.

나름대로 내겐 일종의 포만감 가득한 곳이 일본이다.

지금껏 해외여행을 자주 간 건 아니지만

예전에 갔었던 동남아, 중국, 터키에서도 끼니를 제때 못 챙겼었다.

동남아와 중국은 음식이 입에 안 맞기도 했지만

터키는 그래도 꽤 괜찮았는데...

일본 음식은 너무 단 것만 제외하면 그런대로 단백해서 나쁘지 않다.

 

아라시야마에서 먹었던 뷔페.

역시 일본스럽게 차림새도 깔끔했고 진열된 음식의 양도 전체적으로 소박하다.

(우리나라에서 뷔페 음식을 이렇게 조금 진열해놓으면 어떻게 될까?)

무엇보다 뷔페접시가 인상적이었다.

9칸으로 나눠져있어 음식이 섞이지 않게 조금씩 담을 수 있다.

우리가 지금것 흔하게 보는 동그란 접시가 왠지 민망하게 느껴졌다.

음식이 담긴 모습도 깔끔하고 이뻐서 보기에도 좋았다.

우리나라 뷔페 식당에서도 이런 접시를 사용하면 대박치지 않을까?

저녁에는 산마르코라는 식당을 갔었는데

약간 얼큰한 게 먹고 싶어서 해물탕 비슷한 걸 시켰는데 맛이 괜찮았다.

갓 구운 단백한 빵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양조절을 못하면 큰일이 날 수도 있으니 주의!

 

일요일에 언니네 가족이 다니는 교회에 다녀온 뒤 찾은 한식당.

순두부찌게, 떡볶이, 냉면, 파전, 비빔밥에 잡채와 제육볶음까지.

일본에서 먹는 한식의 맛이란,

전체적으로 달작지근했지만 그래도 반가워서 맛있게 먹었다.

(그래도 인간적으로 떡볶이는 정말이지 너무 달더라... ㅠ.ㅠ)

 

일본에서 먹었던 마차라테와 치즈케익.

일본 녹차인 마차는 달아도 너~~~~무 달다.

내가 먹은 건 따뜻한 마차였는데 한국의 단팥죽 느낌이었다.

실제로 안에 단팥도 들어있고 새알실같은 것도 들어있어 한끼 식사 대용으로도 너끈하겠다 싶다.

치즈케익은 부드럽고 촉촉했고 맛도 그만이었다.

오히려 다른 것들에 비하면 단 맛도 덜한 것 같고...

(어쩌면 내가 이미 단 맛에 길들여졌던건지도 모르겠지만 ^^)

 

한국으로 돌아오기 바로 직전에 간사이 공항에서 먹었던 마지막 음식.

나는 찌라시스시과 우동 셋트를, 언니는 스시와 미소국 셋트를 주문했다.

언니랑 먹는 마지막 식사라서 정말 깨끗하게 비웠다.

속은 꾹꾹 찼지만 그래도 왠지 맘은 구멍이 뚫린 것처럼 휑하다.

'너무 짧았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출국장으로 내려가면서 뒤돌아보니

언니가 끝까지 서서 손을 흔들어준다.

그 모습이 나는 또 뭉클해지고 말았다.

 

언니는,

원래도 그랬지만

일본에서 15년이 넘게 살면서 더 씩씩하고 현명해졌다.

언니는 멋진 아내이고, 멋진 엄마이고, 멋진 여자다!

부럽고 부러운 언니가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한 동생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