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신다!
느껴진다.
이 비로 완전히 다른 계절이 시작될거라는게.
비는 따뜻했다.
그리고 다정했다.
출근길 내내 비는 내 귓가에서 달콤하게 속삭였다.
비와 동행했던 출근길...
나는 이걸 '축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늘 하루,
이 비때문에 나는 조금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손길까지 접근해 자꾸 방해를 한다.
그런데 이 방해꾼이 나는 오늘 몹시도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진심으로 놀아주고 싶었다.
어린 시절,
나는 비만 오면 밖으로 나가는 아이였다.
비를 맞으며 물웅덩이 속을 두 발로 첨벙거리며 놀고 싶어서.
그때의 나는 혹시 알고 있었을까?
내가 이만큼의 나이까지 오게 될 줄!
20대엔 30대가 너무 멀어서 결코 오지 않을 나이라고 확신했다.
그건 건방에 가까운 오만이기도 했지만 그땐 그럴거라고 믿었다.
어린 밝음 앞에서는 시간이라는 것도 조금 우수워보였으니까.
서른을 넘기면서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마흔이 코 앞에 와있기라도 하듯.
사실 좀 끔찍했다.
마흔을 넘은 여자라니...
그런데 마흔을 넘긴 지금은...
시간과 적당히 타협도 하고 이야기도 나눈다.
나를 잘 아는 것 같기도 한 이놈은
때론 나란 사람을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가 없다.
그 순간들을 지나오는 게.
썩 재미있다.
물론 늘 그런 건 절대 아니지만!
비 때문이다.
지금의 이 모든 생각들.
어쩌면 나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뭔가를 말해야 한다면,
나는 "비"라고 고백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It's raining!"
오늘 하루,
나는 조금은 정직하게 흔들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끗하게 상처받을 수도...
반갑다.
아주 오랫만에 만나게 된 친구처럼.
잘...
지내고 있었니?
이렇게 반가운걸 보니
어쩌면 우리,
조금은 서로를 그리워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