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7. 5. 26. 10:18

후시미 이나리 진자에서 나와 또 다시 열차에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JR 교토역.

교토역은 1997년 교토정도(定都) 1200주년에 맞춰 완공됐단다.

천년고도(古都) 교토와는 전혀 다른 현대적인 건물이라 낯선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교토의 현주소를 대변하고 있구나 싶다.

교토역은 이세탄 백화점과 쇼핑몰 규브와 연결되어 있고

주변에는 유명 호텔들도 모여있어 현지인과 관광객이 뒤섞이는 중심지다.

교토역 왼쪽으로 가면 수도의 남족 출입구였던 라쇼몬(羅城門)의 흔적도 남아있대서 가보고 싶었는데

언니 왈(曰),

"늬가 아는 그 라쇼몽 아니야..." 라고 말해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포기는 언제나 빠르고, 정확하게!)

 

 

교토역 내부에는 오른쪽으로 길게 이어진 에스컬레이터가 있는데

그 끝은 교토역이 자랑하는 스카이 가든이다.

날도 흐려져서 가든까지 올라가진 않았고

171개 계단 아래에서 그래피컬 일루미네이션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이 계단에 설치된 LED가 무려 14,750 개라니 어마어마하다.

역시 에니메이션의 나라 답게 여기 저기 캐릭터들이 튀어나와 귀염성을 뽐낸다.

이런건 우리나라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했다.

맞은편에 우뚝 솟아 있는건 교토 타워.

총 높이가 131m되는데 에펠탑을 모방해서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파리 시민이 에펠탑을 싫어하듯 교토 사람도 교토 타워를 싫어 한다고...)

하지만 내 눈에는 에펠탑보다는 남산타워와 비슷해 보였다.

멋스러움이라고는 전혀 없는 일직선의 일방적인 타워.

그래도 131이라는 숫자에는 의미가 있는데1964년 타워가 건립됐을 당시 교토 인구수란다.

(오호... 이건 제법 있어보인다.)

다행인건,

남산타워처럼 넘부끄러운 조명들의 살풀이는 아니라서...

 

 

저녁식사는 언니가 예약한 퓨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이색적인(?) 요리와 스파클링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이탈리아 음식도, 퓨전음식도 내 취향은 아니지만

이곳 음식은 맛도, 모양도, 재료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야채들도 많아서 먹고 난 뒤에서 속이 깔끔했다.

늘 좋은 곳만 데려가주는 언니와 형부.

나혼자였다면 이런 곳도 몰랐겠지만

만약 알었어도 찾아올 생각은 안했을텐데...

일본에서 관광객이 아닌 생활인의 영역(?)에 잠시라도 발을 담글 수 있는건

20년 가까이 일본에 살고 있는 언니네 덕이다.

 

외국에 가족이 산다는건,

이렇게 좋은거구나...

언니, 형부!

고마워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