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09. 9. 12. 10:18

비 온 뒤 오후,
다시 찾은 Jekyll & Hyde
Brad Little
이 사람의 목소리가 궁금해서 찾은 공연장



안타깝게도 오늘 이 사람의 목소리엔 힘겨움이 느껴진다.
주말의 4회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
예전 우리 배우들도 말했었다.
4차례의 공연을 연이어 한다는 건
살인적인 동시에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90%가 넘는 무대 등장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
그것도 두 사람의 확실히 구분된 목소리와 행동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한공연 <Jekyll & Hyde>의 최고 장면은,
1막에서는 역시 <This is the moment>
<Transformation>, <Alive>도 물론 좋지만
브래드 리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is is the moment>다.
그의 딕션은 참 선명하고 정확하다
무대와의 거리감을 상쇄시킬만큼...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딕션이라고 믿고있는 나에게 그는 확실히 모범적인 배우다.
이사회 장면의 그 숨가쁘고 분노에 찬 모습에서조차도 그의 딕션은 선명하고 또렷하다.
그래서 Jekyll의 분노가 나는 아주 정당하게 느껴진다



2막에서는 <Dangerous Game>
Lucy와 Hyde 둘 사이의 거리감과 정확히 반대되게 느껴지는 긴장감.
여전히 내겐 미스터리다.
그 거리에서 어떻게 나에게까지 이런 감정들이 전달될 수 있는지가...
우리나라 공연의 화려한 리액션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실망스럽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장면에선 숨을 쉬는 것조차 아깝다.
Hyde의 손끝과 발끝이 모든 언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무엇보다도 확실한 dangerous game이다.



아마도 Emma역이 루시 몬더(Lucy Maunder)였다면
<In his eyes>도 포함이 됐을테지만
오늘 공연에서는 under 브리앤 터크(Brianne Turk)가 엠마 역을 했다.
그녀는....너무 떨었다.
그녀 자신의 긴장감 때문이었겠지만 몸이 자꾸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대로 무대 위로 넘어질까봐 걱정됐다.
그리고 그녀 목소리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탁성
<Once upon a dream>
그 맑고 깨끗한 노래는 역시 Lucy maunder의 목소리가 제격이란 생각.
lucy역의  벨린다 월러스톤(Brelinda Wollaston)은 공연을 볼 때 마다
점점 더 매력적임을 알게 된다.
1막에서의 <Someone like you>, 2막의 <A new life>는
그녀를 내 귓 속으로 그대로 옮겨놓게 한다.



마지막 엔딩인 결혼식 장면
배우들이 무대를 등지고 자리에 앉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항상 배우들의 앞모습을 보는 게 익숙한 시선이었기에...
(Jekyll이 심험실에서 약물을 주사하지 않고 마신 것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우리의 원샷 문화(?) 때문에 아마도 더 당황스러웠는지도....
 작은 주사기가 멀리 앉은 관객에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꾼 것 같다는 나름의 추리를 해 본다.)
지금은....
의도가 어느정도 파악이 된다.
그게 딱 적절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의 흔적이 보여 다행스럽다.
익숙함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90% 정도 만족한 공연.
그래도 브래드 리틀의 <This is the moment>는 여전히 좋더라.
Hyde로써의 마지막 커튼콜 엔딩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