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0. 1. 09:25

12시 케이블카를 타고 보겔산을 내려와

버스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대략 12시 15분.

블레드행 시간표부터 살펴봤는데 애매하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짧은 고민이 시작됐다.

버스를 기다릴 것인가,

보힌호수까지 1시간 넘게 걸어갈 것인가.

새벽부터 3시간 가량을 걸어서 다리 상태는 솔직히 별로였다.

하지만...

그냥 마냥 앉아 버스를 기다린다는게 너무 아깝더라.

혹시라도 운이 좋으면 지나가는 버스를 탈 수도 있고...

(블로그에서 그랬다는 사람이 있어서...)

 

 

다리 상태가 별로임을 알면서도

또 다시 걷기를 선택한건,

이곳을 지가나는게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라서다.

그리고 1시간 넘는 이 길에 대한 찬사를 듣기도 했고.

아픈건 참을 수 있고

하룻밤이면 회복도 가능하지만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는 참아지지도 않고

평생을 가도 회복할 수 없을테니까.

그래, 걷자! 걷자! 걷자!

힘들어도 걸으면서 이 길 위에서 또 다시 위로를 받을 테니까.

 

 

 

처음에는 혼자 걷는게 많이 무서웠다.

그래서 반려견과 함께 온 여자 두 분 뒤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 걸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나 혼자 씩씩하게 걷고 있더라. 

오른쪽 옆꾸리에는 숲을,

왼쪽 옆꾸리에는 호수를 끼고.

처음의 무서움따위는 생각도 안 날 만큼

 길은 기대보다,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고 평온했다.

핸드폰에 담아온 "휘성"과 "Fly to the sky"의 노래가 그 길 내내 동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취기(取氣)였던것 같다.

걷기 딱 적당한 날시와 좋은 노래, 그리고 걸음에 취해서,

걷고 또 걸었다.

 

마치 걷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처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