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토이나 동굴 투어는 1시간 30분 정도 진행된다.
어느 정도는 전기기차를 타고 들어가고
중간부터는 가이드를 따라 단체로 움직이면 된다.
매표소에서 받은 오디오 가이드 기계에 해당 번호를 누르면
내가 있는 곳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는 물론 유료 ^^
(동굴 투어+오디오 가이드 = 25.80 uro)
투어가 시작되는 동국의 가장 높은 골고다 언덕부터
스파게티홀, 핑크홀, 화이트홀, 러시안 다리. 피사의 사탑 등등...
거대하게 드리워진 커튼들.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종류석들과 석순. 석주들.
10년에 0.1m씩 자란다고 했던가?
이곳에서는 시간이라는게 무용해보인다.
공간이... 시간을 삼켜버린 곳.
지금 나는 고래 뱃속에 갇힌 요나가 되버렸다.
조악한 핸드폰으로 아무리 찍어봐도
동굴의 거대함을, 위용을, 신비함을 담아낸다는건 역부족이다.
커다란 동물의 가느다란 터럭 한 올.
그만큼도 불가하다.
이곳에서만 산다는 인간 물고기,
이놈들은 어두운 곳에서 살기 때문에 눈이 퇴화됐단다.
오래 사는 놈은 100년까지도 살 수 있다는데
컴컴한 곳에서의 100년이라는 삶이
상인지 벌인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물고기에게 "human"이라는 단어를 쓴다는게...
물고기 입장에서는 그다지 달갑지 않을 거라는 생각.
또 나만 했을까???
투어의 마지막은 콘서트홀에서 끝이 난다.
그리고 여지없이 만나는 기념품샾.
트러플 병에 손이 갔지만
장식장에 있는 트레블이 생각났다.
유통기간이 이미 지난... 그래서 정말 전시품이 되버린 트러플.
올리브유와 페스토, 치즈, 기타등등 기타등등...
(반성하자!)
나오는 길에 스냅사진이 붙어있는걸 봤다.
내가 나를 발견하는게 겁이나서 서둘러 나왔다.
개인적으로 사진 중에서 이런 사진이 제일 무서워서...
오후 2시 30분,
동굴을 나와 잠시 고민했다.
프레드야마성을 갈지 말지를...
7~9월에는 성까지 가는 무료 셔틀을 운행하지만
나머지 기간엔 개인이 요금을 지불하고 택시를 불러 이동해야만 한다.
매표소에 말하면 불러준다는데
혼자 가는 것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 끼어 가는 것도 썩 내키지 않았다.
게다가 적어도 왕복 3시간 정도 걸릴테니...
아쉽지만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못볼거라 생각한 포스토이나 동굴을 봤으니
오늘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타협했다.
결정을 했으니
캐리어를 끌고 버스정류장으로 출발!
걸어가면서 내내 생각했다.
기내형 캐리어라 정말 정말 다행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