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마틴 성당을 등지고 서면
블레드성(Blejski Grad)으로 올라가는 작은 길이 보인다.
처음엔 좁은 산길이었겠지만
지금은 저렇게 반듯한 계단으로 끝까지 이어진다.
살짝 아쉽더라.
풀냄새, 나무 냄새, 흙냄새를 맡으며 올라가는 길이
흙길 그대로였다면 참 좋았을텐데...
렌트한 자전거를 반납하고
블레드성에 올라간 시간은 오후 4시 45분.
안내책자엔 20분 정도 올라가야 한다는데 실제론 10분 정도 걸린다.
모든 여행객들이 그렇듯 나 녁시 화창한 날씨를 기대했건만
하늘은 야속하게도 흐리기만 하다.
그래도 혹시 거짓말처럼 구름이 걷히는 기적이 일어날수도 모르니까...
티켓 가격은 11uro 유로.
이곳 역시도 사람이 많지 않아 번잡함과 소란스러움을 피할 수 있었다.
퍽 행복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결국 날은 맑아지지 않았지만
그래서 에메랄드빛 호수 위로 보석처럼 빛나는 햇살을 보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드성에서 내려다본 블레드성은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아름다웠다.
날씨.
그건 아무 것도 아니다.
적어도 이곳에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