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에서...
어쩌면 나는 유령이었는지도 모른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그런...
익명이 주는 평온함,
그게 참 좋았다.
나를 아는 사람도 없고
내가 아는 사람도 없는
그런...
잠깐잠깐씩,
벽에 붙은 이정표를 보며
이곳과 저곳을 놓고 저울질하다 피식 웃금이 났다.
이곳이든 저곳이든
어차피 내겐 다 낯선 곳일 뿐인데...
그런 낯선 곳이 이렇게 친밀면
또 어쩌라는건지...
잠시 걸음을 멈췄다.
sorry dear!
I spend all my money in beers.
I bought you just a bit of Piran's air.
작은 병에 적혀있는 문구에 빵 터졌다.
심지어 8ml라고 용량까지 적혀있다.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귀여운 센스에 감동했다.
숙소로 들어와 소박한 저녁을 먹고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Piran의 석양,
그 처음과 끝을 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