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8. 10. 22. 08:29

처음 피란(Piran)이란 도시의 이름을 들었을때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피란(避亂)이란 단어가 떠올라서였을거다.

避亂 : 난리를 피해 다른 곳으로 옮겨가다.

그렇다면,

현재 나는 어떤 "난리" 속에 있을까?

그게 뭐든,

이곳이 그 모든 난리를 피할 수 있게 해주면 참 좋겠다...

여행 시작 전부터 나혼자 몰래 바랬었다.

아주 짧은 순간의 피란이 될지라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없다.

그래서 좋았다.

오래오래 내려다봤고,

오래오래 올려다봤고,

오래오래 바라봤다.

파란 바다를 옆꾸리에 끼고 있는 축구장에 반했고,

혹시라도 축구공이 경기장을 넘어가

공을 되찾으려고 전속력으로 달려갈까?

아니면 깔끔하게 포기할까?

오래 지켜봤지만 결국 알 순 없었다.

 

 

타르티니 광장도 한 주먹 크기고

성 죠지 성당 종탑의 미카엘 천사도 눈 아래 선명하다.

또 다시 전지적 시점의 출현이다.

산과 바다, 광장과 종탑. 그리고 바다와 하늘.

이 모든걸 2유로로 볼 수 있다는건,

더없는 축복이다.

물론 두브로브니크의 성벽과는 비교가 불가하지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뷰는 이곳도 만만치 않다.

아기자기한 규모가 주는 아름다움.

그게 참 좋았다.

만약 파괴된 성벽을 제대로 보수한다면

두브로브니크 성벽과 쌍벽을 이루수 있을 것 같다.

슬로베니아가, 피란이,

그럴 마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라면,

보수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작은 도시가 관광객으로 미어터져 변하는건 결코 보고 싶지 않으니까.

避亂할 수 있는 Piran으로

내내 남아줬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