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나!
놀랐다.
드라마에서 이 시를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도 김은희 드라마에서.
특히나 이 시가 나온 장면의 카메라워크는 환상이었다.
눈으로 보는 시...
2분 여의 장면이 내겐 딱 그랬다.
그리고 공유의 목소리는 이 시의 뉘앙스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야말로 훅~~~하고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말랑말랑한 시에 무감한 편인데
이 시를 처음 읽었던 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깜짝 놀랐었다.
연시(戀詩)였고 절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말랑말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요했고 심지어 묵직하기까지 했다.
그 다음엔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라는 시가 꼬리를 물듯 떠올랐다.
그리고 <은교>의 등장인물인 노교수 이적요까지도.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지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
뉴턴의 사과는 사정없이 굴러 떨어진다.
쿵. 쿵. 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