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6. 12. 14. 08:57

세상에나!

놀랐다.

드라마에서 이 시를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도 김은희 드라마에서.

특히나 이 시가 나온 장면의 카메라워크는 환상이었다.

눈으로 보는 시...

2분 여의 장면이 내겐 딱 그랬다.

그리고 공유의 목소리는 이 시의 뉘앙스와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야말로 훅~~~하고 들어왔다.

 

 

개인적으로 말랑말랑한 시에 무감한 편인데

이 시를 처음 읽었던 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깜짝 놀랐었다.

연시(戀詩)였고 절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말랑말랑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요했고 심지어 묵직하기까지 했다.

그 다음엔 황지우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이라는 시가 꼬리를 물듯 떠올랐다.

그리고 <은교>의 등장인물인 노교수 이적요까지도.

 

 

너를 기다리는 동안 

                    - 황 지 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지국은 

내 가슴에 서성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설레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 .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서성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는 동안

뉴턴의 사과는 사정없이 굴러 떨어진다.

쿵. 쿵. 쿵.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