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ill Me>
일시 : 2014.08.08. ~ 2014.10.26.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정동화, 신성민, 정욱진 (나;네이슨)
에녹, 송원근, 임병근 (그;리처드)
제작 : 뮤지컬 해븐
나는 <쓰릴미>란 작품을 정말 너무 많이 좋아한다.
그래서 매번 작품이 공연될때마다 빼놓지 않고 관람했다.
이번 시즌도 역시나 지나칠 수 없어 예매를 했다.
정동화 네이슨과 에녹 리차드로.
공개된 캐스팅에서 가장 궁금하고, 가장 기대가 되는 페어가 이들이엇다.
이미지만으로도 두 사람은 역할과 꽤 잘 어울려 보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시즌 <쓰릴미>는 새로운 2차 캐스팅이 공개되지 않는 한 첫관람이 마지막 관람이 될 것 같다.
지금껏 관람한 <쓰릴미> 중에서 제일 루즈했다.
보는 내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안느껴져 깜짝 놀랐다.
Thrill이 빠진 <Thrill me>라니...
공연장을 나오면서 도대체 뭐가 문제였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아무래도 배우와 연출 다 문제이지 싶다.
prologue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 좋았다.
(얼굴을 자세히 못봤지만 신재용 피아니스트였던 것 같다.)
'역시 쓰릴미로구나...'라고 흐뭇해한건 딱 거기까지.
네이슨의 등장부터 뭔가 하나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정동화 네이슨.
나 정말 정동화 네이슨 너무 많이 기대했었고
이 작품도 정동화 때문에 예매를 했었다.
그런데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리처드에게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 참 불편하더라.
처음부터 아예 속을 다 들여내놓고 시작한다.
그걸 숨기려고 하니 매 장면마다 조급증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초반 템포도 너무 과하게 빨라져 버리고...
(개인적으론 최재웅, 정상윤 네이슨이 참 많이 그리웠다.)
아무래도 정동화가 아직까지는 감을 못잡은것 같다.
노래도, 연기도, 표정도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에녹 리처드.
다행히 정동화보다는 훨씬 좋았다.
딕션과 노래,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단지 표정과 눈빛은 많이 약하더라.
리처드에겐 뭔가 좀 강하고 쎈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시종일관 어딘지 불안해보이고 흔들리는 눈빛이다.
네이슨에게 휘둘리겠구나... 생각될만큼.
단단힌 느낌이 없었다.
충분히,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역량인데도 작품을 뚫고 나오지 못한다.
확실히 <쓰릴미>는 만만한 작품이 아니다.
배우가 숨을 곳이 전혀 없다.
무대에서 정면돌파하는 수밖에...
(그래도 에녹의 Roadster만큼은 참 좋더라.)
이날 내게 최고의 긴장감을 선사한건 피아노 연주였다,
이마저도 아니었다면 충무 블랙에 이어 또 한 번 <쓰릴미>에 안 좋은 기억을 갖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전체적인 디테일도 너무 느슨했고,
A written contract 도 I'm tring to think 도 인상적이지 못했다.
기대를 정말 많이 했던 페어였는데...
많이 아쉽고 안타깝다.
미안한 말이지만,
관람하면서 내내 정상윤 네이슨이 그리웠다.
계약서를 쓰던 정상윤 네이슨의 타자기 소리도,
타자용지 줄 바뀌는 소리도 전부 그립더라.
(이 작품에서 정상윤은 "소리"를 정말 잘 이용했었는데...)
내가 정상윤 네이슨에 너무 길들여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없는 <쓰릴미>는 어딘지 느슨하고 덜 매력적이다.
진심으로 정상윤이 돌아왔으면 좋겠다.
네이슨으로든, 리처드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