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6. 19. 09:01

 

<킬롤로지>

 

일시 : 2018.04.26. ~ 2018.07.22.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극본 : 게리 오웬 (Gary Owen)

번역 : 유은주

연출 : 박선희

출연 : 김수현, 이석준 (알란) / 김승대, 이율 (폴) / 장율, 이주승 (데이비)

제작 : (주)연극열전

 

Killology

심장을 목표로 한치의 망설임없이 파고드는 흉기같은 작품이다.

내게 심각할 정도의 내상(內傷)을 안긴 작품.

배우들이 안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연습하면서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지 눈에 선하다.

개인적으로 정율 배우는...

<프라이드>, <M Butterfly>에 이은 삼연타의 충격이다.

이 젊은 배우는 무서울 정도로 연기를 잘하고,

무서울 정도로 관객을 몰입시킨다.

한 작품 한 작품 필모그라피가 늘어갈수록 더 잘한다.

개인적으로 20대 때의 이승주를 보는 느낌.

이 녀석의 다음 작품이 심히, 몹시, 마구 궁금하다.

이석준은

처음엔 좀 낯설었다.

혹시 몸이 안좋은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설정이고 연기더라.

시간이 지날수록 이석준이 왜 그렇게 알란을 표현했는지 이해가 됐다.

컴퓨터게임 킬롤로지 처럼 살해당한 아들.

그렇게 아들을 놓친 아버지 알란.

환상 속에선 극적으로 살아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살피는 아들 데이비.

그리고 킬로로지 게임을 개발해 엄청난 부를 손에 쥔 폴.

세 사람 모두...

한쪽 발로 걷는 사람들이다.

그걸 세 사람 모두 너무 늦게 깨닫거나 혹은 깨닫지 못했다.

더 나은 사람.

그게 참 아프고 슬프다.

세 사람의 끝없는 독백들.

이 모든 것들이 변명일 수도, 후회일 수도, 반성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독백들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좋겠다.

그게 한 인생을 구원하는 일일 수 있으니까.

피해자는 빠른 속도로 가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 역시 빠른 속도로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걸 기억하다.

 

데이비가 말했던 더 나은 사람.

그런 사람이 한 번 되보자..

아니 되보려고 노력이라도 해보자.

그럴 수만 있다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6. 07:46

<그날들>

일시 : 2014.10.21. ~ 2015.01.18.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강태을, 이건명, 최재웅 (차정학)

        김승대, 지창욱, 오종혁, 규현 (박무영)

        김지현, 신다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김소진, 이진희 (사서),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재연으로 올라온 <그날들>을 봤다.

역시나 김광석의 노래는... 정말 좋구나.

여러가지 뒤숭숭한 일들이 겹쳐서 내내 심난하고 아팠는데

김광석의 노래로 조금 위로를 받았다.

명곡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사람을 조용히 위로하고 다독이는 함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을 떠나 그냥 노래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담겼다.

김광석은 이 노래들을 이곳에 그대로 남겨놓고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까?

참 나쁜 사람이다...

 

초연에 강태을 차정학이 너무 좋아서 재연이 올라오면 꼭 강태을로 보리라 생각했었다.

(이 작품으로 강태을과 정말 극적인 화해도 했고...)

그랬더랬는데 재연의 강태을 정학은...

이럴수가...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좋더라.

매장면마다 배우로서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고

그래서 보는 나도 내내 행복했다.

배우가 작품과 역할에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강태을을 보면서 확실히 알았다.

(진심으로 멋졌다!)

김승대 무영은 좋은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는 간절함이 살짝 의욕과다로 표현되더라.

전체적으로 조증처럼 붕 떠있어 발란스도 어긋났다.

균형감도 살짝 무너지고...

현실감없는 "픽션"의 인물처럼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론 배우 김승대가 조금 덜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훨씬 자연스러울것 같아서...

(이 표현 이해가 될까???)

 

전체적으로 초연때보다 군무도 좋아졌고 무대도 잘 정돈됐다.

인트로의 영상도 깊이감과 생동감이 살아있어 좋더라.

그런데 문제는 음향!

분명 초연과 똑같은 공연장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지 관람하는 내내 놀랐다.

12월 2일 병원에서 연말 송년회로 이 작품을 단체관람을 한다는데

그때는 음향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 <그날들>은 참 묘한 작품이다.

   작품이나 스토리 자체는 별 매력이 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끌린다.

   이게 배우의 힘인지, 김광석의 힘인지, 그냥 정서의 끌림인건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좋아한다는게 늘 이유가 확실해야하는건 아닐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날들>을 "그냥 좋아지는" 작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김광석도 그랬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19. 00:08
<엘리자벳> 첫번째 관람은 1층 오른쪽 R석 관람이었고
김선영, 류정한, 박은태, 민영기, 이정화, 전동석 캐스팅이었다.
이번엔 tod만 빼고 전부 다른 캐스팅을 선택했고 일부러 3층 맨 앞 줄을 예매했다.
블루스퀘어 3층이 하도 악명이 높아서 대체 어느 정도길래 싶어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이 날 캐스팅은 옥주현, 류정한, 최민철, 윤영석, 이태원, 김승대였다.
일단 블루스퀘어 3층 관람은 생각했던것보다 꽤 괜찮았다.
LG아트센터나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대극장보다 오히려 경사도는 훨씬 덜하다.
무대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음향도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괜찮았고
배우들의 대사도 1층에서보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들려서 은근히 놀랐다.
첫번째 관람에서는 무대가 너무 과하게 화려해서 피로했는데
3층에서는 화려함말고도 음산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느껴져 좋았다.
특히 토드가 등장할 때 아우라같이 표현되는 스크린 효과는 1층 관람에서는 완전히 놓쳤던 부분이다.
1막 마지막 부분 엘리자벳이 욕조 안에 머리를 늘어뜨리고 누워있는 모습도 1층에서 안 보였었는데...
(더 비싼 돈을 주고 봤는데 안 보인 부분들이 있었다니 어쩐지 기분 좀 찜찜하다)
조명의 변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이중회전무대도 3층에서 보니까 오히려 덜 산만하고 안정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앞으로 종종 3층에서 <엘리자벳>을 관람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1층에서도 내 시력으로는 배우들의 표정이잘 보이는 것도 아니니까.
별로 미덥지 않은 시력과 광클릭에 영 재주가 없는 손을 가졌으니 뭐 별 수 있나!
(솔직히 말하면 고가의 티켓가격때문이기도 하다)
암튼, 블루스퀘어 3층 관람!
소문처럼 그렇게 나쁘진 않았다.
적어도 중앙 맨 앞 줄만큼은.




옥주현 엘리자벳.
개인적으로 나는 김선영 엘리자벳이 더 괜찮았다.
16살 엘리자벳과 나이든 엘리자벳의 목소리는 나이를 표현하려고 너무 노력했는지 만들어 낸 소리가 좀 부자연스럽다.
아이를 돌려달라고 소피에게 말할 때는 너무 칭얼대고
좀처럼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아름다운 여성성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로 당시 엘리자벳의 미모가 유럽에서도 소문이 자자해서 여성성이 극대화된 인물이 맞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강인한 모습이 점점 자라나는 게 보여야 하는게 그 부분이 아무래도 옥주현 약하다.
옥주현에겐 대사할 때 뭐랄까 약간 성우같은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그 부분이 참 싫다.
"보세요! 지금 전 정말 열심히 연기하는 중이예요"
꼭 이렇게 느껴져서...




류정한 토드는 말해 무엇하겠는가!
죽음이 죽음으로 죽음을 말하니 어느 누가 감히 죽음으로 따르지 않을까!
류정한 토드가 등장하면 무대는 판이 바뀌면서 완벽하게 토드에게 장악된다.
관객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면 나조차도 순간 난감해진다.
이쯤되면 반칙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뮤지컬 <엘리자벳>을 자꾸 뮤지컬<토드>로 빠궈버리는 거...
장악하되 싹쓸이하지 않는 기술적인 기교를 이용할 줄 아는 영리하게 아름다운 배우다.
(이러니 내가 여우라 할 수밖에...)
요제프는 민영기보다 윤영석이 더 좋았다.
워낙에 민영기가 성군, 영웅의 이미지가 강해서 찌질함을 느끼기가 쉽지 않았는데
윤영석의 유약한 모습과 목소리는 듣고 있으면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그러고보니 <명성황후>에서 부부였던 이태원이 여기선 어머니로 나오네 ^^)
대공비역도 이정화보다 이태원이 더 좋았다.
이정화는 약간 고집불통 심술쟁이 시어머니 같았은데
이태원을 강인하고 실세를 쥐고 있는 권력욕이 느껴졌다.
김선영과 이태원이 정말 제대로 한 판 붙으면 불꽃이 튀겠구나 싶었다.
뒤에서 인터미션 시간에 어떤 남자분이 그러더라.
이거 완전히 우리나라 정서에 딱 맞는 뮤지컬이라고.
고부갈등을 주제로 한...
(맞아! 맞아!)



루돌프 김승대의 발전은 놀랍다.
플레이 DB에서 공개한 송창의 토드와의 "그림자는 길어지고"를 봤었다.
목줄에 핏줄이 서도록 열심히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암담함과 막막함이 가득했는데
의외로 류정한 토드와의 모습은 괜찮았다.
노래는 전동석보다 약하지만 연기는 확실히 전동석보다는 낫다.
엘리자벳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장면은 절절했다.
어린 루돌프 탕준상도 너무 잘했고.
(목소리를 들으니 첫번째 관람때도 이 녀석이었다)



루케니 최민철!
개인적으로 루케니 3인 중 무지 기대했던 배우다.
일단 비쥬얼 자체가 무정부주의자 같이 생기기도 해서
마초적인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 짐작했었다.
그런데 의외로 최민철은 루케니를 코믹하고 다소 가벼운 인물로 표현했다.
장확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마초가 아닌 장돌뱅이 스타일이라고 해두자!
애드립인지 계산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당하지 않는 대사로 극에 개입하는 모습은 적잖히 당황스럽다.
자꾸 극 속에 코믹하게 개입해서 필요치 않은 웃음을 유발하려는 노력도 안스럽다.
그래선지 연기가 많이 과장되고 노래 역시도 너무 불안하다.
목소리도 많이 갈라지면서 뭉개지는 발음도 있다.
(최민철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영화? 천변카바레?)
그가 조금 마초적으로 루케니를 표현했줬으면 하는 원망섞인 바람을 가져본다.
그리고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오스트리아 주언어가 독일어라고 알고 있는데
그럼 최민철 루케니가 대사 중간중간에 시종일관 씹어 내뱉던(?) 정체불명의 말이 독일어가 맞나?
(어딘지 좀 이상해서...)



짧게 쓰려고 작정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다시 길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엘리자벳>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아직 많은 모양이다.
다행히 아직 이 작품은 내게 아름답고 여전히 탐미적인 작품이다.
그래서 두고두고 좀 지켜볼 작정이다.
이제는 나름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 캐스팅을 선별해서 관람해야겠다.
주로 3층 관람이 되겠지만...
다음 관람은 3월 28일 김준수 토드다.
어쩌다 보니 표가 있어서 예매했다. 
물론 3층이다.
바람이 있다면 사생팬이 많이 안 왔으면 하는거다.
그들이 설마 3층에서 관람하지는 않겠지만 생각만해도 무섭다.
아마도 그날은 <엘리자벳>을 보면서 또 다른 공포를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벳을 소유한 토드조차 두려워할 사생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7. 06:29


지난 달에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페어를 보고
박은태 몰리나와 김승대 발렌틴이 궁금했다.
항간의 소문에 의하면,
박은태가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해서 기대가 되기도 했고...
일단 외형적으로는 아주 적절한 비쥬얼과 싱크로율이 나오겠다 싶었다.
정성화 몰리나는 여성스럽지 못한 외모와 체격때문에
어쩐지 측은하고 안스럽긴 했지만
군데군데 코믹하다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았었다.
최재웅의 발렌틴은 역시나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이 사람 다시 <헤드윅>을 한단다. 또 다시 말근육을 드러내는 쫄바지를 입고서...^^)
늘 생각하고 느끼는 거지만 최재웅은 정말 좋은 톤을 가진 배우다.


박은태의 몰리나...
어쩜 그렇게 여자일 수 있을까?
여성적인 게 아니라 박은태는 그대로 여자의 모습이었다.
다소곳이 다리를 한쪽으로 꼬고 앉아 있던 모습이며
그 가려린 손끝의 움직임과
새초롬한 얼굴 표정과 말투에 담기는 여성 특유의 뉘앙스...
그의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심각하게 그가 게이가 아닐까를 의심했다는데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에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솔직히 왠만한 여자보다 그의 몸이 드러내는 선은 확실히 곱다.
무대를 채우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품을 위해 박은태라는 배우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지 느껴져 찡했다.
노래 잘하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였는데
이제 정말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래서 그의 몰리나가 더 아름답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김승대 발렌틴.
최재웅을 먼저 봐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발렌틴을 완벽히 소화하기엔 그는 여러가지로 어려보인다.
외모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표정도 그렇고...
혼자 자꾸 비장해지려 하는게 관객들으리 충분히 끌고가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어찌됐든 무대 위에서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배우 중에 한 명이다.
언젠가 배우 김승대에게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찾아온다면
그의 무대는 지금과는 확실히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무대는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언젠가 그에게도 그런 날이 오겠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김승대와 박은태의 조합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이다.
딱히 과장되거나 함부러 하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도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다른 작품 속의 주인공을 한 무대 위에서 우연히 보는 것 같은 난감함!
이 정체불명의 난감함때문에 많이 고민되더라.
박은태의 아우라 때문이었나?
무대에 두 사람이 대사를 주고 받고 있는데
이상하게도 시선은 계속 박은태 몰리나에게만 고정된다.
발렌틴이 교도소장처럼 목소리만 등장하는 인물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부분에 발렌틴의 독백으로만 채워지는 부분이
어쩐지 느슨하게 느껴졌다.
베일에 가려진 인물의 느닷없는 등장이 주는 당혹감이랄까?
암튼 난... 그랬다.



개인적으로 최재웅 발렌틴, 박은태 몰리나 페어가 꽤 궁금하다.
왠지 그림만으로도 싱크로율이 100% 일 것 같아서...
아! 한 가지만 더!
박은태가 몰리나를 조금 더 도도하게 표현했으면 하는 바람!
고민끝에 일부러 설정한 것 같긴 한데
대사 마지막을 묘하게 올렸다 내리는 톤은 좀 마음에 안든다.
진짜 여자는 그렇게 안한다.
정말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11. 06:02


<거미여인의 키스>

일시 : 2011.02.11. ~ 2011.04.24.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출연 : 정성화, 박은태 (몰리나) 
         최재웅, 김승대 (발렌틴)
연출 : 이지나
원작 : 마누엘 푸익


"무대가 좋다" 시리즈 일곱 번째 작품 <거미여인의 키스>가 드디어 무대위에 올랐다.
지난해 각종 뮤지컬 시상식에서 <영웅>으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정성화의 연극 데뷔작이기도 하다.
정성화가 게이 역을?
미안하지만 솔직히 비쥬얼상으로는 좀 많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반면 몰리나 역에 더블 캐스팅된 박은태 역시도 연극 데뷔작이긴한데 그의 게이 역은 괜찮아 보인다.
가녀리고 야리야리한 이미지가 강한 편이라서...

정성화의 몰리나?
다른 역할도 아니고 민족의 영웅 "안중근"이었던 사람이 아닌가?
물론 드라마 "개인의 취향"을 언급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런척을 하는거고 이 작품에서 몰리나는 스스로를 완전히 여자라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어쩌면 정성화를 캐스팅하면서 이런 반전효과를 일부러 노렸던 건 아닐까?,
거기다기 <헤드윅>과 <쓰릴미>로 동성애 연기 전문배우(?)라고 할 수 있는 최재웅과 페어를 이룬다?
일단 관객을 흡입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은 충분히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들의 조합은 성공적인 티켓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무대가 좋다" 최고의 흥행작이자 최대의 수입작이 되지 않을까?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공연기간도 짧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정성화 몰리나와 최재웅 발렌틴.
개인적으로 최재웅의 발렌틴에 기대가 많이 됐다.
그의 대사톤과 표정을 나는 심하게 좋아하기에...
특히 작품 속에서 그가 "아니!"라는 대사를 하게되면 그 느낌이 참 묘하다.
단순한 이 단어가 이상하게도 그대로 가슴에 꽃힌다.
<거미여인의 키스>에서 반정부혁명가 발렌틴의 대사에도 "아니!" 라는 단어가 적쟎게 등장한다.
솔직히 그걸 누가 알아채기나 하겠는가 말이다만,
아무튼 나는 그가 "아니!" 라는 대사를 할 때가 참 좋다.
(사람들이 그러겠다. 참 이상한 사람이야.... )



공연을 보기 전에 일부러 마누엘 푸익의 <거미여인의 키스> 원작을 읽었다.
뒷부분의 보고서 부분 약간을 제외하고는 100% 대사로 구성된 작품이다.
원작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이 연극이 원작을 따라오기에는 확실히 부족하다.
연극은 "사랑"에 촛점이 맞춰진 것 같은데
원작은 "이해"의 부분에 더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빌라 데보토 감옥 D동 7호실.
동일한 두 곳을 나는 지금 약간은 다른 두 곳으로 이해하는 중이다.
원작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묘하게 위험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을 공유했다.
따지고보면 그들은 언제나 위험한 상황에 소위 던져진 사람들인데...
"결코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말인지 이제야 알겠어"
연그에서는 없었지만 원작에서 내 눈을 사로잡았던 대사다.
두 주인공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대사라고 생각했었는데...
(연극 대사에 있었는데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건가???)




몰리나가 끝없이 이야기하는 영화들!
원작에서는 4편의 영화가 등장하고 연극에서는 "표범여인" 영화만 나온다.
이 많은 영화를 어떻게 다 말할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기우였다.
만약에 원작대로 했다면 아마도 산만하지 않았을까 싶다.
최재웅의 연기는...
엔딩부분이 너무 감상적이었던 걸 제외하면 역시나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엔딩부분은 참 맘에 안 든다.
뭐랄까. 좀 천박하다는 느낌이랄까?
그림자로 보여지는 두 사람의 성행위를 말하는 게 아니라
발렌틴에 의해 너무 자세하게 설명되는 몰리나의 최후가...
원작에서는 발렌틴이 몰리나의 죽음을 알았을까?
나는 아니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까지나 발렌틴에겐 몰리나가 살아있는 거미여인으로 남겨지지 않았을까?
그게 몰리나의 소원이기도 했으니까...
"난 너와 함께 남아 있고 싶어. 지금 내 단 한 가지 소원은 너와 함께 있는 거야"



정성화의 몰리나는 너무 과하게 코믹했던 것 같다.
그가 머리에 두건을 쓰고 나와 털퍼덕 바닥에 주저앉으면
찜질방에 퍼져있는 아줌마 같은 느낌이 들어 자꾸 웃음이 났다.
나름대로 역할에 몰입하고 있고 감정표현도 좋은데 어쩐지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그래서 박은태의 몰리나가 지금 상당히 궁금해졌다.
(4월 3일에 박은태, 김승태 페어를 예매했다.)
개인적으로 박은태, 최재웅이 만나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이 둘의 조합이 있긴 한데 보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자신을 완벽하게 여자라고 생각하는 몰리나를
볼록하고 후덕한 정성화의 모습으로 보는 건 일종의 비극이었다.
외형적인 걸 말하는 게 맞긴 한데 좀 다른 의미로...
아름답고 매력적은 여성의 모습이 아닌 소위 아줌마 몸매의 몰리나.
그래서 정성화 몰리나의 코믹한 모습이 더 비극적으로 보여졌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이 작품에 대해서 아직 생각이 다 정리된 건 아니라서
참 두서없는 글이 되고 말았다. (*^^*)

 

참!
무대의 느낌은 참 좋더라.
전형적인 감옥의 모습을 생각했는데 의외였다.
사실 상당히 괜찮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10. 06:29
"연극열전3"이 준비한 일곱 번째 작품 <트라이앵글>
그런데 이번에는 연극이 아니라 뮤지컬이다.
연극열전에서 <판타스틱스> 이후로 두 번째 선택한 팝뮤지컬 <트라이앵글>
원작은 <피아노 숲>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호라이 류타의 작품이고
연출은 그동안 연극열전의 대표로 숨어있던(?) 홍기유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요즘은 제작자나 대표가 연출을 직접 하는 게 붐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새로운 시도가 여러 가지인 작품.



2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
3명(트라이앵클 ^^)이 만들어내는 우습고도 황당한 동거 이야기.
뮤지컬과 연극에서 이미 탄탄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최재웅이
유명작가의 아들로(여기선 그 유명한 "김훈"이 아버지로 나온다.. 식칼의 노래.. ^^) 작가 지망생 도연 역을,
요즘 열심히 달리고 있는 김승대가 가수지망생 락커 경민역으로
그리고 연기와 노래를 꽤 잘 하는 안유진이 경민을 향해 일편단심(?)으로 숨바꼭질을 하는 영이로 등장한다.



공연 자체는...음...
순전히 내가 너무 늙어버린(?) 탓이겠지만 그닥 재미있지는 않았다.
아마도 20대 초반을 겨냥한 작품인 것 같은데 그 나이라면 그냥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내겐 어느정도 비극적인 작품이라 하겠다...ㅠㅠ)
일본 원작이라 그런지 내게는 공감되는 부분은 덜하고 이야기 자체도 너무 가볍게 느껴진다.
스토리가 강하거나 임팩트 있는 사건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그때 그때 만들어지는 소품같은 상황을 즐기는 가벼운 터치 드라마라고나 할까?
이야기도 그렇고 작품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들도 그렇고
일종의 짜집기 형식이다.
그리고 그걸 당당히 표방하고 있어 어느 정도 귀엽기까지 하다.
"Video killed and radio star" 나 "My Sahrona" 같은
70, 80년대에 유행했던 귀에 익은 팝송들과
이기찬, 신성우가 소위 잘나가던 시절 불렀던 히트곡이 뮤지컬 넘버에 포함되어 있다.
(일본 원작이지만 뮤지컬 넘버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원미솔 음악감독이 그래도 곡 선택을 적절하게 잘 한 것 같다)
팝뮤지컬을 표방한다는 기사를 읽었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짱짱한 팝뮤지컬이 기존에 많이 나와 있어서 솔직히 험난해 보인다.
가령, 아바의 노래로 만든 세대를 초월한 <맘마미아>,
엘비스 프레슬리 곡으로 만든 <올슉업>
퀸의 노래로 만든 <위윌락유> 등.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있기는 하다.
(잘 하면 이게 강점이 될 수도 있고)
<트라이앵글>은 소극장 팝뮤지컬이라는거 (^^)

  도연 : 최재웅
  경민 : 김승대
 영이 : 안유진

공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더라.
만약 이 공연에 최재웅이 빠진다면?
아마도 최재웅이라는 배우에 의해 균형감과 생기를 얻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러리라.
3명이 나오는데 때때로 원맨쇼 같이 느껴진다.
최재웅 입장에서는 본인의 능청스런 모습을 맘껏 발휘할 수 잇는 기회가 됐겠지만
함께 하는 배우들의 내공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건 좀 안스러운 일이다.
안유진은 그래도 자기 역할을 잘 소화하고
여배우로서 꺼리낌없이 망가지는 모습을 잘 보여줘서 괜찮았는데
조금 발란스가 안 맞는 건 역시 경민 역의 김승대.
아무래도 락커의 역할은 그에겐 무리수가 따르지 않았나 싶다.
신성우의 "꿈이라는 건"이라는 노래를
발라드도 아닌 뽕짝도 아닌 락도 아닌 묘한 버전으로 불러서 사실 많이 놀랐다.
꽤나 비중있는 곡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더 대놓고 짜집기를 추구했다면 훨씬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꼭 뮤지컬뿐만 아니라 영화, 연극, 드라마의 유명한 장면들을 흐름에 맞게 배치했으면 어땠을지...
(어디까지나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코믹물이긴 한데 웃음코드가 좀 약한 것 같다.
이날만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재웅이라는 배우에 의해서만 그 웃음코드가 살아나기 때문에 주변 배우들이 좀 뻘쭘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다들 무지 열심히 한다는 거!
그건 정말 알아줘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론 배우 최재웅은 <쓰릴미> 같은 극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뭐 도연 역도 나쁘진 않았지만. ^^
특히 표정이 살아있어서 유쾌했다.
코믹물의 절반은 아무래도 표정인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