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4. 17. 08:12

<M.Butterfly>

 

일시 : 2015.03.11. ~ 2015.06.0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석준, 승주 (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송 릴링) / 빈혜경, 김보정 (르네)

        손진환, 유연수 (똘룽) /  유성주, 한동규 (마크) 

        정수영, 이소희

제작 : 연극열전

 

"매혹 자체가 제국주의다"

연극 속 그네와 송의 대사는 정말 사실이었다.

적어도 나에게만큼은...

대사들이, 의미들이, 그 겉잡을 수 없는 느낌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르네가 송을 찾아간 것처럼 고작 삼일만에 <엠나비>를 찾아갔다.

즉흥에 가까운 선택을 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매번 이 작품에 이렇게까지 맥을 못출까?

왜 이렇게 끌려다닐까?

그 이유가 궁금했다.

<에쿠우스>, <엠나비>, <레드>, <프라이드>

생각해보니 나를 속수무책으로 건드린 연극들에게선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나"에 대한 이야기라는거.

그리고 "너"에 대한 이야기라는거.

그래서 나는 이 연극들에게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거라고...

그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깊은 내면의 아픔을 공감하고 마침내 견뎌내는거.

그게 내가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전성우는 비밀을 품고 있는 송이다.

너무 조심하고 있어서 그게 오히려 발각의 징후처럼 보여 내내 불안했다.

관계에 대한 진실 보다도 스파이로서의 의무와 책임이 더 많이 부각되더라.

그래서 자신의 남성을 르네에게 보여줄 장면도 르네를 조롱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정말 그렇다면... 르네는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이승주 르네.

나는 이 패기넘치고 뚝심있는 젊은 배우가 정말 좋다.

그래서 한 작품이 끝나고 나서 다음 작품에 대한 소식이 없으면 혼자 전전긍긍 한다.

혹시라도 이 좋은 배우를 브라운관에 뺏기게 되는건 아닐까 싶어서...

사실 2014년 재연에서 르네에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더랬다.

지금까지 연극무대에서 성실하고 든든하게 이력을 쌓아오긴 했지만 

이승주라는 이지적인 배우에게 이 역할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다. 

그런데 결론은... 비루한 내 오지랖이더라.

이승주 르네는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르네다웠다.

삼년만에 돌아온 김영민은 처음부터 환상에 살고 있는 르네처럼 보인다면,

이승주는 현실에서 환상으로 점점 사라지는 르네다. 

김영민 르네의 결말은 자발적인 선택같은데

이승주 르네의 결말은 어쩔 수 없는 절망이 부른 파국이다.

그래서 더 절박하고 침혹하다.

내내 그게 마음에 쓰이더라

어쩌면... 내가 대상포진 때문에 육체적으로 많이 아파서였는지도 모르갰지만

날카롭게 찔러대는 육체적인 통증에 이 작품의 내적인 통증까지 겹쳐지니 견디는게 많이 힘들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구나... 잠깐 후회도 했다.

 

상관없다.

스스로 나비부인이 된 르네의 이야기는

어차피 처음부터 끝까지 내겐 다 후회다.

마담 버터플라이가 될 용기 따위,

전혀 없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3. 12. 06:15

<김종욱 찾기>

일시 : 2007.10.23. ~ 2012.03.31.
장소 : 대학로 예술마당 1관
출연 : 정동화, 윤현민, 임강희, 소유진, 임기홍, 최연동

작품자체도 좋기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정동화 배우 때문에 다시 본 뮤지컬이다.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에서 너무 인상 깊어서...
정동화, 임강희 임기홍.
캐스팅도 나무랄데가 없다.
정동화는 이 작품이 처음이지만 임강희는 과거에 여자 주인공을 했었고, 임기홍이야 멀티맨의 정석으로 이 작품의 공헌도가 이미 엄청나다.
그러니까 새로 김종욱이 된 정동화만 잘해주면(?) 된다는 뜻이다.
(본인 입장에서는 이게 조금이라도 부담감이 됐을까?)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구성과 음악이 참 탄탄한 착장 작품이다.
2007년부터 시작됐으니까 이제 나이도 제법 먹었다.
지금까지 김종욱 19명, 사랑이 두려운 여자 17명, 멀티맨 17명이 출연했다.

오만석, 엄기준을 시작으로 신성록, 정상윤을 거쳐 정동화, 윤현민까지
왠만한 남자 배우들이 이 작품을 통과의례처럼 지나왔다.
조금은 소심하고 찌질한 캐릭터와 댄디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는 재미. 
<지킬 앤 하이드>처럼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개의 역은 아니지만
유별나게 차이나지 않으면서도 확실히 다르게 두 인물을 표현해야 한다는 거.
배우로써는 한 번 쯤 해봄직한 배역인 것 같다.
이 작품도 10년쯤 되면
학전의 <지하철 1호선>처럼 역대 울연 배우들이 다 모여 이벤트 공연을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번 시즌 6 공연에서는 라이브 밴드가 직접 무대 뒤에서 연주를 하는데 그것도 너무 좋았다.
소극장 공연이 라이브 반주가 변해간다는 건 정말 좋은 방향인 것 같다.
계속 라이브 연주를 해주면 좋겠는데 시즌 6에서만 한정적으로 한다니까 좀 서운하다.



늘 느끼는거지만 임기홍의 멀티맨은 참 대단하다.
신혼이라서 그런가?
안 그래도 넘치는 에너지와 끼가 예전보다 훨씬 넘친다.
뭐랄까 안정된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고 할까?
<못말리는 영애씨>도 병행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체력적으로 그저 놀라울 뿐이다.
(저질체력을 가진 사람이 늘 꿈꾸는 로망이 아닐 수 없다.)
에너지와 열정, 그리고 자기만의 멀티맨 캐릭터 구축에 관해서는
대한민국 뮤지컬 배우 중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참 똑똑하고 현명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주연은 아니지만 극에 없어서는 안되는 감초로써 독보적인 존재감을 주는 배우다. 
그래서 나는 <김종욱 찾기>의 진정한 주인공은 임기홍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엄청난 순발력과 재치,
노래도 그 정도면 참 맛깔나게 잘 한다.
게다가 짧은 기럭지에 믿기지 않는 유연성까지...
어쩌다보니 임기홍 찬양 일색이 되버렸지만 암튼 좋은 배우라는 뜻 ^^
(내가 임기홍을 처음 본 게 2005년 한전아트홀에서 류정한이 지저스로 나왔던 <갓스펠>이라는 뮤지컬이었는데...)



정동화의 김종욱은 나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의 앨빈만큼 적역은 아니었던 것 같다.
<SOML>를 먼저 보지 않았다면 잘한다고 생각됐을 것 같긴 하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표정과 딕션이 선명하고 명확하다.
<SOML>의 뽀그리 머리를 어떻게 하고 나오나 걱정했는데 그것도 손을 잘 본 것 같다.
아쉬움이 있다면 김종욱이 아닐 때 조금만 더 찌질했으면 하는 바람 정도!
두 캐릭터가 너무 차이가 없는 것 같아서...
그래도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 중 한 명임에는 분명없다.
다음 작품이 세종M 씨어터에서 4월부터 공연될 연극열전 4 <M버터플라이>란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재해석 작품인데
르네 역엔 김영민, 전노민이 더블 캐스팅
송 릴링 역에 김다현과 더블 캐스팅이 됐다.
개인적으로 김영민, 정동화 페어를 기대 중이다.
잘 하겠지! ^^
"믿어! 믿으면 다 되게 되있어!"

* 이 날 여간해서는 안 하기로 다짐한 '하루에 공연 2개 보기'를 했다.
  <백야>와 <김종욱 찾기>
  피곤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활력을 받고 돌아왔다.
  다행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