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0. 19. 08:17

<셜록홈즈>

일시 : 2012.09.12. ~ 2012.11.04.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제작 : HJ컬쳐, 레히(LEHI)

연출 : 노우성

출연 : 송용진, 김도현 (셜록 홈즈) / 방진의, 구민정 (제인 왓슨)

        이경수, 장현덕 (아담 앤더슨,에릭 앤더슨) 

        선우, 김효연 (루시 존스) / 조남희, 권홍석 (포비 앤더슨)

        김정렬, 이정한 (레스트레이드) / 정다희, 최창렬, 한규원

 

드디어 <셜록홈즈>를 봤다.

조강현, 박인배, 정명은이 출연했던 초연을 봤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어쨌든 그건 이미 놓쳐버렸고. (ㅠ.ㅠ)

뮤지컬 관련 각종 시상식을 휩쓸면서 올 초에 재공연 됐는데도 또 어찌어찌하다보니 못봤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이 문제작을 이제서야 눈으로 확인하게 됐다.

그래도 <미스 사이공> 투이 이후에 오랫만에 이경수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싶다.

개인적으로 이경수라는 배우를 무대에서 자주 보고 싶은데 참 얼굴 아끼는 배우다.

다작을 하라는 뜻은 아니지만 그 좋은 목소리 아끼지 말고 좀 들려줬으면 좋겠다.

송용진, 방진의 이경수, 김효연.

내가 선택한 캐스팅!

루시 존스가 불안하긴 해도 그래도 선우 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선택한 캐스팅.

(<신의 아그네스>에서 순수가 아니라 너무나 맹~~했던 선우의 연기에 화들짝 놀란 기억이 있어서.)

 

창작 뮤지컬 <셜록 홈즈>의 강점은,

뮤지컬 넘버와 극의 구성, 연출의 묘미라 하겠다.

자칫하면 여러 작품을 짜집기한 형식이 될수도 있었을텐데 그걸 참 잘 피해갔다.

무게중심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한 작품 속에,

그것도 2 발의 총소리에 자연스럽게 연결시킨 발상은 너무나 멋지다!

이 작품이 왜 초연때부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지,

왜 각종 시상식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는지 작품을 보고 충분히 이해가 됐다.

적어도 이 작품은 소문난 잔치는 확실히 아니었다.

극의 스토리 자체가 치밀하게 잘 짜여져있고,

배우들의 대사도 너무 심각하거나 가볍지 않으면서 속도감이 있다.

상황이나 대사에 재미와 위트가 넘친다.

등장하는 인물들도 다 각자 뚜렷한 개성이 있어 시선도 적당히 배분된다.

작품을 보면서 연출과 대본, 무대셋트 등 전반적인 기획에 참 여러번 감탄했다.

왓슨을 의도적으로 여자로 설정한 것도 기발하다.

(셜록 홈즈와 로멘스가 없는 것도 맘에 들고...)

기획단계부터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송용진은 무대 위에서 그야말로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여준다.

코난 도일 원작의 셜록 홈즈와는 물론 많이 다른 모습이지만

한국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송용진의 셜록 홈즈도 원작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대 위에서 물만난 고기처럼 펄떡이는 송용진을 보는 건 역시나 기분 좋은 일이다.

방진의 제인 왓슨은 표정을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 것만 빼면 대체적으로 좋았다.

기대했던 아담 앤더슨과 에릭 앤더슨 1인 2역의 이경수.

개인적으론 에릭 앤더슨이 ㄹ때가 훨씬 더 좋았다.

아담 앤더슨은 노래를 할 때는 괜찮은데 대사를 할 때는 뭐랄까 좀 인민군(?)스럽다고 할까?

변사같기도 하고, 사투리 같기도 한 그 정체불명의 뉘앙스가 아담을 상당히 모자란 인물로 만든다.

(에릭에 비하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베드신(^^)에서 아담과 에릭을 번갈아 연기하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그야말로 한국판 지킬 앤 하이드 같았다고나 할까?

배우 이경수는 <셜록홈즈 시즌 2> "잭 더 리퍼" 에도 나온다는데 어떤 역할일지 궁금해진다.

(셜록 홈즈는 일단 물만난 고기 송용진이 계속 갈테고... 혹시 잭? 아니면 홈즈를 더블로?)

우리가 알고 있는 라이센스 뮤지컬 "잭 더 리퍼" 보다 훨씬 더 좋은 작품이  탄생하길 바래본다.

 

 

이번 캐스팅에서 좀 심각했던 배우는 루시 존스 김효연과 레스트레이드 이정렬.

일단 보여지는 이미지만으로는 루시라는 캐릭터와 김효연 배우는 꽤 잘 어울린다.

연기도 이번 작품이 데뷔작이라는 걸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은데 문제는 노래!

루시 존스의 노래가 고음 위주의 힘든 곡이라는 건 알겠는데

모든 노래를 너무 쥐어짜듯이 불러서 듣는 입장에서 참 많이 피로했다.

레스트레이드 이정렬.

딕션도 부정확하고 목소리가 작아 묻히는 대사가 많다.

특히 노래할 때는 더 안들린다는 게 가장 큰 문제.

설정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밀려날 때로 밀려난 존재감 전무한 그런 직장인같다.

레스트레이드 경감은 약간 자뻑스타일에 살짝 뒷북 쳐주는 그런 인물이었던거 아닌가? 

코믹한 것도 아니고,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유약한 존재도 아니고,

그렇다고 셜록 홈즈와 번뜩이는 두뇌를 나누는 지성도 아니고...

참 미지근한 맹물같은 존재가 되버리고 말았다.

 

무대 셋트도 아기자기 한 게 괜찮고,

셜록홈즈의 입에 문 파이프에서 실제로 담배 연기가 나게 배경을 만든 것도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창작뮤지컬 중에서 개인적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어갈 작품이다.

(실제로 언제 한번 랭킹을 꼽아봐야겠다. 창작뮤지컬 베스트 5 ^^) 

어쨌든 전체적으로 참 괜찮은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셜록홈즈 시즌 2도 "엔더슨가의 비밀" 만큼이나 성공적인 작품으로 잘 만들어졌음 좋겠다.

LEHI의 저력을 믿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4. 23. 06:25

<모비딕>

 

일시 : 2012.0320. ~ 2012.04.29.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원작 : 허먼 멜빌

출연 : 신지호, 윤한 (이스마엘 - 피아노) / KoN, 지현준 (퀴퀘크 - 바이올린) / 황건 (필레그, 에이협 - 첼로)

        이승현, 유성재 (스타벅 - 기타) / 조성현, 유승철 (플라스크 - 클라리넷, 트럼펫)

        황정규 (스텁, 모비딕 - 콘트라베이스) / 이지영, 차여울 (네레이드 - 피아노)

작,작사 : 조용신

작사,작곡,편곡 : 정애경

연출 : 조용신, 이소영

음악감독 : 정애경

 

액터 뮤지션 뮤지컬(Actor Musician Musical)!

참 난해하고 알 수 없는 단어다.

출연하는 배우가 노래와 연기는 물론 무대 위에서 악기까지 직접 연주하는 뮤지컬을 뜻한단다.

여기서 악기는 단순히 음악을 연주하는 도구로 사용되지 않는다.

때로는 소품으로 때로는 감정의 직접적인 표현으로 무대 위에 종행무진한다.

확실히 지금까지 뮤지컬과는 다른 방식의 표현이다.

신선하다 그리고 특별하다.

2011년에 초연됐을 때도 이런 특이한 표현방식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 해 다시 공연된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 꼭 봐야지 생각했던 작품이다.

초연때는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 1111 소극장에서 공연됐었는데

이번에는 중극장 연강홀에서 공연됐다.

공연시간도 인터미션 없이 110분이었다는데

지금은 1막, 2막으로  구분됐고 노래도 추가되면서 공연시간이 140분으로 늘었다.

작품을 보면서 작년 초연은 어땠을까 상상했다.

그래서 일부러 초연 멤버 위주로 캐스팅을 선택하기도 했다.

아무래도 공연장이 커지면서 연기만 전문적으로(?) 해온 배우들이 아니라

확실히 연기적 표현의 한계가 자주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 좋은 연주가들의 연주 분량이 더 많고 풍성했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만큼이나 날 사로잡은 "시선"이다.

전체적으로 관객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피쿼드호는 관객의 시선을 그대로 끌어안는다.

(문득 연극 <해무>가 떠오른다)

관객에게 관음의 시선, 혹은 공동운명체적인 집단적 동일성의 시선을 여지없이 부여한다.

게다가 사이렌을 떠올리게 하는 왼쪽 상단 네레이드의 신비스럽고 초월적인 시선과

왼쪽 하단 에이협 선장의 완강하고 일방적인 시선,

그리고 오른쪽 중간 이스마엘의 천진하면서도 위태로운 시선.

무대 중앙 깊숙한 곳의 스텁과 플라스크의 코믹하지만 현실적인 시선

이성적이여서 누구보다 가장 위태롭과 힘겨웠던 스타벅의 시선까지.

핀조명처럼 그들의 연주와 함께 그들의 시선을 쫒아가다보면 아득하게 황홀해진다.

결코 입의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하지 못할 이 모든 것들! 

<모비딕>은 확실히 별종의 존재이고 표현이며 느낌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무대 위에서 클래식한 악기들이 직접 인물이 되어 

그 음악적 연주로 움직이고 대화하는 이 기묘할만큼 환상적인 표현력!

이 매력적이고 차별적인 발상의 시작은 누구였을까? 어디였을가? 무엇이었을까?

 

story가 총촘하지 못한게 흠이라면 흠.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허멘 멜빌의 <모비딕> 원작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필레그 선주와 에이협, 1인 2역을 연기한 황건에게 감동하다.

두 인물을 너무 확실하게 구분해서 연기했고

그의 첼로 연주는 정말이지 대사같았다.

(그의 첼로 연주를 좀 길게 듣고 싶었는데 내내 아쉽다)

노래 실력도 수준급이다.

네레이드 차여울도 때로는 신비스러웠고 때로는 고요하지만 광폭했다.

유일한 여자였고 그리고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당차고 아름답다.

극의 흐름을 바꾸는 부분에서는 존재감이 확실했고

노래와 피아노 연주 역시 훌륭했다.

정말이지 꼭 뱃사람을 홀리는 사이렌 같이 유혹적이었다.

마초적인 퀴퀘그 KoN의 노래실력에도 깜짝 놀랐다.

단지 어눌한 대사는 (아마도 야만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정이었겠지만)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콘트라베이스 스텁의 사투리도 좀 아닌 것 같고...

황정규의 모비딕을 표현한 콘트라베이스 연주는 짧지만 강렬했다.

가장 저음을 낸다는 악기 콘트라베이스.

가콘트라베이스와 툭툭 치고 들어오는 드럼 소리에 심장 박동이 저절로 맞춰진다.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이승현은 많이 아쉽다.

그러나 어쨌든 참 신비롭다. 이 작품!

배우들의 연기적 표현은 많이 부족하고

연주자의 음악적 표현은 짧아서 아쉬웠지만

보는 사람을, 듣는 사람을, 느끼는 사람을 점점 더 잡아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공연장을 나오는 발걸음에 남는 아쉬움조차도

결핍과 부족함에 대한 찜찜함보다는

공연장에 들어갈 때보다 어쩐지 더 기대감에 차게 만든다.

 

기이하다, 이 작품!

앞으로의 진화가 몹시 기대된다.

내년에 다시 공연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까?

기대감을 가지고 충분히 기다릴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 30. 05:39
또 봤다.
그리고 또 가슴이 먹먹하게 아파왔다.
그래서 또 다시 울었다.
마치 처음 본 것 처럼...
<next to normal>
평범함 그 어디쯤.
죽어라 도달하고 싶어도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그 곳!
꿈꿔본 사람은 안다.
그 끝없는 한계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을...



개인적으로 뮤지컬 1세대 배우인 남경주, 최정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두사람의 노력과 공로도 알고 있고
물론 인정도 하지만 이상하게 목소리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관람했을 때도 굳이 이정열 댄을 선택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박칼린, 남경주, 한지상.
첫번째와 댄이 바뀐 두번째 관람.
이정열 댄을 보면서 그의 울움 섞인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는데
남경주 댄은 확실히 그런 느낌은 없다.
단지 반복되는 아내의 병에 지치고 찌든 남자만 있을 뿐.
(어쩌면 현실적으로 이런 남편의 모습이 더 사실적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남경주 작품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다.
작년 11월 공연 초반때보다 6명 배우들의 연기도 확실히 훨씬 더 깊어졌다.
발음 전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박칼린도 비교적 다 잘 들렸다.
특히 1막에서 아들과 왈츠를 추는 장면의 감정 표현은 많이 뭉클했다.
(아무래도 박칼린은 연출보다는 연기를 하는 게 여러가지로, 여러 사람에게 더 편할 것 같다)
이 부분에서 게이브 한지상의 노래도 좋았다.
잔잔하면서도 치명적이게 유혹적이라 정말 같이 가고 싶게 만들더라. 
정신과 의사역의 최수형도 두 명의 역할을 확실하게 분리해서 표현했다.
예전에는 다른 듯 같은 의사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으로 연기하는 것 같다.
최면요법에서 치고 나오는 최수형의 목소리는 정말 압도적일만큼 강렬하다.
(개인적으로 최수형이라는 배우가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선택할지 무지 궁금해졌다.)
등장인물 중에 제일 비중이 적은 헨리 역의 이상민,
첫번째 관람에서도 느낀 건데 목소리에 장점이 많은 배우같다.
탈렌트 공유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인데
작은 목소리에도 관객을 집중시키게 하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할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극~~~뽁 하시길...)
오소연과 한지상은 역시나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배역에 딱 맞아 떨이졌다.
특히나 게이브 한지상의 발군의 실력이 이 작품 재관람의 이유이기도 했다.
똑똑하고 현명한게 연기하는 젊은 배우를 무대 위에서 본다는 건 확실히 축복이다.
가끔 뮤지컬 <알타보이즈>의 한지상이 떠오를때면 혼자 흐뭇해진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꽤 괜찮은 배우 한지상.
(생각해보니 그래도 이 녀석 작품을 제법 봤다. 
 볼 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 점점 기대치가 상승하는 중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다.
이 내용이 단지 "그래, 그럴 수 있겠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너무나 절실하고 현실적인 내 삶이라는 걸.
한 걸음만 걸어가면 바로 벼랑 끝인 막다른 경계면에서
신문의 부고란에 질투를 느끼는 그런 사람들.
견디기 위해 키워낸 것이라고는 고작 환상이 전부인 사람들!
환상은 다 자기방어라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자기방어!
그러나 자기방어라도 해야 그나마 버텨지는 거다.
next to normal
거울 앞에 마주선 나를 보다!

* 다시 봐도 음악과 무대가 참 굉장하다.
  한국어 OST를 판매하던데 오래 고민하다 그냥 나왔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노래라 극에서 느낀 감정들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OST를 사서 후회한 적이 꽤 많이 있다.
  심지어는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지기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이 혹시라도 OST 때문에 어긋날까 싶어서 그냥 왔다.
  개인적으로 1층보다는 2층 맨 앞자리에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단, 2층 중앙열 한 가운데는 피할 것!
  극장 천장에 있는 구조물(?) 때문에 3층에서 연기하는 게이브의 모습이 대부분 가려진다.
  꼭 팔다리만 허적거리는 괴물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3. 06:15

<Next to normal>

일시 : 2011.11.18. ~  2012.02.1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출연 : 박칼린, 김지현(다이애나), 남경주, 이정열(댄),
        한지상, 최재림(게이브), 오소연(나탈리), 이상민(헨리), 
        최수형(정신과 의사)
연출 : 라우라 피에트로핀토(협력 연출 : 변정주) 
대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Tom Kitt)

20년만에 칼마에 박칼린을 뮤지컬 배우로 돌아오게 만든 작품이다.
한지상과 함께 게이브 역을 맡은 최재림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파우스트적인 욕망마저 드러냈다.
남경주는 또 어떤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돈을 받지 말고 돈을 내고 공연해야한다고까지 표현했다. 

오디션 공고를 보고 첫날 접수를 하러 간 이정열은 접수번호를 보고 놀랐단다.
아침 일찍이라 앞번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번호가 500번대 였노라고.
군을 제대한 한지상은 복귀 첫작품으로 <Next to normal>의 게이브를 주저없이 선택했다.
심지어 일본 사계의 잘나가는 한국배우 김지현도 이 작품을 위해 일본에서 날아오기까지했다.
이정도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을만큼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각오가 이래적이으로 남달랐다.
2009년 브로드웨이 토니어워즈 3개 부분 수상,
(최고 음악상, 최고 오케스트레이션상, 여우 주연상)
그리고 2010년 플리쳐상 수상.
<뉴욕타임즈>는 "좋은 느낌을 뛰어넘어 완벽한 느낌이 드는 뮤지컬"이라고 극찬했다.
도대체 이 작품이 뭐가 있길래!
정말 뭐가 있기는 있는건가?
이게 다 초연되는 작품에 대한 밑밥이고 거품은 아닐까?

 다이아나 : 박칼린        댄 : 이정렬        게이브 : 한지상

   나탈리 : 오소연        헨리 : 이상민        의사 : 최수형

 

프리뷰 공연을 봤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와 음향 등의 기술적인 실수가 여러 차례 보이긴 했지만
나는 지금 완벽하게 이 작품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 계속 빠져있을 것 같다.
쏟아지는 모든 찬사 다 집어치우고 이 작품!
나에겐 일종의 빛(light)이고 결정적인 위로였다.
Next to normal 이라니...
이건 내가 늘 꿈꾸던 간절하고 간절한 희망사항 아니던가!
아주 오래전 나도 누군가에게 나탈리가 했던 말을 그대로 했었다.
"평범같은 건 안 바래.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평범함! 그 주변 어디, 거긴 가보고 싶어.
 그 근처 어디라면 견딜께"
비록 나는 나탈리처럼 견뎌보겠다는 말은 못했었지만...
내겐 평범에 도착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숨이 턱까지 차는 일이었니까.
그렇다고 내가 지금 normal할까?
여전히 normal은 내겐 불멸의 희망사항이고 next to normal 거기까지만이라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16년 동안 조울증을 앓고 있는 다이애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꼭 내 미래의 모습 같다.
나도 두렵다.
어느날 이 오랜 우울증이 날 잡아먹을까봐.
그래도 그녀가 나보다 더 괜찮은 거 아닌가?
내겐 죽었지만 내내 함께 곁에 살면서 나이 먹어가는 자식도,
멀쩡히 살아있지만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자식도 없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곁에 있겠다는 남편 역시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그런 가족을 남겨두고 자신을 견디기 위해 떠난다.

얼마나 아팠을까...
보고 있는 내내 꾹꾹 올라오는 통증을 삼키느라 나는 너무 힘들었다.
 



불이 켜진 집 앞,
어두운 골목을 서성이며 사랑하는 가족을 오랫동안, 그것도 간절하고 애타게 기다리지만
결단코 단 한 번도 만나지지 않는 가족들.
가슴이 그걸 느낄때마다 내가 다 안타깝게 무너진다.
이 사람 아니면 당작 죽을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이라도 이 느낌은 모른다.
확 뛰어내리고 싶은 벼랑끝 인생을.
내내 죽은체 사는 이 더럽게 끈적하고 너저분한 기분을.
그래서 다 놓고 싶은 마음을.
나는 다이애나의 간절한 통증, 그 마디마디까지도 선명히 느낀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불행이다.
<Next to normal>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마치 겨울 앞에 발가벗고 선 느낌!
내 모습을 이렇게 대놓고 봐버렸는데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뮤지컬 넘버도 그대로 하나하나 가슴 속에 수직으로 꽃힌다.
다이애나의 노래도, 댄의 노래도, 그리고 게이브의 노래까지도...
너무 아파서 질근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도 없다.
이 이야기의 끝을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지켜보라고 누군가 말하는 것 같다. 
힘들다.
어쩔 수 없단다.
버티란다.
어떻게든 버텨보란다.
그런데 버티면?
그러고나면 정말 올까?
힘겨워도 버텨내면 한줄기 빛이 정말 올까?

행복만을 위해서 사람이 사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 운명이 자신을 잡아채기 전에 모험을 시작하란다.
그러면 살 길은 또 생긴단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내겐 더없는 위로가 됐고 결정적인 힘이 됐다.
이제 어쩌면 나는 다시 next to normal을 꿈꿀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래, 다시 견뎌보자!
So Anyway!



<Next to normal 1>
01. Prelude - 0:26
02. Just Another Day - 3:49
03. Everything Else - 1:49
04. Who's Crazy/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5:02
05. Perfect For You - 2:03
06. I Miss The Mountains - 3:46
07. It's Gonna Be Good - 1:25
08. He's Not Here - 1:15
09. You Don't Know - 1:30
10. I Am The One - 3:16
11. Superboy And The Invisible Girl - 2:08
12. I'm Alive - 3:14
13.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 3:58
14. I Dreamed A Dance - 2:20
15. There's A World - 1:34
16. I've Been - 2:44
17. Didn't I See This Movie? - 1:30
18. Light In The Dark - 2:45

<Next to normal 2>
01. Wish I Were Here - 3:06
02. Song Of Forgetting - 3:23
03. Hey #1 - 1:39
04. Seconds And Years - 0:39
05. Better Than Before - 4:28
06. Aftershocks - 1:47
07. Hey #2 - 1:24
08. You Don't Know (reprise) - 1:27
09. How Could I Ever Forget? - 2:50
10. It's Gonna Be Good (reprise) - 0:32
11. Why Stay?/a Promis - 2:35
12. I'm Alive (reprise) - 1:11
13. The Break - 1:23
14.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reprise) - 1:40
15. Maybe (next To Normal) - 4:00
16. Hey #3/perfect For You (reprise) - 2:23
17. So Anyway - 3:08
18. I Am The One (reprise) - 2:16
19. Light - 4:21



                                        You Don't Know + I Am The One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