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11. 18. 08:25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 김신의 (Michael) / 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결정했다.

그냥 이 작품에 중독되기로!

<NDP> 수요일 낮공연을 보고 집에 가다 그야말로 즉흥적으로 합정역에서 내려버렸다.

현장예매를 하러 갔더니 마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stage석이 1자리 남아있었다.

한지상 Tom과 임정희 Sara, 홍경수 Micheal.

다행히 캐스팅도 첫번째 관람과 문진아 Narrator만 빼고는 전부 달랐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한지상, 강태을, 최재웅으로만 1번씩 관람할 예정이었는데

단 두 번의 관람만으로 "중독"을 결정해버렸다.

그래, 한번 지긋지긋해질때까지 이 작품에 빠져보는거다!

 

정말 많이 기대했던 한지상 Tom.

(원래 이 녀석 Tom은 12월 8일에 볼 예정이었는데...)

먼저 봤던 강태을 Tom이 퇴페적인 나쁜남자였다면

한지상 Tom은 허풍과 허세를 버리지 못하고 자기 잘난 맛에 사는 미성숙한 과도기(?) 어른 같다.

그래선지 임정희 sara와도 연상연하처럼 보여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이  별로 안들더라.

노래를 부를 때도 한지상은 일부러 음도 좀 다르게 낸다.

불협까지는 아니지만 어딘지 뭔가 균형을 깨는 음이라 처음엔 많이 의아했다.

표현하자면 모두 장조로 부르는데 혼자 단조로 부르는 느낌이랄끼?

듣는 나는 참 난감하고 어색한데

무대 위 한지상은 마치 그 음이 정확한 음인것처럼 초지일관으로 당당하고 자유롭다.

그래서 할 말이 없다.

(배우가 이렇게 자신있어 하는데...)

그래도... 한 마디 하자면 같이 공연하는 배우들과 음의 발란스는 어느 정도 맞춰줬으면 좋겠다.

어찌됐든간에 한지상의 음이 현장에서 듣기에 튀는 건 사실이니까.

 

stage석이라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임정희 sara는 목소리가 좀 막혀있었다.

발음도 정확성이 떨어졌고 넘버들도 거의 비슷한 뉘앙스로만 불러 아쉬웠다.

표정과 연기도 아직은 자유스럽지 않았고

한지상 Tom과 터치 장면은 조금 망설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최재웅과 임정희 페어로 29일 봐야 하는데 살짝 망설이게 된다.

 물론 최재웅이 확실하게 리드해 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홍경수는 Micheal이라는 배역 자체가 지금껏 그가 해왔던 배역과 너무나 달라서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는데

Sara의 부정을 알고 폭발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밋밋했다.

그래도 홍경수로써는 그의 배우 인생 최초의 일탈이고 변신이지 않았을까!.

문진아 Narrator는 두번째도 역시나 매력적이다.

초반도 그렇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더 매력적으로 변하는 배역이고 배우다.

홍륜희 narrator는 아직 보지도 못했는데 이미 문진아로 취향이 정해버린 것 같아 걱정이다.

그야말로 이 작품으로 제대로 포텐 터뜨렸다.

 

기대했던 stage석!

참고로 뒷줄 stage석은 절대로 비추다!

배우들이 들락날락하는 옆모습 보는게 처음엔 좀 신기했는데 그것 뿐이다.

반대편 무대를 보는 건 진즉에 깨끗이 포기해버렸고

배우들이 연기하는 거라도 보려고 계속 고개를 뺐더니 급기야 어깨 통증까지 오더다.

게다가 스피커 사각지대라 노래와 연주, 음향이 계속 울리게 들리는 것도 은근히 신경쓰였다.

앞쪽 side stage석이나 bar석은 모르겠지만

연주자 라인 stage석은 여러모로 각오하고 앉는게 좋을 듯.

(한자리가 남이 있었던 이유를 확실히 알았다)

 

끈적하고 은밀한 "Mouth Tatto"와 "The Crying Scene"

감미로운 "Sara"와

확고한 현실과 간절한 환상 사이의 줄타기 같은 "Answer Me"

사이코틱하면서도 애절함이 가득 담긴 "I'll Be There"

너무나 다른 느낌을 주는 Tom, Sara, Micheal  세 사람의 "You Belong To Me"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한동안 난 이 넘버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 거.

이 작품은 어쩌면 나를 향한 "경고"인지도 모르겠다.

이 경고를,

나는 과연 받아들이게 될까?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12. 08:33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 김신의 (Michael) / 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김수로 프로젝트가 선택한 일곱번째 작품 <Murder Ballad>

김수로가 뉴욕에서 이 작품을 보고 10분만에 라이선스를 사야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김수로풍의 허풍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김수로의 안목이 탁월했다는거다.

막장의 줄거리는 워낙에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익숙한 코드라 이젠 낯설지도 않고 오히려 식상한 쪽이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눈과 귀를 확 잡아끄는 묘하고 강한 매력이 있다.

넘버도 너무나 좋거 가사 번역도 훌륭하다.

라이선스 쏭스루 뮤지컬 경우 특히나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가사가 많이 어색해지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서 놀랐다.

심지어 누가 한국어 가사를 손봤는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이정미란다. 뉘신지는 잘 모르지만 진심어린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주 은밀하고, 자극적이고, 위험하고, 파괴적인 작품.

<Muder Ballad>의 첫느낌은 그랬다.

 

사랑 그건 몸의 흔적이 삶의 낙인이 되네

사랑 그건 살을 도려낸 삶의 흉터가 되네

 

극중 Sara와 Tom이 부르는 넘버가 내내 귓가에 남아있다.

비밀을 간직하기로 작정한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위험한 은밀함.

같은 사람과의 다시 사랑하기로 결정했다면 

결말은 오직 파멸 하나뿐일까?

그게 답의 전부일까?

어쩌면 나는 이 막장의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비춰보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작품에 이렇게까지 미치게 휘말리고 있는 중인지도...

나처럼 위험한 이 작품을.

나는 앞으로 몇 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탐과 마이클, 사라 중에 누구에게 점점 더 동의하게 될까?

이 작품에 빠지게 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강태을의 Tom.

<그날들>에서 본 배우 강태을의 모습이

내게 <Murder Ballad>을 첫공 선택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의 노래와 연기가 아주 탁월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Tom이라는 배역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

배우와 작품 속 인물이 잘 어울린다는 건 확실히 양쪽 모두에게 행운이다.

이로써 강태을과는 <그날들>과 <Murder Ballad>두 작품으로 완벽하게 그리고 극적으로 화해를 한 셈이다.

장은아의 sara와 강태을 Tom의 케미 아주 좋았고

둘은 은근히 퇴폐적인 느낌이라서 작품과도 잘 어울렸다.

장은아 Sara가 성두섭, 한지상 Tom과는  어떨지 좀 걱정되긴 하지만

두번째 뮤지컬 작품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똑똑하고 현명하게 자신의 보이스와 잘 맞는 역할을 아주 잘 선택했다.

미친 가창력 몽니 김신의.

처음에 그가 Tom이 아니라는 게 너무 이상했는데 후반부에서 그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다.

감정적으로 가장 극과 극을 오가야만 하는 Micheal.

초반부의 연기는 사실 좀 오글거리긴했다.

그래도 후반부의 폭발적인 모습은 확실히 김신의스러웠다.

(그게 좀 문제이긴 했다. 마이클이 아니라 몽니 김신의가 더 많이 보여서...)

마지막으로 나레이터 문진아.

문진아가 이런 작품, 이런 역할에도 잘 어울린다는게 개인적으론 놀라운 반전이었다.

나레이터가 이 작품의 key이고 제목과도 제일 관계있는 인물일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막상 예상한 그대로의 결말을 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바로 이어지는 커튼콜때문에

결말의 임펙트가 충분히 살지 못한 건 역시나 너무 아쉽다.

마치 지금까지가 인트로고 커튼콜이 본공연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론 극이 시작되기 전에 배우들이 객석까지 나와 관객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좀 불만이다.

Tom과 Sara, Micheal로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강태을과 장은아, 김신의, 문진아의 접객을 받는 것 같아서...

심지어 배우들을 어셔로 알고 티켓을 보여주면서 좌석을 찾아달라는 아저씨도 있더라.

노파심일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다 극이 시작되면 집중이 될까 실기도하고...

(너무 속좁은 개인적인 생각인가!)

stage석은 괜찮은데 bar 석은 앞자리 관객의 시야방해를 만드는 건 좀 문제다.

1열에 앉아서 bar 석의 관객을 몸과 머리를 피해가면서 관람하느라 좀 피곤했다.

그리고 배우들이 눈을 마주칠때마다 어찌할줄 몰르는 관객의 모습을 보는 것도

커튼콜에 배우들과 달리 멀뚱하게 서있는 관객을 보는 것도 좀 그렇더라.

적당한 거리라는 건 확실히 필요한 것 같다.

bar석을 예매하는 관객에게 부탁 하나 하자!

좋아하는 배우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밀참감에만 현혹되지 말고

무대 위에서 확실히 미칠 자신이 없다면 bar석은 과감히 피해주는 용기를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꼭 bar석에서 봐야겠다면,

그냥 모든걸 던져버리고 과감히 미쳐라!

그래야만 작품도 살고,배우도 살고, 관객도 산다.

격하게 공감되지 않나???

 

그런데 Sara와 Micheal,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 다음 관람은 기대하고 기대하고 있는 최재웅 Tom과 임정희 Sara.

  게다가 stage석이다.

  최재웅만으로도 난 기꺼이 미칠 준비가 됐다! ^^

  (bar석만큼 과감히 미칠 자신은 없어서 stage석에서 최선을 다해 미쳐볼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16. 07:44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그래! 이런 느낌이다.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이 내의 <블랙메리포핀스>를 제자리로 돌려놨다.

깊고도 오랜 트라우마를 끌어 안고 버티고 있는 한스를 표현한 김재범은.

특히나 매장면 내 눈과 귀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그대로 모두 한스였다.

너무나 안타까운 건,

<풍월주>와 <형제는 용감했다>의 연이은 일본 공연으로

김재범 한스의 회차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단언컨데 서윤미 연출도 나만큼 이 사실에 통탄해하고 있을거다.

확실하다!

김재범은 한스라는 인물을 완벽히 이해하고 있고 충분히 표현해내고 있다.

프리뷰였음에도 마치 아주 오래전부터 내내 이 작품을, 이 역할을 해온 사람같다.

정상윤 한스를 애타게 그리워하는 중이었는데

김재범이 내게 다른 한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상황과 감정을 아주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이해시켰다.

지켜주지 목하고 보호해보지 못한 이들을 향한 깊고 깊은 죄책감.

트라우마의 시작은 과거의 어느 한 지점, 그곳에서 시작된다.

 

"최면을 통한 무의식 조종"

작품 속에도 나오는 히틀러의 오른팔 괴벨스는 실제로 이런 말을 했다.

"대중은 거짓말을 처음에는 부정하고, 그 다음에는 의심하지만 계속 되풀이하면 결국에는 믿게 된다"

섬득하지만 충분히 진실이다.

익숙해진다는 건,

그래서 무섭고 거대한 괴물이다. 

과거와 대면하겠다는 건, 이 괴물과 대면하겠다는 의미다.

방법은 없다.

대면하는 수밖에...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은

끄질지게 반목하면서 묘하게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

보여지는 것고, 느껴지는 것 사이의 거리를

이 둘은 자유자재로 조정하면서 작품 전체를 컨트롤한다.

특히 김재범이은 신의 한 수를 보여줬다.

죄책감에 사로잡혀 술에 의지한 채 버텨온 한스를 과하지 않게 표현한 것도 탁월했지만

김성일 헤르만의 잠재력까지 끌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놀랐다.

이경수 한스가 과거(악몽)과 싸워서 이겨내겠다는 투사의 느낌이라면

김재범 한스는 뭐가 됐든 진실과 대면하겠다는 존재론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훨씬 더 깊고 집요하게 파고든다.

그러면서 감정을 전혀 숨기지 않고 그대로 노출시킨다.

유서를 읽는 장면과 안나의 고통과 대면하는 장면,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겁에 휩싸인 장면에서는

나조차도 김재범 한스로 인해 감정동화가 일어났다.

마치 내가 한스인 것 같은 착각.

너무나 괴로웠고, 너무 많이 아팠고, 너무 많이 힘겨웠다.

피하고 싶을만큼...

김재범은 어떻게 이런 한스를 만들어낸걸까?

정상윤과는 또 다른 느낌의 한스였고 둘 다 내겐 최고의 한스다.

 

지난번 관람때는 윤소호 헤르만이 최성원 요나스보다 훨씬 동생같았는데

김성일 헤르만이 드디어 최성원 요나스의 자리를 찾아줬다.

<여신님이 보고계셔> 이후 최성원도 참 매력있다.

이 역할이 과연 최성원에게 어울릴까 싶었는데 볼수록 잘 어울린다.

고음도 참 이쁘고...

(서윤미 연출의 눈은 확실히 예리하다.)

김성일 헤르만과 문진아 안나와의 동작도 윤소호보다는 훨씬 안정감이 있어서 좋았다.

(키 큰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함께 맞춰야 하는 동작이 많은 이런 작품에서는...) 

한스와 헤르만의 대립!

이경수, 윤소호의 부딪침은 고성이 난무하는 싸움의 형태였다면

김재범, 김성일의 부딪침은 해결을 위한 치열함이었다.

그게 가능했던 건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이 갖는 내면의 깊은 "믿음" 때문이었고

김재범, 김성일 두 배우가 내게 그걸 보여줬다.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말하고 싶다..

정말 좋았다고....

첫번째 관람에서 느낀 낮섬을 이들이 완전히 회복시켜줬다고...

그래, 확실하다!

이 작품은 아주 오래동안 나와 "동행"할거다.

작품 속 형제들은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노라 다짐했다.

그러난 나는 불행을 떠올릴때 이 작품을 생각할거다.

내 옆자리를 내주고 함께 "동행"할거다.

꼭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9. 08:08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 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과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네 사람의 대답.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

난 이 말은 틀린 명제라고 생각했다.

불행과 동행하겠다면,

행복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에 불과할 뿐이라고...

그런데 2012년 5월 이 작품이 대학로에서 처음 봤을 때,

나는 이 장면에서 완벽하게 무장해제 되버렸다.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도 지금처럼 프리뷰 공연어었고

작품이 끝났는데도 나는 한동안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아마도 그때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위로을 받았던 모양이다.

시티컬하고, 우울하면서 어딘지 유치하게 파괴적인 이 작품이 나를 다독였다.

"괜찮다, 괜찮다"고...

그리고 내내 이 작품을 그리워하다 재공연 소식을 듣고 너무나 반가웠다.

혹시 또 다시 내게 위로가 필요해졌다는 뜻일까?

대답은!

설마... 혹은 어쩌면... 이다.

 

그런데 재연으로 올라온 <블랙메리포핀스>는 어딘지 조금 낮설었다.

편곡이 달라서였을까?

아니면 배우들이 완전히 달라져서?

그것도 아니면 공연장의 차이 때문에?

이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짙게 깔린 안개 속에 홀로 서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안개 속에서 순간순간 깊은 무게감을 목격했었다.

그런데 다시 본 이 작품은 가볍고 소란스러워졌다.

어쩌면 배우들이 작품 속에, 인물 속에 충분히 동화되지 못해서인지도 모르겠다.

 

기대했던 이경수 한스는 <셜록홈즈>의 에릭 앤더슨을 다시 보는 것 같다.

목소리톤도 딱 에릭 앤더슨이다.

사투리처럼 느껴지는 발음도 여전히 신경 쓰이고...

때때로 <미스 사이공> 투이의 모습도 보인다.

알코홀릭에 빠진 제대로 시니컬한 변호사 모습이었다면 좋을텐데...

 

윤소호 헤르만은 배역에 깊게 들어가지 못하고 어딘지 주변을 맴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배우가 인물에 충분히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배역에 배우가 끌려가는 느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타인에게 이해시킨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게다가 윤소호의 큰 키는 적어도 이 작품에서만큼은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그 키가 문진아 안나와의 장면에서 균형감을 제대로 흔든다.

두 사람의 동작을 보고 있으면 내가 다 위태위태하다.

초연때 안나와 헤르만의 손동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살려내고 있지 못하다.

 

문진아 안나와 최성원 요나스, 홍륜희 메리는 나쁘지 않았다.

애늙은이 같을 줄 알았던 최성원 요나스는 의외로 귀염성 있었고

홍륜희 메리는 모성애를 부각시킨 게 오히려 새로운 표현이라 좋았다.

 

무대와 조명은 초연때보다 훨씬 더 좋아졌고

편곡은 살짝 가벼워진 것도 같다.

개인적으로 이상하게 자꾸 행진곡이 떠올라 몇 번 난감했다.

혹시 내가 초연에 너무 집착하고 있는 걸까?

자꾸만 정상윤과 전성우가 그리워진다.

(한스는 정말 정상윤이 딱인데!)

어딘지 뭔가 좀 부족하고 자꾸 덜커덕거리는 느낌!

그래도 아직 프리뷰니까...

기다려보면 훨씬 더 좋아지지 않을까?

왜냐하면 그래도 될만큼 충분히 좋은 작품이니까.

적어도 내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