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9. 2. 14. 08:29

 

<오이디푸스>

 

시 : 2019.01.29. ~ 2019.02.24.

장소 :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원작 :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극작, 각색 : 한아름

무대 : 정승호

연출 : 서재형

출연 : 황정민(오이디푸스), 배해선(이오카스테), 박은석(코러스장), 최수형(크레온), 남명렬(코린토스 사자) 외

제작 : (주)샘컴퍼니

 

2013년 LG아트센터에서 본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기억이 선명하다.

작품을 보고 썼던 글의 시작은 이랬다.

"이 대단한 작품에 대해 도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지금도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면 전율이 느껴진다.

객석이 무대에 있어서 관객을 원형극장에 모인 테베의 시민으로 만들어버린 것도 놀라웠고

엔딩 장면에서 원래의 넓은 객석이 오이디푸스가 떠나는 길로 형상화되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두 대의 피아노와 나무 의자들,

그리고 배우들의 하얀 의상까지...

지금도 눈에 선명하다.

그때 오이디푸스 역을 한 박해수를 보면서 생각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하긴 그 공간에서만큼은 모두 미친 사람들이었다.

배우들도, 스텝들도, 제작진들도 심지어 관객들까지도...

 

다시 돌아오는구나 생각하니 좋았다.

그때 받았던 광기에 가까운 전율을 다시 느낄 생각을 하니 더 좋았다.

그래서 최대한 가까이서 보려고 무려 OP석을 예매했다.

황정민의 전작 <리처드 3세>도 너무 좋았고

출연배우들도 다 좋아서 두루두루 기대감이 컸다.

그랬더랬는데...

실제로 본 작품은 2013년도와 같지만 결이 많이 다른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too much 하다는 느낌.

캐릭터 포스터 보면서도 too much하다고 생각했는데

무대도, 의상도, 분장도, 연출도, 조명도, 연기도 다 그렇더라.

(제일 too much한 배우는 코러스장 박은석)

대사가 바뀐 것도 아쉬웠고

음향과 코러스의 역할이 확 줄어든 것도 아쉬웠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너무 너무 너무 많이 아쉬웠던 작품.

아무래도...

2019년의 <오이디푸스>와 2013년의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결정과 선택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숙명.

부은 발, 오이디푸스.

그 이름이 운명을 말해주리라.

오이디푸스를 보라!

저 뒷모습을 본 자라면 명심하라.

누구든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지 말라.

오이디푸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9. 27. 11:55

 

<틱틱붐>

 

일시 : 2017.08.29. ~ 2017.10.15.

장소 : TOM 1관

원작, 작사, 작곡 :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박지혜 

출연 : 이석준, 이건명 (존) / 배해선, 정연 (수잔) /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 (마이클)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의 눈물

그걸로 다했다.

"Why"는 존의 마음이지만

20년을 무대와 함께 한 이석준의 마음이고

배해선, 성기윤의 마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배우가 작품 속 인물가 오버랩되는걸 싫어하는데

(적당한 거리감, 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이라)

이 작품만큼은 예외로 둬야겠다.

아예 캐스팅보드에 존의 이름을 빼버리고 이석준 이름만 써도 충분하겠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초연을 못 본 걸 아쉬워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작품을 보는 내내 여러 감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부끄럽기도하고, 명확하기도 하고, 속시원하기도 하고.

 

어릴때 봤다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은 못느꼈을것 같다.

타인의 초상화에 내 자화상을 보는 느낌.

 

tick, tick, tick...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간다.

문득 궁금해졌다.

50대에 이 작품을 본면 어떤 느낌이 들지가.

아마도 딱 이렇겠지!

Boom~~~~~~~~~~~!

 

혹은,

 

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9. 13. 09:44

 

<틱틱붐>

 

일시 : 2017.08.29. ~ 2017.10.15.

장소 : TOM 1관

원작, 작사, 작곡 :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박지혜 

출연 : 이석준, 이건명 (존) / 배해선, 정연 (수잔) /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 (마이클)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이 뮤지컬에 데뷔한지 벌써 20년이 됐단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동년배로서 나역시도 이 배우들을 보는 감회가 참 새롭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주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사람들이라는거다.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그래선지 초연캐스팅 그대로 돌아와 준 게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비록 겉모습은 서른이 바라보는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그럼 또 어떤가!

난 그 모습이 오히려 너무 좋더라.

작품과 배우의 역사를 보는 것 같아서 어딘지 뭉클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세 배우의 202ㅜ년을 축하해주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 첫공을 봤다.

<렌트>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20년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혀 촌스럽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는다.

스토리도, 음악도 모든게 다.

조나단 라슨은 이 두 작품만으로도 천재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작품은 조나단 라슨의 실제로 겪은 일화를 그대로 뮤지컬로 만들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존의 워크샵 공연 <superbia>도 실체가 있는 작품으로

<Superbia>과 <Tic Tic Boom>으로 재탄생됐다고 하겠다.

1989년 완성한 <렌트>도 빛을 보지 못하다가 7년 후에 겨우 무대위에 올려졌다.

(에이즈환자가 주인공이었으니 그 당시엔 엄청난 파격과 이슈였겠다.)

우려와는 다르게 <렌트>는 그해 플리처상과 토니상 등 뮤지컬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라슨은 이 모든 성공을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렌트>가 브로드웨이 공연되기 2 주 전 집에서 차를 마시다 대동맥혈전으로 35살에 사망해버린다.

만약 조나단 라슨이 그렇게 사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렌트>와 <틱틱붐>을 넘어서는 작품을 보게 됐을수도 있었을거다.

이 두 작품을 볼 때면 그래서 비운의 천재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조나단 라슨의 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더 안타깝고...

이 작품도 모든 넘버가 다 끝장이다.

한국어 번역도 너무 잘됐지만

멜로디 자체가 귀에 속속 들어온다.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면서 한편으론 아주 친숙한 느낌.

그러고보니 딱 이건명과 이석준 같다.

 

멋짐이란게 특별한게 없는것 같다.

이 날만큼은 20대를 연기하는 이건명, 배해선, 성기윤,

이 세 명의 40대 배우들이 진심으로 멋짐 폭발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열정과 인물에 대한 사랑은

20대의 파이팅 그 이상이었다.

멋져! 멋져!

 

 

01. 30/90 - Company
02. Green Green Dress - Jonathan, Susan
03. Johnny Can't Decide - Company
04. Sunday - Company
05. No More - Michael, Jonathan
06. Therapy -Jonathan, Susan
07. Times Square -
08. Real Life - Company
09. Sugar - Company
10. See Her Smile - Company
11. Superbia Intro -
12. Come to Your Senses - Karessa
13. Why - Jonathan
14. 30/90 Reprise
15. Louder Than Words - Compan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1. 23. 08:47

 

<로미오와 줄리엣>

 

일시 : 2016.12.09. ~ 2017.01.15.

장소 :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원작 : 세익스피어

연출 : 양정웅

출연 : 박정민(로미오), 문근영(줄리엣), 손병호(로렌스 신부), 양승리(티볼트), 김찬호(페리스), 김성철(벤볼리오)

        서이숙, 배해선 (유모) / 김호영, 이현균 (머큐쇼)

제작 : 극립극장 달오름극장, SEM Company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2017년 내 첫 관람작이 됐다.

이 작품을 보겠다 작정한 이유는,

첫번째가 양정웅 연출에 대한 믿음이었고

두번째는 영화 <동주>에서 너무 인상깊게 본 배우 박정민 때문이었다.

문근영은 예전에 <클로저>라는 연극을 봤었는데 나쁘지 않았었고

박정민, 문근영 두 동갑내기의 연인 연기가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가 무색할 정도의 민망한 작품이었다.

문근영의 줄리엣의 딕션은 불안하고 어색했고,

눈을 동그랗게 뜨는 표정은 한결같았으며

손발을 부들부들 떠는 연기는 보는 내가 다 손발이 오그라들었다.

박정민 역시 너무나 가벼워서 고뇌에 빠진 로이오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았고

몸 안에 바람이 가득 담긴 풍선처럼 시종일관 붕 떠있었다.

게다가 김호영이 이렇게까지 딕션이 형편없었나...

혹시 설정인가 싶어서 계속 주의깊게 지켜봤는데 아무래도 설정은 아닌것 같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페리스 김찬호의 활용도 너무 아쉬웠고

이럴바에야 김찬호가 페리스가 아닌 로미오를 했다면 훨씬 좋았겠다 싶었다.

"정형시 형식의 소네트로 구성된 세익스피어 작품 특유의 화려한 수사와 언어유희를 최대한 활용하여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 작픔을 이끌어낼 전망" 이라고 사전 인터뷰 내용을 봤었는데...

안타깝게도 전망도, 노력도, 결과도 그에 미치진 못했다.

 

카메라와 무대 연기가 얼마나 다른지 절감했고

그 간극을 좁히기에는 문근영, 박정민의 노력이 미약했다.

배우 스스로는 갑정에 몰입하긴 했으나

그걸 관객이 공유하게 만들어내진 못했다.

아.. 문근영, 박정민이 연기를 하는구나... 정도. 

극 자체도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웠고

무대도 의상도 균형감이 없었다.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남은건 아이러니하게도 로미오도, 줄리엣도 아닌 유모 배해선이었다.

배해선이 유모에 어울리긴 할까 의심했는데 의심이 미안할 정도였다. 

나중에는 배해선을 주인공으로 한 <유모외전>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세상에나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그래도 로미오와 줄리엤인데

유모를 주인공화 하다니...

세기의 연인에게 이런 웃지못할 비극을 선사하게 될 줄이야...

참 여러모로 면목이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13. 07:56

<Mozart>

일시 : 2014.06.11. ~ 2014.08.03.

장소 :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볼프강 모차르트)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콘스탄체 베버)

        박철호, 이정열 (레오폴드 모차르트)

        민영기, 김수용 (콜로라도 대주교)

        신영숙, 차지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배해선, 임강희 (난넬 모차르트)/ 이경미, 김현숙 (체칠리아 베버)

        조성지, 박형규 (쉬카네더) / 윤펠릭스, 곽이안 (아마데)

        김초은, 최민주 (어린 난넬), 황만익(아르코백작)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All new Mozart"

4번째 공연되는 <모차르트>는 새로운 작품이 될거라고 했다.

무대와 의상이 완전히 바뀔거고

새롭게 추가된 곡이 있고 기존의 넘버들도 가사와 편곡이 많이 달라질거라고도 했다.

그래도!

<모차르트>는 <모차르트>겠지, 뭐가 달라질까?

....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일단 인정부터 하자.

뭐가 어찌됐든 공들인 흔적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 들인 흔적은 역력하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은 이 작품을 쇼뮤지컬쪽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싶을 정도다.

사실 지금까지 <모차르트> 무대가 좀 황량하고 밋밋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바뀔 줄은 몰랐다.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을만큼 낯설다.

(익숙함이란, 사람을 이렇게 당혹스럽게 만드는구나...)

 

본공연을 예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프리뷰까지 찾아본 건,

순전히 박은태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의 모차르트는 노래도 연기도 딕션도 감정도 너무나 좋았다.

특히나 넘버 한 곡 한 곡의 감정이 다 살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예전 버전에 대한 향수에 빠졌었는데

어느틈에 박은태 모차르트에게 완벽하게 사로잡혀 버렸다.

갈수록 모차르트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돼서 조금씩 조금씩 힘들어지기도 했다..

확실히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박은태란 배우를 다른 영역으로 이끈 모양아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아주 매혹적이더라.

스스로 가발을 벗어던지는 모차르트의 모습도 엄청난 파격이었는데

그게 박은태의 파격적인 짧은 머리와 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더라.

(모차르트가 자아를 찾는 이 장면이 작품 자체에도, 박은태라는 배우에게도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모차르트와 분신 아마데와의 관계도 예전보다 표면화가 잘 됐고

편곡은 조금 더 락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바뀐 가사는 낯설지만 편곡의 변화 자체는 나쁘지 않더라)

박은태의 넘버 표현력은...

백만번을 칭찬한대도 오히려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는 감정이입의 절정을 보여준다.

마치 <프랑켄슈타인>의 "난 괴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던 2막 마지막 모습은 어찌나 처철하던지...

예전의 박은태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투사적인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었는데

(그래서 그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지!)

지금의 박은태는 신성한 내림굿을 받듯 역할 그 자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고통스럽고 힘들었겠다.

덕분에 나는 또 황홀했다.

 

 

우려했던 임정희 콘스탄체는 의외로 잘 어울려서 놀랐고

기대했던 김수용 콜로라도는 초반에 가사 전달이 살짝 안 된걸 빼면 나쁘지 않았다.

민영기가 묵직하고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콜로라도였다면

김수용은 현명하게도 시니컬하고 신경질적인 콜로라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게 본인의 음색과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모차르트와의 듀엣곡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에서 

박은태의 음색과 합쳐지면서 서로 짱짱하게 버티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신영숙도의 "황금별"은 말 할 필요도 없고

배해선과 이정열도 지금까지 두 사람이 보여준 난넬과 레어폴드 중 가장 좋았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다 좋았던건 물론 아니다! 

너무 경박하게 바뀐 베버의 딸래미들과 쉬카네이더에 식겁했고

2막 첫곡 "여기는 빈"에서 정체불명 무도회 의상에 또 한 번 식겁했다.

삼류 양아치같은 아르코백작은 품위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때때로 너무 가벼워서 깜짝 놀랐다.

"난 예술가의 아내라"는 콘스탄체가 어찌나 몸을 비틀던지 예술가의 아내가 아니라 마치 창부처럼 느껴졌다.

(안 그래도 옷도 참 그렇던데....) 

모차르트의 꿈 속 장면에서는

난데없이 칼질하며 무대를 돌아다니는 콜로라도 대주교에 놀랐고

러시아 민속춤 유사한 동작을 하는 아부지 모습에도 놀랐다.

"나는 나는 음악"과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황금별" 처럼 가사를 그대로 두는게 더 좋았을 것 같고

확 바뀐 무대도 이상하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나 너무 화려하다는 거.

무대 자체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화려함을 견디기가 힘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또 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감정선이 예전보다 명확해서

모차르트의 마음이 훨씬 더 잘 이해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9. 08:53

<Agatha>

일시 : 2013.12.31. ~ 2014.02.23.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극본 : 한지안

작곡 : 허수현

연출 : 김태형

출연 : 배해선, 양소민(아가사 크리스티) / 김수용, 진선규, 박인배(로이)

        박한근, 김지휘, 윤나무 (레이몬드) / 홍우진, 오의식 (폴&뉴몬)

        추정화, 한세라 (베스&낸시), 황성현 (아치벌드 크리스티)

주최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김수로 프로젝그 여덟번째 작품인 창작뮤지컬 <아가사>

이쯤되면 김수로의 바람은 어느정도 이뤘다고 해도 되겠다.

"김수로 프로젝트"는 이제 탄탄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기존 인기작만 우려먹는 안일한 운영이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라이선스 초연작에 여엿한 창작물까지 속속들이 공개하고 있다.

그것도 한 해에 몇 편이나 무대에 올리는 부지런한 행보다.

작품도 지금까지는 다 괜찮았고, 흥행도 나쁘지 않았고

공연장도 배우진도 김수로의 마당발 때문인지 대체적으로 작품에 맞게 선택을 잘했다.

그냥 잠깐의 외유인줄로만 알았는데

기획자로서 김수로의 근성과 열정에 참 대단하다.

개인적으론 "연극열전"보다 "김수로프로젝트"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아가사>도 일단 배우진이 너무 좋아서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추리의 여왕 "아가사"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점도 흥미를 끌었고

김태형 연출에 대한 믿음도 있었다.

1926년 2월 소설가 아가사 크리스티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11일 후 시골의 한 호텔에서 발견된 그녀는

그 사이에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하노라 말했다.

그리고 평생 이 사건에 대한 언급을 회피했단다.

그 열 하루라는 시간의 추적!

작품은 그 사건의 언급으로 시작된다.

 

조명이나 무대도 전체적으로 괜찮았고.

"라비린토스(rabyrinthos)"나 "독"처럼 귀에 확 꽃히는 넘버들도 좋았다.

단지 스토리전개가 좀 느슨하다는게 단점!

본격적인 미스터리가 시작되기까지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솔직히 좀 지루하더라.

로이의 정체도 너무 쉽게 알 수 있어서

미스터리 특유의 죄어오는 듯한 긴장감도 기대보다는 덜했고

춤은 살짝 엉성하더라.

개인적으론 공연 포스터와 첫곡 "악몽"이 너무 많은 정보를 준 건 아닌가 싶다.

"하나의 입구, 하나의 출구..."

공연관람 15년 차가 넘어가다보니 이젠 시놉만 봐도 어느 정도 스토리 전개와 결말이 눈에 보인다.

이 작품도 내가 예상했던 것과 거의 똑같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엇던 건

역시나 배우들 때문이었다.

윤나무 레이몬드가 기복이 좀 심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 연기는 다 좋았다.

특히 로이 역의 박인배는 여러모로 돋보이더라.

(매번 느끼지만 박인배는 소리도, 연기도, 딕션도, 눈빛도 정말 좋은 배우다.)

작품 자체에 대한 재관람 의사는 별로 없지만

혹시라도 하게 된다면,

아마도 로이 박인배 때문일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6. 18. 08:32

<그을린사랑>

 

일시 : 2012.06.05. ~ 2012.07.01.

장소 : 명동예술극장

원작 : 와즈디 무아와드

연출 : 김동현

대본, 드라마투르기 : 배삼식

작곡, 음악감독 : 정재일

출연 : 이연규, 배해선, 남명렬, 백익남, 이윤재, 박성연, 김주완

        전박찬, 이진희, 이다아야.

 

이 연극을 대해 과연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연극이 아니라 고통스런 역사이고, 처참한 고발의 르포이자 그리고 처절하고 사실적인 다큐다.

너무나 잔인하고 끔찍한 작품이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고귀하고 장엄하고 웅장해서 황홀했다.

연극을 보고 한동안 복기(復記)조차 엄두도 못 낼 만큼 황폐하고 황량했다.

그래, 나는 이 연극에 완벽히 압도당했고 그래서 결국 오래 침묵했다.

나는 나왈의 침묵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노라 감히 말하련다.

무대에 우뚝 솟은 몇 개의 구조물을 보면서 나는 아주 오래전 역사를 기록해 우뚝 세워논 오벨리스크를 떠올렸다.

그들만의 언어로 기록되었기에 선택된 소수의 사람에 의해서만 온전히 해독할 수 있는 묵시록적 언어.

그건 일종의 금기이자 경고이기도 하다.

"우리 함께 있으니 모든 게 나아질거야"

5년 동안 긴 침묵으로 일관했던 나왈의 죽기 전 내 뱉은 문장.

이 문장이 화인(火印)이 되어 작품의 모든 여정은 시작된다.

시간을 되밟는 여정,

과거를 추적하는 여정,

그리고 결국 너무나 끔직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나의  기원,

나의 태(胎)을 찾아가는 여정.

 

나왈의 유언장이 쌍둥이 남매 시몽과 잔느에게 공개되는 날,

유언집행인은 남매에게 두 장의 편지와 함께 다음과 같은 유언을 전했다.

잔느에게는 너희들의 아버지를 찾아 편지를 전할 것을,

시몽에게는 너희들의 형을 찾아 나머지 편지를 전할 것을.

그 두 장의 편지가 아버지와 형이 읽게되면 또 다른 한 장의 편지가 공개될거라는 단서와 함께...

단 한 번도 어미로써 사랑을 표현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남긴 유언을 들은 남매는 혼돈에 빠진다.

지금껏 죽은 걸로 알고 있었던 아버지와

그리고 존재 자체도 몰랐던 형을 찾으라는 유언.

 

여자는 자식을 위해, 가족을 위해

기꺼이 전사(戰士)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가족의 역사가,

그 가족의 기원이 깊고 완강한 침묵이 될 수밖에 없다면?

남겨진 사람은 이제 선택을 해야한다.

금기를 깨부수고 침묵에 정면으로 소리를 치든지

아니면 더 깊고 오랜 침묵 속으로 숨어버리든지...

 

두 장의 편지는 남매에 의해 그들의 아비와 그들의 형에게 전달된다.

두 사람은 기원을 찾는 방정식을 풀었다.

1+1=2가 아닐 수 있다는 수학의 명제.

너무나 뻔한 명제가 뒤집힌 것처럼 충격적이고 잔인한 진실과 그들 모두는 대면중이다.

그들의 아비가 바로 그들의 형(오빠)이고, 

그들의 형(오빠)이 바로 그들의 아비라는 진실.

이 모든 게 과장이라고, 단지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말하지 말자.

명예살인과 부계중심의 가부장적 사회. 같은 나라라도 부족간의 생사를 거는 싸움이 난무하는 곳.

그곳에서 지금 일어나는 있는 일들은 이 사건보다 더 충격적이고 극악무도하다.

우리는 이 재앙을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이 금기를 무엇으로 깨부술 수 있을까? 

나왈은 근원적인 "사랑(모성)"에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사랑이 있는 곳에 증오는 있을 수 없다!"

비록 태를 끊는 순간 바로 난민촌으로 보내졌던 아이였지만 아기를 처음 품에 안았을 때 나왈은 맹세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널 언제나 사랑할거야!"

애타게 아들을 찾아다닌 나왈.

25년이 훌쩍 지나 드디어 두 사람은 재회하게 된다.

그러나 잔인하게도 그 둘은 서로의 태(胎)를, 서로의 근원을 알아볼 수 없었다.

포로로 잡힌 어미 나왈은 고문기술자로 불리는 자신의 아들에게 강간당한다.

그 후에 태어난 쌍둥이 아이...

 

이다아야. 배해선, 이연규가 연기한 나왈은

처음엔 순수했고, 나중엔 강인했고, 그리고 마지막엔 비장하고 웅장했다.

특히 이연규 나왈의 법정 장면과 편지 장면은 너무나 압도적이라 보는 내내 너무 비참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누군가 숨통을 조이는 느낌이었다.

이러다 죽는 거 아닌가 극도의 공포심까지 느꼈다.

참담함. 참담함. 참담함.

그러나 드디어 개봉된 마지막 편지.

나왈은 쌍둥이 남매의 아비이자 자신의 아들에게 말한다.

"넌 사랑으로 태어났다. 그러니 네 동생들도 역시 사랑으로 태어났다 .... 사랑이 있는 곳에 증오는 있을 수 없다"

용서와 이해는,

너무나 구체적이고 선명하고 잔인하다.

그러나 여기에 누가 감히 정의를 운운하며 비난의 말을 퍼부을 수 있을까?

(정의는 개나 물어가게 놔두라지!)

누구라도 그럴 순 없다!

이건 비극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니까.

 

작품 전체를 관통하던 현과 건반을 읽으며 여러 번 감탄했다.

(음악감독 정재일에게도 깊은 찬사를...)

격정적이고 비장한 현의 울림.

땔로는 밝은 종소리로, 때로는 웅장함으로 극의 간극을 채웠던 건반의 떨림.

전쟁의 참상을 떠올리게 하는 아득한 포탄소리.

귀기(鬼氣)가 느껴지갸ㅔ 섬득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구음(口音)들.

손가락 사이사이로 스르르 떨어지던 모래와 그 모래를 적시던 물.

거대한 구조물에 투영된 의미 심장한 영상들.

보도 듣는 모든 것이 다 하나의 의미였고, 하나의 진언이었고, 하나의 진혼곡이었다.

보고난 후 오래 아팠고 힘들었다.

나는 내가 본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해서든 제대로 기록해낼 수 없을테다. 결코!

 

* 10명의 배우 모두에게 한 순간도 경의를 표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 순간만큼은 이 세상에서 그들이 가장 아름답고 위대했다.

   그러니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모두 강건하시길...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5. 29. 17:21


2010년 작년이 안중근 서거 100주년 되는 해였다.
기념적인 의미였는지 어떤 나름대로의 사명감이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쨌든 2009년부터 안중근 의거와 관련된 괜찮은 작품들이 많이 창작됐다.
뮤지컬 <영웅>과 연극 <나는 너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작품들.
특히 이 작품 <나는 너다>는 월간 객석이 제작을, 한동안 학력위조로 세간의 비난을 받았던 윤석화가 연출로 복귀하는 작품이라 이목을 끌기도 했다.
거기다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후손 송일국의 첫 연극무대 도전이기도 했고...
생애 첫 연극데뷔인 송일국은 극 중에서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중생 1인 2역을 감당해야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았다.
초연에 출연했던 연극계의 대모 박정자가 조마리아역을, 그리고 뮤지컬과 연극에서 그야말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배해선이 초연에 이어 안중근의 아내 역으로 나온다.
그러니까 송일국이 무대 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이 작품의 성패가 달라진다고 하겠다.
(어깨 참 무겁겠다)

연극 <나는 너다>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 시리즈 그 두번째 작품으로 선정돼 다시 토월극장에 올려진 작품.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 시리즈(솔직히 이 타이틀! 참 맘에 안 든다...)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갖춘 연극을 선정해 더욱 밀도있는 공연으로 업그레이드해 선보인다는 기획의도를 가지고 있다.
뭐 작년에 이 작품을 보지 않아서 얼마나 업그레이드됐는지 개인적으로 알 길은 없지만...

영웅은 어떤 모습이여야 하는가?
영웅의 아들도 영웅이이어야 하는가?


연극은 질문을 던지고 또 남긴다.
호부견자(虎夫犬子)
호랑이같은 아비, 개같은 자식
동양평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친 민족의 영웅 안중근.
그 아비의 둘째 아들이었지만 매국노로 낙인 찍혀 비참하게 일생을 마친 아들 안중생!
연극은 이승도 저승도 아닌 곳에서 아들 안중근이 끝없이 헤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몽환적인 안개와 황량하고 차가운 바람이 부는 곳.
영웅 안중근의 아들은 왜 그곳에 버려져 방황하고 있는가!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의 둘째 아들 안준생.
사람들은 그가 아비가 저격한 이토 히로부미의 아들에게 굴욕적으로 절을 했다며
친일파ㆍ변절자라 욕하고 몰아세운다.
일본군에게 독이 묻은 과자를 받아온 사람도 그이고
그 과자를 형에게 먼저 줘서 피를 토하며 죽게 만든 이도 그라고 손가락질한다.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입에서 반복되는 단어는 오직 하나, 치욕!
아들 안중생은 절망과 두려움, 절규 속에서 묻는다.
"나라가 망했으면 망한 대로 살지... 왜 집안을 망치고 자식을 망칩니까?
 대체 당신은 누구십니까?"

아들의 오래고 거친 절규에 아비는 드디어 답을 한다.
"나는 너다! 
 바로 너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건
품 안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스크린 속 안중근의 모습이다.
암전이 되면 스크린 속의 안중근은  불시에 몸을 움직여 품에서 브라운 권총을 꺼내든다.
"대한독립 만세!"와 함께 들리는 7발의 총성.
(시작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연극은 영웅 안중근의 삶에 춧점이 맞춰지기보다는 
안중근의 죽음을 통해 겪게되는 가족들의 삶에 촛점이 맞춰진다.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 후
그의 가족들은 혹독한 심문을 받는다.
어머니 조마리아는 아들에게 말한다.
항소하지 말고 의연하게 죽음을 선택하라고...
아들이 죽은 후 어머니는 홀로 괴로워하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모성에 괴로움이다.
아들이 사실은 항소하하고 말해주길 바란 건 아니었을까?
어미의 욕심이 그런 아들을 죽음으로 내몬건 아닐까?
연극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깊고 그리고 안타깝다.

송일국의 연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꽤 괜찮았다.
너무 비장미가 풍겼다는 걸 제외하면...
몰입을 너무 깊게 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단점처럼 느껴졌다.
동작과 표정이 조금 부자연스럽다.
결국은 안중근이 안중생과 다르지 않고
안중생이 안중근과 다르지 않다 말하면서
그 융합과 포용이 잘 표현되지는 못한 것 같다.
둘의 연결성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웠다.
스크린으로만 등장하는 고종황제 강신일과 이토 히로부미 송영창의 연기는
극 속에서 꽤 깊이감을 준다.
특히나 "영웅은 어디 있는가!" 절규하는 고종의 눈물은
깊은 울림과 함께 절망과 회한을 안긴다.
(역시 강신일씨 연기 잘한다)
가슴을 찡하게 하는 감정적인 부분도 많고
시간을 되돌아보며 성찰하게 만드는 부분도 적절히 잘 구성된 것 같다.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도 과하지 않고 적당했고
주,조연 이외의 배우들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특히나 배우 한명구의 딕션과 발성은 귀에 그대로 꽃힌다.
(얼마전에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하기도 한 명배우 ^^)


단점을 꼽으라면,
이승과 저승의 중간쯤 되는 곳을 표현한 무대와 의상 정도!
(거의 넝마주의 수준이었다. 꼭 이렇게 표현해야 했을까?)
의도는 충분히 알겠는데 표현이 너무 지저분했다.
(지저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나 역시도 참... 막막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론 꽤 완성도 있는 작품이다.
놀라울 정도로 색다른 시도였고 참신한 해석이었다. 
좋은 연극으로 발전해서
오래오래 무대 위에서 볼 수 있는 작품이 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6. 05:55
이정열, 서범석, 박건형, 박은태, 박정환, 윤형렬, 배해선, 차지연
쟁쟁한 뮤지컬 배우 8인이 특별한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었다.
<Intermission>
제목이 주는 의미가 남다른 가요 명반.
흔히 공연 1막과 2막 사이의 10~20분 정도 쉴 수 있는 시간을 intermission이라고 한다.
아마도 뮤지컬이라는 무대에 익숙한 이들 8명에게
이번 앨범을 만드는 작업이 intermission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바쁜 무대 공연 중에서
(정말 이들만큼 바쁜 뮤지컬 배우들도 없을 것이다)
앨범을 만들고 이렇게 3일간의 콘서트 무대까지 만들었다.
정말 몸이 많이 아팠는데도 너무 보고 싶었던 공연이라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수록곡>

01. 같은 하늘 아래 - 이정열

02. 그 사람 - 배해선 & 이정열
03. 소원 - 윤형렬
04. 바람이 분다 - 배해선
05. 서커스 - 박건형
06. 편지 - 박은태
07. 그대 내 품에 - 차지연
08.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박정환

09. 너에게 - 서범석


담겨있는 곡들은 개인적으로 한결같이 내가 과거에 참 많이 좋아했던 곡들이다.
항상 무대 위를 에너자이저하게 뛰어다니던 배우들의 감성 가득한 노래를 듣는 건... 그래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퍽이나 다정하기까지 하다.


연극 <풀 포 러브> 때문에 박건형이, 그리고 열심히 훈련병 생활중인 윤형렬을 제외한 6명이
김광석의 "나의 노래"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워낙 화음과 발란스를 잘 맞추는 뮤지컬 배우들이다보니
조화롭게 경쾌하고 아름다웠다.
확실히 김광석의 목소리로 들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1부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2부는 뮤지컬 넘버나 다른 가요들을 부르는 무대로 꾸며졌다.
앨범을 듣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콘서트에서는 차지연, 박은태, 박정환, 배해선아 부른 노래들이 기억에 담긴다.
특히나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는 현재까지도 내가 애뜻하게 좋아하는 곡이다.
박정환이 부른 노래...
노래를 아주 썩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사람의 노래 부르는느낌이 나는 참 좋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를 때 확연히 달라지는 표정과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평온한 만족감은
보는 사람까지도 부럽고 질투나게 한다.
물었다.
"기타 칠 때 많이 행복하신가봐요?"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가 대답한다.
"네, 정말 행복합니다"



박은태가 부른 김광진의 "편지"는 살짝 눈물이 베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차지연이 부른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는 그녀의 목소리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었다.
약간 끈적거리면서 짙은 여운이 남는 목소리.
배해선의 "그사람"은 정말 오래된 노래인데
(30년이 더 된 곡이란다. 근데 난 이 노랠 끝까지 다 안다. ㅋㅋㅋ)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없던 첫사랑도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그녀의 매력 ^^
참 아름다운 배우다. 배해선은.
2부에서 부른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도 참 멋졌고... 
차지연은 그날 <몬테크리스토> 낮공연을 마치고
오토바이로 배달(?)되어 콘서트에 참가했단다.
2부에서 관객을 뒤흔들며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들을 열창한 후
<몬테크리스토> 막공 인사를 위해 다시 바람처럼 왔던 곳으로 배달됐다.
(후문에 그녀는 몬테크리스토 막공 무대인사에서 옥주연과 함께 엄청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트롯트를 열창한 범사마 서범석과 박은태의 모습도 새로웠고...
나름데로 뽕짝 Feel를 연출했는데 어설프면서도 서툰 모습이 오히려 귀염성 있었다.
(서범석의 2:8 가르마와 박은태의 주황색(?) 남방은... 어쩔거야~~~)
서범석이 부른 라만차의 넘버 "impossible dream"은 잠시 그의 돈키호테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까지...)



<inermission> 앨범은 가수 출신 배우인 이정렬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더 클래식" 벰버 박용준이 편곡에 참여해서 만들어졌다.
익숙한 노래를 무대 배우들의 감성으로 다시 듣는 것,
그것도 현장에서 직접 듣는 즐거움은
참 특별하고 아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몸이 조금만 덜 아팠더라면 아마 나도 힘껏 그들과 함께 열광했으리라...
개인적인 아쉬움이...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앓고 있다.
오뉴월에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 심하게 골골거리는 중.


                                                    박정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녹음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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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0. 1. 30. 05:51
첫 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오스트리아 비엔나 뮤지컬 <모차르트>
조성모의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동방신기 시아준수의 캐스팅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뮤지컬 <모차르트>
서울 14회 공연에 지방 공연 몇 번을 포함한 시아준수 출연료가 4억 5천만원이란다.
게다가 시아준수 공연날은 3층 구석자리 티켓까지 오픈 몇 분 만에 바닥났고
심지어는 같은 공연이지만 티켓오픈 시간까지도 차이를 두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왠지 빈정 상하는 소식들만 가득했지만
어쨌든 한번은 봐야 할 것 같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VIP 좌석의 압권이라니?
이러다 1층 객석 전부가 VIP 좌석이 되는 날이 조만간 오겠구나 싶다.



특히나〈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극장협회에서
해당 국가의 최고 역사와 권위가 있는 극장에서의 공연만 라이선스를 허가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THEATER AN DER WIEN)에서 세계초연 후
독일, 스웨덴, 일본, 헝가리에서 공연 된 대작이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8년간 매출 1위를 고수해온 뮤지컬〈엘리자베스>의 기록까지 돌파했단다.
(그런데 <엘리지베스>는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오게 될까???)



네 명의 모차르트
임태경, 박은태, 박건형, 김준수
개인적으로 박은태의 모차르트를 보고 싶었지만
어쨌든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심정으로 그의 공연을 선택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이자 세계적인 극작가로 유명한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의 작품.
짧지만 굴곡 많았던 모차르트의 인생을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Wolfgang)과 재능의 근간인 아마데(Amade)로 분리시켜
천재 음악가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이란다.
그런데...
라이센스 공연을 보고 이런 걸 느끼기에는 좀 많이 안습이다.
(공식 홈피에서 이 부분를 읽고 혼자 몹시 황당했다...)
모차르트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한다는 경사진 무대,
오선지를 의미하는 다섯 계단, 음표 모양의 별, 피아노 건반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 장치들.
세세한 디테일들이 요란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와는 반대로 화려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던 의상들과 가발들.
눈의 볼거리는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28인조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과 락이 융합된 음악도 색다른 경혐을 선사한다.
그런데?
왜 모차르트의 의상만 유별난거지?
다른 인물들은 18세기 바로크 의상인데
모차르트만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
자유로움과 천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게다가 임태경 모자르트는 묘한 이질감까지 준다.
마치 짜집기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
개인적으로 사람 무지 많이 혼란스럽게 만든다.
지금껏 본 그의 뮤지컬 인물은 냉정히 평가해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모차르트에서 나는 그동안 임태경이 거쳐간 모든 배역들의 종합판을 본 것 같다.
산마루이기도 하고, 지저스이기도 하고, 안소니이기도 하고, 로미오이기도 하고.
(햄릿은 내가 못 봐서.... 쩝!)
그래서 지금 무지하니 머리가 복잡하고 뒤숭숭하다.
어쨌든.
탁월한 노래실력으로 숱한 캐스팅에 안전한 낙하산으로 안착했던 그가
첫 오디션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다.
일단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개인적으로 그의 선택에 대해
"성급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 속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야말로 일장춘몽, 설왕설래, 풍비박산...)



1막에서 그는 또 다시 방황(?)하면서 종종 앞서거나 혹은 뒤처졌다.
그에게 부담이 있었던걸까?
너무나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의 속도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정확한 음을 내겠다는 연주자로서의 욕심 또한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을 자주 잃게 한다.
"아~~ 빌어먹을!"
"똥이나 싸시지!"
삼십대 후반의 특히나 반듯해 보이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아빠~~"라는 대사는 몹시도 생경하게 느껴졌고
그 스스로 어색한 듯 이질감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그는 충분히 극 속에서 모차르트가 되지 못한 셈이다)
지나친 조심성이 보헤미안적인 모차르트를 순간순간 엄청난 찌질이로 변모시키기까지 한다.
어른 "볼프강"과 함께 등장하는 어린 ‘아마데’의 행동이 오히려 더 성숙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가 했던 어떤 배역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내가 혼란 상태가 되버렸다...) 
1막과 2막의 배우 임태경의 어마어마한 간극.
뮤지컬 배우로서 계속 무대에 서겠다면 그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숙제다.
그리고 제발 해결해주길 정말이지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서범석.
이 뮤지컬의 제목을 개인적으로 <레오폴트 모차르트>로 바꾸고 싶다.
Bravo ~~!
100%의 감정을 담은 그의 노래는 또렷했으며 그리고 언제나처럼 확실한 딕션을 자랑한다.
(임태경의 대사 부분에서는 "재 뭐래니?"를 연발했는데 서범석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잘 들린다)
신을 버렸다고 말하는 그가 집을 떠난 아들 모차르트 때문에 다시 신께 기도하는 장면.
그 장면에서의 그의 목소리 톤의 간절함이 선명하다.
(배우는 정말 이래야해~~)
콜로레도 대주교역의 윤형렬.
사실 절대 신뢰 배우 "민영기"가 아니라 서운했지만 콰지모도의 변신 또한 눈부시다.
코믹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역할을 적절히 오가며 균형을 잘 잡는다.
1막에서 이 사람의 노래를 듣고서야  첫 박수를 쳤던 것 같다.
그동안 무지 방황하며 꽁하게 있었는데 윤형렬 콜로레도가 한 방에 날려버린 셈 ^^


모차르트에게 아버지와의 이별을 충고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의 신영숙.
개인적으로 동물을 싫어해서 "캣츠"를 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여러번 봤다.
무거워보이는 의상에 엄청난 가발.
멋지게 "황금별"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황홀했다.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역의 배혜선 역시 보증수표같은 배우 ^^
(그런데 1막 시장 장면은 좀 그랬어요~~~)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정선아.
뮤지컬 <렌트>에서 매력적이고 육감적인 미미였던 그녀.
살이 많이 붙기는 했지만 목소리 하나는 역시 화통(?)하니 든든하다.
시아준수와 연기할 때가 살짝 걱정스럽긴 하다.
유한 마담의 숨겨둔 꽃미남 연인 같지 않을까 싶어서...
좋은 뮤지컬 넘버들로 귀가 즐겁고 행복했다.
1막과 커튼콜에 나오는 "나는 나는 음악"
그리고 1막 엔딩곡인 "내 운명 피할 수 없어"는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같다.
한 번 들으면 그대로 귀 속에 쏙쏙 들어온다.
대사 번역은 맘에 안 들지만,
가사 번역은 지금까지 봤던 라이센스 공연 중에서 그래도 제일 괜찮았다.
(돈주앙과, NDPK의 악몽이 지금 마구 떠오른다...)

극 자체는 중간중간 끊기지만
(아무래도 지금 공연이 아직 보완할 게 너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게 내 느낌.
기회가 된다면 임태경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연도 한 번 보고 싶다.
가령 박은태 모차르트라면...
아마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내 운명 피할 수 없어>

필요 없어 난 더이상  그 누구도 필요 없어
난 더이상 저 하얀 가발도 필요 없어
난 진정한 인생 살리
부드러운 붉은 입술 와인 향기 내 몸을 덥히고
날 향해 속삭여
난 알 수 없네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어떻게 자신 거부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누구에게 물어봐 스스로 이해 못한 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나는 과연 누구인가 더 이상 날 구속하지마
자유롭게 살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어
날 울렸던 교향곡 화려한 여인의 살결처럼
내 몸에 닿으면 몸을 떨고 말지
난 알 수 없네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모두 포기해
어떻게 양심 배반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어떻게 사나 자신의 길에서부터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숨막히는 두려움 짓누르는 어깨
질문에는 침묵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구나
볼 수 없는 찰나 숨막히는 순간
날 따라오는 그림자 언젠간 날 죽이고 말거야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어떻게 자신을 거부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누구에게 물어봐 스스로 이해 못한 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어떻게 사나
그저 내 운명 받아들일까
그렇겐 못해
난 할 수 없어
절대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나는 나는 음악>

난 시인이 아냐 또 시인 처럼 말도 못해
그저 떠오르는 대로 그저 내 마음 가는 그대로
난 화가도 아냐 빛과 어둠 아름다움도 그려내지는 못해
난 꿈속에서만 희망 그리지

난 배우도 아냐 난 연기할 줄 몰라
난 가식없이 살고 싶어 있는 그대로
있는 내 모습 보이기를 원하는 이런 나의 모습을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느낌 나의 리듬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 난 포르테 난 피아노 춤과 판타지
나는 난 음악, 나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

난 철학자 아냐 아무것도 난 모르지
웃고 떠들썩한 그 곳에 난 항상 거기 있지
예의도 몰라 무례하다는 말 듣더라도 지루한 건 정말 질색이야 싫어
난 평범한 삶 따위 필요없어
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나 자유와 영혼 찾아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난
떠나가기 두려워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날 사랑해줘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느낌 나의 리듬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 난 포르테 난 피아노 춤과 판타지
나는 난 난 음악, 있는 그대로 내 모습 날 사랑해줘

 
                                       -  박은태의 "내 운명 피할 수 없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