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11. 21. 08:32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일시 : 2017.10.19. ~ 2018.01.28.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극작 : 박햬림

가사 : 백석, 박해림, 채한울

작곡 : 채한울 / 음악감독 : 박지훈

연출 : 오세혁

출연 : 강필석, 김경수, 오종혁, 고상호, 진태화 (백석) / 정운선, 곽선영, 정인지, 최연우 (자야)

        윤석원, 유승현, 안재형, 김바다 (남자)

제작 : (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정확히 1년 만의 재관람이다.

작년 관람에서는 백석 강필석의 연기에 감탄했고

이번엔 곽선영 자야에 감동했다.

한 인터뷰에서 관객이 어떤 대사에 종점을 두고 봤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그녀가 답했다.

모든 대사 전부...라고.

실제로 곽선영은  대사 하나 하나를 몸에 새기듯이 연기했고

폭풍같은 감정들을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에게까지 그대로 전달하더라.

작년에 자야에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는데 이번에 단번에 이입이 됐다.

자야의 몽(夢)을 누가 감히 환상(幻想)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사람에겐 환(幻)이 현실보다 더 실제적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생(生)이 있다는걸 나는 안다.

그래서 울컬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눈물을 쏟게 하는 최류성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도 작년에 한 번 보고 끝냈는데

이번엔 여운이 좀 깊다.

이게... 다... 곽선영 때문이다 ^^

기대했던 김경수 백석은 감정에 너무 깊게 빠져 내가 비집고 들고 갈 여백이 없어서 아쉬웠다.

<인터뷰> 이후에 김경수가 출연하는 작품은 거의 다 찾아보는데

현재까지는 <인터뷰>를 넘어서는 작품을 만나지 못해 아쉽다..

아! 백석을 머리 모양을 그대로 따라한건 정말 좋더라.

(아마도 의도한 연출이지 싶다)

윤석원은 어딘지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고

"북관의 계집"은 임펙트가 많이 약했다.

두 배우와의 균형감도 살짝 어긋나는것 같고...

아무래도 초연캐스팅으로 한 번 더 보게 될 것 같다.

 

* 사실...정말 보고 싶은 캐스팅은 강필석, 곽선영, 안재형인데... 단 한 번도 없어 너무 아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1. 24. 08:58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일시 : 2016.11.05. ~ 2017.01.22.

장소 : 드림아트센터 2관 더블케이씨어터

극작 : 박햬림

가사 : 백석, 박해림, 채한울

작곡 : 채한울

연출 : 오세혁

출연 : 강필석, 오종혁, 이상이 (백석) / 정인지, 최연우 (자야) / 안재영, 유승현 (남자)

제작 : (주)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백석의 시들을 뮤지컬로 만나게 될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너무 잘 만든 작품이라 보는 내내 놀랐다.

백석과 정지용.

월북했다는 이유로 남한에서 그들의 시를 읽는건 범죄행위에 속하기도 했었다.

지금도 선명하다.

정지용의 "향수"와 백석의 "바다"를 읽고 멍해졌던게.

그런 백석의 시이기에 혹시라도 누가 되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작품은 내 우려를 말끔하게 씻겨줄만큼 넉넉했다.

유학파에 함흥여고 영어선생이었던 잘생긴 모던보이 백석과 기생 자야(子夜)은

백석이 교사로 제직하던 학교의 회식자리에서였단다.

기생 김영한을 보고 첫 눈에 반한 백석이 그녀의 손을 잡고

"오늘부터 당신은 영원한 내 여자야, 주음이우리를 갈라놓기 전까지 우리에게 이별은 없어"

자야(子夜)라는 이름도 백석이 지어진 이름이었다고.

이들의 사랑은...

당연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백석은 자신이 만주로 떠나면 자야가 자신을 찾아 올거라 확신하고 만주로 홀로 떠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해방과 6.25 전쟁.

결국 두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한채

1966년 백석이 북에서 사망하고

평생 백석을 그리워한 자야는 1999년 폐암으로 사망한다.

사망하기전 지야는 당시 시가 1,000억원 상당의 대원각을 법정 스님에게 시주해서 세간을 놀라게 만들었다.

아깝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

"1,000억 재산이 그 사람 시 한 줄만도 못해"

꿈꿔보지 못할 사랑이고

결코 꿈꿔지지 않는 사랑이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그리워하며 산다는게

형벌이었을까, 축복이었을까...

이 역시 가늠할 수 없다.

 

강필석의 백석은 기대 이상이었다.

강필석의 목소리는 슬픔과 아련함이 있어 이런류의 역할에 적합하다.

능청스러움부터 애잔한 그리움까지 연기도 깊었다. 

정인지 지야는 슬픔보다는 유쾌함과 발랄함이 강했고

기생보다는 시골 촌부의 느낌이 강했다.

젊은여자가 노인을 흉내내는 것 같아 표정도 명확하지 않고 뭉했다.

감정을 끌고 가는건 좋았는데

관객에게 감정을 이입시키는 힘은 조금 부족해보였다.

(전미도, 김지현, 이지숙이 자야를 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대나무로 둘러싼 무대는 정말 좋았고

피아노 연주로 음악 전체를 끌고간건 더없이 탁월했다.

요즘 피아노와 사랑에 빠진 창작뮤지컬 덕분에 귀가 호사한다.

어쩜 이렇게 느낌들이 다 다른지...

 

이 작품,

푹푹 나리는 흰 눈을

조곤조곤 밟는 느낌이다.

어쩐지 쓸쓸만 하다.

섦기만 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를 타고

산골로 가지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리 없다

언제 벌서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힌다

산골로 가는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놓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바다

 

바닷가에 왔어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톱을 오르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뒤선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 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늘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섦기만 하구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