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9. 27. 11:55

 

<틱틱붐>

 

일시 : 2017.08.29. ~ 2017.10.15.

장소 : TOM 1관

원작, 작사, 작곡 :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박지혜 

출연 : 이석준, 이건명 (존) / 배해선, 정연 (수잔) /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 (마이클)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의 눈물

그걸로 다했다.

"Why"는 존의 마음이지만

20년을 무대와 함께 한 이석준의 마음이고

배해선, 성기윤의 마음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배우가 작품 속 인물가 오버랩되는걸 싫어하는데

(적당한 거리감, 난 그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관객이라)

이 작품만큼은 예외로 둬야겠다.

아예 캐스팅보드에 존의 이름을 빼버리고 이석준 이름만 써도 충분하겠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초연을 못 본 걸 아쉬워 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작품을 보는 내내 여러 감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부끄럽기도하고, 명확하기도 하고, 속시원하기도 하고.

 

어릴때 봤다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들은 못느꼈을것 같다.

타인의 초상화에 내 자화상을 보는 느낌.

 

tick, tick, tick...

시간은 계속해서 지나간다.

문득 궁금해졌다.

50대에 이 작품을 본면 어떤 느낌이 들지가.

아마도 딱 이렇겠지!

Boom~~~~~~~~~~~!

 

혹은,

 

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9. 13. 09:44

 

<틱틱붐>

 

일시 : 2017.08.29. ~ 2017.10.15.

장소 : TOM 1관

원작, 작사, 작곡 :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박지혜 

출연 : 이석준, 이건명 (존) / 배해선, 정연 (수잔) /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 (마이클)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이 뮤지컬에 데뷔한지 벌써 20년이 됐단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동년배로서 나역시도 이 배우들을 보는 감회가 참 새롭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주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사람들이라는거다.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그래선지 초연캐스팅 그대로 돌아와 준 게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비록 겉모습은 서른이 바라보는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그럼 또 어떤가!

난 그 모습이 오히려 너무 좋더라.

작품과 배우의 역사를 보는 것 같아서 어딘지 뭉클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세 배우의 202ㅜ년을 축하해주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 첫공을 봤다.

<렌트>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20년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혀 촌스럽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는다.

스토리도, 음악도 모든게 다.

조나단 라슨은 이 두 작품만으로도 천재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작품은 조나단 라슨의 실제로 겪은 일화를 그대로 뮤지컬로 만들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존의 워크샵 공연 <superbia>도 실체가 있는 작품으로

<Superbia>과 <Tic Tic Boom>으로 재탄생됐다고 하겠다.

1989년 완성한 <렌트>도 빛을 보지 못하다가 7년 후에 겨우 무대위에 올려졌다.

(에이즈환자가 주인공이었으니 그 당시엔 엄청난 파격과 이슈였겠다.)

우려와는 다르게 <렌트>는 그해 플리처상과 토니상 등 뮤지컬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라슨은 이 모든 성공을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렌트>가 브로드웨이 공연되기 2 주 전 집에서 차를 마시다 대동맥혈전으로 35살에 사망해버린다.

만약 조나단 라슨이 그렇게 사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렌트>와 <틱틱붐>을 넘어서는 작품을 보게 됐을수도 있었을거다.

이 두 작품을 볼 때면 그래서 비운의 천재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조나단 라슨의 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더 안타깝고...

이 작품도 모든 넘버가 다 끝장이다.

한국어 번역도 너무 잘됐지만

멜로디 자체가 귀에 속속 들어온다.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면서 한편으론 아주 친숙한 느낌.

그러고보니 딱 이건명과 이석준 같다.

 

멋짐이란게 특별한게 없는것 같다.

이 날만큼은 20대를 연기하는 이건명, 배해선, 성기윤,

이 세 명의 40대 배우들이 진심으로 멋짐 폭발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열정과 인물에 대한 사랑은

20대의 파이팅 그 이상이었다.

멋져! 멋져!

 

 

01. 30/90 - Company
02. Green Green Dress - Jonathan, Susan
03. Johnny Can't Decide - Company
04. Sunday - Company
05. No More - Michael, Jonathan
06. Therapy -Jonathan, Susan
07. Times Square -
08. Real Life - Company
09. Sugar - Company
10. See Her Smile - Company
11. Superbia Intro -
12. Come to Your Senses - Karessa
13. Why - Jonathan
14. 30/90 Reprise
15. Louder Than Words - Compan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3. 08:52

<심야식당>

일시 : 2014.11.16. ~ 2015.01.18.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중극장

원작 : 아베 야로 "심야식당"

대본, 작사 : 정영

작곡 : 김혜성

연출 : 김동연

출연 : 송영창성기윤 (마스터) / 조진아, 소정화 (마릴린)

        임춘길(타다시), 임기홍(코스즈), 정의욱(류), 김지훈(겐)

        이지숙(미유키), 차정화, 한보라, 김아영 (오차즈케 시스터즈)

주최 : 적도, 달 컴퍼니

 

겨울이 왔다.

그리고 <심야식당>도 돌아왔다.

2012년 초연때 별기대없이 보러 갔다가 너무 큰 위로와 온기를 받았던 작품.

마치 정성이 가득 담긴 따뜻한 밥상이 나를 위해 차려진것 같았다.

뱃 속보다 맘 속 포만감이 더 컸던 작품.

2013년 겨울에도 기다렸었는데 이랗게 2년이 지나서야 심야식당이 다시 영업을 시작했다.

(왜 이렇게 리모델링이 오래 걸렸어요... 허기진 배를 잡고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데...)

다시 찾아간 <심야식당>의 음식맛은...

여전하더라.

다정했고 따뜻했고 속깊은 다독거림이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그 다독임에 나도 모르게 욕심이 생겼다.

저 식당 한구석에 내가 앉을 자리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보는 내내 그 욕심은 점점 더 간절함으로 바뀌더라.

나도 저 사람들 틈에 앉아 내 속에 있는 이야기를 툭툭 아무렇지 않게 개워내고 싶었다.

한바탕 웃거나 혹은 한바탕 울거나...

그러다 출출하면 마스터가 직접 만들어준 문어모양 비엔나 소시지와 달달한 계란말이를 먹고

아침 7시까지 지치지 않고 수다를 떠는거다.

7시에는 갓지은 따뜻한 밥에 버터를 올려놓고

버터가 녹기 시작하면 간장 한숟가락을 넣어 쓱쓱 비벼 한 입 크게 버터 라이스를 삼키며 출근 걱정을 하는거다.

와~~! 상상만으로도 그동안 쌓인 삶의 무게가 스르륵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먹고 싶은게 많은건,

꼭 배가 고파서만은 아니라는 심야식당 마스터의 말.

그래, 나도 충분히 이해한다.

어느날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게 아픔이라는 말도,

누구에게나 마음을 채하게 하는 추억의 음식이 있다는 말도,

다 절감한다.

그래서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게 된다는 것도.

 

때로는 참 많이 살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참 오래 살았다...가 아니라 많이...)

그건 그리움이나 외로움과는 완전히 별개의 감정이다. 

무기력과도 다른 텅 비어버린 허전함.

마치 세상 그 무엇으로도 절대 채워지지 않을 커다란 빈 공간이 몸 속 어딘가 숨어있는 느낌이다.

웅.웅.웅...

여기저기 부딪치는 공명음에 익숙한 모든 것들이 하나같이 전부 낯설어지는 그런 때.

그런 날에 내게도 이렇게  찾아갈 "심야식당" 하나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니까 이 뮤지컬은,

내게 판타지를 꿈꾸게 하는구나... 

그래도 좋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판타지일지라도 그걸로 난 충분하다.

위로받았으니. 따뜻했으니, 온기를 느꼈으니...

아, 참 배부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4. 08:33

<Ghost>

일시 : 2013.11.24. ~ 2014.06.29.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대본 : 브루스 조엘 루빈 (Bruce Joel Rubin)

작곡 : 데이브 스튜어트 (Dave Stewart), 글렌 발라드 (Glen Ballard)

특수 효과 : 폴 키예브 (Gaul Kieve)

협력 연출 : 폴 그리핀

국내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박칼린

출연 : 김준현, 김우형, 주원 (샘 위트) / 아이비, 박지연 (몰리 젠슨)

        최정원, 정영주 (오다메 브라운) / 이창희, 이경수 (칼 브루너)

        성기윤(병원 유령), 박정복, 심건우 외

주최 : SBS, 신시컴퍼니 

 

페트릭 스웨이지와 데미무어 주연의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잘 알려진 <Ghost>가 드디어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오랫만에 최루성 작품이 나오나 싶었는데 들리는건 전부 무대에 대한 이야기다.

마술(눈속임)과 LED를 이용한 최첨단 멀티미디어 영상을 운운하면서

"magicall"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단어까지 홍보용으로 나와서 이게 뭔가 싶었다.

무비컬은 들어봤어도 매직칼이라니....

그런데 어느새 나도 old해진 모양이다.

전면에 내세운 "화려한 무대"가 이렇게까지 부담스러운걸 보니.

누군가는 그러더라.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트릭이 다 보여서 오히려 긴장감이 떨어진다고.

2층 맨 앞에서 보긴 했는데 글쎄...

그다지 신기하거나 대단하다는 느낌은 솔직이 안 들었다.

뉴욕이나 라스베가스의 밤하늘을 수놓는 번쩍이는 광고 벤허를 보는듯한 느낌!

눈이 아프고 피로했다. 

 

4년만에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 주원은 확실히 무대를 오래 쉰 게 티가 난다.

고음에서는 더 그랬지만 노래할 때 목을 잘 못쓰는 것 같고 전체적인 넘버 소화력도 좀 섭섭하더다.

그래도 TV 경력 때문인지 연기와 대사 타이밍은 아주 절묘했고

박지연 몰리와 나란히 서있을 때 비쥬얼은 영화보다 백만배 보기 좋다.

(아무래도 아이비와는 연상연하 커플의 느낌이 들어서...) 

자기를 죽인 살인범을 쫒아간 장면에서

무대 뒤 영상으로 클로즈업되던 숱한 샘.샘.샘.샘..... 샘들의 포효하는 장면은

정말 미안하지만 너무 코믹했다.

(이 영상기법은 확실히 지나치게 과했다! 동물의 왕국 사자도 아니고...)

내년 6월까지 주원이 계속 출연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공연을 하면서 목이 점점 트이면 지금보다는 소리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개인적으로는 주원 샘은 박지연 몰리보다 정영주 오다메와의 케미가 환상적이었다.

서로 어찌나 쫀쫀하게 대사를 주고 받던지 밀당(?)의 진수를 보는 느낌이었다.    

 

몰리 박지연.

아주 사랑스럽고 귀엽고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몰리였다.

곡 소화력도 괜찮았고 연기도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듀엣곡보다 솔로곡이 더 좋더라.

편지장면의  "With you"는 감정도 정말 좋았고!

이창희 칼은 후반부에서 조금 더 비열하고 강한 모습이었으면 훨신 좋았을 것 같다.

(이 역을 에녹이 했으면 어땠을까 잠깐 생각했다.)

 

정영주 오다메.

이 작품은 단언컨데 "정영주" 오다메를 위한 작품이다.

잘할거라고는 충분히 예상했는데 이건 완전히 무대를 휘어잡는다.

무대장악력, 관객장악력 둘 다 환상적이다.

"빌리 엘리엣"에 이어 그녀가 나의 재관람 의욕을 또 다시 부추키고 있다.

(그래도 6월까지니까 천천히...)

 

오피스룩을 입은 앙상블들의 댄스는 셔플댄스 혹은 6,70년대 클럽 댄스를 떠올리게 해서

최첨단의 무대 기술과 어딘지 좀 언발란스한 매칭이란 생각이 들더라.

전철장면은 도대체  어쩧게 한거지 싶을 정도로 신기했지만

마지막 샘이 사라지는 장면을 비롯한 몇몇 3D 장면은 살짝 웃음이 났다.

조명 아주 좋았고!

넘버는 가사를 너무 빡빡하게 밀어넣은 느낌이 들었고

지하철 유령의 랩 "Focus"는... 좀 난감했다.

그래도 숨은 그림 찾기처럼 다양한 버전의 "Unchained Melody"를 찾는 재미는 제법 솔솔하더라.

개인적으론 환상적인 작품이란 광고는 좀 과장된 것 같고

보는 재미보다는 듣는 재미, 느끼는 재미가 훨씬 더 컸던 작품이었다.

당장은 아니지만 한번쯤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꼭 김준현 샘으로...

 

 

<Ghost OST>

 

Overture

Heare Right Now

Unchained Melody

More

Three Little Words

Sam's Murder

Ball Of Wax

I Can't Breathe

Are You A Believer?

With you

Suspend My Deibelief / I Had A Life

Rain / Hold On

Life Turns On A Dime

Focus

Talkin' About A Miracle

Nothing Stops Another Day

I'm Outta Here

Unchained Melody (Dance) / The Love Insid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4. 26. 08:19

<AIDA>

일시 : 2012.11.27 ~ 2013.04.28.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케이스 알렌산더 보튼

협력연출 : 박칼린

음악수퍼바이저 : 박칼린

출연 : 소냐, 차지연 (아이다) / 김준현, 최수형 (라다메스)

        정선아, 안시하 (암네리스) / 이정열, 성기윤 (조세르)

        박철완(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지난 2월 관람할 때 마지막 관람이라고 작정했었다.

그런데... 참 이 작품은 쉽게 외면되지 않는다.

뮤지컬 넘버도 환청처럼 자꾸 귀에 들리고,

장면들과 대사들, 스토리도 자꾸 아른거려 자체 막공이라는 다짐을 어기고 또 다시 디큐브를 찾았다.

이러면 안 되는건데...

그래도 다행인 건 인터파크 굿모닝티켓으로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했다.

(이거 아니었으면 다시 보긴 힘들었을 것 같다.)

<아이다>는 꼭 이층에서 봐줘야한다는데 지금껏 관람이 다 1층 맨 앞이었다.

그러고보니 매번 배우들의 발이 댕강 잘린 상태에서 봤다.

그래서 이번에 일부러 2층 맨앞으로 자리를 잡았다.

캐스팅은 두번째 관람때와 동일한 캐스팅!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스팅 조합이다.)

 

오랜 공연기간 때문인지 배우들의 피로도가 증가했다

소냐 아이다의 장점인 폭발적인 가창력 역시 충분히 터지지 못했고

"Dance of the rob"은 특히 뒷부분으로 갈수록 좀 답답했다.

그래도 "Easy as life"은 힘을 완전히 빼고 부르니까 더 간절하고 애절했다.

라다메스 김준현은 후반부로 갈수록 목소리가 많이 갈라졌고

중간에 대사 실수도 두어번 있었다.

전체적으로 긴장감은 확실히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관람이 좋았던 건,

인물에 대한 집중도과 몰입도가 훨씬 더 편안하고 깊어졌다는 데 있다.

이건 스킬의 문제가 아니라 공감과 느낌의 문제다.

뮤지컬 배우 김준현과 소냐를 보고 있으면

작품 속 주인공 라다메스와 아이다에 대해 그들이 각별한 감정과 애정이 있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의 "Elaborated live"는 늘 그랬듯 참 좋았다.

1막의 라다메스가 시작하는 "Elaborated live"는 2층에서 조명과 함께 보니까 이쁘면서도 아주 관능적이었다.

<아이다>는 꼭 2층 맨 앞에서 봐줘야 한다는데 그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다.

엄청난 조명이고 엄청난 무대다.

빨래터와 시장, 천막으로 이어지는 장면도 2층에서 보니까 확실히 멋있다.

"Anther pyramid"도 절도있는 군무와 조명이 눈에 확 들어온다.

앙상블은 매번 감탄을 안 할래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아이다의 넘버 중 한 대목을 진심을 담아 이들에게 헌정하고 싶다.

"내 몸은 찢겨져도 내 영혼 불타올라!"

(당신들! 정말 최고다!)

 

정선아 암네리스의 "My strongest suit"는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꼽을 장면일 것 같고

성기윤 조세르의 느낌도 참 좋다.

야비하고 비열하면서도 완벽한 확신을 가진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그런 존재감.

성기윤의 악역은,

정말 너무 멋있다!

"Like father, like son"의 팽팽함도 확실히 성기윤에게서 비롯된다.

표정과 말투, 톤까지 딱 조세르의 포스다.

두번의 관람에서 모델포스를 풍기는 김준현의 비쥬얼에 많이 놀았었는데

이번에 자세히 살펴보니 의상교체가 상당하다.

아마도 암네리스보다 더 많은듯.

그런데 그 옷들 전부가 정말 너무 잘어울린다.

(이 정도면 비인간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처음엔 라다메스가 상당히 마초적으로 해석한 것 같은데

이 남자 점점 순수한 본성쪽이 부각된다.

세번째 관람에서는 젊은 순수의 절정을 목격한 느낌이다.

환생에 대한 희망을 저절로 꿈꾸게 한다.

그래선가?

두 사람이 박물관에서 서로 알아보는 앤딩은 살짝 아쉽다.

관객입장에서 두 사람의 시선을 감지한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딱히 생각하고 있는 앤딩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다>

마지막 관람이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마음 한 구석이 서운하고 아쉽다.

<아이다>는 내겐 항상 특별한 작품이었고 앞으로도 그럴거다.

그래서 다음 시즌이 돌아오면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또 보게 될거다.

라다메스와 아이다의 마지막 대사가 그대로 내 마음이다.

캄캄한 석관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두 사람.

또 다른 세상이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라다메스의 말에 아이다가 묻는다.

"그 세상에서도 절 찾으실 건가요?"

라다메스가 답한다.

"수백번 다시 태어나도 당신을 꼭 찾을거야, 아이다!"

 

나도 그래... 아이다!

나도 널 꼭 찾을거야...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6. 06:30
처음 읽었던 핀란드 작가의 소설이다.
아르토 파실란나,
핀란드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왠지 하루종일 자일리톨 껌을 징걸징걸 씹으며
우울과 고독함에 젖어 있을 것 같은 나라 핀란드.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치아를 생각해서 항상 자이리톨 껌을.... ^^)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란다.
살인은 단지 100여 건인데 비해 매년 1500여 건의 자살이 발생한다는 나라 핀란드.
이 소설은 이런 우울의 핀란드를 배경으로
놀랍도록 재미있는 블랙 유머를 선사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묘한 깊이감이 있는 소설.
이 소설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네 번의 파산선고를 받은 사업가와 현직 대령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사람의 첫만남은 자살의 순간이다.
같은 목적으로 찾은 시골의 한적한 헛간에서의 만남.
이 만남에서 집단 자살 여행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살기 위해서, 혹은 죽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를 위해서
그들과 동참하는 동행자가 생기고
최고급 신형 버스에 올라탄 이 33인은 죽을 곳을 찾아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유쾌한 터치로 그것도 끝까지 유머와 반전의 묘미까지 잃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게...
나는 집단자살보다 더 끔찍하고 무섭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의 결말은 이미 알 수 있지만
그 확실한 결말을 앎에도 불구하고
내내 재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등장하는 캐릭터를 내 주위의 누군가에 맞춰보는 퍼즐의 즐거움까지 은근히 소유하다...
얼마전엔 이 원작을 가지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새롭게 각색해 뮤지컬이 만들어지기도 했었는데

<남한산성>에서 인조로 분했던 배우 성기윤이 대령으로 분했었다.
실제로 뮤지컬을 보지 않았지만 진지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돼 살짝 웃음이 머문다.
어쨌든 집단 자살 여행의 끝은 강력한 삶으로의 복귀다.
당연하지 않은가!!!



제 3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최민경의 <나는 할머니와 산다>
좀 흉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유쾌하다.
청소년소설이라 깊이감은 많이 떨어지지만 분명 참신함은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할머니(귀신)가 수시로 등장해 이야기를 휘젖고 다니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 속엔 귀신으로서의 할머니의 음성은 단 한 줄도 없다.
하지만 분명 주인공은 염연히 할머니와
그것도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와 산다.

이상한 빙의 현상!
(빙의현상이긴 하되, 간접적인 빙의현상... 이해가 될까?)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이 책은 어쨌든 청소년문학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깊이감이 부족하다느니, 유치하다느니 평하지 말자.
당신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라.
읽다보면 당신의 중학교 시절보다 책의 주인공이 훨씬 더  성숙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기억나는가?
그 때, 당신이 얼마나 유치했는지...
그리고 그 유치함이 얼마나 심각하고 절실했었는지를...




6살에 입양돼 이제 16살이 된 조은재.
아빠의 실직은 벌써 2달을 넘어서고 있고 
치매가 있던 할머니는 동네 공사현장 물웅덩이에 빠져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이런 심각한 상황들이 아주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아이스럽게 유쾌하다.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논하는
주인공의 성숙함 또한 귀엽고 이쁘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몸에 들어오는 건 뭔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당신이라면 어떻까?
그 할 일을 하라고 온전히 자신의 몸을 내 줄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피곤한 일이란다.
항상 무슨 일인가로 마음을 졸이며 살아햐 하기에...
그래...
사실은 정말로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다.
그렇다고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이제와서  못해먹겠다고 반납할 수도 없는 노릇.

현실을 인정하고 믿자!
그걸 믿는 동안은 생도 함께 빛날 것이라는 당돌한 16살 소녀의 말을 기억하며...
살자! 살자! 살자!
이것 말고 더 좋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차피 누구든 살 수 밖에는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2. 05:45
궁금하긴 했다.
김훈의 동명소설 <남한산성>이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쉽게 만들어지기 힘든 작품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배경이며, 대사며, 심난한 독백같은 모든 느낌을 전달한다는 게
책의 표현데로 가파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오래 고민을 하다 겨우 공연이 끝 무렵에 결국 찾아 봤다.
지금은 내 심정은...
다행이구나 싶다.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묘하게도 나와는 항상 인연이 없던 배우였던.
김수용, 성기윤, 손광업, 배혜선
드디어 이 모든 사람들을 한 작품 속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명성만큼이나
무대 위에서 꽤 인상적인 그리고 꽤 괜찮은 모습을 남겨줬다.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모습엔 어딘지 묘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느껴진다.
특히 초연의 무대일 경우에는 더욱 더.
어쩌면 그들의 역량에 따라 이 초연의 무대가
초연이자 막공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품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영웅>과 <남한산성>
지금 공연되고 있는 두 개의 대형 창작 뮤지컬은
그래서 기특하면서 동시에 절박하다.
그리고 그 양면성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긍정적인 적나라함으로 드러난다.



원작 김훈, 극본 고선웅, 연출 조광화
꽤 괜찮은 아니 상당히 괜찮은 조합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 고선웅, 조광화 
두 사람의 멋진 콤비네이션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다.
그리고 의상과 무대...
전체적으로 대나무를 무대 배경으로 삼아 묘한 신비감을 준다.
텅 빈 대나무의 옹골찬 꼿꼿함과 수직성.
결국은 모든 이의 마음이었으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조(성기윤)의 마음.
청과의 화친으로 살 길을 도모하자는 최명길(강신일)의 마음.
청과의 무력 충돌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김상헌(손광업)의 마음.
자신을 버린 조국을 똑같이 배반하고 청의 길라잡이가 되어버린 정명수(이정열)의 마음.
청을 찾아가 화친의 편지를 전하고 목숨을 버리는 오달제(김수용)의 마음.
그 모든 대쪽같은 마음들이 산성을 만들어 머무르게 했을 거라고...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이 모순된 명제 앞에 누구들 절박하지 않을까...
"당면한 문제를 당면할 뿐"이라 했던가...



청의 황제 홍타이지(서범석)의 등장의 웅장함과 섬뜩함은
내리는 눈을 맞으로 초라하게 남한산성으로 피접하는 인조와의 운명과 대비된다.
눈발 속에서 인조의 음성은...
날리는 눈처럼 분분했고 심난했고 아득했다.
"그것이 왕이 결정한 일이더냐?"
그 짧은 말 속에는 힘 없는 왕의 어쩔 수 없는 무력감과
최후의 결정에 대한 절망감이 묻어 있다.
청의 황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인조의 모습.
어쩌면 그 고개를 다시는 들고 싶지 않았으리라.
땅의 찬 기운과 함께 차라리 사늘히 굳어지길 바라지 않았을까?
서러운 기운에 내 몸까지도 가늘게 떨린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여기까지 왔구나...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웅>도 그렇고 <남한산성>도 그렇고...
특히 <남한산성>의 무대와 음악은 참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더 좋은 작품으로 진화되길 지금 초연의 무대를 보면서
희망하게 됐다.
주연같은 열정의 앙상블까지...
그들 한명 한명에게 아름다웠다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모두가 쌓은 견고한 <남한산성>은
사실은 극의 결말과는 다르게
몹시 아름다웠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