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5. 25. 08:32

 

<엘리펀트송>

 

일시 : 2016.04.22. ~ 2016.06.26.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극본 : 니콜라스 빌런 (Nicolas Billon)

번역 : 김승완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은석, 정원영, 전성우 (마이클) / 이석준, 고영빈 (어윈) / 정재은, 고수희 (피터슨)

제작 : (주)나인스토리, (주)수현재컴퍼니

 

결론부터 말하면,

2015년 초연보다 좋았다.

배우들의 합도 좋았고, 무대도 좋았고, 조명도 좋았고, 느낌도 좋았고, 전달되는 힘도 초연보다 훨씬 좋았다.

그럴거라 예상은 했지만 내 예상보다 더 이석준과 전성우의 합은 좋아서

이쪽도 저쪽도 기울어지지 않으려는 팽팽한 긴장감은

작품 전체에 미묘한 불안감을 안기면서 객석까지도 시니컬하게 만든다.

공포와는 분명히 다른, 하지만 그보다 더 깊고 선명한 절망감.

자궁에 웅크린 태아의 모습으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하는 마이클은

23살 청년이 아닌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아기에 불과했다 .

엄마에게 틀린 음정 3개 보다 가치가 없던 아이는

15살에 엄마를 존속살인해하고 8년째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

강력한 모계중심사회인 코끼리에 푹 빠진 채로...

 

마이클과 어윈의 게임.

"당신은 지금 나와 내가 원하는것 가이에 서있어요!"

어윈은 알지 못했지만 이 게임의 주도권은 처음부터 완벽하게 마이클에게 있었다.

초콜렛을 더 주겟다는 어윈에게 이거면 충분하다고 마이클은 말한다.

"선생님을 이 정도로 이용해 먹었으면 됐죠.."

마이클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처음과는 다르게 친밀감과 안도감으로 가득한 어윈의 표정까지도.

"아이가 생기면 그 아이를 일 분, 일 초도 놓치지 말고 사랑해주세요, 온 힘을 다해서 아낌없이 사랑해주세요"

그래서 마이클의 마지막 대사는 그대로 내 명치끝에 갇혀버렸다.

그렇게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어윈과의 게임을 승리로 이끌면서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자유"를 얻었다.

궁금했다.

만약...

어윈이 마이클의 진료기록을 읽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까?

달라졌다면 그게 마이클에게 더 좋은 결말이었을까?

"아가! 왜 그러니, 눈 떠!"

피터슨의 간절함과 무너지듯 주저앉은 어윈의 절망감이 잔상처럼 계속 남는다.

"아가"라니... 이제서야... 겨우...

 

...... 사람들은 평생 난 무슨 가치가 있는가 고민하죠.

       그런데 난 15살에 나 자신이 음정 3개보다 가치가 없다는걸 알아버린거죠 ......

 

그러니 세상의 모든 부모들아!

간곡하게 부탁한다.

제발 정신 바짝 차려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1. 18. 08:59

 

 

<엘리펀트송>

 

일시 : 2015.11.13. ~ 2016.01.31.

장소 : 수현재 씨어터

극본 : 니콜라스 빌런 (Nicolas Billon)

번역 : 김승완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은석, 정원영, 이재균 (마이클) / 김영필, 정원조 (그린버그) / 정영주, 고수희 (피터슨)

제작 : (주)나인스토리, (주)수현재컴퍼니

 

의도한건 분명 아닌데 

요즘 계속해서 아픈 작품들만 읽고 보고 있다.

사랑과 희망, 그리고 기억과 사실들.

개인의 역사라는 건 사실 이것들이 만들어내는 허상 혹은 사실인지도 하겠다.

그리고 이것들의 균형에 문제가 생가면 삶은 위태로워진다.

지속될게 아니라면 "사랑"을 줘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희망을 키우게 될테니까...

스스로의 태어남 자체를 "사고"라고 생각하는 마이클.

그러나 나는 그 아이에게 어떠한 죄도 물을 수 없다.

그 아이는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기 위해 절박하게 외쳤을 뿐이고

그걸 이해하지 못한건 그들이다. 

만약 그들이 이해했다면, 알아챘다면

마이클은 "가치"를 찾을 수 있었을까?

 

"네가 원하는게 뭐니?"

그린버그의 질문에 마이클은 대답한다.

"자유요, 선생님!"

자유... 자유... 자유...

마이클이 말한 자유란 8년간 입원 중인 병원에서의 퇴원이 아닌

완벽한 해방, 즉 죽음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건 아니었겠지만

8년의 시간을 지나오면서 이 명석한 아이는 희망과 가치를 잃었다.

 죽음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마이클의 독백같은 대사가 계속 가슴에 남는다.

"사람들은 이 질문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요. 나는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 배우들의 연기는 진중하고 섬세했다.

  눈빛과 동작 하나 하나 허투루 흘려보내는게 없더라.

  누군가는 마이클에 비해 그린버그와 피터슨의 존재감이 너무 약하다고 하던데

  나는 오히려 김영필과 정영주의 연기에 감탄했다.

  그 두 배우의 완벽한 조력은 박은석에게 마이클이란 인물을 성실하게 집요하게 끄집어내게 만들었다.

  이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이 작품이 어렇게까지 동화되진 못했을거다.

  위험하고 슬픈 작품이다.

  그래서 외면되지 않는 작품이다.

  아마도 나는... 다시 한 번 이 작품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때는 내게 거리감이라는게 조금 생겨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