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 30. 05:39
또 봤다.
그리고 또 가슴이 먹먹하게 아파왔다.
그래서 또 다시 울었다.
마치 처음 본 것 처럼...
<next to normal>
평범함 그 어디쯤.
죽어라 도달하고 싶어도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그 곳!
꿈꿔본 사람은 안다.
그 끝없는 한계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을...



개인적으로 뮤지컬 1세대 배우인 남경주, 최정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두사람의 노력과 공로도 알고 있고
물론 인정도 하지만 이상하게 목소리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관람했을 때도 굳이 이정열 댄을 선택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박칼린, 남경주, 한지상.
첫번째와 댄이 바뀐 두번째 관람.
이정열 댄을 보면서 그의 울움 섞인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는데
남경주 댄은 확실히 그런 느낌은 없다.
단지 반복되는 아내의 병에 지치고 찌든 남자만 있을 뿐.
(어쩌면 현실적으로 이런 남편의 모습이 더 사실적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남경주 작품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다.
작년 11월 공연 초반때보다 6명 배우들의 연기도 확실히 훨씬 더 깊어졌다.
발음 전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박칼린도 비교적 다 잘 들렸다.
특히 1막에서 아들과 왈츠를 추는 장면의 감정 표현은 많이 뭉클했다.
(아무래도 박칼린은 연출보다는 연기를 하는 게 여러가지로, 여러 사람에게 더 편할 것 같다)
이 부분에서 게이브 한지상의 노래도 좋았다.
잔잔하면서도 치명적이게 유혹적이라 정말 같이 가고 싶게 만들더라. 
정신과 의사역의 최수형도 두 명의 역할을 확실하게 분리해서 표현했다.
예전에는 다른 듯 같은 의사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으로 연기하는 것 같다.
최면요법에서 치고 나오는 최수형의 목소리는 정말 압도적일만큼 강렬하다.
(개인적으로 최수형이라는 배우가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선택할지 무지 궁금해졌다.)
등장인물 중에 제일 비중이 적은 헨리 역의 이상민,
첫번째 관람에서도 느낀 건데 목소리에 장점이 많은 배우같다.
탈렌트 공유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인데
작은 목소리에도 관객을 집중시키게 하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할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극~~~뽁 하시길...)
오소연과 한지상은 역시나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배역에 딱 맞아 떨이졌다.
특히나 게이브 한지상의 발군의 실력이 이 작품 재관람의 이유이기도 했다.
똑똑하고 현명한게 연기하는 젊은 배우를 무대 위에서 본다는 건 확실히 축복이다.
가끔 뮤지컬 <알타보이즈>의 한지상이 떠오를때면 혼자 흐뭇해진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꽤 괜찮은 배우 한지상.
(생각해보니 그래도 이 녀석 작품을 제법 봤다. 
 볼 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 점점 기대치가 상승하는 중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다.
이 내용이 단지 "그래, 그럴 수 있겠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너무나 절실하고 현실적인 내 삶이라는 걸.
한 걸음만 걸어가면 바로 벼랑 끝인 막다른 경계면에서
신문의 부고란에 질투를 느끼는 그런 사람들.
견디기 위해 키워낸 것이라고는 고작 환상이 전부인 사람들!
환상은 다 자기방어라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자기방어!
그러나 자기방어라도 해야 그나마 버텨지는 거다.
next to normal
거울 앞에 마주선 나를 보다!

* 다시 봐도 음악과 무대가 참 굉장하다.
  한국어 OST를 판매하던데 오래 고민하다 그냥 나왔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노래라 극에서 느낀 감정들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OST를 사서 후회한 적이 꽤 많이 있다.
  심지어는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지기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이 혹시라도 OST 때문에 어긋날까 싶어서 그냥 왔다.
  개인적으로 1층보다는 2층 맨 앞자리에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단, 2층 중앙열 한 가운데는 피할 것!
  극장 천장에 있는 구조물(?) 때문에 3층에서 연기하는 게이브의 모습이 대부분 가려진다.
  꼭 팔다리만 허적거리는 괴물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3. 10. 06:19
공선옥의 글을 읽으면 소름이 오싹오싹 끼친다.
그녀의 글들은 아름답고 절절하고 측은하다.
뭔가 내 것이 있다면 그대로 퍼주고 싶은 인물들을 읽으며
나는 여러번 작고 조용히
그러나 결정적으로 위로받았다.
그녀의 글들은 때론 내겐 몸에 좋은 약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소설 공모에 당선하고 받은 첫 상금으로
그녀는 조그만 밥상을 샀노라 말했다.
그때까지 움막같은 샛집에서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맨 바닥에 밥과 찬을 부려놓고 밥을 먹었노라 말했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울컥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녀의 글이 이렇게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밥처럼
사생결단으로 치열하고 처절하고 서글펐구나.
폭력보다 더 파괴적인 것이 내 속에 정통으로 어퍼컷을 날린다.
아파라... 아파라...
그런데 나는 그 뭇매를 앞으로더 한참을 더 받아내고 싶다.
그것도 철저히 일방적으로...



꽃 진 자리
영희는 언제 우는가
도넛과 토마토
아무도 모르는 가을
명랑한 밤길
빗속에서
언덕 너머 눈구름
비오는 달밤
79년의 아이
지독한 우정
폐경 전야
별이 총총한 언덕



전남 곡성 출생, 전남대 국문과 졸업.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전남 곡성군 삼기면 의암 110번지!
살아본 적은 없지만 주민등록에 적혀있는 내 본적지.
그래서 그녀의 글들은 구절구절이 대를 이어 연결된 핏줄과 뼈마디가 내지르는 외침같이 느껴졌는지도.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내가 가장 예뼜을 때>
공선옥의 소설 제목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득 서럽고 고되다.
그리고 <명랑한 밤길>에 담겨있는 12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도
나는 꺼이꺼이 속울음을 울며 가슴을 쳤다.
윤자, 경자, 문희, 인자, 연희......
어쩌자고 인물들은 이름조차도 서럽게 촌스럽고 보잘 것 없는지...
심지어 이름조차 갖지 못한 아내와 남편들을 읽으면서
나는 이 희망없는 사람들이,
구석을 찾아들어가는 게 습관인 사람들이 마치 내 몸의 일부인냥 아팠다.
재혼가정의 아비의 아들 쉽쇅끼와 어미의 아들 괴쇅끼의 엉겨붙음은
차라리 인간적이고 정직해서 생의 활기마저 느껴졌다.
결손가정, 가난, 물난리, 치매, 우울증...
눅눅하다 못해 물에 온 몸이 담겨 축축 가라앉는 이야기.
그럼에도 그 속에 어김없이 생의 떳떳함과 결연함이 있다.
어쩌면 그건 생의 변방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치열하고 구질구질하기 한 이야기는
그 궁색함과 초라함으로 오히려 장관을 이룬다.
12편의 단편들을 다 읽고 나서
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곡을 하듯 서럽게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고 싶었다.

...... 그려, 울어라, 울어, 하먼, 밥 묵고 살라면 울어야제. 울어야 밥맛 나고 밥 묵어야 심이 나제. 별것이나 있간디. 암것도 없어. 태나서 우는 놈이 사는 벱이여. 울어야 산 목심이여. 그저 내 울음이 내 묵심줄이여. 뜨건 눈물 퐁퐁 쏟아가매, 팥죽 같은 땀 펄펄 흘려가매. 아이갸, 죽을 목심은 울지도 못헌단게. 나는 울지도 못혀. 심이 없어 울지도 못혀. 젊어 울제 늙어 못 울어. 울지도 못허는 나는 갈랑게 너거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석달 열흘간을 션허거 울어부러라 ......

실껏 울고나면,
이 말 때문에 또 위로가 되지 않을까?
진심으로 나는 산 목심이고 싶어,
죽을 것처럼 석달 열흘간을 울고 싶다.
손바닥으로 땅을 치고 온 몸으로 발버둥치면서...
또 모르지,
몸을 산발로 풀어헤치고 억척스럽게 울고 나면
살아낼 새로운 힘이
오도독 오도독 독하게 생겨날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1. 27. 06:35
솔직히 이런 책을 보면,
인생 아무거나 막 먹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내가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처럼 1%에 해당되는 사회지도층도 아니고
매끼를 뽀대나게 영향가 있고 농약없는 유기농으로 채워서 야심차게 먹을 수도 없고...
솔직히 하루 세끼도 규칙적으로 부지런히 챙겨먹지도 못하는 참 불량한 식습관을 가진 전형적인 불량 현대인이다.
더불어 책의 저자처럼 과민성대장증후군(IBS)를 철친처럼 벗하고 산지 오래됐고
거기다가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장염에 조증과 울증의 반복!
이 책의 저자 알레한드로 융거의 전철을 아주 열심히 밟고 있는 중이시다. 내가!
저자 알레한드로 융거는,
내과 전문의이자 심장 전문의로 미국 최고의 단식, 정화, 해독 전문가란다.
전도유망한 의사지만 바쁜 스케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이 사람도 나만큼 고생했나보다.
갑자기 건강의 이상을 느끼게 됐단다.
살은 점점 찌고 알레르기 증상이 심해지고 소화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거기다 우울증 진단까지...
저자는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자신을 치료하기 위해 인도로 떠난다.
거기서  의료자원봉사를 하면서
인도의 전통의학인 아유르베다와 동양의 한의학을공부하게 됐단다.
다시 건강을 되찾은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클린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지금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오리엔탈리즘.
아직도 서양세계에서는 동양이 신비감 있게 느껴지나보다.



저자는 총 3주의 클린 프로그램을 소개하면서
상당한 분량의 클린 래시피까지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하루에 유동식 두끼와 고형식 한끼를 먹고 고형식은 점심에 섭취.
그리고 저녁을 먹은 후엔 12시간 금식 상태를 유지하라고 말한다.
가능하면 모든 음식의 재료는 유기농으로 준비하고
물은 항상 물을 사용하라고 당부한다.
그렇게 해야 디톡스 즉 해독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는데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은근히 까다로운 것 같다.
특히나 나같은 게으름뱅이에겐...
클린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전에는 반드시 제거식이요법을 시행해야 한단다.
이 기간 동안엔 먹지 말아야 할 음식 숙지하고 잘 지키는 게 관건이다.
제거식이요법은 소화시키기 힘들거나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음식을 식단에서 배제하는 방법이다.
소화시키기 힘든 음식을 빼고,
주로 유기농 채소, 현미, 콩, 어류와 살코기, 과일, 견과류를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이나 거부반응에 낭비되는 에너지를 해독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산성식품이 아닌 알칼리성 식품을 섭취할 것을 권한다.

* 산성 식품 :
  술, 바나나, 거의 모든 콩류, 쇠고기, 닭고기, 옥수수, 유제품, 달걀, 생선, 곡류, 양고기, 돼지고기, 
  자두, 말린 자두, 쌀, 탄산음료, 조개류, 설탕, 고구마, 토마토(가공된 것), 칠면조, 설익은 과일
* 알칼리성 식품 :
  충분히 익은 과일, 거의 모든 채소류, 보리, 메밀, 대두, 리마콩, 아즈카콩, 브라질너트, 발아 아몬드,
  꿀, 수수




참 좋은 내용이고 따지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닌 것 같은데
이게 실제로 하려고 들면 다 힘들고 귀찮아지는 게 문제다.
이론과 실제를 완벽히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말이다.
그래도 이런 책들을 읽으면 막 살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조금씩 뜨끔해지는 건 사실이다.
책을 읽고 지금 내가 부신기능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심각하게 의심하고 있는 중이다.
아는 게 병이라는데...
참 심난하다.

* 부신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알아보는 문항
   (2개 이상 Yes면 부신기능 검사를 받아 부신기능을 개선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1. 질병이나 부상에서 회복되는 시간이 평균보다 오래 걸리는가?
2. 아침마다 침대에서 빠져나오는 데 어려움이 있는가?
3. 밤에 숙면을 취해도 계속되는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가?
4. 누워 있다가 일어나면 어지러움을 느끼는가?
5. 혈압이 정상보다 많이 낮은가?
6. 추위에 아주 민감하거나, 다른 사람은 안 추운데 혼자 춥다는 기분이 드는가?
7. 고질적으로 불안이나 공포를 느끼는가?
8. 우울한 시기가 있거나, 자주 울고불고하며 법석을 떠는가? 혹은 중독증상이 있는가?
9. 멍이 쉽게 드는가?


* 클린 체크 리스트
1. 자도 자도 피곤하다
2. 주말이면 시체처럼 퍼져 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3. 눈 흰자위가 탁하고 피부가 칙칙하며 부석부석하다.
4. 과로나 과음 후 회복이 느리고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5. 몸이 늘 무겁고, 전체적으로 부은느낌이다.
6. 감정과 의욕의 기복이 부쩍 심해졌고, 머릿속이 자주 멍해진다.
7. 매일 시원하게 변을 보지 못하고, 속이 더부룩하다.
8. 아무리 적게 먹고 많이 운동해도 군살이 빠지지 않는다.
9. 사시사철 감기와 알레르기를 달고 살고, 잘 회복되지 않는다.
10. 달콤하거나 짭짤한 간식, 밀가루 음식과 유제품이 심하게 당긴다.


참고로 나처럼 뜨끔한 사람 많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9. 3. 06:34
저자 만프레드 뤼츠는 독일인으로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치료사, 신학자다.
쾰른의 정신병원에서 근무하고 있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여가를 보내는 '브뤼케-브뤼케(다리-목발)" 단체를 설립하기도 했단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그는 유머러스한 말솜씨로 각종 매체에도 많이 출연하고 있다.
일단, 책은 정말 재미있다.
저자는 책을 쓰고 난 후 동네 정육점 주인에게 읽어보게 했단다.
이 말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만한 내용이란 의미다.
광기, 사이코패스, 우울증과 조울증, 정신분열증에 대한 이야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정신병에 대한 폐해와 고통을 말한다기 보다는
인간의 다양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게 오히려 옳은 말일 것 같다.
인간의 다양성 안에는 독특함이 도를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너무 독특해서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괴롭다.
정확한 치료의 원인과 치료의 목적 없이 진단을 남용할 경우
평범하지 않는 독특한 사람들에게 무조건 단정한 정상 사회의 유니폼을 입히려는 한다면
남는 것은 냉소적 결말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정상"의 반대는 "비정상"이 아니라 "독특함"이란다.
"정상"이라는 의미는 그런 이유로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실 정신병보다 더 무서운 건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이란다.
만프레드 뤼츠는 이런 사람들을 "사이코패스"와 비교해서 "스탠더드패스"라는 표현을 썼다.
극히 정상적인 광기가 더 엄청난 재앙을 낳기도 한다면서
그 예로 히틀러, 스탈린, 마오쩌둥, 김일성, 후세인과 같은 독재자와
몇몇의 흉악범들을 예로 들고 있다.
이들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누구보다도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것.
게다가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은
대중의 환호를 받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하면 기꺼이 환호하게 된단다.
결국 그들의 손에 광기를 쥐어주는 건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에 의해서라는 뜻이다.
그래서 사실은 정상인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신분열증 환자는 아픈 기간에만 자신이 유일한 정상인이라고 여기지만,
정상인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기만이 정상이라는 확신으로 거의 평생을 살기 때문이다.
심심치 않게 해외 토픽을 장식하고 있는
페리스 힐튼과 나오미 캠벨도 이 책에 의하면 극히 정상적인 정신 박약자들에 포함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라도 정신 질환에 노출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실제적으로 통계를 봐도 그 수치는 매년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절망에 빠져본 사람은 두번 다시 준비없이 절망에 빠지지 않는단다.
아마도 자자 역시도 그런 심정으로 이 책을 쓰지 않았을까?
그래서 책 속에 진지한 유머를 적절하게 배치하지 않았을까?
읽고 있으면 흡사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당혹감도 만난다.
(나 역시도 다분히 우울한 사람이기에...)
이 책에는 심리치료에 대한 부분도 언급되고 있다.
심리치료사는 일시적으로 정신적 장애가 너무 심해 평범한 사람들과 소통하기가 힘들 때에만 
개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연히 제1의 의사소통에 다시 가능해지면 심리치료사는 즉시 물러나야 한단다.
저자가 말하는 제대로 된 심리치료의 특징은 겸손이다.
심리치료는 다양한 치료 방법 중 하나일 뿐 언제나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면서
절대 환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늘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치료법이 바로 심리치료라고 한다.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나면
왜 정상적이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도 어느 정도는 상당히 위험한 인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쉽고, 재미있고
더불에 내게는 아주 많이 유용한 책이었다.
당신은 자신이 정말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
미치도록 정상적인 사람들의 위험성을 곧 깨닫게 되리니...

=================================================================

재미있지만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 있어 적어본다.
흔히 알콜중독자들은 자신은 절대 알콜중독자가 아니라고 우긴단다.
그럴 때 다음의 "3종 세트 감지"를 적용해보면 해답이 나온다.
1. 술 때문에 직장생활에 피해를 준 적이 있다.
2. 술 때문에 아내와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3. 술 때문에 운전면허를 정지당하거나 취소당한 적이 있다.
그리고 알콜 중독의 표시는 세 가지가 있다.
1. 술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욕구
2. 술에 대한 통제략 상실
3. 금단현상

자신이 여기에 전부 속한다면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만 한다.
모두 한 번 self check 하시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6. 2. 06:11
<기발한 자살 여행>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아르토 파실린나(Arto Paasilinna)의 소설 <독 끓이는 여자>
이 핀란드 국민작가의 블랙 유머는 마치 곰삭은 향토 음식을 먹는 것처럼 특별하다.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파실린나의 신작을 기다린단다.
해를 보기 힘든 계절에 그의 작품은 핀란드 사람들에게 위안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라나...
(작가로서는 더없이 큰 영광이겠다)
"파실린나"라는 이름도 핀란드어로 ‘돌로 세운 요새’라는 의미란다.
지금까지 쓴 작품만도 50여권이라고 하니 요새를 세우긴 세운 것 같다.
로얄드 달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는 블랙 유머 작가!
기발하면서 유머러스하게 섬득하다.
그리고 때로는 섬세하기도....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동화적 구조를 가진 이야기다.
외숙모를 등쳐먹는 네가지(?) 제대로 없는 조카의 말로는...
그것도 유유상종으로 만난 절친 2명의 운명도 새끼줄 꼬이듯 줄줄이 엮어나간다.
혀를 끌끌 차면서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적극적인 공모자가 돼서 안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저걸 그냥 둬!"
<독 끓이는 여자>
참 제목 직설적이고 원초적이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건,
그 독을 내가 같이 끓이게 된다는 거다.
그것도 무지 적극적으로다...
고민된다.
이걸 맛을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한당같은 조카 패거리들에게 뫼비우스 띠처럼 묘하게 되돌아가는 결과들은
유쾌한 박장대소로 이어진다.
사람이 죽어나가는데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어째든 노부인은 다른 목적이 아니라
불한당들에게 더 이상 시달리지 않고 필요시 깔끔하게(?) 죽을 작정으로 독을 만들었다.
그것도 얼마나 절실했는지 독학으로다가...
(그 심경의 이면엔 "드러운 놈의 세상, 차리리..."라는 마음이 있었으리라)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노부인이 만든 독은 의도치 않게도 차례차례 불한당들의 최후에 동반된다.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응징"이라 하겠다. (^^)
세 명의 최후가 다 어어없고 황당하다.
(그렇다고 공상과학이나 만화를 떠올리지는 말자~~~ 절대로!)

아마도 핀란드라는 나라도 우리나라만큼이나 "인간 말종"들이 꽤 있나보다.
(이걸 친근하다고 해야하나... 참...)
아르토 파실린나는 핀란드 사회의 이런 부조리를 신랄하게 꼬집는 작가로 유명하다.
어쩐지 두 나라가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울증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나라 핀란드에 "아르토 파실린나"라는 작가는
확실히 치료제의 역할을 해주고 있단다.
(이 사람의 소설들을 읽으면 그 의미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치료제 같은 작가 한 명 있었으면...
덧없는 바람이 덮은 책장 끝에 고스란히 남는다.
아... 우울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1. 16. 05:52
 <기발한 자살 여행> - 아르토 파실린나


기발한 자살 여행 


처음으로 읽어 본 핀란드 작가의 소설입니다.

이 책을 알게 된 경로는 저에게는 참 특이합니다.

처음엔 일본에서 제작한 영화로, 그 다음엔 우리나라에서 제작한 창작 뮤지컬로, 드디어 마지막으로 만난 게 원작소설이네요.

그냥 일본 작품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집단 자살이라는 코드가 동유럽의 코드라고는 생각되지 않았거든요.

작가 아르토 피실린나는 핀란드의 국민작가로 전 세계에 수많은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기이한 유머의 대가라고 알려져 있죠. 평범한 이야기를 별나게 쓰는 작가라고 하네요.

“별난 평범함”이라...

이해되지 않는 언어의 조합인데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게 됩니다.

아르토 파실린나... 출생부터가 참 별나네요.

1942년 길 위 트럭 안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그의 가족이 독일군을 피해 도망치던 트럭 안에서요(그냥 웃어 넘기에는 좀 처절하죠.)

그는 스스로도 고백합니다.

“나는 유년기 초기에 네 곳의 나라를 경험했다. 그래서 도망은 늘 내 글에 등장하는 소재이다.” 라고요.

“피실란나”라는 이름은 “돌로 세워진 요새”라는 뜻으로 그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 안에는 마치 그들 가족의, 그리고 그의 소망이 담겨 있는 듯 하네요. “정착”과 “평온”에 대한 소망이 말이죠.

아들에게 이런 이름을 남기고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로 인해 그는 남겨진 어머니와 8명의 식구들을 위해 어릴 때부터 노동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15살부터는 글쓰기를 시작했고요.

그는 이런 모든 경험들이 자신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말합니다.

어느새 핀란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이 읽혀지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 된 아르토 파실린나.

이 책을 읽으면서 또 다른 블랙 유머의 대가 “로알드 달”을 많이 떠올렸습니다.

“유머”라는 것에도 다른 의미와 다른 표현 방식이 있구나 생각했죠.


“핀란드”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휘바 휘바!”를 외치며 건강한 치아를 위해 자기 전에도 챙기는 자이리톨 껌?

이렇게 치아 건강까지 생각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사실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그들은 스스로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하네요. 자신들이 우울한 민족이라는 걸 말이죠. 살인은 단지 100여 건인 데 비해 매년 자살 시도는 1500여 건이나 된다는 사실이 이런 핀란드의 우울을 대변한다고 하겠습니다.

이 책에는 그런 자살의 이면을 제대로 뒤집어 삶으로의 자연스러운 복귀를 유도하는 멋진 블랙 유머가 깔려 있습니다.

그것도 강력한 충격이나 계기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연스러움”을 통해서요.

사실 이 책이 재미있는 건,

별 볼일 없는 군상들이 다름 아닌 우리들의 모습을 정확히 대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들은 바로 나 자신의 대역배우인 셈이죠.


빛과 기쁨의 축제날인 성 요한의 날.

4번의 파산과 4번의 자살 시도 이력이 있는 렐로넨 사장은 자신의 헛간에서 또 다시 자살을 결심하죠.

그런데 이런!

먼저 와서 목을 메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오지랖 넓게도 일단 이 사람을 구해내죠. 그가 바로 현역 육군 대령 켐파이넨입니다.

그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 친구가 되고 “자신들처럼 자살하고픈 사람들을 한 번 모아보자!”며 이상한 의기투합(?)을 하게 됩니다.

그들을 교화해서 삶으로 복귀시키자는 건전한 의도가 아니라 함께 집단 자살을 하려는 의도로 말이죠.

그들은 신문의 부고란에 광고를 하고 답신이 오길 기다립니다.

놀랍게도 며칠 뒤 612통이라는 어마어마한 답신이 그들의 손에 들려집니다.

그 편지들의 공통점은 외로움과 쓸쓸함 일색이었죠.

일단 두 사람은 답장을 보낸 사람 중에 가까운 곳에 혼자 살고 있는 푸사리 부인을 비서로 고용해 자살 세미나에 참석하라는 초대장을 보내고 시내의 한 레스토랑을 빌립니다.

끝까지 세미나에 남은 사람들은 대령 켐파이넨을 지휘관으로 렐로넨 사장과 푸사리 부인을 보좌관으로 임명하고 버스를 대절해 함께 자살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하죠.

이동 중에 그들은 편지를 보냈던 사람들을 한 사람씩 탑승시킵니다.

의처증과 편집증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던 여인, 이미 고물이 되어 버린 배에 너무나 집착해 빈털터리에 되어 급기야 가족까지 떠나버린 육지선장, 전직 노동조합 간부, 오판의 희생양이 되어 교도소에 수감됐었다고 주장하는 밍크 서커스 단장에 세미나를 개최했던 레스토랑 종업원까지...

그리고 버스 운수 회사 사장 코르펠라의 동참으로 이들에게 40인승의 최신식 고급 버스까지 생기게 됐습니다.

이렇게 모인 33인의 첫 번째 단체 자살 현장은 실패로 끝이 납니다.

절벽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 탑승자 다수가 급정거 스위치를 눌러버렸거든요.

그들은 회의를 하고 장소를 바꾸기로 결정합니다. 그리고 국경을 넘죠.

핀란드를 거쳐 노르웨이를 지나 스위스로...

이쯤 되면 이들이 마치 단체 관광 여행자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나가는 곳에서 자유시간을 갖고 유명한 곳을 관광하기도 하고 야외 캠핑도  즐기면서 점점 진짜 여행자의 모습을 보여주죠.


“죽음을 위한 무명 인사들의 단체”

어느 틈에 이들에 대한 소식이 국가정보부에까지 들어갑니다.

현직 대령에, 전직 노동조합 간부에 최대 운수 회사 사장까지... 뭔가 낌새가 이상하다고 생각한거죠. 게다가 세미나에 참석했던 사람 중 몇몇이 밤을 지내기 위해 몰래 숨어 들어간 차고가 하필이면 남예멘 대사의 관저였던 겁니다. 술에 취한 그들은 그곳에서 자살을 시도하다가 급기야 화재가 발생되죠.

스위스에서는 독일 훌리건들과 집단 패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실종된 3명의 여자들은 프랑스에서 도덕적인 혼란을 야기시켜 24시간 내 추방명령을 받기까지 합니다.

국가정보부는 판단하죠.

그들이 필란드의 대외 관계에 깊이 개입하고 있다고 말이죠.

...... 핀란드 관광버스 한 대가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들을 싣고서 세상을 질주하고 있다.

그 비밀 자살 단체의 회원 몇 명이 외교와 군사 분야에서 적이 의심스러운 활동에 연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 어쩌면 모든 회원이 휘말려들었을지도 모른다......

국가정보부는 비공식적인 자문회의를 열기로 결정을 하고, 정부 기관 산하의 여러 부처에서 관계자들을 초빙합니다. 외무성, 경찰청, 대학병원의 신경정신과, 관광공사 그리고 정보부에서 파견한 사람들까지 말이죠.

이런 사실을 알 길이 없는 그들은 어쨌든 계속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네요.

하나 둘, 하차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말기암 환자와 에이즈 환자가 버스에서 내려 두 사람만의 새 삶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죠.

순간 사람들은 그들의 무책임성을 비난합니다.

하차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에이즈라는 사실을 숨기고 버스를 탔다는 사실을요.

아이러니 아닙니까?

어차피 함께 죽겠다고 그 버스에 동승했는데 에이즈 따위가 뭐 그리 대수라고...

하긴 뭐 홀리건들과의 집단 패싸움에서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 때도 흉측한 모습으로는 죽기 싫다고 죽음을 연기했던 사람들이니 곱게 죽고 싶기도 했을 겁니다.

하차 희망자는 점점 속출하고 그들의 집단자살의 의도를 알게 된 지역대표는 자신의 지역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음날 아침까지 떠나줄 것을 요구합니다.

버스에 탑승한 사람들은 과연 굳이 집단 자살을 감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세상은 살 만한 곳이며, 고향 핀란드에서 엄청나 보였던 문제들이 유럽의 다른 곳에서는 아주 사소해 보인다고 사실도 서서히 깨달게 되죠. 같은 운명을 짊어진 동료들과의 긴 여행은 다시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며, 유대감은 자의식을 굳건하게 다져주기까지 했습니다.

좁은 생활 영역으로부터 벗어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게 된 자살 희망자들은 새롭게 삶의 재미를 발견하기에 이릅니다. 그들이 초여름에 생각했던 것보다 미래는 훨씬 더 밝게 보였던 거죠.

그리고 여행 중에 탄생된 여러 쌍의 연인들도 삶의 의욕을 부추키게 됩니다.

우리의 지도자 켐파이넨 대령과 보좌관 푸사리 부인마저도 그들 앞에서 결혼을 발표하네요.

삶은 결국은 그런 것이라네요.

계속해서 양파껍질을 벗겨내는 일이라고...


여기서 이 이야기가 끝이 난다면 무지 평범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겠죠?

뒤에 기막히게 유머러스한 반전이 여럭 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사라져버린 버스의 행방을 끈질기게 추적하기로 결의한 국가정보부 자문위원회의 모습이요.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회의를 이어가는 자문위원회.

비밀 단체의 흔적은 유럽 한가운데서 이미 사라졌지만 국가의 안전과 명성을 위해 이렇듯 중요한 회의를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들의 최종 결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회의를 거듭할수록 새롭게 밝혀지는 사실은 조금도 없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렇게 몇 년 동안 같은 회의를 계속해왔고, 그리고 현재까지도 심각한 위험성을 경고하며 회의를 계속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완전히 박장대소하고 말았습니다.

우리나라든, 유럽이든 정치하는 분들은 늘 그렇게 남의 다리만 계속해서 그것도 지치지도 않고 긁어대는 것 같아서요.

“자살”이라는 무겁고 심각한 내용을 이렇게 유쾌하고 발랄한 마무리로 폭소를 자아내게 한다는 게 이 책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한때 유럽 전역에서는 실제로 이 소설을 패러디한 “즐거운 자살 희망자들의 모임”이 생겨나기도 했었다네요.

이 책이 금서(禁書)로 분류되지 않고 여전히 잘 읽혀지고 있는 걸 보면 아마도 그 모임들은 이 책의 내용처럼 단지 유쾌한 모임의 하나로 끝이 났던 것 같습니다.


왠지 조금은 우울해야만 할 것 같은 가을의 끝자락,

울증을 희망하는 모든 분들께 강력한 예방 백신으로 권해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이들의 기발한 여행에 함께 동승하고 나면 아마도 박장대소로 하차할 수 있을 겁니다.

푸.하.하.!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6. 06:30
처음 읽었던 핀란드 작가의 소설이다.
아르토 파실란나,
핀란드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왠지 하루종일 자일리톨 껌을 징걸징걸 씹으며
우울과 고독함에 젖어 있을 것 같은 나라 핀란드.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치아를 생각해서 항상 자이리톨 껌을.... ^^)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란다.
살인은 단지 100여 건인데 비해 매년 1500여 건의 자살이 발생한다는 나라 핀란드.
이 소설은 이런 우울의 핀란드를 배경으로
놀랍도록 재미있는 블랙 유머를 선사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묘한 깊이감이 있는 소설.
이 소설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네 번의 파산선고를 받은 사업가와 현직 대령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사람의 첫만남은 자살의 순간이다.
같은 목적으로 찾은 시골의 한적한 헛간에서의 만남.
이 만남에서 집단 자살 여행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살기 위해서, 혹은 죽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를 위해서
그들과 동참하는 동행자가 생기고
최고급 신형 버스에 올라탄 이 33인은 죽을 곳을 찾아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유쾌한 터치로 그것도 끝까지 유머와 반전의 묘미까지 잃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게...
나는 집단자살보다 더 끔찍하고 무섭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의 결말은 이미 알 수 있지만
그 확실한 결말을 앎에도 불구하고
내내 재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등장하는 캐릭터를 내 주위의 누군가에 맞춰보는 퍼즐의 즐거움까지 은근히 소유하다...
얼마전엔 이 원작을 가지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새롭게 각색해 뮤지컬이 만들어지기도 했었는데

<남한산성>에서 인조로 분했던 배우 성기윤이 대령으로 분했었다.
실제로 뮤지컬을 보지 않았지만 진지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돼 살짝 웃음이 머문다.
어쨌든 집단 자살 여행의 끝은 강력한 삶으로의 복귀다.
당연하지 않은가!!!



제 3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최민경의 <나는 할머니와 산다>
좀 흉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유쾌하다.
청소년소설이라 깊이감은 많이 떨어지지만 분명 참신함은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할머니(귀신)가 수시로 등장해 이야기를 휘젖고 다니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 속엔 귀신으로서의 할머니의 음성은 단 한 줄도 없다.
하지만 분명 주인공은 염연히 할머니와
그것도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와 산다.

이상한 빙의 현상!
(빙의현상이긴 하되, 간접적인 빙의현상... 이해가 될까?)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이 책은 어쨌든 청소년문학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깊이감이 부족하다느니, 유치하다느니 평하지 말자.
당신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라.
읽다보면 당신의 중학교 시절보다 책의 주인공이 훨씬 더  성숙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기억나는가?
그 때, 당신이 얼마나 유치했는지...
그리고 그 유치함이 얼마나 심각하고 절실했었는지를...




6살에 입양돼 이제 16살이 된 조은재.
아빠의 실직은 벌써 2달을 넘어서고 있고 
치매가 있던 할머니는 동네 공사현장 물웅덩이에 빠져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이런 심각한 상황들이 아주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아이스럽게 유쾌하다.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논하는
주인공의 성숙함 또한 귀엽고 이쁘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몸에 들어오는 건 뭔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당신이라면 어떻까?
그 할 일을 하라고 온전히 자신의 몸을 내 줄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피곤한 일이란다.
항상 무슨 일인가로 마음을 졸이며 살아햐 하기에...
그래...
사실은 정말로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다.
그렇다고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이제와서  못해먹겠다고 반납할 수도 없는 노릇.

현실을 인정하고 믿자!
그걸 믿는 동안은 생도 함께 빛날 것이라는 당돌한 16살 소녀의 말을 기억하며...
살자! 살자! 살자!
이것 말고 더 좋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차피 누구든 살 수 밖에는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0. 23. 06:03
 

<친구> - 스탠 톨러

 
친구


오늘은 금방 읽힐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생각거리를  만드어 주는 책을 한 권 소개하려구요.

바로 <친구>라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처세나 경제 관련, 자기 계발 부분엔 영 문외한인지라 이런 내용의 책은 손에 잘 잡지 않는 편이었답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읽기 시작했죠.

그런 책들은 단지 선택된 소수의 사람의 삶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딴 나라 이야기 같다고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한권씩 읽어가면서 분명히 깨달은 건 그 책들 역시 내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책은 제겐 일단 다 재미있고 신비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요.

(예전에 제 꿈은 종로서적 직원이 되는 거였습니다. 맘껏 책을 읽을 수 있을 거고, 싸게 책을 살 수 있을 거란 정말 순진한 생각을 했던 때 였죠^^ 이젠 그 꿈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버렸습니다. 아시겠지만 제 유토피아였던 종로서적이 오래전에 없어진 이유로...... 서점이 도산될 때 마다 마치 제 일부도 함께 도산하는 느낌이예요....)


시애틀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조"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인재며 하는 일마다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죠. 지금도 프로젝트를 거의 성공시켜 22만 달러의 성과금이 지급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호사인 사랑스런 여자친구도 있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처음과 다르게 왠지 어긋나는 것 같고 동료들은 매 프로젝트마다 성공하는 그를 은근히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는 축하를 나눌 친구도, 동료도, 애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성공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조는 우연히 '맥스 플레이스'라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자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 '시애틀'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경쟁사회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란 어떤 의미일까요?

'행운의 절반은 나의 노력으로부터 오고, 행운의 다른 절반은 친구로부터 온다'

어쩌면 너무나 교과서적인 내용의 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교과서라는 건 기본을 알려주기 위한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쟎아요.

이 책은 냉혈인간 조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길, 친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 하나하나와 진정한 관계를 맺는 소중한 과정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아주 교과서적으로요. ^^ (이 말이 전 맘에 듭니다. 이 책에서는요...)


이 책은 친구란 "커피"와 같다고 말합니다. 같은 원두의 커피라 해도 어떤 비율로 브랜딩 하는 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서로 어우러짐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결코 누구라도 혼자서는 충분히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해 줍니다. 내 잃어버린 멘토를 찾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하죠.


믿었던 직장에서 쫓겨난 조는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그는 과거의 모든 사람들을 True Friend로 다시 만나게 되고,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True Friend로 만나게 될 것임을 저 또한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항상 “멘토”만을 바라고 기다렸던 건 아닐까?

누구가 나를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를 좀 발견해주고 그리고 나를 좀 만들어 주길...

한번도 내 자신이 멘토가 될 생각은 진심으로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만한 재능이나 능력, 배려심도 아주 심하게 부족하지만 그래도 멘토를 기다리는 사람이기보다는 멘토가 되기 위해 애써보는 사람이 되보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씩 품게 됩니다.

멘토와 멘티의 계속되는 멘토링...^^

모두를 위한 괜찮은 꿈이 될 것 같아요...


문득 제 멘토이자 친구이기도 한 분이 생각나네요.

올해 벌써 50이 되신 분인데 제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입니다.(나이를 지금 따져보고 저 순간 놀랐습니다.... )

함께 차 마시면서 4~5시간 정도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이죠.

그 분과 이야기를 하면 제 자신이 참 풍요로워 지는 걸 느낍니다.

전 그 분에게 어떤 멘티였을까요?

형편없는 수다쟁이로 기억하고 있지만은 아닐 거란 확신이 드네요.

왜냐면 그분은 제 멘토시니까요?


모든 친구의 시작은,

“믿음!”
바로 거기서부터가 처음 시작일테니 말입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30. 06:32


<친 구> - 스탠 톨러


친구

 


금방 읽힐 수 있는 그러면서도 재미있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합니다.

바로 <친구>라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처세나 경제 관련 부분엔 영 문외한인지라 이런 내용의 책은 손에 잘 잡지 않는 편이었답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읽기 시작했죠.

그런 책들은 단지 선택된 소수의 사람의 삶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딴 나라 이야기 같다고만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한권씩 읽어가면서 분명히 깨달은 건 그 책들 역시 내게 도움을 주는 내용이라는 사실입니다.

모든 책은 제겐 일단 다 재미있고 신비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요.

예전에 제 꿈은 종로서적 직원이 되는 거였습니다. 맘껏 책을 읽을 수 있을 거고, 싸게 책을 살 수 있을 거란 정말 순진한 생각을 했던 때였죠.^^
그러나 이제 그 꿈은 영원히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냐하면 아시겠지만 제 유토피아였던 종로서적이 오래전에 없어진 관계로..... (서점이 도산될 때 마다 마치 제 일부도 떨어져나가는 것 처럼 섬뜩하게 아픕니다....)


시애틀 광고회사에서 일하는 주인공 조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유능한 인재며 하는 일마다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죠. 지금도 프로젝트를 거의 성공시켜 22만 달러의 성과금이 지급될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간호사인 사랑스런 여자친구도 있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처음과 다르게 왠지 어긋나는 것 같고 동료들은 은근히 그를 부담스러워합니다. 그는 축하를 나눌 친구도, 동료도, 애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성공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조는 우연히 '맥스 플레이스'라는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삶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이자 우울증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도 유명한 '시애틀'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경쟁사회에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친구'의 존재란 어떤 의미일까요?

'행운의 절반은 나의 노력으로부터 오고, 행운의 다른 절반은 친구로부터 온다'

어쩌면 너무나 교과서적인 내용의 책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교과서라는 건 기본을 알려주기 위한 “지침서”라고도 할 수 있쟎아요.

이 책은 냉혈인간 조가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드는 길, 친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 하나하나와 진정한 관계를 맺는 소중한 과정들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아주 교과서적으로요. ^^ (이 말이 전 맘에 듭니다. 이 책에서는요...)


이 책은 친구란 커피와 같다고 말합니다.
같은 원두라 해도 어떤 비율로 브랜딩 하는 가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 것처럼 서로 어우러짐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결코 누구라도 혼자서는 충분히 완성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느끼게 해 줍니다.
내 잃어버린 멘토를 찾고 싶다는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하죠.


믿었던 직장에서 쫓겨난 조는 그러나 더 나은 사람이 되어 더 나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하면서 그는 과거의 모든 사람들을 True Friend로 다시 만나게 되고,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True Friend로 만나게 될 것임을 저 또한 의심치 않습니다.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나는 항상 “멘토”만을 바라고 기다렸던 건 아닐까?

누구가 나를 이끌어주길... 그래서 나를 좀 발견해주고 그리고 나를 좀 만들어 주길...

한번도 내 자신이 멘토가 될 생각은 진심으로 못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럴 만한 재능이나 능력, 배려심도 아주 심하게 부족하지만 그래도 멘토를 기다리는 사람이기보다는 멘토가 되기 위해 애써보는 사람이 되보고 싶다는 소망을 조금씩 품게 됩니다.

멘토와 멘티의 계속되는 멘토링....^^

모두를 위한 괜찮은 꿈이 될 것 같아요...


문득 제 멘토이자 친구이기도 한 분이 생각나네요.

올해 벌써 50이 되신 분인데 제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분입니다.(나이를 지금 따져보고 저 순간 놀랐습니다.... )

함께 차 마시면서 4~5시간 정도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분이죠.

그 분과 이야기를 하면 제 자신이 참 풍요로워 지는 걸 느낍니다.

전 그 분에게 어떤 멘티였을까요?

형편없는 수다쟁이로 기억하진 아닐 거란 확신이 드네요.

왜냐면 그분은 제 멘토이시니까요?

모든 친구의 시작은

“믿음”...
바로 거기서부터 일테니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