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12. 2. 08:29

 

<팬텀>

 

일시 : 2016.11.26. ~ 2017.02.26.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가스통 르루와 <오페라의 유령>

극작 : 아서 코핏 (Arthur Lee Kopit)

작곡 : 모리 예스톤 (Maury Yeston)

편곡 : 킴 샤른베르크 (Kim Sharnberg)

안무 : 제이미 맥다니엘 (Jayme McDaniel)

연출 : 로커트 요한슨 (Robert Johanson)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박효신, 박은태, 전동석 (팬텀) / 김순영, 박소현, 이지혜 (크리스틴) / 신영숙, 정영주 (마담 카를로타)

        박철호, 이희정  (제라르 카리에르) / 이창희, 손준호 (필립) / 김주원, 황혜민 (벨라도바)

        윤전일, 엄재용 (젊은 제라르), 이상준 (무슈 숄레)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박은태 팬텀과 이지혜 크리스틴은 보는 내내

파도를 타는 기분이었다.

맨 처음 박은태 팬텀의 서곡 목소리에 깜짝 놀랐고

그 다음엔 이지혜 크리스틴의 "파리의 멜로디"에 놀랐다.

전자는 예상보다 훨씬 좋아서, 후자는 예상보다 훨씬 아니어서...

사실 박은태 팬텀은 정확한 예상이 안됐었다.

클래식하지도 그렇다고 로멘틱하지도 않을거라고만 짐작했을 뿐이다.

보고 난 느낌은...

전체적으로 아주 젠틀한 느낌.

초연때 류정한 팬텀은 모성애를 극대화시키면서 귀족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박은태 팬텀은 사랑에 올인한 젠틀맨이었다.

서두르거나 망설이지 않고 고요하게 하지만 정확하게 크리스틴을 향해 가고 있는 남자.

그게 박은태 팬텀이었다.

노래는...

아주 날카롭고 예리하다.

하지만 누군가를 향해 칼날을 들이대는 날카로움은 아니다.

비극적이라는 느낌.

oveture와 딱 맞아 떨어지는 목소리였다.

비극적.

그래, 이 단어다.

 박은태 팬텀을 표현하는 가장 정확한 한 마다.

비극이 아니라 비극적!

 

이지혜 크리스틴은 첫노래가 너무 불안해서 걱정했는데

Home의 후반부, 팬텀을 만난 이후 소리가 확연히 달라진다.

나중에 알았다.

처음의 어색함과 불안함이 의도된 연기고 표현이었다는걸.

그런 의미에서 팬텀과의 비밀스런 레슨으로 일취월장하는 크리스틴을

초재연을 통틀어 가장 잘 표현한 배우가 이지혜 크리스틴이다.

다른 여배우와 비교해서 연상의 느낌도 전혀 없어 그것 역시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자금껏 무대에서 본 이지혜 연기 중 가장 좋았다.

성악톤을 살려서 노래하니 기존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르더라.

비스트로가 좀 걱정스러웠는데 이 장면도 나쁘지 않았다.

임선혜나 김순영의 절정의 기량에 익숙한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완성이 아닌 과정의 결과물이 보여서 오히려 두 대가들보다 훨씬 더 감동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크리스틴은 이게 맞는것 같다.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에 점점 몰입하는 것도 인상저이었고

박은태와도 목소리톤이 잘 섞여서 듣기에 편안했다.

필립이 테러블했다는것만 뺀다면 전체적으로 초연보다 느낌이 좋았다.

그리고 음악감독이 김문정으로 바뀌면서

초연보다 더 클래식해졌다는것도 개인적으론 호(好)!

(그러고보니 노래할 때 박은태의 톤이 현악기와 아주 많이 닮았다.)

신영숙과 이상준 콤비는 두 말 할 필요도 없고

황혜민과 윤전일의 발레도 훨씬 좋아졌다.

이정렬의 애절한 부성애를 볼 수 없는게 좀 그렇지만

박철민 제라르도 초연때보다는 부드럽고 온화해져서 좋았다.

 

아직 시작이라 몸에 익지 않는 장면이 있긴한데

전체적인 느낌은 초연보다 훨씬 좋았다.

시간이 지나면 확실히 더 좋아질 것 같아서 

공연 막바지에 이 캐스팅 그대로 다시 한 번 봐도 좋을것 같다.

정말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18. 08:04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The Devil> 네번째 관람.

그리고 김재범 존파우스트 첫번재 관람.

역시나 김재범이다.

표현도, 연기도, 인물에 대한 몰입도, 노래도 엄청나다.

김재범을 확인하기 전까지 송용진 존파우스트가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이 무게중심이 비슷하다.

아마도 매번 볼 때마다 두 배우가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지 않을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송용진 존은 차지연 그레첸과 잘 맞는것 같고

김재범 존은 장은아 그레첸과 잘 맞는것 같다.

마이클리는 솔직히 어떤 조합이라도 good이다.

(역시나 대단한 배우다, 마이클리는!)

 

송용진 존은 "Black Monday"와 'Guardian Angel"이 정말 좋았고

김재범 존은 "죽어버린 이여"와 "퇴색한 눈동자"가 정말 좋았다.

대체적으로 송용진은 woody pak의 노래가,

김재범은 이지혜의 노래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두 배우의 연기톤이 완전히 다르긴한데 김재범의 표현은 역시나 압권이더라.

손의 움직임과 순간적인 목소리톤을 달리해서

존이라는 인물의 변하는 순간 순간들을 아주 확실하게 너무 잘 표현했다.

때때로 정말 "악마"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도 많았다.

만약 이 작품을 처음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김재범 존을 먼저 보고 나중에 송용진 존을 선택하길 권한다.

그렇게하면 이 작품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게 될거다.

그만큼 김재범 존이 표현이 맥락과도 잘 맞고 전체적으로 설득력도 뛰어나다.

아무래도 김재범이 롹발성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넘버에서 송용진만큼의 파워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예민하고 시니컬한 김재범만의 보컬느낌이 있어서 그것도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은아 그레첸과의 느낌이 아주 좋더라.

(차지연 그레첸과는 왠지 연상연하의 느낌일 것 같아서...)

 

장은아 그레첸은 두번째 관람이었는데

첫번째보다 몰라보게 달라졌다.

제2의 차지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겠다.

제 2의 누구누구가 아니라 장은아로도 충분하다.

개인적으론 "Mad Gratchen"은 차지연보다 장은아의 느낌이 훨씬 좋았다.

차지연이 "내가 널 상대해주마!" 였다면

장은아는 "나를 바치겠으니 그는 놓아주라" 더라.

그야말로 존의 죄를 대신하는 속죄양,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이미지.

미켈란젠로의 피에타를 보면 마리아가 예수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혹시 이 작품도 그런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그레첸을 일부러 큰 여배우로 섭외한건 아닐까 혼자 심각하고 고민했다.

(정말 정말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마이클리X는...

언제나 그렇듯 역시나 아름답다.

그가 부르는 "그 이름"과 "피와 살"은 소름이 돋는 정도가 볼 때마다 더 강해진다.

이제는 마이클리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날이 오는게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무대를 대하는 그의 진심은 정말 신비더라..

마이클리는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할만큼 정말 정말 좋은 배우다.

 

<The devil>은 배우도 작품도

내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작품이다.

심지어 커튼콜의 가위바위보까지도 너무나 좋다.

오랫만이다.

나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는 거.

방법이 없겠다.

당분간은 이대로 푹 빠져 지내는 수밖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7. 08:07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이지나 연출의 창작 뮤지컬 <더 데빌>.

워낙 괴테의 <파우스트>를 좋아해서 현대적으로 해석한 뮤지컬로 만들어지길 바랬는데 드디어 바람이 이뤄졌다.

그것도 아주 프로그레시브한 락뮤지컬이란다!

게다가 공개된 캐스팅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만큼 후덜덜한 배우들의 총집합이다.

캐스팅보고 확신했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강강강강(强强强强)이 될 거라는걸.

더불어 호불호 또한 아주 극명하게 갈리겠구나...까지!

사실 조금 로딩이 된 후에 관람할 예정이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예매를 해버렸다.

그것도 내가 요즘 살짝 피하고 있는 한지상 X로...

다행인건 공개된 음원에서 한지상이 부른 "피와 살"이 꽤 괜찮았다.

그래서 기대감이 조금씩 생기는 참이었다.

 

이 작품의 제일 큰 매력은 단연코 음악이다. 

woody pak과 이지혜가 만든 곡들은 정말이지 단 한 곡도 버릴 곡들이 없다.

묵시론적인 이지나의 가사도 괜찮고.

노래 잘하기로 유명한 배우들의 소리를 코러스화 시켜버리는 밴드의 볼륨이 문제긴한데

내 생각엔 이지나 연출이 라이브밴드의 볼륨을 줄이는 양보 따윈 안 할 것 같다.

사실 그 과함이 그로데스크하면서 세기말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니까!

게다가 배우들의 넘버 소화력은 환상적이다.

한곡 한곡을 그야말로 죽자고 부른다.

솔직히 주눅이 절로 들 정도다.

우려했던 한지상도 나쁘지 않았는데"Big time"에서 과하게 그루브를 타는 바람에 좀...

사실 나는 좀 다크하고 차가운 X이길 바랬는데 그렇게 리듬을 타버리니 경망스러움이 느껴지더라.

"피와 살"은 독립투사의 결의가 느껴지고...

 

이날 관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우는 존파우스트역의 윤형렬.

노래가 아주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외모도, 연기도, 느낌도 배역과 아주 잘 어울렸다.

그리고 <더 데빌>에서 자칭 타칭 고생담당 이라는 그레첸 차지연.

차지연이라는 배우.

참 대단하고, 너무 열심히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배우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이건 다분히 개인적인 취향이긴한데

나는 이상하게 차지연 특유의 뽕끼가 영 적응이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레첸을 차지연만큼 표현할 배우가 없다는건

인정할 수밖에는 없겠다.

"Mad Gretchen"의 그 긁어내던 발성은 지금 생각해도 참 후덜덜하다.

 

첫관람 후 이 작품에 대한 내 선호도는 결정됐다.

확실한 호(好)!

물론 과한 부분들이 많다는건 인정한다.

배우들의 소리까지 잡아먹는 4인조 라이브 밴드의 어마무지한 연주도 그렇고

코러스의 정체불명의 안무는 확실히 극의 흐름을 방해한다.

4인조 코러스 자체는 아주 좋다.

게다가 4명이 다 특색있는 음색이라 작품과 잘 어울린다.

스토리 자체는 난해하다는 평이 있긴하데 별로 그렇진 않고

단지 그걸 표현한 방식이 아주 살짝 불친절하고 극단적이란 느낌은 있다.

넘버도, 스토리도 시종일관 강강강강(强强强强)의 연속이다보니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종교적인 색채가 짙다는 평가는,

"파우스트"가 모티브인데 그 정도 종교색도 없으면... 글쎄 그거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싶다.

난 오히려 조금 더 성서적이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

중간중간 나오는 헨델의 "울게 하소서"도 그래서 더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하더라.

(그레고리안 성가도 생각나고, 카스트라토도 생각나고...)

 

이지나 연출의 작품이 나랑 잘 안맞는 편이라

관람하기 전에 사실 걱정을 했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느낌이 좋아서 다행이다.

위험한 발언이긴한데,

캐스팅별로 여러번 챙겨보게 될 것 같다.

 

The Deveil 이라니...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유혹적인 작품 아닌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