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9. 2. 11. 14:04

 

<지킬 앤 하이드>

 

시 : 2018.11.13. ~ 2019.05.19.

장소 : 샤롯데 씨어터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지킬 앤 하이드>

극본, 작사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연출, 안무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조승우, 홍광호, 박은태 (지킬&하이드) / 윤공주, 아이비, 해나 (루시) / 이정화, 경아 (엠마)

        김도형, 이희정 (어터슨) / 김봉환(댄버스 경), 강상범, 홍금단, 이창완, 이상훈, 이용진, 김이삭 외

제작 : (주)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터테인먼트

 

인간의 이중성.

요즘 심리적으로 내 상태는 지킬이 아니라 하이드에 가깝다.

그런 생각이 든다.

지킬이 선(善)이고 하이드가 악(惡)이라는게 정말 맞는건가....하는 생각.

지킬은 고전적인 지식인의 전형이다.

무슨 이유였을까?

지킬이 첫넘버 "I Need to Know"의 가사가 유난히 송곳처럼 가슴에 박혔다.

" ......... 알길 원해,

 왜 인간은 본능 속에 악한 것에 유혹당해.

 끝내 스스로 영혼을 태우는가.

 알아야 해, 그 진실을.

 신이시여. 내 길 이끄소서, 내 눈 밝혀주소서 

 나는 가리라 당신의 뜻과 함께

 가야만 해. 그 숨겨진 빛을 향해

 그 누구도 가지 않았던 오직 나만이 가야 할 험난한 길

 나는 가리, 알아야 해"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저지른 오류와 똑같은 오류를 범하는 지킬.

도덕적으로 자신과 다수의 위선가들과는 다르다 그의 확신은

그 자체가 아주 위험한 자만이고 오만이다.

인간은 그냥 인간일 뿐.

악한 것도 인간이고, 선한 것도 인간이다.

정직함으로 따진다면 달의 뒷면인 하이드가 더 진실된다.

왜냐하면 그의 악은 어느정도는 단죄의 의미가 담겨있으니까.

그게 살인의 방법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랬다면.... 확실히 드라마틱한 전개는 불가능했겠지만!

요즘은 가끔씩 하이드를 꿈꾼다.

어렸을때 투명인간을 꿈꾸듯 그렇게 하이드를 꿈꾼다.

확실히...

문제가 있는 정신상태다.

 

조승우는,

이 작품에 관한 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작품과 인물 모두를 자유자재로 주무르고 있다는 느낌.

연기자가 왜 연기를 잘해야 하는지를 백과서전적으로 보여주는 배우다.

계산됨직한 강약과 악센트는 듣고, 보고, 느끼는 완벽한 즐거움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봐도 너무 봤다 싶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조승우라는 배우의 연기때문에 또 다시 리셋이 된다.

지킬보다 다 고집스럽고,

하이드보다 더 무시무시한 배우.

아이비는 이쯤되면 가수보다는 뮤지컬배우라는 해야 맞을것 같다.

게다가 아주 질힌디.

연기도, 노래도 다.

실력만큼이나 역대 최고의 미모를 발산하는 루시 ^^

민경아 엠마는 기복이 좀 있는것 같고

루시와의 듀엣곡 " In HIs Eyes"에서는 소리가 뚫고 나오지 못해 좀 아쉬웠다.

어터슨은 개인적으론 김도형이 더 좋더라.

이희정 어터슨은 살짝 too much 해서...

 

사실 요즘 모든게 심드렁이다.

이것도 한 달 전에 본 걸 지금에서야 쓰는 중이다.

아마도 무미건조한 심드렁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2. 8. 08:41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원래 박은태 캐스팅은 한참 후에 볼 예정이었는데 입소문이 너무 좋아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급하게 3층 맨 앞자리를 예매했다.

박은태의 지킬은 상상이 되는데 솔직히 "하이드"는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루시와 엠마도 많이 고민했는데 결론은 소냐와 조정은으로 선택했다.

(전부 뉴페이스로 보기에는 위험부담이 좀 클 것 같아서...)

어쨌든...

박은태 자칼은...

지칼은 노래도 연기도 아주 좋았다. 

"I need to know"도 "This is the moment"도 박은태이 목소리와 너무 잘 어울렸고

고음은 역시나 아주 깨끗하고 선명하더라.

그런데... 하이드는,

역시 아직 미완이다.

지킬만큼 하이드를 장악해내지는 못하더라.

하이드의 목소리가... 하나가 아니라 참 다양했다.

때때로 박은태의 목소리도 자주 출몰했고.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 같긴한데 하이드일때 템포가 아주 빠르다.

빠르다 못해 너무 급해서 무언가에게 쫒기고 있다는 인상까지 받았다.

지킬의 넘버들은 대체적으로 괜찮았고

하이드 때는 악센트를 조절하면서 밀고 당기면서 부르는게 신선하면서 특별했다.

"confrontation"은 대사에 가까운 포효로 표현했는데 개인적으론 좀 별로였다.

박은태가 어딘지 하이드에게 밀리고 있는 느낌.

그리고 역시나 너무 빠르더라.

시작하는 첫 호흡부터.,,

개인적으로 하이드는 잔인함이 느껴질 정도로 여유로운게 좋은데...

(하이드 입장에서의 살인은 솔직히 묻지마 살인이 아니라 명확한 이유가 있는 위선자의 단죄이기도 했으니까.)

그래도 어쨌든 뉴페이스 지킬은 박은태가 최선이었을테고

확실히 최선이기도 하다.

박은태 지킬은,

아직까지는 배역의 고통보다 배우의 고통이 더 크다.

그래서 나는 이번 시즌이 아니라 다음 시즌의 그가 훨씬 더 기대된다.

그때쯤이면 다른 누구도 아닌 박은태만의 지킬을 볼 수 있을거라 확신한다.

완성된 모습은 확실히 안지만 가능성은 너무나 충분하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에서의 박은태의 도전은... 

성공이다.

 

너무 몸이 불어서 레드렛을 레슬링 무대로 만든 소냐 루시의 외형은 많이 안습이었지만

노래는 정말 3명의 루시 중와의 비교를 무의미하게 한다.

소냐의 "A new life"를 들으니

오랫만에 정말 속이 펑 뚫리더라.

조정은 엠마는 역시나 모성애가 가득하다.

가냘픈 강건함.

무대 위에서 이쁜척, 고운척, 착한척 하지 않아서 더 이쁘고 곱고 착한 엠마.

그래서 나는 조정은 엠마가 참 좋다.

이 작품에서 엠마는 늘 "out of my mind"였는데 조정은이 들어오면서부터 엠마가 in my mind가 됐다.

 

박은태, 조정은, 소냐.

이 조합의 선택은 옳았다.

공연 후반부에 박은태 지킬을 다시 보게 된다면

(그때까지 박은태의 성대가 무사하길 기원하며...)

그때도 주저없이 똑같은 캐스팅을 선택하게 될 것 같다.

제법 신선했고 아주 익숙했다.

그래서 상호보완적이더라.

 

재미있네, 지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3. 08:34

<Jekyll & Hyde>

일시 : 2013.01.08. ~ 2013.02.09.

장소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원미솔

제작 : CJ E&M, (주)오디뮤지컬컴퍼니

출연 : 윤영석, 양준모 (지킬/하이드), 정명은, 이지혜 (엠마)

        선민, 신의정 (루시), 김봉환(덴베스), 김정민(어터슨)

        이석(글로솝), 강상범(세비지, 풀), 김태문(주교)

        정현철 (스트라이드, 스파이더), 김기순 (비컨스필드/기네비어)

 

양준모만 아니었다면 아마도 이 작품을 다시 보진 않았을거다.

뮤지컬 배우 양준모.

이 사람만큼 자기 이력을 충실히 쌓아가는 배우가 또 있을까?

<스위니토드>, <영웅>, <팬텀 오브 디 오페라>, <지킬 앤 하이드>에 이어 곧 개막될 창작 뮤지컬 <아르센 루팡>까지...

나열해보니 남자 뮤지컬 배우의 로망인 작품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건,

대단한 작품들의 주인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는 큰 인기를 얻거나 세간의 이목을 받지 못했다는 거다.

이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도 찾아온 관객이 무지 많았는데

양준모라는 배우 자체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어 보였다.

심지어 "양준모가 누구야?" 라는 소리도 꽤 많이 들었다.

늘 궁금했다.

왜 유독 양준모라는 배우는

그가 출연한 대단한 작품에도 불구하고 늘 가려진 듯한 느낌인지...

오디 대표 신춘수의 말은 그런 의미에서 언급의 가치가 꽤 있어 보인다.

"준모는 오디션에 항상 참여했는데 좋은 성과를 보였지만 외모 때문에 좀 망설였다"

실제로 이날 본 양준모 지킬(하이드 말고)은 흡사 강호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비쥬얼이었다.

순간순간 떠오르는 강호동 때문에 관람하면서 당황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혹시 나만 이런 인상을 받은걸까???)

맨 앞 줄이 아니라 차라리 좀 뒷자리에서 볼 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양준모의 지킬은...

뭐랄까?

개인적인 느낌은 성급하고 조급했다.

그건 긴박감이나 휘몰아치는 속도감과는 다른 의미다.

지킬을 속히 끝내버리고 관객들에게 자신의 무기인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하이드을

빨리 보여주고 싶어하는 배우의 심정이 읽혀졌다.

쓰나미급의 충격을 자신하듯.

(아닐 수도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래서지 지킬이 끝없이 보채는 강박증이 앓는 어린 애처럼 보인다.

컨디션이 별로라는게 눈에 확연히 보이기도 했지만

지킬의 그 숱한 넘버들을 기대보다 잘 소화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몇 년 전에 새롭게 추가된 "I need to know"는

제대로 부르는 한국 배우를 아직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이 넘버를 처음 들은 게 하필이면 브래드 리틀의 내한공연이라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기존의 넘버들과 약간 다른 비트라 아직 익숙하지 않아선지

매번 들을 때마다 어색한 게 영 친숙해지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alive"라는 넘버는 심장을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망치로 머리에 일격을 가하는 듯한 강력한 충격이길 바랬는데 좀 무난했던 것 같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양준모였건만!)

그래도 확실히 지킬 보다는 하이드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특히 "confrontation"의 파워는 역대 최고였던 것 같다.

(여기에 스킬이 조금만 더해졌다면 금상첨화였을텐데...)

심지어 배우 자신도 그 파워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는지 흔들리는 모습이 살짝 보였다.

그런데 그런 배우의 흐름이 극의 흐름과 비슷해서 나쁘지 않았다.

"Dangerous game"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건 선민 루시.

하이드가 쳐놓은 거대한 거미줄에 갇힌 루시의 모습이 너무 안스러우면서도 무지 섹시했다.

일종의 주도권이 전복되는 경험을 한 셈이다.

선민이라는 배우를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본건데 놀라울 정도로 노련했다.

김선영 루시가 지금껏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선민도 만만치 않다.

춤은 누가 봐도 훨씬 앞서고, 가창력이나 감정 표현도 수준급이다.

배역에 한계가 있는 목소리라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매번 이 작품이 올라올때마다 앙상블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4개월동안 지방공연을 돌고 서울로 입성해서 그런지 앙상블의 합은 정말 잘 맞는다.

몇몇의 대사톤은 좀 거슬리지만

호흡과 발란스는 정말 좋았다.

오랫만에 초연멤버 김정민 어터슨을 만난 것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어터슨은 김정민 해석이 제일 좋다.)

스파이더 정현철은 예전 표현 방식으로 다시 돌아갔으면 좋겠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하이브리드 하하를 보는 것 같아서...

배우 김기순도 비콘스필드 부인은 좋은데 기네비어일 때는 너무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

뭐 그래도 프롭스만큼의 오버는 아니었고.

정명은 엠마는 양준모가 노안(죄송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상연하 커플을 보는 느낌이었다.

노쇄한 엠마라니?

당혹스럽다.

그래도 루시와의 "In his eys"는 꽤 괜찮았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주조연 보다 앙상블에 더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 말을 남기면서도 참 씁쓸하다...)

너무 애정이 깊어서,

너무 많이 알아서,

그리고 너무 많이 좋아해서

이제는 이 작품을 편하게 관람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내려놓을 때가 온 것 같다.

This is the moment!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25. 06:20


묵은 김장김치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참 묵혔다가 쓰게 됐다.
좀 여운을 길게 곱씹다가 이렇게 됐다고나 하자.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 <지킬 앤 하이드>
티켓전쟁에 뛰어든 것까지는 아니지만 어쩌다 눈 먼 자리가 생겨 클릭에 성공했다.
조승우, 조정은, 소냐.
2006년인가 2008년인가 조지킬을 본 이후로 참 오랫만이다.
시간이 좀 됐긴 하지만 조지킬은 참 섬세하고 디테일에 강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주 작은 표정 하나까지도...


2011년 정말 백만년만에 보게 된 조승우의 지킬 앤 하이드.
일단 절친 조정은과의 호흡은 썩 괜찮았다.
류정한과는 약간 새침데기같던 조정은 엠마도 조승우와는 아주 러블리한 연인 모습이다.
오랜 친구 사이라는게 오히려 둘 사이를 편안하게 했던걸까?
좀 어색할까봐 걱정했는데 확실히 오랜 우정은 어색함 따위가 파고 들 틈을 주지 않는다.
은근히 기대하게 된다.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이 절친들이 같은 작품을 하게 되는 날을...


1달 전보다 조연들의 연기는 다행스럽게도 많ㄴ이 안정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아직까지는 부족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오랫만에 소냐의 루시를 본 것도 뭐 나쁘진 않았지만
예전보다 노래 부르는 중간중간에 나는 숨소리가 더 커져서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다.
그래도 역시나 <지킬 앤 하이드>는 사람을 참 긴장되게 만든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도, 무대 밖에서 보는 사람도.
그게 또 참 특별한 매력이면서도 즐거움이다.
공연을 다 본 후엔 왠지 곰 세 마리간 한꺼번에 어깨에 올라와 있는 듯한 묵직한 느낌! 
 



새로운 넘버 "I need to know"의 재발견!
내가 아무리 류정한을 편애에 가깝게 싸랑해주신다지만
류정한은 솔직히 이 노래를 잘 소화하진 못했다.
그래서 나는 랩같은 이 정체불명의 노래거 차라리 빠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조승우 버전의 "I Need to know"는 절대적으로 꼭 들어가야 할 넘버다.
이게 이렇게 멋진 노래였나?
솔직히 좀 놀랐다.
그 많은 가사를 탐욕스럽게 아귀아귀 밀어넣은 넘버를
조승우는 강약을 조절해가면서 너무나 잘 소화하더라.
(이게 바로 디테일에 강한 조승우의 일면이다)
강약과 완급을 완벽하게 조절하는 조승우의 감각은 역시나 탁월했다.
과거에 비해 노래의 대담성은 약간 떨어지고 음이 낮춰부르는 부분도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확실히 성숙도의 면에서는 업그레이드 됐다.
어쩌면 이 배역에 대한 조심성과 신중함이 더 많이 생겼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복귀작에 대한 부담감이 없진 않았겠지만
그가 주저없이 선택한 작품인만큼 <지킬 앤 하이드>는 조승우에겐 확실히 깔맞춤의 작품이긴 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조승우 "지킬"의 장면은 이사회 씬이다.
지금까지 내가 본 숱한 지킬들 중에서
이 장면에서 가장 치열하고 강한 의지를 표현하는 사람이 조승우인것 같다.
물론 브래드 리틀의 물고 뜯는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조승우 역시도 멋진 장면으로 만들어낸다.
의도적으로 완급을 조절하며 무대 위에 등장인물들을 끌고 가는 모습이 참 노련하다.
조승우는,
"지킬'일 때는 빠르게 (그러나 결코 급하게는 아니다)
"하이드"일 때는 오히려 완만하게 인물을 표현한다.
각각의 성격과 대비되는 완급의 표현은 그래서 더 인물을 살아있게 만든다.
그의 노래는...
지금까지 보면서 소위 말하는 삑사리를 들은 기억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조승우는 최고조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불안하다 싶으면
삑사리를 당황스러움보다는 낮춰 부르는 안정성을 택한다.
때로는 괜찮지만 어떤 때는 이 부분이 불만일 때가 있다.
충분히 질러 줄 수 있는 부분에서 낮춰 부르는 것 같아서..



 
이번 공연에서 조승우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dangerous game이 대담해졌는데
조승우 버전은 특히나 그 정도가 더 대담하고 과감하다.
소냐의 끈적거리는 목소리에 조승우의 과감한 치마 들추기 액션(?)까지 더해져
상당히 dangerous한 수준의 애로틱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러니 댄저석이 난리가 나지...) 
좀 심한 거 아닌가 싶다가도 "하이드"를 떠올리면 그럴 수 있겠다 인정된다.
이번 공연에서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확실히 조승우 특유의 디테일의 힘이 더 배가된 느낌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노래는 예전보다 조금 약해진 것 같다.
this is the moment나 alive는 예전보다 힘이 덜 느껴진다.
다행스럽게도 현재까지는 연기적인 부분이 그 틈을 잘 잡아주고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제일 좋았던 조승우의 "하이드"는,
"confrontation"
조승우는 과감하고 당황스럽게도 정면승부로 이 장면을 표현한다.
오른손으로 표현되는 "지킬"과 왼손으로 표현되는 "하이드"
우상(右上) 좌하(左下)로 번갈아가며 표현되는 confrontation은 거의 불문율처럼 답습된 장면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조승우의 정면승부는
내게는 파격이라고 느껴질 만큼 대담했고 감각적이었다.
예전에 브래드 리틀 내한공연때도 정면에서 머리를 내리고 올리는 것으로 두 인물의 대결을 표현했었는데
낯선 느낌때문이었는지 어색하고 조금 우수워 보였었다.
그런에 이번 조승우의 정면 승부는 아마도 내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명장면으로 기억될 것 같다.
거기에다가 "하이드"는 왼손뿐만 아니라 양손을 전부 사용하는 대담성까지 갖췄다.
이런 과감한 표현이 두 인물의 숙명적인 대결의 결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말하고 싶다.
이 장면이 2011년 <지킬 앤 하이드>의 백미라고...
"하이드'에 얼떨떨해하는 내게 "지킬" 역시 지지않고 마지막 한방을 남긴다.
"어서요, 존! 지금이예요!, 날 좀 풀어줘요!"
튀어나오려는 하이드를 누르며 어터슨에게 부탁하는 지킬.
그 모습을 표현하는 조승우의 연기는 감탄스러울만큼 안스럽고 강인했다.
엠마의 품에서 숨을 거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쉬는 깊은 숨...
그 숨소리 하나로 모든 사건의 해결과 종말이 표현된다.



조승우.
참 할 말을 잃게 만드는 배우다.
나는 이 사람의 디테일에 언제나 감동받는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모르겠다.
빠지는 게 두려워서, 보게 되면 단연코 빠져버릴 게 분명하기에
그의 무대를 여러 번 피해갔는지도...
덕분에 지금 걱정히 하나 늘었다.
그러니 이제 어쩌면 좋으냔 말이다.
이렇게 보고야 말았으니...
또 다시 파격적인 정면승부를 향해 
또 다시 파격적인 정면승부를 하고만 싶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20. 00:33
또 다시 Jekyll & Hyde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번 공연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재정상태를 all kill 시킬 정도로 all in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이라는 빅뱅과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까지 겹쳐져서 초반부터 열띤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오디 컴퍼니의 광고 문구 그대로 사상 초유의 티켓 전쟁이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고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가련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함과 더불어 
누군가의 은혜로운 티켓 양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까지는 제발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그러니 제발 지키자...)
그 첫번째가 12월 14일 류정한 J & H였다.
사실 티켓 예매를 할 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까 고맙게도 선택의 폭이 확실이 줄긴 했다.
일단 선민 루시는 내 취향이 아니라 차로 떼버리고
김소현 엠마는 죄송스럽게도 요즘 너무 노쇠한 목소리를 내주시기게 포로 떼기로 했다. 
(이렇게해서 정말 미안하게도 홍광호와 김준헌은 차도 포도 아닌 셈이 되고 말았다...)



공연 초반에 앙상블과 조연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어 내심 걱정스러웠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계속해서 보고 있는 J & H.
공연을 하는 배우에게도,
중독처럼 몇 번씩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어쨌든 이 공연은 위험한 함정이고 치명적인 유혹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렇게 얼치기 매니아를 자처하게 된 것도
순전히 2004년부터 J & H가 발단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일 년에 몇 편씩 보는 게 전부였는데...
물론 지금까지 보면서 실망했던 공연도 있고 끔찍하게 소름돋았던 공연도 있다.
그래서 고운정 미운정 외에도 다른 정이 있다면 그 모든 정들이 다 들어버린 공연이다.
어쩌면 관 속에 들어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상으로 나오게 한 게 이 공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고마움에 매번 애뜻한 심정이 되버리는 건지도...
매번 J & H가 오픈되면 가슴이 묘하게 아파온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은 또 묘하게도 공연을 보고 나면 한동안은 다독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도 항상 또 다른 의미의 이중성과 타협하고 싸우는 중인지도 혹시 모르겠다.



류정한 지킬 그리고 류정한 하이드.
다른 건 말고 그것만 생각하자.
류정한의 지킬은 다정하다. 그러나 폐쇄적일만큼 고집스럽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납득이 불가능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지독히 탐미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이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냉혹하다. 그러나 불의하지 않다.
류정한 지킬은 순하다 그러나 결정 앞에 단호하다.
류정한 하이드는 비열하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사랑스럽다. 그러나 너무 많이 외롭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잔인하다. 그러나 잔혹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섬세하다. 그러나 작게 표현하진 않는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대범하다. 그러나 손끝과 표정까지 치밀하다.
류정한의 지킬은 유하다 그러나 연약하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본능적으로 파괴적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파괴는 결코 아니다.
류정한의 지킬은...
 류정한의 하이드는...
내겐 그랬다.
어찌됐든 매번 실망이 아닌 지독한 감동을 준다.
비록 그가 결정적인 노래에서 삑사리를 작렬한다고 해도
(설령 그 부분이 "This is the moment" 같은 결정적인 노래에서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이라는 결정적인 부분일지라도...)
그게 최선을 다하는 중에 나오는 실수이기에 조금도 불쾌하지가 않다.
그리고 소위 그 삑사리에 대처하는 류정한의 능숙함과 노련함이 나는 또 좋다.
(편애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난 그를 편애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류정한이 J & H 를 다시 한다고 발표했을 때 새로운 해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
또 다시 달라졌다.
특히 하이드로 분할 때 모습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확실히 더 거대해졌다.
더 비열해졌고, 더 파괴적이고, 더 음산해졌고, 더 대범해졌고, 더 유혹적이다.
순간순간 본성을 드러내려는 하이드를 막기 위해 애쓰는 지킬은 또 어떤가! 
안스러움과 함께 어딘가 숨겨주고 싶은 깊은 연민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마지막"이라는 자신의 말에 지금 책임을 다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매 장면마다 그게 느껴져 나는 또 섬뜩하고 무서웠다.
이 작품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
객석에 앉아있는 나조차도 분명히 느껴질 정도다.
처음엔 분명 지킬로 시작됐는데 류정한의 눈은 점점
한 쪽엔 지킬을, 또 한 쪽엔 하이드를 담는다.
그 눈빛 속에 치열한 싸움이 무대에서 번득이는 집요한 시선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도 봤을까?
지킬일 때 그의 눈 속에 하이드를.
그리고 하이드일 때 그의 눈 속에 지킬을...
그닥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눈빛은 강렬함 그 이상으로 빛났고 딕션은 어전히 선명했다. 
고요함 속 굳은 결의 뒤에 압박처럼 점점 상승되는 공포감 "The Transformation"
잔혹한 괴기스러움 뒤에 느껴지는 정당하기까지한 통쾌함 "Alive"
소름돋을 만큼 자극적이고 부러울만큼 관능적인 "Dangerous game"
"The way back"의 안타까운 절망과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
섬득하리만큼 잔인한 충돌 "Confrontation"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어터슨의 대사로 배우 류정한에게 말하고 싶다.
"자넨 할 만큼 했네!" 라고...
그리고 엠마의 마지막 대사까지도 빌리련다.
"이제 편히 쉬세요!"



사실은 김선영 루시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그녀의 춤은 정말 눈부신 발전이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그 빨간 모자는 꼭 집고 넘어가고 싶다.)
조정은 엠마의 불안함 대해서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만
(전체적으론 엠마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성량이 확실히 딸린다. 
 지고지순함도 느껴지지만 왠지 새침떼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류정한, 그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이미 할 말은 다 해놓고... 쯧쯧!)
아, 참! <스위니 토드>의 비델리 "정현철"을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을 하느라 너무 바빴겠다.
(그전까지는 세비지경과 스파이더가 1인 2역이었는데...)
그런데 두 인물의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개별화에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그리고 주교님과 프룹스는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으신 모양이다.(솔직히 도플갱어인줄 알았다)
새로운 곡 "I need to know"가 추가돼서 기대를 했었는데
(예전에 J & H 내한공연에서 브래드 리틀이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물과 기름같이 동떨어진 넘버라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가사에 꾸겨넣어서 랩도 아닌 정체불명이 노래가 되버렸다.
차라리 이 곡을 빼고 예전처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애드립같은 코믹 요소가 많이 등장한 건 좀 거슬렸다.
단정해지고 깔끔한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시 Jekyll & Hyde는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하나보다.
"첫 정이 무섭다"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7. 05:55
8월 30일 VIP 석에서 처음 관람한 후
지난 토요일 무작정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낮공연을 관람하다.
그것도 3층에서... ^^
급격한 자리 이동이긴 했지만  단지 노래만 들어도 좋을 것 같아서 찾아간 곳.
그리고, 확실히 그랬다.
3층까지 울리는 브래드 리틀의 목소리는 여전히 소름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톰 행크스를 떠올리게 하는 Jekyll의 목소리.
(선량하고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다정한 Jekyll~~~)
그러나 Jekyll일 때도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장면에서는 일부러  Hyde의 거친 목소리를 낸다.
가령 이사회 장면의 거친 논쟁과 일기를 보는 엠마의 모습을 보고 다그치는 장면 등.
그럴 때 듣게 되는 목소리가 개인적으로 참 좋다.
Hyde가 살짝 섞여있는 Jekyll의 그 목소리.



비록 먼 곳에서의 관람이었지만
첫번째 관람 시 놓쳤던 부분들 몇 개를 찾아내고 혼자 놀라기도 한다. 
확실히 더 안정적이고 전체적으로 풍부하면서도 가득찬 소리의 울림.
거칠다 못해 야만적이기까지 한 Hyde의 목소리.
3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만 해도 그랬다.
"어디, 여기에서 어느 정도까지 느낌이 전달되나 보자!"
그런데 결국 혼자 유치한 겨루기를 했던 셈.



루시와 엠마의 목소리도 역시 좋았다
3층에서 배우들의 목소리 떨림까지 다 전달받았다는 건
역시나 환상적인 즐거움에 속한다.
3층 관람에서 절대적으로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는
무대를 전채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사실
조명의 변화하든가, 무대배경의 이동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실험실 장면에서는 무대 전체를 서서히 실험실로 축소시켜 집중시킴으로
관객들의 시선 하나하나를 그 안으로 응축시킨다.
우리나라 공연의 조명과 무대효과들을 떠올리게 한다.
극적으로 확실하게 구분됐던 "The confrontation"의 조명과 인공적인 기계음
배우의 역량에 따라 이 모든 것들이
2차, 3차적인 요소로 한발짝 물러날 수 있음을 절감한다.



문득, 브래드 리틀의 <오페라의 유령>이 간절히 보고 싶다.
그 역시나 한국에서 "팬텀"으로 다시 공연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는데....
<Jekyll & Hyde>를 연기하는 그의 손끝을 보면서
"팬텀"을 연기하는 그의 손끝은 과연 어떨지 궁금해졌다.
"I Need To Know!"
<Jekyll & Hyde>에서 그의 손끝을 따라가는 게 얼마나 숨막히던지...
좋겠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목소리와 손끝을 가지고 있어서.

홀로 열심히 중독 중이다.
그리고 그게 지금은 꽤나 심각한 문제로 대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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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The Moment


This is the moment
This is the day
When I send all my doubts and demons on their way
Every endeavor I have made ever
Is coming into play is here and now today

This is the moment this is the time
When the momentum and the moment are in rhyme
Give me this moment this precious chance
I'll gather up my past and make some sense at last


This is the moment when all I've done
All the dreaming scheming and screaming become one
This is the day see it sparkle and shine
When all I lived for becomes mine


For all these years I've faced the world alone
and now the time has come to prove to them I made it on my own


This is the moment
My final test
Destiny beckoned I never reckoned second best
I won't look down I must not fall
This is the moment the sweetest moment of them all


This is the moment damn all the odds
This day or never I'll sit forever with the gods
When  I look back
I will always recall
Moment for moment
This was the moment
The greatest moment
Of them all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