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0. 8. 07:36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 (제리 크런처)

 

류정한 시드니, 카이 찰스, 최현주 루시, 그리고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내가 생각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최고의 캐스팅!

그래서 선택한 자체 막공이 10월 2일 공연이었다.

공연이 계속될수록 뭐랄까 깊이와 완숙미가 넘친다.

엄밀히 따지면 참 유치한 사랑이야기고 황당무계한 줄거리일 뿐이데...

고전의 힘이란 그런 것 같다.

흔한 사랑이야기라도 깊이가 남다르고 다 읽고 난 후에는 뒤에 잔향처럼 남은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는다는 것.

그래서 그런 고전들이 무대 위에 재현됐을 때는

성패와 호불호가 극명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남녀 주인공이었던 최현주와 류정한은 그야말로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아낌없이 각자의 인물에 빠져들었고

아낌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담아냈다.

짐심으로 멋있었고, 짐심으로 아름다웠고, 짐심으로 위대했다.

정점을 찍다!

이 작품이 아마도 두 사람에게 한동안은 그런 의미로 기억되지 않을까?

두 사람 모두 노래와 표정, 감정 전달이 너무나 섬세해서 보는 내내 황홀했다.

류정한, 최현주.

이 두 사람이 다시 한 작품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희망사항 하나를 꿈꾸게 하는 배우들다.

 

배우 류정한은 12월까지 연장 공연되는 <맨 오브 라만차>에 10월말부터 출연한단다.

오랫만에 류정한의 impossible dream을 들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니 흐뭇하다.

매니아들의 비난과 외면도 있었지만 류정한은 배우로서 한 고비를 잘 넘긴 것 같다.

뮤지컬 배우로서 류정한의 그동안의 행보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선지 앞으로 그의 행보가 나는 더 궁금하다.

  

최고의 시대이자, 최악의 시대였다.

지혜의 시대였으며, 어리석음의 시대이기도 했다.

 

믿음과 불신이 교차했으며,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시대였다.

희망의 봄인 동시에 절망의 겨울이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정말 이랬다.

다행이다.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24. 08:10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창용, 이훈진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박인배 (닥터 까라스코), 이영기 (신부) 외

 

돈키호테가 극 중에서 부르는 "impossible dream"은

정말 dream을 꿈꾸게 하는 넘버다.

<라만차>란 이름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이 노래가 줘던 감동과 가슴 먹먹함이라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선명하게 기억될만큼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김성기, 류정한, 조승우, 정성화에 이어

2012년 서범석, 황정민, 홍광호까지 참 많은 배우들이 이 강렬하고 몽상가적인 돈키호테를 연기했다.

분명 <지킬 앤 하이드> 만큼이나 매력적이고 탐이 나는 배역임에는 틀림없다.

 

<지킬 앤 하이드>,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돈키호테의 타이틀까지 거머 쥔 배우 홍광호!

개인적으로 이 배우는 언제쯤에 쉬겠다는 결심을 할까 진심으로 궁금하다. 

<오페라의 유령>, <지킬 앤 하이드>, <닥터 지바고>에 이어 <맨 오브 라만차>까지

쉼 없이 이어진 배우 홍광호의 여정이 관객 입장에서도 참 숨가쁘다.

최연소의 타이틀에 연연하는 게 아니라면 이제 제발 조금 쉬었으면 좋겠다.

완숙하고 노련한 배우로 성장하기 전에 지쳐서 너무 노숙한 배우가 될까봐 걱정된다.

(이제 겨우 30대 초반에 불과한데...)

 

홍광호의 세르반테스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돈키호테는 어린 홍광호가 표현하기에는 확실히 부족하고 어설프다.

공연을 보면서 내내 영화 <은교>가 떠올랐다.

얼굴과 겉모습은 어떻게 분장과 카메라 기술, 연기로 그럴듯한 나이로 보이게 만든다해도

목소리에 담긴 젊은이의 음성을 도저히 숨길 수 없었던 박해일의 적요.

영화를 보면서 답답하고 막막했던 심정이 홍광호의 돈키호테를 보면서 또 다시 찾아왔다.

아! 이 역할은 연기력과 성량으로만 할 수 있는 배역은 아니구나 절감했다.

서범석과 황정민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홍광호는 특히 대사할 때 나이들어 보이게 하려고 너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어차피 돈키호테도 세르반테스가 연기하는 극중 인물에 불과할 뿐인데...

그러다 보니 넘버가 두동강이 나버리고 만다.

처음 도입부는 노인의 음성으로, 그러다 클라이막스나 후반부에서는 홍광호 자신의 목소리로.

사실 좀 혼란스러웠다.

그냥 처음부터 세르반테스로 불렀다면

아마도 그의 장점이라는 "미친 가창력"을 속시원하게 만끽할 수도 있었을텐데...

정확하게 두 동강 나는 "impossible dream"을 들으면서

소리의 빈틈이 공간의 여백까지 막막하게 만들어서 참 안따까웠다.

물론 홍광호에게도 돈키호테 캐릭터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역할이었겠지만

이번만큼은 그가 너무 욕심을 낸 것 같다.

한 10년 후에 이 역할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는 고 정주영 회장의 모습까지도 보여 본의 아니게 코믹요소까지 더해진다.

턱을 쭉 빼고 "운명이 이끄는데로~~~~", "주여~~!"를 연발할 때마다 나는 사실 많이 난감했다.

"ㅏ"를 "ㅓ"나 "ㅡ"로 발음한 것도 의도적인 것 같은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홍광호는 아마도 돈키호테라는 인물에 너무 많이 집중하고 고민한 모양이다.

세르반테스가 연기하는 돈키호테가 아닌 홍광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 말이다.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는 CCM 풍으로 부르지 않아서 그 점은 개인적으로 좋았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작품을 출판했을 때 나이가 58세였다.

세르반테스의 일생과 실제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작품의 무게는

개인적으로 코믹이 아니라 풍자, 위트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는 조금 안타깝다.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던 영주님도 그렇고 돈키호테도 그렇고 너무 과하게 코믹하다.

(특히 홍광호가 연기하는 돈키호테는 코믹의 정도가 더 쎄다)

그래서 닥터 카라스코와 노새끌이 사내들이 진중하고 심지어 비극적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이렇게 쓰면서도 나 역시 참 난감히다...) 

아마도 이번 관람이 이번 시즌 <맨 오브 라만차>의 마지막 관람이 되겠지만

(50% 파격 할인이 아니라면 다시 찾게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래도 박인배 조정은, 두 배우의 새로운 발견은 꽤 알찼고 괜찮았다.

조정은의 다음 작품 <레미제라블> 판틴도 참 궁금해졌고

그리고 박인배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이창용 산초도 의외로 귀엽고 괜찮았다.

산초의 터줏대감이라고 할만한 이훈진과는 확실히 다른 표현이었고

(개인적으론 참 지적이고 똑똑한 산초라고 생각했다)

특히 액팅과 표정이 참 좋았다.

 

그나저나 <레미제라블>의 캐스팅은 참 의외다.

(정성화 - 장발장, 문종원 - 자베르, 조정은 - 판틴, 이주스 - 고제트, 김우형 - 앙졸라 ...)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주연부터 앙상블까지 원캐스팅으로 공연된단다.

런던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팀 전원이 직접 한국에 내한할 예정이라니 기대가 된다.

그런데 참...

배우들이 너무 젊다.

그래서 솔직히 걱정된다.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달 수 없다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멍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영광의 이 길을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 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6. 08:25

<Man of La Mancha>

 

일시 : 2012.06.19. ~ 2012.10.07.

장소 : 샤롯데씨어터

대본 : 데일 와서맨

작사 : 조 대리언

작곡 : 미치 리

연출 : 데이비드 스완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세르반테스/돈키호테)

        조정은, 이혜경 (알돈자)

        이훈진, 이창용 (산초)

        서영주 (여관주인), 닥터 까라스코 (박인배), 이영기 (신부) 외

 

뮤지컬 <Man of La Mancha> 

개인적으로 세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다.

<라만차>라는 제목으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소위 제대로 꽃히고 말았었다.

그때 김성기와 류정한이 세르반테스를 했었고 나중엔 인터미션이 생기긴 했지만

초반에 3시간이 넘는 시간을 인터미션 없이 그냥 진행했었다.

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었다.

뮤지컬 넘버가 주는 감동은 엄청난 충격에 가까웠었다.

원래는 작년 OD 공연작이었는데 <지킬 앤 하이드>에 밀려(?) 올 해로 드디어 공연에 올랐다.

impossible한 노인네가 돌아오니

절로 dream을 꿈꾸지 않을 수 없다!

 

황정민, 서범석, 홍광호.

캐스팅이 공개되고 난 후 쾌재를 불렀던 건 드디어 서범석의 돈키호테를 볼 수 있다는 기쁨 때문이었다.

서범석 스스로도 꿈의 배역으로 생각했던 돈키호테가 아니던가!

제작발표회때 그는 "impossible dream"을 부르며 살짝 감격했단다.

이해가 됐다.

그 작품은, 이 배역은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작품이자 배역이니까.

알돈자는 둘째 출산 후 육아에 전념하다 오랫만에 무대로 복귀하는 이혜경이,

개인적으로 의외의 캐스팅이라고 생각한 조정은이 더블 캐스팅됐다.

산초는 이훈진과 이창용.

(오~~호! 이창용도 의외의 캐스팅이 아닐 수 없다)

사랑스럽고 가녀린 역을 주로 했던 조정은이 산전수전 다 겪은 알돈자를 한다?

일단 그림은 잘 그려지지 않았다.

서범석, 조정은, 이훈진.

일찌감치 중앙열 제일 앞자리를 잡아놓고 조마조마하면서 기다렸던 작품이다.

(샤롯데를 찾아가는데 심지어는 살짝 흥분되기도 했다.)

 

서범석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이 역이 배우 서범석이 진심으로 원하고 바랐던 그 배역임에 분명한가보다.

매 장면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는 진심이 감동적이었다.

그런 감동과 감격이 살짝 넘치는 경우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어쩡쩡한 다리와 황망한 눈동자 설정은 코믹하면서도 인물에 적절하게 어울렸다.

개인적으론 연기보다 노래가 더 좋았고.

배우 자신이 갖는 감동과 감격이 연기에 자주 투영되는 것 같았고

<미스터 마우스>의 인후도 순간순간 보인다.

그래도 9월겨에는 지금보다 더 여유롭고 안정된 돈키호테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나를 제일 많이 놀랍게 만든 장본인이었던 알돈자의 조정은.

공연 시작 전부터 무대에 배우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왼쪽 구석에 조정은이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앉아 있었다.

언제나 목소리에서부터 몸짓까지 전체적인 태(態)가 곱고 사랑스러운 조정은이었는데...

그녀의 알돈자는 거침없었다.

그때까지 알돈자 역은 역시 김선영이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틀을 조정은이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개인적으로 요근래 본 조정은 작품 중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였다.

그 가냘픈 몸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나오는지 보면서도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조정은이 아니라 알돈자 그 자체였다.

확실히 조정은은 배우다!

(이제 점점 경지에 오르려는 모양이다. 그녀, 정말 멋지다!)

노새끌이들과의 험난한(?) 폭행장면도 너무 실감났고

폭행을 당한 후 돈키호테에게 쏟아붓는 장면도 너무 절절했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그 멍한 느낌도 너무 멋지게 표현했다.

아마도 여우같은 조정은 때문에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산초 이훈진은 역시 말이 필요 없는 산초였고,

(그래도 가끔은 해오름극장 초연때의 맛깔스런 김재만 산초가 그립다.)

닥터 카라스코는 내내 이세창에 익숙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박인배의 표현도 너무 좋았다.

좀 더 이지적이고 시니컬하다고나 할까?

특히 목소리와 톤이 정말 매력적이다.

박인배는 배우말고 아나운서를 했어도 정말 괜찮았을 것 같다.

연기가 약하다는 뜻이 아니라 그정도로 딕션이 정확했다.

"난 태어날 때부터 영주였으니까..."

서영주의 깨방정도 나름대로 재미있긴 했지만

도지사와 여관주인이 너무 극명하게 대비돼서 오히려 좀 당황스러웠다.

도지사는 전작 <닥터 지바고>의 코마로브스키 느낌 그대로였고

여관주인은 대사에 코믹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이다.

(김성기 정도의 표현이 딱 좋았던 것 같다)

아, 참!

4분 가량의 프롤로그 인트로가 끝난후 바로 이어지는 구음은 참 좋았다.

(난 정말이지 맨 오브 라만차의 인트로만 들어도 심장이 두근거린다)

나중에 불친절한 여관 안주인으로 나오는 배우 오은미인데

소름끼치는 울림이었다.

 

맨 앞 줄에서 관람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대가 전체적으로 높아서 깊이감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선지 좀 협소하고 답답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래도 무대를 한 눈에 보기에는 확실히 편해졌다.

여관 입구도 중앙이 아닌 살짝 왼편을 바라보고 있어

관객 입장에서는 객석 왼편에 앉는 게 아무래도 덜 답답할 것 같다.

이상한 건,

처음에 세르반테스가 감옥으로 들어오는 장면과

재판을 받기 위해 감옥으로 나가는 장면이 좀 밍밍해졌다.

연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무대 셋트 자체가 좀 다른 느낌인 것 같아 아쉽다.

(나 혼자만 터무니없이 그렇게 느꼈을수도 충분히 있다) 

어쨌든 참 오랫동안 이 작품을 기다렸다.

살짝 낯선 느낌도 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건 거 참 괜찮은 작품이란 사실이다.

이 작품은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한다.

아, 참. 좋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6. 05:55
이정열, 서범석, 박건형, 박은태, 박정환, 윤형렬, 배해선, 차지연
쟁쟁한 뮤지컬 배우 8인이 특별한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었다.
<Intermission>
제목이 주는 의미가 남다른 가요 명반.
흔히 공연 1막과 2막 사이의 10~20분 정도 쉴 수 있는 시간을 intermission이라고 한다.
아마도 뮤지컬이라는 무대에 익숙한 이들 8명에게
이번 앨범을 만드는 작업이 intermission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바쁜 무대 공연 중에서
(정말 이들만큼 바쁜 뮤지컬 배우들도 없을 것이다)
앨범을 만들고 이렇게 3일간의 콘서트 무대까지 만들었다.
정말 몸이 많이 아팠는데도 너무 보고 싶었던 공연이라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수록곡>

01. 같은 하늘 아래 - 이정열

02. 그 사람 - 배해선 & 이정열
03. 소원 - 윤형렬
04. 바람이 분다 - 배해선
05. 서커스 - 박건형
06. 편지 - 박은태
07. 그대 내 품에 - 차지연
08.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박정환

09. 너에게 - 서범석


담겨있는 곡들은 개인적으로 한결같이 내가 과거에 참 많이 좋아했던 곡들이다.
항상 무대 위를 에너자이저하게 뛰어다니던 배우들의 감성 가득한 노래를 듣는 건... 그래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퍽이나 다정하기까지 하다.


연극 <풀 포 러브> 때문에 박건형이, 그리고 열심히 훈련병 생활중인 윤형렬을 제외한 6명이
김광석의 "나의 노래"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워낙 화음과 발란스를 잘 맞추는 뮤지컬 배우들이다보니
조화롭게 경쾌하고 아름다웠다.
확실히 김광석의 목소리로 들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1부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2부는 뮤지컬 넘버나 다른 가요들을 부르는 무대로 꾸며졌다.
앨범을 듣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콘서트에서는 차지연, 박은태, 박정환, 배해선아 부른 노래들이 기억에 담긴다.
특히나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는 현재까지도 내가 애뜻하게 좋아하는 곡이다.
박정환이 부른 노래...
노래를 아주 썩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사람의 노래 부르는느낌이 나는 참 좋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를 때 확연히 달라지는 표정과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평온한 만족감은
보는 사람까지도 부럽고 질투나게 한다.
물었다.
"기타 칠 때 많이 행복하신가봐요?"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가 대답한다.
"네, 정말 행복합니다"



박은태가 부른 김광진의 "편지"는 살짝 눈물이 베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차지연이 부른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는 그녀의 목소리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었다.
약간 끈적거리면서 짙은 여운이 남는 목소리.
배해선의 "그사람"은 정말 오래된 노래인데
(30년이 더 된 곡이란다. 근데 난 이 노랠 끝까지 다 안다. ㅋㅋㅋ)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없던 첫사랑도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그녀의 매력 ^^
참 아름다운 배우다. 배해선은.
2부에서 부른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도 참 멋졌고... 
차지연은 그날 <몬테크리스토> 낮공연을 마치고
오토바이로 배달(?)되어 콘서트에 참가했단다.
2부에서 관객을 뒤흔들며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들을 열창한 후
<몬테크리스토> 막공 인사를 위해 다시 바람처럼 왔던 곳으로 배달됐다.
(후문에 그녀는 몬테크리스토 막공 무대인사에서 옥주연과 함께 엄청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트롯트를 열창한 범사마 서범석과 박은태의 모습도 새로웠고...
나름데로 뽕짝 Feel를 연출했는데 어설프면서도 서툰 모습이 오히려 귀염성 있었다.
(서범석의 2:8 가르마와 박은태의 주황색(?) 남방은... 어쩔거야~~~)
서범석이 부른 라만차의 넘버 "impossible dream"은 잠시 그의 돈키호테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까지...)



<inermission> 앨범은 가수 출신 배우인 이정렬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더 클래식" 벰버 박용준이 편곡에 참여해서 만들어졌다.
익숙한 노래를 무대 배우들의 감성으로 다시 듣는 것,
그것도 현장에서 직접 듣는 즐거움은
참 특별하고 아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몸이 조금만 덜 아팠더라면 아마 나도 힘껏 그들과 함께 열광했으리라...
개인적인 아쉬움이...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앓고 있다.
오뉴월에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 심하게 골골거리는 중.


                                                    박정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녹음 모습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