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 21. 07:52

<Jekyll & Hyde>

 

일시 : 2014.11.21. ~ 2015.04.05.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로버트 스티븐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Frank Wildhorn)

작사, 극본 : 레슬리 브리커스 (Leslie Bricusse)

연출 : 데이비드 스완 (David Swan)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조승우, 박은태 (Jekyll & Hyde)

        소냐, 리사, 린아 (Lucy Harris)

        조정은, 이지혜 (Emma Carew) / 김봉환, 이희정, 김선동

        황만익, 김태문, 조성지, 김기순, 김영완 외

제작 : (주) 오디뮤지컬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류정한은 <Jekyill & Hyde>라는 작품에서만큼은 더이상 여한이 없겠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다.

이제 이번 시즌 <Jekyll & Hyde>는 어떠한 아쉬움없이 작별할 수 있겠다.

물론 완벽한 완성을 본 건 아니다.

하지만 배우가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노력과 집중,

그리고 무대와 관객 모두를 아우르는 절정의 몰입을 봤으니 이걸로 충분하다.

아니 차고 넘친다. 적어도 나는...

이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 류정한은 힘들고 고된 작업이라는건 늘 말했었다.

그런데 10주년 공연에서의 류정한은 힘듬과 고됨을 뛰어 넘었다.

"미쳐야 미친다"고 하던데...

이제 급기야는 평온한 광기가 무대를 장악하더라.

내가 이 작품을 이렇게까지 편안하게 볼 수 있게 됐구나...

그리고 그 편안함 속에서 나는 더 깊고 더 완강하고 몰입했다.

그는... 이 작품을, 이 무대를 배우로서 아주 완벽하게 즐기고 있다는게

눈으로, 귀로,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졌다.

절감했고 감탄했다.

류정한이라는 배우는... 이제 뭘 해도 되겠구나.

그의 눈 속에(In his eyes) 속에 모든게 다 있더라.

지킬에게서 하이드를 본 순간,

하이드에서 지킬을 본 순간.

서로 어긋나고 피하기도 하지만 결국엔 만나질 수밖에 없는 그 순간들이 가슴을 저리게 만들었다.

음향때문에 늘 조금은 아쉬웠던 His work and nothing more도 이번엔 아주 선명했다.

선명해서 더 아팠다.

자꾸만 내 스스로가 동화된다.

그렇구나...

이제 정말 이 작품을 놓아줄 때가 됐구나...

잘 이별할 수 있게 해줘서 류정한이라는 배우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다 당신 덕분이다.

고맙다. 진심으로...

 

아쉬울 것도, 부족할 것도

이젠 더 이상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21. 06:12


또 다시 봤다.
Jekyll & Hyde.
이번 시즌 네 번째 관람이고 이 말에 '벌써'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상당히 많이 뻘쭘하다.
이번 시즌만도 10번 이상 본 사람이 수두룩할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자체 막공이라고 생각하고 예매했던 공연이다.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에 이어, 김선영의 마지막 루시 선언...
아마도 류지킬의 막공 루시가 김선영이었다면 굳이 예매까지 하는 수고를 보이진 않았을거다.
김소현 엠마를 피하고 김준현, 홍광호 지킬을 피하고나니 남들에게 필사적이었던 조승우 지킬이 김선영 루시때문에 어부지리가 됐다.(음하하 ^^ 묘한 쾌감이 있다.)

OD 컴퍼니에서 차기작으로 계획되어 있던 <라만차>를 엎고 8월까지 이 작품을 계속 가기로 했다니 장사가 소문보다 훨씬 더 잘되는 모양이다. 
거기다가 8월 이후로는 지방공연이란다.
역시 지킬은 OD 최고의 효도상품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어째 좀 뒷끝이...)

조승우가 영화 촬영으로 5월 초에 빠지면서 
그럴싸하게 새로운 지킬을 뽑겠다며 대대적으로 오디션을 본 모양인데 
공개된 캐스팅은 내 예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이다>를 마친 김우형의 지킬 복귀와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최현주가 <몬테크리스토>를 마치고 새롭게 엠마로 투입된다.
그러니까 오디션은 일종의 쇼였던 셈...
세상에 짜고 치는 고스톱은 많다.
조승우도 빠지는 마당에 안전하게 가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10년의 관록 OD이고 신춘수인데,
한 명 쯤은 정말 완벽히 새로운 new face가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건만... 

 

 

조승우 지킬!
첫 대사부터 오래 누적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폐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넘버들을 부를 땐 클라이막스에서 아주 많이 낮춰부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낮춰부르는게 이젠 거의 정석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동작 하나 하나에,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거운 피로감이 뚝뚝 넘쳐나게 흐른다.
보는 입장에서 참 안스럽고 조마조마해서 몹시도 불편하고 그래서 더불어 혼곤하게 피곤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이런 불편한 피로감이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줬다는 사실이다.
This is the moment를 부르기 전에 지킬이 집사 풀에게 던지는 대사 한 마디.
"우리 아버지의 한참때를 기억해?"
나 역시 확실히 그리고 똑똑히 기억한다.
조승우 지킬의 한창 때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즌의 조승우 <지킬 앤 하이드>가 감동적인 이유는,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섬세하고 깊이있는 연기에 있다.
솔직히 넘버들은 예전의 모습에 비하면 너무도 많이 "허약"해졌지만 (이 단어 정말 절실하다....) 
그의 연기는 그 어느때보다 지금이 가장 감탄스럽다.
Jekyll에 가까운 Hyde,
Hyde에 가까운 Jekyll의 모습은 작품 자체를 완벽하게 반전시킨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나는 Jekyll의 고집과 집념이 너무나 Hyde스러워 때때로 신물이 났다.
대사 톤도 오히려 Jekyll일때 빠르고 강팍했고, 
Hyde는 느리고 진중해 오히려 따뜻했다.
점점 Hyde에 지배당하는 Jekyll을 보는 건 연민이고 아픔이고 괴로움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그렇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가야 할 길"은 개인적으로 아주 의미있게 생각하는 두 장면 중 하나인데
(나머지 하나는1막 후반부의 절절한 4중창)
이번 시즌에서는 단 한 번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날 절규에 가까운 조승우 지킬의 연기를 보면서 솔직히 진심으로 아득했다.
그 순간만큼은 조승우 Jekyll이 통제하고 있었던 게
비열하고 잔혹한 Hyde가 아니라 확실히 "나"였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이제 다시 조승우 Jekyll은 보지 말자 다짐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만큼 아프고 불쌍해서
깊은 연민과 달래질 수 없는 슬픔으로 내 몸 마디마디가 다 쓰라리고 아팠다.
누군가 직접 내 몸에 대고 거친 망치질을 하고 있는 느낌!
만약 또 이런 느낌을 받게 된다면 
공연장에서 어쩔 수 없이 거칠고 강팍한 통곡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선영 루시!
뮤지컬계의 여신이라고 불려지는데 솔직히 그 찬사조차도 그녀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2004년 겨울인가 2005년 봄인가 그녀가 처음 루시로 캐스팅 됐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그녀는 무대 위에서 아주 수줍었고 어색했으며 그리고 춤도 뻣뻣했었다.
오히려 한참 어린 소냐 루시가 무대 위에서 더 여유로웠고 관능적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선영 루시가 엄청난 관능미를 발산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녀의 루시는...
뭐랄까? 아주 깊은 은밀함과 처연함으로 가득하다.
dangerous game에서 소냐는 극도의 관능미가 느껴지지만
선영 루시는 극도의 보호 본능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든 그녀를 하이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절박한 간절함.
꼭 거미줄에 걸린 여리고 순한 생명을 보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봤었다.
내가 본 그녀의 모든 공연을 통틀어 무대 위에서 그녀가 소위 삑사리라는 것을 내는 걸...
(그때도 Jekyll & Hyde 무대이긴 했다)
그녀는 신앙에 가까울만큼 절대적인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언제나 안정적으로 연기했고,
늘 아름다운 고음을 완벽에 가깝게 거뜬히 표현했다.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빨간 모자는 정말 안습이다...제발~~~!)
가끔은 궁금하기도 하다.
그녀에게 슬럼프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안정적이라는 게 어쩌면 변화없고 평이하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안정감은 노련함과 완벽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김선영이라는 배우는,
배역의 중요도나 포지션이 아니라
그녀 자체로서 이미 빛이 나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다.
(이런걸 "미친 존재감" 혹은 "아우라"라고 표현해야겠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녀 역시도 류정한처럼 배우로서의 그녀 삶에서 루시를 떠나보낸다.
그러나 난 여전히 기대하고 기다린다.
또 다시 어떤 시작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빛을 발할지를... 
 

 
조정은 엠마는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최현주 엠마가 들어오면 솔직히 좀 위태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최현주라는 배우가 워낙에 발성이 좋고 하모니와 발란스를 잘 맞춰서...
혹시 그녀가 들어오면 지킬, 어터슨, 엠마, 덴버스경의 4중창이 다시 웅장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체 막공이라는 이날의 다짐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데... ^^
어터슨 이희성은 여전히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 같고
주교 김태문과 프룹스 이용진도 웃음 코드가 너무 강하다.
(그리고 여전히 도플갱어같은 머리 스타일이고...)
예전보다는 공연이 전체적으로 점점 가벼워지는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지킬 한 쪽으로만 무게감이 집중되는 것 같아서 어째 불안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Jekyll & Hyde>는 명물허전이다.
보면 볼수록 지킬을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찾게 된다.
Jekyll 자신의 고백처럼 딱 그런 공연이다.

"이젠 멈출 수가 없어요. 중독처럼..."

그래서 정말이지 이제 그만 선전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3. 2. 06:33

이런 젠~~장!
나는 완전히 작살났고 일격에 숨통이 끊겼다.
어떻게 이렇게 차가운 불 일 수 있고, 뜨거운 얼음 일 수 있느냔 말이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고 들은 건 절대로 현실이 아니다.
도대체 이 어메이징한 감정을 어떻게 정리하고 다스려야 한단 말인가?
어떻게든 추스려보겠다고 주섬주섬 감정을 주워담는 내 모습은 왠만한 슬랩스틱쯤 거든히 초월하고도 남는다.
어쩌자고 내게 이런 짓을 했느냐고...
각인(刻印) 위에 새로운 화인(火印)이 더 크고 깊게 새겨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뮤지컬 배우 류정한을 통해서 체화(體化)하는 중이다.
그렇게 숱하게 봤던 <지킬 앤 하이드>를...
나는 또 다시 그리고 완전히 새롭게 느꼈다.
그리고 류정한의 막공은 지금까지의 봤던 모든 지킬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게 할 만큼,
확실히 강렬하고 엄청난 위력를 발휘했다.
그의 최후는 완전히 새로웠고 그리고 확실히 치명적이었다.


젠장! 오래 가겠다. 지금 이 느낌.
모든 것이 마지막이다.
심지어 공연의 모든 대사조차도 그의 마지막과 관련있는 것처럼 빙의된다.
덴버스가 그 물꼬를 튼다.
"오늘이 마지막이네, 헨리!"
뭐야? 덴버스경!
당신도 오늘이 그의 마지막 날이란 걸 알고 있었던거야?
(이런, 젠장! 난 지금 멀리 떠나버렸고 그리고 확실히 아프다.)



"This is the moment"
피겨요정 김연아에게만 "clean"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의 마지막 "This it the momont"는 정말 황홀할만큼 clean 했다.
기억하는가?
노래가 끝나고 공연장을 가득 채우던 결코 끝날 것 같지 않던 박수소리를...
오늘 공연은 이 끝없는 박수소리 때문에 본의 아니게 상당히 지연이 되겠구나
확실히 예상했던 그대로...
더불어 MR이 아니라 오케스트라 연주라는 게 너무나 다행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MR이었다면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했으리라...)
"This is th moment" 부터 1막 마지막 "alive 2" 까지
난 이 사람이 내 숨통을 직접 자신의 손 안에 쥐고 있는 게 아닌가 몇 번씩 의심했다.
어느새 입 안에는 침이 가득하고 숨소리는 가빠지고 동공은 최고조로 열린다.
숨을 쉬는 것도 침을 삼키는 것도 눈을 깜빡이는 것도 아까울만큼 집중해버린 처절한 결과다.
(외형상으로 보자면 내 모습은 완벽한 반편이거나 혹은 약물중독자, 둘 중 하나다.)
마지막 "This is the moment"를 마친 그도 감회가 밀려왔던 모양이다.
그는 무대 위에서 감정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이 될 모든 한 장면 한 장면에 최고조의 집중력과 열정을 발휘했다.
느꼈다.
그에게 <Jekyll & Hyde>가 어떤 의미였는지를...
그러니까 그는 지금 자신의 일부를 그곳에 영원히 남기고 있는 중이었다.
더불어 함께 공연한 무대 위 배우들도 그의 마지막 공헌에 헌정하듯 최선의 호흡을 보여줬다.
소냐 루시의 떨리던 목소리와.
(그녀, 정말 많이 서운했던 모양이다 )
정은 엠마의 의연한 눈빛.
그리고 20 여명의 조연들과 앙상블이 만들어낸 아름답고 완벽했던 그 모든 것들...



<천국의 눈물> 때문에 내한한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자 프랭크 와일드 혼이
류정한의 "confrontation"을 직접 보고" Kick-ass" 를 연발했다지만,
아마 그가 마지막 "confrontation"을 봤다면,
어쩌면 우리는 한동안 류정한이라는 배우를 잃게 됐을지도 모르겠다.
그랬다면 불혹을 넘긴 동양의 한 뮤지컬 배우가 타국으로 보쌈되는 광경을 처절하게 목격했을지도...
Kick-ass 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류정한이 보여준 지킬과 하이드의 마지막 대면은 지배적이고 압도적이었다.
치열했고 강렬하고 처절했고 그리고 비장했다.
급기야 보는 사람의 혈관을 지배해 온 몸을 휘어잡더니 근육 하나하나를 통제하고 마비시킨다.
(이건 지킬이 하이드로 변하는Transfromation 과정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허접한 글에서 그의 마지막 지킬 넘버를 하나하나 들먹이며
어디가 어땠고, 어디가 폭풍 감동이었고, 어디가 끝장이었는지를 되집어 말하는 건
참 주제 넘고 의미없는 일이지만 이것 하나는 꼭 말하고 싶다.
그가 확실히 떨고 있었다는 걸...
순간순간 감회와 회환에 젖어 조용히 무대 위에서 떠는 그를 보면서 나는 진심으로 아득했다. 
그러나 그는 떨림마저도 아름답게 통제하더라.
떨쳐버림으로써가 아니라 오히려 그 떨림에 집중함으로써...
그는 이 마지막 무대에서 그의 지킬을 완성시켰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혹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솔직히 "완성"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8년이란 시간동안 그는 노랫말 그대로 육신과 영혼을 다 걸어서
이 작품에 던졌고 바쳤음을 나 역시 충분히 봐왔고 그리고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완성"이라는 찬사보다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고 "최고"였다고 고백하는 게 더 정직한 진심이리라. 
마지막까지 참 마법같이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커튼콜 마지막 등장에 모두 엄지 손가락을 올려주던 무대 위 함께한 배우들의 모습과
거의 전석 기립으로 그의 모든 연기과 열정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던 모든 관객들의 모습도.
그리고 촉촉히 젖은 눈과 떨리는 목소리로 마지막 인사를 하던 그의 모습도...
이제 그는 그렇게 배우로써 또 한 페이지를 끝마쳤구나,
진심으로 느꼈다.



그를 보면서 아름다움이 이렇게 장렬해도 되겠구나 생각했다.
확실히 그의 마지막 지킬은 여러 의미로 장렬했고 아름다웠다.
그는 그렇게 그의 마지막 지킬을 떠나보냈다.
그러나 류정한의 지킬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지킬이 공연되는 한,
모든 지킬의 무대 위에는 류정한이라는 예술가가 남긴
8년의 모든 열정과 모든 고뇌와 모든 땀과 모든 수고가
영원히 머물며 좁은 구석구석까지 펄떡이며 살아 있을 걸 안다.
그러니 그의 지킬은 결코 끝난 게 아니다.
아니, 결코 끝날 수 없다.
따라서 내가 느껴야 할 감동과 두려움 역시 결코 끝날 수 없다.
불멸의 무대로 돌아온 그를,
이제 나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환.영.해.야.한.다.

  

공식적으로 류정한의 모든 지킬의 행보는,
그의 선언처럼 이제 끝이 났다.
그리고 아쉬움과 그리움은 고스란히 빈자리가 되어 남겨졌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지킬들아!
아무도 이 자리를 탐내지 마라!
비록 빈 자리일자라도 이 곳은 그대들을 위한 자리가 아니다.
결코 그대들에 의해 채워질 수 있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류정한의 무대를 관음하는 황홀경을 아는 사람은
그 자리의 유일한 주인이 누구인지 안다!
그 자리는 영원히 영구결번된 그 상태 그대로
오직 한 명에게만 헌정(獻情)될 것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20. 00:33
또 다시 Jekyll & Hyde의 계절이 돌아왔다.
매번 공연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의 재정상태를 all kill 시킬 정도로 all in하게 만드는 문제작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제대한 조승우의 복귀작이라는 빅뱅과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까지 겹쳐져서 초반부터 열띤 예매 전쟁이 시작됐다.
(그야말로 오디 컴퍼니의 광고 문구 그대로 사상 초유의 티켓 전쟁이다)
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사람은 안도의 숨을 쉬고
살아남지 못한 사람은 인터넷 여기저기를 서성이며 가련한 자신의 처지를 호소함과 더불어 
누군가의 은혜로운 티켓 양도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나는?
현재까지는 제발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세웠다.(그러니 제발 지키자...)
그 첫번째가 12월 14일 류정한 J & H였다.
사실 티켓 예매를 할 때 차 떼고 포 떼고 나니까 고맙게도 선택의 폭이 확실이 줄긴 했다.
일단 선민 루시는 내 취향이 아니라 차로 떼버리고
김소현 엠마는 죄송스럽게도 요즘 너무 노쇠한 목소리를 내주시기게 포로 떼기로 했다. 
(이렇게해서 정말 미안하게도 홍광호와 김준헌은 차도 포도 아닌 셈이 되고 말았다...)



공연 초반에 앙상블과 조연들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다는 우려도 있어 내심 걱정스러웠다.
이미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도 많이, 계속해서 보고 있는 J & H.
공연을 하는 배우에게도,
중독처럼 몇 번씩 관람하는 관객에게도
어쨌든 이 공연은 위험한 함정이고 치명적인 유혹이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이렇게 얼치기 매니아를 자처하게 된 것도
순전히 2004년부터 J & H가 발단이었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일 년에 몇 편씩 보는 게 전부였는데...
물론 지금까지 보면서 실망했던 공연도 있고 끔찍하게 소름돋았던 공연도 있다.
그래서 고운정 미운정 외에도 다른 정이 있다면 그 모든 정들이 다 들어버린 공연이다.
어쩌면 관 속에 들어있던 나를 벌떡 일으켜 세상으로 나오게 한 게 이 공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 고마움에 매번 애뜻한 심정이 되버리는 건지도...
매번 J & H가 오픈되면 가슴이 묘하게 아파온다.
그리고 그 아픈 마음은 또 묘하게도 공연을 보고 나면 한동안은 다독여진다.
그런 의미에서 나 역시도 항상 또 다른 의미의 이중성과 타협하고 싸우는 중인지도 혹시 모르겠다.



류정한 지킬 그리고 류정한 하이드.
다른 건 말고 그것만 생각하자.
류정한의 지킬은 다정하다. 그러나 폐쇄적일만큼 고집스럽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이기적이다. 그러나 납득이 불가능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지독히 탐미적이다. 그러나 일방적이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냉혹하다. 그러나 불의하지 않다.
류정한 지킬은 순하다 그러나 결정 앞에 단호하다.
류정한 하이드는 비열하다. 그러나 비겁하지는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사랑스럽다. 그러나 너무 많이 외롭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잔인하다. 그러나 잔혹하진 않다.
류정한의 지킬은 섬세하다. 그러나 작게 표현하진 않는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대범하다. 그러나 손끝과 표정까지 치밀하다.
류정한의 지킬은 유하다 그러나 연약하진 않다.
류정한의 하이드는 본능적으로 파괴적이다. 그러나 근거없는 파괴는 결코 아니다.
류정한의 지킬은...
 류정한의 하이드는...
내겐 그랬다.
어찌됐든 매번 실망이 아닌 지독한 감동을 준다.
비록 그가 결정적인 노래에서 삑사리를 작렬한다고 해도
(설령 그 부분이 "This is the moment" 같은 결정적인 노래에서
 "지금 이 순간 나만의 길"이라는 결정적인 부분일지라도...)
그게 최선을 다하는 중에 나오는 실수이기에 조금도 불쾌하지가 않다.
그리고 소위 그 삑사리에 대처하는 류정한의 능숙함과 노련함이 나는 또 좋다.
(편애라고 말한다면... 그렇다! 난 그를 편애한다. 그런데 어쩔 수 없다!)


 
사실 나는 류정한이 J & H 를 다시 한다고 발표했을 때 새로운 해석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사람!
또 다시 달라졌다.
특히 하이드로 분할 때 모습은 다른 어떤 때보다도 확실히 더 거대해졌다.
더 비열해졌고, 더 파괴적이고, 더 음산해졌고, 더 대범해졌고, 더 유혹적이다.
순간순간 본성을 드러내려는 하이드를 막기 위해 애쓰는 지킬은 또 어떤가! 
안스러움과 함께 어딘가 숨겨주고 싶은 깊은 연민마저 느껴진다.
아마도 그는 "마지막"이라는 자신의 말에 지금 책임을 다하고 있는 중인가보다.
매 장면마다 그게 느껴져 나는 또 섬뜩하고 무서웠다.
이 작품을 떠나보낸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아픈 일인지
객석에 앉아있는 나조차도 분명히 느껴질 정도다.
처음엔 분명 지킬로 시작됐는데 류정한의 눈은 점점
한 쪽엔 지킬을, 또 한 쪽엔 하이드를 담는다.
그 눈빛 속에 치열한 싸움이 무대에서 번득이는 집요한 시선으로 드러난다.
다른 사람도 봤을까?
지킬일 때 그의 눈 속에 하이드를.
그리고 하이드일 때 그의 눈 속에 지킬을...
그닥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눈빛은 강렬함 그 이상으로 빛났고 딕션은 어전히 선명했다. 
고요함 속 굳은 결의 뒤에 압박처럼 점점 상승되는 공포감 "The Transformation"
잔혹한 괴기스러움 뒤에 느껴지는 정당하기까지한 통쾌함 "Alive"
소름돋을 만큼 자극적이고 부러울만큼 관능적인 "Dangerous game"
"The way back"의 안타까운 절망과 피할 수 없는 마지막 선택.
섬득하리만큼 잔인한 충돌 "Confrontation"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나는 어터슨의 대사로 배우 류정한에게 말하고 싶다.
"자넨 할 만큼 했네!" 라고...
그리고 엠마의 마지막 대사까지도 빌리련다.
"이제 편히 쉬세요!"



사실은 김선영 루시의 완벽함에 대해서도
(그녀의 춤은 정말 눈부신 발전이다. 그러나 정체불명의 그 빨간 모자는 꼭 집고 넘어가고 싶다.)
조정은 엠마의 불안함 대해서도 구구절절 말하고 싶지만
(전체적으론 엠마에 잘 어울리긴 하지만 성량이 확실히 딸린다. 
 지고지순함도 느껴지지만 왠지 새침떼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오늘은 류정한, 그에 대해서만 말하련다.
어쩐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
(이미 할 말은 다 해놓고... 쯧쯧!)
아, 참! <스위니 토드>의 비델리 "정현철"을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스트라이드와 스파이더 1인 2역을 하느라 너무 바빴겠다.
(그전까지는 세비지경과 스파이더가 1인 2역이었는데...)
그런데 두 인물의 목소리가 너무 비슷해서 개별화에는 아무래도 실패한 것 같다.
그리고 주교님과 프룹스는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볶으신 모양이다.(솔직히 도플갱어인줄 알았다)
새로운 곡 "I need to know"가 추가돼서 기대를 했었는데
(예전에 J & H 내한공연에서 브래드 리틀이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물과 기름같이 동떨어진 넘버라 정말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내용을 가사에 꾸겨넣어서 랩도 아닌 정체불명이 노래가 되버렸다.
차라리 이 곡을 빼고 예전처럼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애드립같은 코믹 요소가 많이 등장한 건 좀 거슬렸다.
단정해지고 깔끔한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다시 Jekyll & Hyde는 나를 수다쟁이로 만들어버렸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말하나보다.
"첫 정이 무섭다"고...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17. 06:34


2005년 여름
뮤지컬 <Man of La Mancha> 초연된다고 했을 때
나는 몹시도... 몹시도... 떨렸었다.
무대 위에서 보게 될 극중극이라니...
(그때 기억이 지금도 참 선명하다)
그리고 그해 여름 무더위를 뚫고 남산에 있는 해오름극장을 참 무던히도 오르내렸다.
(무려 7번이었던가? 8번이었던가?)
그때 세르반테스/돈키호테를 김성기와 류정한이 더블 캐스팅으로 연기했었다.
한창 <Jekyll & Hyde>로 주가를 올리고 있던 류정한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겠구나
내심 궁금하기도 하고 조바심이 나기도 했었다.



2005년 공연을 보고 난 후,
아!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배역에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그리고 나 역시 배우 류정한에게 무리하게 욕심을 냈구나
깨달았다.
그 이후 몇 번의 재공연이 있었지만
다시 <Man of La Mancha>를 찾아 보진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겁이나서...
덜 젊어진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들의 욕심을, 나의 욕심을 다시 보게 될까봐 나는 지레 겁을 먹고 있었다.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이 작품에 어이 없는 욕심만 가득 생길까봐서...



그리고 6년이 지나 보게 된 <Man of La Mancha>는,
몹시도... 몹시도...
사랑스러운 작품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류정한이 만들어낸 늙고 허약하고 꾸부정한 몽상가 돈키호테 모습과
이성적이고 재기발랄하기까지한 세르반테스의 모습은
6년 전 모습과는 정말 많이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그때 류정한은 배우 류정한을 화려하게 돋보이게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 모습이 낮설어 당황했었다)
6년 후의 그는 배우 류정한이 아닌 세르반테스를 그리고 돈키호테를 모두 돋보이게 만들고 있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나는 그의 발걸음과 그의 눈동자의 움직임,
그의 손동작과 말투를 따라가느라 즐거웠고
그의 구부정한 허리와 벌어진 다리를 쫒느라 내내 분주했다.
내 변변치 못한 어깨까지도 점점 강도를 더해가며 뻐근해져왔다.
언젠가 본 그의 인터뷰 기사.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을 읽고서
비로서 케릭터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노라고...
초연 때는 원작을 볼 생각조차 못했는데
우연한 기회에 원작을 보고 초연 때 자신의 해석이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았다고...
어쩌면 나는 이 기사 때문에
그의 돈키호테를 그의 세르반테스를 다시 꿈꾸게 된건지도 모르겠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원작은,
가히 대학교제 원서가 떠오를 만큼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뭐 항간에는 수면용으로 딱이라는 말도 있고... ^^
(머리에 베고 자기에 딱 알맞는 두께긴 하다.)
배우의 케릭터 이해의 유무는
무대 위의 판을 단박에 바꿔 놓는다.
류정한... 이 남자...
점점 더 여우성이 짙어진다. 
(나는 이 남자의 여우성이 무지 참 좋다.)
이 사람이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란다.
의외의 캐스팅이 보여 맘이 상하기도 하지만 (도대체 내가 뭐라고...)
국내에 초연되는 이번 작품에서 그가 보여줄 여우성이 나는 또 궁금하다.
(그런데 어쩌자고 유니버설아트센터냔 말이다!!! 거기다가 EMK 제작까지...)



산초 이훈진,
참 귀엽고 그리고 멋진 보좌관!
애드립으로 의심될만큼 그의 연기는 능청스러웠다.
(정말 애드립이었나???)
다양한 표정과 재미있는 행동들,
극의 감초 역할을 너무 잘 해줬고 이 사람 때문에 참 많이 웃었다.
알돈자 김선영,
왜 그러지 했었는데, 역시 김선영이야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쉽지 않은 캐릭터였는데
그녀 때문에 많이 아프고 슬펐다.
"날 짓밝고 가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꿈꾸게 하지 좀 마!"
돈키호테를 항해 외치는 알돈자의 대사는
꼭 지금의 내 심정이었는데...



세르반테스가 감옥의 죄수들을 향해 외친 소리가 귀에 선하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대놓고 말하는 것 같아
문득 민망하기도...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굴 미치광이라고 부를 수 있겠소?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미친짓이 아닐까요?
 쓰레기더미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미쳐보이나요?
 아니요. 아니요.
 너무 똑바른 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야말로 미친짓이겠죠!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미친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오!"




세르반테스는 말한다.
"이상 없이 살 수 있는 용기는 없다"고...
돈키호테는 말한다.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뭐라고 나도 한마디쯤 해야할 것 같은데
막막하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이계창.
그의 시니컬한 표정과 말투는 여전히 일품이었다.
그리고 너무나 멋진 무대 배경과
(지하 감옥의 신비감과 무어인이 등장하는 해바라기 씬의 노란 해바라기의 선명함...)
그리고 하나 하나 꼽을 수 조차 없는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
"Man of La Mancha", "Dulcinea", " We're Only Thinking of Him"
"Little Bird, Little Bird" , "The Impossible Dream"....
(정말 너무 많다...)



배우 류정한은 말했었다.
뮤지컬 <Man of La Mancha>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탄탄한 스토리를 함께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지극히 공감한다.
그는 이 작품을 두고
스스로 너무나 사랑하는 작품이라고,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마음에 품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작품이라고까지 고백했다.
나 역시 그가 Jekyll & Hyde일 때보다
세르반테스로, 돈키호테로 무대에 서 있을 때가 더 아름답다.
그에게 Jekyll & Hyde가 화려한 기교의 작품이라면
Man of La Mancha는 오랜 깊이의 작품인 것 같아서...
언제 다시 보게 될까?
끝나버린 공연을 생각하면서
나는 벌써부터 Impossible Dream을 꿈꾸고 있다.
너무 아득하다...



<The Impossible Dream>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슬픔 견딜 수 없다 해도 길은 험하고 험해도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사랑을 믿고 따르리라
잡을 수 없는 별일지라도 힘껏 팔을 뻗으리라
이게 나의 가는 길이요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멈추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르리라
내가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와도 평화롭게 되리
세상은 밝게 빛나리라
이 한 몸 찢기고 상해도
마지막 힘이 다할때까지
가네, 저 별을 향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27. 05:29


정확히 일주일만의 재관람.
오랫동안 기다리긴 했었나보다. 내가...
양준모 팬텀, 홍광호 라울을 봤던 이유로 은근히 기대했었다.
윤영석 팬텀과 정상윤 라울을 만날 수 있기를...(크리스틴은 최현주였음 했고)
것도 아니면 정상윤 라울만이라도...



칼롯타만 빼고 캐스팅은 일주일 전과 똑같다.
캐스팅에 대한 실망감은 별로 없다.
그 정도로 이 뮤지컬의 존재감은 내게도 대단하다.
그러나 윤이나의 칼롯타는 무지 그립더라.
최주희의 칼롯타는 훨씬 더 코믹하고 상당히 과장된 캐릭터다.
노래와 액션, 표정까지 모든 것이 다...
(조금은 수긍이 된다.  그 방법이  최주희 칼롯타가 윤이나 칼롯타를 상대로 한 차별화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양준모의 Phantom"
분명 그가 달라졌다.
처음엔 VIP 좌석의 힘인가?하고 의심했다.
고작 일주일만의 재관람이었는데 이 사람이 내 머릿속을 다녀간 느낌이다.
이블데드나 플랑켄슈타인의 허우적거림을 떠올리지 않았다.
양준모 팬텀은 분명히 점점 정돈되어 가고 있고 그리고 조금씩 섬세해지고 있다.
팬텀의 존재감을 그가 받아들이기 시작한걸까? 
모든 남자 뮤지컬 배우들이 꿈꾼다는 팬텀!
내가 생각하는 팬텀은 격렬하고 엄청난 존재감을 남기거나 뛰어난 기교를 자랑하는 역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 역할이라면 오히려 <Jekyll & Hyde>에 가깝다.
팬텀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서서히 찍히는 
그러나 선명하게 흔적을 남기는 낙인과도 같다.
오랫동안 천천히 그러나 치명적으로 퍼져가는 독같은 존재라고 할까?



아직도 등장이나 퇴장하는 부분의 어색함과 불안감이 남아있긴 하지만
(특히 2막에서 극중 극 "돈주앙의 승리"에서 크리스틴과 함께 사라지는 장면...)
양준모 팬텀은 분명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아마도 팬텀의 존재감 전달은 그에게도 공연 내내 화두가 되지 않을까?
광기가 전해지는 웃음보다 느끼함이 전해지는 웃음까지 그가 잡아낸다면
더 존재감있는 팬텀을 양준모라는 배우를 통해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팬텀의 웃음소리...
자칫하면 느끼함으로 인해 "광기(狂氣)"가 아닌 "광(狂)"으로만 남을 수 있을 것 같기에...
"광"만 남은 팬텀은 너무 코믹스럽지 않을까 싶다.
계속 거슬리는 왕꿈틀이(?) 장면.
그래도 첫번째 봤을 때보다는 어색함이 덜했지만
팬텀의 신비감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하는 치명적이고 결정적인 장면이다.
크리스틴 앞에서 보이고 싶지 않는 자신의 흉칙한 얼굴을 드러내는 장면인데...
여전히 그 장면은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왠지 주머니에서 쌈지돈이라도 꺼내주어야 할 것만 같은 당혹감...
(써놓고 보니 왠지 더 서글프다.)
 


홍광호 라울은...
팬텀에 대한 동경이 담겨있다.
어떤 면에서는 그가 크리스틴보다 팬텀을 더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배역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이 언듯언듯 보인다.
그래서 나는 정상윤 라울이 궁금해지는 건지도 모르겠다.
팬텀을 꿈꾸지 않는 라울의 모습이...
최현주 크리스틴은 역시나 아름답웠고,
가까이에서 본 피르맹과 앙드레는 최고였다.
극의 포인트를 찍어주는 두 사람(김봉환, 서영주) ^^
강약과 웃음의 코드를 적당히 조절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역시 프로답다.



<Phantom of The Opera>
나는 이 뮤지컬을 다시 보게 될까?
정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나는 양준모 팬텀의 진화 과정을 내 눈으로 계속 확인하고 싶다.
그가 팬텀의 존재감을 거의 완벽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을
스스로 확인하고 기록하고 싶다.
그의 몸 안에서 팬텀이 완벽하게 해방되어 나오길...
나는 계속 꿈꾼며 희망할 것이다.
그리고 양준모 팬텀이 그런 모습을 보여줄 것임을
정직하게 믿는다.
그러니, 양준모 팬텀이여!
그대는 노래의 날개를 접지 말고 계속해서 펼쳐나가라!
The Music of The Night!
결코 끝나지 않을 위대한 힘
밤의 노래을 위하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21. 00:35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있던 일요일 저녁
조금 일찍 세종에 도착해 공원에서 해바라기를 하다.
낮공연을 마친 루시와 엠마가 동료 배우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컷을 부탁했더니 "OK!"라며  밝게 대답한다.
루시역의 벨린다에게 말을 걸어서였는지
엠마역의 루시 몬더가 자신이 사진에 나올까봐 고개를 살짝 숙인다.
"Together, Please!"
그녀들이 서로 웃으며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다.
잠깐의 휴식이었을텐데...



객석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꽉꽉 들어찼다.
공연의 명성도, 브래드 리틀의 명성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네번이 관람 동안 궁금했던 걸 음향팀에게 확인하다.
역시 라이브 연주였단다.
OP석까지 개방한 공연이라 연주자들은 무대 제일 뒤에서 연주했다고 한다. 
MR이었다면 아마 관객이 감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거란 생각
확실히 라이브 연주는 선명하고 여유가 있어 좋다.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Jekyll의 손끝에 숨이 막히고
Hyde의 발끝에 숨을 멈춘다.
다정하고 따뜻한 Jeyll의 목소리,
살점을 물어 뜯는 듯 야만적인  Hyde의 목소리...

매 장면마다 쉽게 끊어지지 않던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감탄소리...
확실히 막공의 위력은 집단 최면의 효과가 있다.
배우들도 마지막이라 그런지 끔찍하게 잘해서 오히려 화가 났다.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한 달 동안 참 좋았다.
충분한 위로였고 그리고 충분한 즐거움이었다.
그 기억이 있으니 적어도 내게는 좋은 추억 하나 담긴 셈이다.
그런데 사실은,
또 다시 그의 손끝과 발끝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
지독한 Dangerous Gam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12. 10:18

비 온 뒤 오후,
다시 찾은 Jekyll & Hyde
Brad Little
이 사람의 목소리가 궁금해서 찾은 공연장



안타깝게도 오늘 이 사람의 목소리엔 힘겨움이 느껴진다.
주말의 4회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
예전 우리 배우들도 말했었다.
4차례의 공연을 연이어 한다는 건
살인적인 동시에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90%가 넘는 무대 등장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
그것도 두 사람의 확실히 구분된 목소리와 행동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한공연 <Jekyll & Hyde>의 최고 장면은,
1막에서는 역시 <This is the moment>
<Transformation>, <Alive>도 물론 좋지만
브래드 리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is is the moment>다.
그의 딕션은 참 선명하고 정확하다
무대와의 거리감을 상쇄시킬만큼...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딕션이라고 믿고있는 나에게 그는 확실히 모범적인 배우다.
이사회 장면의 그 숨가쁘고 분노에 찬 모습에서조차도 그의 딕션은 선명하고 또렷하다.
그래서 Jekyll의 분노가 나는 아주 정당하게 느껴진다



2막에서는 <Dangerous Game>
Lucy와 Hyde 둘 사이의 거리감과 정확히 반대되게 느껴지는 긴장감.
여전히 내겐 미스터리다.
그 거리에서 어떻게 나에게까지 이런 감정들이 전달될 수 있는지가...
우리나라 공연의 화려한 리액션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실망스럽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장면에선 숨을 쉬는 것조차 아깝다.
Hyde의 손끝과 발끝이 모든 언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무엇보다도 확실한 dangerous game이다.



아마도 Emma역이 루시 몬더(Lucy Maunder)였다면
<In his eyes>도 포함이 됐을테지만
오늘 공연에서는 under 브리앤 터크(Brianne Turk)가 엠마 역을 했다.
그녀는....너무 떨었다.
그녀 자신의 긴장감 때문이었겠지만 몸이 자꾸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대로 무대 위로 넘어질까봐 걱정됐다.
그리고 그녀 목소리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탁성
<Once upon a dream>
그 맑고 깨끗한 노래는 역시 Lucy maunder의 목소리가 제격이란 생각.
lucy역의  벨린다 월러스톤(Brelinda Wollaston)은 공연을 볼 때 마다
점점 더 매력적임을 알게 된다.
1막에서의 <Someone like you>, 2막의 <A new life>는
그녀를 내 귓 속으로 그대로 옮겨놓게 한다.



마지막 엔딩인 결혼식 장면
배우들이 무대를 등지고 자리에 앉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항상 배우들의 앞모습을 보는 게 익숙한 시선이었기에...
(Jekyll이 심험실에서 약물을 주사하지 않고 마신 것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우리의 원샷 문화(?) 때문에 아마도 더 당황스러웠는지도....
 작은 주사기가 멀리 앉은 관객에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꾼 것 같다는 나름의 추리를 해 본다.)
지금은....
의도가 어느정도 파악이 된다.
그게 딱 적절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의 흔적이 보여 다행스럽다.
익숙함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90% 정도 만족한 공연.
그래도 브래드 리틀의 <This is the moment>는 여전히 좋더라.
Hyde로써의 마지막 커튼콜 엔딩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8. 31. 02:00

2009. 08. 30. PM 7:30
세종문회회관 대극장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연을 보다
<Jekyll & Hyde>
<오페라의 유령> 팬텀으로 총 2,150회 세계 최다 공연을 이끌어 왔던 브래드 리틀(Brad Little)
드디어 그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그는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하게 공포스러웠다.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Jekyll일 때의 그의 목소리는 내가 들어본 최고의 달콤함이었다.
그리고 Hyde로 변했을 때 그 긁어대는 가릉거리는 목소리란,
그런 목소리로 도대체 이 공연들을 다 할 수는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된다.
그의 "This is the moment"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거대했고 그리고 엄청난 전율이 느껴진다.
단지 이 한 곡을 듣기 위해서 이 공연을 다시 본다고 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엠마와 루시의 "In his eyes"
엠마 커루 역의 루시 몬더(Lucy Maunder)의 목소리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가 지킬이라도 이런 목소리를 가진 엠마라면 도저히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 ^^
루시 해리스 역의 벨린다 월러스튼(Belinda Wallaston)
컨디션이 좀 그랬을까?
약간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특히 1막 후반부의 "Someone like you"
역시나 기억이 담아낼 것 같다.
2막에서 Hyde와의 "Dangerous game"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아니 오히려 터치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두 사람이 한 몸처럼 느껴진다.
거의 완벽하게 관능적이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혹적이었던 장면.
어떻게 이런 느낌이 가능한거지???
그것도 그렇게나 서로 멀리 떨어져서....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던 무대들.
그 검붉은 배경과 어둠들.
꼭 립싱크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지던 배우들의 엄청난 노래 실력들까지...
2시간 30분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허무함조차 느낄만큼...



늘 너무나 젊은 배우로만 채워졌던 우리나라 무대와
오히려 나이가 있는 배우들로 채워진 오리지널 무대.
그게 사실 나는 제일 부럽게 다가온다.
그럴 수 있으려면,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우리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아 좀 서운한 느낌도 든다.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우수운 모습이 되버릴 수도 있는
머리로 얼굴 전체를 가린 Hyde
그런 모습으로 "The confrontation"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었는데....
그랬구나...
Hyde로 변했을 때,
그는 거울을 통해 Jekyll과 대응하고 있었다.
초반의 그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confrontaiton"을 느꼈다.
그 모습이 Hyde였든 Brad Little 이었든 둘 다 섬뜩한 기억이지 않았을까?
Jekyll을 끝장내고 승리를 이루려고 하는 Hyde나,
Hyde인 자신을 바라보면서 연기했을 Brad Little.
그냥, 난 그 상황이 이 뮤지컬 <Jekyll  Hyde>에 썩 어울린다고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억지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끔찍하게 너무 끔찍하게 아름다웠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어 너무 화가 난다.
정말 그를 만났다.
Jekyll 그리고 그의 또 다른 모습 Hyde...
Good  &  Devil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