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5. 17. 08:50

 

<엘렉트라>

 

일시 : 2018.04.26. ~ 2018.05.05.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소포클레스 <엘렉트라>

각색 : 고연옥

연출 : 한태숙

출연 : 장영남(엘렉트라), 서이숙(클리탐네스트라), 박완규(아이기스토스), 백성철(오레스테스),

        박수진(크리소테미스) / 예수정, 이남희, 박종태, 민경은, 류용수, 김언중 (코러스)

제작 : LG아트센터

 

딸을 향한 끔찍한 저주의 말로 시작되는 연극의 임펙트는

생각보다 컸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저주의 말을 내뺏는 클리탐네스트라 서이숙의 카리스마가 대단했다.

그 발성과 그 톤과, 그 감정이라니...

무대를 집어삼킨다는 표현도 오히려 부족하다.

그 첫장면에서 직감했다.

이 작품은 <엘렉트라>가 아니라 <클리탐네스트라>라는걸.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모르지만

나는 서이숙 밖에 안보였다.

7년 만에 연극에 복귀한 장영남은 존재는 가차없이 잊혀졌다.

실제로 내가 느낀 장영남은 의욕도 대단하고 열심히 하는 것도 분명했는데

어딘지 공중에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초반엔 딕션도 부정확했고 발성도 불안해서

저러다간 목이 다 나갈텐데 혼자 조마조마했다.

 

여라가지로 기대햇던 작품이었다.

고연옥 각색도 기대했고,

한태숙 연출도 기대했고,

서이숙, 장영남 뿐만 아니라 "코러스"로 출연하는 다른 배우들까지도 다 기대가 됐다.

그런데...

나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엘렉트라를 기대했던건 아니다.

한아름 작가, 서재형 연출의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느낌이 아닐까 막연히 상상했는데

아니라서 많이 당황했다.

고대 극작가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코러스까지 있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내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기대치였다고 해두자.)

자신이 낳은 딸을 죽음으로 몰어넣은 아가멤논에 대한 아내의 복수도,

그런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향한 딸의 복수도,

지금의 이야기 속에선 너무 막연하고 허술하다.

목적은 사라지고 감정만 남은 느낌.

엑렉트라와 클리탐네스트라의 치열한 2인극이었다면 어땠을까 혼자 생각도 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서이숙의 카리스마 하나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남았다.

그거 하나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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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5. 11. 30. 08:40

 

<살짝 넘어갔다 얻어맞았다>

 

일시 : 2015.11.05. ~ 2016.11.1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츠치다 히데오 

번역 : 이홍이

각색 : 김은성

연출 : 김광보

출연 : 유연수, 김영민, 유병훈, 이석준, 유성주, 한동규, 이승주, 임철수

제작 : LG아트센터

 

작년<사회적 기둥>에 이어 올해 11월에도 김광보 연출과 LG 아트센터가 만났다.

그것도 드림팀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김광보 연출의 몹시도 아름다운 8명의 남자배우들과 함께.

(이 8명의 배우를 교차 캐스팅이 아니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것도 신비였다)

작품은,

재미있고 유쾌했지만

단지 유쾌함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횔림과 쏠림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그 이면을 유머러스하지만 정확하게 끄집어냈다.

누구 한 명 정상적인 인간도 없지만

누구 한 명 똑똑하지 않은 인간이 없다.

"편가르기"라는 인류의 위대한 대립구조는

모든 이유를 불문하는 막강하고 치열한 "파워게임"이다.

나는 그 사생결단이 순간순간 진저리치게 끔직하고 무서웠다.

단지 가상의 "선" 하나가 생겼을뿐인데

자연스럽게 이 편 저 편이 갈리고,

편이 갈리니 없던 분열도 생기고.

분열이 생기니 희생을 부르는 싸움이 벌어진다.

확실히 "쏠림"은 일종의 "광기"가 맞긴 맞더라.

 

개인적으론 스토리보다는

fade in, fade out 이 명확한 8명의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8명의 배우들 중 배역이 정해졌던 사람은 간수였던 유연수와 한동규 두 사람 뿐이었고

나머지 배역은 모든 배우들이 모든 역할을 리딩하면서 역할을 정했단다.

김영민은 내 안의 치졸함을 최대한 끌어냈다고 말했는데

그 뿐만 아니라 8명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치졸함은 누구 한 명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참 들 못났네, 못났어.... 그랬더랬다....)

김광보 연출의 전작 <나는 형제다>처럼 영화적인 뉘앙스가 풍긴것도 재미있었

무대와 조명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빨갛게 점등되는 좌우 출입 문 위의 불빛과

공중에 매달린 9개의 전등이 위태롭게 보였던건 비단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을거다.

균형감이 묘하게 기웃둥하던 무대도 극의 느낌과 잘 맞아떨어지더라.

 

권력의 줄다리기란 참 무섭다.

그게 교도소든, 직장이든, 학교든, 가정이든.

그리고 그 크기가 크든, 작든 간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구허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메아리처럼 들린다.

......선은 분명히 있었어. 내 마음 속에 있었어.

      지금도 있겠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17. 08:08

 

<보이첵>

일시 : 2014.10.09. ~ 2014.11.0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게오르그 뷔히너 <보이첵>

극본, 작사 : 싱잉 로인스 (The singing Loins)

편곡, 음악감독 : 장소영

안무 : 이란영

연출 : 윤호진

출연 : 김다현, 김수용 (보이첵), 김소향(마리), 김법래(국악대장)

        정의욱, 박성환, 박송권, 임선애 외

제작 : LG 아트센터, (주)에이콤인터내셔날

 

24세에 요절한 천재 작가 게오르그 뷔히너의 미완의 희곡 <보이첵>.

연극으로만 익숙한 이 작품을 <명성황후>와 <영웅>을 만든 에이콤의 윤호진 대표가 창작뮤지컬로 만들었다.

8년이라는 준비기동안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이 작품에 쏟아부었노라고...

솔직히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뮤지컬로 도대체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 됐었다.

게다가 음악을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 싱일 로인스에게 맡겼단다.

싱잉 로인즈...

한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도 모르는데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밴드를 설마 내가 알리 없겠지만

이건 뭔가... 싶었다.

그런데 이 미지의 싱잉 로인즈라는 밴드가 영국에서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인드 밴드란다.

심지어 밴드가 본업도 아니고,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지극히 평범한(?) 노동자들이란다.

싱잉 로인즈도 대단하고, 이런 미지의 밴드를 과감하게 선택한 윤호진 대표도 참 대단하다.

 

요즘처럼 강강강강(强强强强)의 뮤지컬 넘버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 작품 넘버가 밋밋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참 좋더라...

뭐랄까... 아주 간곡하고 처연했다.

보이첵의 부르는 넘버는 너무 아프더라.

그래서 견뎌내기가 좀 힘들았다.

보이첵을 연기한 김수용은...

황폐하게 부서지는 이 감정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할까!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야했던 장면들 앞에서

나는 배우 김수용을 걱정했다.

정말 많이 진심으로...

 

인간라는 집단은 얼마나 잔혹하고 무자비한가!

다수의 인간이 선량하고 순수한 한 사람을 이렇게까지 능멸하고 조롱하고 멸시할 수 있다는게,

그게 가능하다는게...

끔찍하고 공포스럽다.

열등한 인간이 견딜 수 있는 스트레스의 한계.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이 모든 잔혹한 행위들.

"넌 쥐새끼다! 실험용 쥐새끼!"

열등한 인간이라는 말...

이 말이 홀로고스트가 되어 가슴 속을 후볐다.

사랑하는 여자와 아들이 유일한 희망이고, 꿈이고, 삶의 이유였던 보이첵의 파괴를 보면서

나는 "Why Alive?'를 생각했다.

운명은 너무나 냉정해서 아무리 노력해봐도 바뀌지 않는다는 보이첵의 말.

그 말이 환상이길, 환청이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랬다.

실험실에서 도망친 보이첵이 친구 슈미츠를 찾아온 장면은 감당이 안되더라.

칼날 위에 위태롭게 서있다는 말 슈미츠의 말...

더는 못보겠다는 말...

그걸로 충분하다는 말...

침상 위에서 가방속 자신이 가진 모든 걸 꺼내던 보이첵.

"이게 내 인생의 전부인가!"

정말이지... 더는 못보겠더라.

그걸로 너무나 충분하더라,

모든걸 다 잃은 사람이 이 세상을 향해 토해내던 마지막 숨결 "루비 목걸이"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통곡이었다,

 

이 작품 좋은 작품이긴한데

(물론 다 좋다...는 아니다. 수정해야할 부분은 확실히 있더라.)

다시 보게 되진 않을 것 같다.

한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파괴되는 모습을 또 다시 볼 자신 도저히...  없다.

그 후유증이 생각보다 너무 크다.

특히나 연극 <프랑켄슈타인>과 이 작품을 같은 날 관람하는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닌것 같다.

감정이 너무 피폐해져서

솔직히 지금까지도 많이 절뚝거리고 있다.

 

잔인하고 끔찍한 인간들.

그 속에 나 또한 있음이 날 아프게 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3. 07:49

<프리실라>

일시 : 2014.07.08. ~ 2014.09.28.

장소 : LG 아트센터

극본 : 스테판 엘리엇, 알란 스콧

연출 : 사이먼 필립스

협력연출 : 딘 브라이언트

안무 : 로스 콜먼, 앤드류 홀스워스

음악 감독 : 스테판 스퍼드 머피

출연 :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버나뎃) /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틱)

        김호영, 조권,유승엽 (아담) / 장대웅 외

제작 : 설앤컴퍼니, CJ&E(주)

 

뮤지컬 <프리실라>

마성의(?) 마이클리때문에 예매를 했다가 고영빈의 매력에 빠지고 온 작품.

그러나...

쇼뮤지컬을 본다는건 역시나 내겐 힘들고 피로한 일이다.

조권 아담의 명성이 하도 자자해서 한 번 더 예매를 하긴 했는데

이렇게 피로도 급상승하는 상태라면 아마도 취소할 확률이 클 것 같다.

(회복여부를 좀 지켜보고...)

번쩍이는 화려한 LED 무대와 그보다 더 화려한 의상들.

그야말로 비처럼 남자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쏟아져 내리는걸 보자니 참 아득하더라.

2시간 내내 잠시도 쉴 틈 없이 몸과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는다.

이 늘씬하고 쭉쭉뻗은 기괴한 언니들...

정말이지 쎄도 너~~~무 쎄다

 

사실 이 작품의 연출자가 이지나라고 확신했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마이클리를 캐스팅한 것도 그렇고

작품 자체도 딱 그녀 스타일이라 당연히 이지나 연출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연출도 안무도, 무대도 외국스텝들이 그대로 들어왔다.

이지나 연출이었다면 마이클리에 대한 지나친 애정이 화를 불러 일으킨게 아닌가 생각했을텐데

그게 아니라 사실 좀 다행스럽다.

마이클리이 연기와 노래는... 확실히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국어 특유의 언어적 재미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 배역도, 배우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건 외국인에 가까운 마이클리가 도저히 살려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이클리는 지금처럼 한국 무대에 계속 설 생각이라면

발음의 문제를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던가,

아니라면 당분간은 쏭쓰루 작품 위주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무대 위에서 어눌해 보이는 마이클리를 보는건,

참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노래와 연기는 정말 정말 정말 괜찮고

또 마이클리만큼 진심을 다하는 배우도 없는데...

너무 아끼는 배우라 <서편제>도 그렇고 <프리실라>도 그렇고 맘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차기작 <더 데빌>도 미리부터 걱정된다.

(쏭쓰루까지는 아니지만 대사를 최소화 했다는 이지나 연출의 말을 일단은 믿어보기로 하겠지만!)

 

드랙 퀸(Drag Queen)이라는 말,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도 더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사람의 개인적인 성적 취향은 존중받는게 당연하고

타인에게 심각한 상해를 가하는게 아니라면 서로 인정하는게 마땅하다는 입장.

개인적으론 커밍아웃 자체가 아무런 이슈도 되지 않는 나라가 된다면 좋겠다.

삼천포로 빠져버리긴 했지만 이 작품.

한번쯤은 유쾌하고 즐겁게 볼 만한 작품이다.

재미도, 감동도, 신기함도 다 가지고 있다.

특히나 그 의상에, 그 하이힐에, 그 머리 장식에 그런 춤과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건,

적어도 내겐 신기(神氣)에 가까운 모습이다.

(더군다나 남자들이~~~ 와우!)

지랄 쌈쳐먹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버나뎃의 대사처럼 사막에서 금을 캐는 정도의 경이로움이더라.

 

고영빈은 전작인 <바람의 나라> 무휼 왕자님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몸짓과 손짓 하나까지도 아주 여성스럽고 우아했다.

게다가 현명하고 용기있기까지...

(대단한 할머니야~~)

고영빈으로서는 하나의 도전이었을텐데 아주 멋졌다.

지금 받는 모든 찬사들,

충분히 받을만 했다.

신선하진 않았지만 익숙해서 능수능란했던 김호영 아담.

조권의 파격을 이길 순 없겠지만

확실히 이런 역할을 너무 잘하니 어쩔 수 없이 계속 기대하게 된다.

특히나 버스 위에서의 립싱크 장면은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입모양이 완벽하게 일치하더라.

이 장면 보면서 김호영이라는 배우가 아주 무서운 배우라는 걸 다시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의 립싱크는 솔직히 티가 많이 났었다)

그리고 마이클리 아들로 나온 아역 이주호.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아주 귀여웠다.

아빠 마이클리와 침대 위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정말 좋더라.

(정말 아들과 아빠 같았다.)

두 사람의 서로 바라보는 눈빛, 너무 사랑스럽고 예뻤다.

 

이 작품 내 취향은 아니라 몇 번씩 보게 되진 않겠지만

배우들의 힘이 요근래 봤던 작품 중에서 최고다.

심지어 마지막 커튼콜에도 모든 배우들이 성심성의껏 미쳐주신다.

커튼이 바닥을 닿는 그 순간까지 끝없이 열정적이다.

그 모습이 나는 또 주책없이 뭉클하더라.

이 쎈 언니들,

정말 제대로 일을 냈다.

 

It's so beautiful~~~!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7. 08:34

<Carmen>

일시 : 2013.12.03. ~ 2014.02.23.

장소 : LG 아트센터

대본 : 노먼 알렌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작사 : 잭 머피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이나영

출연 : 바다, 차지연 (카르멘) / 류정한, 신성록 (호세)

        임혜영, 이정화 (카타리나) / 에녹, 최수형 (가르시아)

        이정열, 유보영, 태국희, 임재현, 최호중, 서경수 외

제작 : 오넬컴퍼니, (주)뮤지컬해븐

 

이 작품 참 기대했었다.

류정한과 차지연, 에녹의 출연 만으로도.

솔직히 말하면 배우 외에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갔다.

그야말로 백지 상태로 관람했는데 보는 내내 반복되는 데자뷰때문에 당황스러웠다.

<아이다>, <몬테크리스토>, <루돌프>, <J & H>, <스칼렛 핌퍼넬>에 심지어 <NDP>까지...

인터미션때 확인해봤더니 역시나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다.

확실히 프랭크 와일드혼은 <J&H> 이상을 뛰어넘는 작품은 없는 것 같다.

계속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작품만 반복적으로 답보하고 있다는 느낌.

이 작품의 넘버나 인물의 엮힘과 무대 위 표현들이 자신의 전작들과 너무나 많이 겹쳐진다.

심지어 몇몇 곡은 <몬테크리스토>의 넘버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것 같았다.

특히 가르시아의 곡은 리듬과 톤, 분위기가 "지옥송 2"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

(이런 것도 장르의 유사성이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말하면 작품에 대한 매력은 거의 없었다.

훨씬 더 관능적이고, 훨씬 더 유혹적이고, 훨씬 더 본능적이고, 훨씬 더 끈적하길 바랬는데

의외로 아주 평이하고 스토리나 장면에 대한 임펙트는 없었다.

무대와 의상은 도대체 지금이 어느 시대쯤인지 가늠할 수조차 없었고

캐릭터 역시도 참 중구난방으로 방대하고 모호해서 산만하기까지 했다.

제일 이해할 수 없었던 캐릭터는 예언자.

등퇴장을 비롯해서 분장과 의상, 노래, 연기가 다 의문투성이고 뜬금없다.

처음에는 집시무리의 한 명이라고 생각했는데 것도 아니고 일종의 독립군이시더라.

(예언자가 원래 독립군이긴 하지만... 아라비아나 이슬람권에서 넘어오신 분 같기고 하고...)

놀라운 마술과 화려한 서커스 퍼포먼스는...

태양의 서커스 카피 같았고 조금은 유치했다.

과도하게 길기도 하고...

에녹 가르시아 나오는 장면은 그래도 괜찮더라.

(아마 이것도 에녹이라는 배우의 역량이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론 작품 보다는 배우 개개인이 보여준 역량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던 작품!

 

차지연은 정말 작정을 하고 작품에 올인한 모양이다.

성대가 좋은 편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저렇게 목을 써도 괜찮을까 걱정스럽다.

(<아이다>때도 한동안 목때문에 고생하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차지연의 끈적거리는 보컬을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에서는 아주 딱 맞아 떨어져서 정말 듣기 좋더라.

첫 곡 "Every woman in the world"부터 귀를 확 끌어잡더니

"A woman like me"와 "If I could"에서 정점을 찍는다.

대체적으로 차지연은 듀엣보다는 솔로곡들이 늘 듣기 좋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그랬다.

게다가 이상하게 류정한 호세와는 왠지 살짝씩 어긋나는 느낌이더라.

몇몇 장면들은 좀 더 무너지듯 불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연기적인 면이나 감정면에서도 지금껏 본 차지연 작품 중에서 제일 좋았다.

체격때문에 집시가 아니라 전사 혹은 수장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쉽지만 이건 뭐 어쩔 수 없는 거고...

그래도 에녹 가르시아와의 "You belong to me"는 정말 좋더라.

두 마리의 야수가 서로 으르렁거리는 느낌이랄까?

차지연의 액션이 다소 과하긴 했지만 아주 팽팽한 장면이었다.

 

류정한 호세.

이 작품에서 호세는 솔직히 "카르멘"의 배경일 뿐이다.

즉, 돋보이거나 과도한 집중을 받아서는 안되는 역할이 바로 호세다.

도대체 류정한 정도 되는 배우가 왜 배경같은 호세를 하는지 솔직히 이해가 안됐는데 이제는 좀 알겠다.

남자 주인공에 익숙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기꺼이 배경의 역할을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수행하더라.

덕분에 "카르멘"이 더 돋보이고 자유로울 수 있었다.

차지연 카르멘과의 첫곡 "A woman like me"은 너무 날카로웠지만

다른 듀엣곡들과 대체적으로 괜찮았다.

특히 임혜영 카타리나와의 듀엣은 정말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같더다.

불혹의 나이를 지난 사람에게 청년의 모습이 보이다니...

게다가 서경수와 친구로 나와서 이건 좀 너무한다 싶었는데

무대 위에서 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을 실제로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

확실히 배우는 배우다.

 

에녹 가르시아와 임혜영 카타리나도 아주 좋았다.

그래도 이쯤되면 임혜영도 배우로서 변화라는 걸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러다 혹시 여자 임태경이 되는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에녹은 이제 뮤지컬 배우로서 어떤 역할을 맡겨도 다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딕션과 표정, 넘버 소화력과 연기도 다 좋더라.

배우로서 재능도 많지만 노력도 참 많이 하는 사람같다.

점점 더 성량도 좋아지고 고음도 시원하고

체격 조건이 좋은 것도 배우로서는 큰 장점이다.

언젠가 "애녹"이 크게 사고 칠 작품이 나올 법도 한데...

배우로서의 가능성 끊임없이 증폭중인 "에녹"을 주목하자!

 

솔직히 작품에 대한 호불호는 아직까지 결정을 못내리겠다.

작품 자체는 별론데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아서...

주말에 바다 카르멘, 최수형 가르시아, 이정화 카타리나까지 보고 나면 어느정도 결정이 될 듯.

그러니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 그런데 작품 너무 길다.

   좀 과감하게 쳐냈으면...

 

 

 

 

Carmen OST

 

<ACT1>
1. 프롤로그(Prolog)
2. 운명의 바람(The Winds of Fate) - 예언가
3. 세상은 너의 것(The World Is Yours) - 멘도자 시장, 이네즈 고모, 컴퍼니
4. 단 하나의 기도(My Only Prayer) - 호세, 카타리나
5. 운명의 바람 Rep.(The Wind of Fate Repr.) - 예언가
6. 세상의 모든 여자(Every Woman In The World) - 카르멘, 컴퍼니
7. 나 같은 여자(A Woman Like Me) - 카르멘, 호세
7A. 너 같은 여자(Woman Like You) - 주니가 총경
8. 착한 잘못(While He’s Waiting) - 이네즈 고모
9. 품에 안겨(I Want You Tonight) - 호세, 카타리나
10. 여자답게(Walk Like a Woman) - 카르멘, 컴퍼니
11. 홀로 추는 춤(We All Dance Alone) - 카르멘
12. 그런 여자(A Woman Like That) - 호세, 파비오, 멘도자 시장, 주니가 총경
13. Viva! - 카르멘, 판초, 컴퍼니
14. 운명처럼(Meant to be) - 카르멘, 호세
15. 돌이킬 수 없는(No Turning Back) - 풀 컴퍼니

<ACT2>
16. 발리후!(Ballyhoo) - 판초, 컴퍼니
17. 너는 내가 지킨다(You Belong to Me) - 카르멘, 가르시아
18. 열쇠(The Key) - 멘도자 시장, 이네즈 고모
19. 다른 사람이 된 나(The Man I Have Become) - 호세
20. 그럴 수만 있다면(If I Could) - 카르멘
21. 성 테레사(Saint Theresa) - 카타리나
22. 이젠 알아(A Fool in Love) - 카르멘, 카타리나
23. 착한 잘못 Rep.(While He's Waiting-Repr.) - 이네즈 고모
24. 위대한 솜씨(발리후! Rep./Ballyhoo-Repr.) - 판초, 컴퍼니
25. 걱정 마(Be Afraid) - 가르시아
26. 피날레(운명의 바람/Finale) - 예언가
27. 한 번의 사랑 - 카르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5. 11:39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일시 : 2013.10.09. ~ 2013.10.20.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소포클레스

대본,작사 : 한아름

작곡 : 최우정

연출 : 서재형

출연 : 박해수(오이디푸스), 박인배(코러스장), 임강희(이오카스테),

        이갑선, 임철수, 오찬우, 김선표, 김중오, 박지희, 김정윤, 이천영,

        김재형, 인진우, 지석민, 김혜인

주최, 제작 : LG 아트센터 

 

이 대단한 작품에 대해 도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이 작품은 내게 2013년 최고의 작품으로 아주 오랫동안 기억될거다.

솔직히 말하면 대사 한 줄 한 줄을 내 살과 뼈 마디마디에 새기고 싶은 심정이다.

모든 장면들과 모든 대사들을 날 것들처럼 그대로 살아서 내 속에서 춤을 춘다.

이 작품...

충격과 감탄, 경악과 흥분이란 단어로는 이 작품의 발끝조차도 표현할 수 없다.

마치 내가 그대로 매장되는 느낌이었다.

죽은 아오카스테의 황금브로치로 스스로 눈을 찔러 검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다름아닌 나같다.

그런데 어쩌면 좋나!

뽀족한 죽창이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느낌.

이 뻐근하고 잔인한 아픔을 도대체 어떻해야 감당해야 할까?

어떤 방법으로든 결코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것 같다.

아니! 빠져나오지 않으련다!

 

결정과 선택은 피할 수없는 인간의 숙명!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의 매순간마다

나를 향해 거침없이 달려오는 그 운명을 향해

나는 과연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운명은 화살과 같아서 자신이 쏜 방향으로 날아간다는데...

내가 운명지어진 신탁(神託)이 나는 두렵다.

 

태어나서는 안 될 운명이 태어나

죽여서는 안되는 사람을 죽이고

결혼해서는 안되는 사람과 결혼을 해

낳아서는 안될 자식들을

낳고 알아서는 안될 진실과 마주하게 되었구나 

부은 발 "오이디푸스"의 내려진 신탁은 얼마나 가혹하고 잔인하고 극악무도한가!

이 모는 것들,

결코 그가 원했던 것도 아닌데...

그가 알고 행한 일도 아닌데...

아니 오히려 그 비극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걷고 또 걸었는데...

정해진 운명의 수레바퀴에 갈갈이 찢겨 결국 자신의 눈을 스스로 찌른채 지팡이에 의지에 테베를 떠난 오이디푸스.

그의 마지막 대사를 나는 통곡처럼 삼켰다.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이 작품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다.

완전히 미친 작품이다.

1000여석의 LG아트 객석을 텅텅 비우고 무대 위에 360석 규모의 객석을 만든 것도 미친 짓이고

고대의 그것처럼 코러스를 이렇게까지 살려낸 서재형 연출도 미쳤고

이 어려운 작품에 이런 가사를 붙인 한아름도 미쳤고

이 느낌을 멜로디로 만든 최우정도 미쳤고

피아노와 사람의 소리로만 이렇게 가차없이 몰아부치는 배우들도 미쳤다.

고통스럽지만 행복했겠다.

이 모든 미친 사람들은!

심지어 이 사람들은 소리를 아주 선명히 보이게, 잡히게 만들었다.

그건 두 가지 감각이 공존하는 공감각의 영역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감각의 탄생이었다.

광기(狂氣) 그 이상의 작품.

 

열린 문을 통과해 어두운 객석을 따라 들어가면서도

검은 장막이 내려진 무대로 올라가면서도

마치 무언가에 홀리고 있다는 느낌때문에 한걸음 한걸음이 난처하고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아주 제의적이고 주술적인 아우라가 무대를 넘어 비어있는 객석까지도 가득하다.

자리에 찾아 앉기조차도 어딘지모르게 망설여졌다.

뇌쇄적이라는 말.

이 작품은 내 뇌 전체를 일말의 동정심도 없이 녹여버렸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내 시선과 심장과 머리와 온몸을 다 움켜쥐고 조여온다.

처음이다.

배우도 아니면서 이 작품의 대사 전채를 통째로 외워버리고 싶다는 생각!

아마도 모든 선택의 순간마다.

나는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홀로 길을 떠나야했던 오이디푸스의 뒷모습을 생각하게 될 것 같다. 

 

이 작품은...

원죄처럼 영원히 내 가슴이 남겠다.

 

...... 그는 누군가? 오이디푸스

       자식들을 위해 , 형재를 위해 스스로 길을 떠났다.

       오이디푸스를 보라!

       저 뒷모습을 본 자라면 명심하라.

       누구든 삶의 끝에 이르기 전에는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전에는

       사람으로 태어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지 말라 ......

 

어차피 다가올 멸망이라면...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가차없이 다가와주면

좋.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6. 08:1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 (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이번엔 무대와 조명 등 전체적인 느낌을 보고 싶어서 일부러 3층을 예매했다.

그리고 LG아트 3층 맨 앞줄은 이 모든 걸 보기엔 정말 환상적이다.

안전바(bar)가 시야를 가리는 것도 아니고

높이도 충무아트홀이나 세종처럼 낭떨어지의 아찔함이 아니라 좋다.

그리고 공연장 3층에서 듣는 음악과 음향, 배우의 소리는 뭐랄까 기본을 생각케 만든다.

공연장의 기본과 배우의 기본 두 측면 전부를!

 

류정한 막심, 김보경 나, 신영숙 덴버스, 최민철 잭, 이경미 반 호퍼

개인적으로 이 작품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캐스팅이다.

그리고 이 캐스팅으로 <Rebecca> 관람을 마쳤다.

자체 막공이었던 셈 ^^

비록 3층 관람이었지만 네 번의 관람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이 제일 좋았다.

(지휘자가 김문정이 아닌 건 아쉽지만...)

그리고 매번 불안한 목소리로 무대에 올랐던 김보경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회복된 건 정말 다행스럽다.

내내 이런 답답함으로 막이 내려지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이번 관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배우는 덴버스 신영숙!

개막 초반에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도 과장된 액팅이 완전히 줄었다.

(아무래도 말이 많았던 모양이다.)

첫관람때 신영숙 덴베스가 발코니 장면에서 이정현의 "와!' 퍼포먼스를 선보여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거의 광속으로 움직이던 신영숙의 눈동자와 과도한 꺾기춤(?)을 추던 그녀의 팔을...

눈 앞에 펼쳐지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혼자 당황했었다. 

(더 솔직히 말하면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찬사를 듣고 있는 옥주현 덴버스보다도 그녀가 더 좋았던 건,

신영숙은 철저한 로얄심으로 가득찬 덴버스를 아주 잘 표현했기 때문이었다.

로얄심으로 똘똘 뭉친 덴베스가 레베카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배신감에 무너지는 모습이라니...

덴버스는 모든 걸 파괴해버리고 싶었을거다.

그래서 멘덜리 저택을 불태워서라도 모든 흔적이 없어지길 바랬던 거고...

신영숙은 이런 전체적인 느낌을 아주 잘 표현했었다.

옥주현 덴버스는 "내가 레베카다!' 딱 그 느낌이라 보면서 많이 불편했다.

 

이날 신영숙은의 덴버스는,

레베카에 대한 범접할 수 없는 로열심이 똘똘 뭉치다못해

레베카와 자신으로만 구축된 완벽한 세계를 창조한 일종의 창조자 같았다.

그러면서도 현실을 완벽히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목소리 톤도 그런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게 잘 표현한다.

도도한 게 아니라 레베카 이외의 것에는 무감하다는 느낌!

노래 부를 때와 대사 할 때의 목소리도 옥주현처럼 1인 2역으로 느껴지지 않아 개인적으론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건 넘버 소화력과 표현력!

과도한 액션을 제거하니 목소리에 표현력이 훨씬 더 풍성해졌다.

방향 수정, 정말 탁월히 잘했다.

(이래야 신영숙지!)

 

류정한 막심은.

특별히 나빴던 것도, 그렇다고 썩 좋았던 것도 없었다.

단지 많이 힘겨워 한다는 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몬테크리스토>나 <두 도시 이야기>가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가 막심이란 배역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고 있구나... 하는.

다른 걸 모두 다 제거하고 류정한이 표현한 막심 하나만 보고 말하면

솔직히 말해서 갈라쇼 같다.

지금껏 해왔던 모든 배역들이 총망라되어 등퇴장을 반복한다.

뭔가 새로운 캐릭터로 짠하고 나타나기 힘든 나이가 되버리긴 했지만

배우 류정한에게 뭔가 배역의 탈출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트보관소에서 레베카가 죽는 장면을 표현할 땐 좀 과장스러웠다.

고음도 많이 흔들리고 불안하다.

그래도 김보경과의 듀엣곡들은 지금껏 본 중에서 가장 좋았다.

딕션는 3층에서 끔찍할만큼 선명하고 정확했고...

그래서 더 혼란스럽다.

아마도 이번 관람을 자체 막공으로 결정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더 보면 그만큼 혼란이 가중될까봐!

왜냐하면 류정한은 여전히 내겐 최고의 뮤지컬 배우이기 때문이다.

내게 <Rebecca>는 여러모로 쓰릴러긴 하다!

끙!

 

* 추신 : 배우 류정한의 일탈을 간절히 희망하며!

           (드라마로의 일탈 말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25. 08:30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류정한의 출연만으로도 참 많이 기대하고 기다렸던 작품이다.

그러지 않으려고해도 어쩔 수 없다.

내게 뮤지컬 배우 류정한은 현빈이고 장동건이고 차승원이다.

더불어 그는 내게 뮤지컬이라는 신세계를 거침없이 일시에 활짝 열어준 원흉(?)이기도 하다.

김선영과 더불에 나의 무한신뢰를 받는 절대지존 류정한!

원작도 열심히 찾아 읽었다.

유투브를 통해서 공연 실황도 여러번 반복해서 봤다.

히치콕의 영화는 일부러 안봤다.

(너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

그런데 문제는...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당사자의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는 거! 

몸상태가 별로이다보니 집중력도 정말 최악이었다.

횡설수설이겠지만 그래도 봤으니 몇 가지 끄적이련다.

 

류정한 막심.

역시나 믿음만큼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상한 건,

어딘가 제자리 걸음을 걷는 듯한 느낌!

막심이란 인물을 여우같은 류정한이 아직 충분히 찾아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위니토드>,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 <지킬 앤 하이드> ...

지금까지 그가 연기했던 이 모든 인물들이 여기저기 섞여서 등장한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특히 2막 보트보관소에서 과거의 일을 아내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표정과 액션에서 그답지 않게  오버스러웠다.

분노와 증오의 폭발이 아니라

극도의 시니컬과 싸이코델릭을 느낄 수 있는 표현이길 바랬는데...

막심이란 역이 그에게 지금 혼란을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신영숙 덴버스.

당연히 잘한다. 그것도 너무나 잘!

그게 문제다.

너무 잘한다는 거.

덴베스가 과도하게 강하다.

만약 이 작품이 현실 세계라면  덴버스는 현실 세계 저 너머에 있는 환상이다.

결코 섞일 수 없는 두 세계가 무대 위에 함께 있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완전히 다른 세계의 완전히 다른 사람.

덴베스라는 인물 자체가  레베카의 세계만 인정하고 그 속에서만 사는 사람이긴 하지만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져서...

2막 초반 "레베카"에서 신영숙이 보여준 연기는

이정현의 "와!"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였다.

노래는 정말이지 지배적이고 압도적이였는데 액팅때문에 코믹하게 보여졌다.

눈동자가 그려진 부채를 떠올린 건 비단 나뿐이었을까?

막심도 그렇지만 덴버스 역시도 너무 젊게 설정한 건 정말 아쉽다.

(어쩌나, 옥주현은 더 젊고 게다가 어찌됐든 더 예쁘기까지 하다.)

그리고 이건 한 집안의 집사가 아니라 한 나라의 여왕이 갖는 포스다.

만약 내가 멘덜리의 집주인이라면 이렇게 도도하고 안하무인한 집사는 절대로, 절대로 안 쓴다.

개인적으로 덴버스라는 인물이 여자 자베르 같은 느낌이길 살짝 바랬었는데...

(현실과 이상은 언제나 다르더라.)

 

"나" 김보경은 나(극중의 "나"가 아니라 정말 나)처럼 컨디션이 엉망이라게 단번에 보였다.

그런 상태에서 그 정도의 연기를 보일 수 있었다는 건

배우로서 엄청난 집중력을 가졌다는 뜻이라라.

김보경의 "나"는 확실히 사랑스럽다.

그리고 후반부로 갈수록 성숙하고 단단한 여자가 되는 모습도 잘 표현했다.

그래도  2막 덴버스와의 듀엣(문제의 레베카)에서는

김보경 "나"의 목소리가 한 톨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기를 쓰고 열심히 불렀는데 립싱크가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들려야 했던 거 아닐까?

연출자의 확고부동한 의도였다면 할 말은 없고...

오랫만에 <아이 러브 유>, <해어화> 때의 모습을 보여준 이정화는 보는 건 너무 큰 즐거움이자 기쁨이었고

(그녀의 솔로곡과 나와의 듀엣곡은 정말이지 너무 멋졌다)

프랭크 박완의 연기와 노래도 정말 좋았다.

살짝 기대했던 잭 파벨 에녹은,

레베카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려는 중요한 장면에서

경박하고 화려한(?) 댄스를 선보임으로써 

스릴러물을 쇼뮤지컬로 탈바꿈시키는 신공을 발휘했다.

금방이라도 무대 저 뒷쪽에서 금발의 코러스걸들이 우루루 쏟아져나올 것 같아 문이 열릴 때마다 매번 불안했다.

최나래 반 호퍼 부인은 의외로 너무 잘 어울려 놀랐다.

이런 류의 연기에 대가라고 할 수 있는 이경미를 따라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그녀만의 반 호퍼를 확실히 보여줬다.

최나래가 이경미와 더블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혼자 격세지감에 빠지기도 했다.)

분량이 적긴 하지만 선우재덕의 줄리앙 대령도 괜찮았다.

파티 장면에서 그 개구진 표정도 인상적이었고...

"나"의 스케지를 무대 영상으로 보여주는 건 아주 좋았는데

그걸 제외한 다른 영상 효과는 전체적으로 좀 엉성하고 조잡했다.

특히 화재 장면은 조금 실망스러웠다.

요즘 무대 효과가 얼마나 발전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아직 이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호불호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아마도 다 내려놓고 백지상태로 다시 봐야만 할 것 같다.

그러니 다음번 관람때는 제발이지 몸 상태가 지금처럼 최악이 아니기만을 바래보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8. 08:15

<라카지>

원제 : La Cage Aux Folles

일시 : 2012.07.04. ~ 2012.09.04.

장소 : LG아트센터

연출, 각색 : 이지나

음악감독 : 장소영, 김은영

출연 : 정성화, 김다현 (앨빈) / 남경주, 고영빈 (조지)

        이동하, 이창민, 이민호 (장미셀)

        천호진, 윤승원 (에두아르 딩동)

        전수경, 도정주 (마담 딩동)

        김호영, 이지송 (자코브)

        유나영 (자클린) / 임천석 (프란시스)

 

정성화의 세 번째 게이 역할.

참 재미있는 건 <거미여인의 키스> 때도 느낀거지만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상당히 뚝배기스런 외형을 가진 정성화가 게이 역할을 하면 코믹하면서도 묘한 페이소스와 함께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같은 배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다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세월에 따라 배도 두둑하게 나오면서 적당히 처지고 

얼굴과 몸 여기저기엔 더이상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주름이 늘어나고

주변에 상광없이 자기중심적은 걸판진 수다를 떠는 굳은 심지의 소유자.

이제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더 많이 띄게 되면서 성별이 모호해지는 중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제 3의 성(姓)을 가진 그들, 아줌마!

외모에서부터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정성화의 아줌마 연기는

그래선지 더 측은하고 안스럽다.

 

여장을 한 정성화와 김다현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봐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정성화가 그랬단다.

김다현의 여장한 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느꼈다고.

어디 정성화뿐이랴!

한때 꽃다현으로 불릴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던 김다현을 향한 질투,

아직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지나에게 <라카지> 연출을 의뢰했을 때 그녀가 요구한 게 한가지였단다.

앨빈 역은 꼭 정성화가 해야 한다는 조건.

이지나 연출은 어떤 확신을 가지고 배우 정성화를 믿었던걸까?

드랙퀸과 정성화라?

일단 그 조합은 참 암담하고 그림이 안 나온다.

<거미여인의 키스>와 <위험한 상견례>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낮설다.

 

뮤지컬 <라키지>는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30년 동안 연극,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졌었고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니아층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30년 전에 게이 가정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상당한 용기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직접 목격한 쇼뮤지컬 <라카지>

일단 재미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눈과 귀가 즐겁다.

거기가 의외의 감동과 통쾌함도 있다.

출연하느 배우들은 역시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잘한다.

심지어 뮤지컬을 처음 한다는 2AM의 이창민조차도 장미셀 역을 너무 능청스럽게 잘한다.

처음이라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대단한 배우들은 역시 라카지걸들!

(이 건장한 남정네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로테스크한 진한 화장에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의상 무게만도 엄청날텐데 대단한 체력이고 대단한 에너지다.

역기를 발에 달고 춤추는 기분이라고 했던가!

보는 관객들은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알카자쇼를(?) 대한민국에서 보는 재미가 솔솔하지만

실제 라카지컬을 하는 남자 배우들은 참 죽을 맛이겠다 싶다. 

(이 남정네들 나보다 더 유연하고 나보다 더 다리 잘 올라간다.)

1막 후반부에 라카지걸들이 보여주는 춤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조그만 새장에서 추는 그로테스크한 춤을 비롯해서

탱고와 캉캉 등 각종 춤을 보여주는데 절로 입이 쩍 벌어진다.

솔직히 내 눈에 알카자쇼보다 더 대단하더라.

알카자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이 여자라고 확고하게 믿는, 트렌스잰더가 대부분이지만 

라카지걸들은 진짜 남자 아닌가!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 언급할 필요도 없고...) 

 

2AM 이창민보다 더 놀라웠던 배우는

자코브역의 이지송.

게이스런 연기의 달인 김호영과 더블 캐스팅 된 게 부담스러웠을텐데 너무 잘 어룰렸다.

노래와 연기, 목소리도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고 귀엽던지...

이런 하녀 하나쯤 있으면 인생이 정말 해피할 것 같다.

(갖고 싶다~! 자코브!)

처음엔 이지송이 김호영만큼 배역에 어울릴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는데

점점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게 미안해질만큼 너무 멋졌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배역이었고 배우였다.

딩동 부부 천호진과 전수경은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고 노래도 거의 없지만

마지막 라카지오폴에서의 모습은 관객들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의외의 재미를 주는 이런 역할들 참 매력적이다.

접시 가지고 실랑이 하는 부분은 전수경의 목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지 잘 살지 못했다.

노래도 잘 안 들리고 음도 불안정하고.

그래도 딩동 부인같은 캐릭터는 역시 전수경이 고수다.

조지역의 남경주.

처음이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의 매력을 이렇게 제대로, 완벽하게 느낀 게.

이상하게도 남경주가 출연하는 작품에서 특별한 감동도 재미도 못느꼈었는데

이 작품은 남경주가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남경주가 아니라 조지 그 자체로 느껴졌다.

제작발표회때 남경주가 그랬다지?

"김다현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성화는 결심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그런데 무대 위에서 마담 자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정말 사랑이 담긴 그런 눈빛이었다.

섬세했고 다정했고 그리고 깊이가 있었다.

출연 분량이 상당한데 시종일관 흐름을 잘 잡고 노래와 춤도 훌륭했다.

이래서 남경주 남경주 하는구나 비로소 제대로 느꼈다.

그래서 <시카고>의 남경주는 또 어떤 모습일까가 좀 궁금해져버렸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참 나랑 안 맞는 뮤지컬배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라카지>를 보면서 세 명의 배우에게 놀란 셈인가?

이창민, 이지송, 남경주.

아니지, 환상적인 라카지걸들을 빼놓으면 절대 안되지!

뮤지컬 넘버들도 참 좋았고

특히 정성화가 부르는 넘버들은 확실히 애틋하고 특별하다.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 "I am What I am"은 각 버전들마다 다 매력적이고

여성적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자기 소리에서 최선의 앨빈으로 노래하는 정성화의 모습은

세상의 어떤 여자보다 아름답고 우아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외면과 내면의 오버랩은

이지나 연출이 그렇게 강력하게 정성화를 원했던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울컥하고 애잔했던 넘버는,

남경주가 아내 앨빈을 보면서 아들에게 부르는 "Look over there".

남경주의 감정표현이 정말 훌륭했다. 

 

이런 류의 쇼뮤지컬.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작품은 꽤 괜찮았다.

아팠고 애잔했고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라카지오폴의 새들은 멋지게 울었다.

이제 울음을 그치고 멀리 날아올라도 되겠다.

 

<La Cage>

 

1. prelude

2. We Are What We Are

3. A Little More Mascara

4. With Anne n My Arm

5. With You On My Arm

6. Tonight of All Nights?

7. Song On The Sand (La Da Da Da)

8. La Cage Aux Folles

9. What I Failed to Tell You

10. I Am What I Am

11. Song On The Sand

12. If YOu Wish to Attend

10, Maculinity

11. Look Over There

12. Coktail Counterpoint

13. The Best Of Times

14. Look Over There

15. The Final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17. 06:23



드디어 봤다.
<빌리 엘리어트>
처음엔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뮤지컬이다.
비영어권 최초 라이센스 공연이라는 것도 
그리고 10세 가량의 아이들이 주인공이라는 것도 다 미덥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그 이면엔 "이 어린 것들이 하면 얼마나 한다고,,," 하는 마음이 대분부이었는지도...
그런데 설마 이렇게 괜찮을 줄은 정말 몰랐다.


변성기를 지나지 않은 키 150 cm 미만의소년.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의 오디션 조건은 이랬다.
그리고 한국에서 찾아낸 제 1대 빌리.
김세용(13), 이지명(13), 임선우(10), 정진호(12).
김세용과 임선우는 원래 발레를 하던 아이들이다.
김세용은 2009년, 임선우는 2010년 유스 아메리카 그랑프리에서 각각 그랑프리와 금상을 받기도 했단다.
그리고 정진호는 SBS "스타킹" 이라는 프로에 탭신동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아직 어리지만 춤에 관한한 칭찬이 자자한 아이들이다.
그렇다면 내가 본 이지명 빌리는?
(캐스팅 보드에는 임선우였지만 컨디션 난조로 갑자기 이지명으로 교체됐다.)
최연소 빌리를 보게되나 기대했는데 급작스럽게 교체되는 바람이 솔직히 조금 실망했었다.
그런데 이지명 빌리!
와! 참 대단하더라.
네 명의 빌리 중에서 유일하게 뮤지컬 경험(라이온킹, 명성황후)이 있는 이지명 빌리는 춤은 조금 약할지 모르지만 연기와 표정, 딕션이 상당히 좋다.


어린아이답지 않게 감정표현도 너무 잘하고...
동선과 읽는 것도, 다른 사람과 발란스를 맞추는 것도 너무 좋다.
춤에 문외한은 내 눈에는 지명 빌리의 춤솜씨도 너무 훌륭하더라.
1년간 노력한 결과라는데
도무지 아이같지 않은 프로다운 모습이 충격적이기까지하다. 
OP석에서 본 이지명 빌리의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은 그대로가 다 감동이었다.
그 땀을 보고 있으면 이지명이라는 13살 어린 소년이
무대위에서 자신의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 아이의 모습... 정말 감동적이다)
절대...절대...절대...
아이들이 주인공이라고 얕보지 말자!
나처럼 큰코 다친다. 것도 아주 제대로...



2000년 깐느 영화제에 초대받은 엘튼 존은
그곳에서 스티블 달트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보게 됐단다.
자신의 과거와 비슷한 줄거리에 감동을 받은 그는
이 영화를 뮤지컬화하는데 직접적으로 나서기까지한다.
그는 이 영화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화 하나가 인생을 바꿔놓는 경험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엘튼 존, 스티븐 달트리, 리 홀.
세 사람에 의해 시작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영화와  똑같은 내용이지만 뮤지컬의 느낌은 또 너무나 다른, 꽤 좋은 작품이 탄생됐다.
다른 뮤지컬에 비해 노래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의도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꽤 긴 공연시간에도 불구하고 지루할 틈이 없다.
빌리를 비롯한 아이들의 깜직하고 진지한 연기를 보는 건 짜릿한 흥분감이자 계속되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특히 마이클 이성훈의 능청스런 연기는 이 아이의 미래를 빌리만큼이나 궁금하게 만든다.
(어디서 도대체 이런 보물들을 찾았을까??? )
복싱하는 어린 소년들과 발레하는 소녀들.
긴 공연시간에 지치거나 힘들법도 한데 완전히 프로다운 모습이다.
(1막 80분, 2막 80분 모두 160분의 아주 짱짱한 시간의 뮤지컬이다)
중간에 15분 가량의 인터미션이 있긴 하지만
어른이라도 그 긴 시간을 집중하면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대단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잘 하고 있는 어른들을 더욱 더 분발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눈 앞에서 직접 봐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황홀하고 아득한 충격이다.



아버지역의 조원희와 윌킨스 선생님의 정영주,
유방암을 극복한 멋진 할머니 이주실까지
성인 연기자의 탄탄한 연기를 보는 재미도 행복하다.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면서 망나니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스윙보이들과 춤을 추는 장면과
(어두운 조명과 자욱한 담배연기는 몽환적인 분위기마저도 느껴진다.)
발레하는 아이들 좌우로 탄광 노조와 경찰의 대치하는 장면도 인상깊다.
솔직히 말해면 인상깊지 않은 장면이 거의 없긴 하다.
아버지의 반대로 발레 교습을 받기 어려운 빌리가 추던 1막의 앵그리 댄스는
아런 소년의 격정과 분노, 그리고 좌절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 환상적으로 멋있었다.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아역 빌리와 성인 빌리가 함께 무대에서 춤을 추는 장면은
두 명의 빌리 모두 우아하고 신비롭다.
그리고 일종의 경쟁심같은 것이 느껴질 정도로 치열했다.
공중으로 올라가는 빌리의 모습에 감탄처럼 쏟아지던 박수소리...
(대단하다. 어린 아이가 그렇게 높이 올라가서 춤을 춘다는 거... 무서웠을텐데...)
로얄 발레단 오디션 마지막 장면도...
노래를 부르는 빌리와 춤을 추는 빌리가 교차되는 그 순간! 
어쩌면 무대에서 빌리역을 하고있는 이지명 역시 자신 안에 있는 자유를 느꼈었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다는 말보다 감동적이라는 말이 더 맞을 것 같다.
주조연이 따로 없이 전부 열심히 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마지막 커튼콜에 남녀 모든 배우들이 발레치마를 입고 나와
마치 축제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모습까지도...
행복하겠지?
그들도?



<빌리 엘리어트>
나를 황홀하게 만든 멋진 작품!
얘들아~~
우리 꼭 다시 만나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