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09. 6. 15. 06:30
 <탱고> - 구혜선


탱고
 

먼저 “의외다, 놀랐다”는 말부터 하고 싶은 책입니다.

내가 아는 “구혜선”은 인터넷 얼짱으로 한동안 메스컴을 타기도 했던, 무슨 복을 타고 났는지 무명의 설움도 없이 하룻밤 자고 났더니 갑자기 스타가 되어 버린, 노래도 그림도 조금 하는 신세대 연예인 정도였는데....

그리고 한창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로 상종가를 치고 있는 캔디 걸!

그런 그녀가 책을 출판했다고 했을 때,

솔직히 전 그랬습니다.

“연예인 그거 참 좋은거구나!. 치열하게 살아보지도 않고 책씩이나 낼 수 있어서... 이름값 한다고 그래도 팬들이 기본적은 판매부수는 채워주겠네!”

어쩌면 “새파랗게 어린 나이에......”라는 괴씸죄까지 덤으로 얹었는지도 모르죠.

인터넷을 찾아봤습니다.

1984년생, 이제 25살....

휴~~, 피고 싶지 않아도 향기까지 절로 나는 나이. 왠지 명확한 이유 없이도 사람 주눅들게 만들어 버리는 이제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나이.

그런 25살의 한 여자가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나이를 한참 전에 지나온 한 여자가 그 글을 읽습니다.

제게 <탱고>는 그렇게 시작되는 리듬이었습니다.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사랑하는 남자 종운, 그리고 물질적인 풍요를 가진, 젊음을 살 수 있다면 목숨도 버릴 수 있을 것 같이 다가오는 남자 민영, 그리고 어느새 소울메이트로 스며들어 버린 또 한 남자 시후.

그리고 한 여자 “연”

삼각, 사각관계를 넘어 급기야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는 연예소설이 그려지나요?

연예소설이 맞긴 한데, 이게 참 묘한 느낌입니다.

소설을 읽는 두 가지 방식!

줄거리 혹은 등장인물을 따라가는 방식과 감성을 따라가는 방식.

이 책은 그러니까 후자에 속하는 소설입니다.

분명 줄거리를 가지고 있긴 한데 별로 중요하진 않습니다. 유치한 부분에 극도의 환상과 신파가 버젓이 등장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 유치함을 관통하는 감성으로 무장한 묘한 성장통이 있습니다.

어른아이의 성장일기.

어릴 때 그랬습니다.

담배와 커피가 자유로워지는 때가 어른이 되는 시기라고...

게다가 둘 다 중독의 위험을 가지고 있기까지 하죠.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는 건, 하나씩 하나씩 중독되는 것들의 가짓수를 늘리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탱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절도마저 느껴지는 춤. 상대방을 무심하게 바라보면서도 때론 집요하게 들러붙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시선, 그리고 완벽하게 일치되는 발동작과 호흡.

보는 사람의 심장까지도 설레게 만드는 치명적인 유혹!

그러나 알고 있나요?

설렘은 단지 환상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설렘을 선택한 사람은 그런 이유로 대부분 다시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요.

탱고가 시작되기 전, 빨간색 장미가 강렬함으로 당신에게 말을 걸어올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게 언젠가는 다 지나가는 것”이라고...

탱고를 멋지게 추기 위해선,

자신을 놓을 줄 알아야 한다네요, 함께하는 상대를 믿어야 하기에 더더욱 자신을 놓아야 한다고요.


설탕이 듬뿍 들어 있는 커피에 익숙해지면,

에스프레소의 순수한 정수의 맛은 결코 느낄 수 없다는 사실.

사람이 가장 먼저 느끼게 된다는 쓴맛.

이 첫맛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당신의 일상은 더 이상 달달하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예기지 않은 일들이 기본적인 간격조차 주지 않은 채 무차별적으로 일어날 때 무작정 도망을 꿈꾸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춘”이라는 달달함 속에 숨겨진 방황과 헤맴의 쓴맛.

그 사실과 현실을 깨닫는 순간.

그토록 믿었던 사실조차도 판타지의 일부였음을 인정하게 될지도 모르죠.

누군가는 말합니다.

잠시 흔들리고 방황하는 것일 뿐,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돌아가서도 당신은 또 다시 길을 잃을 수 있고 그리고 또 다시 자신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을 거라고.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건,

순수하기 때문에 헤매는 거라고 “연”이라는 인물의 입을 빌어 25살의 당돌한 아가씨가 말을 하네요.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헤매는 자신을 질책하지 말고 흔들리는 자신을 아껴주라고...

어떠한 일 앞에서도 자신을 신뢰하라고 25살 그대로 꽃인 청춘이 당부합니다.

그러면 당신은 반드시 행복해질 거라고...
25살 이 당돌한 아가씨의 당부가 단지 환상 혹은 건방으로 다가올지라도,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적어도 이 당돌한 아가씨는 하나의 감성을 잃지 않고 한 권의 책에 그대로 담아냈으니까요.
어느날,
류이치 시카모토의 "탱고"를 들었는데 번쩍 눈이 뜨였다. 한마디로 꽂힌 거다. 
구혜선,
그녀에게 소설의 모티베이션이 됐던 류이치 사카모토의 탱고!


묻고 싶습니다.

지금 당신은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무언가에 꽂혀 있나요?

그렇다면 이제 저도 궁금해집니다.

당신의 리듬이 어떻게 시작될지.

또 다른 “탱고‘ 혹은 다른 무언가를 들을 수 있길 기다리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14. 23:11

 

오랫만에 대학로에 나가 연극 한편 봤다.
내가 좋아하는 연출가 이해제의 작품 <설공찬전>
고전소설 <설공찬전>을 각색한 연극,
고소설은 귀신이 강림해서 저승에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로 현실을 비판한다는 내용이란다.
지금 연극에선,
사촌 아우의 몸을 빌려 이승으로 돌아온 설공찬이
아비에게 못다한 효를 행하기 위해 권력을 얻으려 하는 내용이다.
재미있다. 충격적이고 실랄하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꼭 보게 만들고 싶은 연극,
솔직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진짜 빙의된 자들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그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그려려면 최소한 해학이나 풍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순전 막가파들의 투전판 같으니....



아비보다 먼저 저승으로 떠난 아들 설공찬은
효를 행하기 위해 20일의 기한을 받아 사촌동생의 몸을 빌어 이승으로 돌아온다.
관직에 오르기 위한 숙부와의 거래.
그러나 현실의 부정함과 아비의 간절함을 깨닫고 부패한 사람들의 몸 속을 넘나들며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로 투전판같은 세상을 휘젖는다.
오늘날의 위정자들께서도 아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더 가지려고 아둥바둥하지 마시라고.....
그런 빙의된 모습으로 살다가는
언젠가 영매에게 쫒겨 쥐고 있던 모든 건 훌훌 놓고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손 안의 것 전부 가지고 가지 못한다면,
당신네들은 그 손을 여기 두고 가실텐가????
아무리 가지려고 쥐고 또 쥐어도
당신 손이 거머쥔 것이라고는 "귀신놀음",
그 뿐이라는 걸 저기 저 사람들이 모두 알았으면 좋겠네.

"가진 손보다 빈 손이 더 무겁구나..."
무섭고 두려운 말이 아닌가 !
투전판 위의 당신들에겐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6. 13. 21:26
혼자 조용히 얹어 앍은 책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자기개발서
그러나 이 책은 동화로 만들어져서 이해도 쉽고
어쩐지 귀엽운 느낌
그러나 내용은 결고....
내가 펭귄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살고 있는 그 삶의 터인 빙산이 조금씩 녹고 있다는 설정,
빙산 밑으로 조금씩 터널의 뚫리고 있다는 위기 상황.
그 위기를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하지????



읽을 수 있는 책과
지친 맘을 달래줄 뜨겁고 진한 코코아 한 잔이면....
이제 모든 게 충분하다.

시간은 지날테고,
그러다 어쩌면 서성대는 맘이
길 잃은
위로를 만나게 될지도....

피해갈 곳은 이곳뿐.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제발 부탁이니, 술래야.
나를 까맣게 잊고 집으로 돌아가주렴.
나는 아직은 여기에 더 숨어있어야 할 것 같다.

충분할 때까지...
그럴 때까지...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