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10.12 Start and end
  2. 2012.10.04 아라시야마 (Japan)
  3. 2010.02.03 달동네 책거리 83 : <가만히 거닐다>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12. 08:24

여행의 시작과 끝은,

(특히 외국으로 여행할 경우)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대부분 비행기에서 시작되고 끝난다.

그래선인지 나는 꼭 공항 통유리로 내가 탈 항공기를 오래 바라보게 된다.

일종의 눈인사인 셈이다.

"비행기야! 잘 부탁해!" 류의... ^^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들은 이동수단에 대한 감회가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내가 탈 비행기는 다른 비행기보다 뭔가 좀 달라보이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비록 그게 얼치기 여행자의 말도 안되는 상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김포공항에서의 오후 6시 40분 출발.

해를 이제 막 숨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하늘은 점점 붉어지기 시작했다.

상승의 압력차가 지나고 구름 위로 올라가면 펼쳐지는 또 다른 세상.

어쩌면 여행을 하는 이유가

구름 위의 세상을 보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할 말을 잃게 만드는 거대하고 막막한 위대함에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래선가?

창가 자리가 확보되지 않는 여행은 왠지 시작이 쓸쓸하다.

사위는 태양빛에 따라 변하는 구름의 빛깔이란!

누군가 일부러 테두리에 색을 입힌 것 같다.

침묵 뒤에 이어지는 더 깊은 침묵.

사실은 창문을 뚫고 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들이 기꺼이 받아준다면...

 

태풍의 끝자락에 있는 고베.

간사이 공항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열심히 눌러대던 카메라 셔터.

하늘빛에 완전히 홀렸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어딘가로 쓸려들어가는 느낌.

바람때문에 흔들리는 차 안에서 나는 또 턱없는 상상에 빠졌다.

하늘에 틈이 생기고 거기서 뭔가가 그야말로 짠~~~ 하면서 나타날 것만 같아서...

그 순간을 꼭 목격해야 할 것 같아서...

 

일본에서 서울로 향하는 비행의 일정.

구름 위로 수시로 변하는 하늘빛과 구름을 보면서

나는 또 감동하고 감격했다.

그래, 이번 여행은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본 걸로 이미 충분히 최고였다.

김포로 가까울수록 점점 많이지는 빽빽한 아파트 숲을 보면서는

좀 씁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하늘 위에서 보는 아파트숲은 미니어처럼 귀염성이 있다.

우리... 참 빽빽하게 살고 있구나...

저 미니어처 한 칸 한 칸씩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치열하게 살고 있을까?

이제 곧 편입될 세상을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분은 편이나 신(神)적이기까지 하다.

당분간은,

한 숨을 조금 덜 쉬며 살게 되겠구나...

나는 그게 또 고마웠다.

 

일본에서으 마지막 밤.

아침에 등교해야 하는 조카가 12시 넘는 시간까지 깨어있었다.

빨리 자라고 해도 이모 이제 없으니까 같이 더 있어야 한단다.

조카의 이쁜 말에 나는 또 가슴이 뭉클했다.

언제나 그렇다.

나는 조카들에게 부방비상태로 녹고, 조카들에게 감격하고, 조카들에게 푹 빠져버린다.

조카들은...

나를 언제나 무장해제시킨다.

나의 완벽한 힘이자 희망.

이번 일본 여행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딱 2 개를 꼽겠다.

조카와 태풍.

아. 그리고 언니와 형부도 ^^

 

* 그나저나 교토로의 조용한 산책같은 여행은 과연 언제쯤에나 가능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2. 10. 4. 08:09

3박 4일 짧은 일정으로 일본 고베를 다녀왔다.

(금요일 저녁에 출발해서 월요일 오후에 돌아왔으니 실질적으로 2박 3일 정도의 시간이었다.)

일정 자체도 짧았는데 고맙게도(?) 태풍까지 일본 본토를 강타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거센 비바람때문에 우산을 쓰는 게 무용지물이 될만큼 끔찍한 날씨였다.

덕분에 제대로 다녀온 곳이라고는 토요일에 다녀온 아라시야마가 전부.

그나마 이 곳도 빗방울이 떨어져 서둘러 돌아와야만 했다.

결국 계획했던 청수사, 금각사도 보지 못하고 조카랑 오목, 엉터리 바둑, 윷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아라시야마.

교토의 서쪽에 위치한 산인데 벚꽃이 필 때와 단풍이 들 때 장관을 이루는 곳이란다.

호츠강에 비치는 산 모습은 벚꽂과 단풍이 아니더라도 상당한 운치와 여운이 있었다.

역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돌아다닐 수도 있고

보트를 타고 호츠강 주변을 구경할 수도 있는데 우리는 튼튼한 다리로 걷는 걸 택했다.

날은 많이 흐렸지만 강 위에 비치는 주변의 모습을 보는 건 은은한 즐거움이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도 은근했고...

아라시야마의 상징적인 구조물이 토게츠교(渡月橋)라는 다리인데

달을 건너는 다리라는 뜻이란다.

산 위에서 보면 다리 전체 모습이 반달 같이 보인다는 언니의 자상한 설명 ^^

(산 위에까지 올라가서 확인할 생각은 없어서 믿기로 했다)

예전에는 전부 목조 다리였다는데 지금은 부분적으로 콘크리트로 보수가 된 상태다.

그대로 유지 보수가 됐다면 장관이었겠지만

아무래도 그랬다면 건너가는 건 꿈도 못 꿨을테다.

다리를 건너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마치 산림욕을 하는 기분이었다.

꽤 오랜 시간 둘러보면서 많이 놀랐던 건

쓰레기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공공의식,

정말 대단하고 무섭다.

 

인력거로 관광객을 태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온 몸이 쌔까맣다.

시종일관 웃으면서 중간중간 인력거를 멈춰서 주변의 관광지를 설명해주는 모습도 이채롭다.

체구도 자그마한 사람들이 두 명의 사람을 태우고 뛰어다니는 게 또 마냥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다.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모습이 꼭 닌자 같다.

(남자들도 힘든 일일텐데 심지어 여자가 두 명을 태우고 달리는 모습도 봤다.)

내려오는 길에서 한 칸짜리 전차가 다니는 곳을 지나다가

족욕을 할 수 있는 온천이 있어 잠시 들렀다.

500앤의 입장료를 내면 작은 수건을 주는데

안으로 들어가면 물어 들어가기 전에 발을 씼을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고

여자들을 위한 탈의 공간도 되어 있어 이색적이었다.

오랫동안 걸어서 발이 피로했었는데 잠시었지만 따뜻한 물 속에 두 발을 담그니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돌아오는 길 아라시야마 역사에 불이 들어왔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등이라 카메라에 담아봤다.

 

이 날은,

많이 걷기도 했지만 일본 전차도 참 많이 탔다.

왕복 6번을 갈아타면서 아라시야마를 다녀다.

우리나라 열차와 많이 달라서 그걸 보는 재미도 솔솔했다.

그런데 사람들 참 조용하더라.

신기하다.

일본 사람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2. 3. 06:17

 <가만히 거닐다> - 전소연


가만히 거닐다

그랬던 적이 언제였나 생각해봤습니다.

“가만히” 무언가를 했던 적이 언제였는지...

솔직히 말해서 제목에서 느껴지는 심한 질투감이 이 책을 손에 잡게 했습니다. 표지에 담긴 사진도 한몫을 했다는 말도 함께 전합니다.

가만히 졸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한 사람과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또 한 사람, 그리고 약간은 몽롱한 느낌을 주는 그런 나른함까지.

오래 쳐다보니 마치 사진을 찍은 사람이 바로 나인 것만 같은 느낌도 듭니다.

책을 보면서 이런 동질감을 대면해야 한다는 건 확실히 당황스러운 일이죠.

1979년생 전소연.

본명보다 티양(Teeyang)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져 있는 여자, 몇 번의 사진전과 그녀 이름의 책 몇 권까지 가지고 있는 엘리스같은 여자 전소연.

그녀가 교토와 오사카를 여행하고 책을 낸 2009년 그 시간에 저 역시도 간사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내려 고베로 향하고 있었죠.

그녀처럼 가만가만 여행하지 못했고 발바닥에 불이 난 것처럼 매 시간을 서두르며 최대한 많이 보리라 다짐했던 수다스러운 여행이었습니다.

늘 부르튼 발과 낯선 장소에서의 잠이 달았을리 없었고 5일 동안 밤마다 불면과 피곤과 한판 대결해야하는 고단한 시간들의 연속이었죠.

그래도 아직 선명한 기억이 있습니다.

“Welcome to KANSAI"

그 문구 밑에 동그랗게 담겨있던 간사이 지역의 모습들.

허둥거리던 여행자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했던 또렷한 기억.


흔히 도쿄의 번잡함을 벗어나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원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곳이 바로 간사이지방이라고 합니다. 이국적인 풍경과 전통적인 일본의 모습을 함께 담고 있는 곳, 그러면서 일상의 편안함까지 느낄 수 있는 곳 간사이.

간사이에서 그녀는 여행이 아닌 생의 빈틈을 찾아 차분한 한걸음 한걸음의 산책을 시도합니다. 기억을 걷는 듯한 그녀의 표정이 눈앞에 그려집니다.

일상처럼 잔잔하고 사소하게 머무는 여행, 그리고 사소한 시선 하나로 일상이 충만해지는 그런 여행을 하고 있는 그녀의 호흡은 깊고 단정했습니다.

낯선 누군가를 보던 시선은 어느새 책과 잘 어울리는 손을 가지고 있던 당신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고 그렇게 기억 속을 서성이다보면 어느새 울렁증이 멀미처럼 찾아오죠.

속도를 줄인 여행이 주는 긴 여운...

“...... 어쩌면 여행지를 선택하는 일은 운명과도 같다. 시기적절하게 불어오는 바람처럼 ‘그곳에 가야지’라는 생각이 스미게 되면 그곳에 가야 하는 운명이 되고 마는 것이다...... 어떻게든 마련하고 싶은 내 생의 빈틈은 ‘산책’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때로는 ‘여행’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행은 단순히 낯선 지역으로 가서 다른 일상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공간에 가서 일상을 천천히 다시 만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산책과도 같은 매력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산책을 기록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녀의 기록은 “오전-오후-저녁-밤새벽”의 이름을 달고 일상의 하루를 꼭꼭 집어내 일기를 쓰듯 적어갑니다.

몰래 훔쳐본 누군가의 일기에서 나를 만나는 기분이란,

때론 섬뜩하기도 하고, 때론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합니다.

그래 적어도 기다림을 잔인하고 버겁게 여기는 게 나 뿐만은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그 느낌들이 고스란히 풀어진 사진들.

“......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와 당신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야기가 시작될 때까지 나는 당신을 지켜볼 것이고 가끔씩 미소를 보내기도 할 것이다. 당신과 나와의 거리는 가까워지거나 혹은 멀어질 것이다. 그러나 가깝고 먼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당신이 내 뷰파인더 안에 있느냐 없느냐이다. 당신 주변을 서성거리던 나는 호흡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될 것이다. 당신과 나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결정적인 순간은 불과 몇 초 안에 찾아온다. 그러니 타이밍을 놓치지 말자. 사랑이든 사진이든 타이밍이 문제다..... ”

그녀가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면 어딘가  엘리스의 나라로 들어가는 입구가 있을 것만 같습니다.

촘촘하지도 않고 오히려 어딘가 엉성해 보이기까지 한 그녀의 사진.

그 비어있는 여백이 그녀의 산책과 아주 많이 닮아 있어 보는 내내 따뜻했습니다.

뷰파인더로 세상을 만나는 일은.

늘 손끝을 떨리게 만드는 흥분이며 분주함입니다.

그 작은 뷰파인더 안에서 찍는 사람의 눈은 그러나 더 많은 걸 보고 더 많은 걸 알아챕니다. 그리고 기록을 다짐하죠.

그녀가 찍은 기록들을 보면서 그 밑에 하나하나 나의 기록들을 적어두고 싶었습니다.

그래요. 사진.

“찰칵” 소리와 함께 그대로 고정되는 한 세계.

그러나 찍힘으로해서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또 한 세계.

사진을 찍으면서 저는 항상 방금 전의 세계와 지금의 세계를 생각합니다.

그 둘 사이의 간극은 짧지만 이젠 점점 더 차이가 생기고 멀어질 세상.


여행은...

그러니까 어쩌면 보기 위해 떠나는 것도, 비우기 위해 떠나는 것도, 그래서 다시 채우기 위해 떠나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계속 사는 거죠.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짧게 또는 길게 그것도 아니라면 기약 없이 살아가는 것.

기다림을 지우기 위해 나 자신을 조금씩 잃어버리면서 다시 또 살아가는 것.

어디에도 하염없이 나를 기다릴 마음 한 조각 흘리지 않고 살아가는 여행.

오랜 불면이 시작되면 저는 습관처럼 여행을 꿈꾸게 됩니다.

그 꿈이 만든 많은 생각들이 또 잠을 엉키게 하네요.

솔직히 한동안 낯선 여행지를 홀로 방황하는 독서가가 되는 건 아닐까 싶어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허덕이며 관광지를 읽어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죠.

그녀가 혹은 그가 다녀온 곳을 저는 꿈꾸고 싶지 않습니다.

빈틈을 향한 산책같은 여행도 그 끝은 있을테죠.

내 불면의 밤들을 그들이 차곡차곡 다독이며 위로합니다.

이제 조만간 불면의 산책도 제자리로 돌아와 잠을 청하게 되지 않을까요?

봄이 오면,

나른한 햇빛 속으로 졸음같은 산책을 떠나야겠습니다.

아마도 발걸음도 꾸벅꾸벅 졸게 되지 않을까요?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