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09. 11. 2. 05:45
궁금하긴 했다.
김훈의 동명소설 <남한산성>이 창작뮤지컬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쉽게 만들어지기 힘든 작품이라고 혼자 생각했다.
배경이며, 대사며, 심난한 독백같은 모든 느낌을 전달한다는 게
책의 표현데로 가파르지 않을까 우려했다.
오래 고민을 하다 겨우 공연이 끝 무렵에 결국 찾아 봤다.
지금은 내 심정은...
다행이구나 싶다.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서...



묘하게도 나와는 항상 인연이 없던 배우였던.
김수용, 성기윤, 손광업, 배혜선
드디어 이 모든 사람들을 한 작품 속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들은 명성만큼이나
무대 위에서 꽤 인상적인 그리고 꽤 괜찮은 모습을 남겨줬다.
창작 뮤지컬을 만들어가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모습엔 어딘지 묘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느껴진다.
특히 초연의 무대일 경우에는 더욱 더.
어쩌면 그들의 역량에 따라 이 초연의 무대가
초연이자 막공이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품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영웅>과 <남한산성>
지금 공연되고 있는 두 개의 대형 창작 뮤지컬은
그래서 기특하면서 동시에 절박하다.
그리고 그 양면성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긍정적인 적나라함으로 드러난다.



원작 김훈, 극본 고선웅, 연출 조광화
꽤 괜찮은 아니 상당히 괜찮은 조합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후 고선웅, 조광화 
두 사람의 멋진 콤비네이션을 다시 한 번 보게 되다.
그리고 의상과 무대...
전체적으로 대나무를 무대 배경으로 삼아 묘한 신비감을 준다.
텅 빈 대나무의 옹골찬 꼿꼿함과 수직성.
결국은 모든 이의 마음이었으리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인조(성기윤)의 마음.
청과의 화친으로 살 길을 도모하자는 최명길(강신일)의 마음.
청과의 무력 충돌로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김상헌(손광업)의 마음.
자신을 버린 조국을 똑같이 배반하고 청의 길라잡이가 되어버린 정명수(이정열)의 마음.
청을 찾아가 화친의 편지를 전하고 목숨을 버리는 오달제(김수용)의 마음.
그 모든 대쪽같은 마음들이 산성을 만들어 머무르게 했을 거라고...
"죽어서 살 것인가! 살아서 죽을 것인가!'
이 모순된 명제 앞에 누구들 절박하지 않을까...
"당면한 문제를 당면할 뿐"이라 했던가...



청의 황제 홍타이지(서범석)의 등장의 웅장함과 섬뜩함은
내리는 눈을 맞으로 초라하게 남한산성으로 피접하는 인조와의 운명과 대비된다.
눈발 속에서 인조의 음성은...
날리는 눈처럼 분분했고 심난했고 아득했다.
"그것이 왕이 결정한 일이더냐?"
그 짧은 말 속에는 힘 없는 왕의 어쩔 수 없는 무력감과
최후의 결정에 대한 절망감이 묻어 있다.
청의 황제 앞에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인조의 모습.
어쩌면 그 고개를 다시는 들고 싶지 않았으리라.
땅의 찬 기운과 함께 차라리 사늘히 굳어지길 바라지 않았을까?
서러운 기운에 내 몸까지도 가늘게 떨린다.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여기까지 왔구나...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웅>도 그렇고 <남한산성>도 그렇고...
특히 <남한산성>의 무대와 음악은 참 많은 걸 느끼게 한다.
더 좋은 작품으로 진화되길 지금 초연의 무대를 보면서
희망하게 됐다.
주연같은 열정의 앙상블까지...
그들 한명 한명에게 아름다웠다 말해주고 싶다.
당신들이 모두가 쌓은 견고한 <남한산성>은
사실은 극의 결말과는 다르게
몹시 아름다웠노라고 말해주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29. 06:43
公無渡河 (공무도하) : 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河 (당내공하) : 가신님을 어이할꼬




<남한산성> , <칼의 노래>, <현의 노래> 처럼
역사와 함께 읽히는 서정소설일거라 생각했다.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이 문장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김훈이 역사와 함께 쓴 소설이라면
괜찮겠구나 생각하고 첫 장을 펼쳤다.
어떻게 이런 내용에서 <공무도하>라는 제목을 뽑아낼 수 있었을까?
제목이 주는 처음 배신감이 나는 오히려  다행이고
제목이 갖는 그 확실함이 나는 이제 기이하게 평온하다.
읽기 전과 후의 세계가 이렇게 극명하게 달라질 수 있다니..
사랑보다 더 독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물보다 더한 것들을 스스로 건너간 사람들의 이야기.



이미 물을 건너버린,
그리고 지금 물을 건너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백수광부들.
그리고 그를 지켜보고 있는 백수광부의 처들.
그들의 일상이 스산하고 서럽고 그리고 적요하다.
한바탕 물난리가 쓸고 지나간 황망한 빈 자리를 보는 난감함까지...
저 폐허 속에 다시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단지 생각만으로도 야윈 육신은 너무나
고.단.하.다.



사건사고 기자 문정수,
출판사 직원으로 번역과 표지 디자인을 하는 노명희
동료를 넘겨 풀려난 후 고향 창아을 떠난 장철수,
백화점 화재 현장에서 귀금속을 가지고 나온 소방대원 방옥출
딸의 사망 보상금을 몰래 수령하고 고향을 등진 방천석
아들이 키우던 개에 물려 죽은 사건을 뉴스를 통해 보고 종적을 감춘 어미 오금자
이들이 일상과 외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성긴 그러나 견고한 엮힘이 서럽다.
해망이라는 해안 도시에 모여 있는 이 사람들.
방조제 매립사업으로 염분기 가득한 비릿하고 짠기 가득한  도시 해망!
소문도 진실도 그저 끼쳐오는 비릿함에 별 차이가 없는 곳.
그들에게 아무 비난도 할 수 없는 건,
나 역시도 그들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백수광부이기에...
아니다.
적어도 그들은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다.
선택이었을까?
그들이 물보다 더한 것을 그예 건너버린 것이...



작가의 말이 서럽다.
"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들을 혐오한다.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모든 관계를 혐오하고 불신한다는 사람이 쓴 책.
혼곤한 피곤함으로 육신의 마디마디가 저려온다.
끈질기고 오랜 지병같은 통증이 읽는 내내 함께 했다.

모든 살아 숨쉬는 것들은 다 어디로 가버리나...
물보다 더한 것을 건넌 그들 앞에서
나는 뒤 돌아보라는 말 한마디도.
서러운 울음 한 번도 내지르지 못한 체 그예 마냥 서 있다.
비루하고 남루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8. 12. 21. 21:35


내겐 그렇다.
책들이 가득한 곳이 바로 판타지아.
나의 영원한 이상향.



눈 오는 오후
영풍 문고 다녀오다.
책 앞의 사람들...
뒷 모습까지도 정겹다.



소설 부문 베스트 셀러 목록을 보다.
와~~~
주제 사라마구의 책이 2위를 할 수도 있구나..
영화의 영향력이라고 해도.
다행스럽고 즐겁다.


시 부문 베스트 셀러도 살짝 살펴보고...


비소설 부문은 역시...
미국 역사를 새롭게 쓸 버락 오바마의 책이 올라와 있다.
그와 관련된 책이 서가에 그야말로 쫙~~~ 깔려 있다.
(사실 나 역시도 그가 참 궁금하다)


국내 베스트 셀러 작가들의
짧은 말들...
다른 곳에서 만났으면
어색했을텐데.... ^^


가끔 궁금하다.
김 훈님은 <밥벌이의 지겨움>을 정말 느꼈을까? ^^


이제 고인이 되어
더 이상, 어떠한 글도
발표하지 못 할 이청준 님의 말까지...


신경숙...
지금 참 행복하지 않을까!
많은 사람들에게서 엄마를 불러냈으니까....


출입구 쪽에선
신경숙의 책과 관련해서
이벤트를 벌이고 있었다.
트리를 장식하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엽서들..


엄마에게 보내는 엽서...



그냥 맘이 촉촉해졌다.
서점 안이 엄마 품 같은 느낌...
편안하고 따뜻한 온기.


요즘 한창 빠져있는
내 환상의 일등 공신
르 클레지오의 책들...
순간 욕심쟁이가 되고도 싶었는데... ^^


폴 오스터..
당신 여기서 만나니 정말 반가워요~~~


한국 문단의 국민 어머니 박완서님....
당신이 잉태한 자식들이 여기 가득하네요.
당신 속으로 난 자식들은,
어쩐지 따뜻하고 다정해...
한 번씩 쓰다듬게 된다는 거 아세요?



기욤 뮈소...
한국에 꼭 와보고 싶어지겠어요.
이렇게 당신 책이 사랑받고 있으니...
어쩐지 셈이 나네요.



순간 철렁한 느낌.
<아름다운 마무리>라...
솔직히 고백하면 아직은 못 할 것 같다.
법정 스님의 맘 속 처럼 그렇게 청명하고 고요할 자신...
아직은 없으니까...


이쁜 카드들도
축복을 써 줄 누군가을 기다리고 있고.


2009년 열심히 준비하고 계획하라고
다이어리들이 말을 건다.
글쎄...
정말 그래야만 하겠지!!!


거대한 환상의 보고을 뒤로 하고..
그 환상의 조각 3개를 품고 돌아오다.
벌써부터 맘이 설래는 건...
책들이 일제히 말을 거는 듯.
음....
지금부터는 오직 선택의 시간.
This is the moment~~~~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