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7. 8. 12:49

<모차르트>

일시 : 2014.06.11. ~ 2014.08.03.

장소 :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볼프강 모차르트)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콘스탄체 베버)

        박철호, 이정열 (레오폴드 모차르트)

        민영기, 김수용 (콜로라도 대주교)

        신영숙, 차지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배해선, 임강희 (난넬 모차르트)/ 이경미, 김현숙 (체칠리아 베버)

        조성지, 박형규 (쉬카네더) / 윤펠릭스, 곽이안 (아마데)

        김초은, 최민주 (어린 난넬), 황만익(아르코백작)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나는 이 작품을 이제부터는 박은태의 <모차르트>라 부르련다.

도대체 뭐지?  이 녀석!

볼때마다 달라져있고 성큼 발전한다.

진심이다.

날마다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있다.

첫인상은 노래만 잘하는, 딕션과 연기는 좀 많이 부족한 배우였는데

지금은 고질적인 "ㅅ"발음도 거의 의식되지 않고 연기도 자연스럽다. 

특히 이번 관람에서는 표정연기에 시종일관 감탄했다.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흐름을 붙잡고 있더라.

어느틈에 연기와 호흡에 공백이 사라졌다.

그런데 더 놀라운건,

이 녀석은 앞으로 더 발전하고 진화할거란 사실이다.

단언컨데,

오늘의 박은태와 내일의 박은태는 또 완전히 다른 모습일거다.

(끊임없는 레슨의 성과가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박은태라는 배우는 <JCS>때까지만해도 내겐 기피하는 배우군에 속했었다.

노래, 그것도 본인이 잘 하는 스타일의 노래만 잘불렀고

연기와 액팅, 딕션은 재앙에 가까웠다.

게다가 혼자 너무 심각하고 진중해서 표정연기라는걸 도무지 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이후에 무섭게 발전했다.

당분간 박은태만큼의 속도로 발전할 수 있는 배우는...

별로 없을 것 같다.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아드리안 오스몬드의 연출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스위니토드>의 번뜩이는 기괴함도,

<번지점프를 하다>의 섬세한 감성도 다 담았다.

너무 과하다 싶은 무대와 정체불명의 의상, 

슈카네더와 베버네 딸래미들의 천박함만 빼면

이번 <모차르트>는 지난 세 번의 <모차르트>보다 훨씬 좋다.

아니, 다른 모든 걸 떠나서 박은태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지금도 박은태가 부른 넘버 한 곡 한 곡이 전부 선명하고

그가 연기한 표정 하나하나가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와 "왜 날 사랑해주지 않나요" 두 곡은 박은태만큼 표현할 수 있는 사람 없을 것 같다.

(임태경도, 박효신도, 심지어 엄청난 팬덤의 김준수까지도!)

 

이 녀석의 다음 작품이 도대체 뭘까???

아주 많이, 구체적으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확실한 건 뭐가 됐든간에 지금처럼 거침없이 날아오르리라!

그 비상이 그를 어디까지 이끌게 될지 당분간은 열심히 지켜봐도 되겠다.

 

이렇게까지 좋은 배우가 됐구나.

박은태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26. 08:10

<Mozart>

일시 : 2014.06.11. ~ 2014.08.03.

장소 :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볼프강 모차르트)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콘스탄체 베버)

        박철호, 이정열 (레오폴드 모차르트)

        민영기, 김수용 (콜로라도 대주교)

        신영숙, 차지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배해선, 임강희 (난넬 모차르트)/ 이경미, 김현숙 (체칠리아 베버)

        조성지, 박형규 (쉬카네더) / 윤펠릭스, 곽이안 (아마데)

        김초은, 최민주 (어린 난넬), 황만익(아르코백작)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초연, 재연, 삼연에 이은 임태경의 네번째 "Mozart".

그의 말처럼 완성된 모차르트를 보여줘야 할 책임감이 막중하다.

어쩌면... 이번이 그의 마지막 "모차르트"가 될 수도 있을테니까...

늘 그랬지만 이번 캐스팅도 참 쟁쟁했다.

요즘 정말 무서운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박은태와

<엘리자벳>의 "토드"로 엄청난 호평을 받은 박효신까지...

이정도면 반칙 아닌가 싶을 정도로 노래 잘하는 배우들 총집합이다.

 

임태경의 네번째 모차르트.

솔직히 임태경 출연작은 로딩이 끝난 후반부에 보게 되는데

<모차르트>라면 초반도 봐도 나쁘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확실히 잘하더라.

지금껏 내가 본 임태경의 모차르트 중 최고였다.

예전과 비교하면 연기도, 딕션도, 그리고 움직임까지도 좋아졌다.

어쩡쩡한 걸음걸이, 확신없는 움직임, 명확히 표현되지 않는 감정들, 대사들...

적어도 이번만큼은 이런 단점들이 안보였다.

섬세한 소리고 섬세한 연기였다.

여전히 연기보다는 노래가 훨씬 좋지만 이제 임태경은 배우가 다 됐다.

단지 나이때문인지 힘에 겨워하는 모습은 어쩔 수 없더라.

숨소리가 유독 크게 들려서 놀랐다.

(그걸 보면서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새삼 절감했다. 아... 드라큘라...)

"나는 나는 음악"과 "사랑하면 알 수가 있어" 두 곡은

확실히 임태경이 최고다.

1막 가발이 좀 이상하긴 했지만

가발을 벗은 은발의 머리는 파격적이고 확고해보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모차르트> 최고의 한 수는

모차르트가 가발과 옷을 벗어던지고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제 두 번 다시 천재로 살진 않겠어!"

아버지로부터 길들여진 천재성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길을 가겠다는 모차르트의 절규,

그 절규가 다행스러우면서도 너무 아프고 안스러웠다.

 

이번 시즌은 장단점이 확연히 구분되는 변화다.

무엇보다 아마데와 모차르트의 관계가 더 명확하게 드러낸 연출은 확실히 좋다.

덕분에 모차르트라는 인물 자체도 그 어느때보다 살아났고 드라마틱해졌다.

전체적으로 연출은 예전보다 훨씬 밀도감이 있지만

의상과 무대는 과하다.

베버네 가족과 아르코 백작, 쉬카네더가 천박하게 바뀐 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고

특히나 콘스탄체는 정체가 뭔지 정말 모르겠다.

(내 눈엔 포주처럼 보이던데...)

오랫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김소향은 기대보다 훨씬 아니었고

박철호 레오폴트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전혀 안느껴지는 사무적인 아버지였다.

민영기 콜로라도에게서는 무시무시한 권력자의 포스가 느껴졌고

난넬은 배해선보다 임강희쪽이 더 괜찮더라.

세종 1층 R석 D-1에서 관람했는데 1층의 음향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3층 B석에서 관람했을 때가 음향이 100만배는 더 좋았던 것 같다

(이게 말이 되나? 가격 차이가 얼만데....)

음향이 바뀐 무대를 더 적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두루두루 혼을 쏙 빼놓는 느낌!

이게 100% 배우의 연기때문이라면 더없이 행복했겠지만

그게 아니라 참 막막하다.

3층 맨 앞에서 오글과 함께 관람한 박은태는 다시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는데데

1층 맨 앞에서 본 임태경 모차르트는 그런 생각이 안든다.

순전히 음향때문에!

이거 참 아이러니 아닌가????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장이라는 세종문회화관.

그런데 1층의 음향은 정말이지 미스테리다.

아무래도 세종은 3층 관람만이 정답인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13. 07:56

<Mozart>

일시 : 2014.06.11. ~ 2014.08.03.

장소 : 세종문화회관대극장

대본,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편곡 : 실버스터 르베이 

연출 : 아드리안 오스몬드

음악감독 : 김문정

출연 : 임태경, 박은태, 박효신 (볼프강 모차르트)

        김소향, 임정희, 정재은 (콘스탄체 베버)

        박철호, 이정열 (레오폴드 모차르트)

        민영기, 김수용 (콜로라도 대주교)

        신영숙, 차지연 (발트슈테텐 남작부인)

        배해선, 임강희 (난넬 모차르트)/ 이경미, 김현숙 (체칠리아 베버)

        조성지, 박형규 (쉬카네더) / 윤펠릭스, 곽이안 (아마데)

        김초은, 최민주 (어린 난넬), 황만익(아르코백작)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All new Mozart"

4번째 공연되는 <모차르트>는 새로운 작품이 될거라고 했다.

무대와 의상이 완전히 바뀔거고

새롭게 추가된 곡이 있고 기존의 넘버들도 가사와 편곡이 많이 달라질거라고도 했다.

그래도!

<모차르트>는 <모차르트>겠지, 뭐가 달라질까?

.... 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많이 달라졌다.

일단 인정부터 하자.

뭐가 어찌됐든 공들인 흔적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돈 들인 흔적은 역력하다.

화려한 무대와 의상은 이 작품을 쇼뮤지컬쪽으로 분류해도 무방하다 싶을 정도다.

사실 지금까지 <모차르트> 무대가 좀 황량하고 밋밋하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바뀔 줄은 몰랐다.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을만큼 낯설다.

(익숙함이란, 사람을 이렇게 당혹스럽게 만드는구나...)

 

본공연을 예매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프리뷰까지 찾아본 건,

순전히 박은태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

그의 모차르트는 노래도 연기도 딕션도 감정도 너무나 좋았다.

특히나 넘버 한 곡 한 곡의 감정이 다 살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예전 버전에 대한 향수에 빠졌었는데

어느틈에 박은태 모차르트에게 완벽하게 사로잡혀 버렸다.

갈수록 모차르트의 고통이 그대로 전달돼서 조금씩 조금씩 힘들어지기도 했다..

확실히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박은태란 배우를 다른 영역으로 이끈 모양아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아주 매혹적이더라.

스스로 가발을 벗어던지는 모차르트의 모습도 엄청난 파격이었는데

그게 박은태의 파격적인 짧은 머리와 또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더라.

(모차르트가 자아를 찾는 이 장면이 작품 자체에도, 박은태라는 배우에게도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다.)

모차르트와 분신 아마데와의 관계도 예전보다 표면화가 잘 됐고

편곡은 조금 더 락적인 요소가 가미됐다.

(바뀐 가사는 낯설지만 편곡의 변화 자체는 나쁘지 않더라)

박은태의 넘버 표현력은...

백만번을 칭찬한대도 오히려 부족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왜 나를 사랑해주지 않나요"는 감정이입의 절정을 보여준다.

마치 <프랑켄슈타인>의 "난 괴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눈물을 흘리며 아파하던 2막 마지막 모습은 어찌나 처철하던지...

예전의 박은태는,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투사적인 의지로 활활 불타올랐었는데

(그래서 그게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지!)

지금의 박은태는 신성한 내림굿을 받듯 역할 그 자체를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고통스럽고 힘들었겠다.

덕분에 나는 또 황홀했다.

 

 

우려했던 임정희 콘스탄체는 의외로 잘 어울려서 놀랐고

기대했던 김수용 콜로라도는 초반에 가사 전달이 살짝 안 된걸 빼면 나쁘지 않았다.

민영기가 묵직하고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콜로라도였다면

김수용은 현명하게도 시니컬하고 신경질적인 콜로라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게 본인의 음색과 아주 잘 맞아떨어졌다.) 

모차르트와의 듀엣곡 "쉬운 길은 늘 잘못된 길"에서 

박은태의 음색과 합쳐지면서 서로 짱짱하게 버티는 모습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신영숙도의 "황금별"은 말 할 필요도 없고

배해선과 이정열도 지금까지 두 사람이 보여준 난넬과 레어폴드 중 가장 좋았다.

 

그렇다고 시종일관 다 좋았던건 물론 아니다! 

너무 경박하게 바뀐 베버의 딸래미들과 쉬카네이더에 식겁했고

2막 첫곡 "여기는 빈"에서 정체불명 무도회 의상에 또 한 번 식겁했다.

삼류 양아치같은 아르코백작은 품위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없고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때때로 너무 가벼워서 깜짝 놀랐다.

"난 예술가의 아내라"는 콘스탄체가 어찌나 몸을 비틀던지 예술가의 아내가 아니라 마치 창부처럼 느껴졌다.

(안 그래도 옷도 참 그렇던데....) 

모차르트의 꿈 속 장면에서는

난데없이 칼질하며 무대를 돌아다니는 콜로라도 대주교에 놀랐고

러시아 민속춤 유사한 동작을 하는 아부지 모습에도 놀랐다.

"나는 나는 음악"과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황금별" 처럼 가사를 그대로 두는게 더 좋았을 것 같고

확 바뀐 무대도 이상하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역시나 너무 화려하다는 거.

무대 자체는 그래도 괜찮았는데 화려함을 견디기가 힘들더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또 봐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감정선이 예전보다 명확해서

모차르트의 마음이 훨씬 더 잘 이해되기 때문에...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건,

참 가슴 아픈 일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3. 08:16

<모차르트> 

 

일시 : 2012.07.10. ~ 2012.08.04.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대본 : 미하엘 쿤체 

작사 : 미하엘 쿤체

편곡 : 실베스터 르베이

연출 : 유희성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 뮤지컬 컴퍼니

출연 : 임태경, 박은태, 장현승 (볼프강 모차르트) 

        이정렬, 윤승옥 (레오폴트 모차르트), 임강희 (난벨 모차르트)

        최성희오진영 (콘스탄체 베버)

        민영기, 윤형렬 (콜로레도 대주교) 

        김재만, 김순택 (임마누엘 쉬카네더)

        신영숙(발트슈테텐 남작 부인) / 이경미 (체칠리아 베버)

                                                          

솔직히 말하면 관람 자체를 무지 고민했던 작품이다.

사실 취소하려고 햇는데 시기를 놓쳤고 그러다보니 취소 수수료가 만만치 않아서 그냥 보기로 했다.

세종문화회관 초연때도 나쁘지 않았고

작년 성남아트센터에서 재공연 됐들 때는 아주 좋아서 은근히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예매를 하면서도 연습량이 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초반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열화와 같은 악평때문에 심난해져버리고 말았다.

후기에 의하면 앙상블과 음향은 거의 재앙 수준이었다.

주인공 모차르트가 아이돌스타 장현승만 빼고는 초연때부터 계속 해왔던 임태경, 박은태이라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EMK가 참 배불렀구나 싶어 좀 씁쓸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만큼은 EMK도 참 뜨끔했겠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은 공연장 자체 음향점검이 절실하다.

매번 공연때마다 음향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는 걸 뻔히 알고 있을텐데

이렇게 무대책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걸 보면 대단한 뚝심이다 싶다. 

(그래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연장인데...)

 

공연 자체는 작년 성남 공연이 훨씬 좋았다.

음향은 정검을 했는지 소문처럼 못들어줄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2부 첫 곡 "여기는 빈"은 가사가 전혀 안들렸다.

음향에 문제가 있으니까 이렇게 자체도 산만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주조연급 배우들이 계속 이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라 그나마 침몰의 위기는 넘긴 셈이다.

콜로라도 대주교에서 아버지로 역할이 바뀐 이정렬과

새로운 콘스탄체 김성희와 오진영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했다.

개인적인 느낌은...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서범석과 정선아의 빈자리가 좀 크게 다가왔다.

이정열이 표현한 아버지는 서범석보다는 간절과 단단함이 좀 약해서 전체적으로 평이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정열의 연륜과 경험은 확실히 무시할 순 없다.

제작나가 연출가는 배우 정선아를 캐스팅할 때 꼭 그 다음을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

정선아라는 배우는 배역에 자신의 이미지를 아주 강력하고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 같다.

<아이다>도 그렇고 <모차르트>도 그렇고

(물론 <아가씨와 건달들>이나 <광화문연가> 처럼 각인에 실패한 경우도 있긴 하다.)

내 눈과 귀가 정선아 콘스탄체에 너무 완벽하게 익숙해져버려선지 모르겠지만 

오진영 콘스탄체는 좀처럼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난 예술가의 아내라"에서 정선아는 상당히 도발적이라 매력적이엇는데

오진영은 일상에 지치고 치든 여자로만 느껴졌다.

발트슈테텐 남작 부인 신영숙의 <황금별>은 이 작품의 제목을 무색하게 만들만큼 여전히 대단했고

(도대체 이 배역을 누가 감히 하겠다고 나설까?)

체칠리아 베버 부인 이경미 역시도 늘 볼 때마다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부르는 "구세주를 기다려요"를 들으면 나는 기꺼이 그녀의 구세주가 되고 싶어 안달난다.

아마도 나는 베베 부인을 열렬히 짝사랑하는가보다. ㅋㅋ

김재만 쉬카네더.

(정말 오랫만에 김재만 무대를 봤다)

나쁘지 않았지만 에녹만큼 맛깔스럽진 못해 조금 아쉬웠다.  

 

모차르트 임태경!

사실 점점 연예인이 되어가는 그에게 실망과 걱정이 교차하는 중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뮤지컬 <톤즈>때문에 장현승과 박은태에 비해 합류도 뒤늦게 결정됐다.

(요근래 참 유난히도 다사다난한 임태경이다.)

게다가 나는 작년 연말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있었던 악몽같은 콘서트의 기억에서 아직 회복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번에 실망하면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내심 걱정했었다.

임태경의 세 번째 모차르트.

다행이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그가 표현한 모차르트 중에서 제일 아름다웠고 가장 훌륭했다.

뭐랄까, 무대를 자유자재로 주무르는 느낌이랄까?

감정표현도 풍부해졌고 (하긴 그동안 산전수전 참 많이 겪었다)

대사와 액팅도 놀라운 정도로 좋아졌다.

첫곡 "나는 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바로 느꼈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무대위로 개통없이 마구 난입하던 음표들은 확실히 재앙이다!)

배우 임태경은 무대에서 시종일관 아주 자유로웠고고 편안했으며

배역에 완벽하게 몰입해 있었다.

소름이 돋을만큼 정제된 열정이었고 예민한 집중력이었다.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간절하면서 당당했고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가 있어"는 더없이 달달한 러브송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절절했던 넘버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후 부른 "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감정표현, 목소리 전부 애절하고 간절했다.

표현과 연기가 부족해서 늘  아쉬웠던 "혼란"도 이번 공연에서는 아주 좋았다.

공연을 보면서 생각했다.

조만간 배우 임태경의 <지킬 앤 하이드>를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사실 별 기대없이 본 공연이었는데,

배우로서 임태경의 가능성를 목격하는 자리가 돼서 개인적으로 너무 다행이었다.

그런데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다만 짐작되는 건,

이 모든 게 스스로의 고민과 자각에 의한 자발적인 탈피(脫皮)였을거란 추측뿐.

어쨌든 그의 모차르트는,

뒤늦게 그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됐다.

정.말.다.행.이.다.

 

                                      <나는 나는 음악>

 

                                <사랑하면 서로를 알 수 있어(with 최성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7. 06:17

 

나는 아름다운 목소리로 연주하는 임태경을 참 많이 좋아한다.
처음에 그가 "크로스오버 테너"라는 다소 생소한 장르를 이야기하면서 1집 앨범을 냈을 때
그냥 "팝페라"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혼자 투덜거렸었다.
그런데 확실히 그의 연주는 임형주의 연주와는 분명 다르다.
열심히 임태경의 연주에 푹 빠져 있을 때 그의 뮤지컬 데뷔 소식을 들었다.
김혜린의 동명 만화로 만든 창작뮤지컬 <불의 검> 주인공으로 이소정과 함께 공연한다는...
참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였지만
뮤지컬 첫도전이라는 풋풋함과 그리고 무조건 열심히 하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뭐 그닥 나쁘지 않았었다.
"그대도 살아주오"는 또 얼마나 절절하던지...
그런데 이상한 건,
나는 그의 연주를 들으면 여전히 감동을 받고 위로와 휴식을 받지만
뮤지컬 작품을 보면서는 좀처럼 감동을 받거나 동화되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그 이후엔 애써 찾아보지 않았고
몇 번 본 후에는 급기야 이 사람 예전처럼 연주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마저 생기고 말았다.
(스위니토드, 로미오와 쥴리엣, 초연된 모차르트 ...)
뮤지컬이야 안 보면 그만인데 예전같은 그의 연주를 더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게 일단 지독한 불만이었다.
목소리를 다리와 바꾼 인어공주가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안타까웠다.
그러기엔 그의 연주가 너무 아깝고 또 아까웠다.



성남아트센터에서 다시 <모차르트>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솔직히 나는 그 먼 곳까지 찾아가 보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파격적인 수요일 낮공연 할인(R석 40%)이 아니었다면 분명 찾아보진 않았을거다.

거기다가 4인 4색(임태경, 김준수, 박은태, 전동석)을 내세우는 전 캐스팅을 섭렵할 마음은 애당초 없었고
시간을 맞추다 보니 띵동! 당첨(?)된게 임태경 캐스팅이었다.
(뭐 그닥 선택이라고 할만큼 폭이 넓진 않았지만...)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 때는 임태경과 박은태 두 캐스팅을 챙겨 봤었는데
개인적으론 박은태 모차르트가 더 마음에 와 닿았었다.
(장족의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
 발성과 약간 이상한 딕션, 대사할 때의 성량만 해결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텐데...)
성남 공연은 일단 무대 세트와 음향, 오케스트라가 세종문화회관 때보다 훨씬 웅장하고 좋아졌다.
초연때는 뭔가 빈틈이 많이 보이는 무대라 전체적으로 휑했었고
모든 대사들은 동굴 속에서 웅웅 거리는 것처럼 들렸는데
성남 무대는 충만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빈틈이 보이진 않았다.
특히 조명은 참 좋았다.
그리고 모차르트 임태경!
백만년만에 뮤지컬 무대에 서있는 임태경에게 감동받았다.
도대체 이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아마도 임태경이 모차르트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예전에는 작품을 따라가기에도 급급하고 허덕였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끌고 가더라.
어색했던 감정표현과 동작도 믿어지지 않을만큼 자연스러웠다.
3월에 있었던 그의 단독 콘서트가 변화의 계기가 됐을까?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변화와 발전이 나는 놀라웠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 드디어 배우가 되려나 보다...
어쩌면... 어쩌면...
이제부터 임태경는 연주가 임태경과 뮤지컬 배우 임태경의 두 길을 잘 걸어갈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아무래도 그가 평형과 균형, 그리고 조화를 드디어 뮤지컬 무대에서 찾아낸 모양이다.
그의 모차르트 연기는!
아름답고 섬세하고 그리고 안스러웠다.
정확한 음과 성량, 발음으로 연주하던 넘버들 역시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매장면마다 딱 어울리는 호흡과 감정까지...


내가 초연 캐스팅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던가!
재공연되는 작품에 은근히 초연멤버가 그대로 나오기를 바라고
가능하면 초연멤버가 많이 캐스팅된 날로 선택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실재로 초연보다 재공연이 형편없었던 경우도 꽤 있긴 했다.)
임태경, 신영숙, 서범석, 이경미 초연 캐스팅과
이정열, 에녹, 임강희, 커버이긴 했지만 박혜나 콘스탄체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박혜나 콘스탄체와 에녹이 너무 잘해서 놀랐다.
캐스팅보드에 혼자 의상없는 사진으로 올라가있던 박혜나는
정선아 콘스탄체의 인지도가 워낙 높아서 주눅들지 않을까 좀 걱정을 했는데
당돌할만큼 너무 잘해내서 놀랐다.
에녹은 다소 과장된 슈카네더였지만 그게 나쁘게 보이지 않더다.
오히려 지금까지 본 슈카네더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군무장면에서 동작을 하나 표현해도 눈에 띄게, 더 크게, 더 힘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에녹이라는 가수출신 뮤지컬 배우가 멋진 주인공이 될 날이 오겠구나 생각했다.
그만큼 에녹의 밉지 않은 과장된 연기는 열의와 열정, 그리고 노력과 연습의 흔적이 역력하다.
서범석의 레오폴트는 여전히 깊은 인상과 진정성을 안겨준다.
좀처럼 실망감을 안겨주지 않는 배우 서범석!
이 사람의 모든 무대는 언제나 치열하고 아름답다.
(초연때 나는 이 작품이 서범석때문에 "레오폴드 모차르트"로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까지 생각했었다.)
이정열의 주교는 약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고
란넬의 임강희는 초연 배혜선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켜 안타까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의 <모차르트>보다는 훨씬 더 발전된 작품이 나왔다.
다시 그 먼 곳까지까지 찾아가 보게 되진 않겠지만
이번 시즌을 놓쳤다면 아마도 꽤나 후회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이렇게 충만한 느낌, 정말 오랫만이라 아직도 멍하다...)
그리고 임태경의 새로운 모습을 목격한 것 그 자체만으로도
먼 길을 찾아간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앞으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의 다음 행보를
나는 조금씩 기대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아름다웠다... 정말...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5. 10. 20:43
지금 고민하고 있는 작품!
괜찮은 뮤지컬인데 공연하는 곳이 성남이라서...
넘버가 워낙에 좋고 캐스팅도 초연멤버가 그대로 포함되어 있어서 기대가 되긴 한다.
작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됐을 때도
임태경과 박은태 모차르트로 두 번 관람했었다.
올 해에도 보게 된다면 아마 이 두 사람 정도!
(김준수, 전동석은 아예 처음부터 제외다. ^^)
아직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하는 중이다.
성남아트센터!
참 멀긴 멀다 ^^

4인 4색 모차르트들의 맛보기 넘버들.
그리고 백작부인 신영숙의 <황금별>까지.
넘버들은...
정말 참 괜찮은데...
민영기, 서범석, 신영숙, 정선아...
캐스팅까지도...
이게 뭐라고 괴롭다 ^^


                                        
                                     임태경 <나는 나는 음악>

 
                                    
                                  박은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김준수 <왜 날 사랑하지 않나요>


 

                                     전동석 <나는 나는 음악>



                                            신영숙 <황금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24. 06:27
처음엔 임태경의 모차르트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점점 박은태 그의 모차르트가 궁금해졌다.
티켓 가격의 압박에서 불구하고 정말 다행스럽게 그의 모차르트를 만났다.
여전히 EMK의 티켓 가격 장난질을 계속됐고
불쾌하고 황당해서 안 보리라 생각했는데
결국은 이렇게 보게 되더라(^^)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었다.
뮤지컬 모차르트의 주인공 4명(임태경, 박은태, 박건영, 김준수) 중에
유난히 그의 노력과 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했던가?
<노트담 드 파리>의 한국어 버전 그랭그와르로 무대에 섰던 박은태는
모차르트라는 역할이 너무나 탐이 났고 그리고 너무나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오디션에 탈락한 박은태는 그러나  결국 모차르트가 됐고
이런 역할을 10년 안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생각했단다.
뮤지컬 <모차르트>
썩 훌륭한 작품은 아니지만 어쨌든 상당히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극 속에서 모차르트의 비중은 상당하다.
<햄릿>과 <지킬앤하이드>보다 더 많은 분량.
그리고 위의 두 작품보다 더 클라이막스가 적어
배우 스스로도 표현하기가  난해하지 않았을까?
평이함 속에서 천재성과 소위 말하는 "또라이"적인 기질까지 함께 그려내야 한다는 게
분명 쉬운 일은 아닐테니까...
아버지의 죽음으로 감정선에서 너무 극명하게 달라지는 작품.
어찌보면 개연성이 부족해 보이기도하고 작위적인 냄새까지도 난다.
그래도 뭔가 한 방은 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의 발로랄까?



배우의 의도였든(근데 과연?), 역량의 부족이었든
임태경의 모차르트가 찌질함의 전형이었다면,
박은태의 모차르트는 그래도 자아의 확립은 좀 되어 있는 것 같다.
늘 아버지의 등 뒤에 숨어 말을 하던 임태경 모차르트가
나는 못마땅하고 답답했는데 
박은태의 모차르트는
과장을 조금 많이 한다면
"이거 너무 아버지한테 막가는 거 아냐?"는 생각이 들만큼 쌈닭스럽다.
아버지(서범석)에게도 그리고 대주교(민영기)에게도...
그리고 다분히 "또라이" 스러운 기질도 보여준다.
박은태라는 배우가
적어도 배역에 대해 겁을 먹고 있지 않다는 건 충분히 알겠다.
그가 의도한 오버스러움과 과장된 웃음소리도 
전적으로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되고 이해가 된다.
임태경이 캐릭터를 만들어 가면서 충돌을 했다면
박은태는 캐릭터에 동화되면서 충돌이 생기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그의 충돌은 노래와 연기 사이의 간극으로 낌새를 남긴다.



뮤지컬 <모차르트>,
개인적으로는 스토리의 매력보다 뮤지컬 넘버의 매력이 더 큰 공연이라고 생각된다.
무대는 때로 풍성하기도 하지만 자주 여기 저기 빈 공간을 드러낸다.
마치 동굴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펼쳐지는 공연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신기한 건,
그 동굴안에 메아리성 에코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게 공연 외적으로 몹시 테러블하고 시끄러운 모차르트를 보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다.



내가 박은태만큼이나 개인적으로 기대했던 민영기.
결혼 발표로 기쁨이 충만한 상태라는 게 작품에 보여진다.
(억지로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
그가 기교를 부리고 있다는 생각에 문득 겁이 났다.
모차르트와의 논쟁에서 그는 권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민영기의 대주교는 유머러스하고 그리고 전체하는 모습이었다.
대주교가 모차르트에게 품어야 했던
탐욕에 가까운 질투가 그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100% 그의 능력을 보여주지 않은 민영기가
솔직히 나는 좀 밉다.



개인적으로 이경미의 베버 부인 역할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배역을 완벽하게 이해했다는 게 눈에 보인다.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상관하지 않고
경박스럽고 수다스럽고고 속물스러운 베버 부인을 너무 잘 표현해
오히려 나는 정말이지 베버 부인이 몹시 사랑스러웠다.
이 뮤지컬의 액센트 같은 존재.
베버 가족의 신들도 재미있고 그리고 경쾌하다.
5명 모두의 표정과 동작이 너무 재미있어
나도 슬쩍 그 안으로 들어가 가족인 척 하고 싶어졌다.



이제 지방 공연으로 이어질 뮤지컬 <모차르트>
그곳에서도 아마 잡음이 끊이지 않을테지만
이미 티켓은 손익 분기점을 넘은 상태란다.
조만간 또 EMK의 티켓 장난이 시작될 것 같아 좀 걱정스럽긴 하다.
더불어 <몬테크리스토 백작>도 걱정스럽다.
티켓 판매 장난만 하든, 좌석 장난만 하든 둘 중 하나만 해준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30. 05:51
첫 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오스트리아 비엔나 뮤지컬 <모차르트>
조성모의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동방신기 시아준수의 캐스팅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뮤지컬 <모차르트>
서울 14회 공연에 지방 공연 몇 번을 포함한 시아준수 출연료가 4억 5천만원이란다.
게다가 시아준수 공연날은 3층 구석자리 티켓까지 오픈 몇 분 만에 바닥났고
심지어는 같은 공연이지만 티켓오픈 시간까지도 차이를 두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왠지 빈정 상하는 소식들만 가득했지만
어쨌든 한번은 봐야 할 것 같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VIP 좌석의 압권이라니?
이러다 1층 객석 전부가 VIP 좌석이 되는 날이 조만간 오겠구나 싶다.



특히나〈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극장협회에서
해당 국가의 최고 역사와 권위가 있는 극장에서의 공연만 라이선스를 허가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THEATER AN DER WIEN)에서 세계초연 후
독일, 스웨덴, 일본, 헝가리에서 공연 된 대작이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8년간 매출 1위를 고수해온 뮤지컬〈엘리자베스>의 기록까지 돌파했단다.
(그런데 <엘리지베스>는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오게 될까???)



네 명의 모차르트
임태경, 박은태, 박건형, 김준수
개인적으로 박은태의 모차르트를 보고 싶었지만
어쨌든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심정으로 그의 공연을 선택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이자 세계적인 극작가로 유명한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의 작품.
짧지만 굴곡 많았던 모차르트의 인생을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Wolfgang)과 재능의 근간인 아마데(Amade)로 분리시켜
천재 음악가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이란다.
그런데...
라이센스 공연을 보고 이런 걸 느끼기에는 좀 많이 안습이다.
(공식 홈피에서 이 부분를 읽고 혼자 몹시 황당했다...)
모차르트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한다는 경사진 무대,
오선지를 의미하는 다섯 계단, 음표 모양의 별, 피아노 건반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 장치들.
세세한 디테일들이 요란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와는 반대로 화려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던 의상들과 가발들.
눈의 볼거리는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28인조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과 락이 융합된 음악도 색다른 경혐을 선사한다.
그런데?
왜 모차르트의 의상만 유별난거지?
다른 인물들은 18세기 바로크 의상인데
모차르트만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
자유로움과 천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게다가 임태경 모자르트는 묘한 이질감까지 준다.
마치 짜집기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
개인적으로 사람 무지 많이 혼란스럽게 만든다.
지금껏 본 그의 뮤지컬 인물은 냉정히 평가해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모차르트에서 나는 그동안 임태경이 거쳐간 모든 배역들의 종합판을 본 것 같다.
산마루이기도 하고, 지저스이기도 하고, 안소니이기도 하고, 로미오이기도 하고.
(햄릿은 내가 못 봐서.... 쩝!)
그래서 지금 무지하니 머리가 복잡하고 뒤숭숭하다.
어쨌든.
탁월한 노래실력으로 숱한 캐스팅에 안전한 낙하산으로 안착했던 그가
첫 오디션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다.
일단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개인적으로 그의 선택에 대해
"성급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 속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야말로 일장춘몽, 설왕설래, 풍비박산...)



1막에서 그는 또 다시 방황(?)하면서 종종 앞서거나 혹은 뒤처졌다.
그에게 부담이 있었던걸까?
너무나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의 속도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정확한 음을 내겠다는 연주자로서의 욕심 또한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을 자주 잃게 한다.
"아~~ 빌어먹을!"
"똥이나 싸시지!"
삼십대 후반의 특히나 반듯해 보이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아빠~~"라는 대사는 몹시도 생경하게 느껴졌고
그 스스로 어색한 듯 이질감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그는 충분히 극 속에서 모차르트가 되지 못한 셈이다)
지나친 조심성이 보헤미안적인 모차르트를 순간순간 엄청난 찌질이로 변모시키기까지 한다.
어른 "볼프강"과 함께 등장하는 어린 ‘아마데’의 행동이 오히려 더 성숙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가 했던 어떤 배역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내가 혼란 상태가 되버렸다...) 
1막과 2막의 배우 임태경의 어마어마한 간극.
뮤지컬 배우로서 계속 무대에 서겠다면 그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숙제다.
그리고 제발 해결해주길 정말이지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서범석.
이 뮤지컬의 제목을 개인적으로 <레오폴트 모차르트>로 바꾸고 싶다.
Bravo ~~!
100%의 감정을 담은 그의 노래는 또렷했으며 그리고 언제나처럼 확실한 딕션을 자랑한다.
(임태경의 대사 부분에서는 "재 뭐래니?"를 연발했는데 서범석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잘 들린다)
신을 버렸다고 말하는 그가 집을 떠난 아들 모차르트 때문에 다시 신께 기도하는 장면.
그 장면에서의 그의 목소리 톤의 간절함이 선명하다.
(배우는 정말 이래야해~~)
콜로레도 대주교역의 윤형렬.
사실 절대 신뢰 배우 "민영기"가 아니라 서운했지만 콰지모도의 변신 또한 눈부시다.
코믹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역할을 적절히 오가며 균형을 잘 잡는다.
1막에서 이 사람의 노래를 듣고서야  첫 박수를 쳤던 것 같다.
그동안 무지 방황하며 꽁하게 있었는데 윤형렬 콜로레도가 한 방에 날려버린 셈 ^^


모차르트에게 아버지와의 이별을 충고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의 신영숙.
개인적으로 동물을 싫어해서 "캣츠"를 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여러번 봤다.
무거워보이는 의상에 엄청난 가발.
멋지게 "황금별"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황홀했다.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역의 배혜선 역시 보증수표같은 배우 ^^
(그런데 1막 시장 장면은 좀 그랬어요~~~)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정선아.
뮤지컬 <렌트>에서 매력적이고 육감적인 미미였던 그녀.
살이 많이 붙기는 했지만 목소리 하나는 역시 화통(?)하니 든든하다.
시아준수와 연기할 때가 살짝 걱정스럽긴 하다.
유한 마담의 숨겨둔 꽃미남 연인 같지 않을까 싶어서...
좋은 뮤지컬 넘버들로 귀가 즐겁고 행복했다.
1막과 커튼콜에 나오는 "나는 나는 음악"
그리고 1막 엔딩곡인 "내 운명 피할 수 없어"는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같다.
한 번 들으면 그대로 귀 속에 쏙쏙 들어온다.
대사 번역은 맘에 안 들지만,
가사 번역은 지금까지 봤던 라이센스 공연 중에서 그래도 제일 괜찮았다.
(돈주앙과, NDPK의 악몽이 지금 마구 떠오른다...)

극 자체는 중간중간 끊기지만
(아무래도 지금 공연이 아직 보완할 게 너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게 내 느낌.
기회가 된다면 임태경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연도 한 번 보고 싶다.
가령 박은태 모차르트라면...
아마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내 운명 피할 수 없어>

필요 없어 난 더이상  그 누구도 필요 없어
난 더이상 저 하얀 가발도 필요 없어
난 진정한 인생 살리
부드러운 붉은 입술 와인 향기 내 몸을 덥히고
날 향해 속삭여
난 알 수 없네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어떻게 자신 거부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누구에게 물어봐 스스로 이해 못한 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나는 과연 누구인가 더 이상 날 구속하지마
자유롭게 살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어
날 울렸던 교향곡 화려한 여인의 살결처럼
내 몸에 닿으면 몸을 떨고 말지
난 알 수 없네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모두 포기해
어떻게 양심 배반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어떻게 사나 자신의 길에서부터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숨막히는 두려움 짓누르는 어깨
질문에는 침묵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구나
볼 수 없는 찰나 숨막히는 순간
날 따라오는 그림자 언젠간 날 죽이고 말거야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어떻게 자신을 거부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누구에게 물어봐 스스로 이해 못한 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어떻게 사나
그저 내 운명 받아들일까
그렇겐 못해
난 할 수 없어
절대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나는 나는 음악>

난 시인이 아냐 또 시인 처럼 말도 못해
그저 떠오르는 대로 그저 내 마음 가는 그대로
난 화가도 아냐 빛과 어둠 아름다움도 그려내지는 못해
난 꿈속에서만 희망 그리지

난 배우도 아냐 난 연기할 줄 몰라
난 가식없이 살고 싶어 있는 그대로
있는 내 모습 보이기를 원하는 이런 나의 모습을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느낌 나의 리듬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 난 포르테 난 피아노 춤과 판타지
나는 난 음악, 나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

난 철학자 아냐 아무것도 난 모르지
웃고 떠들썩한 그 곳에 난 항상 거기 있지
예의도 몰라 무례하다는 말 듣더라도 지루한 건 정말 질색이야 싫어
난 평범한 삶 따위 필요없어
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나 자유와 영혼 찾아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난
떠나가기 두려워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날 사랑해줘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느낌 나의 리듬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 난 포르테 난 피아노 춤과 판타지
나는 난 난 음악, 있는 그대로 내 모습 날 사랑해줘

 
                                       -  박은태의 "내 운명 피할 수 없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