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9. 18. 08:24

 

<키다리 아저씨>

 

일시 : 2018.08.31.~ 2018.11.18.

장소 : 백암아트홀

원작 : Jean Webster <키다리 아저씨>

오리지널 연출, 극본 : John Caird

음악, 가사 : Paul Gordon

연출 : 박소영

음악감독 : 주소연

출연 : 임혜영, 이지숙, 유리아, 강지혜 (제루샤 애봇) / 신성록, 송원근, 성두섭, 강동호 (제르비스 펜들턴)

제작 : 달 컨퍼니

 

이토록 사랑스런 작품이라니...

이토록 사랑스런 제루샤라니...

이토록 사랑스런 이지숙이라니...

어릴적 읽은 소설의 기억과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본 작품이었는데

깜짝 놀랐다.

큰 감동을 받았고,

그보다 더 큰 온기를 받았고,

그보다 더 더 큰 위로를 받았다.

이지숙 배우는 개인적으로 내가 아주 좋아하는 배우다.

한동안 무대에서 안보여 어디 아픈건가 걱정했는데

그 사이 쌍둥이 엄마가 됐단다.

(추카추카...)

 

이지숙 배우는 소설에서 튀어나온 제루샤 애봇 그대로였다.

귀여웠다가,

사랑스러웠다가,

애잔했다가,

안스러웠다가,

안타까웠다가,

슬펐다가...

극이 진행될수록 깊어지는 감정의 동화에 소름이 돋았다.

연기도, 노래도, 표정도 더 바랄게 없다.

그냥 제루샤 애붓 그 자체였다.

 

제르비스 편들턴 신성록은,

노래는 불안불안했지만 연기가 너무 좋았다.

툭툭 치고 들어오는 대사의 타이밍은 아주 기가 막혔고

특유의 표정은 역할에 안성맞춤이었다.

피지컬은 그 자체로 이미 키다리 아저씨였고. ^^ 

 

사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울컥했고 많이 뭉클했다.

제루샤가 말한 그 행복이란걸,

나도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었다.

그게 아니라면 스쳐보기라도 했으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5. 19. 08:17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 (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이번 시즌 네번째 <쓰릴미>는

최재웅, 김무열 페어만큼이나 피켓팅이었던 김재범, 정상윤 페어.

두 배우 모두 이 작품에 여러 차례 출연했고

심지어 네이슨과 리처드를 두 역할을 다 연기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같은 역할이라 두 사람을 한 무대에서 볼 기회가 전혀 없었다.

몇 년 전에 on stage라는 콘서트가 생각난다.

두 사람이 <쓰릴미>의 한 장면을 선보였는데 웃음바다가 됐었다.

서로 같은 음으로 불러서 듀엣이 전혀 안되는 바람에....

그때 두 사람이 그랬다.

이래서 두 사람이 "쓰릴미"를 같이 못하는거라고...

게다가 두 사람이 너무 친하다는 것도 함정이라면 함정 ^^

 

와. 근데 이 두 배우,

프로는 프로다.

혹시라도 연기하다 웃음이 터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엄청난 케미고, 엄청난 집중력이고, 엄청난 흡인력이다.

처음엔 아주 꽁냥꽁냥해더니

중반 이후부턴 치밀하고 치열해지더니 밀고 당기는 힘이 아주 엄청나더라.

그전까지만해도 정상윤은 리처드보다 네이슨일 때가 훨씬 좋다고 생각했는데

김재범 리처드와 만나니 네이슨도 포텐이 확 터졌다.

관람하는 중에도

또 보고 싶다, 다시 보고 싶다... 는 생각이 간절했지만

두 배우의 회차도 적고,

남은 좌석은 전무하다.

심지어 이번 시즌을 끝으로 2년간 재정비에 들어간단다.

그러니까 2019년이 되야만 <쓰릴미>를 볼 수 있다는 뜻.

그런데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많이 잔인하다.

(숱한 폐인들 어떻게 버티라고...) 

 

다 반칙이다.

최재웅, 김무열도 반칙이고

김재범 정상윤도 반칙이다.

 

고로 <쓰릴미>는 늘 반칙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5. 17. 14:59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 (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이번 시즌 세 번째 <쓰릴미>

사실 좀 걱정이 되긴 했다.

첫번째로 본 최재웅, 김무열 페어가 워낙에 강렬해서

정상윤, 에녹 페어를 밋밋하게 만들어버려

세번째도 그러면 어쩌지 싶었다.

 

하지만!

역시 <쓰릴미>는 <쓰릴미>고

초연 배우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누군가는 중학생들 같았다던데 나는 Never!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강필석의 비밀스러운 섬세은 지극히 네이슨스러웠고,

이율의 센 척하는 불안감도 리처드스러워  아주 좋았다.

 

이 작품,

참 볼 때마다 보여지는게 다르고, 느껴지는게 다르다.

일반적으론 네이슨에 많이 이입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전적으로 리처드에게 이입이 되더라.

그리고 석방된 네이슨이 어떻게 살았을지가 궁금한게 아니라 

보여지지 않는 리처드의 과거가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혼자 열심히 상상한 "쓰릴미" pre version과 post version)

 

"난 너의 동반자, 절대 배신 안 해!"

딱 내 마음.

뭐가 어찌됐든!

쓰릴미는 항상 옳다. 늘 옳다. 무조건 옿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3. 14. 15:58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 (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젠장.

이럴 수가...

최재웅, 김무열 쓰릴미가 너무 강렬했나보다.

정상윤, 에녹 캐스팅이 이렇게까지 밋밋하게 느껴진걸 보니.

개인적으로 정상윤 네이슨을 엄청나게 좋아하거

지금껏 최고의 네이슨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한동안은 웅무 페어의 후유증이 크게 작용할 것 같다.

 

그래도 역시 정상윤의 확실한 한 방은 있다.

정상윤 네이슨은 리처드를 향한 절절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래서 고통스럽고 슬프다.

네이슨은 그렇게라도 해서 리처드와 함께 있고 싶었구나... 공감이 된다.

함께 하기 위한 배신.

그러니 그렇게 뚝뚝 굵은 눈물이 떨어질 수밖에...

 

최재웅, 김무열 페어가 사생결단의 육탄전이라면

정상윤, 에녹 페어는 미묘한 심리전이다.

두 페어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어디 두 페어뿐일까마는...)

그리고 오랫만에 들은 오성민의 피아노 연주는 참 반갑더라.

확실히 처음 참여하는 이범재보다는 기술적으로 능수능란해서 듣기에 좋았다.

(개인적으로 오성민과 정상윤의 케미를 내가 좀 좋아라해서...)

 

강필석-이율, 김재범-정상윤 페어도 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웅무의 여운이 가실때까지 좀 기다려야 할 듯.

쎄도 너무 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2. 07:55

 

 

<The Story of My Life>

 

일시 : 2015.12.01. ~ 2016.02.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 Brain Hill

작사, 작곡 : Neil Bartram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변희석

연출 : 신춘수

출연 : 고영빈, 강필석, 조강현 (토마스) / 이석준, 김종구, 홍우진 (앨빈)

제작 : LG아트센터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The Story of My Life>

개인적으로 오래 기다렸던 작품이라 망설임없이 첫공연을 예매했다.

그리고 역시나 좋더라.

잔잔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련하고, 슬프고, 기쁘고, 애뜻하고, 안타깝고...

2010년 이 작품을 처음 봤을때의 그 느낌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이 작품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했다는걸...

처음 공연장에 앉았을 때면 해도 이젠 좀 무심하게 보겠구나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전혀 무심해지지 않더니

saying goodbay part1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런데...

그 무너짐이 나는 너무 편안하고 아늑했다.

그리고 앨빈도 부럽고 토마스도 부러워서 혼자 깊게 깊게 아팠다..

안으로 삭히고 삭혀고 품어지는 눈물에 비하면

겉으로 내보낼 수 있는 눈물은 오히려 쉽더라.

 

이석준 앨빈과 고영빈 토마스는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더 깊어지고 진해졌다.

결국엔 서로 마주보는 장면에서 나조차도 현실과 기억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더라.

그건 나 자신이 앨빈과 토마스 안에 함께 있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기도 했다.

내가 지금 힘들고 살고 있나...

그런 생각조차 제대로 안 하고 살아오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어제 이 작품을 보면서 내게 정말 필요한건

쉼이 아니라 앎이라는걸 았았다.

안다는거,

나 자신을, 타인을 제대로 안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일지...

내게도 앨런같은 친구가 있다면

살아가는 내 삶이 지금보다는 덜 힘들었을텐데...

이기적이게도 그게 부럽고 또 부러웠다.

 

SOM

솜이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작품.

올 겨울은 이 작품 덕분에

작년 겨울보다 더, 훨씬 좋을 것 같다.

 

OST

 

01. Write What You Know - Tomas Weaver
02. Mrs. Remington - Alvin Kelby
03. The Greatest Gift - Tomas Weaver & Alvin Kelby
04. 1876 - Tomas Weaver
05. Normal - Tomas Weaver
06. People Carry Me - Alvin Kelby
07. The Butterfly - Tomas Weaver
08. Saying Goodbay (Part 1) - Tomas Weaver & Alvin Kelby
09. Here's Where It Begins - Tomas Weaver & Alvin Kelby
10. Saying Goodbay (Part 2) - Tomas Weaver & Alvin Kelby
11. Independence Day - Alvin Kelby
12. Saying Goodbay (Part 3) - Tomas Weaver & Alvin Kelby
13. I LIke It Here - Tomas Weaver
14. You're Amazing, Tom - Alvin Kelby
15. Nothing There / Saying Goodbay (Part 4) - Tomas Weaver & Alvin Kelby
16. I Didn't See Alvin - Tomas Weaver
17. This Is It - Tomas Weaver & Alvin Kelby
18. Angels In The Snow - Tomas Weaver & Alvin Kelby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7. 08:14

<헤드윅>

일시 : 2014.05.13. ~ 2014.09.28.

장소 : 백암아트홀

연출 : 이지나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사,작곡 : 스지븐 드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출연 : 조승우,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 (헤드윅)

        이영미, 전혜선, 최우리, 서문탁 (이즈학)    

제작 : 쇼노트

 

우리나라에선 이젠 메이저 공연이 되버렸지만 10년 전 처음 이 작품이 공연됐들 땐 확실히 마이너의 성향이 강햇었다.

게다가 초연이 올려진 라이브극도 조그맣고 허름한 이름없는 지하카페 느낌이라서 작품과는 잘 맞아 떨어지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강남 한복판에서 공연되는 <헤드윅>은 어딘지 세련되고 고급스런 느낌이라 살짝 낯설긴 하다.

5월 13일 승우 <헤드윅> 첫공을 볼 때만해도 다시 보게 될까 싶었는데

(단순히 표를 구하는게 힘들어서...)

이렇게 두번째 관람을 하게 됐다.

첫공때만해도 많이 어수선하고 타이밍도 살짝씩 틀어졌었는데

두 달여가 지난 후 다시 본 조승우 헤드윅은.

다른 말 다 집어치우고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련다.

진심으로 좋더라.

그리고 훨씬 더 애잔하고 깊어지기까지 했다. 

나도 모르게 헤드윅의 감정에 동화되버려 보는 내내 많이 아프고 힘들었다.

그렇구나.

<헤드윅>이 이렇게까지 가슴 찡한 작품이었구나.

남자도 여자도 아닌 이 정체불명의 여인이

나를 제대로 울렸다.

 

조승우는 어떻게 저럴수 있을까 싶을만큼 너무나 노련하다.

"헤드윅"이라는 배역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졌고

그럼으로써 아이러니하게도 완벽하게 "헤드윅"을 컨트롤한다.

과연 조승우답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묵직한 칼날 같기도하고,

한없이 가벼운 깃털 같기도하고

때로는 관객의 반응까지 철저하게 계산한 게획된 연기같기도하고

때로는 느낌에 따라 그때그때 표현된 날 것의 느낌도 있다.

그건 일종의 "홀림"이었고, "끌림"이었고, "세뇌"이기도 했다.

공연장을 나오는데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

오늘 내가 조승우에게 제대로 놀아났구나!

그런데 그런 철저하고 일방적인 놀아남이...

사람을 꽤 기분 좋게 만들더라.

그게 <헤드윅>의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헤드윅>은 내겐 항상 이유있는 모호함이자 진심어린 독백이었다.

그래서 헤드윅을 마주한다는건

나와 마주하는 일이기도 했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말하면서 단 한번도 마지막이 되지 못했던 작품.

아마도 나는 <헤드윅>과 함께 그렇게 늙어가게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5. 07:57

<Hedwig>

일시 : 2014.05.13. ~ 2014.09.28.

장소 : 백암아트홀

연출 : 이지나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사,작곡 : 스지븐 드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출연 : 조승우, 박건형, 손승원, 송용진 (헤드윅)

        이영미, 전혜선, 최우리, 서문탁 (이즈학)    

제작 : 쇼노트

 

<헤드윅>이 한국 공연 10년이 됐다.

그래서 이번 시즌은 역대 헤드윅과 이츠학들을 했던 배우들이 차례로 출연하는 기념 공연이 됐다.

조승우도 <맨 오브 라만차> 막공에서 예고한것 처럼 흥신소 운영을 끝내고 다시 헤드윅으로 돌아왔다.

워낙에 티켓예매도 어렵고해서 이번 시즌은 넘기려고 했는데

운이 좋게도 조승우 공연을, 그것도 첫공을 관람하게 됐다.

(진짜 운이 좋다라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처음으로 2층에서 관람했는데

개인적으론 1층보다 훨씬 좋았다.

지금껏 몰랐었는데 조명이 참 좋더라.

헤드윅과 이츠학이 노래할 때 무대 양쪽에서 생기는 그림자는

"Tear me down"가사처럼 두 개로 분리된 자아의 느낌이라 은근히 의미심장해 보이더라.

다른 헤드윅은 어떻게 시작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아나운서 멘트가 아니라 이츠학이 헤드윅이 옷갑아입으려고 들어갈 때 부른 노래로 시작되니 느낌이 새로웠다.

주승우의 목상태가 좋아보이지진 않았지만

무대과 관객 장악력을 역시나 대단하다.

살짤살짝 타이밍도 흔들렸고 대사나 상황도 놓쳐서

초반엔 이영미 이츠학이 발란스을 맞추기 힘겨워할 정도였는데

"sugar daddy" 이후로는 자기페이스로 완전히 만들어 잘 놀더라.

역시나 큰 틀은 건드리지 않으면서 기존의 형식과 소품들 제약없이 아주 자유롭게 진행된 헤드윅이었다.

여권 운운하면 소란피우는 장면과 모피장면을 안해서 좋았다.

그리고 "exquisle corpse"에서 바닥을 뒹그는 장면을

조승우 헤드윅은 극도의 침묵과 고요로 표현하는건 확실히 좋더라.

개인적으로 기존의 방식보다 이게 훨씬 더 임펙트가 강했다.

편곡을 달리하니 헤드윅의 익숙한 곡들을 완전히 새롭게 들을 수 있었다.

역시나 <헤드윅>의 넘버는 정말 좋다.

그래서 나 역시도 <헤드윅>이 올라올 때마다 한 번쯤은 꼭 보게 되는 것 같다.

스탠딩 커튼콜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이번엔 2층에서 관람해서

1층만큼의 광기는 경험하지 않아서 좋았다. ^^

그래서 <헤드윅> 관람은 이제부터 2층이 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백암아트홀은 시야장애도 없고 특히 가운데열은 뷰가 정말 좋았다.

조승우의 목상태가와 전체적인 음향만 좋았다면

이번 관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 관람이 됐을텐데 살짝 아쉽다.

그래도 결론은 <헤드윅>은 역시 <헤드윅>이라는 거다.

확실히 사람을 중독시키는 힘이 있다.

아마도 이 작품은 조승우와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는 계속 승승장구할거다.

수많은 앞으로의 헤드윅과 이츠학을 위하여~~~

그리고 앵그리 인치 밴드를 위하여~~~

건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8. 12. 08:1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6월 이후 두번째 <헤드윅> 관람.

첫번째 관람 때는 조승우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었다.

"와! 정말 작정하고 제대로 노는구나!"

그동안 그가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구구절절 마디마디 느껴졌다.

 

티켓오픈과 동시에 몇 초 만에 좌석을 all clean하게 만들어버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배우 조승우!

그런 조승우의 떨림을 목격하는 건 아주 엄청난 충격이자 신선함이었다.

현장 느낌에 따라 자유롭게 애드립을 구사하는 배우의 저력과

그러면서 스토리 자체는 절대 흔들어 놓지 않는 배역에 대한 충실함의 조화는

묘한 융합이자 색다른 일체감이었다.

그 느낌은, 뭐랄까!

신명나게 벌어진 굿판을 보는 느낌, 그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조승우 <헤드윅>.

이럴 수가!

이건 완전히 다른 작품이고,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헤드윅>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충격이다.

이 작품이 이정도까지 아프고 아련하고 슬픈 작품이었구나!

보는 내내 가슴이 아파서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어쩌면 나는 사실 울음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었는지도...)

나는 지금까지 "헤드윅"이라는 인물이 세상과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 똘똘 뭉쳐있다고 생각했다.

아빠와 엄마, 로빈슨 하사와 토미, 심지어 이츠학에게까지.

그 원망의 마음이 폭발하는 음악으로 쏟아져나오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았다.

헤드윅이 말하고 싶었던 건.

"완전한 사랑"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는 걸!

"The origin of love"의 가사 그대로

"심장이 저려오는 애절한 고통"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느닷없이 내리치는 폭력같은 "그리움"이 그대로 내 가슴에 꼱혔다.

무자비했고 잔인했고 거침없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만큼!

 

그러니까 이건 일종의 메시지다.

내 생각과 내 마음과 내 모습에 대한 메세지.

지금의 나의 모든 것에 댐한 메세지.

어쩌면 나는 스스로 "해드윅"이 되려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만의 "wicked little town"으로 가기 위해서...

 

용서와 사랑은.

완전히 다른 거다.

용서는 결코 답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사랑이 정답인가!

피흘리지 않는 또 다른 나의 반쪽이 정답일까?

피흘리지 않는다고 그게 진정한 사랑일까?

 

<헤드윅>

이 작품이, 이 녀석이,

깊게깊게 숨겨놓은 내 일기장을 활짝 펼쳐놨다.

 

어쩌면 나는...

매번 피를 흘리는 쪽만 선택하면서 살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그게 나의 "헤드윅"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5. 08:29

<Hedwig>

일시 : 2013.06.08. ~ 2013.09.08.

장소 : 백암아트홀

극작 : 존 카메론 미첼

작곡, 작사 : 스티븐 트래스크

음악감독 : 이준

연출 : 이지나

출연 : 조승우, 송창의, 손승원 (헤드윅)

        구민진, 조진아 (이츠학)

제작 : 쇼노트

 

2005년 초연 이후에 굳건한 마니아층을 형성된 뮤지컬 <헤드윅>이 벌써 올 해 공연이 여덟 번째 시즌란다.

8번 공연 중 2005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13년의 <헤드윅>을 봤다.

심지어는 초연을 기다리면서 존 카메론 미첼의 영화까지도 찾아봤었다.

첫인상은 엄청나게 그로테스크하다는 것!

그런데 그 기묘하고 기괴한 분장의 <헤드윅>에 묘한 연민의 정이 생기면서

점점 깊은 일체감 비슷한 동류의식까지 느껴게 된다.

(뭐 내 성적취향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고! 이젠 취향 따위도 없는 단계에 이르러서...)

 

지난번 시즌과 이번 시즌의 텀은 유난히 짧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조승우의 파워가 아닌가 생각된다.

원래 <헤드윅>을 할 예정이었는데 드라마 "마의" 때문에 엎어지게 된 게 결정적 계기!

조승우가 <헤드윅>을 하고 싶어한다는데 어느 제작자가 그걸 마다하겠는가!

텀이 길든 짧든 일단 추진하고 볼 일이다.

조승우가 출연한다기에 사실 티켓팅을 완전히 포기했었다.

그러다 이 녀석의 인터뷰를 보게됐는데,

그걸 읽고 나니까 이게 또 막 궁금해지기 시작하는거다.

“무대 위에서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고 정말 놀아보고 싶어서 <헤드윅>을 선택했다. 나를 불사를 수 있는 힘이 있는 작품으로, 본질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걸 항상 유념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 메시지 모두를 관객들에게 맡기는 프리스타일 공연을 하고 있다. 대본 수정 후 한번도 대본을 보지 않았을 정도로 일부러 외우려고 하지 않고, 헤드윅이라는 사람이 펼치는 쇼, 그 공연 안의 이야기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

좀 놀아보겠단다!

그것도 본질은 놓치지 않고서!

도대체 뭘 어떻게 놀겠다는건지 궁금해서 예매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건 또 뭐지?

의외로 아주 쉽게 괜찮은 자리를 한 번에 예매했다.

(스탠딩 압박이 없는 구석 자리 하나 잡겠다 생각하고 예매처에 들어갔던건데....)

 

조승우 헤드윅!

결론만 말하자.

정말 미치게 잘 논다.

자유자재로 대사를 치고 순간순간 상황에 따라 애드리브을 연출하는데 가히 물만난 고기같다.

텍스트(대본)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헤드윅!

물론 기본 구성과 스토리를 파괴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헤드윅>이라는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 그 안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뭐랄까!

테크닉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one man band를 보는 느낌!

끝나고 나서 알았다.

완전히 그에 의해서 놀아났다는 걸.

누가? ......... 내가!

나, 스탠딩 정말 싫어한다.

근데 저절로 일어나게 되더라.

이 녀석 정말 그동안 무대가 이렇게까지 그리웠구나 싶어 주책없이 연민의 정도 생겼다.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참아냈던 걸까?)

목소리도 일부러 여성스럽게 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도

여자처럼 감정에 빠질 때는 한없이 깊게

그러면서도 치고 나올 곳에서는 과감하게 끊어버리고 뛰쳐 나온다.

솔직히 무림고수의 현란한 칼솜씨를 보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번 헤드윅은

(송창의와 손승원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츠학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

Sugar Daddy도 그렇고 청혼 장면도 그렇게 헤드윅에 의한 1인극처럼 진행된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바뀐 구성이 아주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츠학이란 인물은 공연 내내 존재감이 없이 소품과 다름없이 있다가 

헤드윅에게 가발을 건네받는 장면에서부터 존재감이 커졌으면 하고 바랬었다.

핸드폰 운운 하던 장면이 없어진 것도 개인적으로 너무 좋다.

(이렇게 바뀐게 이지나의 생각인지, 조승우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런 발언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겠지만

2005년에 비하면 조승우도 확실히 나이를 먹었다.

그때는 펄떡펄떡 튀어오르는 날 것의 느낌이 강했는데

지금은 산전수전을 겪은 헤드윅의 완숙미가 느껴진다.

그래선가?

이 작품을 조승우가 마흔이 넘어서 하게 되면 또 다른 느낌이겠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기획도 괜찮지 않나!

20대, 30대, 40대 헤드윅을 한 시즌에서 만나보는 그런 기획!

 

이덕화의 "하이모" 카피나

첫공연에만 하고 안 할 예정이었다는

JCS의 "I only want to say"는 일종의 팬서비였던 것 같은데 재미와 놀라움, 두가지 전부에 성공했다.

"Origin of love"에서는 본인 말처럼 주책없이 눈물을 보였지만

그 느낌이 나는 너무 좋았다.

그런데 이 노래 사실은 정말이지 눈물나게 아름답다.

OST로만 들고있어도 울컥해지기 일수다.

wicked little town은 헤드윅과 토미 버전 둘 다 너무 좋았다.

특히 토미의 버전은,

그야말로 속죄, 참회의 투어 딱 그 느낌이었다.

중반부에 바뀐 바바리 의상과 썬글라스는 정말 헐리웃 여배우의 포스를 풍겼고

(진심으로 너무 예뻐서...)

끝부분 헤드윅이 옷을 벗어던지며 토마토를 짓이기는 장면은 일종의 충격이었다.

그동안 바닥을 나뒹구는 퍼포먼스에 익숙했었는데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었다.

무대 위에 우뚝 서서 이 모든 감정과 상황들을 오로지 표정의 변화로만 표현했다.

고통스런 기존의 퍼포먼스보다 나는 이 모습이 훨씬 더 강렬했다.

(이건 또 이지나, 조승우 중 누구의 생각이었을까?)

 

사실 이럴 줄 몰랐다.

조승우라는 배우가

본인에게도 관객에게도 익숙한 <헤드윅>에 다른 표정을 입혔다.

몰랐다. 이런 느낌일 줄...

이번 시즌 헤드윅은 이번 한 번으로 만족하려고 했었는데

이 녀석 또 다시 나에게 물음표와 느낌표를 던졌다.

아무래도 다시 한 번 봐야할 것 같다.

이 녀석의 헤드윅을.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