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2. 17. 08:28

<AIDA>

일시 : 2012.11.27 ~ 2013.04.28.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작곡 : 엘튼 존

작사 : 팀 라이스

대본 : 린다 울버튼, 로버트 폴스, 데이빗 헨리 황

연출 : 케이스 알렌산더 보튼

협력연출 : 박칼린

음악수퍼바이저 : 박칼린

출연 : 소냐, 차지연 (아이다) / 김준현, 최수형 (라다메스)

        정선아, 안시하 (암네리스) / 이정열, 성기윤 (조세르)

        박철완(메렙), 김덕환(아모나스로), 김선동 (파라오)

 

2005년 LG 아트센터 초연.

2010년 성남아트홀 120회 원캐스팅 공연.

그리고 2012년 <아이다>의 세번째 라이선스 공연이 시작됐다.

초연때부터 싱크로율 100%라는 말을 들었던 소냐가 드디어 <아이다>로 분했다.

(미안하지만 차지연 아이다는 일단 내 관심에서 벗어났다.

 피나는 다이어트를 했다지만 그래도 여전사같은 체격이 관객입장에서는 몰입하기가 좀 힘들다.

 그리고 모든 노래를 끈쩍끈쩍하게 꾹꾹 눌려 부르는 그녀 특유의 방식도 개인적으론 좀 별로다.)

게다가 일본 사계에서 라다메스를 했던 김준현까지...

공연 전부터 관심과 기대가 집중됐다.

엘튼 존의 멋진 노래들을 다시 들을 수 있다니...

 

소냐 아이다.

일단 라다메스 김준현과 나란히 섰을 때 보여지는 모습은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다.

이 사랑스러움은 아마도 김준현의 탁월한 기럭지 때문에 가능하리라.

(정말 역대 최고의 압도적인 비주얼을 보여주는 라다메스다.)

캐스팅 발표후 소냐 스스로의 각오도 남달랐지만

실제로 공연을 보니 역할에 임하는 태도와 집중력이 엄청났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한게 그게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거다.

누비아 공주 아이다가 부각되는 게 아니라

아이다를 훌륭하게 연기하는 소냐의 비장함과 각오가 자꾸 보여서...

1막에서 라다메스가 떠밀려 파라오가 돼야하는 자신의 비참함을 말할 때

아이다가 초등학생을 꾸짖듯 라다메스를 다그치는 장면만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소냐의 아이다 표현은 참 좋았다.

한 나라의 공주에서 한 남자의 여자로 변하는 과정을 참 꼼꼼하게 잘 해석하고 표현한 것 같다.

아쉬운 건 노래뿐만 아니라 대사를 할 때도 숨소리가 너무 많이 들린다는 거.

소냐의 공연을 볼 때마다 항상 의아했다.

호흡이 짧은 것도 아니고, 성량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숨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까?

대사전달력도 좋고, 넘버 소화력도 참 좋은데

숨소리가 너무 커서 자꾸 신경이 쓰인다.

(내가 너무 민감한 건지도...)

김준현 라다메스!

이석준, 이건명, 김우형과 정말 다른 라다메스다.

개인적으로 김준현이 표현하고 보여준 라마메스가 참 마음에 든다.

초반엔 좀 깐죽거리고 능글능글한 마초같은 이미지였는데

(1막 중반까지 라다메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정말 한 때 콱 쥐어박고 싶어진다)

극이 진행될수록 한 여자를 사랑하는 확고한 남자의 모습으로 확 바뀐다.

노래가 불안한 게 흠이긴 하지만

그래도 경력과 이력이 있으니까 중반부를 넘어서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거란 생각이 든다.

김준현 라다메스는 앞자리에서 보는 걸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그 느물느물한 표정과 동작을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다만 신체조건이 워낙에 좋아서 그런지 의상이 바뀔 때마다 순간 런웨이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라다메스의 의상이 이렇게 눈에 잘 들어오긴 처음이다! (와우~~~)

이건 뭘 입어도 그냥 모델 필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my strongest suit다.

그래선지 "elaborate lives"의 느낌도 너무 좋다.

(노래까지 좋았으면 정말 금상첨화였을텐데... 좀 기다려보자!)

 

정선아 암네리스는 뭐 말이 필요없고.

(그런데 살이 좀 많이 붙은 것 같다)

노래는 예전보다 조금 약해졌지만 연기적인 표현력을 훨씬 더 좋아졌다.

아이다가 공주에서 여자로 변할 때

암네리스는 여자에서 공주로 변하게 되는데

이런 감정과 상황의 변화를 예전보다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래서 "I know the truth" 가 더 의미심장하고 아프게 느껴졌다.

(사실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이 암네리스 공주 아닌가 말이다!)

이정열 조세르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많이 약했다.

일부러 노래를 그렇게 부른 건지, 아니면 컨디션이 별로였던건지 좀 모호하다.

권위적인 야심가가 아니라 아들에게 너무 집착하는 아버지 같다.

결혼식 장면에서의 의상은 살짝 어머니 같기도 하고... ^^

박철완 메렙도 나쁘진 않았지만

워낙에 김호영의 이미지가 강해서 지워내기가 솔직히 힘들긴 하다.

 

디큐브아트센터는 처음 가봤는데 무대가 성남보다 작아서 좀 갑갑한 느낌이다.

음향이 좋다는 후기가 많아서 기대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음향이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주연배우 소냐는 공연 중에 마이크가 여러번 문제를 일으켰고

전체적인 음향도 그렇고 배우들의 소리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좀 작게 느껴져 웅장함이 덜했다.

그래선지 "another pyramid"도 조명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성남아트홀보다는 덜 역동적이었다

수영장 장면에서 엎드려 있던 뜬금없는 마네킹(?)은 좀 안습이었지만

이어지는 패션쇼 장면은 언제봐도 정말 감탄이다.

네헤브카의 중요한 대사 "내가 아이다다'는 비장함과 결의가 묻혀버렸지만

전체적으로 앙상블의 열정은 대단했다.

여자 앙상블은 정말 민망하게 앙상한 몸이던데...

 

참 묘한 건,

<아이다>는 눈 앞에서 보고 있을 때보다

보고 난 뒤,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그 느낌이 훨씬 더 깊고 애절해진다는 거다.

따지고보면 참 황당한 이야긴데...

그저 단지 이야기일 뿐이데...

아이다!

정말 every story가 love story라는 게 실감난다.

 

* 박칼린이 <아이다>에 갖는 깊은 트라우마(?)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0. 06:20
우려했었다.
그래서 볼까 말까를 두고 고민하다가 50% 할인 티켓이 있어서 티켓팅을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고민했다.
연극까지야 이해를 하겠는데 뮤지컬로 바뀐 <엄마를 부탁해>는 왠지 조심스럽고 위험해보였다.
그리고...
연극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뮤지컬을 확실히 그랬다.
미국과 영국에서 경이로운 판매부수를 올리고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기사와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부른 "빈잔"의 피쳐링으로 일약 신데렐라가 된 차지연.
이 두 가지만으로도 광고효과는 엄청났다.
이도 저도 모르겠다면 마당놀이로 유명한 "김성녀" 의 장년층 관객 확보까지...
게다가 가요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유명한 김형석이 음악을 담당했다지 않는가!
탄탄한 원작에, 연기력 검증된 배우들에, 음악까지...
일단 태생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격이다.



 

이 작품을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래가 이만큼은 나와야 뮤지컬이다 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은 뮤지컬보다는 연극이라고 분류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미안하다"는 메인테마가 있긴 하지만 작품을 보고 난 후에 귀에 남는 OST가 전혀 없다.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집요한 최면성 후크송이라도 한 곡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바람마저 생긴다.
(개인적으로 후크송을 정말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주는 임팩트가 전혀 없고
대사는 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난장판 싸움질이다.
나는 그래도 좀 더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이길 바랬는데...
배우들이 질러대는 고함은 보는 내내 괴로웠고(엄마를 잃어버린 게 괴로운게 아니라)
맨 앞자리에서 자꾸 고개를 외면하게 만든다.
마치 누가 더 목소리를 크고 짜증스럽게 내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머니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원작자 신경숙이 이 작품을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남편 남진우 교수가 안식년이라 외국에 체류중인게 다행이다 싶다)
신경숙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엄마를 부탁해>는 첫문장부터 나를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렸었는데
이 뮤지컬을 보면서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이상하다... 나는 공연을 보면서 뚝하면 울어서 옆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편인데...)



 

오랫만에 이계창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이계창, 차지연, 김경선 세 명 모두 배역에 어울리지 않았다.
한 태(胎)에서 나온 자식들이 아니라 한 명씩 입양해서 모인 가족들 같다고나 할까?
김경선이 차지연의 동생으로 나온 건...
아무리 무대 위에서라지만 아닌 것 같다.
후반부에선 정말 김경선이 장녀같더라.
약국, 공사장  장면도 어색하고 난감했고
(오지랍 넓은 약사 아저씨는 또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던지...)
난데없이 등장하는 "ㄱㄴㄷ" 노래는 급기야 작품을 상당히 뽀뽀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요즘 어린이프로도 이렇게까지 유치찬란 조잡하진 않다.
에피소드 연결하는 방식도 산만하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소리지르던 배우들이 마지막에 뚝뚝 눈물 흘리는 모습을 마주하는 건 난감한 그 이상이었다.
(내가 너무 독한년이라서 그런가???)
맨 앞에서 하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앉아있어서 내내 미안하더라.
엄마 김성녀를 빼고 모든 배우들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러다 단체로 득음하는 건 아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이라는 명함이 무색할 정도로 휑한 무대는 또 어쩌란 말인가?
무대 사용 평수로 대관료를 받는 것도 아닐텐데
그 넓은 공연장을 왜 그렇게 과하게 아껴가며 사용했는지...


내가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부재 또는 실종을 결코 죽음으로 곧장 연결시키는 게 아니었다.
죽음보다 더 근원적인 어떤 것이어야 했는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내내 엄마의 죽음을 죽어라 암기하고 복기하게 한다.
작가 신경숙도 말했었다.
작품 속에서 엄마가 죽었다고 단정짓지는 말아달라고...
자신은 엄마의 죽음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고...
내가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 역시도 진혼곡이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들 엄마가 너무 안스럽지 않은가!
마지막 장면에서 공중부양 중이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앞에서 장녀(차지연)가 말한다.
"우리 엄마를 가여워해주세요.
 우리 엄마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우리 엄마를 부탁해요!"

미안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엄마를 가여워해서는 안 된다.
그럴 자격이 우리에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다 못해 노골적인 결말에 나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원작의 그 절절함과 간절함은 도대체 어디로 실종되버렸는가!
무대위 피에타상보다 더 공중부양된
엄마를 부탁해...를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6. 8. 06:14
어제 8시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박칼린, 오만석, 김무열의 사회로 제 5회 뮤지컬 어워즈 시상식이 개회됐다.
<서편제>가 최우수 창작뮤지컬상을 비롯한 5개 부분을 휩쓸었다.
지난해 초연된 <서편제>는 판소리를 뮤지컬로 접목시킨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작품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공연될 당시에도 호불호가 극명했었다.
티켓 판매가 생각만큼 되지 않아서 나중에는 거의 덤핑 수준으로 판매되면서
공연 도중에 제작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창작뮤지컬을 만든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안타깝게도 지난 5월 18일 <서편제> 제작자 조왕연 대표가 수 억원의 달하는 빚으로 괴로워하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해서 공연계에 큰 충격을 줬다.
조금만 기다렸더라면...
그 사람은 또 다른 힘을 얻을 수 있었을까?
(솔직히 모르겠다)
내년에 다시 공연될거란 말이 있었는데 어찌될런지는 모르겠다.
뮤지컬의 엄청난 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이 강세를 보이는 현상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자본주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공연계에도 치명적인 위협이다.
 

                  <남우주연상 : 조승우>                           <여우주연상 : 차지연>

1달 전 각 부분의 후보자들이 발표됐을때
남우조연상을 제외하고는 수상자가 누가 될지 눈에 빤히 보이긴 했다.
남우주연상은 다방면에서 <지킬 앤 하이드>의 조승우를 이길 사람이 확실히 없긴 하다.
수상소감에서 조승우는 제대 5일만에 거액의 개런티 기사로 마음이 무거웠고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아직도 이해가 안된다. OD의 신춘수 대표가 왜 굳이 조승우의 출연료를 공개했는지...)
조승우는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고액의 개런티 값을 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왠지 씁쓸하다.
제작자가 출연료를 많이 주겠다는데 어느 배우가 싫다고 할까?
문제는 금액이 밝혀지면서 무대를 지키고 있는 더 많은 배우들이 너무 많이 상처를 받았다는데 있다.
물론 조승우의 잘못은 아니다.
죄인이 된 느낌이었다는 그의 말이 그래서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어쨌든 그의 <지킬 앤 하이드>는 너무나 아름답고 섬세하다.
노래가 주는 감동은 예전만 못한게 아쉽긴 하지만...

MBC "나는 가수다가 최대 수혜자는 차지연!
불과 1년도 안 된 작년 가을,
제 16회 뮤지컬 대상의 신인상 수상자였던 그녀가 올해 뮤지컬 어워즈에선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2006년 <라이온킹>으로 뮤지컬을 시작했으니 짧은 경력이라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여우주연상을 받기에는 아직 이력이나 배우로서의 모습이 다양하지 못하다.
<나가수>의 인기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비껴갈 수도 있는 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본인 스스로도 올 해가 자신의 최고의 해라고 말한 차지연은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앞으로는 관객을 섬기고 스텝을 아끼는, 겸손한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얼마전에 가수로 싱글앨범을 발표했던데
솔직히 좀 걱정스럽다.
그녀가 더 크고 진정성있는 무대위 배우로 자리잡길 바라는 마음이다.
솔직히 그녀의 캐릭터는 아직 한정되어 있다.
한정된 캐릭터의 배우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결심이 아니라면
가수로서가 아니라 배우로서 발전하고 성장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을 것 같다.
노파심일지도 모르겠지만...

                  <여우조연상 : 정영주>                                  <남우조연상 : 임기홍>


               <여우신인상 : 이자람>                              <남우신인상 : 빌리들>

 
여우조연상은 생각대로 정영주가 받았고
치열했던 남우조연상은 멀티맨의 달인 임기홍에게 돌아갔다.
확실히 대한민국에서 멀티맨을 임기홍만큼 해 낼 배우는 현재까지 없는 것 같다.
나 역시도 주조연보다 임기홍이 멀티맨으로 나오는 날을 선택해서 티켓팅을 하는 정도니까.
(좀 과하게 메이크업을 받았는지 레드 카펫 사진이 살짝 나이 먹은 벰파이어 같다... 죄송 ^^)
박정환과 더불어 상 복 없는 배우로 유명한데 이번엔 성공했다.
임기홍도 수상석에서 "내가 이겼다!"라는 말을 하면서 너무 좋아했다는 후문이다.
하긴 이번 남우조연상은 후보자들은 유난히 쟁쟁했었다.
(서범석, 박정환 등...)
남우신인상 역시 예상했던 이쁜 빌리들이 받았고
여우신인상은 "예솔이" 이자람이 수상했다.
특이하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본업에서 살짝 벗어난 사람들이 신인상 수상자가 됐다.
(작년엔 발레니라 김주원!)
뮤지컬 배우들 등골이 오싹하겠다.
그리고 이런 현상이 그들에게 분발하자는 긍정적의 힘이 되길 바래본다. 

8시부터 3시간 정도 진행된 이날 행사는 케이블 TV를 통해서 생중계가 됐단다.
그런데 생방송으로 진행되던 도중에
수상결과가 주최측 계열사 기사로 노출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단다.
주최측의 욕심이 너무 과했던 모양이다.
축제의 마당이 비난과 질타의 마당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 뮤지컬 시장이 얼마나 크고 매니아층이 얼마나 많은지 주최측이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아마도 이런 불쾌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성숙하지 못한 언론은 늘 지저분한 뒷끝을 남긴다.
얼마나 더 지나야 유아기적인 자기 자랑과 뽐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언론은 아직까지도 그야말로 유치찬란하다.

* 각 부분 수상자들 *

▲최우수창작뮤지컬상 : 서편제

▲최우수외국뮤지컬상 : 빌리 엘리어트
▲베스트 리바이벌상 : 아이다
▲소극장창작뮤지컬상 : 왕세자 실종사건
▲남우주연상 : 조승우(지킬 앤 하이드)
▲여우주연상 : 차지연(서편제)
▲남우조연상 : 임기홍(톡식 히어로)
▲여우조연상 : 정영주(빌리 엘리어트)
▲남우신인상 : 김세용,박준형,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 (빌리 엘리어트)
▲여우신인상 : 이자람(서편제)
▲작곡작사상 : 장소영·배삼식(피맛골 연가)
▲극본상 : 조광화(서편제)
▲연출상 : 이지나(서편제)
▲안무상 : 피터 달링·정헌재(빌리 엘리어트)
▲음악감독상 : 김문정(광화문 연가)
▲무대상 : 정승호(남한산성)
▲의상상 : 이유선(남한산성)
▲조명상 : 민경수(피맛골 연가)
▲음향상 : 권도경(피맛골 연가)·김기영(천국의 눈물)
▲인기스타상 : 김준수·윤공주(천국의 눈물)
▲공로상 : 김민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2. 20. 22:18

양준모, 정상윤, 최현주, 차지연
네 명의 뮤지컬 배우가 만든 무대 <달콤한 콘서트>
발렌타인데이에 이런 공연을 내가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앞뒤 안보고 4명의 배우들 때문에 이 나이에 이런 콘서트도 다녀왔다.
<오페라의 유령>의 팬텀, <영웅>의 안중근 양준모.
역시 <오페라의 유령>의 라울, <천국의 눈물>의 준 정상윤.
또 역시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그리고 <몬테크리스토>의 메르세데스로 변신중인 최현주.
<서편제>의 비운의 소리꾼, <몬테크리스토>의 건장한 메르세데스 차지연.  
소위 말하는 요즘 잘 나가는 배우들이다.
이 네 명이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다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었을텐데...
기대를 참 많이 했던 콘서트였다.
도란도란 이야기가 있는 살롱콘서트가 될거라고 했다.

<program>

01. Still with you - 정상윤
02. I'm in love - 차지연
03. Way back into love - 정상윤, 차지연
04. Try to remember - 양준모
05. Once upon a dream - 최현주
06. The prayer - 양준모, 최현주
07. Dream a little dream of me - All
08. 그녀를 잡아요 - 양준모, 정상윤
09. 노란 샤쓰입은 사나이 - 최현주, 차지연
10. 잔소리 - 양준모, 최현주
11. 온 세상 내 것이었을 때 - 최현주 (몬테크리스토 OST)
12. Can you hear me - 정상윤 (천국의 눈물 OST)
13. I am changing - 차지연 (드림걸즈 OST)
14. Till I hear you sing once more - 양준모 (Love never dies OST)




나름대로 기대했던 공연이었는데 아무래도 연습이 많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솔로곡들은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는데
듀엣곡들은 함께 맞춰볼 시간이 별로 없었는지 발란스가 어긋나는게 좀 안타까웠다.
양준모의 "Try to remember", "Till I hear you singe once more"
최현주의 "Once upon a dream" 
차지연의 "I am changing"은 참 좋았다.
아무래도 양준모는 험난한 육체적 시련에도 불구하고
Phantom of the Opera의 속편 Love never dies도 하고 싶은 모양이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 속에 그 바람이 담겨있어 혼자 웃었다.
차지연은 역시 <드림걸즈>의 곡들이 잘 맞는 것 같다.
"I am dhanging"은 그녀의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었던 곡이다.
그리고 참 열정적으로 불러서 처음으로 그녀에게 완벽하게 빠져봤다.
(나 원래 차지연과 잘 안 맞는데...)
정상윤과 양준모가 부른 이적의 노래 "그녀를 잡아요"도 초반부에는 좋았었는데...
이벤트처럼 관객석으로 내려간 것까지는 좋았는데 덕분에 노래가 좀...
기대했던 최현주의 "세상이 내 것이었을 때"는
솔직히 말하면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녀 말처럼 연습이 덜 된거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기획은 참 좋았는데 전체적으로 연습을 조금만 더 했더라면 훨씬 더 좋은 공연이 됐을텐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공연이다.



맏형이었던 양준모의 어색한 진행 ^^
본인도 참 쑥쓰러웠겠다.
그놈의 맏형이라는 게 뭔지...
토크를 할 때 객석과 연결되는 스크린이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도 잠깐 해봤다.
그랬다면 서로 어색한 느낌이 조금 덜하지 않았을까?
관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던 것도 좀 아쉽고...
그래도 참 고생들 했다.
참 바쁜 사람들인데...

 
참 재미있었던 건 발렌타인 콘서트인데 관객들 대부분이 여자였다는 사실!
커플끼리 앉아있으면 오히려 더 어색해보이더라.
참 재미있다. 이런 모습들.
그리고 양준모, 정상윤의 <라만차>는 언제 봐도 재미있고 유쾌하다.
특히나 정상윤의 저 심하게 발랄한 산초의 모습이란!
이 두사람 언제 코믹버전에 함께 출연해도 괜찮겠다 싶다.
꼭 두 사람이서 함께!

 
남자친구에게 반지받았다는 차지연!
축하한다!
(좋을 때 후회없이 좋아해라!)
^^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19. 05:51


어제 제 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시상식이 KBS홀에서 열렸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인물들이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좀 아쉬운 건 남우주연상이 <미스 사이공>의 엔지니어 김성기가 아니라
뮤지컬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정성화였다는 사실이다.
이로써 그는 올해 2관왕의 영예를 안은 셈이다.
그리고 역시나 뮤지컬 <영웅>이 최우수작품상, 연출상을 비롯해서 6개 부분의 타이틀을 거머줬다.
올해 12월에 다시 국립극장에서 공연이 될텐데 힘이 많이 실리겠다.
개인적으로 난 이 작품이 항상 대성공이길 기원한다.
귀여운 4명의 완소남 "빌리"들도 김준수와 함께 나란히 남자 신인상을 수상했다.
예상했던 최민철이 몬테크리스트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목소리, 표정 그리고 체격 조건이 참 좋은 배우다. 그리고 독특한 목소리 톤까지...
언젠가 최민철이 하는 <스위니토트>를 꼭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 제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수상자(작) 명단

▲최우수작품상=영웅(연출 윤호진)
▲남우주연상=정성화(영웅)
▲여우주연상=최정원(키스미케이트)
▲남우조연상=최민철(몬테크리스토)
▲여우조연상=정영주(빌리 엘리어트)
▲남자신인상=김준수(모차르트) 김세용 이지명 임선우 정진호(빌리 엘리어트)
▲여자신인상=차지연(서편제)
▲인기스타상=김준수 정선아(모차르트)
▲연출상=윤호진(영웅)
▲극본상=한아름(영웅)
▲특별상=성남아트센터
▲앙상블상=키스미케이트
▲베스트외국뮤지컬상=빌리 엘리어트
▲기술상=김유선(모차르트)
▲무대미술상=박동우(영웅)
▲작곡상=김동성(남한산성)
▲안무상=서명구(올댓재즈)
▲음악상=피터 케이시(영웅)



                      <남우주연상 정성화>                                    <여우주연상 최정원>


                     <남우조연상 최민철>                                 <여우주연상 정영주>


                          <남자신인상 짐준수>                                   <여자신인상 차지연>
 

                                                  <남자신인상 빌리들 ^^>


                                        <제 16회 한국 뮤지컬 대상 수상자들>

다채로운 수상 소감들도 재미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는지 종이에 소상소감은 적어온 정성화는 
"관객들이 기대한 것은 배우 정성화의 기량보다 안중근 의사의 기량이었다” 라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최민철은 오랫동안 기다렸던 2세 탄생을 알렸고
아이의 이름을 아무래도 "최몬테"로 지어야 할 것 같다며 기뻐했다.
그 정도로 그에게 특별한 경험과 기억에 남긴 작품이라는 뜻이겠지!
<오페라의 유령>에 이어 <빌리 엘리어트>에서도 발레 선생님이 된 정영주는
(이러다 발레 선생 전문 배우 되겠다... ^^)
수상소삼에 타블로를 언급해서 이슈가 됐다.
"타블로! 나는 당신을 믿어요! You are real!"
강력한 신인상 후보였던 차지연과 김준수는 역시나 수상자가 됐고
귀여운 빌리 4명이 신인상을 함께 받았다.
4명의 빌리들의 축하 무대는 많은 박수 갈채를 받기도 했단다.
김준수는 <모차르트>라는 뮤지컬 한 편으로 뮤지컬 어워즈에 이어 정성화처럼 신인상 2관왕이 됐고
거기다가 인기상까지 받으면서 그야말로 한 편의 뮤지컬로 올 해 상복이 터진 셈이다.
거기다 뮤지컬 콘서트까지 성황리에 마쳤으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고작 뮤지컬 한 편 했을 뿐인데...)
왜 아이돌을 대형 뮤지컬에 꼭 섭외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티켓 전쟁이 나는 정말이지 무섭다 ^^

 
                                              <4명의 귀여운 빌리들의 환상적인 축하무대>

개인적으로는 몇몇 아쉬운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김성기, 조원희, 박은태, 정상윤)
<영웅>의 6관왕은 나 역시도 깊게깊게 축하한다.
올 연말에 정성화를 비롯해서 양준모, 신성록 등 새로운 안중근과 함께 막이 오를 뮤지컬 <영웅>
이번 포스터가 좀 많이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아마도 다시 한 번은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양준모 안중근이 무지 궁금해서...
일단 비쥬얼은 확실히 독립운동가 같긴 하다.
안중근 같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 해 동안 내 눈과 귀를 즐겁게 해준 모든 수상자와 수장작들에게 모두 모두 축하를...
그리고 <미스 사이공> 엔지니어 김성기씨!
잊지 마세요!
당신 올해 최고였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6. 05:55
이정열, 서범석, 박건형, 박은태, 박정환, 윤형렬, 배해선, 차지연
쟁쟁한 뮤지컬 배우 8인이 특별한 프로젝트 앨범을 만들었다.
<Intermission>
제목이 주는 의미가 남다른 가요 명반.
흔히 공연 1막과 2막 사이의 10~20분 정도 쉴 수 있는 시간을 intermission이라고 한다.
아마도 뮤지컬이라는 무대에 익숙한 이들 8명에게
이번 앨범을 만드는 작업이 intermission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바쁜 무대 공연 중에서
(정말 이들만큼 바쁜 뮤지컬 배우들도 없을 것이다)
앨범을 만들고 이렇게 3일간의 콘서트 무대까지 만들었다.
정말 몸이 많이 아팠는데도 너무 보고 싶었던 공연이라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공연장을 찾았다.

<수록곡>

01. 같은 하늘 아래 - 이정열

02. 그 사람 - 배해선 & 이정열
03. 소원 - 윤형렬
04. 바람이 분다 - 배해선
05. 서커스 - 박건형
06. 편지 - 박은태
07. 그대 내 품에 - 차지연
08.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박정환

09. 너에게 - 서범석


담겨있는 곡들은 개인적으로 한결같이 내가 과거에 참 많이 좋아했던 곡들이다.
항상 무대 위를 에너자이저하게 뛰어다니던 배우들의 감성 가득한 노래를 듣는 건... 그래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퍽이나 다정하기까지 하다.


연극 <풀 포 러브> 때문에 박건형이, 그리고 열심히 훈련병 생활중인 윤형렬을 제외한 6명이
김광석의 "나의 노래"로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워낙 화음과 발란스를 잘 맞추는 뮤지컬 배우들이다보니
조화롭게 경쾌하고 아름다웠다.
확실히 김광석의 목소리로 들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1부는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2부는 뮤지컬 넘버나 다른 가요들을 부르는 무대로 꾸며졌다.
앨범을 듣지 못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콘서트에서는 차지연, 박은태, 박정환, 배해선아 부른 노래들이 기억에 담긴다.
특히나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는 현재까지도 내가 애뜻하게 좋아하는 곡이다.
박정환이 부른 노래...
노래를 아주 썩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사람의 노래 부르는느낌이 나는 참 좋다.
기타를 치면서 노래 부를 때 확연히 달라지는 표정과 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평온한 만족감은
보는 사람까지도 부럽고 질투나게 한다.
물었다.
"기타 칠 때 많이 행복하신가봐요?"
잠깐의 머뭇거림도 없이 그가 대답한다.
"네, 정말 행복합니다"



박은태가 부른 김광진의 "편지"는 살짝 눈물이 베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차지연이 부른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는 그녀의 목소리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만들었다.
약간 끈적거리면서 짙은 여운이 남는 목소리.
배해선의 "그사람"은 정말 오래된 노래인데
(30년이 더 된 곡이란다. 근데 난 이 노랠 끝까지 다 안다. ㅋㅋㅋ)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없던 첫사랑도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그녀의 매력 ^^
참 아름다운 배우다. 배해선은.
2부에서 부른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도 참 멋졌고... 
차지연은 그날 <몬테크리스토> 낮공연을 마치고
오토바이로 배달(?)되어 콘서트에 참가했단다.
2부에서 관객을 뒤흔들며 뮤지컬 <헤드윅>의 넘버들을 열창한 후
<몬테크리스토> 막공 인사를 위해 다시 바람처럼 왔던 곳으로 배달됐다.
(후문에 그녀는 몬테크리스토 막공 무대인사에서 옥주연과 함께 엄청난 눈물을 쏟았다고 한다)
트롯트를 열창한 범사마 서범석과 박은태의 모습도 새로웠고...
나름데로 뽕짝 Feel를 연출했는데 어설프면서도 서툰 모습이 오히려 귀염성 있었다.
(서범석의 2:8 가르마와 박은태의 주황색(?) 남방은... 어쩔거야~~~)
서범석이 부른 라만차의 넘버 "impossible dream"은 잠시 그의 돈키호테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괜찮을 것 같다는 결론까지...)



<inermission> 앨범은 가수 출신 배우인 이정렬의 제안으로 시작됐고
"더 클래식" 벰버 박용준이 편곡에 참여해서 만들어졌다.
익숙한 노래를 무대 배우들의 감성으로 다시 듣는 것,
그것도 현장에서 직접 듣는 즐거움은
참 특별하고 아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몸이 조금만 덜 아팠더라면 아마 나도 힘껏 그들과 함께 열광했으리라...
개인적인 아쉬움이...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으로 앓고 있다.
오뉴월에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려 심하게 골골거리는 중.


                                                    박정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녹음 모습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7. 05:42




솔직히 이건 좀 된장할 일이긴 했지만
성스러운(?) 지방선거일에 오전 근무를 해야했다.
그 와중에 "못살겠다! 갈아보자"며 6시에 집에서 나와
새벽잠 없으신 동네 어르신들과 나란히 2열 종대로 서서 
부지런한 젊은이 소리를 들으며 성스러운(?) 투표권을 행사했다.
아마도 하늘이 감동하셨나보다.
내 선거 인생 최초로 심히 은혜롭고도 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게 정말 기적이지! ^^)
선거날 오전 근무라는 씁쓸함을 달래기 위해 예매한 <몬테크리스토>
그것도 30%라는 몹시도 은혜로운 할인율까지...
사실 5월 4일 엄기준 몬테크리스토로 인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상처를 받았기에
나름의 정화(淨化)가 간절히 필요하기도 했었다.
류정한 몬테크리스토, 차지연 메르세데스, 조휘 몬데고 라는 캐스팅이 
망설임을 현실화 시키기에 충분하기도 했고...



류.정.한.
이 사람에 대해 이제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이 사람의 무대 위 삶이 시작되면,
나는 그대로 반푼이가 되어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게 된다.
(솔직히 이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 그가 빛이요, 길이요, 생명이다...)
첫공연을 봤을 때 공연장 때문에 나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의 몬테크리스토 때문에 꾹꾹 참아낼 수 있었다.
(결코 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나는 유니버설아트센터를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찾지 않았을 것이다)
한 달 보름이 지난 지금,
류정한의 몬테크리스토는 끔찍하고 잔인스럽게 사람을 이리저리 쥐고 흔들어댔다.
결국 나는 또 다시 이 사람에게 완벽하게 놀아나고 말았다.
"이런 악마같은 배우, 세상에 또 있을까?"
특히나 1막 마지막 노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을 부를 때 느꼈던 전율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생생하고 끔찍스러울 뿐이다
류몬테가 그러라고 말한다면
몬데고도, 당글라스도, 빌포트도 단칼에 내가 다 처리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야쿠자스런 마음까지 생길 판이다.
(너희 셋, 다 주~~~거~~~~써~~~!) 



"류정한 미친 거 아냐?"
함께 관람한 사람이 혀를 내두르며 쏟아낸 감탄사.
그 순간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게 인간 맞아?"
(원초적 표현에 민망하긴 하지만 솔직히 내 심정이 딱 그랬다. 암! 인간일리가 없지! 절대로!
 또 모르지, 등딱지를 열면 에너자이저한 밧데리가 우수수 쏟아질지도...)
선거의 뒷끝이라 그랬겠지만
이 사람이 대통령에 출마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찍어야지... 이런 생각까지도 했으니 제대로 홀리긴 한 모양이다.
"문화 대통령 류정한"
그래도 일단 눈은 짝짝이 아니니까 뽀대는 제법 난다. 
(뭐 그 정도면 비쥬얼도 상당히 건전하고...) 
명확한 딕션과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표현하는 그의 목소리는 역시나 황홀경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비록 먼 곳에서 본다고 해도 목소리만으로도 표정까지 읽어내는 게 가능하다.
들음으로써 볼 수도 있게 만드는 배우 류정한의 놀라운 능력!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중독처럼 찾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때는 그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강력하고 끔찍한 마약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극심한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 몹쓸 약쟁이들은 상당히, 꽤, 무지, 엄청나게 많다.
어쨌든 그는 무대 위에서 그 날 역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충분히 찬란했고
그리고 충분히 빛이 났다.
(그래, 그는 확실히 난 놈이다...)



차지연의 메르세데스.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였노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솔로 곡은 참 아름답게 부르더라.
(단지 온 몸을 흐느적 거리며 부르는 게 영 어색해서...)
단테스와의 듀엣 곡들은 차지연의 목소리가 좀 강해서인지
옥주현 메르세데스처럼 간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사 톤이 이상하게 약간 신파조로 느껴지기도...
개인적으로는 옥주현 메르세데스가 이 뮤지컬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결론을...
대신 차지연이 "지킬 & 하이드"의 루시를 하면 정말 딱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차지연 메르세데스가 너무 자신만만한 여장부처럼 보여서였을까?
그녀는 몬테크리스토도 몬데고도 결국은 선택하지 않고
혼자 꿋꿋하게 잘 살아낼 여자처럼 보였다. (원작처럼...)
<영웅> 이후로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조휘의 모습 역시도 반가웠다.
조휘의 몬데고는 참 처량하고 절절하더라.
그는 메르세데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구하는 여린 남자였고
그 절망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거칠고 강한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최민철 몬데고에게서 느끼지 못한 "연민"을
나는 조휘의 몬데고에서 느꼈다.



2층 발코니석에서의 관람은 나에게 잊지 못할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선사했지만
공연 자체는 전체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무대 스크린과 조명에 감탄케하는 의외의 성과까지 있었다.
확실히 1층 앞좌석에서 보는 스크린과 조명은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한 2층에서의 그것과는 다른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버설아트센터 발코니석 관람은 
절대로 절대로 다시 감행하고 싶지는 않다.
(허리 제대로 작살난다...)
 


프랑크 와일드혼의 작품도 그렇지만 배우 류정한의 무대는 내겐 그렇다.
꼭 뒷심을 발휘하게 만든다.
프랑크 와일드 혼이 만드는 작품들은 일단 드라마틱하면서도 격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OST도 "must listen"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하고...
거기에 괴물스럽게 완벽히 배역을 진화시키는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가세한다면?
이겐 정말 끝장인거다.
솔직히 노래를 너무, 제대로, 끔찍히 아릅답게 부른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한 해석도 너무 탁월하고,
회가 거듭될수록 인물과 배우가 갖는 일체감이라는 게 진화 혹은 성숙의 단계 그 이상이다.

포인트를 똑똑 찍어서 말하는 대사 톤과 호흡 조절은 가히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한 번도 그가 무대 위에서 헉헉대며 숨차 하는 모습을 본 적도, 들은 적도,  느껴본 적도 없습니다.
과감한 액션 히어로가 되어 과거엔 하지 않았던 엄청난 몸쓰기를 보여주는 현재까지도 말이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숨을 쉬긴 쉬느냐고...)
부러우면 지는 건데...
차라리 부러운 걸로 끝나면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부러움이 파산으로 직결되는 게 이 몹쓸 약쟁이들의 현실인지라...
내가 당글라스도 아닌데
류몬테는 자꾸 나를 파산을 선물한다.
그리고 이건 정말이지 너무나
"공정치 못한 일" 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