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09. 7. 15. 06:37
내일이면 일본에서 살고 있는
언니네 가족들이 온다.
형부랑, 언니랑, 이쁜 조카랑
(조카라는 말은, 그리고 의미는 말랑말랑한 사랑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

같이 사는 조카들이
편지들들들(?)을 무지 많이도 써 놨다.
너무 귀엽고 재미있는 내용들.



오빠가 뭘 하고 있으면
그걸 또 빤히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동생
둘이 머리 맞대고 이 편지들을 썼을 생각을 하니
그냥 절로 미소가 난다.



두서없이 이거 저거 생각나는 그대로 쓴 편지들
순수하고 깜찍한 것들.
그냥 내 편지라고 보관하고 싶어진다.



얼마전이 자기 생일이었다고 은근히
말하는 조카녀석
언니랑 형부랑 이 편지 받으면 어떤 기분이실라나????



소개팅, 맞선 분위기에 심지어 버럭 컨셉까지
그리고 뜬금없는 퀴즈쑈도 ...ㅋㅋ
이 몸이야 이미
조카녀석들에게 단란이 된 몸이지만
형부랑 언니는
적쟎이 당황스럽겠다.
환영사 한번 거하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14. 12:41

<책도둑>의 작가
마커스 주삭
우리나라에선 <책도둑>이 먼저 출판되는 바람에
순서가 좀 이상해졌지만,
원래는 <메신저>가 먼저 발표된 소설이다.
그리고 내가 너무 좋아하는 번역가 정영목
(이 책은 절대로....절대로... 절대로....  괜찮은 책일거라는 확실한 믿음.)



내게도 이런 메신저가
와준다면 정말 좋겠다는 바램
현실에서 동화적인 꿈을 꾸게 만든다.
왠지
지금 이 자리에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뭔가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또 모르지.
나도 내가 미처 알지 못해서 그럴 뿐
누군가의 메신저, 의미일지도...

"너 같은 녀석이 일어서서 그 모든 사람들을 위해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할 수 있는 거 아냐.
 모두가 자신의 능력 이상의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 아냐."




그런 순간들,
누군가의 비밀을 품고 싶은 순간들,
혹은 내 비밀을 공유하고 싶은 순간들.
어쩌면 그 순간들은
바로 메신저들의 움직임이 시작되려는 그런 순간인지도 모른다.



무언가 이런 짧은 주소 하나로도
처음부터 차근차근 내게 다가오는 의미가 있다면...
혹 지나쳐 원망하게 될지라도
그런 메신저 하나쯤
만나고 싶다는 깊은 소망

잠시 앉아서
깊은 꿈을 꾸게 만드는 책...
내게 온 <메신저>

재미있게 마음을 사로잡는
사랑스럽고 흥미진진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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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강도, 이 자식은 글러먹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안다.
그 자식도 안다.
은행 전체가 안다.
.
.
.
.
그 순간 깨닫는다.
모든 것이 분명해지는 달콤하고, 잔인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웃음을 짓는다. 시멘트의 갈라진 틈을 살펴보며 오드리와 잠자는 도러맨에게 말한다.
당신에게 지금 하는 이야기를 그들에게도 한다.
나는 결코 메신저가 아니다.

나는 메시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7. 13. 05:56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내 심장을 쏴라


오랜만에 유쾌, 상쾌, 통쾌한 소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왠지 그 뒷맛은 좀 씁쓸하네요.

김별아의 <미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신경진의 <슬롯>, 백영옥의 <스타일>에 이어 제 5회 세계문학상을 거머쥔 소설입니다.

사이코패스, 약물중독, 조울증, 공황장애, 정신분열 등 다양한 이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이곳을 굳이 방문해주신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기는 여러분의 정신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치료하는 수리 희망병원입니다.

네, 꼭 직접적으로 말해달라면 정신병원, 맞습니다.

맨 정신으로 이 미친 세상을 어떻게 제대로 살아가느냐 반문한다면 대략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우리가 사는 세상 모두를 싸잡아 정신병동이라고 하면 멀쩡하다고 우기고 싶은 우리네 신세가 좀 거시기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두 남자를 소개해야겠네요.
부디 함께 건강한 친목을 도모하시길(특히 정신적으로 말입니다...)

문제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25살 동갑네기 두 사람은 바로 류승민과 이수명 되시겠습니다.

일단 6년의 정신분열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 분야에는 그래도 나름 베테랑에 해당되는 이수명, 18살에 가위로 목을 찔러 자살한 어머니에 대한 기억으로 가위에 대한 극심한 공포로 이발조차 거부하는 일명 장발의 “미쓰리”,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로 유산문제에 얽혀 이복형제에 의해 강제로 병원에 수용된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페러글라이딩 조종사 류승민.

뭐 그닥 정이 가는 커플 조합은 아니긴 하지만 어쨌든 이 문제적 인간 둘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입니다.

이수명은 그런데로 수리병원의 환경에 적응하며 소위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에 속합니다. 그런데 501호 동거인 중 한명인 승민이 입원 첫날부터 탈출을 시도합니다.

매번 그렇게 실패를 하면서 지치지도 않고 자꾸 사고를 치네요.

게다가 급기야 수명까지 자꾸 얽혀 경고만 늘어갑니다.

경고 네 번이면,
그 다음은 바로 OUT!  (젠장! 저 인간 미친 거 아냐????)

거듭되는 탈출의 시도, 그 끝은 보호실에서 갇혀 반인반수가 되어 돌아오는 약물폭격입니다. 초점 잃은 눈동자, 부글거리는 하얀 침,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는 두 다리와 함께...

승민은 궁금합니다.

저 또라이는 왜 저렇게 계속 탈출을 시도하는 건지....

그러다 알게 되죠.

승민이 원하는 건 단지 살고 싶다는 소망 그 한가지뿐이라는 걸.

그리고 그에게 산다는 건 자신의 인생에서 그 누구도 아닌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걸요.

승민은 망막세포 변성증으로 조만간 눈이 멀 운명입니다. 그는 자신의 눈이 완전히 멀기 전에  마지막으로 페러글라이딩을 하고 싶다는 소망만 있을 뿐입니다.

볼 수 없다는 두려움보다 다시는 날 수 없다는데 대한 분노가 더 컸던 승민.

자신이 좋아하는 그 하늘에서 눈이 멀고 싶다는 단 하나의 소망!

그것은 승민의 본능이자 의지였고,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운명을 상대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가 탈출을 시도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조용히 적응하며 살려고 하는 수명은 결국 결심을 합니다.

저 또라이를 탈출시켜야 겠다고....

승민을 탈출시키면 자신은 보호실에서 입에 개거품을 물고 깨어나겠지만 그래도 시도하기로 작정합니다.

치밀한 계획까지 세웁니다. 열화와 같은 동료 및 일부 직원의 도움으로....

원래 계획과는 좀 달라지긴 했지만 어쨌든 승민 뿐만 아니라 수명까지도 수리 희망병원에서 탈출에 성공합니다.

병원에 들어온 지 딱 100일째 되는 날에 말이죠.

탈출에 성공한 두 사람.

승민은 감춰둔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하늘을 날기 위해 수리산으로 향하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 헤어집니다.

다음날 승민의 행방은 묘연하고 수명은 수리산 아래에서 그대로 붙잡힙니다.(딱히 도망칠 생각도 없었지만....)

자살방조죄에 폭행감금(탈취한 차의 운전수)의 죄명을 추가로 달고요...


정신병동에는 두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합니다.

미쳐서 갇힌 자와 갇혀서 미쳐가는 자.

갇혀서 미쳐가는 자가 미쳐서 갇힌 자에게 말합니다.

“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라고...

어쩐지 이 질문, 참 섬뜩합니다.

그 질문을 들은 미쳐서 갇힌 자가 생각합니다.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저 자식이 ‘존재의 징표’에 대해 물은 거라면, 나는 내놓을 것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유령이었다.”

오래전 “여기”와 “거기”의 경계를 놓아버린 유령!

꿈을 꾸는 게 무서운 사람도, 현실을 사는 게 무서운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꿈속의 유령이든, 현실 속의 유령이든,

모든 건 “도망침”의 한가지일 뿐이라고 이 두 사람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네요.

그러니까 요는,
어쨌든 삶은 살아내야 하는 거란 사실입니다.

살아가는 게 아니라, 살아내야 하는 거.

비록 그 결말이 뻔하더라도, 부딪치고 신나게 깨지고 맞서고 치열하게 살아내라고요.

한 사람에 의해 다른 또 한 사람이 이제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더 이상 세상에서 도망치지 않을 사람, 그리고 그 무엇보다 자신에게서 더더욱 도망치지 않게 될 한 사람.

이 사람... 아무래도 우리가 응원 좀 해줘야겠죠?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서 소설 <내 심장을 쏴라>가 시작됐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작가 정유정!

어떻게 정신병동에 대해 이렇게 리얼하게 쓸 수 있을까 궁금했는데 전직 간호사 출신이라는 이력이 있네요. 여러 차례의 정신병동 취재와 자료 조사, 그리고 일주일간 폐쇄병동에서 환자들과 함께 생활한 체험이 글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이제 글은 머릿속뿐만 아니라 발끝에서도 만들어진다는 게 실감됩니다.

늘 그렇듯 괜찮은 책은 그걸 알아보는 사람이 있게 마련,

이 소설도 <식객>, <미인도>를 만든 전윤수 감독에 의해 지금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고 하네요. 캐스팅이 완료되는 연말쯤부터 촬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이 두 명의 문제적 인간뿐만 아니라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범상치 않는 숱한 환자들을 과연 누가 연기하게 될지 개인적으로 무지 궁금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자 열심히 캐스팅 섭외하고 있습니다.....ㅋㅋ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