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10. 12. 08:26

 

<1446>

 

일시 : 2018.10.05.~ 2018.12.02.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극본 : 김선미

작곡, 연출 : 김은영

작곡, 음악감독 : 김세용

출연 : 정상윤, 박유덕 (세종) / 남경주, 고영빈 (태종) / 박소현김보경 (소현왕후)

        박한근, 이준현, 김경수 (전해운) / 최성욱, 박정원, 황민수 (양녕대군&장영실) / 김주왕, 이지석 (운검) 외

제작 : HJ컬쳐

 

나는...

아무래도 애국자는 아닌 것 같다.

정말 많이 기대했던 작품인데 보고 난 느낌은 어딘지 헛헛하다.

"1446"이라고 해서 한글 반포 혹은 창제에 포커스가 맞춰졌을거라 생각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뭐랄까, 이씨 왕조의 가정사라고나 할까?

서울예술단의 <뿌리깊은 나무>와 비교하자면

내 취향엔 뿌나가 훨씬 더 좋다.

작품 보다는 무대가,

무대 보다는 의상이,

의상 보다는 배우의 연기가 눈에 더 들어왔다.

단, 소현왕후 김보경은 재앙이었다.

아무래도 김보경의 레전드는 "미스 사이공"이 유일한 모양이다.

(연기도, 노래도 점점 이상해서...)

넘버들도 강강강강의 연속이라 부담스러웠다.

제일 인상 깊었던 배우는 태종 고영빈,

그 다음은 김경수와 정상윤.

제목은 분명 "1446"인데 주인공이 김경수 같기도 하고...

이 작품,

포커스가 참 난해하다.

뮤지컬 보다는 퍼레이드의 느낌.

그야말로 TMI (Too Much Information)

혹시... 내가 피로해서였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12. 2. 07:55

 

 

<The Story of My Life>

 

일시 : 2015.12.01. ~ 2016.02.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 Brain Hill

작사, 작곡 : Neil Bartram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변희석

연출 : 신춘수

출연 : 고영빈, 강필석, 조강현 (토마스) / 이석준, 김종구, 홍우진 (앨빈)

제작 : LG아트센터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The Story of My Life>

개인적으로 오래 기다렸던 작품이라 망설임없이 첫공연을 예매했다.

그리고 역시나 좋더라.

잔잔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아련하고, 슬프고, 기쁘고, 애뜻하고, 안타깝고...

2010년 이 작품을 처음 봤을때의 그 느낌까지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이 작품을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그리워했다는걸...

처음 공연장에 앉았을 때면 해도 이젠 좀 무심하게 보겠구나 생각했고 실제로 그랬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는 전혀 무심해지지 않더니

saying goodbay part1에서 여지없이 무너져버렸다.

그런데...

그 무너짐이 나는 너무 편안하고 아늑했다.

그리고 앨빈도 부럽고 토마스도 부러워서 혼자 깊게 깊게 아팠다..

안으로 삭히고 삭혀고 품어지는 눈물에 비하면

겉으로 내보낼 수 있는 눈물은 오히려 쉽더라.

 

이석준 앨빈과 고영빈 토마스는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더 깊어지고 진해졌다.

결국엔 서로 마주보는 장면에서 나조차도 현실과 기억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더라.

그건 나 자신이 앨빈과 토마스 안에 함께 있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기도 했다.

내가 지금 힘들고 살고 있나...

그런 생각조차 제대로 안 하고 살아오고 있었다는걸 깨달았다.

어제 이 작품을 보면서 내게 정말 필요한건

쉼이 아니라 앎이라는걸 았았다.

안다는거,

나 자신을, 타인을 제대로 안다는게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일지...

내게도 앨런같은 친구가 있다면

살아가는 내 삶이 지금보다는 덜 힘들었을텐데...

이기적이게도 그게 부럽고 또 부러웠다.

 

SOM

솜이불처럼 포근하고 따뜻한 작품.

올 겨울은 이 작품 덕분에

작년 겨울보다 더, 훨씬 좋을 것 같다.

 

OST

 

01. Write What You Know - Tomas Weaver
02. Mrs. Remington - Alvin Kelby
03. The Greatest Gift - Tomas Weaver & Alvin Kelby
04. 1876 - Tomas Weaver
05. Normal - Tomas Weaver
06. People Carry Me - Alvin Kelby
07. The Butterfly - Tomas Weaver
08. Saying Goodbay (Part 1) - Tomas Weaver & Alvin Kelby
09. Here's Where It Begins - Tomas Weaver & Alvin Kelby
10. Saying Goodbay (Part 2) - Tomas Weaver & Alvin Kelby
11. Independence Day - Alvin Kelby
12. Saying Goodbay (Part 3) - Tomas Weaver & Alvin Kelby
13. I LIke It Here - Tomas Weaver
14. You're Amazing, Tom - Alvin Kelby
15. Nothing There / Saying Goodbay (Part 4) - Tomas Weaver & Alvin Kelby
16. I Didn't See Alvin - Tomas Weaver
17. This Is It - Tomas Weaver & Alvin Kelby
18. Angels In The Snow - Tomas Weaver & Alvin Kelby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25. 08:08


<Mama, Don't Cry>


일시 : 2015.03.10. ~ 2015.05.31.

장소 : 쁘띠첼 씨어터

극작 : 이희준

작곡 : 박정아

무대 : 오필영

음악감독 : 김성수

연출 : 오루피나

출연 : 송용진, 허규, 김호영, 서경수 (프로페서V)

       고영빈, 박영수, 이동하, 이충주 (뱀파이어) 

제작 : (주)페이지1, (주)알앤디웍스


세번째 공연되는 창작뮤지컬  <Mama, Don't cry>

초연은 모노극에 가까웠다는데 보진 못했었고

2012년 재공연됐을때 송용진, 장승조 페어와 임병근, 고영빈 페어로 두 번을 봤었다.


이번 세번째 공연은,

스토리에 조금 더 개연성을 주고 MR 반주를 사용했단다.

편곡의 한계와 풍성한 음악을 위해 선택한 방법이라는데 솔직히 아쉽긴 하다.

그렇다고 이해가 안되는건 아니다.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넉넉치 못한 제작비도 발목을 잡았을테고,

그런 상황에서 사운드에 욕심이 난다고 밴드의 수를 늘릴 수도 없었을거다.

뭐가 됐든 방법을 찾아야 했을테니 MR 활용이 최선일 수 있었겠다.

개인적으로 이번 MR이 나쁘지 않게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재연때보다 뱀파이어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프로페서V 스토리에 변화를 많이 준 것도 좋았다.

그리고 왠만해선 듣기 힘든 고영빈의 고음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특히 후반부 송용진과 듀엣으로 부른 "Mama, Don;t Cry"는 뱀파이어 고영빈의 포텐이 제대로 터져주더라.

"My name is Sara"도 그렇고...

워낙 남다른 기럭지다보니 손 하나를 뻗어도 우아하고

수트입은 모습도, 하얀 셔츠의 앞을 풀어헤친 모습도, 시스루 의상(?)도 섹시함이 가득하더라.

"나를 사랑한..."과 "이렇게 아름다운"은 정말 마성의 뱀파이어였다.

(그나저나 고영빈 배우는 살 좀 쪘으면 좋겠는데...)

예전엔 뱀파이어가 바닥을 많이 기어다녔었는데

안무에도 변화를 줘서 섹시함이 극대화가 된 것 같다.

고영빈, 박영수, 이동하, 이충주 네 명의 뱀파이어 중에서 섹시함과 우아함으로 따지자면

고영빈이 뱀파이어가 단연 top이겠다.

(거의 넘사벽 수준)


초반부에 프로페서 혼자 극을 끌고 갈때는

송용진이라는 배우의 넉살과 능청스러움에 갘탄하게 되고

뱀파이어가 등장하면 고영빈의 느낌이 너무 압도적이라 또 빠져들고....

이 바닥 연륜만큼이나 둘의 조합은 확실히 최고다.

입체감을 준 오필영의 무대도

등장인물의 동선에 변화를 준 연출도 개인적으로 재연때보다 훨씬 좋았다.

음악은 뭐 역시나, 여전히, 변함없이 매력적이고!


원래 이 작품은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뒤늦게 합류한 박영수때문에 한 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혼자 예상하기로는

아주 의외의 뱀파이어를 만나 않을까 싶다.

똘똘하고 가열찬 뱀파이어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23. 07:49

<프리실라>

일시 : 2014.07.08. ~ 2014.09.28.

장소 : LG 아트센터

극본 : 스테판 엘리엇, 알란 스콧

연출 : 사이먼 필립스

협력연출 : 딘 브라이언트

안무 : 로스 콜먼, 앤드류 홀스워스

음악 감독 : 스테판 스퍼드 머피

출연 :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버나뎃) /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틱)

        김호영, 조권,유승엽 (아담) / 장대웅 외

제작 : 설앤컴퍼니, CJ&E(주)

 

뮤지컬 <프리실라>

마성의(?) 마이클리때문에 예매를 했다가 고영빈의 매력에 빠지고 온 작품.

그러나...

쇼뮤지컬을 본다는건 역시나 내겐 힘들고 피로한 일이다.

조권 아담의 명성이 하도 자자해서 한 번 더 예매를 하긴 했는데

이렇게 피로도 급상승하는 상태라면 아마도 취소할 확률이 클 것 같다.

(회복여부를 좀 지켜보고...)

번쩍이는 화려한 LED 무대와 그보다 더 화려한 의상들.

그야말로 비처럼 남자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쏟아져 내리는걸 보자니 참 아득하더라.

2시간 내내 잠시도 쉴 틈 없이 몸과 마음을 온통 흔들어놓는다.

이 늘씬하고 쭉쭉뻗은 기괴한 언니들...

정말이지 쎄도 너~~~무 쎄다

 

사실 이 작품의 연출자가 이지나라고 확신했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마이클리를 캐스팅한 것도 그렇고

작품 자체도 딱 그녀 스타일이라 당연히 이지나 연출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연출도 안무도, 무대도 외국스텝들이 그대로 들어왔다.

이지나 연출이었다면 마이클리에 대한 지나친 애정이 화를 불러 일으킨게 아닌가 생각했을텐데

그게 아니라 사실 좀 다행스럽다.

마이클리이 연기와 노래는... 확실히 나쁘지 않다.

하지만 한국어 특유의 언어적 재미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해 배역도, 배우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건 외국인에 가까운 마이클리가 도저히 살려낼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이클리는 지금처럼 한국 무대에 계속 설 생각이라면

발음의 문제를 어떻게든 빨리 해결하던가,

아니라면 당분간은 쏭쓰루 작품 위주로 선택을 해야 할 것 같다.

무대 위에서 어눌해 보이는 마이클리를 보는건,

참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이다.

노래와 연기는 정말 정말 정말 괜찮고

또 마이클리만큼 진심을 다하는 배우도 없는데...

너무 아끼는 배우라 <서편제>도 그렇고 <프리실라>도 그렇고 맘이 많이 쓰인다.

그래서 차기작 <더 데빌>도 미리부터 걱정된다.

(쏭쓰루까지는 아니지만 대사를 최소화 했다는 이지나 연출의 말을 일단은 믿어보기로 하겠지만!)

 

드랙 퀸(Drag Queen)이라는 말,

언제부터인지 우리나라도 더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사람의 개인적인 성적 취향은 존중받는게 당연하고

타인에게 심각한 상해를 가하는게 아니라면 서로 인정하는게 마땅하다는 입장.

개인적으론 커밍아웃 자체가 아무런 이슈도 되지 않는 나라가 된다면 좋겠다.

삼천포로 빠져버리긴 했지만 이 작품.

한번쯤은 유쾌하고 즐겁게 볼 만한 작품이다.

재미도, 감동도, 신기함도 다 가지고 있다.

특히나 그 의상에, 그 하이힐에, 그 머리 장식에 그런 춤과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건,

적어도 내겐 신기(神氣)에 가까운 모습이다.

(더군다나 남자들이~~~ 와우!)

지랄 쌈쳐먹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건 정말 버나뎃의 대사처럼 사막에서 금을 캐는 정도의 경이로움이더라.

 

고영빈은 전작인 <바람의 나라> 무휼 왕자님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몸짓과 손짓 하나까지도 아주 여성스럽고 우아했다.

게다가 현명하고 용기있기까지...

(대단한 할머니야~~)

고영빈으로서는 하나의 도전이었을텐데 아주 멋졌다.

지금 받는 모든 찬사들,

충분히 받을만 했다.

신선하진 않았지만 익숙해서 능수능란했던 김호영 아담.

조권의 파격을 이길 순 없겠지만

확실히 이런 역할을 너무 잘하니 어쩔 수 없이 계속 기대하게 된다.

특히나 버스 위에서의 립싱크 장면은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입모양이 완벽하게 일치하더라.

이 장면 보면서 김호영이라는 배우가 아주 무서운 배우라는 걸 다시 생각했다.

(다른 배우들의 립싱크는 솔직히 티가 많이 났었다)

그리고 마이클리 아들로 나온 아역 이주호.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아주 귀여웠다.

아빠 마이클리와 침대 위에서 노래하는 장면은 정말 좋더라.

(정말 아들과 아빠 같았다.)

두 사람의 서로 바라보는 눈빛, 너무 사랑스럽고 예뻤다.

 

이 작품 내 취향은 아니라 몇 번씩 보게 되진 않겠지만

배우들의 힘이 요근래 봤던 작품 중에서 최고다.

심지어 마지막 커튼콜에도 모든 배우들이 성심성의껏 미쳐주신다.

커튼이 바닥을 닿는 그 순간까지 끝없이 열정적이다.

그 모습이 나는 또 주책없이 뭉클하더라.

이 쎈 언니들,

정말 제대로 일을 냈다.

 

It's so beautiful~~~!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3. 18. 08:23

<Mama, Don't Cry>

일시 : 2013.03.09. ~ 2013.05.26.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작사 : 이희준

작곡 : 박정아

안무 : 최진숙

연출 : 김운기

출연 : 송용진, 허규, 임병근 (프로페서 V)

        고영빈, 장현덕 (뱀파이어)

 

천재물리학자와 뱀파이어 이야기.

솔직히 줄거리에 대한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뱀파이어가 나오고 남자 2명이 이끌어가는 2인극 뮤지컬이라면 뭐 대략 그림이 그려졌다.

살짝 동성애적인 코드도 있을 거고,

신비주의에 싸이코스럽기도 할 것이고,

그리고 인간은 뱀파이어와 파우스트의 거래를 할 것이고,

당연히 거래의 조건은 뱀파이어가 되어 피의 축제를 벌이는 것일테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그런데 여기서 정말 궁금한 게 생겼다.

도대체 제목은 왜 "Mama, Don't Cry"지?

사실은 엄마가 뱀파이언가?

아니면 엄마 앞에서 뱀파이어어게 물리나???

나처럼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모양이다.

김운기 연출이 한 마디 했다.

" 내,외형적인 부분, 지식, 생각 등 모든 정체성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았다. 현실의 조건이 온전히 내 능력과 불일치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변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서 변화에 대한 댓가,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 마음의 표상을 상징한 제목"이란다.

아... 근데 어쩌지?

이 말이 더 어렵다!

그냥 최악 혹은 절망적인 순간에 엄마를 부르짖으며 찾게 되는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표현한 것이라고 혼자 이해하기로 했다. 

 

송용진과 장현덕 페어는,

게이 뱀파이어와 좀 가볍고 경박한 물리학자의 느낌이었다.

솔직히 고백컨데 이건 좀 절망적인 컨셉이다.

장현덕 뱀파이어는 동남아시아로 단체관광을 가면 많이 보는 게이쇼를 떠올리게 했다. 

You're Vampire가 아니라 완전히 You're Sera!... 그 느낌이었다.

(당황스럽다... ㅠ.ㅠ)

송용진 프로페서 V 는 셜록홈즈로 중간중간 빙의되는 것 같았다.

게다가 바지가 어찌나 타이트하던지 보는 내내 불미스런 사태가 발생하는 건 아닌가 불안했다.

2인극이지만 프로페셔 V에 의해 모노드라마처럼 진행되는 방식 자체는 아주 흥미롭고 특이하다.

조명을 이용한 실루엣 연출도 괜찮았고

벽에 드리우는 뱀파이어의 그림자도 묘한 신비감을 준다.

정면에 앉은 관객들은 아마도 못 알아챘겠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면 관람을 추천한다!)

너무 엉성하고 조잡한 타임머신만 빼면 무대 셋트도 괜찮았고

전체적인 조명도 아주 좋았다.

관객석 기둥을 이용해서 창문이나 나비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다.

뱀파이어의 노래로 시작되는 첫부분은 은밀함과 신비감이 느껴졌고

넘버들도 전체적으로 꽤 좋다.

그런데 뭔지?

찜찜한 이 느낌은!

아무래도 이야기의 개연성과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해서인 것 같다.

뭔가 정돈되지 못한 채 전체적으로 붕 떠있는 느낌이다.

상황과 인물에 대한 임펙트는 그런데로 괜찮은데

스토리 자체가 갖는 힘이 좀 약하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인물은

프로페서 V보다 뱀파이어!

단, 너무 자주 들락날락거려서 존재감이 살짝 가벼워졌다는 게 흠이다.

의자가 왔다갔다 하면서 등퇴장을 반복하는 걸 보고 있자니

어쩐지 정시를 알려주는  뻐꾸기 시계가 떠오른다.

아! 그리고 "pity date" 다음에 이어지는 "half man, half monster"는

뱀파이어와 프로페서의 동작이 서로 완벽하게 일치했으면 훨씬 좋겠다.

조정당한다는 느낌을 부각시키고 싶다면

정확히 한 박자씩, 절도있게 끊어서 표현했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여기서 중요한 건 딱딱 끊어지는 느낌이 꼭 들어야 한다!

그리고 뱀파이어는 조금 작게, 프로페서 V는 동작을 크게 해 줘야만 하고...

뱀파이어는 지금간츤 게이 느낌보다는

아주 이지적이면서 냉혹한 느낌이었으면 좋겠고,

프로페서 V는 순수하고 수줍음 많은 모습을 더 부각시켰으면 좋겠다.

그러면 뱀파이어로 변해 피의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훨씬 더 충격적으로 보일 것 같다.

아마도 이런 느낌의 페어를 기대한다면

임병근, 고영빈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 한 번 더 보자! 단,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꽤 괜찮은 작품인 것 같은데 뭔가가 계속 아쉽다.

산만한 전개가 탄탄한 넘버를 잡아먹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송용진과 장현덕이 아직은 충분히 표현해내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소소한 코믹의 요소를 과감히 확 걷어내고

전체적으로 더 시니컬하고 은밀한 느낌의 전달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넘버들이 훨씬 더 잘 살아날 것 같다.

좀 변화가 오길 기다려보자!

임병근, 고영빈 페어에게도 다른 모습을 기대해 보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0. 08:24

<라카지>

 

원제 : La Cage Aux Folles

일시 : 2012.07.04. ~ 2012.09.04.

장소 : LG아트센터

연출, 각색 : 이지나

음악감독 : 장소영, 김은영

출연 : 정성화, 김다현 (앨빈) / 남경주, 고영빈 (조지)

        이동하, 이창민, 이민호 (장미셀)

        천호진, 윤승원 (에두아르 딩동)

        전수경, 도정주 (마담 딩동)

        김호영, 이지송 (자코브)

        유나영 (자클린) / 임천석 (프란시스)



김다현이 <라카지>를 두고 자신의 두번째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했단다.

(첫번째 터닝 포인트는 <헤드윅>이었다고...)

일단 겉모습만 봐도 비주얼상으로는 정성화보다 김다현의 완승이다.

아기 아빠라는데 어쩜 그렇게 곱고 이쁜지...

정성화가 몸집 두툭한 약간은 수다스런 아줌마 모습이라면

김다현은 세련미 철철 넘치는 소위 말하는 청담동 사모님 분위기다.

라카지걸들의 군무도 눈에 아른거리고 또 김다현이 이 작품에 갖는 애뜻함도 남달라 다시 한 번 관람했다.

게다가 이번 관람은 마담 딩동 전수경만 빼고는 지난번과 완전히 다른 캐스팅이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김다현 앨빈이 정성화 앨빈보다 여러가지로 훨씬 좋았다.

1막 마지막 노래 "I'm what I'm"도 훨씬 더 애절하고 안스러웠다.

2막 "The best times"도 더 괜찮았고...

사실 좀 놀랐다.

김다현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던가 하고...

조지에겐 참 사랑스러운 아내였고

장미셀에겐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한, 아들에게 한없이 인내하고 지켜주는 엄마였다.

김다현의 앨빈은 천상 딱 여자였다.

아름다운 여자가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니

저절로 무장해제가 된다.

아름답다. 이 여자!

(이건 정성화 앨빈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고영빈 조지는 지금껏 내가 본 그의 작품 중 가장 편하게 관람했던 작품이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영빈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매번 어떤 강박증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라카지>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춤추는 모습도 편안해보였고

김다현 앨빈과 대사를 하는 장면도 편안해보였다.

아마도 고영빈에게도 이 작품이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륜이라는 건 확실히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남경주같은 능청스러움과 단단함을 느끼기엔 아직 부족했다.

(뭐 아버지 역할을 하기엔 고영빈이 좀 애매한 나이이긴 하다)

그래도 고영빈의 편안함을 봤다는 게 어딘가!

앞으로 고영빈이라는 배우가 좀 대담(?)해지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김다현만큼 기대를 많이 했던 김호영 자코브!

개인적으로 <라카지> 초연은 참 의외의 결과를 내게 안겨줬다.

자코브는 누가 봐도 딱 김호영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배역인데

이게 또 나는 이지송의 훨씬 더 재미있고 특색있고 좋았다.

아마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에 대한 놀라움도 있었겠지만

이런 류의 김호영 연기 대한 일종의 식상함일 수도 있겠다.

(그도안 김호영이 이런 류를 좀 많이, 그것도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하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아름다운 청년이 빨리 군대를 다녀왔음 좋겠다.

 

이동하 장미셀은 무난했고,

(철없는 스무살 청년의 모습은 이창민이 더 어울리긴 했지만)

딩동 부부는 좀 위태위해했다.

아무래도 전수경은 점점 뮤지컬 배우의 색깔이 모호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관람에서 기억나는 거라고는 말춤밖에 없으니....

대사나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노래가 이상할만큼 불안정히다.

목 상태가 심각한건가????

 

그래도 역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라카지걸들이다!

발에 역기를 매달고 춤을 추는 기분이라고 했던가!

엄청난 에너지 소모일텐데 다들 대단하다.

특히나 1막 후반부 라카지걸들의 쇼는 정말 환상 그 자체다.

노래없이 10여분간 춤으로만 이뤄지는 이 장면은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도 나온다.

앨빈의 노래에서 이어지는 장면.

메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떠올리게 블랙 스완의 그로테스크한 춤은

무희(?)들의 섬득한 표정과 함께 괴기스런 춤동작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기다 현란한 캉캉춤은 또 어떻고...

사실 <라카지>를 다시 관람한 이유의 90% 정도는 이들 라카지걸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존경스러울 정도다.

이들의 모습이 사실은 앨빈의 모습보다 더 비애스러웠다.

그래도 앨빈은 남편도 있고, 아들도 있고, 그리고 드랙퀸이라는 명성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라카지>를 앨빈의 이야기가 아닌 라카지걸들, 그들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막공을 하루 남겨놓고 다시 본 <라카지>

즐거웠고 유쾌했지만 또 그만큼 서글펐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종류의 소수자가 떠올라서...

왜냐하면 나도 뭐가 됐든 소수자에 해당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29. 06:05

초연때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뮤지컬 <Story of My Life>
재공연 후 두번째 관람이다.
첫번째 관람은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엘빈.
초연때보다 노래를 많이 낮춰 불러서 솔직히 놀랐다.
아무래도 류정한 말고 다른 배우들에겐 버거웠던 음역대었던 모양이다.
좀 낯설긴 했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아름답다.
재공연 관람 첫번째 고려 대상은 이창용 앨빈이었다.
그 다음 카이 토마스가 궁금하긴 했는데 여의치가 않아 고영빈 토마스로 봤다.
(나중에 카이 토마스를 보려고 했는데 어느 틈에 출연진에서 빠져있더라)

두 번째 관람은 완전히 새로운 페어!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
미안한 말이지만 정동화는 관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뮤지컬 <셜록홈즈>에서 조강현의 목소리와 연기에 놀라서 뒤늦게 이 작품에 합류한 그의 토마스가 정말 너무 많이 궁금했다.
28살이면 아직 시작 아닌가?
연습이든, 재능이든 분명히 뭔가가 있는 배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외모에서도 그렇고 언듯언듯 류정한 토마스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확실히 표현은 서로 다르다.
류정한 토마스가 잰틀하고 때때로 귀여운 작가였다면
조강현은 토마스는 약간은 성마르고 예민한 그래서 안스러운 작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같은 배역을 배우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류정한, 조강현 두 배우가 해석하고 표현한 토마스 모두 나는 좋았다.
세련되게 노련한 류정한의 토마스와 
조심스럽지만 강단진 조강현의 토마스 모두.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조강현의 토마스에서는 외모부터 언듯언듯 류정한의 모습이 스친다.
미니미 혹은 아바타의 개념이 아니라 선배의 장점을 받아서 재창조한 느낌이랄까?
노래 부를 때 생소리를 내는 걸 다듬는다면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는 배우다.
감정과 표정도 참 좋았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의외의 인물은 정동화 앨빈이다.
지금껏 나는 이창용이 앨빈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 생각을 정동화가 바꿔놨다.
전작 <스프링 어웨이크닝>를 보면서도 그의 연기에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SOML에서 정동화가 표현한 앨빈은 감동적이었고 따뜻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석준 앨빈처럼 과장이 심한 찌질한 어른아이가 될수도 있는데
(이창용은 바르고 성실한 순수청년 이미지에 가깝다)
정동화 앨빈은 과장스럽지도 그렇다고 철없지도 않았다.
그래, 딱 유령같았다고 해두자.
공포감을 뺀 유령, 일종의 수호천사 같았다.
(정말 천사 클라렌스였을까?)
표정과 행동, 그리고 어투까지 감동적이었다.
진심으로 정동화 앨빈때문에 몇 번 울컥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보고 싶다.
이 두 사람의 페어를!



<Story of My Life>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고 격하게 아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속 공연하는 전용극장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나는 <SOML>이 너무나 좋다.
이번에 관람하면서도 내용을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설마 울게 될까? 싶었는데
여지없이 또 눈물이 나더라.
어쩌면 그 눈물은 불같은 질투의 다른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토마스와 앨빈의 우정이 너무나 탐나서 할 수만 있다면 훔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토마스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앨빈 또한 될 수 없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보면서 불같은 질투에 휩싸일 수밖에...

토마스와 앨빈처럼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챕터 하나하나씩을 뽑아 들면서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면 좋겠다.

이야기에 이야기에 이야기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9. 06:14

난 정말 이 작품이 너무나 좋다.
사랑스럽고, 이쁘고 그리고 애뜻하다.
서글프게 아름답고 눈부시게 따뜻하고
너무 포근하고 깊은 꿈처럼 행복해 영영 그 잠에서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 많이 좋고 좋다.
꼭 양지바른 곳에 앉아 천천히 녹는 눈을 혼자서만 독차지하고 대면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시 공연이 되면 캐스팅이 누가 됐든간에 어쨌든 꼭 봐야겠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내 기다렸는데 고맙게도 다시,
그것도 겨울을 지나는 시간에 올려진 <The story of my life>
"스옴마" 폐인을 양산할만큼 초연때도 참 많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초연때는 류정한-이창용 페어로 1번, 류정한-이석준 페어로 또 1번,
이렇게 두 번을 봤었다.
올해는 고영빈과 카이가 새로운 토마스로 무대에 서고
이석준과 이창용이 작년에 이어 앨빈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간 뒤늦게 합류한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까지...
(내가 살짝 기대하고 있는 New face ^^)

고영빈-이석준, 카이-이창용, 조강현-정동화.
주로 이렇게 페어가 나뉘어지는 것 같은데
나는 절묘하게도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앨빈으로 봤다.
(초반엔 이런 조합이 좀 있더니 점점 갈수록 크로스 캐스팅이 거의 없다. 카이-이석준을 한번 보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초연때 류정한-이창용 페어가 너무 괜찮았었고
그때 받은 이창용 앨빈의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참 대선배와 함께 공연하는거라 긴장도 됐을텐데 앨빈역을 너무 잘해서 무지 이뻤다.
이석준 앨빈은 좀 순화해서 표현하면 어른아이같아서 보면서 좀 민망했다.
노래를 너무 힘겹게 부르는 것도 안스러웠고... 
<레인맨> 이후 한동안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고영빈의 컴백작.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뮤지컬 배우 고영빈에게 노래에 대한 기대치는 그닥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영빈 토마스를 챙겨본 건,
연륜과 느낌을 믿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1년여 동안의 떠남이 뭔가 그에게 남긴 게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런 것들이 이 작품과 참 잘 맞지 않을까 싶었다.

 



고영빈 토마스는 초반엔 조금 조급했다.
특히나 노래를 부를 땐 박자를 살짝 앞서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게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왠지 의욕적으로 보여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고영빈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에서 갖는 매력(?)이라면
능숙하고 편안한 노련함보다는 의외의 신선함인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배우 고영빈에게 오랫 연륜에서 비롯된 노련함을 꼭 보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창용 앨빈은 내가 기대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이창용이 선배 고영빈을 이끌고 가는 게 확실히 보인다.
아마도 배우 이창용에게 스옴마는 평생 그의 손가락에 꼽히는 몇 안되는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확실히 초연때보다도 한층 편안하고 여유롭다.
<The Stroy of My Life>라는작품이 한 배우를 멋지게 성장시키는구나 싶어 왠지 흐뭇하고 대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때와 어쩐지 좀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넘버들 음이 전부 한 음씩 다 낮아져서 그랬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류정한 토마스의 역량과 흔적이 느껴진다.
덕분에 배우들은 별로 힙겹지 않게 넘버를 부를 수 있게 되긴 했다.
(그래도 또 다시 보고 싶다. 류정한 토마스를...)

 

<The Stroy of My Life>와 <Thrill me>
젊은 남자 배우들이라면 꼭 하고 싶은 작품.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참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2인극 두 작품!
너무 좋은 건 올 겨울에는 이 두 작품을 전부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덕분에 올 겨울엔 버티기가 한결 수월하겠다.
딱 스옴마의 넘버 그대로다.
2011년은 2010년 보다 더, 훨씬 좋았어요...

<1876년>

1876년!
자동차도 없고  라디오나 TV 영화 다 없던 때였죠.
또 지금은 없는 병들도 많은 때였는데
그 때 누가 쓴 이야기를 우린 아직까지 읽어요.
1876년!
화장실도 없었고 또 지금과는 엄청나게 달랐었데요
매일매일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와도
그 옛날에 쓰여진 글이 살아있어요.
난 책은 그저 글씨뿐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이 책을 읽을 땐 톰 소여가 보여
한번 나타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아.
긴 세월을 넘어 영원토록 남아있어.
언젠가 이런 얘길 쓰는 게 내 꿈이죠.
1876년 작은 촌에 살던 한 사람이 이 모든 모험을 적었죠.
그 모험들에 숨을 불어넣어줬기 때문에
76년은 75년 보다 더, 훨씬 좋았어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8. 14:39
지난주에 봤던 바람의 나라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두 조카를 데리고 (중3, 고2) 다시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을 찾았다.



1층 넓은 로비에서 만날 수 있는
하얀 토끼, 빨간 토끼...
얘들 뭐하고 있나 싶어 웃음이 나오기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 둘러본 예당 주변
특히 하늘이 너무 눈부셔 오래 바라봤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하늘 길....
하얀 그 길을 쫒는 눈길의 자유.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조금은 공포스런 조형물,
그리고 자유소극장에서 한창 공연중인
탐나는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오늘의 캐스팅 배우.
그리고 고모와의 데이트를 기꺼이 받아들여준
기특한 다 큰 조카들.
(이놈들 여기에 사진 올린 거 알면 식겁하겠다.... ^^)
시험을 앞 둔 조카들에게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다.
많이 즐거워하고 좋아해준 조카녀석들이 그저 고마울 뿐.



공연 후에
선착순 100명 제한 싸인회가 있었다.
커튼콜 시작과 동시에 큰 놈이 달려가 줄을 서서 싸인도 받았다.



무휼 "고영빈", 혜명 "홍경수",  괴유 "김산호"
작은 놈이 싸인을 받을 때마다
큰 놈이 쫒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사진을 찍어줬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저 고모는 뒤에서 미소만 가득....
(조카 녀석은 자기가 다 얼큰이로 나왔다고 속상해한다... ^^)



공부하느라 지친 조카들에게
잠깐의 휴식이 된 것 같아
왠지 내 맘이 뿌듯하다.



몸의 언어로 말을 대신한 
고구려 대무신왕 "무휼" (적목 현상 심해 개인적으로 내가 미안.....)
약한 왕이 되지 않기 위해 당신이 흘린 눈물.
왕이기에 모든 걸 버려야 했던 사람.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혜명"
당신의 명림숲으로 나도 당신 찾아 가보고 싶었답니다.
"새타니"의 굿판 속으로...



하늘 사람 "괴유"
전쟁터에서 당신의 칼 솜씨는 바람 같았어요.
매력적인 그래서 더 슬펐던 전사.

그리고
여전히 너무도 멋진 뮤지컬
<바람의 나라>
다시 보면서도 그 떨림에 가슴 서늘했다.
역시.... 좋았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21. 22:02
비오는 토요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을 찾다.



오랫동안 너무나 기다리고 보고 싶었던
뮤지컬 <바람의 나라>



매번 보고싶어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항상 인연이 없었던 공연



내가 선택한 캐스팅
<바람의 나라> 초연부터 계속 "무휼"을 살아낸 고영빈
그의 댄디한 작품만 봤던 나로써는 그의 무휼이 미스터리다.
<오페라의 유령>의 히어로,
양준모의 "해명"!
아비의 뜻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동생 무휼의 머리 위에 얹힌 비운의 태자
연극 <아일랜드>로 정극을 경험한 그의 변화도 궁금하다.
그리고 <쓰릴미>의 그, 김산호
역시 댄디한 이미지가 강한 김산호라는 배우가 강인한 천상의 무사 "괴유"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결론은,
숨쉬는 게 아까울 만큼
그리고 인터미션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소름끼치게 아름답고 황홀했다.



무대 뒤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에니메이션 배경들.
절대로 한순간도 유치하지 않았고
극의 내용에 맞게 너무나 충실하게 변화를 줬다.
조명, 음향, 음악, 의상 모든 것이
내 눈과 귀, 그리고 심지어 생각과 숨,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잡아 먹었다.



서울예술단의 작품들은
역시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는 믿음감!
혜암역의 고미경, 이지역의 도정주, 연비역의 박석용
그들이 받쳐주는 무대는 그야말로 든든했으며 환상 그 자체였다



예전엔 "무휼"이라는 배역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고,
그래서 배우로써는 별로 탐나지 않는 역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지 대사와 노래가 없더라도
몸짓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생각을 품는다.
"무휼"이라는 역할!
남자 배우라면 정말 탐나는 역할이겠구나 하고....



"괴유"
후반부 20여분 동안 펼쳐지는 전쟁씬은 한마디로
괴유의 난장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야말로 임펙트 강한 역할.
그의 거친 숨소리마저도 끔찍하게 아름다웠다.
군주를 위한 충성심
그리고 소름끼치는 맹렬함까지!



김진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우리 작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의 의무보다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이 담기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소홀하게 다룬 부분들이 한 군데도 없을까?
원작 만화를 이용한 배경과
클래식, 락, 힙합, 테크노, 클래식,
그리고 국악을 넘나드는...
음악적인 성찬만으로도 배가 부르고도 남는 작품!
(특히 이 작품의 메인 테마는 드라마 <하얀거탑>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쓰였단다)
웅장하고 아름답다.



게다가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던 조명,
그러면서 극 내내 끊임없이 말을 전달하던 조명,
모든 게 꿈을 꾸는 느낌이다.
결코 깨고 싶지 않은 꿈.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 할지라도
진심으로 그곳에 나도 있고 싶었다.
하늘 나무 위 혹은 하늘 나무 아래
그들이 꿈꾸는 "부도"에....



막으려해도 피할 수 없는 일
독을 품은 꽃이 씨를 뿌리네
그 꽃이 결국 활을 쏘네
운명은 눈감지 않으리.

피지 말았어야 할 꽃이여!
독을 품어야만 할 꽃이여!
칼날 위를 걸아가는 자여!
활을 뽑아야만 하는 자여!


내겐 너무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작품
<바람의 나라>
그 꽃이 결국 나에게 활을 쏜다.
가슴 한 복판을 향해
그대로 꽃.힌.다....
정..확..하..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