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09. 10. 9. 06:33
사이코 서스펜스, 미스터리나 수사물에 강한 일본
가끔 생각한다.
그들의 뭔가가 우리와 다른지를...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낙원>을 읽으면서도 느꼈던 점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3권, 2권씩 만들어 내는 나라,
그것도 각각의 권수 하나도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온다 라쿠의 약각 신비주의적인 소설들도 그렇고......

오기와라 히토시의 <소문>
우연히 지하철 신문에 난 광고를 보고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WOM(Word of Mouth:입소문 마케팅)이 모티브인 소설
"WOM의 규칙"
통상적으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2.5명에게 입소문을 내게 되면
한 달이면 10만 명이 그 소문을 듣게 된다는...
몇 년 전에 등장한 새로운 마케팅 이론 (엄밀히 말한다면 결코 새로운 이론은 아니지만...)
기존의 TV나 잡지 같은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용어
현대는 WOM 마케팅 시대!



신제품 향수 뮈리엘를 홍보하기 위한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제품에 대한 소문을 은근히 슬쩍 퍼뜨린다.
유행에 민감하고 남다를 감각을 가진 특정지역의 여고생이 그 대상자.
"한밤중에 시부야에는 뉴옥에서 온 살인마 레인맨이 나타나서
소녀들을 죽이고 발목을 잘라 간대!
하지만 뮈리엘을 뿌리면 괜찮대!"
소문의 내용을 이렇다.
그런데 실제로 이 소문과 똑같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10대의 소녀 3명이 차례로 발목이 잘린 시체로 발견되는...
이야기를 크게 두 개의 축으로 진행된다.
수사를 진행하는 고구레 형사 주변과
향수 마케팅을 기획한 대기업 광고회사 직원 나시자키 중심으로.



희생된 소녀들의 공통된 특징.
그녀들의 방에서는 비슷한 냄새가 감지된다.
향수 뮈리엘의 향.
그녀들의 공통점은
모두 뮈리엘 향수 모니터링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사실.
입소문의 근원지를 따라가는 수사의 과정
그리고 의심의 축이 되는 홍보 기획사 컴싸이트 여사장의 은밀함.
이 소설은,
WOM이 일종의 negaitive approach로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일부러 제품이 결점을 드러내 눈길을 끌거나
그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 공포심을 조장하는 접근방식
기발한 마케팅 이론의 침투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다분히 엽기적이며 때로는 협오감과 불쾌감까지도 남기는 일본의 사이코 서스펜스 소설.
그러나 이 소설은 그런 재미와 충격으로만 읽히지는 소설은 결코 아니다.
사건의 전개와 최후의 기막힌 반전까지
스토리의 짜임새는 마지막 한 장까지 긴장감을 품게 한다.
"죽이고, 추적하고, 찾아내고, 해결하고.... 혹은 반전의 한마디를 남기고..."
일반적인 서스펜스의 구조를 아주 충실히 따라가고 있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독특한 재미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케팅 이론의 기막힌 적용까지...
어떻게 소설 속에 WOM과 negaive approach를 연결시킬 생각을 했을까?
그 접근이 무척 신선하고 참신하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기나오싹" 한 이야기 ^^

* 기나오싹 : 기분 나쁘고 게다가 오싹하다는 뜻으로 이 책에서 형사의 딸 나쓰미가 스스로 만들어서 사용했던 단어.
                 이야기 결말에서 반전의 단어로 쓰이는 결정적 한 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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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책거리2009. 9. 25. 06:17
 <나가사키 파파>- 구효서


나가사키 파파

 

오늘 소개할 책은 <나가사키 파파>입니다.

작가 구효서님은 1958년 생으로 신춘문예를 통해 1987년 등단해서 20 여년 동안 정말 많은 소설을 발표한 분입니다.

<카프카를 읽는 밤>,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마디>,  <그녀의 야윈 뺨>,  <물 속 페르시아 고양이>, 
<악당 임꺽정>, <낯선 여름>...

한 때 정말 열심히 찾아 읽던 소설가 중 한 분이었습니다.

<나가사키 파파>는 그가 6년 만에 선보인 장편소설입니다.(중간중간 중단편들은 계속 발표했었지만요)

기대했냐구요? 물론 기대했죠.

그리고 역시 기대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구요.

여성의 문체를 보는 듯한 따뜻함이며 디테일한 섬세함, 그리고 어떤 한 순간을 포착해서 멋지게 서술하는 그만의 특성들을 아주 맘껏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답니다.

이분의 단편들을 모아서 만든 아주 유명한 영화도 있는데 혹시 아시나요?

바로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죠.


소설의 주인공은 일본 나가사키의 음식점 '넥스트 도어'에서 일하는 21세 한국인 “한유나”입니다.
그녀는 친부를 찾으려는 일념에 바다를 건너 지금 이곳 나가사키에 있습니다.

어머니는 그런  그녀에게 아버지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조금은 철없는 메일을 보내옵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의 아버지 찾기라는 가시적인 목적에, 그녀 주변 인물들의 사연과 어머니의 메일을 통한 과거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바리데기>라는 전형적인 “아비 찾기”의 신화 원형을 이야기의 뼈대로 채택하고 있지만 결국은 그 원형을 벗어나 “자아 찾기”로 결말을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유나의 직장 동료들은 대부분 일본 사회의 주변적 존재들입니다.

일본 원주민 '아이누' 출신으로 자폐적 삶을 살아가는 일급 요리사 “쓰쓰이”.

부락민(천민 집단 거주지) 출신 여성을 사랑하는 식당 지배인 '“오오카”.

'조선' 국적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불화를 겪는 재일동포 3세 “미루“ 언니.

이상하게 착하고 만만한 스무 살의 퀴즈왕 “히데오”

세상의 온 벽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홀 담당 “기구치”.

엄마가 보고 싶어 눈물짓지만 죽어도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중국인 “아이코”.

그동안 숨겨왔던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과 '출생의 비밀'을 이메일로 털어놓는 철부지 엄마 박성희도 소설을 이끌어가는 또 다른 화자중 한 명입니다.

그녀의 남편 한빈, 그리고 한유나가 찾아 나선 또 따른 아빠 정민태.


궁금했습니다.

왜 <나사사키>란 지명을 차용했을까 하고요.

그래서 찾아봤죠. 그리고 나서 이해가 됐습니다.

<나가사키>는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일본 주류사회로부터 배척받는 이들의 삶터가 된 곳으로 일본 개항 역사의 시발지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즉 모든 인종들이 혼합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바로 나가사키였던 거죠.

일본의 순혈주의에서 배척당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아웃 사이드적인 장소.


이 소설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오랜 길을 통해 오히려 아버지라는 개념을 해체하고 자신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작가의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겨 볼까요?

"소설에서 뭘 드러내고 그러면 재미없어질까봐 (메시지를) 꼭꼭 누르긴 했지만 작품 속에서 조금씩 흘러나왔을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로 대표되는 혈통, 고향, 넓게는 민족, 인종 등 테두리 짓고 공통의 정체성을 강요하는 것들에 대해 다루고 싶었다"고...


“스물한 살, 나를 충동한 것은 결국 방황이었다!”

소설에 나오는 대목처럼 정말 그럴 때가 있습니다..

“사는 게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싶을 만큼, 모든 게 만만해지며 터무니없이 행복해지는 순간, 사각형 투성이의 공간도 더 이상 답답하지 않는 순간”이..

주인공 한유나는 생각합니다.

“더 이상 헤매지 않으려면 또 다른 아버지와 가족과 고향을 찾을 게 아니라, 나를 찾아야 하는 거 아닐까.”라고요.

아버지와 가족과 고향과 나라와도 무관한 나. 기대면서 닮고, 닮아서 군림할 수밖에 없게 될 나로부터 도망친, 전혀 다른 이름의 나.

그녀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나>를 찾지 않는다면 어떤 아버지를 찾던 그 아버지를 잃게 될 거라는 거, 아니 결국 스스로 찾은 아비를 버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요.


그렇다면 <아버지>란 여기서 결국 내가 품고 있던 옹졸한 꿍심의 다른 이름이었던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내 불확실성이 나 때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아버지 때문이었노라 밀어붙일 수 있는 아주 그럴 듯한 보호막이 아버지였던 거죠.

“퓨전”이라는 말을 많이 들으시죠?

별개의 재료들이 합쳐져 제3의 다른 어떤 것으로 재탄생되는 퓨전의 신비,

이 책에서도 그런 퓨전의 냄새를 맡을 수 있습니다(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이질적인 사람들이 이곳 “넥스트 도어”에  모여 있습니다.

실제로 주인공은 이들을 가족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서 새롭게 만들어진 가족은 혈연과 지연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가족의 의미를 파괴하고 해체하는 그런 형태의 가족입니다.

아마도 주인공은 그 세계에서 더 큰 아버지를 찾게 되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제가 일하는 곳에서 또 다른 형태의 가족을 만나서 많이 변할 수 있었음을 고백하게 되네요.

누구든 그럴 때가 없겠습니까!

나를 파괴하고 싶고, 철저하게 해체하고 싶고, 내가 내가 아니길 꿈꾸는 그런 때.

해답은 아닐지언정.

그래도 이 책은 공감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공감 또한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9. 06:17
한.일 문화예술교류를 위한 뮤지컬.
한국과 일본의 뮤지컬 배우들이 한 무대 위에서
각자의 언어로, 혹은 상대방의 언어로 노래하고 대사하는 모습...
낮설다. 그리고 뭐랄까 왠지 촘촘하지 않다는 느낌?



하지만 민.영.기
그가 선택한 작품이었기에
참 많이 궁금했었다.
그리고 기다렸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노인 "동진"을 연기했던 일본 배우 카나오.
눈빛이 정말 과거의 어느 한 때에 멈춰있는 것 같다.
대사 없이도 존재감을 주어야 한다는 거,
배우로선 참 힘겨운 작업이지 않을까?



"미와" 역의 일본배우 하츠네...
글쎄 일본에선 어느정도 입지의 배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인지도가 있는 배우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민영기의 파트너로는 어울리지 않아 속상했다.
두 사람의 듀엣 곡들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보조가 맞춰지고 있지 않다는 느낌.



"동진"의 민영기는....
훌륭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훌륭하다고 말하기엔 작품과 무대가 너무 틈이 많이 보인다..)
배우로썬 참 이뻤다.
조명 아래 흘리는 땀 방울들, 그리고 여전했던 소리의 선명함과 열정.
그러면서도 자꾸 궁금해진다.
뭐였을까?
그가 <침묵의 소리>를 선택한 이유가.



김수영의 시 <풀>을 인용한 노래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동요적인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실제로 이 시로 동요를 만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바램을 갖는다.)
동요 <반달>과  <비행기>의 삽입도 그렇고...
특히 동진의 귀환 편지를 받고 히로시마역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와가 서성이고 있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지기전 아이가 불렀던 동요 <비행기>
일본어로 불렀는데도 느낌이 너무 좋다.
(아무래도 나는 피터팬 신드롬인가보다. 크고 싶지 않는 욕망, 아이로 남고 싶은 욕망....)



꼭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던 한 남자
결국 살아는 남았지만 돌아가지 못한, 아니 돌아갈 곳이 없어진 그 남자는 말을 잃는다.
고향같은 가야금 소리에 의지해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며 살아내는 그 사람.
90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담고,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었던 뮤지컬.
줄거리는 있지만 명확한 내용을 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그래서 아직은 부족함이 더 많은 뮤지컬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부족함이 보완될지는  미지수로 남긴 하지만....
그런데 왜 테라피 뮤지컬이지?
(도대체 무슨 치료들을 하신 건지.....)



배경과 조명이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코믹하기까지 했던 어머니와 미와의 등장.
90분 내내 거의 변화가 없었던 무대(엔딩에 딱 한 번 옆으로 살짝 움직이더라....)
치열하지도 절박하지도, 그리고 간절하지도 않았던 전쟁 장면.
처음 시작 장면에서 초라히 떨어지는 나뭇잎들,
중간쯤 뒷 배경에 날아다니던 한 쌍의 학을 보여주던 무대 스크린.
좀 충격적이다.(왜 그러셨어요~~~~?)
그것보다 더 완벽하게 충격적이었던 건,
엔딩 장면에서 남여 주인공이 "입고"가 아니라 "덮고" 나온 의상 (이걸 의상이라고 해야 하나?)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짝이 죽어도 남은 한마리는 끝까지 절개를 지킨다는 학.
국경을 넘은 그들의 사랑을 학에 담아 표현하고 싶었던 건 백만배 이해하겠는데.
한지로 붙인 듯한 상당히 푸닥거리스럽던 옷과
심지어 상당히 깡충하기까지한 길이.
"기억해주세요. 우리 사랑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그 덮개(?)를 보는 순간 실소를 머금다.
내겐 분명 확실한 반전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영기가 부르는 노래에 두 번 찡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사람은... 
무대에 서면 이쁘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8. 20. 05:45
2009년 9월 24일 개봉하는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
김명민 주연의 <내사랑 내곁에>와 함께
무지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던 작품
<와니와 준하>, <분홍신>을 만든
김용균의 감독의 새 영화
조승우와 김용균 감독의 인연은 2001년 <와니와 준하>가 그 시작이었다. ( ---> 참 좋은 영화였는데....)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조승우의 영화 중 하나.
<후아유>와 <와니와 준하>, <H>, <클래식> ^^

 


연기 정말 잘하는 두 배우가 만났다.
수애와 조승우...
조선의 마지막 황후이자 비운의 여자였던 명성황후
그리고 그녀를 지키는 호위무사의 숨겨진 이야기

 

세상에 존재를 알리지 않은 채 자객으로 살아가던 "무명(조승우)"은
어느 날, 목표물을 제거하기 위해 찾은 곳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피로 물든 자신의 삶과 너무나 다른 여인 "자영(수애)"
그녀를 보게 된 무명.



하지만 그녀는 이미 황후로 간택되어 궁으로 들어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며칠 후,
고종과 자영의 혼례는 예정대로 치러지고,
무명은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그녀를 곁에서 끝가지 지켜주리라 다짐하고 호위무사의 길을 택해 궁으로 들어가는데....



무명과 자영의 삶.
왜곡일지라도, 단지 영화일지라도
정말 역사의 어느 한 때에 
비밀처럼 스친 그런 기억 있었다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어 본다.
비운의 여인에게 잠깐이나마
그런 가슴 뛰는 설렘이 있었기를....



영화 개봉을 기다리며,
쓰러져가는 조선의 마지막 국모 명성황후의 삶보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여인이고팠을 여린 민자영의 삶이 떠올라
왠지 아득해진다....



조승우가 출연하는 영화의 특징 하나!
뮤지컬 배우 혹은 연극배우가 꼭 나온다는 사실!
이번에도 대원군의 일급 무사 역에 뮤지컬 배우 최재웅이
고종역에는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천재 지휘자 정명환으로 유명해진 연극배우 김영민이 출연한다.
두 분 다 참 연기 잘하는 배우이자 무대에서 빛이 나는 배우들이라
이 영화가 더 기다려진다.
그리고 대원군 역에는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 천호진.
추석 개봉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어쩐지 억울해지려고 한다....


          대원군 : 천호진                       고종 : 김영민                       무사 : 최재웅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8. 15. 19:31
<냉정과 열정사이>를 함께 섰던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두 작가가
<냉정과 열정 사이>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다시 함께 소설을 펴냈다.
(여태껏 알고 있던 공통집필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글쓰기라 은근히 파격적이기까지 했는데....)
<냉정과 열정 사이> 그 이전의 이야기라고 할까?

<좌안> 그리고 <우안>
아주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면서도
서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마리와 큐.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



인생과 인생 사이에는 강이 흐릅니다.
내가 늘 이쪽에서 살아가듯이 그리고 당신이 저쪽에서 살아가듯이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볼 수 없습니다.
시작은 같은 장소였음에도
강은 시간과 함께 하류로 나아갈수록 점점 넓어져서 우리를 멀어지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나는 우안(右岸)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좌안(左岸)에서 살고 있습니다.
같은 지구에 존재하는데도 나는 좌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릅니다.
인간의 수만큼 많은 강변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늘 강변에 서서 당신이나 만날 수 없는 가족, 친구들을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였을까?
그럴 수도 있고 결코 아닐 수도 있다.
기억을 잃어도 끊어지지 않는 관계
결코 연인이 될 수 없지만 늘 함께인 관계
soul mate라는 말로도 설명될 수 없는,
어쩌면 영원히 이해되지 않는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모든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두자.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두 책.
그리고 두 명의 남녀 베스트셀러 작가!
에쿠니 가오리!
그녀의 섬세한 감성과 내면표현은 참 쉽고 아름답다.
그래서 그녀가 표현하면 일탈도 편안하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랑에 헤매는 마리라는 여자,
그녀의 전 생애를 관통하는 일탈도
그래서 내겐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다가온다.
불쌍함이나 도덕적 잣대를 들어대기보다는 긍정하고 인정하게 되는 심정.
에쿠니 가오리가 창조한 인물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 같다.
어쩌면 내 내면의 투영으로 인한 소박한 응원도 있었으리라.

츠지 히토나리!
작가로 활동할 경우에는 츠지 히토나리라는 본명으로
가수, 영화감독으로 활동할 경우 츠지 진세이라는 이름을 쓰는 남자
그랬었나?
왠지 그의 글들이 예전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내 기억속 이 사람은 참 따뜻하게 감성적이었는데....
<우안>의 츠지 히토나리는  멀리 떨어져 있는 서술자같다.
왠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느낌.
왜 그는 큐에게 충분히 다가가려 하지 않았을까?
4권의 책을 읽고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우안>을 쓴 그에게 큐라는 존재는
혹 <좌안>에만 존재하는 인물이었던 건 아닐까?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7. 24. 18:57
일본에서 살고 있는 조카가
여름방학이 되서 한국에 다니러 왔다.
일본에서 외국인학교 8학년을 다니고 있는 조카는
우리말은 곧 잘 하지만 아무래도 쓰는 게 영 어려운 모양 ^^
(문제의 한글 맞춤법... )



퇴근길에 과일을 사 갔더니
고맙다고 그것도 일기에 써준 이쁜 조카
이모가 "차매"를 사왔단다.
(처음엔 놀랐다. 이모보고 치매라고 하는 줄 알고.....^^)
그것도 "빈일봉지(비닐봉지)"에 담아서 한시간이나 "드러서"  왔다고....



빈일봉지"애"가 아니라 "에"라고 했더니
자기는 "에"를 안 쓴다고.
왜냐하면 "기차나"서....
"애"와 "에"는 같은 뜻인데 왜 다르게 쓰나고
이모가 놀린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



14살인 조카는
확실히 또래의 한국 아이들보다 훨씬 더 배려심도 많고 양보도 많이 하고 착하다.
외국인 학교에 다녀서 그런지 어느 정도 서구화된 성격과 행동도 많이 하고... (정말 너무 좋은 의미의)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그리고 free hug 같은 애정담긴 skinship
이쁘게 그리고 잘 커준 조카가 또 너무 고맙고 감사해
요즘 이모 눈엔 웃음이 가득하다.

이상하지?
난 "조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냥 맘이 풀어진다.

내가 우리 조카들의 "이모"인 게
그리고 "고모"인 게
너무 다행이고
늘 감사하고
마냥 행복하다.

완전 소중한 조카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7. 15. 06:37
내일이면 일본에서 살고 있는
언니네 가족들이 온다.
형부랑, 언니랑, 이쁜 조카랑
(조카라는 말은, 그리고 의미는 말랑말랑한 사랑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든다... ^^)

같이 사는 조카들이
편지들들들(?)을 무지 많이도 써 놨다.
너무 귀엽고 재미있는 내용들.



오빠가 뭘 하고 있으면
그걸 또 빤히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동생
둘이 머리 맞대고 이 편지들을 썼을 생각을 하니
그냥 절로 미소가 난다.



두서없이 이거 저거 생각나는 그대로 쓴 편지들
순수하고 깜찍한 것들.
그냥 내 편지라고 보관하고 싶어진다.



얼마전이 자기 생일이었다고 은근히
말하는 조카녀석
언니랑 형부랑 이 편지 받으면 어떤 기분이실라나????



소개팅, 맞선 분위기에 심지어 버럭 컨셉까지
그리고 뜬금없는 퀴즈쑈도 ...ㅋㅋ
이 몸이야 이미
조카녀석들에게 단란이 된 몸이지만
형부랑 언니는
적쟎이 당황스럽겠다.
환영사 한번 거하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8. 06:34
<천년의 금서>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 책으로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른 김진명의 신작
역시나 이 책도
서점가나 인터넷상에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다.



개인적으론
김진명의 소설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살수>, <황태자비 납치사건> , <도박사>,  <킹메이커>, <신의 죽음>, <한반도>, <바이 코리아>
그리고 문제가 됐던 <나비야 청산가자>....
(무지 많이도 쓰셨다... 게다가 대부분 2권 이상이다. ^^;;)
팩션이란 느낌도 명확하지 않고 그렇다고 치열하지도 않고...
다만 김진명이란 작가의
소재 발굴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고 말하고 싶다.



때론 그 소재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소설 <천년의 금서>
잃어버린,
아니 중국과 일본의 끊임없는 역사왜곡에 의해
망각을 강요당하고
마침내는 망각하게 된
"韓(한)" 이라는 말과 그 기원이 됐던 나라를 쫒는 역사 소설이다.



이긴 자에 의해 기록기에
모든 역사는 결국 픽션이라고 하는데...
고대에 중국을 훨씬 뛰어 넘는 문명을 가졌던 나라  
오성의 집결을 관측하고
조수간만의 차이를 정확히 예측했던 나라.
그 나라를 찾아내 韓의 기원을 밝히는 소설.



시작부분의 살인 사건은
솔직히 이야기의 개연성과 너무 동떨어진 느낌
단지 충격을 주겠다는 의도로만 읽혀진다.
결말도 좀 단순하고...
소재에 반짝임이 아무래도 좀 아깝다.
단지 내 선입견일지라도......

어쩌라..
모든 독서는 이기적인 것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12. 06:51
 <잘가요 언덕> - 차인표



잘가요 언덕 



연기자 차인표가 책을 출판했다고 해서 생각했습니다.

적당한 사진 넣은 스타일리시한 책이거나, 종교서적, 혹은 세계의 가난한 어린이 후원을 목적으로 만든 책일거라고...

와~우!

그런데 이건 아니었습니다.

잘 쓴 책이라고 하기엔 투박하고 약간은 어눌하기도 하고 심지어 유치한 부분까지 있긴 하지만, 꽤 괜찮은 책이라는 걸 분명한 말씀드리고 싶네요.

이 사람,

“시대”에 대한 빚이 있는 걸까요?

예전에 <크로싱>이라는 탈북자 관련 영화를 찍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아는 연기자 차인표는, 안티도 없고 가정도 예쁘게 꾸려나가고, 착하고 좋은 일 많이 하는 모범적인 연예인의 대표적 인물! 더 나아가 차인표처럼 열심히 살고 싶다는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사람.

그런데 이 사람이 책을, 그것도 장편 소설을 썼습니다.

본인이 말하더군요.

“저는 이 소설을 엉덩이로 썼습니다.” 라고.

(이 말을 들었을 때 전 그가 책을 쓰면서 느꼈을 부족함과 절실함에 대한 고백 그리고 그걸 채워낸 집념과 열정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또 말합니다.

“우리나라에 실력 있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나 신인 작가분들이 한 권의 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하는데 저는 연예인 프리미엄으로 너무 쉽게 책을 출판하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함도 함께 있습니다.”

저는 이 사람의 배려심 담긴 말들이 참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도 참 따뜻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자녀가 있는 분들은 꼭 읽어보길 권하고 아니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다 읽은 후엔 아들, 딸의 손에 꼭 직접 들려줘서 자녀들도 읽게 만들라고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책을 쓴 차인표도 제일 먼저 자신의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했다네요)

내가 잊고 살았던 것, 그리고 점점 잊혀져 어쩌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들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내 세계의 축복받음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이런 내용을 이렇게까지 예쁘고 착한 소설로 만들어준 작가가 한없이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호랑이 마을, 붉은 소나무 마을, 잘가요 언덕, 엄마별, 순이, 용이. 훌쩍이....

느끼셨겠지만 지극히 동화적인 배경이고 그리고 지극히 동화적인 인물들이 사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이 동화의 세계라는 건 다름 아닌 일제의 흔적이 지나가기 전 우리나라의 모습이기도 하죠.

아름답고 평화로운 호랑이 마을에 어느 날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찾아옵니다.

촌장을 만나서 마을의 걱정거리인 호랑이(6발이)를 잡아줄테니 움막을 짓도록 허락해달라고 하죠.

사실 그 두 사람이 잡으려고 한 호랑이는 육발이가 아니라 백호였습니다.

어머니와 갓난쟁이 여동생을 집어 삼킨 호랑이 백호.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품은 아픔은 참 깊고 집요합니다.

평화로운 순간을 만나면 우리는 그 시간과 공간이 그 상태로 영원히 멈추길 희망합니다.

그 안에 안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따뜻함이 너무나 간절해서 말이죠.

이보다 더 좋을 필요도 없으니 뭐든 다 비켜가길 바라는 마음...

그러나 이 산골 마을에도 일제의 날카로운 손끝에 의해 여지없이 할큄을 당합니다.

“조선인 여자인력 동원 명령서”

촌장의 손녀 순이가 그 희생자로 지목됩니다.

지금까지 아름다웠던 동화의 세계는 이제 잔인한 “역사”의 세계로 넘어갑니다.

(그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은 직접 아프게 읽어내시길.....)


<나눔의 집>을 알고 계시나요?

일본에 종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살아남은 할머님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는 곳.

그 곳의 할머님들은 말씀합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가 죽은 뒤에 우리들에게 저질러졌던 범죄가 하나 둘 잊혀지는 거” 라고요...

이제 이곳에 남아 있는 분은 모두 7분이라고 하고, 이 분들도 현재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집회를 멈추지 않고 있으시죠.

어쩌면 우리는 그 분들이 두려워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이 모든 걸 잊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심지어는 뭘 잊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살아가게 될지도요.

이 책에서 순이는 말합니다.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어!”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많은 분들을 오래오래 따뜻하게 기억하는 게 이 땅 위에 지금 살고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는 걸 저 또한 너무나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전쟁은 남의 일이라고,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고 솔직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게 이 책은 말합니다.

“그렇게 살고 싶으면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말입니다.

다시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는 걸 소망하는 시대가 되게 하지 말라고...


이 땅을 떠난 모든 엄마는,

엄마별에 모여 살면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당분간은 직접 안아줄 수 없어서 따뜻한 별빛으로 대신 안아주는 거라고요, 언젠가 아이들이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 않고 함께 살게 될 거라고요...

감히 믿고 싶습니다.

이 땅에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죽고 싶었던 모든 분을 또한 그곳에 계실 거라는 걸요.

“엄마별”을 찾는 방법,

까만 하늘 위에서 엄마별을 찾지 못하는 용이에게 순이는 말합니다.

“엄마별은 가장 따뜻한 색”이라고...

그리고 용서를 하면 그 별을 볼 수 있을 거라고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용이보다 더 엄마별을 못 찾을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엄마별을 보기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용서를 해야만 할까요? 혹은 얼마나 많은 용서를 빌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소망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언젠간 이런 말을 할 수 있기를요...

“따뜻하다... 엄마별...” ·


* 개인적으로 이 책이 베스트셀러를 넘어 오랫동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가 되어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09. 2. 8. 22:07
개인적으로
별로 "게"는 좋아하진 않지만...
언니가 무지 좋아라해서 찾아간 곳


에피타이저처럼 나온
생게.
어쩐지 어색해....


이쁜 그릇의 뚜껑을 열면
포근한 달갈찜 느낌의
게살 스프가...


누가 게집 아니랄까봐
그릇에도 게 한마리가...
그 게를 들어 올리면
치즈가 듬뿍 들어간 게살 그라탕이
입안의 군침을 돌게 했어요.


뜨거운 거 2번 먹고 나온
찬 게살 야채 샐러드
단백하고 상큼한 맛이 그만이었어요~~~
(그릇 색깔이 너무 예뻐 한참 봤던 기억이...)



그 다음에 나온 덴뿌라...
(일본에선 튀긴 건 다 덴뿌라라고 한다는데....
--->혹시 언니가 나 또 놀린 건 아닌지....)
튀김의 양보다 옆의 간장 양이 더 많아 식겁했다지요~~
사실, 국물인줄 알고 한잔 쭉 들이킬 뻔 했습니다.


그 뒤에,
일명 게장국 한 그릇이...
(일하는 분이 하나하나 그렇게 갖다 줍디다...
기모노 입고 총총총 다니는 모습 보는게 저는 어째 영 불편한 것이...
되던 소화도 안 될 것 같은 느낌...)


한국 뚝배기 밥처럼 나온
게밥 ^^
밥하는 그릇 밑에 양초 같은 게 피워져 있는데
그게 다 꺼지면 이렇게 고실고실한 게밥이...
일단 다른 그릇에 밥을 담아서 먹은 후에
국물을 넣고 야채 좀 넣고 해서 죽 같이 먹을 수 있습니다.
(누룽지랑 비슷하게...)


요건 우리 꼬맹이들을 위한
도시락밥
왠지 저는 이게 더 끌렸다는...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예요.
먹을 땐 몰랐는데
먹고 나니가 너무 배부르더라구요.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
특히나 그릇들이 예뻐서
음식 나올때마다 그릇 보느라 눈이 바빴어요.
정말 음식은 눈이 먼저 맛 본다는 말
맞는 말인 것 같네요...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