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5. 11. 16. 08:24

읽는 동안 몸을 아프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박범신의 <은교>와 <소금>이 그랬고

김현의 <남한산성>과 <내 젊은 날의 숲>이 그랬다.

입 안이 헐기 시작한건,

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정확히 하룻밤이 지난 금요일 아침부터였다.

사실 그때까지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읽을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었다.

서둘러 읽어낼지 아니면 한 장 한 장 시간을 들여 읽어나갈지를...

그 사이 입안은 점점 더 심해졌고

지금은 물을 삼키는게 힘들 정도로 헐어있고 부어있다.

손가락으로 왼쪽 볼을 누르면 찌르는 통증이 깊게 파고든다.

아마도 앞으로 며칠은 더 견뎌내야 할 듯 싶다.

염증약과 진통제를 삼키며 나는 이 이야기 속의 "당신"을 생각했다.

주호백의 유일한 당신인 윤희옥을,

윤희옥의 당신이었던 김가인과 윤희옥의 당신이 된 주호백을,

김가인의 당신이었을 윤희옥을.

그리고 그들의 부식되지 않은 기억들을...

이야기 속에서 박범신은 말한다.

기억은 지속된다고.

심지어 어떤 기억은 스스로 번식하고 확장한다고.

 

 

 

원(願)이 깊어지면 원(怨)이 된다

한 번 원(怨)을 원(願)으로 믿게되면 삶의 방향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

일흔넷의 나이에 희옥은 비로소 주호백이라는 "당신"을 "공평"하게 사랑하기 시작했다지만

그건 희(喜)인지 비(悲)인지 나느 모르겠다.

 가끔 두렵다.

생명력 짱짱한 "기억"이 미래의 나를 갉아먹으면 어쩌될까 싶어서..

그렇게 미래의 기억은 다 지워지고

과거의 기억에만 붙들려 있다가 급기야 나를 놓아버리게 되는건 아닐지.

내겐 주호백처럼 매화 나무 아래 사체를 유기해 줄 "당신"도 없는데...

 

지금 내 몸이 아픈 이유는

주호백의 마지막을 거둔 윤희옥의 "공평"이,

그 "공평"의 마디마디가 전부 이해되서다.

홍매 나무 아래 놓여진 의자에 앉아있는 여인.

촛점이 멈춰진 눈.

파킨슨병으로 제 멋대로 흔들리는 손과 발.

그리고 점점 꺼져가는 기억.

그 여인이 나의 과거고 현재고 미래같다.

 

공평하다는건,

얼마나 불공평한 말인가...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3. 10. 06:19
공선옥의 글을 읽으면 소름이 오싹오싹 끼친다.
그녀의 글들은 아름답고 절절하고 측은하다.
뭔가 내 것이 있다면 그대로 퍼주고 싶은 인물들을 읽으며
나는 여러번 작고 조용히
그러나 결정적으로 위로받았다.
그녀의 글들은 때론 내겐 몸에 좋은 약이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소설 공모에 당선하고 받은 첫 상금으로
그녀는 조그만 밥상을 샀노라 말했다.
그때까지 움막같은 샛집에서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맨 바닥에 밥과 찬을 부려놓고 밥을 먹었노라 말했다.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울컥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녀의 글이 이렇게 뜨거운 김이 펄펄 나는 밥처럼
사생결단으로 치열하고 처절하고 서글펐구나.
폭력보다 더 파괴적인 것이 내 속에 정통으로 어퍼컷을 날린다.
아파라... 아파라...
그런데 나는 그 뭇매를 앞으로더 한참을 더 받아내고 싶다.
그것도 철저히 일방적으로...



꽃 진 자리
영희는 언제 우는가
도넛과 토마토
아무도 모르는 가을
명랑한 밤길
빗속에서
언덕 너머 눈구름
비오는 달밤
79년의 아이
지독한 우정
폐경 전야
별이 총총한 언덕



전남 곡성 출생, 전남대 국문과 졸업.
어쩌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전남 곡성군 삼기면 의암 110번지!
살아본 적은 없지만 주민등록에 적혀있는 내 본적지.
그래서 그녀의 글들은 구절구절이 대를 이어 연결된 핏줄과 뼈마디가 내지르는 외침같이 느껴졌는지도.
<오지리에 두고 온 서른살>, <내가 가장 예뼜을 때>
공선옥의 소설 제목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문득 서럽고 고되다.
그리고 <명랑한 밤길>에 담겨있는 12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도
나는 꺼이꺼이 속울음을 울며 가슴을 쳤다.
윤자, 경자, 문희, 인자, 연희......
어쩌자고 인물들은 이름조차도 서럽게 촌스럽고 보잘 것 없는지...
심지어 이름조차 갖지 못한 아내와 남편들을 읽으면서
나는 이 희망없는 사람들이,
구석을 찾아들어가는 게 습관인 사람들이 마치 내 몸의 일부인냥 아팠다.
재혼가정의 아비의 아들 쉽쇅끼와 어미의 아들 괴쇅끼의 엉겨붙음은
차라리 인간적이고 정직해서 생의 활기마저 느껴졌다.
결손가정, 가난, 물난리, 치매, 우울증...
눅눅하다 못해 물에 온 몸이 담겨 축축 가라앉는 이야기.
그럼에도 그 속에 어김없이 생의 떳떳함과 결연함이 있다.
어쩌면 그건 생의 변방에서 함께 살아온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치열하고 구질구질하기 한 이야기는
그 궁색함과 초라함으로 오히려 장관을 이룬다.
12편의 단편들을 다 읽고 나서
나는 그만 울고 싶어졌다.
곡을 하듯 서럽게 서럽게 울음을 토해내고 싶었다.

...... 그려, 울어라, 울어, 하먼, 밥 묵고 살라면 울어야제. 울어야 밥맛 나고 밥 묵어야 심이 나제. 별것이나 있간디. 암것도 없어. 태나서 우는 놈이 사는 벱이여. 울어야 산 목심이여. 그저 내 울음이 내 묵심줄이여. 뜨건 눈물 퐁퐁 쏟아가매, 팥죽 같은 땀 펄펄 흘려가매. 아이갸, 죽을 목심은 울지도 못헌단게. 나는 울지도 못혀. 심이 없어 울지도 못혀. 젊어 울제 늙어 못 울어. 울지도 못허는 나는 갈랑게 너거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석달 열흘간을 션허거 울어부러라 ......

실껏 울고나면,
이 말 때문에 또 위로가 되지 않을까?
진심으로 나는 산 목심이고 싶어,
죽을 것처럼 석달 열흘간을 울고 싶다.
손바닥으로 땅을 치고 온 몸으로 발버둥치면서...
또 모르지,
몸을 산발로 풀어헤치고 억척스럽게 울고 나면
살아낼 새로운 힘이
오도독 오도독 독하게 생겨날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2. 3. 05:49
 
<염쟁이 유씨>

극 본 : 김인경
연 출 : 위성신, 박정석
출 연 : 유순웅, 임형택, 정석용
일 시 : 2010.11.10 ~ open run
장 소 : 대학로 이랑씨어터


2004년 청주에서 초연돼서 연극계에 무명의 유순웅을 알린 작품이다.
3년 전쯤인가 대학로에 봤던 연극을 정말 오랫만에 다시 관람했다.
1인 모노극.
원만한 내공과 집중력이 없다면 90분의 시간을 꽉 채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테다.
7년 동안 "유순웅"이란 배우에 의해 공연된 이 작품이
이번엔 임형택, 정석용까지 가세해 1년 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캐스팅 공지가 안 돼서 공연장을 찾아가면서도 누굴까 궁금했는데
초반부는 아무래도 유순웅 배우가 이끄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다행이었다.
유순웅 배우의 염쟁애 유씨를 꼭 다시 보고 싶었던지라...



망자를 염하고 입관하는 그 모든 과정들,
엄숙하고 낯설고 그리고 조금은 두렵고 아득한 절차들이
이 연극 속에서는 일상처럼 그대로 녹아있다.
삶과 죽음은 서로 가깝다지만 산 자들에겐 여전히 멀게만 여겨지는 죽음.
그래서 엄숙하고 안타깝다.
낯선 장례 용어들.
시신의 팔다리를 주물러 펴주는 "수시"부터
시신을 누위는 "시상판"과 숨물을 빼내는 "칠성판",
시신을 몸을 씻기는 "향탕수", 시신의 입에 구슬이나 불린 쌀을 넣는 "반합"
시신에 수의를 입히는 "소렴"과 소렴이 끝난 시신을 대렴포에 감싸서 입관을 하는 "대렴",
이 모든 습염(염습)의 장의절차은 낯선 이국으로의 여행보다 오히려 더 생경하다.
과장되고, 부장되고 사장되고 회장되도 결국은 송장으로 마감하는 게 세상이라고 말하는 염쟁이.
그가 말한다.
사람들이 다 잘 살려고 하는 이유가 뭐겠냐고.
다 잘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7년 내공의 유순웅 배우는 능수능란한 광대가 되어
걸판진 모노극 한판을 90분 동안
때론 장엄하게, 때론 절절하게, 때론 유머러스하게 놀아난다.
배우에 의한 일방적인 모노극이 아니라
관객 전체를 아울려 문상객으로 만드는 한판 어울림이기도 하다.
전국을 유랑한 7년의 시간동안
대본 수정이 거의 없었다는 것도 이 극의 탄탄함을 알게 한다.
그리고 배우의 손놀림 하나까지도 정성스럽다. 
특히나 소렴이 끝난 망자의 몸을 대렴포로 감싸는 모습은
흡사 종교의례를 보는 듯 성스럽기까지 하다.
1인 15역의 변화무쌍함은
동일인이면서 타인을 보기에 충분했으며
그 모든 모습 속에 하나의 인간을 들여다 보게 한다.
이 연극이 보여주는 건,
살고 죽는 게 아니라 "삶" 그 자체였음을 거듭 깨닫게 되면서...
아버지이자 아들이자 조폭이자 귀신이자 장사꾼 염장이자 치매 아비의 관을 앞에 둔 자식들.
이 모든 아귀다툼스러운 모습이 다 나였으며, 내 삶의 축소판이었다.
문득 부끄러워진다.
그래서 그만 창피해져버렸다.



...... 죽어서 땅에만 묻히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묻히지 못하면, 그건 헛 죽는 거여.
또 살아남은 사람들도 한 사람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냐 하는 문제는 중요한 거야
가슴 속에 안아 담느냐, 그냥 구경거리로 흘리느냐,
억울한 죽음을 앞에 두고 구경꾼처럼 보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자기 죽음도 구경거리가 되고 마는 거네 ......
염쟁이 유씨는 말한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남아있는 삶을 좀 더 의미있고 뜻깊게 살겠다는 다른 표현이라고.
아비의 시신을 첫 염으로 시작해서
아들의 시신을 마지막 염으로 마무리하는 염쟁이 유씨. 
깨끗이 씻겨 입관을 마친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다.
"죽는 다는 건 말이다. 생명이 끝나는 거지, 인연이 끝나는 게 아니거든"
산다는 건,
누군가에게 정성을 쏟는 거란다.
그러니 죽는 것 무서워들 하지 말라고.
죽는 것 보다 잘 사는 게 더 힘들고 어려운 법이라고...

"편히들 가시게~~~"
아들의 입관에 함께 해준 문상객에게 남긴 유씨의 마지막 말이
꼭 이 다음에 생을 마감할 때 그렇게들 하라는 당부같아 가슴이 뻐근해진다.
편안히 갈 수 있게 잘 살라고...

나는 지금 무엇에 정성을 쏟고 있는가?
내가 내게 묻는다.
진심으로 편안하게 가고 싶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1. 5. 06:02
매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내용를 뉴스로 보거나 기사로 읽을 때면
어쩔 수 없이 눈물이 난다.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혈육의 헤어짐으로 인한 너무나 길고 긴 고통!
그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이 그대로 정지된다.
언제 또 만나게 될까?
남편을, 아내를, 자식을 또 다시 언제 보게 될까?
이제 고령의 나이가 많아서 건강상의 문제로 결국 상봉을 포기하는 분도 계신단다.
일생 품고 있던 소원을 결국 이루지 못한 분들...
그분들의 회한은 또 얼마나 깊을까?



5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는 남측의 박상화(88) 할아버지는 북측의 딸 박준옥(64)을 보고
그 자리에서 한 눈에 늙은 딸을 알아봤단다.
미안하다며 계속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아려온다.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서도 어린 딸의 모습만큼은 끝까지 붙들고 계셨었나보다.
4살 때 헤어진 뒤 처음 만난 딸에게
"내 딸아 미안하다, 내가 혼자 내려오는 것이 아닌데…"라며 눈물을 쏟는 모습을 보면서
이산의 아픔과 고통에 내 눈까지 붉어진다.



북측의 두 동생을 만나 눈물을 흘리고 계시는 남측의 전춘자(83) 할머니.
할머님 역시도 파킨슨병을 앓고 있지만 상봉행사 중에는 내내 맑을 정신을 유지하셨단다.
7살, 5살에 헤어진 동생은 이제 64세, 62세의 노인이 되어 있다.
홀로 남쪽으로 내려와 고생할 동생들 생각에 명절마다 밥을 제대로 먹을 수가 없었다고 말하는 할머님은
여동생에겐 자신이 입고 있던 스웨터까지 벗어주고
남동생에겐 쓰고 있던 돗보기를 벗어줬다.
할머님은 이미 무려 60kg에 달하는 생필품과 의약품을 동생들에게 건네주고서도
하나라도 더 주고 싶어 안달하신다.
"동생들에게 챙겨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었다"는 할머님.
그 절절하고 애끓는 심정을 내가 감히 알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미 사망한 형을 대신해서 나온 조카를 만난 남측의 조중휘(76) 할어버지.
저 두 손 안에는 얼마나 많은 세월과 그리움과 아픔이 담겨있을까?
늙은 조카를 만나는 더 늙은 삼촌.
분단은 이렇게 일가의 사간을 송두리째 잡아먹어 버렸다.

남북한 합쳐 이번 상봉의 최고령자였던 남측 김부랑(97) 할머님은
남편이 북측에서 결혼해 낳은 딸 권오령(65)씨와 외손자 장진수(38)씨를 만났다.
교사이던 남편이 북한지역으로 발령받아 떠난 뒤 해방후 38선이 막히면서 헤어졌다고 할머님은
재혼을 하지 않은 채 시부모님을 모시고 1남 2녀를 키우며 살아왔단다.
할머님는 남편이 북한에서 낳은 딸인 오령씨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혔고, 
함께 온 아들 오인씨는 "아버지라고 큰 소리로 한 번 불러보고 싶었다"고 눈물을 쏟았다.
할머님은 남편의 묘소에 부어달라며 다른 선물들과 함께 술 한 병도 건넸다.
97의 연세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나길 원하는  혈육의 회한.
이미 저 세상으로 떠난 남편의 자식을 부등켜안고 보듬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에는
일생의 고통이 그대로 담겨있다.



이번 상봉에서 남측 94명 가운데 90대가 무려 19 분이었다.
80대는 48명, 70대는 27명, 그리고 69세 이하는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기사를 보고
더 늦기 전에 헤어짐으로 찢겨진 가슴을 감싸줄 방법이 정말 절실해졌다.
남북 고향방문 행사를 주최한 대한적십자사도
심각한 고령화에 놀라며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족이 헤어져 평생을 사는 것도 고통인데
남아있는 시간 또한 얼마 없다면...
정치적인 것 모두 떠나서 혈육에게 깊고 깊은 회한만은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측도 북측도 이 문제에 대해선 어떤 정치적 관점도 개입시키지 않고
두고두고 이 분들의 뼈아픈 눈물들을 기억했으면...
주름진 두 손을 기억했으면...
점점 흐미해진 기억을 무슨 일이 있어도 붙잡고 있는 모습을 기억했으면...

헤어진 모든 이산가족들이 아무 조건 없이 다 만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바래본다.
더 이상 눈물 흘리는 가족이 없었으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5. 21. 12:48
"연극열전 시리즈3"의 다섯 번째 작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좀 특별하게 기다렸던 연극이었다.
예매도 일지감치 했었고...
공교롭게도 나중에 잡힌 세미나와 겹쳐지는 바람에
세미나 중간에 두시간 정도 도망(?)치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만든 연극이다.
(다행히 세미나가 서울대병원이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최고의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1996년도 자신의 동명 드라마를 연극 대본으로 만들고
"베토벤 바이러스"의 PD 이재규가 직접 연극 연출을 했단다.
두 사람만의 조합으로도 끔찍하게 궁금했었다.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이 연극을 표민수 PD가 연출했다면... 하고) 
1996년 MBC에서 방영했다는 이 드라마를 나는 보지 못했었다.
주현, 나문희, 김영옥, 이민영, 이종수
이들이 한 가족으로 나왔단다.
그리고 2010년 나는
최정우, 송옥숙, 이용이, 박윤서, 이현응이 만든 가족 이야기를
연극이라는 전달 수단을 통해 바라본다.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의 근원은 "가족"이라고 했던가?
함께 있음에 충분히 말하지 못하고 전하지 못하게 되는 모든 감정들이
아내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을 통해 전면에 등장한다.
뻔한 이야기에 뻔한 결말인데
그리고 그걸 다 알고 있는데
공연장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통곡보다 깊고 서러운 눈물을 흘린다.
나는 참 많이 불편해졌다.
울어야 하는데... 울어야 하는데...
어쩌면 내게 "가족"이란,
솔직한 감정의 표현조차도 도저히 불가능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느낌은 "감히..."에 닿아있다.
반성보다 더 깊은 죄책감이 오히려 두 눈을 부릅뜨고 버티게 했는지도...
그날 아마도 나는 공연장에서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최고로 "독한년"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치매에 걸린 노모, 의료사고로 월급쟁이 의사가 된 남편,
삼수생 아들, 대학졸업 후 피곤한 직장인이 된 딸.
거기다 도박에 빠진 동생에 지지리 궁상 올케까지...
그리고 불현듯 선고된 자궁암 말기의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누나"인 한 여자.
굳이 노희경식이 아니더라도 신파의 모든 요소가 이 연극 속에는 다 들어있다.
자, 우리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가 다 됐다.
이제 앉아있는 너희들도 울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가....
꼭 그렇게 묻는 것 같다...
극장을 나서면서 "가족"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연출가 이재규는 말했는데
나는 극장을 나서면서 "가족"이 아닌 "드라마"를 생각했다.
어쩐지 내겐 현실적이지 않다.
자신이 죽은 후 가족들을 힘겹게 할 치매 노모를 생각하며 함께 죽자며 목을 조르는 장면도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학 발표날까지만이라도 엄마를 살아있게 해달라고 울먹이는 장면도
딸에게 "말 안해도 알지? 넌 나야!"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대사에도
난 불안한 눈만 껌벅인다.

어.쩌.지?
난 참 많이 불편해지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내겐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이별"이 되고 말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2. 25. 13:17
 <공무도하> - 김 훈


공무도하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김훈의 글들은 단 한 번도 서정적이지 않았죠.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었으며, 심하다 싶게 물고 늘어져 집요하다는 생각까지 갖게 만듭니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끔찍스럽게 아름답기까지 합니다.

30년 넘게 기자생활을 했던 사람, 그리고 여행과 자전거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 자신의 직업을 작가가 아니라 자전거레이서라고 소개하는 61살의 김 훈.

<밥벌이의 지겨움>, <풍경과 상처> 제가 만난 김훈의 첫 책들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행 산문들 <자전거 여행 1, 2>와 <바다의 기별>.

오히려 그의 소설은 뒤늦게 찾아 읽은 셈이네요.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 <강산무진>, <남한산성>, 그리고 <공무도하>까지...

여전히 연필과 원고지로 글쓰기를 고집하는 너무나 아날로그적인 그가 지난 5월 네이버를 통해 자신의 여섯 번째 소설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적잖은 충격을 받기도 했죠.

그런데 역시나 김훈답네요.

소설을 연재하면서 단 한 번도 댓글을 들여다보지 않았다는 말하는 그.

독자와 작가는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름다운 관계라고 그는 말합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는 말했습니다.

"약육강식은 모든 먹이의 기본 질서이고 거대한 비극이고 운명이다. 약육강식의 운명이 있고 거기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이 있다. '공무도하가'는 강 건너 피안의 세계로 가자는 것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더러운 세상에서 함께 살자는 노래다. 나는 인간 삶의 먹이와 슬픔, 더러움, 비열함, 희망을 쓸 것이다."

이 책, <공무도하>

서정적인 제목과는 다르게 책의 내용은 결코 서정적이지 않습니다.

비굴과 굴욕, 치사와 번잡스런 인간의 이면에 대한 이야기죠.

“사랑아, 강을 건너지 마라”

표지에 쓰여 있는 문장에 속지 말라는 충고 또한 함께 드립니다.

 

公無渡河 (공무도하) : 님아, 저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 임은 그예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 물에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河 (당내공하) : 가신님을 어이 할꼬


기억하십니까?

술에 취해 강을 건너다 물에 휩쓸려버린 남편(백수광부)를 바라보며 애절한 노래를 불렸던 백수광부의 처.

학창시절에 이 고대가요를 배웠을 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백수광부의 처는 남편이 물에 들어가지 못하게 직접 말리지 않고 보고만 있었는지를...

그러나 지금은 알 것 같습니다.

세상엔 말릴 수 있는 것과 말릴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말이죠.

이 책 <공무도하>는 이 땅의 숱한 백수광부와 그를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숱한 백수광부의 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이것이 인간의 당면문제이다. 시급한 현안문제다.”

장철수라는 인물의 입을 통한 발설되는 인간의 모습입니다.

다수의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인간들이 건넌 물보다 더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

부끄러움도, 죄스러움도, 비밀스러움도 그들과 함께 기꺼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건너갑니다.

동료를 배반하고 풀려남으로써 고향 창야를 등지게 된 운동권 출신 장철수, 소방서 인명구조 특공조장 박옥출은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4억 5천 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들고 나와 장물로 팔아넘깁니다, 치매기 있는 외할머니와 함께 비닐하우스에 버려지듯 살던 아들, 그 아들이 친구처럼 키우던 개에 물려 사망한 사건을 뉴스로 보고 세상으로부터 숨어버린 어미 오금자, 본처가 있는 줄 모르고 속아 결혼한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베트남 여성 후에. 물막이 공사 크레인에 깔려 사망한 딸의 보상금을 몰래 수령하고 사라진 아비 방천석...

숱한 백수광부들은 지금 “해망(海”望)이라는 도시에 모여 있습니다.

바다(물)를 바라본다는 뜻의 해망!

그래서 이 책의 곳곳에는 “바라봄”이라는 그 아득함과 노곤함, 그리고 무력감이 오랜 상처처럼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백수광부를 바라보는 백수광부의 처 문정수, 노목희.

일간지 사회부 기자 문정수가 노목희를 찾아오는 밤이면 그는 추적할 수도 없고 전할 수도 없는 숱한 백수광부들의 세상을 노목희에게 말합니다.

노목희는 그를 다독이며 진심으로 답합니다.

“냅둬... 제발 좀 그냥 냅둬!”

그래요, 어쩌면 진실을 폭로할 자신이 없다면 우리 모두 백수광부의 처가 되어 그저 손끝으로만, 애타는 심정으로만 물을 건너는 남편을 말릴 수밖에 없을 테죠.

그리고 우리가 건너야 하는 게 어디 물 뿐이겠습니까!

물보다 더 한 것들을 건너고, 물보다 더 한 것들을 건너는 사람을 이편에서 그저 보고 있기만 해야 하는...

그래서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 비루하고 던적스럽고 소란스러운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고 있으면 어쩔 수 없이 적나라하게 겹쳐지는 우리네 현실과 만나야 합니다.

새만금 간척사업, 매향리 미군폭격훈련장, 의정부 미순∙효선 사건, 동남아시아 여성 상대의 국제결혼, 가족의 해체와 남겨진 아이의 버려짐. 그리고 업무상 배임, 장기밀매와 투기, 정부주도의 독점사업에 이르기까지...

벌거벗겨진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들여다 봐야하는 부끄러움과 민망함도 있습니다.

“증발과 해체는 숨막혔고 스산했다.”

이 문장에 저는 그만 턱하고 숨이 막혔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이 모든 게 하찮은 소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알까요?

그 하찮은 소리가 너무나 유혹적이라는 사실을요.

그런 이유로 비록 하찮을지라도 쓸데없는 일이 되버리는 건 결코 아니라는 걸 말이죠.

작가 김훈은 고백은 그래서 차라리 속이 시원해지기까지 합니다.

“나는 나와 이 세계 사이에 얽힌 모든 관계를 혐오한다.

 나는 그 관계의 윤리성과 필연성을 불신한다.

 나는 맑게 소외된 자리로 가서, 거기로 새로 태어나든지 망하든지 해야 한다......

 나는 왜 이러한가. 이번 일을 하면서 심한 자기혐오에 시달렸다.

 쓰기를 마치고 뒤돌아보니, 처음의 그 자리다...“


이 책 <공무도하>

강을 건너가지도 못하고 물가에 선 사람에게 재차 묻습니다.

이제 어찌 할지를 말이죠...

김 훈,

그의 글은 때로는 너무 정직해서 오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무딘 칼끝을 가지고도 그는 예리한 상처를 남길 줄 아네요.

벌려진 상처를 바라보는 또 다른 백수광부의 처가 지금 여기 오도카니 남아있습니다.


* 11월부터 그가 다시 새로운 글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아예 대놓고 공표했습니다.

  “독자들이 바라는 희망이나 위안은 아주 인색하게 주고,

   독자를 고문하고 들들볶아 극한까지 고통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고...

   고문관이 되어 돌아올 그가 문득 궁금해집니다.

   극한의 고통...

   그 길을 기꺼이 동참하겠노라 저 또한 대놓고 말하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2. 7. 06:02
1월에 영상의학과 워크샾을 하기로 했다.
4개로 조를 나누고 각 조에서 한 권씩의 책을 주제발표하기로 했다.
그 책들을 요즘 고르고 있는 중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뭔가 의미를 주는 책.
그러면서 길지 않은 그런 책들



<펭귄을 날게 하다>는 폐원 위기의 동물원을
관람객에게 사랑받는 특별한 동물원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다.
변화와 그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실화를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동물원 가족들은 영업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선 "창조"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는다.
창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발명과 혁신
그리고 창조를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충고를 한다.
고객은 감동, 즉 진심이 담긴 서비스를 원한다고.....
그렇게 되기 위해선 3가지를 기억하라고 말하다.
1.  따뜻한 마음(고객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마음)
2.  따뜻한 지식(업무 이외의 풍부한 지식) 
3.  따뜻한 시선(고객 위주의 눈)
거기에 직원이 경험에서 나온 한 가지를 더 제안한다.
4. 업무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

노인성 치매보다 더 무서운 게 업무 치매라는 예리한 지적과함께.



동물원 원장은 시민으로부터 외면받는 위기의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선
"창조경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창조경영을 위해선 구성원 모두가 창조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면서
창조적 리더가 갖춰야 할 조건에 대해 말한다.
1. 비전 제시
2. 조직 내부에서 창조 아이디어가 생성될 수 있는 여건 조성
3. 창조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환경 제공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펭귄을 하늘을 날게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하늘을 배경으로 터널식 수족관을 만드는 방법!
지금은 대형 수족관을 통해 많이 알려져 있지만
처음 세상에 공개됐을 때 터널 수족관 놀라움 자체였다.
실제로는 결코 날지 못하는 펭귄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드는 이 기발한 방식은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4권의 책 중 한권으로 망설임없이 선택하기로 했다.
이 책이 또 어떤 방식으로
우리과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된다.
우리가 지금 업무 치매에 빠져 있는 건 아닌지
자가진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창조 프로세스>
1. 업의 개념을 재검토하여 새롭게 정의하라
2. 미래의 바람직한 모습을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라
3. 고객을 중심으로 발상을 전환하라
4. 창조를 위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라
5. 협력으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라.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6. 06:30
처음 읽었던 핀란드 작가의 소설이다.
아르토 파실란나,
핀란드의 국민작가라고 한다.
왠지 하루종일 자일리톨 껌을 징걸징걸 씹으며
우울과 고독함에 젖어 있을 것 같은 나라 핀란드.
(우울하긴 하지만 그래도 건강한 치아를 생각해서 항상 자이리톨 껌을.... ^^)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의 가장 고약한 적은 "우울증"이란다.
살인은 단지 100여 건인데 비해 매년 1500여 건의 자살이 발생한다는 나라 핀란드.
이 소설은 이런 우울의 핀란드를 배경으로
놀랍도록 재미있는 블랙 유머를 선사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묘한 깊이감이 있는 소설.
이 소설은 두 사람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네 번의 파산선고를 받은 사업가와 현직 대령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사람의 첫만남은 자살의 순간이다.
같은 목적으로 찾은 시골의 한적한 헛간에서의 만남.
이 만남에서 집단 자살 여행이라는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살기 위해서, 혹은 죽기 위해서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과 재미를 위해서
그들과 동참하는 동행자가 생기고
최고급 신형 버스에 올라탄 이 33인은 죽을 곳을 찾아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유쾌한 터치로 그것도 끝까지 유머와 반전의 묘미까지 잃지 않고
쓸 수 있다는 게...
나는 집단자살보다 더 끔찍하고 무섭다.
책을 읽지 않아도
이야기의 결말은 이미 알 수 있지만
그 확실한 결말을 앎에도 불구하고
내내 재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등장하는 캐릭터를 내 주위의 누군가에 맞춰보는 퍼즐의 즐거움까지 은근히 소유하다...
얼마전엔 이 원작을 가지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새롭게 각색해 뮤지컬이 만들어지기도 했었는데

<남한산성>에서 인조로 분했던 배우 성기윤이 대령으로 분했었다.
실제로 뮤지컬을 보지 않았지만 진지했을 그의 모습이 상상돼 살짝 웃음이 머문다.
어쨌든 집단 자살 여행의 끝은 강력한 삶으로의 복귀다.
당연하지 않은가!!!



제 3회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최민경의 <나는 할머니와 산다>
좀 흉흉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유쾌하다.
청소년소설이라 깊이감은 많이 떨어지지만 분명 참신함은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할머니(귀신)가 수시로 등장해 이야기를 휘젖고 다니진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책 속엔 귀신으로서의 할머니의 음성은 단 한 줄도 없다.
하지만 분명 주인공은 염연히 할머니와
그것도 이미 돌아가신 할머니와 산다.

이상한 빙의 현상!
(빙의현상이긴 하되, 간접적인 빙의현상... 이해가 될까?)
그러나 기억할 것은,
이 책은 어쨌든 청소년문학이라는 사실이다.
따라서 깊이감이 부족하다느니, 유치하다느니 평하지 말자.
당신의 중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라.
읽다보면 당신의 중학교 시절보다 책의 주인공이 훨씬 더  성숙한 존재임을 알게 된다.
기억나는가?
그 때, 당신이 얼마나 유치했는지...
그리고 그 유치함이 얼마나 심각하고 절실했었는지를...




6살에 입양돼 이제 16살이 된 조은재.
아빠의 실직은 벌써 2달을 넘어서고 있고 
치매가 있던 할머니는 동네 공사현장 물웅덩이에 빠져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이런 심각한 상황들이 아주 유머러스하게 전개된다.
아이스럽게 유쾌하다.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를 논하는
주인공의 성숙함 또한 귀엽고 이쁘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몸에 들어오는 건 뭔가 할 일이 있기 때문이란다.
당신이라면 어떻까?
그 할 일을 하라고 온전히 자신의 몸을 내 줄 수 있을까?
어른이 된다는 건 피곤한 일이란다.
항상 무슨 일인가로 마음을 졸이며 살아햐 하기에...
그래...
사실은 정말로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피곤하다.
그렇다고 이미 어른이 되어버렸는데 
이제와서  못해먹겠다고 반납할 수도 없는 노릇.

현실을 인정하고 믿자!
그걸 믿는 동안은 생도 함께 빛날 것이라는 당돌한 16살 소녀의 말을 기억하며...
살자! 살자! 살자!
이것 말고 더 좋은 다른 방법이 없다면
어차피 누구든 살 수 밖에는 없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7. 24. 18:57
일본에서 살고 있는 조카가
여름방학이 되서 한국에 다니러 왔다.
일본에서 외국인학교 8학년을 다니고 있는 조카는
우리말은 곧 잘 하지만 아무래도 쓰는 게 영 어려운 모양 ^^
(문제의 한글 맞춤법... )



퇴근길에 과일을 사 갔더니
고맙다고 그것도 일기에 써준 이쁜 조카
이모가 "차매"를 사왔단다.
(처음엔 놀랐다. 이모보고 치매라고 하는 줄 알고.....^^)
그것도 "빈일봉지(비닐봉지)"에 담아서 한시간이나 "드러서"  왔다고....



빈일봉지"애"가 아니라 "에"라고 했더니
자기는 "에"를 안 쓴다고.
왜냐하면 "기차나"서....
"애"와 "에"는 같은 뜻인데 왜 다르게 쓰나고
이모가 놀린다고 생각하면서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



14살인 조카는
확실히 또래의 한국 아이들보다 훨씬 더 배려심도 많고 양보도 많이 하고 착하다.
외국인 학교에 다녀서 그런지 어느 정도 서구화된 성격과 행동도 많이 하고... (정말 너무 좋은 의미의)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그리고 free hug 같은 애정담긴 skinship
이쁘게 그리고 잘 커준 조카가 또 너무 고맙고 감사해
요즘 이모 눈엔 웃음이 가득하다.

이상하지?
난 "조카"라는 단어만 들어도
그냥 맘이 풀어진다.

내가 우리 조카들의 "이모"인 게
그리고 "고모"인 게
너무 다행이고
늘 감사하고
마냥 행복하다.

완전 소중한 조카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