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5. 21. 12:48
"연극열전 시리즈3"의 다섯 번째 작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좀 특별하게 기다렸던 연극이었다.
예매도 일지감치 했었고...
공교롭게도 나중에 잡힌 세미나와 겹쳐지는 바람에
세미나 중간에 두시간 정도 도망(?)치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만든 연극이다.
(다행히 세미나가 서울대병원이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최고의 드라마 작가 노희경이 1996년도 자신의 동명 드라마를 연극 대본으로 만들고
"베토벤 바이러스"의 PD 이재규가 직접 연극 연출을 했단다.
두 사람만의 조합으로도 끔찍하게 궁금했었다.
(그러면서도 생각했다. 이 연극을 표민수 PD가 연출했다면... 하고) 
1996년 MBC에서 방영했다는 이 드라마를 나는 보지 못했었다.
주현, 나문희, 김영옥, 이민영, 이종수
이들이 한 가족으로 나왔단다.
그리고 2010년 나는
최정우, 송옥숙, 이용이, 박윤서, 이현응이 만든 가족 이야기를
연극이라는 전달 수단을 통해 바라본다.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의 근원은 "가족"이라고 했던가?
함께 있음에 충분히 말하지 못하고 전하지 못하게 되는 모든 감정들이
아내의, 어머니의 갑작스런 죽음을 통해 전면에 등장한다.
뻔한 이야기에 뻔한 결말인데
그리고 그걸 다 알고 있는데
공연장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통곡보다 깊고 서러운 눈물을 흘린다.
나는 참 많이 불편해졌다.
울어야 하는데... 울어야 하는데...
어쩌면 내게 "가족"이란,
솔직한 감정의 표현조차도 도저히 불가능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느낌은 "감히..."에 닿아있다.
반성보다 더 깊은 죄책감이 오히려 두 눈을 부릅뜨고 버티게 했는지도...
그날 아마도 나는 공연장에서 눈물 한 방울 안 흘리는
최고로 "독한년"의 모습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치매에 걸린 노모, 의료사고로 월급쟁이 의사가 된 남편,
삼수생 아들, 대학졸업 후 피곤한 직장인이 된 딸.
거기다 도박에 빠진 동생에 지지리 궁상 올케까지...
그리고 불현듯 선고된 자궁암 말기의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이자 누나"인 한 여자.
굳이 노희경식이 아니더라도 신파의 모든 요소가 이 연극 속에는 다 들어있다.
자, 우리는 이미 완벽하게 준비가 다 됐다.
이제 앉아있는 너희들도 울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는가....
꼭 그렇게 묻는 것 같다...
극장을 나서면서 "가족"을 생각하면 좋겠다고 연출가 이재규는 말했는데
나는 극장을 나서면서 "가족"이 아닌 "드라마"를 생각했다.
어쩐지 내겐 현실적이지 않다.
자신이 죽은 후 가족들을 힘겹게 할 치매 노모를 생각하며 함께 죽자며 목을 조르는 장면도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학 발표날까지만이라도 엄마를 살아있게 해달라고 울먹이는 장면도
딸에게 "말 안해도 알지? 넌 나야!"라고 말하는 주인공의 대사에도
난 불안한 눈만 껌벅인다.

어.쩌.지?
난 참 많이 불편해지고 말았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
내겐 "세상에서 가장 불편한 이별"이 되고 말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5. 12. 06:27
원래 예정대로라면
5월 2일 류정한의 몬테크리스토를 다시 보는 거였는데
1박 2일로 함평 나비축제를 다녀오느라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로 계획이 수정됐다.
몬테크리스토(엄기준)와 아베 파리아(이용근)을 제외하면
다른 캐스팅은 4월 21일과 동일하다.
(차지연 메르세데스는 아무래도 나랑 인연이 없는 모양이다)



배우 엄기준을 무대 위에서 보는 건 정말 오랫만이다.
생각해보니 그의 무대를 본 건 거의가 다 소극장, 중극장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기준"을 이야기할 때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를 빼놓을 수는 없겠다.
엄기준과 조정은의 페어는 아름답고 그리고 아팠다.
그에겐 딱 "베르테르"의 감성이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래서 사실은 조금 기대를 했었다.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지킬 앤 하이드>의 프랭크 와일드혼 작품 <몬테크리스토>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고 TV 연기자로 변한 그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가 됐을지도 궁금했다.
지금까지 내가 봤던 엄기준의 작품들은...
괜찮았다. 그에게 썩 잘 어울렸었다.
카르멘, 젊베슬, 어쌔신,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쓰고 보니 그의 최근 작품은 거의 못 본 상태다. 그래서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깜짝 놀랐다.
엄기준이라는 배우가 이랬었나???
1막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나는 당황스러웠다.
류정한의 첫공때 나는 무대때문에 화가 났었지만
적어도 그 무대에 서 있는 배우때문에 화가 나지는 않았었다.
엄기준의 몬테크리스토는 유니버설아트센터의 소음과 번잡함 만큼이나
어색하고 그리고 확실히 부족했다.
(나는 아마 그도 느끼고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의 딕션은 때때로 명확하지 않게 뭉겨졌으며 표정은 그로테스크하게 과장됐다.
(무대와 너무 가까이 앉았다고 나는 나 자신을 책망했다. 좀 멀리 앉지 그랬느냐고...)
뮤지컬 넘버들을 너무 힘겹고 부르던 모습과
심지어 고음을 과감하게(?) 뭉턱 짤라내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다 민망했다.
엄기준은 메르세데스(옥주현)에겐 단지 연하남처럼 유약했으며
빌포트(조순창)에게는 당당하지 못한 그야말로 겁먹은 죄인의 모습이었고
스승 파리아(이용근)에게는 제 스스로 아무것도 못하는 찌질이에 불과했다.
엄기준의 단테스라는 인물은 결코 몬테크리스토로 변해 복수를 할 수 있는 위인이 아니다.
이런 느낌이었으니 극이 진행될수록 어리둥절할 수밖에...
(쓰고 보니 내가 다 참담하다...)
원래 엄기준이란 배우가 그랬던가?
나는 자꾸 이 질문을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옥주현은 첫공때보다 확실히 훨씬 더 좋았다.
첫공때는 나는 메르세데스의 감정에 단 한번도 공감할 수 없었는데
두번째에는 그녀의 눈물이 아팠다.
(그렇다고 100% 공감은 아니다)
이날 무대에서 그 누구보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던 배우는
바로 몬데고 "최민철"이었다.
첫공때 나는 그가 자리를 잡고 있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타까웠고 그의 방황(?)의 이유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그가 이 뮤지컬의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1막에서 단테스가 불렀던 복수를 다짐하는 노래(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의 일부를
2막에서는 몬데고가 부르게 되는데
솔직히 말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관객들의 박수소리도 많이 차이가 났음을 밝히지 않을 수 없겠다.
최민철의 몬데고는 표정과 톤, 그리고 액션도 아주 적절했다.
그가 무대에서 자기 자리를 찾은게 나는 몹시 반가웠다.
(역시 최민철 ^^)



첫공때 조원희의 아베 파리아가 과장이 너무 심하고 코믹해서 못마땅했는데
이용근의 파리아는 더 코믹하더라.
그래도 죽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긴 했다.
(조원희때는 너무 힘차게 사망하셔서 ^^;;  많이 당황스러웠는데...)
무대 소음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공연이었다.
스크린도 첫공 때처럼 실수도 없었고 어색하지도 않았다.
(첫공때는 단테스가 자루에서 빠져나올 때 화면 전환이 늦었었고
 다른 부분에서도 타이밍이 정확하지 않았었는데...)
결국 문제는,
단테스이자 몬테크리스토였던 "엄기준"이었다는 건데...
오랜 뮤지컬 배우로서의 그의 내공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에게 이제부터는 TV 연기자로서의 재능만을 기대해야 하는 건가???
간절히 그의 come back을 외치고 싶다.
"Come back! Mr. Um. Please!"


                                                   2010. 05.04. 몬테크리스토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5. 10. 06:26

아직까지도 나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게 "떡볶이"다.
우연히 떡볶이 페스티벌에 대한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지상천국이 있다니...
축제의 마지막 날을 놓치지 않고 부지런히
양재동 aT 센터를 찾았다.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직접 현장에서 떡볶이를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그리고 시식도 할 수 있었다.
판매는 자신들의 주력 떡볶이였고
(상히이 떡볶이, 데리야끼 떡볶이, 매운토마토소스 떡볶이, 바베큐 떡볶이, 마늘 떡볶이...)
시식은 주로 고추장 떡볶이.
나는 아무래도 구식인지라 그래도 고추장 떡볶이가 제일 맛있고 맘에 든다.
(역시 떡볶이는 맵고 빨개야해~~~)



다양한 떡볶이 요리도 있고
참가자들이 직접 만드는 경연대회도 있었나보다
권오중, 줄리엣 강, 에바 등 연예인들이 만든 떢볶이도 한 켠에 전시되어 있다.
(직접 이곳에서 만들거란다)
매운떡볶이 먹기 대회는 직접 봤는데
보기만해도 혀 끝이 얼얼해졌다.
쌀소비 촉진을 위해서 몇 년 전에 만든 페스티벌이라는데
나름대로 자리를 잘 잡은 모양이다.
오다가다 들른 것 같지는 않고
이렇게 나처럼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길게 줄 서 있는 사람들을 행렬이 여기저기 가득하다.
대충 눈요기로 만든 행사는 아니라는 생각.
다양한 이벤트도 준비했던 것 같고
외국인들도 의외로 눈에 많이 보인다.
떡볶이가 주식이길 바라는 나로서는
정말 "지상천국"이 따로 없는 곳 (^^)



개인적으로 이 축제가 계속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완전 내 스타일이야~~~!!!
입장료도 저렴하다.
2000원 입장료면 제법 상당한 양의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떡볶이를 맛볼 수 있다.
구입하지 않고 시식만으로도 충분히 배가 부를 수 있는 곳.
내가 늘 꿈꿨던 유토피아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9. 06:37

처음엔 고양시 아람누리를 찾아갔었다.
5년 전 놓쳤던 <Miss Saigon>이 다시 공연된다 했을 때도 사실 난 좀 무감했었다.
충무아트센터의 음향이 개인적으로 믿음직스럽지 않아
아람누리를 찾았을 때까지도...
(솔직히 말하면 4대 뮤지컬이라니 한 번은 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고양시를 거쳐 성남까지 찾아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부러 김성기, 김보경, 마이클리의 casting을 선택했다.
더블 캐스팅이니 다른 팀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굳이 이 팀을 다시 선택한 건 고양시에서 느꼈던
전율에 가까운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서였다.
오케스트라 피트(OP)석에 좋은 자리가 있어 다행히 예매를 할 수 있었다.
얼굴 표정을 아주 자세히 볼 수 있겠구나 내심 기대하면서도
혹시나 MR 반주로 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다행이다. 음악감독 김문정이 피트에 자리하고 있다 ^^)
그리고 이들은 나를 또 다시 아프게 만들었다.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인 <Miss Saigon>의 시작은 작은 사진 한 장에서였다고 한다.
대본과 가사를 쓴 알랭 부브리(Alain Boublil)와
음악과 대본을 만든 클로드-미셸 쇤버그(Clude-Michel Shonberg)는
우연히 잡지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됐단다.
조그만 베트남 소녀가 호치민 공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깊은 절망과 슬픔으로 딸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의 시선이 보인다.
어머니는 지금 자신의 딸을 아버지에게 보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다시는 그녀는 딸을 못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의 사진>

두 사람은 이 사진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마치 자신이 그 아이의 엄마인 것처럼,
자신의 어린 자식이 영원히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처럼 괴롭고 아팠단다.
그리고 프랑스 군인과 일본 게이샤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프랑스 소설 <Madame Chrysanthemum>,
마지막으로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까지...
이렇게 한 장의 사진과 한 편의 소설, 한편의 오페라는
세기의 뮤지컬 <Miss Saigon>로 다시 태어난다.



두 번째 관극은 첫 번째 놓첬던 부분들을 보게 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OP석에서 본 그들의 얼굴 표정과 작은 연기 하나하나는
성남까지 찾은 수고를 대번에 날려주고도 남는다.
확실히 마이클 리의 발음은 5년 전 공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물론 완벽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의 감정 몰입은 지금 생각해도 역시 대단하다)
김보경의 킴은 어머니로서 더 강해졌다.
따지고 보면 고작 20살 어린 나이의 엄마인건데...
2주간의 짧은 크리스와의 사랑은
킴을 3년간 버티게 했고 그리고 그 3년의 시간은 그녀 인생의 모든 시간이기도 하다.
스무 살의 나이로 평생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을 그녀 김보경은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때로는 강인하게 연기해냈다.
알 것 같다.
왜 뮤지컬 여배우들이 <Miss Saigon>의 킴을 꿈꾸는지...
그건 완벽하게 배역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일거다.
그렇다면 그녀 김보경은,
확실히 "킴"을 이해하고 있고 "킴"과 이미 동일화되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킴과 크리스 뿐만 아니라
이 팀들의 무대가 나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황홀하다.
(이런 유치한 표현밖에 쓸 수 없다는 게 정말 너무나 억울하다)
김성기 엔지니어도, 김선영 엘렌도, 이경수 투이도 나를 완전히 몰입시킨다.
첫 번째 관극 때 안타깝게도 나는 이경수 투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관극에서는 그의 목소리와 연기 역시도 섬뜩하다는 걸 느꼈다.
(어느 순간 그는 나를 완전히 압도해버렸다)
투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킴을 향한 변하지 않는 사랑은 또 얼마나 절절한 순애보인지...
투이 이경수의 목소리에 담긴 격정과 분노를 나는 어이없게도 이제야 이해했다. 
투이와 크리스가 교차되면서 시작되는 헬기장 장면은
이 날도 여지없이 나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생각만으로도 옴 몸이 아득해지도록 아프고 잔인한 기억이다.
또 다시 묻게 되는 질문 하나.
도대체 당신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죠?



어쩌지?
이 팀들 고스란히 다시 또 보고 싶다.
나는 조만간 충무아트센타를 다시 기웃거리게 되지 않을까?
"아마도"가 아니라 "확실히" 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7. 06:12


매주 목요일마다 합정동에 있는 양화진 문화원에서 열리는 목요강좌.
지난 번에 작가 박완서의 강연을 찾았고
지난 목요일 안철수의 강연이 있다고 해서 다시 한 번 찾았다.
이 사람의 강연을 직접, 그것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 흥분됐다.
8시 시작인데 사람들은 6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중스타 못지 않은 인기 ^^
일부러 이 강연을 듣기 위해서 KTX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온 남자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강연이었다.
왜 사람들이 안철수를 이야기하는지 이 강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강연 제목은,
<컨버전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먼저 동영상을 잠깐 보여줬는데
예전에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나왔던 내용이었다.
대략 정리하면 이랬다.
운이란 기회와 준비가 만났을 때다.
선택을 할 때는 과거와 미래를 잊어버려라
인생을 효율성이 다가 아니다
(그랬다면 자신은 계속 의사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기에게 기회를 주라
내가 조직에서 할 일은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 내용들은 그의 책 "영혼이 있는 승부"를 보면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강연은 상당히 깔끔하고 그리고 구체적이며 선명했다.
PT 자료들도 번잡스럽지 않고
요점들만 간략히 정리되어 있었고.
크게 보면 대략 5가지 정도 이야기를 했다.
정리를 해보면,



1. Apple's iPod / iPhone / iPad
  - 창조적인 질문   으로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다
  - 닌텐도 VS play station
  - 닌텐도와 Apple의 공통점 : 수평적 네트워크 비지니스



2. Lessons learned form iPhon (Broadmindedness)
  ① See the world through two eye (두 개의 시선)- 시야의 범위를 넓혀라
  ② Horizontal thinkg (수평적 사고방식) - 타인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수 있다
  ③ Balanced point of view (균형 감각) - 끊임없이 조정하려는 과정
  ④ Cautious tale (신중한 판단) 


          <Toyata's  "T-Type" People>
 
   Expertise :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
   Broadmindedness :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3. Specialists, Responshibility in the Age of Convergence (컨버전스 시대의 전문가의 역할)
 ① To specific area : work as an expert
 ② To general  public : inform them of accurate information

4. Compentency of an Expert
 ① 20 C : Competency = Knowledge
 ② 21 C : Competency = Knowledge X Communication
  ====> "A-Type" people



    Experlise :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  
    Broadmindednes
: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Communication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5. Stability and Prospect
 - Life if the antonym of stability
   안정은 언제 찾아오나? - 정답은 : 죽으면...)
   안정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은 안철수
   (의사 -> 프로그래머 -> CEO -> 교수)
   7년 동안 의사와 프로그래머를 병행하면서 3시에 기상


* 다음은 안철수 교수가 학기 마지막에 KAIST 학생들 한 명씩 전달하는 Advice tip 이란다.
  도움이 되는 글귀들이 있어 옮겨본다.
  그리고,
  "You are an entrepreneur of your own life!"
   안철수 교수가 마지막 슬라이드로 당부한 글귀다.



* 다음은 강연 후에 질의응답을 정리한 부분이다.
  여기서도 역시 도움이 되는 tip이 많았다.

o 안철수가 생각하는 "창의력"이란?
  - 좋은 질문 을 할 줄 아는 능력

o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① 좋은 답
 ② 이해관계자와의 의사소통
 ③ 인사평가 시스템

o 딜레마에 빠졌을 땐?
 ① 과거의 성공과 실패는 잊어라
 ② 주위의 평가에 연연하지 마라
 ③ 미래의 결과에 미리 욕심내지 마라
=> 더 의미가 있고 더 재미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그러니 시도를 해보라) 

o 권력(Power) VS 책임감
o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 ->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지 마라!
                                           자기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라 (고민은 축복이다)
o 삶에 이름이 아니라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지금 뭘까?
강연을 듣고 난 후에 뿌듯한 마음도 있지만
왠지 내가 한참은 부족한 사람인 것 같은 착찹한 마음도 있다.
나는 삶이 아니라 나에게 흔적이 아닌 상처를 남기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깊게 깊게 고민하고 깊게 깊게 행동하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6. 05:44


일    시: 2010.04.21. ~2010.06.13.
장    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작    곡 : 프랭크 와일드혼 / 연   출 : 로버트 요한슨
casting : 몬테크리스토 백작(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메르세데스(옥주현, 차지현)
             아베 파리아(조원희, 이원근),
             몬데고(최민철, 조휘),
             빌포트(조순창), 당글라르(장대웅), 
             알버트(김승대, 전동석) 그 외...


<2010.04.21. casting>

몬테크리스토 : 류정한 / 메르세데스 : 옥주현
아베 파리아   : 조원희 / 몬데고       : 최민철 
알버트          : 김승대

첫공을 아무 망설임 없이 선택한 건
오로지 이 사람,
뮤지컬 배우 "류정한" 때문이었다.
조금 쉬고 싶었는데 뮤지컬 넘버가 너무 좋아  휴식기를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는 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지킬 &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품이니
그로서도 역시 탐나지 않을 수 없었겠다.
<영웅>에 이어 <라만차> 서울 공연과 지방 공연을 다니느라 참 지쳤을텐데...
그를 또 다시 불러들이는 무대 때문에
그의 매니아들 역시 또 다시 기꺼이 좌석쟁탈전을 준비한다.
(클릭이 빠른 자, 가까이서 그를 보리니...)



개인적으로는 옥주현의 뮤지컬 무대를 처음 봤다.
감정연기도 나쁘지 않고 노래도 잘 하는 건 정말이지 충분히 알겠다.
그런데 이상하지?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약간 들떠있고 그리고 숨소리가 너무 크다.
그리고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녀의 어머니를 보는 것 내겐 좀 당황스러운 모습이다.
(그냥 내내 여자이기로 선택한 거라면 할 말이 없지만...)
오랫만에 본 최민철의 무대는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하겠다.
캐릭터 설정을 그렇게 한건지,
아니면 그가 현재 좀 방황(?)하는 중인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올려진다고 했을 때
일부러 알렉상드르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 5권을 찾아 읽었다.
(내가 생각해도 정성이 갸륵하다)
그런데 원작을 괜히 본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원작과는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다...)


                                                 3인의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엄기준, 신성록) 
                                                 그런데 이 사진들 다들 좀 심하시다... ^^


알렉상드르 뒤마의 결말은 메르세데스와 에드몽 당테스의 헤피엔딩이 아니다.
당테스는 새로운 인생을 살기 위해 다시 배 위에서 길을 떠난다.
그의 곁에는 메르세데스가 아닌 다른 여자가 있다.
지조없는 남자라고?
아니! 원작을 읽으면서 나는 그 결말이 몹시도 좋았다.
그리고 그가 모렐 선주의 아들 막시밀리앙에게 남긴 편지의 마지막 구절이
결국 이 이야기의 모든 걸 대변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뮤지컬에서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같은 존재인 막시밀리앙이 등장하지 않는다)

"...... 인간의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는 이 문장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극의 내용에 맞게 조금 더 극적인 문장으로 말이다.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주는 자의 것...."

그러니까 이 뮤지컬의 주제는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당연하지!
정의로 사랑을 통합하긴 힘들겠지만
사랑으로 정의를 통합하긴 훨씬 더 드라마틱 할테니까...


                    연출가 : 로버트 요한슨                         메르세데스 옥주현, 몬테크리스토 류정한

뜬금없는 배역과 내용에 원작을 읽은 나로서는 처음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너무 과하게 코믹한 설정으로 나오는 파리아 신부,
(원작에선 이 사람은 현자, 석학자의 이미지였는데.... 쩝!)
이프 감옥에서 탈출에 성공한 당테스를 구출하는 배가 해적선이라는 설정,
거기다가 그 해적선의 선장인 루이스 밤파가 여자로 나오는 장면
그리고 원작에 없는 이름 "발렌타인"까지...
(이건 너무 달콤하쟎아~~~)
참 많은 창조적 과정으로 거쳐서 뮤지컬이 탄생된 셈이다.
여기에 당테스와 몬테고가 뮤지컬에서처럼 친구 사이가 아니라
몬테고가 메르세데스의 사촌오빠로 원작엔 나온다면 좀 놀라울까???
(뭐, 18세기엔 근친의 성행했으니까...)
그리고 알버트는 몬테크리스토의 아들이 아니라
몬데고의 아들이 맞다고 말한다면...
(에이. 그만 할란다~~)


                                                                               2장의 사진 출처 : 건승정한 ^^
뭐 어쨌든 좌우지간,
작품 자체는 확실히 나쁘지 않다.
문제는 공연장이 아주 확실하게, 너무도 완벽하게 나쁘다는 거다.
왜 하필 "유니버설아트"냐고 고개를 저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공연장의 열악한 조건이 공연의 감동을 얼마나  빠른 속도로 반감시킬 수 있는지
절실히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나, <삼총사>와 <살인마 잭>을 모두 넘겼다. 유니버설아트라서...)
내 귓 속에는 아직도 삐그덕거리며 완전 100% 수동으로 설치되던 
무대셋트들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열심히 무대 설치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발소리 무지 크다고 말한다면 내가 죽일년인가?
 암튼 출연료는 제일 많이 주어야 할 것 같아. 어쨌든 제일 많이 무대에 등장하니까...)
이 공연장의 총체적이고 절대적인 난국이
빠른 시간 안에 해결되길 나는 진심으로 바랄 뿐이다.



몬테크리스토가 고향으로 돌아와 처음 연회를 여는 장면에서
(정확히 말해서 빨간색 망토를 휘날리며 계단을 걸어 올라가는 장면)
살짝 미스코리아 Feel이 느껴지는 건 나 혼자만이었을까?
(여러분! 아름다운 밤이예요~~~)
아무튼 이 작품을 위해서
마흔이 넘은 몸을 이끌고 멋지게 힘준(?) 복근을 보여준 류정한의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잘하면 머지 않아 화려한 "액션 히어로"로 등극하지 않을까???
결투 장면은 정말 실감나더라.
(그것도 매번... 이 뮤지컬, 칼싸움 정말 여러번 나온다)
배우들이 하나하나 정확하게 동작을 맞추기 위해서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을까를 생각하니 대단하다 싶다.
저러다 다치는 건 아닌가 솔직히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그만큼 실감이 난다는 뜻 ^^
이 상태로 가다간 조만간 배우 류정한 배에도 멋진 리얼 초코릿 복근이 생기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

 
                                                       류정한, 차지연 <언제나 그대 곁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1. 06:31
일  시 : 2010. 04. 17. ~ 2010. 04.25.
장  소 :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극  본 : 노시노부 코죠우
연  출 : 류주연
출  연 : 남명렬, 예수정, 김정영, 오일영, 장용철, 권지숙, 김원진, 신용진, 신용숙,




"잠들지 못하는 아빠와 일어나지 못하는 나 중에서 어떤 쪽이 더 불행해?"
어느날 딸이 이런 질문을 한다면,
아빠는 어떤 대답을 딸에게 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 딸이 이미 3년 전 무참히 살해당한 딸이라면?
연극 <기묘여행>의 시작은 이렇다.
자신의 베개가 있어야 잠을 잘 수 있는 아빠와
꼭 그 자명종 소리여야만 잠에서 깰 수 있는 딸의 실랑이는
차라리 마음이 들뜨게 만들고 심지어 다정한 모습에 귀엽성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여행의 비일상을 이야기하면서 여행가방을 정리하는  아빠의 가방 속에
청테이프, 로프, 염산, 드릴, 전기톱이 하나씩 등장하면
극은 분위기는 묘한 반전을 이룬다.
그래, 정말 이 여행은 <기묘여행>이 되겠구나...

 

연극 <기묘여행>의 원작은 2004년 일본의 토시노부 코죠우가 쓴 작품이다.
살해당한 딸의 부모(남명렬, 예수정)와 딸을 죽인 청년의 부모(오일영,김정영)가 만나서
사형이 확실시 되고 있는 살인자의 면회를 위해 함께 교도소를 찾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극에선 묘하게도 살인의 동기나 정황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무래도 의도적인듯...)
그러니까 딸의 아버지는.
지금 여행가방을 싸면서 혹시 있을 기회를 위해 철저한 복수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의 무거운 가방은 그래서 이제 의미가 부여된다.
기회가 왔을 때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되니까,
그 짧은 순간에 가능한 모든 방법 중 한가지를 확실하게 선택해야 성공시켜야 하니까...
반대로 가해자의 부모는 지금 "희망"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는 중이다.
항소를 포기한 아들에게 "살아야만 속죄도 할 수 있다"고 설득하고
가능하다면 피해자 부모가 아들에게 이 말을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
(그것도 여러번...)

이들의 1박 2일의 여정은
지금 방금 이렇게 시작됐다.
죽이려는 자와 살리려는 자의 동행...
  

 

우리나라 무대 배경은 일본의 배경과는 많이 다르지만
무대 뒤를 따라 둥그렇게 나 있던 길과 분위기 따라 달라지던 스크린 배경은
때론 아름답기도, 때론 섬득하기도 하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살인과 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왠지 이질감과 동감을 동시에 주는 코믹한 설정들과 대사들.
교도관이었을때 사형집행 경험이 있다고 말한 코디네이터 "테라하라"의 한 마디가 귀에 선하다.
"인권이 도대체 뭡니까?"
연극은 피를 토하듯 섬득하면서도 평화롭고 고요하다.
이들을 감싸는 묘한 기운에 나는 평온함마저도 느낀다.
그러나 진짜 그럴까?
"눈 뜰 수 없는 난 너무 불행해!"
극에 나오는 모든 이들의 심정이 살해된 가오루의 심정과 같지 않았을까?
지금도 자신의 마음은 살의로 가득하지만 죽일순 없다고 말하는 아빠와
무표정한 얼굴로 사건을 지켜보다
살해자와의 면회에서 가오루를 돌려달라며 의자를 집어던지는 엄마 역시도
결국 눈 뜰 수 없는 사람들이었던 건 아닐까?
이들을 눈 뜨게 하는 방법은 아무래도 가오루라는 자명종 하나 뿐인지도...



이상하지?
난 아버지의 마지막 대사를 들으면서
깊은 감동을 느끼면서 동시에 참을 수 없는 살의를 느꼈다.
그리고 그 느낌의 시작은 딸이 아빠에게 들려주는 칼이 몸 속으로 들어오는 소리를 이야기할 때부터였다.
"뜨거운 물을 끼얹는 것 같이 뜨거워져서 소리가 났어!
 칼이 밀리는 소리, 피가 막 흘러나오는 소리.
 몸안으로부터 직접 들리는 우물거리는 이상한 소리
 어떤 악기로도 낼 수 없는 소리. 잊자마!, 아빠!"

혼(魂)인 딸의 대사가 끝나고
무대 스크린이 피가 튀듯 검묽게 변해가는 장면에선 "번쩍!"
휴즈가 끊겨버린다.
강렬하고 치명적인 뭔가가 가슴을 그대로 들이받는 느낌이다.
그래, 이제 이 말(馬) 위에서 도저히 유턴할 수는 없겠구나....

 <연출가 류주연>

살해된 딸 가오루의 아버지역으로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끌고갔던
배우 남명렬 역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로
극의 마지막 부분을 꼽았다.
“살의로 가득하지만 도저히 죽일 수는 없다”
원혼(怨魂)인 딸 앞에선 복수하겠다 말하고 철저히 준비하지만 
결국 사형수 앞에선 무방비상태로 땀만 뻘뻘 흘리다 나오는 아버지.
인형을 찌르는 장면에서는 배우 입장에서 굉장히 연기하기 어려웠노라 그는 말한다.
더불어 관객들도 그 장면에서 배우가 느꼈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까지도 전한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과 머릿속에 있는 풍경 중 어떤 게 진짜일까?”
당신이라면 이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연극 <기묘연극>
생명과 인간 존엄에 대한 이야기 이전에
어쩌면 나 자신에 대한 정확한 폭로인지도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12. 06:28


일 시 : 2010.04.06 ~2010.05.05
장 소 :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출 연 : 박지일, 서주희, 김세동, 오지혜
극 본 : 야스미나 레자
연 출 : 한태숙



수컷들의 수다, 연극 <아트>의 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또 다른 사회 풍자 코메디 연극 <대학살의 신>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이 되는 그 치열(?)하고도 어이없는 상황에 대한 유쾌하면서도 히스테릭한 이야기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내공만으로도 기대가 됐던 작품이다.
초연이라 망설이지 않았느냐고?
대답은 "Never!"다.
배우도 그렇고 연출가(한태숙)도 그렇고 기본 이상은 일단 베이스에 깔고 생각해도 무방한 작품.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다.
100분 동안 두 부부의 기상천외한 행동에 어이없어 하면서도
이 코메디가 웃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현실이라는 걸 절감하게 만드는 그 씁쓸함이라니...
글쎄, 이게 우리나라 상황이라면,
미안하지만 솔직히 상상만으로도 겁이 난다.
결코 코메디가 아닐 것만 같아서...
(아이 문제라면 왜 부모들은 이성과 상식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는 걸까?)



이렇게 멀쩡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거실이
(비록 그게 상대편에게 보여지기 위한 가식일지라도 말이다)
이야기의 끝엔 결국 난장판 초토화가 된다.
아주 고상하고 예의바르지만 그러면서도 묘하게 신경전으로 시작되는 연극 <대학살의 신>
이야기의 발단은 분명 11살 사내 아이들이었다.
"그러니까... 4월 3일 오후 5시30분 뒤낭 공원에서 막대기로 중무장한 열한 살의 페르디낭이 우리 아들 브루노의 안면을 정통으로 가격했습니다. 이 결과로 우리 아들 브루노는 앞니 두 개가 나갔고 그 중에서도 오른쪽 앞니는 신경이 끊어졌습니다."
검사가 사건 개요를 읽어나가듯,
피해자 브루노의 엄마 베로니카(오지혜)가 두 부모가 이렇게 모이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가해자 페르디앙 부모는 지금 그 "중무장"이란 단어가 몹시 거슬리는 중이다.
그러니까 브루노의 부모는 이 사건을 명백한 "아동 폭력 사태"로 보고
재발 방지를 위해 마녀사냥을 하겠다는 의도가 숨겨져있다.
그러나 모르시는 말씀!
자기 자식이 "마녀사냥"의 희생물이 되는 걸 그냥 보고만 있겠는가?
그 자식이 비록 야만인(?)일지라도 말이다.
페르디앙의 부모는 오히려 철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폭력의 원인을 누가 유발했는가?"가 중요하다는 입장.
(그 이면엔 당신 아들이 원인제공자라는 노골적인 질책이 담겨있다.)



연극은 다채롭고 그리고 확실히 재미있다.
자기 아들을 다치게 한 아이의 부모에게
우리는 이렇게 교양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일종의 기선 제압 목적으로...)
일부러 비싼 꽃을 사서 집안을 꾸미고 차와 파이를 대접하는 브루노 부부의 교양을 가장한 속물근성과
어찌됐든 사과하기 위해 찾아온 브로노 집에서
끊임없이 전화를 받는 변호사 알랭(박지일)의 모습.
게다가 페르디앙의 엄마 아네뜨(서주희)는 급기야 추대라고 할 수 있는 행동까지 보인다.
멋지게 꾸며놓은 거실에 토사물을 뿜어놓는가하면
젠 체하기 위해 꾸며놓은 꽃들로 거실 여기저기를 그야말로 완벽하게 패대기친다.
(근데 도대체 왜 내 속이 다 시원한거지??? 어찌됐든...)



품격과 교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네 사람.
(순전히 희망사항이지만)
그러나 이야기는 점점 어이없는 분노와 폭력성에 사로잡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다.
고상과 교양이 서서히 분노와 이기의 본능으로 바뀌는 걸 바라보는 건,
유치하면서도 솔직히 뜨끔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식의 문제에 관해서라면
명확한 이성과 지성의 작용이 쉽진 않겠지만
이런 상황이 심심치 않게 현실로 나타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다소(사실은 많이) 민망하고 부끄러워지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부부로서 대비되는 두 커플의 성향(?)도 참 재미있지만
순간순간 편이 바뀌는 모습도 독특한 재미를 준다.
부부로서 서로 으르렁거리다가 어느 순간 남자 대 여자로 또 다시 으르렁거리고
약과 관련되서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관계로 으르렁거리고...
이 연극은 일종의 거짓과 은폐.
그리고 교양인의 탈을 쓴 위선에 대한 유쾌한 조롱이라고 할 수 있다.
까발려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물론 있지만
그것으로 인한 통쾌함은 솔직히 속을 시원하게 만든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남편의 휴대전화를 화병속에 담그는 장면이라던가
붉은 토사물을 거침없이(?) 뿜어내는 야만에 가까운 분출이 주는 즐거움은
분명 엄청난 대체 만족을 주는 카타르시스다.
코믹하면서도 야비함까지 느껴지던 배우 박지일의 핸드폰 받는 표정이라든가
그걸 바라보며 어이없어 하던 브루노 부부의 표정,
그리고 민망해하면서도 어딘지 고소해하는 알랭의 부인 아네트의 표정까지
네 명의 표정 속에 스스럼없이 나 자신의 표정이 겹쳐진다.



<대학살의 신>이란 제목은 지성인인 척 고상을 떨지만,
결국 다들 서로 헐뜯고 싸우는 인간의 잔인함을 조롱하는 말이란다.
연극적인 코믹이 주는 불편함과 유쾌함은
기본기 빵빵한 네 배우들을 만남으로써 그 재미가 한층 더해진다.
나 자신에 대한 속물근성과의 불쾌한 마주침이기도 하지만 
더불에 유쾌한 반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토사물...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제대로, 손 쓸 수도 없을만큼,
대책없이, 황당하게 뿜어낼 수 있었을까?
그게 연기라면... 이건 정말 완전 대단한거다. ^^



오늘 하루의 "지랄 같음"을 호소하는 아네트의 마지막 모습.
한쪽 알이 빠진 선그라스를 쓰고 철퍼덕 퍼져 앉아 있던 모습이 아직도 임펙트 강하게 남아 있다.
그 모습이 하도 나 같아서...
나 역시도 숱한 지랄 같은 하루 속에 대책없이 퍼질러 앉아 있는 중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8. 06:26
2010. 04. 03. PM 2:00 Casting
앤지니어 : 김성기 / 크리스 : 마이클 리 / 킴 : 김보경
존 : 김우형 / 엘렌 : 김선영 / 투이 : 이경수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오페라의 유령>, <캣츠>
세계 4대 뮤지컬이라고 불리는 작품들.
이 중에서 <레미제라블>만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모두 라이센스 공연이 이루어졌다.
(조만간 <레미제라블>도 라이센스 공연이 성사되지 않을까 싶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
4년 전 세종문화회관에서 라이센스 국내 초연됐을 때 참 많이 관람을 망설였던 작품이다.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에..." 였다. 
그때 주연배우들의 기자회견 장면이 아마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 크리스 역의 "마이클 리"...
브로드웨이에서 <미스 사이공> 투이 역으로 데뷰했다는 그는 놀랍게도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했다.
경악했다.
그런 그가 한국어로 노래를 해야 하고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는 게 "장난"처럼 느껴졌다.
<미스 사이공>의 희극 버전이 탄생되는구나 싶었다.

 
                                                                              <미스 사이공 킴과 크리스>

그리고 뒤늦게 "마이클 리"가 부른 뮤지컬 넘버를 듣게 됐다.
"Why god why?"
솔직히 고백하는데 전율이 일었다.
그의 한국어 발음은 분명 문제가 많았지만 감정이 그대로 담긴 그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름답고 깨끗했다.
킴과의 듀엣곡 "Sun and Moon"과
"The last night of th world"를 듣고는 후회했다.
4년 전에 그래도 한 번쯤은 보지 그랬느냐고...



고양 아람누리 무대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또 놀랐다.
너무 작은 체격이라서...
그의 작은 몸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힘은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를 엎드리게 해서 등판을 열면 에너자이저한 밧데리가 우루루 쏟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상상할만큼 ^^) 
맑고 깨끗하고 그러면서도 거침없는 목소리. 
그의 고음은 불안하지도 힘겹지도 않았다.
소위 말하는 타고 난 목소리다.
그런 그가 원래는 스탠퍼드 대학의 우등생이었단다.
의대생이었던 그는 3학년 때 뉴욕으로 건너가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봤고
투이 역으로 꿈에 그리던 브로드웨이에 무대에 서게 된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렌트, 왕과 나 ...
브로드웨이 대표작에서 한창 활약하던 그는 우연히 친구를 통해 한국에서의 미스 사이공 공연 소식을 듣게 됐단다.
그래서 싱가포르 투어 중 하루를 비워 오디션을 위해 직접 한국을 찾았단다.
미국에서는 백인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크리스.
그는 크리스가 되어 그렇게 4년 전 한국 뮤지컬 무대에 섰다..
<미스 사이공>이 그의 뮤지컬 무대 첫사랑이라고 말하기도 하는 마이클 리.
2005년 초연가 달라진 점이라면,
그의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1살짜리 아들이 생겼다는 것.
그래서 더 성숙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공연 후 무대 밖에서 우연히 보게 된 그의 모습은
참 귀엽고 그리고 순수해보였다.
(젠틀한 꼬마 신사 같았다고나 할까? ^^)



킴의 "김보경"!
작은 몸의 그녀가 나를 얼마나 이리저리 끌고 다니던지...
그녀에게 제대로 휘둘리고 난 후의 느낌은 황홀할 정도였다.
그녀에게도 운명이 되어 버린 <미스 사이공>,
4년 전 그녀는 뮤지컬 <아이다>의 앙상블이었다.
한국 오디션 당시 외국 연출자는 한국에는 `킴`이 없다는 소리까지 했을 정도로 캐스팅에 난항이었다고 한다.
오디션에 지원조차 하지도 않았던 그녀는 <아이다>를 본 연출자에 의해 오디션 기회를 잡았고
수백 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뚫고 앙상블에서 주연이 되는 신데렐라의 행운을 얻었다.
모든 뮤지컬 여배우들이 꿈꾸는 역할 "킴"으로...


전쟁의 화염 속에 가족을 잃고 창녀가 되야 했던 17세 킴의 여리고 순수한 목소리부터
떠난 크리스가 돌아올 것을 굳게 믿으며 부르는 노래  "I still believe"
3살 된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자신의 목숨까지도 바치리라 다짐하는
"I'd give my life for you"까지...
그녀의 목소리에는 시간도, 희망도, 그리고 절망도 묻어있었다.
그녀는 확실히 "킴" 그 자체였다.
헬기장 장면에서 나는 그녀 때문에 가슴이 찢어졌고
호텔에서 크리스의 아내 "엘렌(김선영)"과의 만남에서는 함께 가슴이 무너졌다.
킴의 대사처럼 나 역시도 "숨을 쉴 수 없었"다...
할 수 있다면 내가 저 철조망을 뚫고 그녀를 헬기 안쪽으로 보내주고 싶었는데...



어쩌면 <미스 사이공>은 동일한 경험이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더 가슴 아파하면서 감동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전쟁을 비록 겪지 않은 세대라고 할지라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래도 우리 세대는 전쟁의 절망을 이해까지는 아니더라도 동정하고 가슴 아프게 느끼고 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더 지나도 그렇게 될까?
<미스 사이공>이란 작품의 의미,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나는 여기에 두고 싶다.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전 속 의미로만 남기를 희망하면서
이런 작품들을 통해서라도 그 절망을 조금이라도 가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그게 구닥다리같은 억지처럼 들리더라도 말이다.
작품 속 비극을 통해서 우리가 "전쟁"의 참혹성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그런 마음.
솔직히 말해서,
<미스 사이공>을 보면서 내가 감동받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건 너무 "고전"이라고. 지금 시대에 전쟁물이 말이나 되냐고...
그래도 4대 뮤지컬이라니 한 번 보기나 해보자고...
참혹하게도,
나는 완전히 처참한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KO패를 내내 감사하게 즐기고 있는 중이다.)

오랫만에 무대 위에서 보게 된 김성기씨는
역시나 독특한 존재감을 주는 자신만의 앤지니어를 만들어냈다.
한때 그의 목소리를 내가 얼마나 깊게 깊게 사랑했었는지... (^^)
그의 건강하고 날씬한(?) 모습이 마냥 반갑고 그리고 정답다.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멋진 배우 김성기.
그동안 무대가 많이 그리웠겠다. 특히나 <미스 사이공>은 더더욱.
그의 앤지니어를 볼 수 있었다는 건 나에게도 그에게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The American Dream - 앤지니어 "김성기">

마이클 리, 김보경, 김성기, 김선영, 김우형.
그들과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세계를 직접 보고
<미스 사이공>이 세계 4대 뮤지컬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나는 충분히 이해했고 그리고 인정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4대 뮤지컬은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덕분에 혼자 무안해지고 말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들과 놀라운 무대 셋트들.
(3D 헬리콥터 장면은 정말 사람이 그 속에 타서 신기했다.)
철조망 신의 긴박감과 절망감,
퇴폐적이고 끈적거리는 클럽의 불빛,  피난민들의 허름한 수용소.
커다란 호치민 흉상 앞에서의 군무들까지.
하나하나의 장면들이 전부 기억에 선명하고 그립다.



어쩌나...
또 다시 깊게 절망하고 싶다. 
너무 그리워서 이제 어쩌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5. 06:36
무대 위엔 꼭지점을 아래로 향하는 커다란 역삼각형이 층층히 쌓여진 종이더미 위에 위태롭게 서있다.
균형이 잡힌 정삼각형도 아닌 불안한 모습 그대로...
그 불안함 속에 해답을 위한 힌트라도 주는 듯.
높이 달린 창문을 통해 한 줄기 빛이 퍼져온다.
그러나 그 빛조차도 자세히 보면 불안한 삼각형의 형태다.
그리고 삼각 구도로 놓여 있는 의자 세 개.
그 의자마저도 정삼각형의 구조를 살짝 벗어나
시작은 분명 어느 한쪽으로 불안하게 기울어져 있다.
(물론 극이 진행하면서 정삼각형의 구조를 쟘깐씩 보여주긴 하지만)
내게 연극 <코펜하겐>의 첫인상은 그러니까
평형에 대한, 균형에 대한 일종의 불안한 도전이며 거부처럼 느껴진다.

역사 속의 세 사람,
닐스 보어(남명렬), 베르너 하이젠베르그(김태훈), 그리고 닐스 보어의 아내 마그리트(조경숙)
스스로 현실 속의 사람들이 아님을 고백하고 있는 이 사람들은
지금 하나의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중이다.
“왜, 1941년 하이젠베르그는 보어를 방문했는가?”


아버지와 아들 같은 사제지간이자 오랜 연구 동료인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는
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서로 적국으로 갈라서게 된다. 
하이젠베르그의 위험하면서도 비밀스러운 방문은
50년간 토론을 벌여왔으나 그닥 명확한 결론을 얻지 못한 상태다.
연극은 세 번의 리플레이를 거듭한다.
그리고 매번 다시 묻는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그가 찾아왔을까?” 를...
이들 세 사람은 이 질문을 통해
도대체 지금 어떤 해답을 얻고자 하는걸까?



연극 <코펜하겐>은 노골적으로 말해 아주 많이 어렵다.
그리고 심각하다.
게다가 지독히 아름답기까지 하다.
핵분열, 중성자, 원자로, 원자탄의 제조, 불확정성 원리와 상보성의 원리 등
수시로 등장하는 물리학의 개념들로 머릿속은 이미 무한대의 복잡성 안에 놓여있다.
어쩌면 이 연극을 이해하기 위해선 관객들에게 지독한 인내심이 필요할지도...
그러나 연극 <코펜하겐>에서 중요한 건,
그런 과학 원리나 학자적인 이론이 아니라 
그 이론을 끌어냈던 인간들의 본성과 진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Dark side of the moon"
그렇다면 그건 확실히 불가능한 일도, 어려운 일도 아니긴 하다.
마침내는 인간이란 객체의 유사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될테니까...
시간의 개념조차도 무력하게 만드는 핵폭발을 능가하는 인물들의 충돌과 대면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무척 재미있다.
수시로 돌출하는 날카로운 삼각형의 모서리들은
한쪽은 역사를 향해, 한쪽은 인물을 향해, 나머지 한쪽은 상황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기도 하고 일시에 후퇴하기도 하면서 극의 생명감을 예리하게 살려낸다.
입 속에서서 쏟아져나오는 숱한 이론들과 과학에 몰두한 인간의 지독한 광기.
그리고 그 광기 속에 보여지는 학문에의 순수한 열정.
"과학"으로 덧씌워진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과 탐구.
그 치열함이 극 속에서 제 2, 제 3의 긴장감으로 고스란히 살아난다.
폭풍같은 치열함들...
(이런 치열함을 만나게 되면 나는 그만 정신을 잃게 된다...)



<마라, 사드> 이후에 무대 위에서 만난  배우 남명렬은
역시나 늘 아름답고 섬세하고 그리고 정확하다.
그는 매번 무대 위에서 삶의 터를 개척한다.
끝없는 유목민으로서의 연극배우 남명렬의 아우라가
그래서 나는 늘 깊고 다정하고 믿음직스럽다.
연극 무대는 시간과 열정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배우 남명렬.
 “살아가는 세월만큼 무대 위에서 녹아나기 마련이에요. 그 세월은 관객들에게 어필될 수 있어요.
  그러니 연극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선을 조금 길게 봤으면 해요.”

이 말에 지극히 공감하는 관객이 여기도 이렇게 있다는 걸 그가 알까? (^^)
그는 연극 <코펜하겐>을 통해 관객과 ‘의미 있는 소통"을 희망한단다.
"우리는 현재 재미와 가벼움, 즐거움을 위해 달려가는 말 위에 있죠. 잠시 말고삐를 잡고 ‘속도를 조정해볼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 작품과 함께 했으면 해요. 담론 자체는 거대하지만 그 속에 인간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유머도 있고.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말초적 세상에서 무언가를 돌아보고 싶다면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애쓰고 있고요."
속도를 조정하기...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제일 필요한 일이 바로 그건지도 모르겠다.
아이러니하게도 치열한 연극 <코펜하겐>을 보고 나는 느긋한 "여유"를 느꼈다.
당연하지 않은가?
원래 인간의 삶이란 이렇게 늘 불확실 한거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