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0. 2. 16. 06:17
몇 년 전 배우 최민식이 연극 <필로우맨>을 하게 될 거라고 해서 기대했었다.
천재 작가 "마틴 맥도나(Martin McDonagh)"의 가장 유명한 작품 <필로우맨>
그러나...
결국 나는 기대하고 있던 연극을 보지 않았다.
(것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극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이 됐고
나는 연극을 이런 규모의 대극장에서 올릴 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에 놀라 기겁했었다.



<뷰티퀸>
영국의 천재적인 작가 마틴 맥도나가 25살 되던 해(1996년),
그것도 8일만에 쓴 처녀작이란다.
"포스트 세익스피어"라는 말을 듣고 있는 1970년생의 젊은 작가.
한때 이 작품을 포함해서 그의 작품 4개가 동시에 런던에서 공연되기도 했단다.
단편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도 하고...
참 여러모로 다재다능하시다... ^^
사실 <뷰티퀸>을 보기로 한 건
<필로우맨>의 천재작가 "마틴 맥도나"의 능력보다
연극배우 김선영의 무대가 오랫만에 탐이 나서였다.
 


“아마 엄마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영원히 거기 버티고 있을 거야. 날 괴롭히기 위해서”
“난 절대 안 죽어. 일흔 살이 돼서야 내 장례식을 치르게 될 걸."

모녀간의 대화라고 하기엔 좀 섬뜩하지 않나!
마흔이 되도록 이렇다 할 연애도 못해본 노쳐녀 모린(김선영)
우울증과 방광염을 앓고 있으면서 딸을 곁에 두기 위해
끊임없이 간섭하는 엄마 매그(홍경연). 
아일랜드 언덕배기 외따로 떨어진 곳에 사는 이 두 모녀의 이야기는
이렇듯 치열하고 그리고 섬뜩하다.
연쇄살인범에게 엄마를 도끼로 내려치라는 부탁을 하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딸과
그 전에 널 먼저 죽일거라고 말하는 엄마.
(그것도 아주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는 이 모녀의 관계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드문드문 어쩔 수 없이 공감하게 된다.



연극을 보면서 오래 전 봤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이 영화, 정말 끔찍하게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는데...)
연극은 끊임없이 악을 쓰듯 대화하고 
영화는 끊임없이 침묵같은 독백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에 스며있는 정신 착란과 
주인공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이상 행동들이 묘하게 닮아 있고 
그리고 그 행동들이 몽상처럼 아득하다.
모린이 착각 속에서 파토를 만나는 기차역 장면과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작업장에서 추던 상상 속의 춤.
희망과 절망을 함께 품고 있던 그 두 장면은
묘하게 일치하면서 씁쓸한 이면을 남긴다.
어쩐지...
사람이 미쳐가는 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들.



이렇게 사소한 일로 늘 티격태격 다투던 모녀에게 진짜 큰 사건이 발생한다.
매그의 방해도 불구하고 모린이 고교 남자동창 파토(신안진)와
자신의 침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
다음 날 아침 모녀는 파토 앞에서 서로의 치부를
그야말로 경쟁적으로 살벌하게 폭로한다.
엄마는 단 한 번도 딸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며 딸의 정신병동 입원 병력을 낱낱히 날카롭게 들춰낸다.
게다가 딸은 일부러 엄마에게 시비를 걸 듯
한마디 한마디를 가시같은 말투로 여기저기 사정없이 찔러댄다.
굳이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녀는 교묘하게 엄마에게 끊임없이 날카로운 가시를 박는다.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세상 모든 모녀의 관계는,
그래, 어쩌면 이런 끔찍한 집요함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연극을 연출한 이현정 연출가,
그녀의 런쓰루는 다른 연극연습에 비해 길기로 유명하다.
대부분 1~2주의 런쓰루 기간을 갖는게 보통이라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는 4주간의 런쓰루 기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연극은 촘촘하고 그리고 빽빽하게 꽉 차 있다.
(토막 난 생선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오랫만에 머릿속이 치열해지는 느낌.
결국 딸은,
엄마도 파토도 떠난 집에서
엄마가 앉았던 낡은 흔들의자에 앉아
엄마가 둘렸던 낡고 더러운 긴 숄을 꼭 엄마처럼 어깨에 감싼체
엄마와 똑같은 자세로 발을 구르며 의자를 흔든다.
그 안으로 엄마의 목소리가 노래로 흐른다.
(극의 시작은 정확히 그 반대다.
 흔들의자에 발을 구르고 있는 노모의 머리 위로 딸의 노래가 흐른다)
등장인물과 흐르는 노래만 바꿔있는 두 장면이
머리속에 선명히 대비된다.
그리고 완벽히 합치된다.
모린은 매그가 됐을까?
그래, 어쩌면... 그랬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6. 06:14
박물관을 가면 오래 서서 찬찬히 보게 되는 곳.
아주 오랜 옛날
어느 날은 누군가의 입을 채울 밥을 담고 찬을 담다 
그러다 어느 날,
걸죽한 탁주나 맑은 청주가 담기기도 했을테지.
시간 속에서
그때그때 일상을 담았을 그릇들은
이제 유리벽 넘어 "도자기"라는 유물로 남아 있다.



도자기를 마주하면
이상하지?
긴 시간 앞에서의 짧은 대면이지만
언제나 맘은 깊고 아늑하다.
문득 저 위에 소담하게 따뜻한 밥 지어
오래오래 곱씹으며 꿀꺽 삼키고 싶다는 생각.
그 고슬고슬한 아득함에 허기가 지기도...





주위는 온통
고려청자같은 은은한 청록빛.
때로는
분청사기같은 고요한 흙빛으로 가득하다.
이런 작은 빛깔의 세심함이 고마워
주책맞게 헤실헤실 헤픈 웃음도 흘리다.



한참을 바라봐도
결코 지치지 않았을 시선
그곳에 두고
휘적휘적 발걸음 옮기다.
고실고실한 생각,
어쩌면 아직 거기 담겨 있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4. 06:29
 "저 소년은 오직 너제트라는 말만 포옹합니다.
  저 놈의 말 대가리를 제가 뒤집어쓴 것 같습니다. 저는 절망에 빠졌습니다"


연극 <에쿠우스>의 시작은 이렇다.

얼마나 가슴 떨리게 하고 얼마나 치열하게 바라봤던 연극인가...
내가 기억하는 <에쿠우스>는
"중독"과 "탐욕"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래서 대학로 세번째 연극열전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 2009년 다시 무대에 오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많이 두근거렸고 그리고 첫사랑을 재회하는 것처럼 마냥 떨렸다.
송승환과 조재현의 다이사트.
젊은 시절 알런으로 무대 위에 올랐던 그들의 감회에
주책없이 동참하기까지 했다.
김태우와 류덕환, 그들의 알런이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다.



2005년 김영민 알런에 남명렬 다이사트를 신화처럼 그리고 아직도 현실처럼 생생하고 기억하고 있는 나...
5년만에 보게 된 <에쿠우스>는
그러나 내겐 황무지를 바라보는 것처럼 피폐한 모습이었다.
코믹버전의 에쿠우스를 보면서 10분의 뜬금없는 인터미션에도 불구하고
지루함과 오랜 싸움을 해야만 했다.
조재현 연출의 <에쿠우스>는
그전까지 봤던 집요하고 끈질기고 그리고 실험적인 공연을
과감하게(?) 시장판으로 내돌리기로 결정한 듯 하다.
연극의 대중화를 위해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열극열전 시리즈는
아마도 조재현이라는 배우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거두기 어려웠으리라.
그래, 그건 정말 인정한다.
그리고 그의 노력과 열정에는 누가 뭐래도 기립박수를 보낸다.
물론 연극열전의 작품들이 전부 괜찮았던 건 아니지만,
어찌됐든 뮤지컬의 대중화에 밀려 침체기에 놓여 있던 연극의 유료관객 수를 엄청나게 늘려놨다는 건
내게도 대단한 이벤트요 혁신처럼 느껴졌다.
그래도... 그래도...
에쿠우스를 시장판으로 내돌린 그의 연출에
나는 너무도 너무도 화가 치민다.



송승환, 류덕환
스크린을 압도한 두 배우의 연기는
알몸에 가까운 근육질의 8마리 말들에 의해 철저히 유린되고 파괴된다.
(2005년에 비해 말 한 마리가 늘었다. 5년 후에는 9마리의 말이 등장하게 되는 건 아닐까???)
"정열을 파괴할 순 있어도 창조할 순 없다"
다이사트의 말이 무색할 만큼 알런의 열정은 그 전에 이미 사라졌고
(그래도 이 연극에서 제일 눈에 띄는 사람이 바로 류덕환이다.
그의 표정과 말투에는 알런이 어쨌든 담겨있다. 행동은 모호했지만... )
다이사트는 마치 TV 브라운관을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듯 알런을 향해 내내 심드렁한 모습이다.
(여차하면 체널을 돌릴 기세다)
공연 시작 전에 송승환 다이사트가 먼저 나와 혼자 보란듯이 담배를 피우는 장면.
뭐랄까, 소문 무성한 무당집에서 바람잡이가 순서표를 나줘주며 손님들을 떠보는 액션 같이 불쾌했다.
그래도 아버지에 비하면 다이사트의 불쾌감은 그나마 봐줄만 하다.
철저한 금욕주의의 알런의 아버지는
"개그콘서트"에 출연해도 단박에 인기를 끌 수 있을 만큼 잔인하게 코믹하다.
코믹한 금욕주의자라니...
때때로 아버지로 인해 웃어대는 관객들.
나는 그런 웃음을 이끌어내는 연극이 너무 못마땅하고 너저분하고 난잡하게 느껴졌다.
알런의 아버지는 결코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사람이어서는 안 된다.
그의 금욕이 비록 겉모습에 불과한 것일지라도
그런 이유로 더 철저히 냉소적인 비웃음을 안겨줬어야만 했다.
그래야 극의 후반부 포르노 영화장에서 아들을 마주치는 장면에서 이중적인 인간의 근본과의 대면을 보며
관객들 또한 스스로의 모습을 보는 듯 진저리를 쳐야 했다.
그러나 2009년 에쿠우스의 아버지는 처음부터 발정난 인간에 불과했다.
그는 아마 꿈에서도 금욕을 생각하지도 못할 인물이다.
그렇다면 알런의 어머니는?
교사출신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어머니는
과연 자신의 아들에 대해 감정을 가지고 있기는 한건가?
2005년도에 나는 어머니에게서 어쩌지 못하는 "애증"을 느꼈다.
지금은 제멋데로 노는 아이에게 건성으로 대답하는 피곤에 찌든 부모를 보는 느낌이다.
알런의 부모들은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 걸까?



알런을 다이사트 박사에게 부탁하는 판사는.
아무래도 직업이 잘못 표기된 것 같다.
내가 느낀 그녀의 모습은 다이사트 박사에게 끊임없이 추파를 던지는 여비서에 불과했다.
늘씬한 다리를 보란 듯이 꼬고 앉아서
심각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태도로 알런을 부탁하고 종종 찾아와 경과를 듣는 그녀는
당황스러웠고 깊이감이 없었다.
마치 가십기사를 대하는 여비서의 포즈 그대로였다.
그녀가 구하고 싶었던 건 불쌍한 알런의 영혼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 같다.
판사가 유부남 정신과 의사를 상대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든 조용히 그녀의 손을 붙잡고 다른 정신과 의사를  만나게 하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돈많은 재벌 노인네라도 소개시켜줘야만 할 것만 같다.



...... 혼란스러웠다. 연극 《에쿠우스(Equus)는 비극인데 관객은 숭고한 주인공이나 좌절이 아니라 다른 데 집중하고 있었다. 그들의 넋을 낚아챈 건 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말(馬)들이었다. 절대 다수인 여성 관객은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때 온통 말 이야기뿐이었다. 그들이 숭배하는 것은 근육질의 말 같았다. 그렇다면 연극이 변한 것인가, 관객이 달라진 것인가...... 이 연극은 미완성이다. 비극을 사랑한 관객은 실망했을 수도 있다. 말들을 강조한 이번 《에쿠우스》는 이쪽과 저쪽 사이에서 서성이는 것 같았다. 대중성을 얻었지만 작품의 정신까지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즐기다가도 서글퍼졌다......

누군가 이런 기사를 썼다.
그리고 나는 전적으로 이 기사에 동의하며
이렇게 동의해야만 하는 게 너무 화가 난다.
"과연 나는 누구를 숭배해 본 적이 있는가?"
알런을 치료하며 스스로 던지는 다이사트의 질문은 공허해지고 말았다.
더불어 알런이 미치게 부럽다고 말하는 그의 고백 또한 정당성을 잃었다.
말의 성전에서 의식을 치르고 널브러진 알런을 부등켜 안으며
내가 널 치료해주겠다고 했을 땐
"너나 잘하세요!"라며 친절한 금자씨가 되어 말해주고 싶었다.
피곤에 찌든 다이사트가 자신의 힘으로 구할 수 있는 건 과연 뭘까?



2005년 내가 그토록 정열적으로 봤던 에쿠우스는
성적인 판타지를 주는 애로물도
턱없는 웃음을 주는 코믹물도 아니었다.
내 기억 속 알런과 너제트가 의식을 치루듯 달리는 장면은
성스러웠고 장엄했었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었다)
그러나 떡칠(?)을 하고 나온 건장한 보디빌더들이 취하는 과한 동작들은
경박한 섹스코드를 눈 앞에 들이대는 것 같아 불쾌하고 난감하기까지 했다.
남창처럼 외부에 전시된 썬텐된 그들의 몸을 보며 나는 연극 <에쿠우스>의 비극성을
연극이 끝난 로비에서 느닷없는 느꼈다.
(그나마 그들 얼굴이 두꺼운 분장으로 덮여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맨 얼굴로 그렇게 서있었다면 얼마나 서로 난감했을까?)



2005년 포스터를 찾아 보면서 
같은 작품도 누군가에 의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실감하며
나는 심각하게 <에쿠우스>에 대해 현재진행형으로 당황하고 있다.
어쩌면... 어쩌면...
김영민 알런과 남명렬 다이사트가 너무 강렬했기에 내게 <에쿠우스>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결코 그 고정관념을 나는 결코 깨고 싶지 않다.
2005년 <에쿠우스>는 내겐 분명 구원같은 작품이었는데
2009년 <에쿠우스>는 내겐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 연극에 진심으로 칭클창클을 메고 싶다.
너접한 푸줏간을 다녀온 느낌이다.



    -----  only 퍼포먼스 <에쿠우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30. 05:51
첫 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오스트리아 비엔나 뮤지컬 <모차르트>
조성모의 불의의 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등장한 동방신기 시아준수의 캐스팅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뮤지컬 <모차르트>
서울 14회 공연에 지방 공연 몇 번을 포함한 시아준수 출연료가 4억 5천만원이란다.
게다가 시아준수 공연날은 3층 구석자리 티켓까지 오픈 몇 분 만에 바닥났고
심지어는 같은 공연이지만 티켓오픈 시간까지도 차이를 두는 이변까지 연출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왠지 빈정 상하는 소식들만 가득했지만
어쨌든 한번은 봐야 할 것 같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VIP 좌석의 압권이라니?
이러다 1층 객석 전부가 VIP 좌석이 되는 날이 조만간 오겠구나 싶다.



특히나〈모차르트>는 오스트리아 극장협회에서
해당 국가의 최고 역사와 권위가 있는 극장에서의 공연만 라이선스를 허가하는 특별한 작품이다.
1999년 오스트리아 비엔나 (THEATER AN DER WIEN)에서 세계초연 후
독일, 스웨덴, 일본, 헝가리에서 공연 된 대작이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8년간 매출 1위를 고수해온 뮤지컬〈엘리자베스>의 기록까지 돌파했단다.
(그런데 <엘리지베스>는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오게 될까???)



네 명의 모차르트
임태경, 박은태, 박건형, 김준수
개인적으로 박은태의 모차르트를 보고 싶었지만
어쨌든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에게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심정으로 그의 공연을 선택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이자 세계적인 극작가로 유명한 미하엘 쿤체(Michael Kunze)의 작품.
짧지만 굴곡 많았던 모차르트의 인생을
의지의 주체인 볼프강(Wolfgang)과 재능의 근간인 아마데(Amade)로 분리시켜
천재 음악가의 인생과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작품이란다.
그런데...
라이센스 공연을 보고 이런 걸 느끼기에는 좀 많이 안습이다.
(공식 홈피에서 이 부분를 읽고 혼자 몹시 황당했다...)
모차르트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한다는 경사진 무대,
오선지를 의미하는 다섯 계단, 음표 모양의 별, 피아노 건반을 떠올리게 하는 무대 장치들.
세세한 디테일들이 요란스럽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그와는 반대로 화려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던 의상들과 가발들.
눈의 볼거리는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28인조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클래식과 락이 융합된 음악도 색다른 경혐을 선사한다.
그런데?
왜 모차르트의 의상만 유별난거지?
다른 인물들은 18세기 바로크 의상인데
모차르트만 찢어진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는다.
자유로움과 천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이었다는데 솔직히 모르겠다. 
게다가 임태경 모자르트는 묘한 이질감까지 준다.
마치 짜집기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



뮤지컬 배우로서의 "임태경"
개인적으로 사람 무지 많이 혼란스럽게 만든다.
지금껏 본 그의 뮤지컬 인물은 냉정히 평가해서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모차르트에서 나는 그동안 임태경이 거쳐간 모든 배역들의 종합판을 본 것 같다.
산마루이기도 하고, 지저스이기도 하고, 안소니이기도 하고, 로미오이기도 하고.
(햄릿은 내가 못 봐서.... 쩝!)
그래서 지금 무지하니 머리가 복잡하고 뒤숭숭하다.
어쨌든.
탁월한 노래실력으로 숱한 캐스팅에 안전한 낙하산으로 안착했던 그가
첫 오디션으로 선택한 작품이 바로 <모차르트>다.
일단 보고 난 후의 느낌은
개인적으로 그의 선택에 대해
"성급했다"라고 말하고 싶다.
(이 말 속의 의미는 다양하다. 그야말로 일장춘몽, 설왕설래, 풍비박산...)



1막에서 그는 또 다시 방황(?)하면서 종종 앞서거나 혹은 뒤처졌다.
그에게 부담이 있었던걸까?
너무나 열심히 하려는 노력이 오히려 그의 속도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버렸다.
정확한 음을 내겠다는 연주자로서의 욕심 또한 다른 배우들과의 조화을 자주 잃게 한다.
"아~~ 빌어먹을!"
"똥이나 싸시지!"
삼십대 후반의 특히나 반듯해 보이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아빠~~"라는 대사는 몹시도 생경하게 느껴졌고
그 스스로 어색한 듯 이질감이 담겨있다.
(그러니까 그는 충분히 극 속에서 모차르트가 되지 못한 셈이다)
지나친 조심성이 보헤미안적인 모차르트를 순간순간 엄청난 찌질이로 변모시키기까지 한다.
어른 "볼프강"과 함께 등장하는 어린 ‘아마데’의 행동이 오히려 더 성숙하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그가 했던 어떤 배역보다 더 좋은 느낌으로 다가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내가 혼란 상태가 되버렸다...) 
1막과 2막의 배우 임태경의 어마어마한 간극.
뮤지컬 배우로서 계속 무대에 서겠다면 그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할 숙제다.
그리고 제발 해결해주길 정말이지 누구보다 간절히 바란다.



아버지 레오폴트 모차르트 서범석.
이 뮤지컬의 제목을 개인적으로 <레오폴트 모차르트>로 바꾸고 싶다.
Bravo ~~!
100%의 감정을 담은 그의 노래는 또렷했으며 그리고 언제나처럼 확실한 딕션을 자랑한다.
(임태경의 대사 부분에서는 "재 뭐래니?"를 연발했는데 서범석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잘 들린다)
신을 버렸다고 말하는 그가 집을 떠난 아들 모차르트 때문에 다시 신께 기도하는 장면.
그 장면에서의 그의 목소리 톤의 간절함이 선명하다.
(배우는 정말 이래야해~~)
콜로레도 대주교역의 윤형렬.
사실 절대 신뢰 배우 "민영기"가 아니라 서운했지만 콰지모도의 변신 또한 눈부시다.
코믹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역할을 적절히 오가며 균형을 잘 잡는다.
1막에서 이 사람의 노래를 듣고서야  첫 박수를 쳤던 것 같다.
그동안 무지 방황하며 꽁하게 있었는데 윤형렬 콜로레도가 한 방에 날려버린 셈 ^^


모차르트에게 아버지와의 이별을 충고한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역의 신영숙.
개인적으로 동물을 싫어해서 "캣츠"를 보지 않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여러번 봤다.
무거워보이는 의상에 엄청난 가발.
멋지게 "황금별"을 부르는 그녀의 모습은 황홀했다.
모차르트의 누나 난넬역의 배혜선 역시 보증수표같은 배우 ^^
(그런데 1막 시장 장면은 좀 그랬어요~~~)
모차르트의 아내 콘스탄체 정선아.
뮤지컬 <렌트>에서 매력적이고 육감적인 미미였던 그녀.
살이 많이 붙기는 했지만 목소리 하나는 역시 화통(?)하니 든든하다.
시아준수와 연기할 때가 살짝 걱정스럽긴 하다.
유한 마담의 숨겨둔 꽃미남 연인 같지 않을까 싶어서...
좋은 뮤지컬 넘버들로 귀가 즐겁고 행복했다.
1막과 커튼콜에 나오는 "나는 나는 음악"
그리고 1막 엔딩곡인 "내 운명 피할 수 없어"는 요즘 유행하는 후크송같다.
한 번 들으면 그대로 귀 속에 쏙쏙 들어온다.
대사 번역은 맘에 안 들지만,
가사 번역은 지금까지 봤던 라이센스 공연 중에서 그래도 제일 괜찮았다.
(돈주앙과, NDPK의 악몽이 지금 마구 떠오른다...)

극 자체는 중간중간 끊기지만
(아무래도 지금 공연이 아직 보완할 게 너무 많아서 나타나는 현상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게 내 느낌.
기회가 된다면 임태경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공연도 한 번 보고 싶다.
가령 박은태 모차르트라면...
아마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



<내 운명 피할 수 없어>

필요 없어 난 더이상  그 누구도 필요 없어
난 더이상 저 하얀 가발도 필요 없어
난 진정한 인생 살리
부드러운 붉은 입술 와인 향기 내 몸을 덥히고
날 향해 속삭여
난 알 수 없네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어떻게 자신 거부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누구에게 물어봐 스스로 이해 못한 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나는 과연 누구인가 더 이상 날 구속하지마
자유롭게 살 수만 있다면 바랄 게 없어
날 울렸던 교향곡 화려한 여인의 살결처럼
내 몸에 닿으면 몸을 떨고 말지
난 알 수 없네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모두 포기해
어떻게 양심 배반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어떻게 사나 자신의 길에서부터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숨막히는 두려움 짓누르는 어깨
질문에는 침묵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구나
볼 수 없는 찰나 숨막히는 순간
날 따라오는 그림자 언젠간 날 죽이고 말거야

어떻게 그림자 잃고 어떻게 운명 거부해
어떻게 자신을 거부한 채 다른 사람이 되나
누구에게 물어봐 스스로 이해 못한 건
어떻게 그림자 걷어내고 그 자유 찾겠나

어떻게 사나
그저 내 운명 받아들일까
그렇겐 못해
난 할 수 없어
절대로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나는 나는 음악>

난 시인이 아냐 또 시인 처럼 말도 못해
그저 떠오르는 대로 그저 내 마음 가는 그대로
난 화가도 아냐 빛과 어둠 아름다움도 그려내지는 못해
난 꿈속에서만 희망 그리지

난 배우도 아냐 난 연기할 줄 몰라
난 가식없이 살고 싶어 있는 그대로
있는 내 모습 보이기를 원하는 이런 나의 모습을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느낌 나의 리듬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 난 포르테 난 피아노 춤과 판타지
나는 난 음악, 나 음악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어

난 철학자 아냐 아무것도 난 모르지
웃고 떠들썩한 그 곳에 난 항상 거기 있지
예의도 몰라 무례하다는 말 듣더라도 지루한 건 정말 질색이야 싫어
난 평범한 삶 따위 필요없어
내 마음이 터질 것 같아
나 자유와 영혼 찾아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 수 없더라도 난
떠나가기 두려워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 날 사랑해줘

나는 장조 나는 단조 나는 화음 나는 멜로디
나의 단어 나의 문장 나의 느낌 나의 리듬 음악 속에
나는 박자 나는 쉼표 나는 하모니 난 포르테 난 피아노 춤과 판타지
나는 난 난 음악, 있는 그대로 내 모습 날 사랑해줘

 
                                       -  박은태의 "내 운명 피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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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0. 1. 23. 14:22
오랫만에 중앙국립박물관을 찾았다.
용산으로 이전한 후 첫 방문 (^^)
같이 있는 공연장 "용"은 참 여러번 왔었는데 박물관은
다음 기회에를 연발했었다.
그나마 특별전시관은 몇 번 찾았었는데
상설전시관은 언제라도 볼 수 있다며 구지 합리화 시키면서
피곤을 이유로 오랫동안 모른척했다.
오랫만에 찾은 상설전시관은
만원의 입장권을 받는 "잉카유물전"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잔잔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상"
(아마도 나는 이걸 보려고 그날 그곳을 찾았던 것 같다)
독립된 전시실에 홀로 있는 금동미륵보살반가상은
왠지 섬뜩한 느낌에 발걸음을 주춤하게 한다.
공포나 불심과는 다른 도저히 설명되어질 수 없는 외경심.
붉은 전시관 안에 그 모습은 사뭇 종교나 예술을 넘어 장엄하기까지 하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왠지 무안하게 느껴져 황망해진다.
정면의 얼굴을 마주하기조차 왠지 머뭇거려진다.



이렇게 오랫동안 대면했던 적이 있었던가!
눈에 담는 것도 모자라 가슴 한 복판에 그대로 각인이라고 시키고 싶다.
그 세밀한 부분 하나하나 전부 내 눈 속엔 그저 "신비"였다.
높이 93.5cm
우리나라에 남겨진 가장 큰 금동반가사유상.
머리에 3면의 둥근 관을 쓰고 있어 "삼산반가사유상(三山半跏思惟像)"으로도 불린단다. 
연대는 삼국시대 후반으로 추정된다.
옛사람들은 아무래도 도통한 사람이었거나
혹은 천재였거나
둘 중의 하나다.
바라보는 모든 면들이 다 신비고 경이다.



오래동안 바라보다
마음 한 켠을 남겨두고 나왔다.
남겨진 마음 때문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던 발걸음.
그 곳에서 천년 만년 함께 벗하며 정들라고
겨우겨우 다독이며 돌아섰다.



문득 예전 기억들이 생생하다.
어마한 규모의 석불 전시관을 보고 무서워했던 그 때의 기억들이...
고백컨데,
두려움과 무서움은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아직 나는 홀로 그 곳을 들어갈 배짱이 전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내내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차이는 너무나 명확하고 확연히 다르다.
두려움의 이유는 어느새 확실히 변해있다.
예전의 두려움은 석불의 크기와 돌이라는 광물이 주는 차가움 때문이었지만.
지금의 두려움은 그걸 바라보는 내 자신의 근원 때문이다.
눈을 감고 깊게 깊게 생각하는 그들이 내게 묻는 것만 같다.
너는 왜 매번 두려워하느냐고...
대답을 찾지 못한 나는 서둘러 발길을 돌린다.

그들은 늘 묻고.
나는 늘 도망치듯 빠져나온다.
그리고 그 자리에
또 다른 윤회가 시작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15. 13:16
오만석,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초연때 4명의 헤드윅을 다 봤었다.
여장이 가장 예뻤던 건 역시 김다현 (여자보다 더 예쁘다. 꽃다현... 이기적이더라...)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송용진 헤드윅이었노라 나름데로 결론을 맺었다.
조승우 헤드윅은 숱한 여성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입만 댓발 나왔던 기억...
(대부분 제 뭐래니? 하고 옆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관객들이여! 제발 타이밍에 맞춰 소리를 지르든 떡실신을 하시든 하라!)
오만석 헤드윅은 심야 공연이라 심신이 피로한 중에  
오만석 손 잡겠다고 내민 누군가의 손에 뒷통수 얼얼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프긴 했지만 덕분에 정신 하나는 바짝 들더라...)
그래도 오만석의 "The origin of love"는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고 서글프더라.



역대 헤드윅의 모습들로 꾸며진 포토존은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보니 개인적으로
송창의, 엄기준, 조정석의 헤드윅이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뮤지컬 <헤드윅>
OST는 정말 너무나도 환장하게 좋은데 초연 이후 왠지 안 보게 된 뮤지컬.
(아무래도 악을 쓰며 방방 뛰기에는 기력이 너무 처절했던게지...)
윤도현의 가세로 새롭게(?) 불이 붙은 헤드윅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최재웅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항상 최재웅, 박정환에 여지없이 끌려다닐까???)
최재웅에게 헤드윅 가발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무거운 가발 때문에 살짝 처진 눈꼬리가 더 내려가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군대에서 열심히 대본 읽고 있을 조승우가
절친 최재웅에게 권한 뮤지컬이란다.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어 이 남자, 참 친구 말 잘 듣는다 싶다.
(뭐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조승우라는 배우, 캐스팅 디렉터를 해도 되겠다 싶다.
의외의 발견 이츠학 최소영에 놀라다.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그렇게 긴 다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확실히 너무나 이기적이다. ^^



최재웅의 헤드윅은...
생각보다는 헤드윅(?)스럽지 않았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별로 없었고 관객들과 소통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엥그리 인치 밴드는 오랫동안 헤드윅을 해 왔기 때문에
완벽에 가깝다.
간혹 최재웅 헤드윅이 이질감 느껴지는 존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오히려 헤드윅일 때의 최재웅보다
토미 노시스일 때의 최재웅이 훨씬 괜찮다.
그래도 그만의 표정과 감정표현들은 상당히 괜찮은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모호한 느낌...
헤드윅의 존재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어쩐지 그에겐 헤드윅이 딱 적합한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변화는 놀랍다.
나는 그가 헤드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헤드윅을 무대에서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엄청난 메이크업에 무거운 가발을 쓰고, 몸의 털을 밀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 토마토를 으깨는 장면을 위해서는 
피나는  몸만들기가 필수!
군살없는 몸매에 매끄러움까지 갖춰야 하는 난코스가 남자 배우들을 기다린다.
이런 도전만으로도 어쩌면 <헤드윅>은  욕심이 생기는 배역이리라.



여자가 되어야 하는 남자와,
남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
헤드윅은 확실히 참 괜찮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아름다운 OST의 향연과 그리고 심장을 울리는 엄청난 비트.
내노라 하는 국내 유명 세션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 엥그리 인치의 연주
공연장 안은 콘서트장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연민과 안스러움, 슬픔과 허무함까지.
충격적인 내용들이 반복되다가도
어느 순간 유머 또한 잃지 않고 톡톡 튀어나온다.

문제는 그러니까 그거다.
헤드윅을 누가 하느냐...
최재웅!
그의 선택은 모호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좀 방황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14. 00:26
샤롯데를 향하는
네 번째 걸음이었다.



이번엔 제발......
네 번의 관람 중에 제발 한 번쯤은 정상윤 라울이기를 희망했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러 가면서 팬텀이 아니라 라울 때문에 전전긍긍하다니...
농담처럼 이번에도 홍광호 라울이라면
홍광호 팬클럽에 가입하겠다고도 말했다.
도착해서 확인한 캐스팅은...



아무래도 홍광호 팬클럽에 가입해야 할 것 같다.
아니면 정상윤 팬클럽에라도 가입을 하던지...
홍광호 라울의 목소리에 팬텀의 꿈과 야먕이 보이더니만(?)
며칠 전 기사에 드디어 그가 팬텀으로 무대위에 서게 될거란다.
(좀 민밍한 사이즈의 팬텀일 것 같아 사실 걱정스럽다)
팬텀을 향한 꿈이 없었다면 그는 라울을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어쨌든 팬텀의 꿈을 홍광호는 이룬 셈이다.
그리고 더불어 나의 꿈도 이제 이뤄질려나?
홍광호가 팬텀으로 나온다면 정상윤 라울을 만날 확률이 더 높아질거란 생각.
다시 배팅을 하게 만드는 노림수다.
(나는 다섯번째 관람기를 쓰게 될까???)



은근히 다른 캐스팅이길 바랬는데 그게 좀처럼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이래서 사람들이 버닝을 하는구나 싶다... 몹쓸 놈의 혹은 죽일 놈의 버닝이여!!)
윤영석 팬텀.
그에게 충분히 집중해서 보리라 다짐했다.
아마도 감기에 걸린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팬텀은 괜찮았다.
(어디까지나 괜찮았다이지 훌륭했다는 아니다...)
양준모 팬텀과 비교를 한다면 확실히 능숙하고 감정선들이 깔끔하다.
동작에 군더더기도 없고 좀비스러운 허우적거림도 확실히 없다.
명성황후에서 고종으로 나왔을 때
솔직히 나는 그의 존재감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가 오히려 허술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는데...
고향같은 작품은 사람을 확실히 다른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그에게 "팬텀"이라는 역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인지 조금 들여다 보게 된다.
조금만 더 폭발적이었으면...
조금만 더 대담하고 무섭게 파괴적이고 공격적이었으면...
가까이에서 조금만 부추키면 그대로 발화할 것 같은데
스스로 멈짓하는 부분이 느껴진다.
제발 후회없게 다 소진했으면.....



대신 그의 섬세함과 간절함은 애틋하다.
팬텀이 천부적인 예술가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그의 감정을 통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확실히 양준모 팬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부분.
안정감있게 전체적인 느낌과 감정을 잘 이어가는 윤영석 팬텀.
그러나 그 노련함과 안정감이 어느날 독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잘 입혀진 팬텀의 옷이
윤영석에게 내내 맘춤옷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새로운 홍광호 팬텀의 탄생!
(조승우의 극찬 한 마디가 또 한 명의 뮤지컬 스타를 탄생시킨 셈이다)
뮤지컬계의 블루칩으로 불리우는 홍광호.
그의 팬텀을 보게 될 윤영석의 맘도 궁금해진다.
(고약한 궁금증일까? ^^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6. 06:36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 되는  
2009년 10월 26일 시작했던 뮤지컬 <영웅>
개인적으로 2009년 공연 관람 마지막을 좋은 작품으로 마감했다. ^^
<영웅>은 2009년 12월 31일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고
나는 12월 27일 나의 네 번째 관람이자 마지막 관람을 끝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왠지 슬프다.
 이 초연 멤버들을 고스란히 다시 모아서 재공연을 할 수는 있을까???)
폭풍같이 몰아치던 눈발을 뚫고 찾아간 LG 아트센타
폭설로 길이 엉망이 됐지만 늘 그렇듯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날씨 탓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
마지막을 향안 작은 준비처럼 느껴졌다.


     안중근 : 류정한          이토 : 이희성            설희 : 김선영             링링 : 전미도

류정한의 안중근은 확실히 볼 때 마다 점점 더 강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류정한의 아우라를 최대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작품.
길고 오랜 시간을 무대 위에 살아온 그에게
첫 창장 뮤지컬 도전은 새로웠고 그리고 성공적이었다.
이희성 이토는 정성화 안중근과 조합이 됐을 땐 너무 강하고 센 느낌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는데 류정한 안중근과 만날 때는
서로 불꽃이 튄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체감하다...
김선영...
당신에 대해선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녀가 무대 위에 선다면 최소한 실망할 일은 없다.
그녀는 배역에 맞게 아름답고, 그리고 늘 적절하게 빛난다.
간혹 목소리에서 피곤을 느껴졌지만 그것마저도 파란만장한 설희의 한 삶처럼 다가온다.
류정한, 김선영.
더 이상 젊지 않는 그들의 무대는 그러나 항상 그 누구의 무대보다 젊고 신선하다.
그 둘의 조합이 <라만차>에서 다시 이뤄진다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하고 조급하게 기다려진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보게 될 라만차... ^^)



좋았던 명성황후 시해 장면.
그림자로 표현된 장면의 섬뜩함.
사람의 움직임보다는 조명의 변화가 압권이다.
언어보다 빛이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말을 걸고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래... 그래... 좋은 장면이었어...
(한 켠에서 그 때의 일을 회상하는 설희의 의상은 또 얼마나 곱던지...
 그 고운 한복의 쪽빛이 그대로 눈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조도선 : 조휘     우덕순 : 문성혁   유동하 : 임진웅

멋졌던 남자 배우 3인.
세 사람의 목소리는 악기처럼 아름다웠고
하모니는 경쾌하고 즐거웠다.
누군가는 말하더라.
안중근까지 포함해서 이들을 영웅의 F4라고... ^^
17세 유동하를 멋지게 소화했던
73년생 임진웅의 고음은 깨끗하고 높았다.
그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여행스케치" 멤버였다는 이력이 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의 조율과 화합이 귀에 들어왔었구나...



설희보다 더 경국지색이었던 게이샤.
그녀는 존재감이 나는 아직도 신비롭다.
별 대사 없이도 장면마다 눈에 들어오던 그녀.
그리고 라이센스 공연 <돈주앙>에서 돈주앙보다 훨씬 더 멋지고 훌륭했던
까를로스 조휘는 역시 좋은 배우다.
그의 이력도 특이하다.
체육학과 출신의 뮤지컬 배우라...
탄탄한 체격에 멋진 목소리, 그리고 선 굵은 외모까지...
어쩐지 그가 이기적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



뮤지컬 <영웅>에서 끝까지 놓치지 말고 봐야만 하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단연 관람객 기립을 꼽고 싶다.
하얼빈 의거 후 안중근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칠 때의
관객들의 박수는 크고 웅장하다.
그리고 공연 중간중간 이런 현상들이 자주 공유된다.
마치 집단 최면 같다는 생각까지...
그러서인지 일부러라도 나는 커튼콜 때 꼭 기립을 확인하게 된다.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모습을 꼭 두 눈에 담고 싶어서...
1층 뒷 줄에서 봤을 때도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 뜨겁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층 맨 앞 OP석 관람때도 뒤를 돌아보면
3층 객석까지도 관객들은 전부 일어서 있다.
"빙의의 현장"이었다고 말해두자.
(딱히 적절한 표현을 할 제간이 별로 없기에...)

그리고...
이제는 막이 내렸다.
다만, 그들의 초연 공연이 계속 진화해서 "명성황후"를 누르는 한국의 대표공연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한 나라의 국모도 아닌
일제시대 식민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이야기가
외국에서 "명성황후"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은 너무 멀겠구나 싶다...
그래도 시도할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
턱없는 일일지라도 조용히 바램을 품어 본다.



안중근!
당신 이곳에서 잠시였겠지만 온전히 살아있었네요.
당신도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당신의 부활과 영생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23. 06:01


공연명: 뮤지컬 [더 씽 어바웃 맨(The thing about men)]
작곡: 지미 로버츠(Jimmy Robert)
작사, 대본: 조 디피에트로(Joe Dipietro)
연출: 김재성
안무: 강옥순
음악감독: 이윤선
공연기간: 2009.11.20 ~ 2010.2.15
공연장소: 신촌 The STAGE
출연: 박형준, 이건명, 김선경, 안유진, 조진아, 이승원,
       이학민, 송이주, 신하나
공연가격: 전석 4만원


2009.12.20. Casting
톰 : 박형준 / 세바스찬 : 이학민 / 루시 : 안유진


오로지 이건명을 보겠다고 예매했던 공연인데...
갑자기 주인공이 바뀌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이건명, 박상면, 박형준이 주인공 톰에 트리플 캐스팅이었는데
박상면은 아예 빠져버리고 이건명이었던 일요일 톰이 박형준으로 교체됐다.
이런!
아마도 미리 알았다면 수수료를 물더라도 취소를 했을텐데...
어쨌든 무지 추운 날씨를 뚫고 The Stage를 향했다.
공연장이 집에서 가까운 신촌이었으니 망정이지
대학로나 강남 쪽이었으면 포기하고 말았으리라...



뮤지컬 <I Love You>의 작가 지미 로버트의 작품이란다.
역시나...
최정원, 남경주의 <I Love You>도 나하고는 코드가 안 맞았는데
이 뮤지컬 <The thing about men> 역시도 내 코드는 아니다.
Men들에 대한 일들이 하긴 뭐가 많이 있겠다고...
아내의 애인과의 동거.
결과는 가족의 재발견이다.
Happy Ending ^^



2월 15일까지 공연한다는데 아무래도 불의의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사실 조금 걱정된다.
<건메탈 블루스>도 공연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막을 내렸는데...
(어떤 이유로 그런 비운을 맞게 된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이 뮤지컬은 내 코드에 딱이었는데...)
이건명이 톰을 했다면 내가 다른 느낌을 받았을까?
주인공들보다 멀티남, 멀티녀가 훨씬 돋보였다.
루시역의 안유진도 자기 역활은 충분히 했고...
<뮤직 인 마이 하트>에서 작가 역을 했던 그녀를 잠시 떠올렸다.
문제는 톰과 세바스찬.
그래도 박형준의 노력은 정말이지 인정해주자.
그 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정말 열심히 노력하더라.
(조명 때문이었나?)
표정이나 느낌, 액션은 좋았다. 단지 노래가 좀...
세바스찬 이학민은 <지하철 1호선> 때가 제일 피크가 아니었나 싶다.
그 이후로 간혹 무대에서 보게 되면 존재감이 흐려진다.
분명 재미있는 내용이고, 신시에서 몇 년 전에 올렸을 때도 반응이 좋았는데
보고 난 내 느낌은 좀 멍하다.
안 그래도 추운 날이었는데 맘까지 허해졌다.
아내의 애인과의 동거.
이 뜨끈뜨끈한 내용의 뮤지컬을 보면서
군불 팍팍 지핀 아랫목 생각이 간절했다면...
Men들은 확실히 언제나 나를 힘겹게 만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7. 13:42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
자금의 압박을 받으면서 중독처럼 다시 찾게 된 뮤지컬 영웅.
개그맨, TV 연기자를 거쳐 성공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자리에 안착한 정성화.
그와의 첫 인연을 나는 <영웅>으로 맺었다.



그가 말했었다.
계속 개그맨이나 TV 연기자를 했다면 결코 주인공은 해보지 못했을거라고...
그러나 지금 자신은
돈키호테가 될 수도, 안중근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역시 다행이라고...
그를 TV 브라운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어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희정, 설희의 이상은
조승룡 이토 히로부미와 김선영 설희만을 봤던 나는 궁금하기도 했다.
느낌은...
이희정의 이토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핏발을 세우는 그의 모습에 혹시 혈압이라도 올라가는 건 아닐지 혼자 걱정했더랬다.
같은 인물을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래도 역시 나는 조승룡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토가 더 좋다.
설희는...
김선영 설희가 더 경국지색(?)이었고 게다가 춤까지 일품(?)이었다고 해두자.
어쩌면 나는 이상은 설희에게서 명성황후같은 강인함과 단단함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기대치와는 너무나 많이 어긋난 느낌...
김선영 설희의 여성스러움과 노래가 그리웠다.
17세 소녀 링링의 소냐는 여전히 발육상태 남다른 몸매를 과시했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는 절절하다.
표정이 좀 덜 과장스러웠으면 하는 바램.
몸매도 남다른데 표정도 남달라서 간혹 37세 처럼 느껴지기도... ^^


우덕순역의 문성혁과 조도선 역의 조휘
체가구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아리랑의 신명과 풍류(?)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풍류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7살 유동하 역의 임진웅님의 커튼콜 때 감격스러워하던 모습...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역의 민경옥님은 매번 사람을 통곡으로 이끈다.
안중근이 환생해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된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어미니"라고 부를 것 같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의 모습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너의 길을 가라"며 정말 등을 떠밀었을 것만 같아서...



커튼콜 때 배우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감격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는 무대 위 그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차고 아득했을까?
<영웅>의 커튼콜을 보면서 나는 또 얼마나 기도했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아름답게 자리잡아 달라고...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웠을 안중근역의 정성화.
놀라웠다.
무대 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코 앞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역시나 대단하다 싶다.
노래도 딕션도, 그리고 표정과 연기도 그는 너무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다.
더불어 나는 그의 방향 전환과 그리고 성공적인 안착이
여러 면에서 win win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의 강약과 어투에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 그는 시작을 조금 지나왔을 뿐이니까...)
무대 위에서 여우가 되는 법을 아마도 그는 스스로 찾게 되리라.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정성화만의 모습을
기어이 찾아낼거라 믿는다.


잊혀질 수도 있는 역사를 이렇게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는 거.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임을 느낀다.
그저 잠시 동안의 벌떡임일지라도
한 번도 심장이 아리지 않은 것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기에...
<영웅>은 내겐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언젠가는 내 거칠고 산발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리라 혼자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