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09. 10. 21. 06:20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연극을 한 편 보다.
여성 연출가 박정희 연출, 극단 풍경의 <마라, 사드>
(원제 "사드씨의 지도하에 샤랑통 병원의 연극반이 공연한 장 폴 박해와 암살")
아르코 소극장의 그 따뜻함...
무대를 중심으로 좌,우로 나누어져 있는 객석
작은 소극장의 비지정석 좌석도 
가끔은 솔솔한 재미로 다가온다.
이미 무대 위에는 배우들이 자리잡고 있다.
좌석이 전부 채워지는 내내 배우들은
마치 그곳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시켜주듯 움직임조차 고요하다.
왠지 내가 보여지고 있다는 느낌.
괜히 몸이 움츠려든다.



개인적으로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신뢰의 깊이만큼 정당하게 인정하고 믿는 연극배우 남명렬!
그가 서는 무대라면 적어도 어떤 형태로든 배신감은 없다.
<마라, 사드>
20세기에 발표된 가장 주목할 만한 희곡 중 한 편으로 꼽히는 작품.
극작가 "페터 바이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기도 하단다.
팽팽한 대각선의 구도 속에 느껴지는 긴장감.



무대의 배경은 샤랑통 정신 병원.
마르키 드 사드 후작은 실제로 이 샤랑통 정신 병원에 수감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사드(남명렬)가 직접 쓴 대본을 가지고
병원 환자들은 배우가 되어 연극을 시작한다.
정확히 말하면 마라와 사드. 두 사람의 사상에 대한 논쟁!
프랑스 대혁명의 이론가 장 폴 마라(홍원기)와의 
뒤집히고 뒤집히는 지적이고 황홀한 언어의 전쟁터.
그리고 결국의 행동의 결전장.
행동하지 않는 사상가는 과연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혹은 인간의 육체로 해방을 꿈꾸는 자는 진정한 해방을 소유할 수 있을까?
논쟁의 결말은
오로지 극을 보고 있는 관객의 선택에 달려있다.



입장시 관객들에게 나눠준 카드 한장!
한쪽은 사드의 색 검정,
반대쪽은 마라의 색 빨강.
오늘의 관객은 마라의 결말을 선택했다.
스크린에 나타나는 영상.
6.8 혁명과 베트남전쟁, 광주항쟁, 촛불집회... 
우리나라의 근, 현대사와의 절묘한 오버랩.
의외의 마무리. 그러나 신선함이 느껴질만큼 강렬하다.
문득, 사드의 결말은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연극은 무척 참신하고 새롭다.
정통 연극에 뮤지컬적인 요소, 스크린을 이용한 영화적 요소.
그리고 실제 밴드들이 연주하는 음악적 요소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결코 산만하거나 엉성하다는 느낌은 없다.
깊이와 선택에 대한 통찰 또한 잊지 않게 한다.
순간순간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신비감.
썰물과 밀물이 밀려왔다 밀려가는 느낌.
(분명 어떤 흐름과 호흡이 있디. 주술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같은 공간에서 느끼는 타인과의 일체감.
신비로운 접신(接神)의 황홀감.



배우 남명렬...
관객에게 정확한 감정을 전달하는 그,
보고 있는 사람을 마지막 하나까지도 완벽에 가깝게 집중시킨다.
그가 말을 하면 듣고 싶지 않아도 전부 들을 수 밖에 없다.
정확한 딕션과 호흡 그리고 여백.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선한 웃음을 웃는 그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는
도무지 무대 위의 그의 모습이 신비롭기만 하다.
그와는 전혀 다른 인물인데 그는 그 인물을 너무나 그답게 보여준다.
좀 걱정스러웠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사드"라는 성도착자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아닌지...
그런데 역시 기우에 불과했다.
상당히 지적이고 논리적이인 사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하고 파괴적이기까지 한 모습.
인간에 대한 "충동질"
코르테를 안고 마라를 성토하는 번뜩이던 사드의 눈빛,
그 속엔 누구라도 거역못할 "광기"가 버티고 서 있었다.



"마라" 역의 홍원기.
배우로서의 이 분의 무대는 처음이라 낯설다.
신춘문예 당선,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이며
꽤 좋은 작품을 쓴 극작가이기도 한 홍원기!
음... 뭐랄까...
아마도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사드 남명렬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보여지게 연기한다는 생각을 그것도 너무 자주 했다.
의도적이었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쩌면 조잡한 내 이해력의 한계 때문인지도...



관객이 "마라"가 아닌
"사드"를 선택하게 되면,
극중 대본을 쓴 사드의 의도대로 마라의 죽음과 함께
환자들의 난동, 경호원들의 폭력적인 진압, 사드의 승리의 미소로 막이 내려진다고 한다.
"사드의 미소"
내가 보지 못한 그 결말,
사드의 미소 속에 담긴 언어가 궁금하다.




난 당신이 배반한 혁명을 믿을 뿐이요. 혁명은 계속돼야 해. 우리 위에 군림하던 돼지 같은 놈들을 제거하고 몰아냈지만, 그놈들의 자리를 차지한 혁명 동지들은 과거의 부귀영화에 대한 유혹을 느끼고 있어. 이제 모든 건 명백해졌어. 혁명에서 득을 본 사람은 부르주아들뿐이고 민중들은 여전히 고통만 당할 뿐이야 
                                         - 마라의 변

저렇게 떼를 지어 소란을 피우는 민중을 난 경멸한다. 난 모든 선한 의도를 경멸한다. 그런 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사라질 뿐이다. 난 모든 희생을 경멸한다. 난 나 자신을 믿을 뿐이다. 
                                         - 사드의 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13. 06:35
정말 한참을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렸던 뮤지컬
몇 달 전에 예매를 해놓고 빨리 10월이 오기만을 바랬었는데...
2001년 초연 이후 9년만의 귀환.
정말 많이 기다렸던 Phantom of the Opera



이 뮤지컬의 특징
캐스팅을 공연 당일 공개한다는 사실
굳이 알려고 들면 알 수도 있다고 하는데
뭐 꼭 그럴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왠지 phantom스러운 전략같아 그 느낌도 나쁘지 않다.
누구의 캐스팅이든 이 뮤지컬에 주요 등장인물이 됐다면
그래도 기본 이상은 될거라는 믿음도 있고...



10월 11일 저녁 공연의 캐스팅
양준모 phantom, 최현주 크리스틴, 홍광호 라울, 윤이나의 칼롯타.
양준모의 phantom이 정말 궁금했는데
이런 모습이었구나......
전체적으로 양준모 phantom은 아직 뭔가를 남겨두고 있다는 인상,
지금껏 내가 봤던 배우 양준모의 모습과는 확실히 다르다.
꽤나 조심하고 있다는 느낌 .
분노와 절규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는 듯 했다.
action이 유머러스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조금 있었고...
이블데드와 프랑켄슈타인을 가끔씩 생각나게 한다.
(바닥을 기어다니는 건 너무 코믹했다. 미안하지만 왕꿈틀이가 생각났다...
 마지막 크리스틴과의 키스씬에서 심하게 허우적 대던 팔도 그렇고
 애절한 씬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건 상당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크리스틴과의 듀엣곡 <Phantom of the opera>,
솔로곡 <The Music of the night>는 참 좋았다.
아주 상당히 양준모스러운 Phantom을 볼 수 있었기에...
2막의 <돈 주앙의 승리>라는 극 중 오페라에서의 팬텀의 목소리도 참 좋았다.
몇 부분에서 길을 잘 찾아낸다면
아마도 꽤나 괜찮은 phantom을 공연기간 중에 꼭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하게 만든다.

크리스틴 "최현주"
일본 사계에서 그녀를 놔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그녀는 다시 사계로 돌아간다는 조건으로 이 공연에 참여하게 됐단다.) 
목소리와 연기, 그리고 춤까지...
그녀의 크리스틴은 훌륭했다.
다시 한 번 꼭 보게 될 수 있기를...
<Think of me>를 듣는 순간 "와~~ 그녀! 아찔하게 멋있다"
확신했고 감탄했고 그래서 기뻤다.
묘지에서 부른 <wishing you were somehow here again>과
2막에서 라울과 팬텀의 대결에서의 그녀 모습과 목소리
오래오래 담길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극 중 오페라 <돈 주앙의 승리>에서 보여준 팜프파탈적인 모습까지
꽤나 관능적이고 유혹적이었던 그녀의 시선과 손끝



라울의 "홍광호"
노래를 잘 하기로 유명한 홍광호!
아마도 1년 여의 공연 기간 중에 홍광호 Phantom이 새롭게 등장할테지만
그의 잘 부르는 목소리를 이 곳에서 확인하기엔 좀 부족한 것 같다.
<홍지킬>의 모습을 기억하는 나에게 라울은 뭐랄까 그의 옷이 아닌 것 같다.
이상하지?
2001년도의 류정한 라울은 그 존재감이 엄청났었는데
(오히려 팬텀보다 더 인기있었고 유명세를 탔던 류라울)
2009년 라울은 약간 묻히는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부르는 노래에서는 여지없이 그의 목소리가 묻혀버린다.
물론 <All I Ask of you>는 훌륭했고.
(이 노래를 부르면서 묘하게도 나는 최현주 크리스틴이 발란스를 잘 맞추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살이 오른거지?
난 더 샤프하고 날렵한 라울을 기대했었는데...
그래도 지하 미궁에서 올가미에 묶여있던 그의 자태(?)는
상당히 알흠다웠다 ^^
(살짝 새디즘적이기도 했지만...)
문득 궁금해진다.
"정상윤"의 라울은 어떤 모습일지...

피르맹 "김봉환"과 앙드레 "서영주"
그야말로 브라보였다.
영원한 비극적 인물 베르테르 서영주의 극 몰입력은 여기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알면 알수록 참 여러가지로 궁금한 배우다.
익살스러웠던 두 사람으로 인해 이 뮤지컬은 감칠맛이 더한다.
(믿어질까? 오페라의 유령에 감칠맛이라는 게... 그런데 진짜 그렇다)
칼롯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부르던 <Prima Donna>
재미있었어요. 두분 덕분에 ^^
초반 두분이 만든 집중력을 뒷부분 합창이 좀 무너뜨려주긴 했지만...
2막을 여는 <Masquerade>도 그들이 멋지게 시작해줬다.



9년전 공연에 비해
가사가 조금 낮설게 느껴진다.
그리고 레이에와 르 페브르는 너무 코믹하게 설정이 된 것 같고...
마담 지리의 포즈가 좀 부족한 것 같다는 인상.
어쨌든 이 뮤지컬 결말의 키를 쥐고 있는 사람인데...
어쩌면 2001년도 마담 지리가 너무 강하게 각인됐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팬텀에서 입맞춤 하는 크리스틴.
그녀는 그 입맞춤 하나로 결국 2개의 사랑을 완성시킨 셈이다.
그리고 팬텀은 그녀를 잃었지만
노래의 날개는 계속 그녀에게 남겨졌으니
어쨌든 "끝나버린 노래"는 아닌 셈.

다음주에 다시  관람하게 될 때
내가 어떤 느낌으로 변하게 될지도 사뭇 궁금하다.
은근히 버닝 중인가?

매번 생각하는 건데,
엔드류 로이드 웨버는 천재가 확실하다.
자신과 사라 브라이트만의 관계를 은근히 빗대 만든 뮤지컬
<Phantom of the opera>
그에게 외모가 아무래도 약점이긴 했나 보다.
하지만 어쨌든 이 뮤지컬로 그도 완변하게 변신한 셈이다.
세계 4대 뮤지컬 중 3개를 만들어낸 사람.
살아있는 뮤지컬계의 신화 앤드루 로이드 웨버!
<Phantom of the opera>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그의 심장은 매번 새롭게 떨리겠다.
거기서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될테니...
"돌이킬 수 없는 길..."
Phantom of the Opera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28. 00:24
뮤지컬계와 영화계의 영원한 블루칩 조승우!
그가 군입대 전 마지막으로 찍은 영화가 개봉됐다.
<불꽃처럼 나비처럼>
명성황후 민자영과 그의 호위무사였던 무명과의 비밀스러운 사랑 이야기.
어린 시절 천주교박해로 눈 앞에서 어미를 잃은 아이는
스스로 이름을 버리고 무명(無名)으로 살아간다.
그에게 나타난 붉은 꽃 자영(紫英)



조승우!
천가지 표정을 가진 배우.
이 영화에서도 그의 천진한 표정과 개구진 장난꾸러기 표정
한 여자를 위한 아픈 그리움과 사랑, 안타까움을 담은 표정까지
모든 절실함을 다 보여준다.
이런 표정과 눈,
어떤 마음으로 표현한거지?



아무래도 그는 배우로써 한 시대를
이 작품으로 마무리하려는 모양이다.
궁금하다.
제대를 하고 난 후
배우로써의 그의 한 시대는 또 어떻게 시작될지...
(그래도 그 칼은 좀 그랬어.
푸주간을 떠올리게 했거든.
긴 칼과 창들을 감당하기에 그 칼은 심하게 짧았는데 비현실적으로 잘도 싸우던 무명 ^^
그리고 왜 무명의 머리카락만 두발자율화가 허용된거지?
궁궐에서도 휘날리던 웨이브진 그의 머리...
너무 특권이다 싶다 ^^)

 

두 가지에 심하게 감탄하다.
너무나 아름다웠던 배경
무명의 집이 있던 창녕의 우포늪과 두 사람이 함께 찾아간 바다 신두리 해안 사구
(엔딩 크래딧 마지막에 나온 촬영 장소들...
 부안 내소사, 해남 고산 윤선도 유적지, 파주 소령원, 강골마을, 추원당...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 
그리고 이선희가 부른 메인 테마 "불꽃처럼 나비처럼"
너무나 오랬만에 들어본 이선희의 목소리
한때 그녀는 나의 우상이었는데...... 



몇 가지에 많이 실망하다.
뇌전과 무명의 결투장면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던 화려하다 못해 황당한 CG의 압박
(김용균 감독은 말했다. 헐리우드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CG라고... 그런데 난 왜 웃겼지???
 무명과 뇌전의 환상의 페어 스케이팅까지... 제발 헐리우드에 내놓지 말았으면....)
경망스러움까지 안겨줬던 나비의 꿈(결국 이것도 CG)은
급기야 칼 끝에 절단되는 비장한 최후를 맞이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스토리가 붕 뜬다.
무명과 자영의 멜로에만 너무 집중한 듯.
앞과 뒤만 촘촘한 그물망을 보고 있는 느낌.
그 성긴 그물망 사이로 너무 많은 것들이 빠져 나간다.
그래서 그 틈으로 지루함까지도 마구마구 넘나든다. 
순간순간 코믹물과 에니메이션으로 넘나드는 장르 전환까지...
이건 결코 누구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을텐데...
배우도, 감독도, 관객도......



눈에 담긴 한 사람.
무사 "뇌전" 역의 배우 "최재웅"
조승우와 고등학교때부터 절친이었다는 그의 첫 영화.
대원군의 절대적인 신복 뇌전은 그에게 참 잘 어울리는 옷이었다.
그리고 그의 딕션은 끔찍하게 명확하다.
감정과 표정연기까지 그는 무사로써의 역할을 너무 잘 해냈다.
총을 온 몸으로 막아낸 그가 자신을 일으켜준 무명에게 칼을 건네며 했던 말
"친구! 너의 칼은 즐거웠다."
그 표정,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의 마지막 모습만큼이나 꼿꼿했다.
연극과 뮤지컬을 이어 그의 모습을 화면을 통해서도 계속 보게 되지 않을까?

고종 역의 "김영민"
그는 참 묘한 얼굴의 배우다.
소년같기도 하고, 능청스럽기도 하고, 비밀스럽기도 하고
때론는 야비한 꾼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의 특유의 눈매와 입매가 영화 속에 잘 스며들어있다.
그의 고종을 상상하지 못했는데...
이런 모습이었구나...



"두려움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도망치지 않을 것이라는 명성황후에게 무명이 토해낸 말.
"두려워마시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니... 나만 믿으시오"
정말 그랬었으면 좋겠다.
국모로 일본인에게 비참하게 죽여질 운명인 그녀 앞에 누군가 나타났었다면......
그들에게 말했었다면......
"내가 여기있는 한 더이상 한발자국도 못움직인다"
차마 쓰러질 수 조차 없었던 그의 죽음 앞에
그녀 또한 말했었다면..... 
"나는 너희들이 두렵지 않다.두렵지 않다.
나를 잊지 말라. 나는 조선의 국모 민자영이다"



"아무도 찾지 못할 사람으로 만들어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했던 같은 말.
"후께서 찾지 못하시면 살아 무엇하겠습니까?'"
아무도 찾지 못할 사람...
사실은 지금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일생을 누군가의 그림자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 가능할까?
실제로 명성황후의 호위무사였던 홍계훈 장군
그에게 정말 이런 은밀한 사랑이 있었을까?
어쩌면 그랬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27. 08:21
정말 오래 기다렸던 영화
개봉하는 날 달려가서 꼭 보리라 다짐했던 영화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했던 영화
영화를 보기 훨씬 전부터 충격과 감탄 먼저 해야했던 영화.
그 영화 <내사랑 내곁에>를 보다.

 

그런데 정말 몰랐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까지 나는 김명민이 연기한 남자 주인공 "백종우"는 알고 있었지만
하지원이 연기한 "이지수"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그리고 그녀 하지원에게도 이지수에게도 놀랐다.
루게릭병을 앓는 백종우를 연기한 김명민의 비현실적인 체중감량의 소식을 접하면서
항상 백종우를 부축하면서 끝까지 사랑을 놓치 못했던 이지수는
왜 모른척 했을까?
거의 모노 드라마로 생각하고 한 사람만 떠올리고 있었던 나.
하지원의 이지수는...
김명민의 백종우만큼 절절하고 아프다.
한 사람은 망가지는 몸으로 아프고
한 사람은 망가지는 맘으로 아프고...



김명민...
그는 확실히 대단하다.
영화를 보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몸을 말렸어야 했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문을 자꾸 갖는다.
그인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김명민은 결정은 "그렇다!"였다.
그는 말했었다.
"시나리오만 봐도 수척해졌다..."고

장래지도사 이지수.
실제 영화를 보면 백종우보다 오히려 이지수 씬이 더 많다.
그리고 나는 그 감정의 끈을 붙잡고 있었을 하지원을 새롭게 보게 됐다.
그녀는 말한다.
"아직도 백종우를 가슴 속에서 떠나 보내지 못하겠다"고...
락스물과 세제 속에서 문질러 대던 세상에서 제일 이쁜 손,
그 손에 끼워져 있던 서럽고 서럽던 하얀 장갑...
그걸 봐야 하는 내 눈도 힘들다.

주연들보다 더 서럽게 울게 만들던 병실 안 사람들.
햇살 좋은 날,
병원 옥상에서 휠체어에 앉아 일렬로 해바라기를 하고 있던
멈춰버린 사람들의 멈춰버린 시간도 울컥 생각난다.
힘들었던 건 김명민 그 뿐만이 아니었겠구나......

 

그러나...
영화는,
어딘지 자꾸 듬성듬성하다.
뭔가 일부가 뭉턱 빠져나간 것 같은 헐거움...
내가 너무 많이 그리고 너무 깊게 기다렸기 때문일까?
그래도 확실히 극의 초반 편집은 이상하다.
시간이 없다... 거기엔...
시간이 느껴지지 않는 장면은 마치 혼자 떠도는 혼령을 보는 느낌이다.
툭 하고 떨어진 알맹이를 미처 다 줍지 못한 느낌.
너무 강한 햇빛 속에 갑자기 들어선 사람처럼 아찔하다.
스멀스멀 시작되는 햇빛 속 멀미...

 

지금보다 훨씬 어리고 지금보다 훨씬 순수했을 때
(그런 때가 정말 있긴 했었나???)
누구라도 한 번씩 해 봤던 생각.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날 불치의 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누군가가 물으면
과거의 나는 그랬었다.
"그 사람 곁에서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지금의 나는 뭐라고 대답하게 될까?
지금의 나는
너무 많은 걸 겪었고,
너무나 많은 시간을 지나왔고
너무나 많은 것을을 봤다.
그래서 지금은 안다.
예전과 같은 대답은 죽었다 깨어나도 도저히 할 수 없다는 걸...

이 영화는...
그래서 내겐 너무 독한 "판타지"다...

* 너무 오랫만에 <다시 태어나도>를 듣다.
  예전에 김돈규가 이 노래를 발표했을때 정말 무지 좋아했었는데...
  그것도 이젠 너무 오래된 기억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21. 00:35
서울에서의 마지막 공연이 있던 일요일 저녁
조금 일찍 세종에 도착해 공원에서 해바라기를 하다.
낮공연을 마친 루시와 엠마가 동료 배우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사진 한컷을 부탁했더니 "OK!"라며  밝게 대답한다.
루시역의 벨린다에게 말을 걸어서였는지
엠마역의 루시 몬더가 자신이 사진에 나올까봐 고개를 살짝 숙인다.
"Together, Please!"
그녀들이 서로 웃으며 사진기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다.
잠깐의 휴식이었을텐데...



객석은 그야말로 완벽하게 꽉꽉 들어찼다.
공연의 명성도, 브래드 리틀의 명성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네번이 관람 동안 궁금했던 걸 음향팀에게 확인하다.
역시 라이브 연주였단다.
OP석까지 개방한 공연이라 연주자들은 무대 제일 뒤에서 연주했다고 한다. 
MR이었다면 아마 관객이 감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거란 생각
확실히 라이브 연주는 선명하고 여유가 있어 좋다.
마지막 공연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Jekyll의 손끝에 숨이 막히고
Hyde의 발끝에 숨을 멈춘다.
다정하고 따뜻한 Jeyll의 목소리,
살점을 물어 뜯는 듯 야만적인  Hyde의 목소리...

매 장면마다 쉽게 끊어지지 않던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감탄소리...
확실히 막공의 위력은 집단 최면의 효과가 있다.
배우들도 마지막이라 그런지 끔찍하게 잘해서 오히려 화가 났다.
이제 끝이라는 생각에...



한 달 동안 참 좋았다.
충분한 위로였고 그리고 충분한 즐거움이었다.
그 기억이 있으니 적어도 내게는 좋은 추억 하나 담긴 셈이다.
그런데 사실은,
또 다시 그의 손끝과 발끝을 온 몸으로 느끼고 싶다.
지독한 Dangerous Gam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12. 10:18

비 온 뒤 오후,
다시 찾은 Jekyll & Hyde
Brad Little
이 사람의 목소리가 궁금해서 찾은 공연장



안타깝게도 오늘 이 사람의 목소리엔 힘겨움이 느껴진다.
주말의 4회 공연을 해야 한다는 것!
예전 우리 배우들도 말했었다.
4차례의 공연을 연이어 한다는 건
살인적인 동시에 제 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90%가 넘는 무대 등장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
그것도 두 사람의 확실히 구분된 목소리와 행동으로...



내가 생각하는 내한공연 <Jekyll & Hyde>의 최고 장면은,
1막에서는 역시 <This is the moment>
<Transformation>, <Alive>도 물론 좋지만
브래드 리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is is the moment>다.
그의 딕션은 참 선명하고 정확하다
무대와의 거리감을 상쇄시킬만큼...
배우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 딕션이라고 믿고있는 나에게 그는 확실히 모범적인 배우다.
이사회 장면의 그 숨가쁘고 분노에 찬 모습에서조차도 그의 딕션은 선명하고 또렷하다.
그래서 Jekyll의 분노가 나는 아주 정당하게 느껴진다



2막에서는 <Dangerous Game>
Lucy와 Hyde 둘 사이의 거리감과 정확히 반대되게 느껴지는 긴장감.
여전히 내겐 미스터리다.
그 거리에서 어떻게 나에게까지 이런 감정들이 전달될 수 있는지가...
우리나라 공연의 화려한 리액션에 익숙한 사람들은 좀 실망스럽고 우습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 장면에선 숨을 쉬는 것조차 아깝다.
Hyde의 손끝과 발끝이 모든 언어들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건 무엇보다도 확실한 dangerous game이다.



아마도 Emma역이 루시 몬더(Lucy Maunder)였다면
<In his eyes>도 포함이 됐을테지만
오늘 공연에서는 under 브리앤 터크(Brianne Turk)가 엠마 역을 했다.
그녀는....너무 떨었다.
그녀 자신의 긴장감 때문이었겠지만 몸이 자꾸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대로 무대 위로 넘어질까봐 걱정됐다.
그리고 그녀 목소리에서 간간히 느껴지는 탁성
<Once upon a dream>
그 맑고 깨끗한 노래는 역시 Lucy maunder의 목소리가 제격이란 생각.
lucy역의  벨린다 월러스톤(Brelinda Wollaston)은 공연을 볼 때 마다
점점 더 매력적임을 알게 된다.
1막에서의 <Someone like you>, 2막의 <A new life>는
그녀를 내 귓 속으로 그대로 옮겨놓게 한다.



마지막 엔딩인 결혼식 장면
배우들이 무대를 등지고 자리에 앉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항상 배우들의 앞모습을 보는 게 익숙한 시선이었기에...
(Jekyll이 심험실에서 약물을 주사하지 않고 마신 것도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우리의 원샷 문화(?) 때문에 아마도 더 당황스러웠는지도....
 작은 주사기가 멀리 앉은 관객에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바꾼 것 같다는 나름의 추리를 해 본다.)
지금은....
의도가 어느정도 파악이 된다.
그게 딱 적절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민의 흔적이 보여 다행스럽다.
익숙함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90% 정도 만족한 공연.
그래도 브래드 리틀의 <This is the moment>는 여전히 좋더라.
Hyde로써의 마지막 커튼콜 엔딩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9. 06:17
한.일 문화예술교류를 위한 뮤지컬.
한국과 일본의 뮤지컬 배우들이 한 무대 위에서
각자의 언어로, 혹은 상대방의 언어로 노래하고 대사하는 모습...
낮설다. 그리고 뭐랄까 왠지 촘촘하지 않다는 느낌?



하지만 민.영.기
그가 선택한 작품이었기에
참 많이 궁금했었다.
그리고 기다렸었다.



대사가 거의 없는 노인 "동진"을 연기했던 일본 배우 카나오.
눈빛이 정말 과거의 어느 한 때에 멈춰있는 것 같다.
대사 없이도 존재감을 주어야 한다는 거,
배우로선 참 힘겨운 작업이지 않을까?



"미와" 역의 일본배우 하츠네...
글쎄 일본에선 어느정도 입지의 배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인지도가 있는 배우는 아닐거라는 생각이....)
민영기의 파트너로는 어울리지 않아 속상했다.
두 사람의 듀엣 곡들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보조가 맞춰지고 있지 않다는 느낌.



"동진"의 민영기는....
훌륭했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훌륭하다고 말하기엔 작품과 무대가 너무 틈이 많이 보인다..)
배우로썬 참 이뻤다.
조명 아래 흘리는 땀 방울들, 그리고 여전했던 소리의 선명함과 열정.
그러면서도 자꾸 궁금해진다.
뭐였을까?
그가 <침묵의 소리>를 선택한 이유가.



김수영의 시 <풀>을 인용한 노래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동요적인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실제로 이 시로 동요를 만들면 참 좋을 것 같다는 바램을 갖는다.)
동요 <반달>과  <비행기>의 삽입도 그렇고...
특히 동진의 귀환 편지를 받고 히로시마역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와가 서성이고 있을 때
원자폭탄이 떨어지기전 아이가 불렀던 동요 <비행기>
일본어로 불렀는데도 느낌이 너무 좋다.
(아무래도 나는 피터팬 신드롬인가보다. 크고 싶지 않는 욕망, 아이로 남고 싶은 욕망....)



꼭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겠다고 다짐했던 한 남자
결국 살아는 남았지만 돌아가지 못한, 아니 돌아갈 곳이 없어진 그 남자는 말을 잃는다.
고향같은 가야금 소리에 의지해 과거의 기억을 반추하며 살아내는 그 사람.
90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것을 담고, 너무 많은 말을 하고 싶었던 뮤지컬.
줄거리는 있지만 명확한 내용을 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그래서 아직은 부족함이 더 많은 뮤지컬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그 부족함이 보완될지는  미지수로 남긴 하지만....
그런데 왜 테라피 뮤지컬이지?
(도대체 무슨 치료들을 하신 건지.....)



배경과 조명이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코믹하기까지 했던 어머니와 미와의 등장.
90분 내내 거의 변화가 없었던 무대(엔딩에 딱 한 번 옆으로 살짝 움직이더라....)
치열하지도 절박하지도, 그리고 간절하지도 않았던 전쟁 장면.
처음 시작 장면에서 초라히 떨어지는 나뭇잎들,
중간쯤 뒷 배경에 날아다니던 한 쌍의 학을 보여주던 무대 스크린.
좀 충격적이다.(왜 그러셨어요~~~~?)
그것보다 더 완벽하게 충격적이었던 건,
엔딩 장면에서 남여 주인공이 "입고"가 아니라 "덮고" 나온 의상 (이걸 의상이라고 해야 하나?)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짝이 죽어도 남은 한마리는 끝까지 절개를 지킨다는 학.
국경을 넘은 그들의 사랑을 학에 담아 표현하고 싶었던 건 백만배 이해하겠는데.
한지로 붙인 듯한 상당히 푸닥거리스럽던 옷과
심지어 상당히 깡충하기까지한 길이.
"기억해주세요. 우리 사랑 
 이제 다시는 헤어지지 않으리...."
그 덮개(?)를 보는 순간 실소를 머금다.
내겐 분명 확실한 반전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민영기가 부르는 노래에 두 번 찡했다.
그래도 여전히 이 사람은... 
무대에 서면 이쁘구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7. 05:55
8월 30일 VIP 석에서 처음 관람한 후
지난 토요일 무작정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낮공연을 관람하다.
그것도 3층에서... ^^
급격한 자리 이동이긴 했지만  단지 노래만 들어도 좋을 것 같아서 찾아간 곳.
그리고, 확실히 그랬다.
3층까지 울리는 브래드 리틀의 목소리는 여전히 소름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톰 행크스를 떠올리게 하는 Jekyll의 목소리.
(선량하고 장난기마저 느껴지는 다정한 Jekyll~~~)
그러나 Jekyll일 때도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장면에서는 일부러  Hyde의 거친 목소리를 낸다.
가령 이사회 장면의 거친 논쟁과 일기를 보는 엠마의 모습을 보고 다그치는 장면 등.
그럴 때 듣게 되는 목소리가 개인적으로 참 좋다.
Hyde가 살짝 섞여있는 Jekyll의 그 목소리.



비록 먼 곳에서의 관람이었지만
첫번째 관람 시 놓쳤던 부분들 몇 개를 찾아내고 혼자 놀라기도 한다. 
확실히 더 안정적이고 전체적으로 풍부하면서도 가득찬 소리의 울림.
거칠다 못해 야만적이기까지 한 Hyde의 목소리.
3층에 자리를 잡고 앉았을 때만 해도 그랬다.
"어디, 여기에서 어느 정도까지 느낌이 전달되나 보자!"
그런데 결국 혼자 유치한 겨루기를 했던 셈.



루시와 엠마의 목소리도 역시 좋았다
3층에서 배우들의 목소리 떨림까지 다 전달받았다는 건
역시나 환상적인 즐거움에 속한다.
3층 관람에서 절대적으로 놓칠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는
무대를 전채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는 사실
조명의 변화하든가, 무대배경의 이동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실험실 장면에서는 무대 전체를 서서히 실험실로 축소시켜 집중시킴으로
관객들의 시선 하나하나를 그 안으로 응축시킨다.
우리나라 공연의 조명과 무대효과들을 떠올리게 한다.
극적으로 확실하게 구분됐던 "The confrontation"의 조명과 인공적인 기계음
배우의 역량에 따라 이 모든 것들이
2차, 3차적인 요소로 한발짝 물러날 수 있음을 절감한다.



문득, 브래드 리틀의 <오페라의 유령>이 간절히 보고 싶다.
그 역시나 한국에서 "팬텀"으로 다시 공연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는데....
<Jekyll & Hyde>를 연기하는 그의 손끝을 보면서
"팬텀"을 연기하는 그의 손끝은 과연 어떨지 궁금해졌다.
"I Need To Know!"
<Jekyll & Hyde>에서 그의 손끝을 따라가는 게 얼마나 숨막히던지...
좋겠다. 그는......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목소리와 손끝을 가지고 있어서.

홀로 열심히 중독 중이다.
그리고 그게 지금은 꽤나 심각한 문제로 대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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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The Moment


This is the moment
This is the day
When I send all my doubts and demons on their way
Every endeavor I have made ever
Is coming into play is here and now today

This is the moment this is the time
When the momentum and the moment are in rhyme
Give me this moment this precious chance
I'll gather up my past and make some sense at last


This is the moment when all I've done
All the dreaming scheming and screaming become one
This is the day see it sparkle and shine
When all I lived for becomes mine


For all these years I've faced the world alone
and now the time has come to prove to them I made it on my own


This is the moment
My final test
Destiny beckoned I never reckoned second best
I won't look down I must not fall
This is the moment the sweetest moment of them all


This is the moment damn all the odds
This day or never I'll sit forever with the gods
When  I look back
I will always recall
Moment for moment
This was the moment
The greatest moment
Of them all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9. 5. 23:18

2009. 09. 05.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한편 보고 나왔더니 광화문 광장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Seoul Intetnational Drama Awards"
KBS, MBC, SBS  각 방송국 별로 별도의 부스가 마련되어 있고
대표하는 드라마의 세트장과 소품들이 그대로 옮겨져 있었다.

아직까지도 무한애정을 가지고 있는 김명민 주연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주인공들의 방을 하나씩 훔쳐보다.



실제 대본들과 소품들을 보는 재미도 제법 ^^

그리고 강마에의 방
나도 여기 찝적, 저기 찝적 ^^

양 옆엔 KBS의 <전설의 고향>이
SBS의 대하사극 <자명고>가 자리하고 있다.



좀 처량맞은 귀신들.
어렸을 때 정말 무섭게 봤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차마 TV를 끄지도 못했을 정도로....
지금은 내가 너무 커버렸다.
그깟 귀신보다 현실이 훨씬 무서운 걸 아니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드라마 <자명고>
의상도 낮설다.
꽤 돈을 많이 들인 드라마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비운의 드라마.



어떤 명예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한류의 여주인공 지우히메도 한켠을 장식하고 있고...
(근데 아무래도 내가 보기엔 최지우보다 배용준을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



김남주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선물한 <내조의 여왕>
연기자의 발연기로 엄청난 고생을 한 <에덴의 동쪽> ---> 늬들이 고생이 많다~~~!
어쩐지 좀 대비된다.
떨어뜨려 배치를 하지...



조만간에 세워진다는 세종대왕 동상.
이거 꼭 여기 세워야 하나?
이순신 장군도 참 고생 많으시다.
뜬금없이 역사를 되집어 세종대왕 호위까지 해야하니....
(뭘 굳이 광화문광장에 동상을 2개 씩이나.... )



요즘 진정한 물장군으로 다시 태어난 이순신 장군.
정신없이 좌우로 올라오는 분수을 보면
아무래도 만감이 교차할 듯....
"내가 너무 오래 서 있었지!"
그런 심정이지 않을까?
처량히 내려다 보는 모습에 나 역시도 찹찹해진다.
이러다 정말 <불멸의 이순신> 되시겠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8. 31. 02:00

2009. 08. 30. PM 7:30
세종문회회관 대극장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연을 보다
<Jekyll & Hyde>
<오페라의 유령> 팬텀으로 총 2,150회 세계 최다 공연을 이끌어 왔던 브래드 리틀(Brad Little)
드디어 그의 모습을 보고야 말았다.



그는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무시무시하게 공포스러웠다.
정말 여러가지 의미로.
Jekyll일 때의 그의 목소리는 내가 들어본 최고의 달콤함이었다.
그리고 Hyde로 변했을 때 그 긁어대는 가릉거리는 목소리란,
그런 목소리로 도대체 이 공연들을 다 할 수는 있는 건지 의심하게 된다.
그의 "This is the moment"
생각했던 것 그 이상으로
거대했고 그리고 엄청난 전율이 느껴진다.
단지 이 한 곡을 듣기 위해서 이 공연을 다시 본다고 해도 
결코 아깝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엠마와 루시의 "In his eyes"
엠마 커루 역의 루시 몬더(Lucy Maunder)의 목소리는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
내가 지킬이라도 이런 목소리를 가진 엠마라면 도저히 사랑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 ^^
루시 해리스 역의 벨린다 월러스튼(Belinda Wallaston)
컨디션이 좀 그랬을까?
약간 극과 극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론 나쁘지 않았다.
특히 1막 후반부의 "Someone like you"
역시나 기억이 담아낼 것 같다.
2막에서 Hyde와의 "Dangerous game"
그리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음에도 아니 오히려 터치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두 사람이 한 몸처럼 느껴진다.
거의 완벽하게 관능적이고 무시무시할 정도로 유혹적이었던 장면.
어떻게 이런 느낌이 가능한거지???
그것도 그렇게나 서로 멀리 떨어져서....



눈을 휘둥그레 만들었던 무대들.
그 검붉은 배경과 어둠들.
꼭 립싱크를 하는 것 처럼 느껴지던 배우들의 엄청난 노래 실력들까지...
2시간 30분의 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다.
허무함조차 느낄만큼...



늘 너무나 젊은 배우로만 채워졌던 우리나라 무대와
오히려 나이가 있는 배우들로 채워진 오리지널 무대.
그게 사실 나는 제일 부럽게 다가온다.
그럴 수 있으려면, 그렇게 되기까지는 아무래도
우리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아 좀 서운한 느낌도 든다.

어떻게 생각하면 상당히 우수운 모습이 되버릴 수도 있는
머리로 얼굴 전체를 가린 Hyde
그런 모습으로 "The confrontation"을 어떻게 할지 궁금했었는데....
그랬구나...
Hyde로 변했을 때,
그는 거울을 통해 Jekyll과 대응하고 있었다.
초반의 그 모습에서 나는 진정한 "confrontaiton"을 느꼈다.
그 모습이 Hyde였든 Brad Little 이었든 둘 다 섬뜩한 기억이지 않았을까?
Jekyll을 끝장내고 승리를 이루려고 하는 Hyde나,
Hyde인 자신을 바라보면서 연기했을 Brad Little.
그냥, 난 그 상황이 이 뮤지컬 <Jekyll  Hyde>에 썩 어울린다고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억지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



아름다운 감동이었다.
끔찍하게 너무 끔찍하게 아름다웠다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어 너무 화가 난다.
정말 그를 만났다.
Jekyll 그리고 그의 또 다른 모습 Hyde...
Good  &  Devil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