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3일에 뮤지컬 <Next to normal> 프레스콜이 있었던 모양이다.
인터넷에 떴길래 부지런히 영상을 모았다.
하나하나 보면서 또 다시 뭉클했다.
그리고 또 느꼈다.
내가 이 작품에 깊게 빠져버렸다는 걸.
빠져도 괜찮다.
이 작품이라면...
You Don't Know + I Am The One (남경주, 박칼린, 한지상)
superboy and the unvisible girl (오소연, 이상민, 박칼린, 한지상)
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I'm Alive (남경주, 박칼린, 최수형, 한지상, 오소연)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최수형, 박칼린, 남경주, 한지상, 오소연, 이상민)
Wish I Were Here (김지현, 오소연, 이상민)
Song Of Forgetting (김지현, 이정열, 오소연)
Why Stay/A Promis (김지현, 이정열, 오소연, 이상민)
I'm Alive (김지현, 이정열, 최재림, 오소연, 이상민)
The Break (김지현, 최수형)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최수형, 김지현, 최재림)
Maybe (김지현, 오소연)
개인적으로 다이애나는 노래가 불안하고 발음이 부정확하긴 하지만
느낌 전달이 너무 좋은 박칼린이,
댄은 남경주보다는 이정열이 좋다.
(내가 비음이 섞인 목소리를 싫어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프레스콜에서 이정열은 머리를 염색하고 나왔다.
나는 그냥 반백처럼 보이는 원래 그의 머리가 이 역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게이브는 한지상이 탁월!
딕션과 노래, 동작과 표정 전부 좋다.
군대에 있는 동안 얼마나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다 보인다.
<스위니토드>때부터 눈여겨 봤었는데 앞으로 꽤 괜찮은 뮤지컬배우가 될 것 같다. 확실히!
분명히, 틀림없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로 데뷔한 최수형도 캐릭터를 잘 찾은 듯.
대사에 사투리톤이 조금 들리긴 하지만
그의 배우 인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잘 만난 것 같다.
한국어 OST도 제작된다는데 기대가 된다.
next to normal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확실한 동반자다.
일시 : 2011.11.18. ~ 2012.02.1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출연 : 박칼린, 김지현(다이애나), 남경주, 이정열(댄),
한지상, 최재림(게이브), 오소연(나탈리), 이상민(헨리),
최수형(정신과 의사)
연출 : 라우라 피에트로핀토(협력 연출 : 변정주)
대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Tom Kitt)
20년만에 칼마에 박칼린을 뮤지컬 배우로 돌아오게 만든 작품이다.
한지상과 함께 게이브 역을 맡은 최재림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파우스트적인 욕망마저 드러냈다.
남경주는 또 어떤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돈을 받지 말고 돈을 내고 공연해야한다고까지 표현했다.
오디션 공고를 보고 첫날 접수를 하러 간 이정열은 접수번호를 보고 놀랐단다.
아침 일찍이라 앞번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번호가 500번대 였노라고.
군을 제대한 한지상은 복귀 첫작품으로 <Next to normal>의 게이브를 주저없이 선택했다.
심지어 일본 사계의 잘나가는 한국배우 김지현도 이 작품을 위해 일본에서 날아오기까지했다.
이정도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을만큼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각오가 이래적이으로 남달랐다.
2009년 브로드웨이 토니어워즈 3개 부분 수상,
(최고 음악상, 최고 오케스트레이션상, 여우 주연상)
그리고 2010년 플리쳐상 수상.
<뉴욕타임즈>는 "좋은 느낌을 뛰어넘어 완벽한 느낌이 드는 뮤지컬"이라고 극찬했다.
도대체 이 작품이 뭐가 있길래!
정말 뭐가 있기는 있는건가?
이게 다 초연되는 작품에 대한 밑밥이고 거품은 아닐까?
다이아나 : 박칼린 댄 : 이정렬 게이브 : 한지상
나탈리 : 오소연 헨리 : 이상민 의사 : 최수형
프리뷰 공연을 봤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와 음향 등의 기술적인 실수가 여러 차례 보이긴 했지만
나는 지금 완벽하게 이 작품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 계속 빠져있을 것 같다.
쏟아지는 모든 찬사 다 집어치우고 이 작품!
나에겐 일종의 빛(light)이고 결정적인 위로였다.
Next to normal 이라니...
이건 내가 늘 꿈꾸던 간절하고 간절한 희망사항 아니던가!
아주 오래전 나도 누군가에게 나탈리가 했던 말을 그대로 했었다.
"평범같은 건 안 바래.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평범함! 그 주변 어디, 거긴 가보고 싶어.
그 근처 어디라면 견딜께"
비록 나는 나탈리처럼 견뎌보겠다는 말은 못했었지만...
내겐 평범에 도착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숨이 턱까지 차는 일이었니까.
그렇다고 내가 지금 normal할까?
여전히 normal은 내겐 불멸의 희망사항이고 next to normal 거기까지만이라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16년 동안 조울증을 앓고 있는 다이애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꼭 내 미래의 모습 같다.
나도 두렵다.
어느날 이 오랜 우울증이 날 잡아먹을까봐.
그래도 그녀가 나보다 더 괜찮은 거 아닌가?
내겐 죽었지만 내내 함께 곁에 살면서 나이 먹어가는 자식도,
멀쩡히 살아있지만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자식도 없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곁에 있겠다는 남편 역시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그런 가족을 남겨두고 자신을 견디기 위해 떠난다.
얼마나 아팠을까...
보고 있는 내내 꾹꾹 올라오는 통증을 삼키느라 나는 너무 힘들었다.
불이 켜진 집 앞,
어두운 골목을 서성이며 사랑하는 가족을 오랫동안, 그것도 간절하고 애타게 기다리지만
결단코 단 한 번도 만나지지 않는 가족들.
가슴이 그걸 느낄때마다 내가 다 안타깝게 무너진다.
이 사람 아니면 당작 죽을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이라도 이 느낌은 모른다.
확 뛰어내리고 싶은 벼랑끝 인생을.
내내 죽은체 사는 이 더럽게 끈적하고 너저분한 기분을.
그래서 다 놓고 싶은 마음을.
나는 다이애나의 간절한 통증, 그 마디마디까지도 선명히 느낀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불행이다.
<Next to normal>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마치 겨울 앞에 발가벗고 선 느낌!
내 모습을 이렇게 대놓고 봐버렸는데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뮤지컬 넘버도 그대로 하나하나 가슴 속에 수직으로 꽃힌다.
다이애나의 노래도, 댄의 노래도, 그리고 게이브의 노래까지도...
너무 아파서 질근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도 없다.
이 이야기의 끝을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지켜보라고 누군가 말하는 것 같다.
힘들다.
어쩔 수 없단다.
버티란다.
어떻게든 버텨보란다.
그런데 버티면?
그러고나면 정말 올까?
힘겨워도 버텨내면 한줄기 빛이 정말 올까?
행복만을 위해서 사람이 사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 운명이 자신을 잡아채기 전에 모험을 시작하란다.
그러면 살 길은 또 생긴단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내겐 더없는 위로가 됐고 결정적인 힘이 됐다.
이제 어쩌면 나는 다시 next to normal을 꿈꿀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래, 다시 견뎌보자!
So Anyway!
<Next to normal 1>
01. Prelude - 0:26
02. Just Another Day - 3:49
03. Everything Else - 1:49
04. Who's Crazy/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5:02
05. Perfect For You - 2:03
06. I Miss The Mountains - 3:46
07. It's Gonna Be Good - 1:25
08. He's Not Here - 1:15
09. You Don't Know - 1:30
10. I Am The One - 3:16
11. Superboy And The Invisible Girl - 2:08
12. I'm Alive - 3:14
13.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 3:58
14. I Dreamed A Dance - 2:20
15. There's A World - 1:34
16. I've Been - 2:44
17. Didn't I See This Movie? - 1:30
18. Light In The Dark - 2:45
<Next to normal 2>
01. Wish I Were Here - 3:06
02. Song Of Forgetting - 3:23
03. Hey #1 - 1:39
04. Seconds And Years - 0:39
05. Better Than Before - 4:28
06. Aftershocks - 1:47
07. Hey #2 - 1:24
08. You Don't Know (reprise) - 1:27
09. How Could I Ever Forget? - 2:50
10. It's Gonna Be Good (reprise) - 0:32
11. Why Stay?/a Promis - 2:35
12. I'm Alive (reprise) - 1:11
13. The Break - 1:23
14.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reprise) - 1:40
15. Maybe (next To Normal) - 4:00
16. Hey #3/perfect For You (reprise) - 2:23
17. So Anyway - 3:08
18. I Am The One (reprise) - 2:16
19. Light - 4:21
극본 : 한아름
연출 : 서재형
작곡, 편곡 : 황호준
출연 : 조휘(왕), 김지현(중전),
김대현(이구동), 전미도(홍자숙)
태국희(감찰상궁), 안세호(하내관), 김선표(의관)
박지희(보모상궁), 오찬우 (자객)
장소 : 두산아트센타 SPACE 111
일시 : 2010.10.19 ~201.3011.07.
제작 : 극단 죽도록 달린다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
두 부부가 자신들의 동명의 연극을 뮤지컬로 만들었다.
그리고 연극 연출가 서재형의 첫번재 뮤지컬 연출작!
원래 <왕세자 실종사건>은
2005년과 2006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젊은연극시리즈로 선정되었던 연극이다.
연극으로 공연될 당시에도 참신함과 특이함으로 집중을 많이 받았었는데
(안타깝게도 연극은 보지 못했다)
뮤지컬로 모습을 바꾼 <왕세자 실종사건> 역시도 특이하고 특별하다.
작, 편곡은 소설가 황석영의 아들 황호준이 참여했다.
국악뿐만 아니라 재즈와 클래식, 타악기들가 적절히 결합된 음악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뮤지컬을 나름대로 정의한다면,
"동선(공간)과 소리의 미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재형 연출은,
"특별한 구조장치 없이 단순해 보이는 무대를
배우들의 음악과 노래, 동선과 연기, 조명과 효과음을 이용해
궁궐 내에 수많은 공간들을 만들어
대극장 뮤지컬의 막전환보다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장면 변환을 연출하겠다"고 말했는데
전체적으로 그 의도와는 아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처음엔 많이 낯설었다.
만약 연극을 먼저 봤었다면 달랐을까? 생각할만큼...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건 스토리나 인물에 대한 매력이 아니라
극의 전개와 사건을 풀어가는 특이한 방식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다.
바둑판같은 모양의 무대.
그리고 어찌보면 우스광스러운 배우들의 액션과 과장된 톤의 대사들.
영화의 플래쉬 백 기법을 차용했다는 반복적인 사건의 추적.
이런 묘한 입체감이 처음엔 분명히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점점 필름을 돌리는 사람이 바로 나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일체감을 느끼게 만든다.
딱히 왕세자의 실종은 이 작품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걸 계기로 여기 저기 밝혀지는 인간 군상들의 비밀과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들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왕은 왕대로, 중전은 중전대로,
그리고 상궁이나 내관, 궁녀는 또 그들 나름대로
각자 치열하게 숨기려고 하는 비밀이 있고
한편으로는 그 비밀을 기필코 파헤치려는 의도가 있다.
그러니까 극 속에서 왕세자는 또 다시 완벽하게 실종되는 셈이다.
이런 걸 보고 낚였다고 해야하나???
북소리, 바람소리가 제 2의 화자처럼 등장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거기에 구동의 개짓는 소리에 화답하는 자숙의 새소리는
천진하면서도 어쩌지 구슬프다.
(정말 너무 똑같다. 이런 말 좀 그렇긴 하겠지만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똑같다...)
노래는 많이 부족하지만 땀을 뚝뚝 흘리며 구동을 연기하는 김대현의 모습은
연기의 완숙과 미숙을 논하기 이전에 감동적이다.
기복이 심했던 자숙 전미도 덕분에 나까지도 기복이 심해지고 말았지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이후에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중전역의 김지현,
<리틀샾 오브 호러스>의 식인풀 오드리 태국희도 오랫만에 무대에서 만나 반가웠다.
(그녀가 첫 곡 "수상해! 수상해!"를 너무 수상하게 불러서 처음엔 못 알아봤다.)
사실 이 뮤지컬을 예매한 건 순전히 배우 "조휘" 때문이었는데
오랫만에 한동안 못봤던 반가운 배우들을 봐서 혼자 추억에 빠지기도 했다.
뮤지컬을 보면서 저 사람이 누구였지? 계속 가물가물했는데
하나씩 떠오르는 것도 신기했고...
천연덕스럽게 대사를 하던 조휘의 모습도 배우로써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배우 목소리톤 참 좋다.)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고, 위엄있으면서도 하찮기까지 했던 왕의 모습.
따지고 보면 그게 다 인간의 모습이다.
"왕이라는 게 힘들구나!' 대사처럼
"인간이라는 게 참 힘들구나!" 싶다.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릴 작품인 것 같긴 한데
나는 새로운 시도와 접근이 좋았다.
애매한 부분들도 있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방황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신하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음악과 음향은 아마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도 챙겨봐야 겠다.
또 다른 좋은 느낌을 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