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6. 07:46

<그날들>

일시 : 2014.10.21. ~ 2015.01.18.

장소 : 대학로뮤지컬센터 대극장

대본. 연출 : 장유정

음악감독 : 장소용

안무감독 : 신선호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유준상, 강태을, 이건명, 최재웅 (차정학)

        김승대, 지창욱, 오종혁, 규현 (박무영)

        김지현, 신다은 (그녀) / 서현철, 이정열 (운영관)

        김산호, 최지호 (대식) / 박정표, 정순원(상구)

        김소진, 이진희 (사서), 송상은, 이다연 외

제작 :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재연으로 올라온 <그날들>을 봤다.

역시나 김광석의 노래는... 정말 좋구나.

여러가지 뒤숭숭한 일들이 겹쳐서 내내 심난하고 아팠는데

김광석의 노래로 조금 위로를 받았다.

명곡이라는게 이런거구나...

사람을 조용히 위로하고 다독이는 함이 있다.

작품의 완성도와 배우들의 열연을 떠나 그냥 노래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담겼다.

김광석은 이 노래들을 이곳에 그대로 남겨놓고 어떻게 떠날 수 있었을까?

참 나쁜 사람이다...

 

초연에 강태을 차정학이 너무 좋아서 재연이 올라오면 꼭 강태을로 보리라 생각했었다.

(이 작품으로 강태을과 정말 극적인 화해도 했고...)

그랬더랬는데 재연의 강태을 정학은...

이럴수가...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좋더라.

매장면마다 배우로서 행복하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고

그래서 보는 나도 내내 행복했다.

배우가 작품과 역할에 깊은 애정과 신뢰를 가지고 있다는게 어떤 의미인지

강태을을 보면서 확실히 알았다.

(진심으로 멋졌다!)

김승대 무영은 좋은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는 간절함이 살짝 의욕과다로 표현되더라.

전체적으로 조증처럼 붕 떠있어 발란스도 어긋났다.

균형감도 살짝 무너지고...

현실감없는 "픽션"의 인물처럼 느껴지더라.

개인적으론 배우 김승대가 조금 덜 열심히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훨씬 자연스러울것 같아서...

(이 표현 이해가 될까???)

 

전체적으로 초연때보다 군무도 좋아졌고 무대도 잘 정돈됐다.

인트로의 영상도 깊이감과 생동감이 살아있어 좋더라.

그런데 문제는 음향!

분명 초연과 똑같은 공연장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를 수 있는지 관람하는 내내 놀랐다.

12월 2일 병원에서 연말 송년회로 이 작품을 단체관람을 한다는데

그때는 음향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졌으면 좋겠다.

 

* <그날들>은 참 묘한 작품이다.

   작품이나 스토리 자체는 별 매력이 없는데 이상하게 자꾸 끌린다.

   이게 배우의 힘인지, 김광석의 힘인지, 그냥 정서의 끌림인건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좋아한다는게 늘 이유가 확실해야하는건 아닐테니까.

   그래서 나는 <그날들>을 "그냥 좋아지는" 작품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김광석도 그랬다.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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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10. 27. 08:11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내가 이 연극을 엄청나게, 무지 많이, 몸서리치게, 온 몸과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다는게 하늘에 닿았나보다.

연극 <프랑켄슈타인> 기대평 이벤트에 참여한게 당첨됐다는 문자가 왔다.

(원래 이런 이벤트 거의 참여하지도 않고 참여해도 당첨된적 거의 없었는데...)

기대평 이벤트에 참여한건,

당첨자 2명에게 연극 <프라이드>를 초대권을 준다는데 혹해서였는데

참여하고도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당첨될거란 생각을 전혀 안했으니까...

연극 <프랑켄슈타인>도 나를 많이 매혹시켰는데 매혹이 또 다른 매혹을 내게 선물했다. 

내게 찾아온 뜻밖의 행운이.

나는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다.

<프랑켄슈타인>에게도, <프라이드>에게도...

 

정상윤 필립과 박은석 올리버.

이날 두 배우가 보여준 감정의 정도는 정말이지 감당이 안되더라.

여섯번째 관람 중에 제일 견디기 힘들었다.

뭉클뭉클 쏟아지는 감정들이 전부 내 마음 같아 공연 내내 정말 많이 울었다.

참아보려 했는데 그럴 수 없었다.

그냥 하염없이 다 놓아버리게 되더라.

정상윤 필립이 너무 아팠다.

끝없는 기만 속에서 살아야하는 1958년 필립의 남은 생이 너무 안스럽고 안타까웠다.

필립이 올리버의 말처럼 아프리카로 떠났으면...

그래서 언제가 됐든, 어느 곳이 됐든 그를 기다리고 있을 올리버를 만났으면...

딱 한 번만이라도 용기를 냈으면...

필립이 그렇게 해준다면...

내가 좀 살겠다.

 

실비아 : 필립을 보나요?

올리버 : 아니요. 연락 안 해요.

실비아 : 누구 생각이죠?

올리버 : 그 사람이요. 내가 그 사람이었으면 아마도 당신 같은 선택을 했을거예요.

실비아 : 나 같은 선택!

올리버 : 삶, 인생, 어떤 식으로든 의미있는, 아니면 최소한 그걸 찾으려는 노력.

실비아 : 그래서 의미있는 생을 사는것. 진실한 삶을...

 

실비아 : 필립은, 행복했나요?

올리버 : 행복이요?

실비아 : 말해주세요. 그 사람 행복해하던가요? 진실로 행복했던 적이 있나요?

올리버 : 아, 저는...

실비아 : 그냥 단 한 순간이라도, 있어요? 그냥...

올리버 : 네, 한 번쯤은... 잠깐 엿본 것 같아요. 자신이, 본인 스스로가 ...

실비아 :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행복.

           두 사람의 만남이 궁금했어요.

           아무리 짧게 만나도 그때만큼은 필립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줬을거니까요. 난 절대 본 적 없는...

           그래서 당신이 하루 이틀은 좀 많이 미웠어요.

올리버 : 미안해요. 정말 미안합니다.

실비아 : 알아요. 올리버, 난 진심으로 당신이 원하는걸 찾길 바래요. 당신도 분명히 외로울거니까.

올리버 : 네...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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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9. 11. 05:28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감히 말하건데 나는...

이 작품과 완벽히 소통하고, 그리고 완벽히 대화한다.

마치 누군가 내 속으로 들어와 대사 하나하나를 직접 끄집어낸것 같다.

올리버가 고대도시 델포이에서 들었다는 혼자만의 신탁의 소리가,

지금 내게도 선명히 들린다.

먼 과거에 살고 있는 내가 지금의 나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

대답... 해주고 싶다. 간절히... 

이 작품을 앞으로 내가 몇 번을 더 보게 될까?

많이 힘들어 온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을 때,

진심으로 다가오는 토닥임과 위로가 필요할 때.

포악스런 욕심과 미움으로 망신창이가 될 때.

작은 온기라도 누군가와 기꺼이 나누고 싶을 때.

이 모든 순간들과 닿을때마다 나는 이 연극을 그리워하고 찾게 될거다.

올리버에게 감사하기 위해,

필립에게 감사하기 위해,

실비아에게 감사하기 위해...

그리하여 내가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도록!

 

<The Pride> 두번째 만남.

박은석 올리버와 김지현 실비아는 그 사이 더 깊어졌다.

김종구의 2막 첫씬 역시도 여전히 처음처럼 좋다.

25년의 역사...

그래, 그건 누가 뭐래도 사랑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들.

시간과 시간이 교차되는 상황들을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표현하는지...

도대체 이 역할들을 매번 어떻게 감당할까!

배우란,

참 위대하고 아픈 직업이다.

 

정상윤 필립은,

초반에 박은석 올리버에게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의도적이었다는 걸 나중에 이해했다.

그리고 역시나 정상윤의 섬세함과 디테일한 감정 표현은 너무나 간곡하더라.

특히 1막 마지막 장면은,

많이 아팠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광폭한 관계후 올리버를 떠나보낸 필립.

스스로 홀로 남겨진 필립의 눈과 입은,

여전히 단 한 사람만을 부르고 찾는다.

아주 간절히, 그리고 아주 절망적이게...

"올리버..."

 

반복되는 대사와, 상황들, 그리고 장면들.

필립에게 손을 뻗는 올리버의 그 조심스럽고 간절한 떨림까지.

(이 표현 정말 너무나 좋다. 과거의 모습도, 현재의 모습도 모두)

참 아득하고 아프다.

이 사랑...을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다.

 

"사랑"이라는거.

그건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간절함의 문제다.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혹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든.

간절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닿을 곳이 결국 있다면,

그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려면 "용기" 또한 꼭 필요하다.

모든 사랑의 실패는,

따라서 "용기"의 걸여다.

사랑을 인정할 용기,

사랑을 고백할 용기,

사랑을 지켜나갈 용기,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다독이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거짓된 사랑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실비아"가 바로 그런 용기였다.

실비아의 마지막 대사.

그걸 알았다면,

내 삶은 지금과 아주 많이 달랐으리라.

필립의 말은...

정말이지 아주 정확했다.

"실비아는 항상 옳아요!"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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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8. 25. 08:34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정말 정말 정말 좋은 연극을 만났다.

내 영혼의 soul mate 같은 연극 <Pride>

깊은 위로같고, 포근한 다독임 같은 그런 보석보다 더 빛나고 찬란한 연극.

180 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끝이 났다는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 완벽히 스며들었다.

이 작품...

아주 진심이고, 아주 진실하다.

많이 슬펐고, 많이 아팠고, 그래서 많이 행복했다.

아주 말갛게 행궈지는 기분이었고, 뭔가 하나의 껍질이 벗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이 대사들...

이 진심의 대사들을 나는 최대한 오래 마음에 담고,

최대한 오래 기억하게 되리라.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는 도저히 없으리라.

진심으로 다행이다.

이 연극을 만나서.

이 연극을 봐서,

이 연극이 내 마음에 진심으로 닿아서...

그리고 필립과 올리버를 이명행과 박은석이 연기해줘서 정말 다행이다.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건,

그 사람의 실체를,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는 의미일까?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다.

우리가 느끼고 싶은건, 간직하고 싶은건, 간절히 원하는건,

그 이상이다. 아니 그 이하다.

필립의 말처럼 내가 누군가를 불렀을때 언제든지 나를 위해 돌아볼 준비가 되어있는 한 사람.

간절한건 그 한 사람의 목소리다.

그 사람이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바이든, 스트레이트든 아무 상관없다.

그게 그리운 이유,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다.

 

..... 꿈에서 막 깨거나 막 잠들려고 할 때

갑자기 사는게 무지 시시해지면서 그냥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 버렸으면 좋겠다 그럴때 있쟎아

사는 이유보다 덮고 있는 이불이 더 포근하게 느껴질 때,

난 그때 누군가를 부를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봐.

내가 누군가를 부르거나, 날 불러줄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닿으면서 시작되는 변화,

그게 사는 이유가 아닐까? ......

 

......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아질거야.

기나긴 시간이 흐르면,

우리에 대해, 자신에 대해

그 어렵고 불안했던 순간들을 이해할 것이고

그리고 지금의 잠 못 이루는 밤들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오십, 아니 오백 년 후에도 이 시절을 사는 사람들은

그 시간들로 인해 더 행복해지고 더 현명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아질거야.

마치 먼 미래에 이미 모든 것을 거친 내가 나를 다시 위로하듯 다정한 속삭임.

그 위안처럼 목소리가 그렇게 .......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

그건 꼭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거다.

내 진짜 이름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지금 나를 부르고 있다면...

나는 1958년의 올리버처럼 모든 걸 던지고 그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2014년의 필립처럼 다시 또 돌아갈 수 있을까?

1958년, 2014년 실비아처럼 그 둘을 지켜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진심으로 한 번쯤은...

나는 꼭 필립이고 싶다.

올리버이고 싶다.

실비아이고 싶다.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다.

남자든, 여자든, 혹은 아무것도 아니든...

나는... 단지 이야기를 갖고 싶다.

그 이야기가 만드는 역사를 가지고 싶다.

필립과 올리버처럼.

그리고 그들을 지켜내는 실비아처럼...

 

이 연극이...

나를 살게 하리라.

나를 숨쉴 수 있게 하리라.

나를 그대로 나로서 존재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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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11. 11. 09:15

<풍월주>

일시 : 2013.11.09. ~ 2014.02.16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정민아

작사 : 박기현

연출 : 이종석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정상윤, 조풍럐 (열) / 신성민, 배두훈 (사담)

        김지현, 전혜선 (진성여왕) / 임현수, 최연동 (운장)

        김보현(궁곰), 이민아(여부인), 김지선(진부인)

제작 : 극단 연우무대, CJE&M

 

재연 소식을 듣고 기다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작품을 기다렸던 건 아니고 정상윤을 기다렸다.

리딩공연에서 그가 보여준 열이 아주 인상적이였기에..

그런데 정작 올려진 초연에서 정상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서윤미의 신작 <블랙메리포핀스>와 <풍월주> 중에서 정상윤은 전작을 선택했고

나는 그런 정상윤이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배역은 좀 다르지만 정상윤과 김재범이 이번엔 작품을 바꿔서 출연한 것도 개인적으론 참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론 이 두 배우가 한 무대에서 공연하는 걸 보고 싶다.

그러면 섬세함의 끝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작품도 아마 "정상윤" 열이 아니었다면 굳이 프리뷰까지 챙겨보진 않았을거다.

 

초연때도 작품 자체의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가슴 밑바닥을 건드리는 은근한 감성은 꽤 오랜동안 여운으로 남았었다.

초연만한 재연은 없다고 하지만 초연이 성공적이어서 크게 바뀌진 않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완전히 허를 찔렸다.

이재준 연출이 만들어 놓은 감성은 이종석 연출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좋은 배우들이 낭비되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자.

이 발언에 100% 동감한다.

심지어 초연때보다 너무 가벼워서 살짝 천박하기까지 했다.

무대와 의상, 조명도 초연때가 훨씬 단정하고 의미있다.

공고를 떠올리게 하는 풍월들의 옷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팔을 스치는 소림사같은 인사법도 옷자락을 휘날리며 바닥에 엎드리는 인사법도 슬램스틱 코미디같다.

투우사들도 아닌데 남녀를 불문하고 모든 배우들이 어찌 그리 옷들을 펄럭거리던지...

사담과 열의 밀고 당기는 액션도 너무 과해서 우스꽝스럽다.

초연때도 춤사위는 많이 많이 어색했는데 재연에 비하면 그때 춤사위는 인간문화재급이라 하겠다.

마당놀이를 떠올리게 하는 천막도 흉흉했고

배우들이 움직일때마다 삐걱거리던 소리도 계속 귀에 거슬렸다.

기생집에 울리던 산사의 종소리도

열과 진성여왕의 말도 안되는 춤사위는 암담했다.

도저히 감성과 아련함이 자리 잡을 틈을 안줘서 보면서 너무 많이 당황했다.

(무대에서 작두를 탈 것 같던 장님 의원인지 점장이인지도 황당했고

시기 질투로 가득찼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이 전무했던 궁곰도

호위무사가 담을 공격하는 장면도

백만대군을 이끄는 장군같던 임헌수 운장도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음악도 경박해졌고 배두들의 동선은 서로 엉키고 꼬이고 말도 아니었다.

 

왜 이렇게 되버린걸까?

도대체<풍월주>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암담했고 답답했고 막막했다.

단지 위안이 됐다면 김지현, 정상윤, 신성민의 연기였다.

신성민은 매작품마다 참 성실히, 열심히 쑥쑥 자라는 게 보였고

정상윤 열의 오열하는 모습은 가슴을 허물어지게 만들었다.

험난하고 뒤죽박죽한 작품 속에서 정상윤은 정말 꿋꿋하게 잘 버텨서 그게 더 신기했다.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춤사위는 좀...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다 아쉽고 씁쓸했지만 제일 아쉬웠던 건 앤딩 장면.

위에서 내려온 하얀 천이 무대 전체를 감싸고

그 위에서 다시 만난 사담과 열.

이 장면을 없앤 건 정말 큰 실수다.

아무래도 초연만한 재연이 없다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초연때도 프리뷰 이후에 수정을 했던에 이번에도 수정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러기엔!

너무 큰 대수술이 필요할텐데...

이쩌면 좋을까.

이 아까운 배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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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2. 3. 28. 06:07

 

뮤지컬 <카페인>

 

장소 : 컬처스페이스 엔유

일시 : 2012.02.02. ~ 2012.04.15

출연 : 윤공주, 김지현(김세진) / 정상훈, 김산호 (강지민)

작곡 : 김혜영

연출 : 성재준

음악 : 원미솔

 

아마도 좀 우울했던 모양이다.

하긴 언제 안 우울했던 적이 있었던가!

통쾌까지는 아니지만 유괘 상쾌한 뭔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뮤지컬 <카페인>

2008년 초연된 이후로 자리를 잘 잡은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소극장용 창작뮤지컬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뮤직 인 마이 하트>, <영웅을 위하여>, <형제는 용감햇다>, <김종욱찾기>,

<왕세자 실종사건> 같은 작품들은 보면서도 참 재미있고 좋았었다.

(생각해보면 이 작품들 말고도 더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대극장용 창작품보다 실망도 훨씬 덜 했던 것 같다.

 

이 작품들 중 몇 개는 중극장에서 재공연된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소극장에서 공연될 때는 참 장하고 기특한 맘까지 들었었다.

소극장 공연은 배우들의 개인역량에 따라 극의 재미가 달라진다.

그래서 기본기없은 배우가 패기만 가지고 서기에는 부담스러운 자리기도 하다.

관객들도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대처하는 배우들의 애드립을 보는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선 찌질한 주연보다 잘키운 멀티맨이나 조연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도장찍힐 수도 있다.

 

뮤지컬 <카페인>

2008년 초연됐을 때부터 입소문이 났던 작품이긴 했는데 "사랑 운운" 하는 게 좀 멋적어 안 봤던 작품이다.

바리스타 세진과 소몰리에 지민의 좌충우돌 사랑 만들기!

내 기억이 맞다면 연기자 김지영이 제작자로 나섰었고.

뮤지컬 배우인 남동생 김태한이 남자 주인공 소몰리에 강지민을 했었다.

그 이후에 연기자 강지환이랑 SS501 김형준도 했었던 것 같고...

암튼, 초연된지 5년이 지났으니 뒤늦게 찾아본 셈이다.

솔직히 이번에도 윤공주만 아니면 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나는 대극장에서 본 윤공주 작품에 만족스러웠던 기억이 별로 없다.)

 

사실은 윤공주, 김산호 캐스팅을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서 윤공주, 정상훈 캐스팅으로 봤다.

약간 코믹한 조연과 멀티맨으로 주로 활약했던 정상훈.

그의 에드립과 감칠맛나는 연기야 두 말 할 필요조차 없지만

아무래도 노래가 좀 약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런데 이런 개인적인 사견은 확실히 선입견이고 기우였다.

강지민, 강정민 두 역할 다 너무 잘 어울렸고

중간중간 터뜨린 애드립은 관객들을 초토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노래도 그 정도면 나무랄데가 없고...

(노래도 연기도 못하는 뮤지컬 배우님들아! 제발 각성 좀 하자!)

안경에 토끼이빨을 끼고 강정민을 연기할 때도 딕션이 너무 정확해 연습량을 얼마나 했는지 가늠된다.

일테면 뮤지컬의 첫 주연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기대했던 것 보다 훠~~~얼~~~씬 괜찮았다.

윤공주와 듀엣과 잘 어울렸고 무엇보다 고난이도의(?) 춤도 너무 잘 춰서 놀랐다.

만능 엔터테이너 정상훈!

(이제 브라운관의 정상훈보다 무대 위의 정상훈이 더 익숙하고 친근하다. 정성화처럼)

 

끝에서 두번째 여자 바리스타 세진 역을 윤공주.

역시 윤공주는 공주다!

캐릭터 표현, 표정과 노래, 춤도 정말 여우같이 잘하더라. 

단지 좀 아쉽다면 비주얼에 너무 신경을 안쓴 것 같아서 그게 좀...

최소한 포스터 이미지 정도의 비주얼은 보여줬어야 했는데

조금 심하게 말하면 만사 귀찮은 권태기 주부 같은 비주얼이었다.

아무렇게 대충 묶은 퍼머머리.

그래도 사람의 기분을 읽고 커피를 준비하는 나름 섬세한 바리스탄데...

(그래서 끝에서 두번째 여자가 된건가?)

어쨌든 더 늦기 전에 봐서 다행이다 싶다.

당췌 이런 연예 뮤지컬은 점점 보기가 힘겨워져서...

관객 반응도 괜찮은지 연장 공연 스케쥴도 올라왔다.

김산호의 연기도 궁금하긴한데 

그걸 확인하려고 일부러 다시 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사족이긴한데,

윤공주가 요즘 담보상태인 것 같아 좀 안타깝다.

작품 선택을 잘 못하는 건지,

(그렇다고 이 작품을 잘못 선택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아니면 예전만큼 작품 섭외가 안 들어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재능에 비해 소위 빵 터져주질 못한다.

이러다 불운의 캐릭터가 되는 건 아닌지 살짝 걱정스럽다.

좀 지켜봐야 겠다.

배우 윤공주의 멋진 부활을!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11. 25. 06:22

11월 23일에 뮤지컬 <Next to normal> 프레스콜이 있었던 모양이다.
인터넷에 떴길래 부지런히 영상을 모았다.
하나하나 보면서 또 다시 뭉클했다.
그리고 또 느꼈다.
내가 이 작품에 깊게 빠져버렸다는 걸.
빠져도 괜찮다.
이 작품이라면...


                        You Don't Know + I Am The One (남경주, 박칼린, 한지상)


                     superboy and the unvisible girl (오소연, 이상민, 박칼린, 한지상)


   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I'm Alive (남경주, 박칼린, 최수형, 한지상, 오소연)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최수형, 박칼린, 남경주, 한지상, 오소연, 이상민)


                               Wish I Were Here (김지현, 오소연, 이상민)


                                 Song Of Forgetting (김지현, 이정열, 오소연)


                        Why Stay/A Promis (김지현, 이정열, 오소연, 이상민)


                           I'm Alive (김지현, 이정열, 최재림, 오소연, 이상민)


                                           The Break (김지현, 최수형)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최수형, 김지현, 최재림)


                                                 Maybe (김지현, 오소연)

개인적으로 다이애나는 노래가 불안하고 발음이 부정확하긴 하지만
느낌 전달이 너무 좋은 박칼린이,
댄은 남경주보다는 이정열이 좋다.
(내가 비음이 섞인 목소리를 싫어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프레스콜에서 이정열은 머리를 염색하고 나왔다.
나는 그냥 반백처럼 보이는 원래 그의 머리가 이 역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게이브는 한지상이 탁월!
딕션과 노래, 동작과 표정 전부 좋다.
군대에 있는 동안 얼마나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다 보인다.
<스위니토드>때부터 눈여겨 봤었는데 앞으로 꽤 괜찮은 뮤지컬배우가 될 것 같다. 확실히!
분명히, 틀림없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로 데뷔한 최수형도 캐릭터를 잘 찾은 듯.
대사에 사투리톤이 조금 들리긴 하지만
그의 배우 인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잘 만난 것 같다.
한국어 OST도 제작된다는데 기대가 된다.
next to normal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확실한 동반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3. 06:15

<Next to normal>

일시 : 2011.11.18. ~  2012.02.1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출연 : 박칼린, 김지현(다이애나), 남경주, 이정열(댄),
        한지상, 최재림(게이브), 오소연(나탈리), 이상민(헨리), 
        최수형(정신과 의사)
연출 : 라우라 피에트로핀토(협력 연출 : 변정주) 
대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Tom Kitt)

20년만에 칼마에 박칼린을 뮤지컬 배우로 돌아오게 만든 작품이다.
한지상과 함께 게이브 역을 맡은 최재림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파우스트적인 욕망마저 드러냈다.
남경주는 또 어떤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돈을 받지 말고 돈을 내고 공연해야한다고까지 표현했다. 

오디션 공고를 보고 첫날 접수를 하러 간 이정열은 접수번호를 보고 놀랐단다.
아침 일찍이라 앞번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번호가 500번대 였노라고.
군을 제대한 한지상은 복귀 첫작품으로 <Next to normal>의 게이브를 주저없이 선택했다.
심지어 일본 사계의 잘나가는 한국배우 김지현도 이 작품을 위해 일본에서 날아오기까지했다.
이정도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을만큼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각오가 이래적이으로 남달랐다.
2009년 브로드웨이 토니어워즈 3개 부분 수상,
(최고 음악상, 최고 오케스트레이션상, 여우 주연상)
그리고 2010년 플리쳐상 수상.
<뉴욕타임즈>는 "좋은 느낌을 뛰어넘어 완벽한 느낌이 드는 뮤지컬"이라고 극찬했다.
도대체 이 작품이 뭐가 있길래!
정말 뭐가 있기는 있는건가?
이게 다 초연되는 작품에 대한 밑밥이고 거품은 아닐까?

 다이아나 : 박칼린        댄 : 이정렬        게이브 : 한지상

   나탈리 : 오소연        헨리 : 이상민        의사 : 최수형

 

프리뷰 공연을 봤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와 음향 등의 기술적인 실수가 여러 차례 보이긴 했지만
나는 지금 완벽하게 이 작품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 계속 빠져있을 것 같다.
쏟아지는 모든 찬사 다 집어치우고 이 작품!
나에겐 일종의 빛(light)이고 결정적인 위로였다.
Next to normal 이라니...
이건 내가 늘 꿈꾸던 간절하고 간절한 희망사항 아니던가!
아주 오래전 나도 누군가에게 나탈리가 했던 말을 그대로 했었다.
"평범같은 건 안 바래.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평범함! 그 주변 어디, 거긴 가보고 싶어.
 그 근처 어디라면 견딜께"
비록 나는 나탈리처럼 견뎌보겠다는 말은 못했었지만...
내겐 평범에 도착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숨이 턱까지 차는 일이었니까.
그렇다고 내가 지금 normal할까?
여전히 normal은 내겐 불멸의 희망사항이고 next to normal 거기까지만이라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16년 동안 조울증을 앓고 있는 다이애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꼭 내 미래의 모습 같다.
나도 두렵다.
어느날 이 오랜 우울증이 날 잡아먹을까봐.
그래도 그녀가 나보다 더 괜찮은 거 아닌가?
내겐 죽었지만 내내 함께 곁에 살면서 나이 먹어가는 자식도,
멀쩡히 살아있지만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자식도 없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곁에 있겠다는 남편 역시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그런 가족을 남겨두고 자신을 견디기 위해 떠난다.

얼마나 아팠을까...
보고 있는 내내 꾹꾹 올라오는 통증을 삼키느라 나는 너무 힘들었다.
 



불이 켜진 집 앞,
어두운 골목을 서성이며 사랑하는 가족을 오랫동안, 그것도 간절하고 애타게 기다리지만
결단코 단 한 번도 만나지지 않는 가족들.
가슴이 그걸 느낄때마다 내가 다 안타깝게 무너진다.
이 사람 아니면 당작 죽을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이라도 이 느낌은 모른다.
확 뛰어내리고 싶은 벼랑끝 인생을.
내내 죽은체 사는 이 더럽게 끈적하고 너저분한 기분을.
그래서 다 놓고 싶은 마음을.
나는 다이애나의 간절한 통증, 그 마디마디까지도 선명히 느낀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불행이다.
<Next to normal>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마치 겨울 앞에 발가벗고 선 느낌!
내 모습을 이렇게 대놓고 봐버렸는데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뮤지컬 넘버도 그대로 하나하나 가슴 속에 수직으로 꽃힌다.
다이애나의 노래도, 댄의 노래도, 그리고 게이브의 노래까지도...
너무 아파서 질근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도 없다.
이 이야기의 끝을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지켜보라고 누군가 말하는 것 같다. 
힘들다.
어쩔 수 없단다.
버티란다.
어떻게든 버텨보란다.
그런데 버티면?
그러고나면 정말 올까?
힘겨워도 버텨내면 한줄기 빛이 정말 올까?

행복만을 위해서 사람이 사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 운명이 자신을 잡아채기 전에 모험을 시작하란다.
그러면 살 길은 또 생긴단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내겐 더없는 위로가 됐고 결정적인 힘이 됐다.
이제 어쩌면 나는 다시 next to normal을 꿈꿀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래, 다시 견뎌보자!
So Anyway!



<Next to normal 1>
01. Prelude - 0:26
02. Just Another Day - 3:49
03. Everything Else - 1:49
04. Who's Crazy/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5:02
05. Perfect For You - 2:03
06. I Miss The Mountains - 3:46
07. It's Gonna Be Good - 1:25
08. He's Not Here - 1:15
09. You Don't Know - 1:30
10. I Am The One - 3:16
11. Superboy And The Invisible Girl - 2:08
12. I'm Alive - 3:14
13.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 3:58
14. I Dreamed A Dance - 2:20
15. There's A World - 1:34
16. I've Been - 2:44
17. Didn't I See This Movie? - 1:30
18. Light In The Dark - 2:45

<Next to normal 2>
01. Wish I Were Here - 3:06
02. Song Of Forgetting - 3:23
03. Hey #1 - 1:39
04. Seconds And Years - 0:39
05. Better Than Before - 4:28
06. Aftershocks - 1:47
07. Hey #2 - 1:24
08. You Don't Know (reprise) - 1:27
09. How Could I Ever Forget? - 2:50
10. It's Gonna Be Good (reprise) - 0:32
11. Why Stay?/a Promis - 2:35
12. I'm Alive (reprise) - 1:11
13. The Break - 1:23
14.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reprise) - 1:40
15. Maybe (next To Normal) - 4:00
16. Hey #3/perfect For You (reprise) - 2:23
17. So Anyway - 3:08
18. I Am The One (reprise) - 2:16
19. Light - 4:21



                                        You Don't Know + I Am The On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1. 1. 06:10

<왕세자 실종사건>

극본 : 한아름
연출 : 서재형
작곡, 편곡 : 황호준
출연 : 조휘(왕), 김지현(중전), 
        김대현(이구동), 전미도(홍자숙)
        태국희(감찰상궁), 안세호(하내관), 김선표(의관)
        박지희(보모상궁), 오찬우 (자객)
장소 : 두산아트센타 SPACE 111
일시 : 2010.10.19 ~201.3011.07.
제작 : 극단 죽도록 달린다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
두 부부가 자신들의 동명의 연극을 뮤지컬로 만들었다.
그리고 연극 연출가 서재형의 첫번재  뮤지컬 연출작!

원래 <왕세자 실종사건>은
2005년과 2006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젊은연극시리즈로 선정되었던 연극이다.
연극으로 공연될 당시에도 참신함과 특이함으로 집중을 많이 받았었는데
(안타깝게도 연극은 보지 못했다)
뮤지컬로 모습을 바꾼 <왕세자 실종사건> 역시도 특이하고 특별하다.
작, 편곡은 소설가 황석영의 아들 황호준이 참여했다.
국악뿐만 아니라 재즈와 클래식, 타악기들가 적절히 결합된 음악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뮤지컬을 나름대로 정의한다면,
"동선(공간)과 소리의 미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재형 연출은,
"특별한 구조장치 없이 단순해 보이는 무대를
배우들의 음악과 노래, 동선과 연기, 조명과 효과음을 이용해
궁궐 내에 수많은 공간들을 만들어
대극장 뮤지컬의 막전환보다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장면 변환을 연출하겠다"고 말했는데
전체적으로 그 의도와는 아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처음엔 많이 낯설었다.
만약 연극을 먼저 봤었다면 달랐을까? 생각할만큼...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건 스토리나 인물에 대한 매력이 아니라
극의 전개와 사건을 풀어가는 특이한 방식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다.
바둑판같은 모양의 무대.
그리고 어찌보면 우스광스러운 배우들의 액션과 과장된 톤의 대사들.
영화의 플래쉬 백 기법을 차용했다는 반복적인 사건의 추적.
이런 묘한 입체감이 처음엔 분명히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점점 필름을 돌리는 사람이 바로 나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일체감을 느끼게 만든다.



딱히 왕세자의 실종은 이 작품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걸 계기로 여기 저기 밝혀지는 인간 군상들의 비밀과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들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왕은 왕대로, 중전은 중전대로,
그리고 상궁이나 내관, 궁녀는 또 그들 나름대로
각자 치열하게 숨기려고 하는 비밀이 있고
한편으로는 그 비밀을 기필코 파헤치려는 의도가 있다.
그러니까 극 속에서 왕세자는 또 다시 완벽하게 실종되는 셈이다.
이런 걸 보고 낚였다고 해야하나???



북소리, 바람소리가 제 2의 화자처럼 등장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거기에 구동의 개짓는 소리에 화답하는 자숙의 새소리는
천진하면서도 어쩌지 구슬프다.
(정말 너무 똑같다. 이런 말 좀 그렇긴 하겠지만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똑같다...)
노래는 많이 부족하지만 땀을 뚝뚝 흘리며 구동을 연기하는 김대현의 모습은
연기의 완숙과 미숙을 논하기 이전에 감동적이다.
기복이 심했던 자숙 전미도 덕분에 나까지도 기복이 심해지고 말았지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이후에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중전역의 김지현,
<리틀샾 오브 호러스>의 식인풀 오드리 태국희도 오랫만에 무대에서 만나 반가웠다.
(그녀가 첫 곡 "수상해! 수상해!"를 너무 수상하게 불러서 처음엔 못 알아봤다.)
사실 이 뮤지컬을 예매한 건 순전히 배우 "조휘" 때문이었는데
오랫만에 한동안 못봤던 반가운 배우들을 봐서 혼자 추억에 빠지기도 했다.
뮤지컬을 보면서 저 사람이 누구였지? 계속 가물가물했는데
하나씩 떠오르는 것도 신기했고...
천연덕스럽게 대사를 하던 조휘의 모습도 배우로써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배우 목소리톤 참 좋다.)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고, 위엄있으면서도 하찮기까지 했던 왕의 모습.
따지고 보면 그게 다 인간의 모습이다.
"왕이라는 게 힘들구나!' 대사처럼
"인간이라는 게 참 힘들구나!" 싶다.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릴 작품인 것 같긴 한데
나는 새로운 시도와 접근이 좋았다.
애매한 부분들도 있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방황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신하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음악과 음향은 아마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도 챙겨봐야 겠다.
또 다른 좋은 느낌을 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