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아무리 관람평이 형편없어도 끝까지 티켓을 불니나게 팔릴거고 손익분기점도 당연히 넘길거다.
내용과 상관없이 우리 오퐈가 나오니까 무조건 봐줘야 하는 김준수 팬의 수는 또 어마무지하니까.
(이 대목에서 더블인 박건영이 상당히, 심각하게 걱정된다.)
김광석 탄생 50주년 기념작이라는데
진심으로 김광석에서 미안했다.
몰랐다.
김광석의 노래를 이렇게 저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3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은(1막 90분에 인터미션 20분, 2막 80분) 그야말로 고문이었다.
눈을 감고 귀를 막어버린 장면들이 어찌나 많았는지...
제발 생각 좀 하고 만들지 어쩌자고 이 지경으로 작품을 만들어서 무대에 올렸을까?
개인적으로 김준수 팬도 아니지만 김준수 아니면 어쩌려고 했는지 답이 전혀 안 나온다.
스토리, 무대, 셋트, 조명... 다 심하다.
B급 유머도 아니고 중간중간 개그도 아니고 슬램스틱도 아닌 것들의 난발...
이게 장진식 유머라고?
그거 전혀 안 통한다.
왠만하면 내 돈 내고 본 공연 나쁜 소리 정말 안하는데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 공연을 난생 처음이다.
솔직히 배경도 90년대는 정말 아니지 않나?
(나 90년대에 대학 다녔다. 과가 다르긴 했지만 심지어 장진이랑 같이 다녔다.)
새마을 운동 하던 때도 아니고...
<고스트>에 <아이다>에, <번지점프를 하다>에 여기저기 이미지 짜집기한 거 너무 티나고
그나마 김광석 노래를 한 곡이라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면 참겠는데 그것도 아니다.
뭘 그렇게 이것 저것 섞어놨는지...
김광석 노래로 콜라보레이션이라도 하려 했던 건가?
결국엔 "디셈버" 외에는 단 한 곡도 기억에 남는 노래가 없다.
그 와중에 배우들은 연기를 제대로 해서 더 황당했고 진심으로 배우들이 불쌍했다.
이런 발연출을 연기로 커버하느라고 무지 애들을 쓰더라.
차리리 김준수 한 사람 세워놓고 김광석 헌정공연을 했더라면 갈채를 보냈을텐데...
전광판에 곡제목과 연도를 보여주는 것도 황당했다.
어차피 우리 오퐈를 보러 온 팬들은 그 곡이 무슨 곡인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을거고
김광석 팬들은 이미 제목뿐만 아니라 가사까지도 다 알텐데 쓸데없는데 친절했다.
거기에 신경 쓸 시간에 발연출을 해결을 하시지...
중간중간 이 전광판이 꽤 신경쓰이게 하더라.
<그날들>을 보면서도 좀 아쉬웠는데 이 작품(이걸 작품이라고 해도 되나???)을 보고 나니
<그날들>은 정말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준거다.
3시간 넘게 앉아 있다 나오니 심신이 완전이 녹초가 되버렸라.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정말 답이 없다.
재앙도 이런 재앙이 없다.
김준수!
난 당신 팬은 아니지만 정말 애썼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아마 다른 배우가 했다면 관객들 원성으로 불미스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다.
더불에 이 작품을 고사한 남자 뮤배들(류정한, 임태경, 홍광호)은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한거다.
20대의 김준수가 40대를 연기하는 모습을 되다니....
(<천국의 계단>에서는 분장이라도 했지!)
게다가 40대의 뮤지컬 연출가와 20대 여배우가 사랑이라니...
이건 뭐 장진의 개인적인 로망인가????
안티를 부르는 소리긴 하겠지만
김준수는 장진 감독때문에 그야말로 제대로 똥밟았다.
장진은 정말 김준수에게 두고두고 미안해 해야겠다!
(나 개인적으로 장진 영화 매니아다...)
장진 감독님!
다시는 창작뮤지컬에 직접 연출하겠다는 생각 버리시고
제발 부탁이니 영화나 연극 연출에 전념하세요.
아니면 뮤지컬에 대해 기본부터 충실히 공부를 하시던가요.
본인의 연출력에 너무 자만하셨네요.
아무 많이, 대책없이 무례하셨습니다.
본인도 눈과 귀가 있다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아시겠죠.
제가 다 부끄러워 몸둘 곳이 없네요!
초연때부터 너무나 좋아했던 뮤지컬 <Story of My Life>
재공연 후 두번째 관람이다.
첫번째 관람은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엘빈.
초연때보다 노래를 많이 낮춰 불러서 솔직히 놀랐다.
아무래도 류정한 말고 다른 배우들에겐 버거웠던 음역대었던 모양이다.
좀 낯설긴 했지만 여전히 이 작품은 아름답다.
재공연 관람 첫번째 고려 대상은 이창용 앨빈이었다.
그 다음 카이 토마스가 궁금하긴 했는데 여의치가 않아 고영빈 토마스로 봤다.
(나중에 카이 토마스를 보려고 했는데 어느 틈에 출연진에서 빠져있더라)
두 번째 관람은 완전히 새로운 페어!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
미안한 말이지만 정동화는 관람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뮤지컬 <셜록홈즈>에서 조강현의 목소리와 연기에 놀라서 뒤늦게 이 작품에 합류한 그의 토마스가 정말 너무 많이 궁금했다.
28살이면 아직 시작 아닌가?
연습이든, 재능이든 분명히 뭔가가 있는 배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외모에서도 그렇고 언듯언듯 류정한 토마스를 떠올리게 만들지만 확실히 표현은 서로 다르다.
류정한 토마스가 잰틀하고 때때로 귀여운 작가였다면
조강현은 토마스는 약간은 성마르고 예민한 그래서 안스러운 작가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같은 배역을 배우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류정한, 조강현 두 배우가 해석하고 표현한 토마스 모두 나는 좋았다.
세련되게 노련한 류정한의 토마스와
조심스럽지만 강단진 조강현의 토마스 모두.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조강현의 토마스에서는 외모부터 언듯언듯 류정한의 모습이 스친다.
미니미 혹은 아바타의 개념이 아니라 선배의 장점을 받아서 재창조한 느낌이랄까?
노래 부를 때 생소리를 내는 걸 다듬는다면 앞으로가 무척 기대되는 배우다.
감정과 표정도 참 좋았다.
하지만 이날 가장 의외의 인물은 정동화 앨빈이다.
지금껏 나는 이창용이 앨빈의 정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내 생각을 정동화가 바꿔놨다.
전작 <스프링 어웨이크닝>를 보면서도 그의 연기에 별로 감흥이 없었는데
SOML에서 정동화가 표현한 앨빈은 감동적이었고 따뜻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석준 앨빈처럼 과장이 심한 찌질한 어른아이가 될수도 있는데
(이창용은 바르고 성실한 순수청년 이미지에 가깝다)
정동화 앨빈은 과장스럽지도 그렇다고 철없지도 않았다.
그래, 딱 유령같았다고 해두자.
공포감을 뺀 유령, 일종의 수호천사 같았다.
(정말 천사 클라렌스였을까?)
표정과 행동, 그리고 어투까지 감동적이었다.
진심으로 정동화 앨빈때문에 몇 번 울컥했다.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다시 보고 싶다.
이 두 사람의 페어를!
<Story of My Life>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고 격하게 아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계속 공연하는 전용극장이 하나 생기면 좋겠다고 생각할만큼 나는 <SOML>이 너무나 좋다.
이번에 관람하면서도 내용을 뻔히 다 알고 있는데 설마 울게 될까? 싶었는데
여지없이 또 눈물이 나더라.
어쩌면 그 눈물은 불같은 질투의 다른 표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토마스와 앨빈의 우정이 너무나 탐나서 할 수만 있다면 훔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토마스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앨빈 또한 될 수 없다.
그러니 이 작품을 보면서 불같은 질투에 휩싸일 수밖에...
토마스와 앨빈처럼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 나타나 챕터 하나하나씩을 뽑아 들면서
내 이야기를, 우리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들려주면 좋겠다.
난 정말 이 작품이 너무나 좋다.
사랑스럽고, 이쁘고 그리고 애뜻하다.
서글프게 아름답고 눈부시게 따뜻하고
너무 포근하고 깊은 꿈처럼 행복해 영영 그 잠에서 깨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 많이 좋고 좋다.
꼭 양지바른 곳에 앉아 천천히 녹는 눈을 혼자서만 독차지하고 대면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다시 공연이 되면 캐스팅이 누가 됐든간에 어쨌든 꼭 봐야겠다고 내내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내내 기다렸는데 고맙게도 다시,
그것도 겨울을 지나는 시간에 올려진 <The story of my life>
"스옴마" 폐인을 양산할만큼 초연때도 참 많은 호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초연때는 류정한-이창용 페어로 1번, 류정한-이석준 페어로 또 1번,
이렇게 두 번을 봤었다.
올해는 고영빈과 카이가 새로운 토마스로 무대에 서고
이석준과 이창용이 작년에 이어 앨빈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약간 뒤늦게 합류한 조강현 토마스와 정동화 앨빈까지...
(내가 살짝 기대하고 있는 New face ^^)
고영빈-이석준, 카이-이창용, 조강현-정동화.
주로 이렇게 페어가 나뉘어지는 것 같은데
나는 절묘하게도 고영빈 토마스에 이창용 앨빈으로 봤다.
(초반엔 이런 조합이 좀 있더니 점점 갈수록 크로스 캐스팅이 거의 없다. 카이-이석준을 한번 보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초연때 류정한-이창용 페어가 너무 괜찮았었고
그때 받은 이창용 앨빈의 순수하고 깨끗한 느낌이 참 인상적이었다.
한참 대선배와 함께 공연하는거라 긴장도 됐을텐데 앨빈역을 너무 잘해서 무지 이뻤다.
이석준 앨빈은 좀 순화해서 표현하면 어른아이같아서 보면서 좀 민망했다.
노래를 너무 힘겹게 부르는 것도 안스러웠고...
<레인맨> 이후 한동안 무대에서 볼 수 없었던 고영빈의 컴백작.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뮤지컬 배우 고영빈에게 노래에 대한 기대치는 그닥 크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영빈 토마스를 챙겨본 건,
연륜과 느낌을 믿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1년여 동안의 떠남이 뭔가 그에게 남긴 게 있을 것이라는 기대.
그런 것들이 이 작품과 참 잘 맞지 않을까 싶었다.
고영빈 토마스는 초반엔 조금 조급했다.
특히나 노래를 부를 땐 박자를 살짝 앞서가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게 나빴다는 뜻이 아니라 왠지 의욕적으로 보여 신선했다.
개인적으로 고영빈이라는 배우가 이 작품에서 갖는 매력(?)이라면
능숙하고 편안한 노련함보다는 의외의 신선함인 것 같다.
(그래도 언젠가 배우 고영빈에게 오랫 연륜에서 비롯된 노련함을 꼭 보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창용 앨빈은 내가 기대했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작품에서만큼은 이창용이 선배 고영빈을 이끌고 가는 게 확실히 보인다.
아마도 배우 이창용에게 스옴마는 평생 그의 손가락에 꼽히는 몇 안되는 작품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확실히 초연때보다도 한층 편안하고 여유롭다.
<The Stroy of My Life>라는작품이 한 배우를 멋지게 성장시키는구나 싶어 왠지 흐뭇하고 대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연때와 어쩐지 좀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넘버들 음이 전부 한 음씩 다 낮아져서 그랬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류정한 토마스의 역량과 흔적이 느껴진다.
덕분에 배우들은 별로 힙겹지 않게 넘버를 부를 수 있게 되긴 했다.
(그래도 또 다시 보고 싶다. 류정한 토마스를...)
<The Stroy of My Life>와 <Thrill me>
젊은 남자 배우들이라면 꼭 하고 싶은 작품.
그리고 개인적으로 내가 참 많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2인극 두 작품!
너무 좋은 건 올 겨울에는 이 두 작품을 전부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덕분에 올 겨울엔 버티기가 한결 수월하겠다.
딱 스옴마의 넘버 그대로다.
2011년은 2010년 보다 더, 훨씬 좋았어요...
<1876년>
1876년!
자동차도 없고 라디오나 TV 영화 다 없던 때였죠.
또 지금은 없는 병들도 많은 때였는데
그 때 누가 쓴 이야기를 우린 아직까지 읽어요.
1876년!
화장실도 없었고 또 지금과는 엄청나게 달랐었데요
매일매일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와도
그 옛날에 쓰여진 글이 살아있어요.
난 책은 그저 글씨뿐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이 책을 읽을 땐 톰 소여가 보여
한번 나타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아.
긴 세월을 넘어 영원토록 남아있어.
언젠가 이런 얘길 쓰는 게 내 꿈이죠.
1876년 작은 촌에 살던 한 사람이 이 모든 모험을 적었죠.
그 모험들에 숨을 불어넣어줬기 때문에
76년은 75년 보다 더, 훨씬 좋았어요.
2011년 일순위를 장식한 나의 공연 레퍼토리는 바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
한때 뮤비컬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금발이 너무해, 빌리 엘리어트. 라디오 스타...)
이 작품은 정확히 그 순서를 역행한다.
오만석, 엄기준, 오나라, 전병욱이 초연멤버였던 <김종욱 찾기>는
창작뮤지컬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아가더니
급기야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나름의 성과를 이뤄냈다.
제대한 공유의 첫 복귀작으로 화재가 되기도 한 영화 <김종욱 찾기>
반듯한 차도남(그야말로 김종욱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공유의 찌질한 연기와
가녀리고 청순한 이미지가 강한 임수정의 털털한 연기가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였다.
영화 덕분에 뮤지컬까지 찾아볼 생각도 다하고...
이창용, 정운선, 임기홍.
작년 여름 <The story of my life> 이후에 오랫만에 이창용의 무대를 보는 것도 기대됐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뮤지컬계 최고의 멀티맨(절대 과장 아니다) 임기홍을 본다는 게
이 뮤지컬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로 날짜를 정할 때 고려한 게 이 두 사람이 만나는 날이었다.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1인 23역의 임기홍!
바로 옆집에서 <금발은 괴로워> 멀티맨까지 병행하고 있을 정도로
멀티맨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다.
이런 존개감를 갖는다는 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비록 주연이 될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뮤지컬계에 이렇게 확고한 자기 위치를 만들었다는 게 참 대단하다 싶다.
무대 뒤에서 바쁘기는 또 얼마나 바쁠지...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느라 멀미가 나지 않을까?
아마도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운명은 멀리 있지 않단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운명일 수 있다는 조금은 낮부끄러운 명제가 이 뮤지컬의 골자다.
줄거리보다는 상황 전개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이 완전히 구별된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기에
연기력없이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좀 힘든 캐릭터다.
찌질남과 차도남!
이제 뮤지컬 3년차인 이창용은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참 잘 하더라.
솔직히 김종욱일 때 그의 톤에 살짝 가슴이 설래기까지 했다.
부지런히 그리고 성실히 자신의 캐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이창용은
확실이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신예이긴 하다.
<이블데드>의 좀비루돌프의 비약의 발전이라니...
임수정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하는 바람에 정운선의 건강미 넘치는 모습은
좀 안스럽긴 했지만 노래와 발음, 표정 연기가 참 좋았다.
뮤지컬이 소위 말하는 원조인데 임수정 덕분에 여주인공 이미지에 선입견이 생기는 건 아닌지
솔직히 조금은 걱정스럽다.
유쾌하고 즐거운 뮤지컬이다.
조금만 (사실은 많이) 어렸다면 아마 더 재미있었을텐데
혼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웃으면서 봤다.
운명이니 첫사랑이니...
이제는 참 가물가물하다.
그런게 있나 싶기도 하고...
어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가 있으면 의뢰라도 해볼까?
나조차도 진즉에 잊어버린 내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어쨌든 그 첫사랑이 내 운명은
결코 아니었던 모양이다.
^^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
2006년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다가
2009년 2월 브로드웨이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올려졌던 공연이다.
지금 공연되는 것도 바로 2009년 버전으로
오디 뮤지컬 신춘수 대표가 직접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5명의 남자가 만드는 남자 이야기 (^^)
류정한, 신성록이 베스트셀러 작가 Tomas를
이석준, 이창용이 Tomas와 어릴적부터 절친인 Alvin으로 분한다.
내가 선택한 첫번째 관람의 casting은 류정한, 이창용이다.
솔직히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서
(류정한은 1971년생, 이창용은 1984년생, 와~~ 무려...)
친구사이라고 하기엔 사실 많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뭐 어디까지나 무대 위 공연이니까...
그런데 솔직히 걱정스럽긴 했다.
불혹의 류정한이 파릇파릇한 이창용과 친구, 그것도 절친으로 나온다니...
몇 년 전 뮤지컬 <이블데드>에서 류정한이 주인공 에쉬 역을 했을때
이창용은 1인 다역인 좀비 루돌프 (^^)로 나왔었는데
이렇게 한 무대에서 나란히 주연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이창용의 발전도 눈부시다.
동승아트센터는 동승홀은 몇 년 만에 와본다.
리모델링을 했는지 예전과는 좀 다른 편안함을 준다.
바로 옆에 꼭두각시 박물관이 있어서 여유를 가지고 도착하면
볼거리도 많이 만날 수 있을 듯.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진 찍기에 참 괜찮은 곳들이 많다.
햇빛 받으면 이쁜 곳들이 눈에 많이 보여서...
몸이 좀 좋았으면 이곳저곳을 불이 나게 돌아다니면서 담았을텐데...
햇빛 받으면서 차 마실 여유도 없이 로비에 앉아 내내 기다렸다.
친구 이야기...
어쩌면 참 고리타분하고 너무 잔잔할지도 모르겠다.
설마 무대 위에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싸나이들의 원초적인 관계를 보여주진 않을테고...
시대의 주류를 거스르는 뮤지컬이 될거라고 했다.
어떤 느낌일까?
공연은...
참 따뜻하고 그리고 아득했다.
보면서 조용히 그리고 진하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류정한과 이창용의 하모니는 아름다웠고 그리고 거의 완벽할만큼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가 품고 보듬더라.
두 사람이 Tomas와 Alvin으로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도, 나이도 그냥 다 묻고 그저 느끼고 바라보게만 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내 과거를, 내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
뭘하고 있을까?
그렇게 내 몸 같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내 친구들은...
도돌임표가 찍히듯 몇 번 씩 반복되는 이야기.
그러나 반복될수록 더 깊어지고 더 치열해지면서도 이상하게 점점 편안해지는 이야기.
지금 두 사람은 환상 속에 있는 걸까? 현실 속에 있는 걸까?
어쩌면 "우정"이라는 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할로윈 축제때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도 서로를 단번에 알아보게 되는 그런 마음.
영화 <멋진 인생>의 천사 클라렌스로 변한 꼬마와 털슬리퍼에 목욕가운을 걸친 죽은 엄마의 유령으로 변한 꼬마가
서로 알아보고 친해지는 7살의 순수함 그것처럼.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일상의 삶 때문에 혹은 귀찮음 때문에
알면서도 아프게 무심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두 사람은 지금 책처럼 꽂혀있는 기억을 한 권 한 권 꺼내며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멋진 인생>의 주인공처럼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리에서 뛰어내린 Alvin의 송덕문을 쓰기 위해서
"죽으면 좋은 얘기만 해주네~~~"
"그게 바로 송덕문이라는거야"
"네가 내꺼 써줄래? 나도 네꺼 써줄께!"
"그게 가능해?"
"그럼 남은 사람이 하기! 약속!"
도돌임표처럼 반복되던 대사.
같은 대사인데 나올 때마다 그 느낌이 얼마나 다르던지...
데자뷰같은 느낌.
대사도 그렇게 장면도 그렇고 모든 느낌들이 다 데자뷰로 반복된다.
오랫만이다. 이런 느낌...
류정한이야 누구라도 인정하는 천상 배우라 두 말 할 필요조차 없지만
역시나 두 시간여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붙잡고 절대 놓치 않더라.
(그의 엄청난 몰입은 항상 관객의 완벽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지치지도 않고, 매번...)
특히나 후반부에 류정한 Tomas가 흘리던 눈물은,
Tomas의 회한 그대로가 고스란히 전달되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이 괴물...' 이라고 한 번 더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창용의 딕션과 감정 연기도 정말 훌륭했다.
무대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하던 너무 아름답던 모습.
Alvin의 표정과 말투, 동작들은 또 얼마 적절하던지...
자신의 장면이 아닐 때조차도 극의 흐름을 위해 내내 몰입하던 모습까지도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이 두 사람의 시너지가 내겐 확실히 "나비효과"였다.
그 감정의 파장은 정말이지 참 깊고 그리고 크다.
2009년 미국에서 공연됐을 때는 무대 배경이 거의 하얀색이라
오히려 현실이라기보다는 천국(?)의 느낌처럼 느껴졌었다.
마치 Alvin이 Tomas를 불러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어떻게 보면 약간 몽환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신춘수 연출의 무대는 오래된 옛 서점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놨다.
그래, 정말 기억을 한 권 한 권 꺼내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책방.
<새 책과 헌 책>이라는 서점 이름에 아주 딱 어울렸던 무대.
이번엔 마치 현실의 Tomas가 죽은 Alvin을 직접 불러내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야기에 더 쉽게 동화될 수 있었던 무대.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형식으로 계속 들려주던 음악까지.
피아노 반주와 책방의 문이 열릴 때마다, 그리고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울리던 종소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 틈틈히 어떤 경계를 다시 열어주는 것 같았다.
그 사이를 물이 흐르듯 잔잔하고 절묘하게 채워가던 피아노 선율.
너무나 아름답던 뮤지컬 넘버들.
단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인데도 너무 풍성하고 그리고 가득찼던 충만감.
동화를 들려주기도, 추억을 들려주기도, 그리고 현실을 들려주기도 하는 노래들.
특히나 Tomas가 대학 입학을 위해 처음으로 쓴 소설을 Alvin에게 들려주던 장면에서의
"The Butterfly"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 소설이 합격되면 Tomas는 고향을 떠나게 되고 Alvin은 혼자 남게 된다.)
소설을 듣고 한참을 멍하니 있던 Alvin.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표정과 함께 짧게 남긴 가슴 찡했던 한 미디.
"(대학에) 보네..."
나를 매번 울컥하게 만들었던 몇 번의 Saying Goodbay.
언제나 Tamas를 향해 넌 뛰어나고 훌륭하다고 말해줬던 Alvin.
Tomas가 쓴 모든 글의 영감은,
그래, 확실히 Alvin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친구였기에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전부 가능했던건지도... "네 머릿속의 이야기만 몇 천 개야. 그 중 하나만 골라잡아~~"
Alvin의 이 한마디가 있었기에..
그래, 그랬기에...
<musical number>
01. Write What You Know - Tomas Weaver
02. Mrs. Remington - Alvin Kelby
03. The Greatest Gift - Tomas Weaver & Alvin Kelby
04. 1876 - Tomas Weaver
05. Normal - Tomas Weaver
06. People Carry Me - Alvin Kelby
07. The Butterfly - Tomas Weaver
08. Saying Goodbay (Part 1) - Tomas Weaver & Alvin Kelby
09. Here's Where It Begins - Tomas Weaver & Alvin Kelby
10. Saying Goodbay (Part 2) - Tomas Weaver & Alvin Kelby
11. Independence Day - Alvin Kelby
12. Saying Goodbay (Part 3) - Tomas Weaver & Alvin Kelby
13. I LIke It Here - Tomas Weaver
14. You're Amazing, Tom - Alvin Kelby
15. Nothing There / Saying Goodbay (Part 4) - Tomas Weaver & Alvin Kelby
16. I Didn't See Alvin - Tomas Weaver
17. This Is It - Tomas Weaver & Alvin Kelby
18. Angels In The Snow - Tomas Weaver & Alvin Kelby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장면.
책처럼 꽂혀있던 두 사람의 추억이 한 장 한 장 날리고 하늘에서도 눈이 날리고...
Tomas가 쓴 Alvin의 송덕문이 이제야 진짜 시작되려는 하는 바로 그 장면.
어쩌면... 어쩌면...
Alvin은 영원히 Tomas의 클라렌스가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두 사람의 <멋진 인생>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는지도... 종이 울릴때마다 천사의 날개가 돋는다.
눈 속의 쌍둥이 천사의 날개가...
그리고 그 날개짓으로 모든 것이 변할 수도 있다.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실히...
오랫만에.
가슴과 머리가 꽉 차는 따뜻하고 좋은 공연을 만났다.
이 기억은 내게도 가슴 한 켠에 꽂힌 소중한 책처럼
아주 오래오래 담길 것 같다.
<The story of my life>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보다 먼저 예정되어 있던 작품.
오랫만에 류정한의 무대를 대극장이 아닌 작은 극장에서 만나게 됐다.
<쓰릴미>에 이은 또 다른 이인극.
그리고 오디(OD) 컴퍼니 대표 신춘수의 두 번째 연출작.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는
앨빈과 토마스의 오랜 우정을 그린 이야기다.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사이인 두 사람이 어른이 되면서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결국 어떻게 끝을 맺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란다.
단 두 명의 캐릭터가 작품 전체를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배우의 힘과 연출의 묘미가 요구되는 그런 작품이다.
드라마틱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고 아주 잔잔한 작품.
관객들도 사건보다는 두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따라가는 게 주요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죽은 친구의 송도문을 쓰며 추억을 되살리는 토마스 역은
류정한과 신성록이,
토마스의 기억 속에서 살아나는 그의 오랜 친구 엘빈 역은
이석준, 이창용이 더블 캐스팅이다.
그리고 신춘수의 첫 번째 브로드웨이 프로듀싱 작품으로,
한국 공연에서는 그가 연출까지 직접 한단다.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이인극...
어쩐지 꽉찬 무언가를 만나게 될거란 기대감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비슷한 연배인 류정한/이석준 페어가 궁굼하다.
초반에는 두 사람의 페어가 별로 없는 게 불만이라면 불만... ^^
신춘수 연출은 이 작품이
“뮤지컬 흐름에 반대되는, 대세를 거스르는 작품”이 될거라고 말했다.
대세를 거스르는 작품?
(요즘 대세는 그럼 뭐지???)
그 말의 뉘앙스가 참 궁금하다.
이인극의 묘미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분위기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관객들에게 천차만별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매회가 그래서 새로울 수 있는 게 이인극.
무대를 두 사람만에 의해 이끌어가야 하기 때문에
배우간의 호흡과 교감이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배우 류정한이야 이미 무대를 자기 페이스대로
그야말로 요리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나올 거라는 기대를 이미 하게 만든다.
물론 한 사람의 역량만으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이미 50%는 먹고 들어가는 셈(^^)
배우 류정한은 이 작품을 두고
"내가 잃어버렸던 것을 찾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남다르게 다가왔다는 뜻.
처음엔 대본을 읽어봐도 모르겠더니 이젠 점점 심도있게 다가온단다.
그리고 너무 좋은 작품이 될 거란 생각도 든다고... 뭔가 밋밋한 모습이지만 그게 이상하게도 더 매력적인 작품이란다.
이 점이 나 또한 기대하게 되는 점.
시간에 따른 심리묘사의 치밀함을 보는 건
눈으로 확인될 수 없는 촘촘한 그물망을 보는 것 같아서...
그 안에서 보여지는 감정의 과감한 결단을 만나는 것 또한
엄청난 발견이고 기쁨이다.
그리고 아마도 오랫만에 이 작품이
내게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
친구 엘빈 켈리가 죽고난 후 토마스 위버는 그를 위해 송덕문을 써 가면서
다시 친구와의 우정을 떠올린다!
한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생활에 바빠
서로의 진실된 깊은 우정을 잊고 지냈던 두 남자의 이야기,
감정선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다는데
그 느낌이 어떤건지 실제로 확인하고 싶다.
감정에 담긴 사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