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6. 26. 08:28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류정한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두 도시 이야기>와 출연이 겹쳐지면서 전반부에 10회 공연을 그야말로 폭풍처럼 달렸던 그의 마지막 공연날이었다.

딱 한 번 보겠다는 결심을 했기 때문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막공을 예매했었다.

확실히 현명한 선택이었다.

안 그랬다면 또 다시 몇 번씩 보는 기질이 발동됐을테니까.

(제발 <두 도시 이야기>도 제어가 가능해야할텐데...)

 

류정한의 세번째 몬테크리스토.

표정과 눈빛이 이뤄낸 완벽한 하모니였다.

이 남자, 어쩌자고 이렇게 점점 더 세밀해지고 섬세해지나!

이렇게되면 그의 시드니는 또 한 단계 진화를 하게 될텐데...

익숙함은 새로움을 부른다.

적어도 지금의 류정한이라면!

그는 "몬테크리스토"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컨트롤했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 에드몬의 본모습을 잃지 않는다.

아니 잃을 수 없다.

그래서 그가 보여주는 몬테는 강인한 눈빛 속에서도 늘 충돌과 혼돈이 뒤섞인다.

망설임과 단호함.

그 사이에서 스스로 무게중심을 정확히 옮기겨가 류정한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그의 여우성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이제 근느 배우로서 배역에 편안히게 스며든다.

하지만 연기는 치열해지고 섬세해졌다.

예전의 그와 지금의 그는 확실히 좀 달라졌다.

이쪽도, 저쪽도 다 좋다. 

오랫동안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길들여졌다.

그의 연기 방식과 변화에.

불만은 없다.

미안한 발언이지만 나는 배우 류정한에 관해서라면

언제, 어디서든 공정성을 잃을 준비가 되어있다.

 

1막 마지막곡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역시나 류정한 버전이 최고다.

감정몰입의 극대화.

이 넘버는 그렇다.

기교보다는 감정의 폭발에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곡인데

(그렇다고 삑사리의 향연이라는 그릇된 방식으로 분노를 표시하는 걸 절대 반대!)

역시나 영리하게 잘 표현했다.

4명의 인물들을 완벽하게 마리오네트화시키는 능력이라니...

게다가 2막 "덫/더 많이 더 높이"는

메이스트로 류가 지휘하는 세기말적인 "악의 교항곡" 같았다.

"하루 하루 죽어가"는 처연했고

"과거의 내 모습"은 회환으로 가득찼다.

액션은 좀 힘들어하는 게 보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그가 보여진 감정연기와 표정, 눈빛은 지금껏 봤던 몬테크리스토 중에서 가장 좋았다.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한 배우의 진중한 책임감과 작품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은근히 작품운이 따라주지 않는 윤공주.

그녀의 메르세데스는 1막보다 2막이 훨씬 좋다.

나 혼자만 느낀건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톤과 호흡이 예전과는 어딘지 달라졌다.

살짝 이질감이 느껴졌다.

윤공주는 메르세데스를 아주 강하고 단호는 여인으로 표현했다.

옥주현과 비슷하게 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언제나 그대곁에"는 힘이 느껴진다.

사랑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주는 힘.

무엇으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한 여자의 힘.

그래선가?

윤공주 메르세데스는 몬데고에게도 에드몬드에게도 너무 강하다.

앞부분과 뒷부분은 조금 더 서정적으로 표현하면 더 좋았을텐데...

박철호 아베 파리아는 무대를 완전히 휘어잡았다.

연기, 표정, 타이밍 모두 아주 기막혔다.

자칫 잘못하면 코믹하게만 보여질 수도 있었는데

극의 포인트를 살리면서도 적절한 선을 잘 유지했다.

파리아 신부가 죽는 장면은 가슴이 찡해져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백주희 루이자는 해적선 장면은 아주 좋았는데

(해적들의 디테일한 연기도 깨알 재미를 선사했다)

2부 카니발 장면은 좀 밋밋했다.

한지연 루이자같은 섹시함과 은밀함이 없어서였을까?

뭐가 됐든 첫인상이라는 건 쉽게 잊어지지 않는 모양이다.

앙상블은 노래는 전체적으로 좀 약했지만 연기적인 면에서는 디테일이 더 강화됐다.

의도적인 연출이었던 것 같은데 성공한 것 같다.

그리고 복수 장면에서 몬테크리스토의 개입이 더 많아진 것도 훨씬 좋았다.

LERROM international이 "morrel"이라는 의미였다는 것 이번에 보고야 알았다.

예전 버전에서도 좀 그렇게 해주시지...

(나, 예전에 이게 도대체 뭔 뜻인가 싶어  lerrom의 사전적인 의미를 찾아봤더랬다.ㅋㅋ)

알버트와 발렌타인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없어진 건 좀 아쉽다.

억박(?)이 주는 묘한 매력이 있던 곡이었는데...

그래선지 둘의 비중도 예전보단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따지고보면 이 둘은  에드몬드와 메르세대스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에서 제일 불쌍한 인물 몬데고.

최민철의 몬데고는 단연 최고다.

"역사는 승리자의 것"에서 반전처럼 변하는 그의 목소리와 얼굴 표정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는다.

그리고 나쁜 놈 소리가 절도 나온다.

(당글라스와 빌포트보다 훠~~얼~~~씬 더 나쁜놈!)

몬데고 버전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은 몬테의 버전과는 또 완전히 다르다.

다 잃은 자의 처연함과 끝을 내겠다는 극단의 복수심이 뒤섞인 최후의 일격!

개인적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최민철의 캐릭터.

 

지방공연이 남아있긴 하지만 류정한의 몬테는 이걸로 끝이다.

본인은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몰라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무리하게 출연을 결정했다는데

아무래도 류정한에게서 몬테를 떠나보내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EMK가, 그리고 관객들이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됐다.

그러니 아직까지는 그의 다음 "지옥송"을 기다려봐도 좋지 않을까?

 

* 류정한 막공이라 넘버가 끝날때마다 관크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 류정한 팬들은 깔끔하다.

   이들의 매너는 정말이지 인정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공연 중에는 적정선의 환호를 보내고

   커튼콜에 아낌없는 환호와 박수 갈채를 쏟아 붓는다.

   (사진 찍는 사람도 없고!)

   뮤지컬 시장이 커지면서

   특정 팬들의 과도한 환호성이 작품의 흐름을 깨는 걸 자주 목격하게 되는데

   이럴 때마다 어쩔수없이 눈살을 찌푸려진다.

   그런데 적어도 류정한의 팬들에게선 이런 걱정은 안해도 된다.

   문득, 임태경 몬테 관람이 두려워지는 건 왜일까???

   (경험상 여기 관크가 제일 쓰나미급이다... 벌써부터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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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3. 1. 11. 10:49

<황태자 루돌프>

부제 : 세계를 뒤흔든 위험한 사랑

일시 : 2012.11.09. ~ 2013.01.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곡 :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천정훈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 (황태자 루돌프)

        옥주현, 최유하, 김보경 (마리 베체라)

        민영기, 조휘 (타페 수상)

        박철호, 류창우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신영숙, 한지연 (라리쉬 백작부인)

        오진영 (스테파니 황태자비) 외

 

또 다시 봤다.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를...

11월엔 뮤지컬 배우 류정한 카페에서 <맨 오브 라만차>로 샤롯데를 전석 단관을 성공시키더니 이번에는 임태경 카페에서 충무아트홀 전석 단관을 진행했다.

(어찌됐든 대극장 전관 대관 행사는 대단한 일이고 이례적인 일이다. 아무나 함부러 할 수 없는...)

류정한과 임태경은 뮤지컬 배우로서 평생에 남을 기억을 만든 셈이다.

대단하다는 평가에는 누구라도 이견을 달긴 도저히 힘들다.

(사실 엄청 대단한 일이기도 하고...)

배우들에게...

온통 내 편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건

(실제로 100% 내 편은 아닐테지만)

확실히 쉽게 오지 않는 선택된 기회이자 오랫동안 꿈꿨던 로망의 실현이라고 하겠다.

이날 뮤지컬 배우 임태경은 무대위에서 이 모든 것들을 누리며 정말 편안하고 평온했다.

비록 최상의 컨디션을 보인 건 아니지만

자신의 느끼는 평온과 기쁨이 어떤 장면에서는 최상의 효과를 내기도 했다.

Something More는 정말 막 사랑에 빠진 사람의 설레임이 느껴졌고

The Tra-La-La Ice Skating Song은 경쾌하고 사랑스러웠다.

(이 장면은 늘상 볼때마다 좀 조마조마했는데...)

배우 임태경의 행복감이 인물 루돌프의 비애와 좌절에 스며드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웠는데

솔로곡 "How will I know?"와 "An Ordinary Man", "The Measure of A Man" 도 감정 표현 참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넘버 "The Steps of Tomorrow"

팬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으로 좀 오버되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그 감정을 임태경도 결국은 따라가더라. 하긴 그 환호를 무시하고 루돌프로만 무대에 서있긴 힘든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들었던 것 중에 제일 좋았다.

계획된 이벤트가 만들어낸 의외의 성과 ^^

마지막 곡 "I Was Born To Love You"의 간절하고 애절함도 압권이었다.

암튼, 충만한 행복감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표현을 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그에게도, 그의 숱한 팬들에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이상한 건,

김보경 마리와 임태경 루돌프는 묘하게 발란스가 살짝씩 어긋난다는 거다.

김보경 마리는 루돌프보다 오히려 타페 수상이나 황태자비와의 듀엣곡이 훨씬 더 발란스가 좋다.

특히 조휘와의 듀엣은 비슷한 톤의 팽팽함이 느껴진다.

황태자비와의 듀엣은 메인이 아닌 서포트의 느낌인데 나는 그게 개인적으로 참 좋다.

(마치 은근한 힘의 원리가 지배하는 느낌이랄까?)

 

2막 첫곡 "The Master of The Strings"에서 조휘의 표정 연기는 정말이지 압권이었다.

(그래선지 이 부분에선 임태경의 어색한 표정이 자꾸 눈에 밟힌다.)

노래만 조금 더 강했었으면 정말 더 좋았을텐데...

신영숙과 더블을 하게 되는 배우는 그 부담감이 참 막막하겠다.

한지연 라리쉬백작은 그동안 신영숙에게 익숙한 관객들에겐 낮설고 어색한 경험이었으리라.

확실히 신영숙이라는 배우는 더블 배우에겐 트라우마 같은 존재다.

그것도 처음부터 함께 한 게 아니라 이렇게 중간에 투입되는 배우에겐 더욱 더.

(<레베카>에서의 신영숙의 덴버스는 정말 기대를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배우 한지연은 <몬테크리스토>에서 정말 인상깊게 봤던 배우였는데

신영숙 덕에 존재감이 조금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조휘와의 "Fear And Desire"도 많이 약하게 들리는데 민영기와의 듀엣은 좀 걱정스럽다.

(제발 민영기가 발란스를 맞춰주길...)

그래도 "The Steps of Tomorrow" 뒤의 노래는 한지연 라라쉬가 좋았다.

신영숙 라리쉬는 두돌프가 그야말로 피땀흘려 만들어놓 맹활약(?)을

잠시 잊게 만들 만큼 강력할 때가 있어서...

 

본다 안본다 하면서 이 작품을 네 번이나 봤다.

박은태 한 번에 어쩌다보니 임태경은 세 번씩이나...

박은태의 출연횟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건 씁쓸한 일이고

임태경의 거짓말같은 반전은 일종의 수확이였다.

어쨌든 마지막 기억이 나쁘지 않아 다행이다.

뮤지컬 배우로서 임태경의 다음을 지켜볼 수 있게 된 것 역시도 참 다행이고...

이로써 <황태자 루돌프>는 개인적으로 그 장대한 막을 내리련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2. 31. 08:22

<황재자 루돌프>

부제 : 세계를 뒤흔든 위험한 사랑

일시 : 2012.11.09. ~ 2013.01.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곡 :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천정훈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 (황태자 루돌프)

        옥주현, 최유하, 김보경 (마리 베체라)

        민영기, 조휘 (타페 수상)/박철호, 류창우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신영숙 (라리쉬 백작부인), 오진영 (스테파니 황태자비) 외 

 

1달여 전에 임태경 루돌프, 김보경 마리를 봤었다.

그때 받은 충격과 실망감은 정말 쓰나미급이었다.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닌 루돌프 임태경의 믿어지지 않은 초보급 연기때문에..) 

그래서 예매했던 다른 회차 티켓도 취소했었다.

이날 관람도 그래서 예정됐던 건 아니었다.

동생이 예매한건데 갑자기 일이 생겨 못가게 됐다고 급투입(?)됐다.

기대감 자체도 없었지만 공연 끝나고 집에 갈 일부터 걱정하면서 충무아트홀을 찾았다.

지난 번엔 김보경 마리였고 이번엔 옥주현 마리다.

솔직히 옥주현 마리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자는 심정이었다.

임태경이 한 말도 있으니...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어서 김보경과 잘 맞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을 해보니 의외로 옥주현과 더 잘 맞는것 같다고...

(아마 이런 비슷한 류의 발언이었을거다.)

 

어! 그런데...

에이, 설마...!

정말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임태경이 네 블로그의 후기를 봤던 건 아닌가!

달라도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도대체 그땐 그럼 왜 그랬던걸까?

1달 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임태경 연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그것이었다.

"마리 배쩨라"라는 다분히 조폭스럽던 우수운 발음도 없었고

감정없이 질러대는 소음성 고성도 없었고,

더이상 성실할 수 없었던 국어책읽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엔 연기를 하더라.

그것도 왠만한 연기가 아니라, 절절한 감정을 담아서 정말 루돌프가 된 듯이 연기를 하더다.

대사 타이밍도 좋았고, 디테일도 훨씬 좋아졌다.

심지어 실수조차도 아주 노련하고 능숙하게 넘어가더라.

뭐지? 뭐지? 뭐지?

도대체 왜, 무엇때문에, 어쩌다 이렇게 달라졌냐 말이다.

임태경!

정말 사람 무지하니 헷갈리게 만든다.

솔직히 이제 뮤지컬 배우 그만하고 연주자로만 무대에 서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이건 완전히 극적인 반전이다.

 

빌리 굿맨의 장면이 끝나고

태자빈과의 첫 장면부터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놀랐다.

그런데 첫 곡 "An ordinary man"도 감정표현을 너무 잘하는거다.

뭐지? 하면서 다시 놀랐다.

지난번 문제의 장면이었던 아버지 요제프 황제(박철호)와의 대립도 이번엔 고성방가가 아니었다.

팽팽한 대사 타이밍은 기가 막힐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변화를 주장하는 강렬한 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지 못하는 절망감과 자괴감이 팍팍 전달됐다.

옥주현 마리와의 듀엣곡 "something more"도 너무 듣기 좋았고

심지어 묘한 설래임까지 느껴지더라.

1막에서 신영숙 라리쉬와 민영기 타페의 "Fear and desire"가 항상 좀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런 평가가 많아서 그런지 이번엔 좀 자중이 된 것 같아 한결 편안했다.

(꼭 누가 더 높게 올라가나 경연하는 것 같았는데...)

2막에서 지난 번에 정말 제대로 실망했던 "The steps of tomorrow"는 장족의 발전이다.

망설임과 두려움에서 확신과 열정으로 점점 바뀌는 감정변화를 잘 따라갔고

액팅도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해서 정말 놀랐다. 

지난 번에는 혼자 동떨어져 완전히 따로 놀았던 임태경이었는데...

편지 장면도 참 슬프고 아팠고

기차가 떠난 걸 알고 주저앉아 절망하는 장면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마지막 노래 " I was born to love you"는 나도 모르게 심장이 덜컥 내려앉더라.

너무 아름답고, 너무 이쁘고, 또 너무 간절하고 너무 절실해서...

 

이럴 수 있는 건가?

완전히 새로운 뮤지컬 배우 임태경을 봤다.

솔직히 정말 놀랐다.

뭐였을까?

뮤지컬 배우 임태경을 이렇게 변하게 만든 이유가?

지금 이런 표현과 감성을 보여주는 사람이

왜 1달 전에는 그런 말도 안되는 모습으로 무대에 섰을까?

내가 귀신에 제대로 홀렸던 걸까?

배우 임태경은 내게 느낌표와 물음표를 동시에 주면서

나를 완전히 미스터리에 빠지게 했다.

 

지난 번 관람에서 뮤지컬 배우로서 임태경은 이제 놓아야겠구나 생각했는데

이 날 공연을 보고 다시 마음이 움직였다.

물론 100%로 확신을 가질 순 없지만

그의 정체(?)와 미래를 아직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도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8. 08:31

<황태자 루돌프>

부제 : 세계를 뒤흔든 위험한 사랑

일시 : 2012.11.09. ~ 2013.01.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곡 :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천정훈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 (황태자 루돌프)

        옥주현, 최유하, 김보경 (마리 베체라)

        민영기, 조휘 (타페 수상)/박철호, 류창우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신영숙 (라리쉬 백작부인), 오진영 (스테파니 황태자비) 외 

 

<황태자 루돌프> 두번째 관람.

사실 첫번째 관람인 박은태, 옥주현, 조휘 캐스팅보다 임태경, 김보경, 민영기 캐스팅을 정말 많이 기다리고 기대했었다.

그래서 좌석도 일찌감치 중앙블록 맨 앞 좌석을 예매하면고 얼마나 뿌듯해했던지...

작년에 임태경의 <모차르트>를 보면서 이 사람 이제 정말 뮤지컬 배우가 됐구나 싶었었고

김보경은 <미스 사이공> 때 연기도, 노래도 너무 좋아서 무조건 신뢰감이 갔다.

게다가 지금까지 실망감을 안겨 준 적 없은 민영기까지...

이런 환상의 캐스팅은 어찌됐든 꼭 봐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must see! must see!

 

게다가 요즘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읽고 있는데.

(뮤지컬을 보고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 읽지는 않았지만 뮤지컬보다 대단하다. 정말 장엄하고 엄청난 역사서다.)

이 작품과 꼭 맞는 문구를 읽고 기대감이 조금 더 상승되기도 했었다.

 

'혁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에 '진보'라는 이름을 부여하라. 또한 '진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에 '내일'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라. '내일'은 아무도 항거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자기의 과업을 수행하며, 그 일은 오늘부터 시작된다.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루돌프 : 임태경, 마리 베체라 : 김보경
 
루돌프 황태자, 마리 베체라

임태경의 루돌프는,

그의 뮤지컬 데뷔작 <불의 검> 가라한을 떠올리게 했다.

어색한 발음과 감정을 아주 철저하게 배제하고 너무나 성실하고 꼼꼼하게 읽어주던 대사들.

대사 타이밍도 살짝씩 어긋나고 노래도 예전보다 힘겨워보였다.

(이날 유달리 컨디션이 안 좋았던걸까?)

제일 자연스러웠던 연기는 기침 연기더라.

대사가 워낙에 많은 작품이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채워야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고 배역인데

이렇게 순수하고 풋풋한 초기 상태의 모습을 보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이제 당신은 더이상 풋풋하고 신선한 데뷔 배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ㅅ" 발음이 어색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넘어간다치고,

모든 대사를 어쩜 그렇게 감정 없이 같은 톤과 뉘앙스로 일관되게 또박또박 읽어 주던지...

(개인적으로 연주가 임태경도, 뮤지컬 배우 임태경도 너무나 좋아 한다.

 그런데 이날 공연을 보고 솔직히 현재 맨붕 상태에 빠져있다.)

무도회 장면에서 그가 "마리 배째라"라고 발음할 때 실수겠거니 했는데

신문사 장면에서도 똑같이 "마리 배째라"라고 해서 좀 놀랐다.

혹 "마리 배째라"라 옳은 발음이라고 해도

"마리 베체라"라고 해줬어야 했다.

(어감이 웃기잖아~~)  

아버지와의 대립 장면에서는 격하고 간절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애매한 소리 지름....)

특히 "내일로 가는 계단(The steps of tomorrow)"에서는 솔직히 조금 심했다.

자신의 모든 게 달라지는 아주 중요한 순간의 대사고 노래인데 정적이고 단호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라리쉬부인이 노래를 부를 때

회전무대가 돌아가면서 다른 배우들은 스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데

루돌프 임태경은 혼자 일관성있게 평상시 속도로 움직여 디테일까지 무너졌다.

(이 부분과 아버지와의 대립 장면은 박은태의 해석과 표현이 정말 멋지다!)

마리와의 듀엣곡 "something more"와 "I was born to love you"는 무난하긴 했지만

그의 강점인 섬세한 발란스를 느끼기는 조금 부족했다.

기대했던 솔로곡 "How will I know"와 "An ordinary man", "The measure of a man"도 나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럽진 않았다.

내가 유독 임태경이라는 배우에게 너무 엄격한건가!

혼자 자문도 해봤지만,

어쨌든 이 날 컨디션 최악이라도하더라도

(컨대션의 조절과 극의 몰입도, 이 둘은 철저히 배우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김보경 마리는 옥주현 마리와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옥주현이 모성애가 느껴지는 마리였다면

김보경 마리는 귀엽고 순수하고 그리고 고집쟁이 외골수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나쁘지 않은 표현이었다.

솔로곡 "Only love"는 참 좋았다.

그런데 이상한건 임태경과의 듀엣은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좀 놀랐다.

음색의 차이도 그렇게 고음처리도 그렇고 뭔가 살짝 발란스가 안 맞는 느낌이다.

공교롭게도 루돌프와의 듀엣보다는

타페 수상과의 듀엣 "Only heroes dare"와

프란시스 공주와의 듀엣 "Can I say goodbye?"가 훨씬 좋다.

민영기 타페 수상과 신영숙 라리쉬의 "Fear and desire"는

정말 너무 박빙이라 관객 입장에서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무림의 고수 두 명이 자신의 최고 기량을 가지고 최후의 싸움을 하는 느낌이랄까?

"나 정말 노래 잘하지!~~"

"내 노래 정말 죽이지~~"

덕분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보는 사람이 만신창이가 되는 느낌이다.

류창우는 프란츠 황제를 너무 유약하게 표현한 것 같다.

타페 수상에 의해 완전히 장약된, 무기력한 황제같다.

민영기가 너무 쎈건지, 아니면 류창우가 너무 약한건지 참 애매하다.

조연과 앙상블들은 여러모로 참 안정적이고 인상적이다.

맨 앞에서 관람해서인지 "The tra-la-la ice skating song"은 좀 위태위태해보였다.

(무도회 장면도 그렇고, 스케이팅 장면도 그렇고 치맛바람 장난 아니다 ^^)

 

누군가 그러더라.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를 섞은 루돌프가 있으면 좋겠다고.

공감이 된다.

안재욱의 연기력, 임태경의 섬세함, 박은테의 격정을 섞는다면 정말 최고의 루돌프이지 않을까!

살짝 고민중이다.

임태경 루돌프와 옥주현 마리 캐스팅을 볼지 말지가.

음색상으로는 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자꾸 발목을 잡는 게 있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8. 31. 07:50

<The Tale of Two Cities>

일시 : 2012.08.24. ~ 2012.10.0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한진섭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출연 : 류정한, 윤형렬(시드니 칼튼)

        전동석, 카이 (찰스 다네이)

        임혜영, 최현주 (루시 마네트)

        이정화, 신영숙 (마담 드파르지)

        김도형 (마네트 박사), 이종문 (어니스트 드파르지)

        정상훈 (존 바사드), 박성환(제리 크런처)

        배준성, 임재청, 김용수, 전국향 외

 

그래, 내가 바랐던 게 이런 거였다.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전개되는 극적인 스토리.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 앙상블에게까지 골고루 시선을 주면서 집중과 이완, 완급의 호흡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

게다가 음악은 장엄하면서 기품있어 마치 한 편의 웅장한 교향곡을 듣는 듯한 충만감이 느껴지는 그런 작품.

<A Tale of Two Cities>는

조금씩 무뎌지는 내 오감을 깨우는 일종의 반란같은 작품이었다.

황홀하고 그리고 매혹적이다.

보는 내내 옴짝달짝하지 못하게 만들 정도로 끈질기게 매혹적인 작품.

처음엔 분명히 천천히 끌렸을 뿐이었다,

그러다 급격히 쏠리고, 결국에는 어쩔 도리없이 일방적으로 완벽하게 홀리고 만다.

매혹은 위험하다.

매혹당하는 자 뿐만 아니라 매혹하는 자까지도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지독하다.

이런 매혹은.

정말이지 견뎌내기가 참 힘겹다.

슬픔이든, 절망이든, 사랑이든, 아픔이든 그것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다면 견뎌질 수 있다.

그래서 말하련다. 

견딤을 위해...

 

유혹 중 가장 강한 유혹은 닿을 수 없는, 결코 닿아서는 안 될 것에 사로잡혀버리는 경우다.

그리고 인간은 결국 파멸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유혹과 싸운다.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도 이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결국은 그 유혹과 싸우기를 스스로 포기한다.

아주 당당하고 고결하게...
눈으로 봐야만, 손으로만 만져야만 믿을 수 있는 사랑은 단수가 낮은 사랑이다.

그리워하는 마음이 보고 만지는 마음보다 훨씨 깊고 곡진하다.

오직 그 순간, 단 한 번만 들을 수 있는 생의 연주를 남기고 시드니 칼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게 정말 가능한 사랑인가?

결국 사랑은 어찌됐든 환영(illusionism)이다.

환영은 모든 디테일이 완벽할 때에 생겨날 수 있다.

환영을 보는 사람은 그런 이유로 아주 작고 보잘 것 없는 것까지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세세하고 완벽하게 그려낸다.

그래서 환영을 보는 사람은 환영만이 유일한 현실이고 삶이다.

나는 결코 환영을 보는 사람이 아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보면서 늘 저건 단지 극일 뿐이라고.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르다.

이런 현실이 제발 어딘가에 있어주기를 꿈꾼다.

제기랄!

다시 사랑을 꿈꾸기 시작했다.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광활하고 처연한 비가(悲歌)였다.

놀랐다.

이 사람이 이렇게 섬세하게, 이렇게 세밀하게 표현하는 배우였던가!

그에게 일종의 변화가 왔음을 나는 눈으로, 귀로 확인했다.

(나, 류정한이란 배우를 안지 그래도 나름 꽤 오래됐다)

그렇다면 그에게 무대 배우로서 이런 변화가 온 계기가 도대체 뭐였을까?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었던 그 선택이 이유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표정이 훨씬 풍부해졌고 그리고 자유로워졌다.

지금껏 나는 배우 류정한을

섬세함조차도 크게 표현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큰 표현 속에 섬세함을 담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두 도시 이야기>에서 배우 류정한의 표현은

너무나 섬세했고 또 섬세했다.

무대 위 그가 보여준 시드니 칼튼의 감정은 비현실적인 인물을 성큼성큼 내 눈 앞으로 현실로 느끼게 했다.

얼마나 놀랍던지...

1막이 런닝타임이 너무 길어서 지루하다는 평이 많은데

개인적으론 시간의 흐름 따윈 의식되지도 않을만큼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

reflection, I can't recall, If dreams came true

시드니 칼튼의 부르는 1막 넘버들은 한결같이 오래 그리고 깊게 기억에 담긴다.

특히 If dreams came true는 눈물이 저절로 흐를만큼 처연하고 슬펐다.

자신에게 온 가장 큰 행운이었던 한 여자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한 남자의 처연함이라니...

찰스 다네이의 행복에 겨운 목소리와 대비되는 칼튼의 목소리는

단 한 곡의 노래로 한 남자의 일생 전부를 다 토해내는 것 같았다.

아, 참...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아파온다.

결코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사람의 감정을 쥐고 흔드는 류정한의 시드니 칼튼은 참 힘겹고 힘겹다.

이런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류정한은 이 작품으로 자신이 힐링(heeling) 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떤 느낌인지 알겠다.

나도 그랬으니까....

 

음악감독 김문정이 이끄는 22인조 오케트라라는 웅장했고

뮤지컬 넘버들은 아름답고 격동적이었다.

특히 남자들의 하모니(김도형-전동석. 류정한-전동석)가 주는 울림이 크다.

배우들은 앙상블까지도 너무나 환상적이고 훌륭했다.

솔직히 이들을 조연이라고, 앙상블이라고 칭하는 건 참 미안한 일이다.

그 순간들 만큼은 누가 뭐래도 완벽한 주연이었고 완벽한 무대 장악이었다.

배우들과 비슷한 옷을 입고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최대한 정확히게 셋트를 이동시키는 무대크루들 모습도 감동적이다.

(뒷모습을 보이며 앉아있는 무대 크루를 보면서 나는 참 따뜻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아! 그리고 푸른색(런던)과 붉은색(파리)의 조명도 압권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이 작품의 첫인상에서 한 발도 빠져나오 못한 상태다.

다시 보게 되면 객관적인 시각을 조금은 갖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웅장하고 거대한 작품을 만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좀 걱정스럽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한 달에 한 번만 보자는 원칙을 정했는데...

아무래도 이번에는 그 원칙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 

 

* 공연장을 나오는데 소설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한 귀절이 계속 떠올랐다.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번만 오는 거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9. 2. 05:36


<Rent>
일시 : 2011.08.28 ~ 2011.10.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출연 : 강태을(로저)/브라이언(마크)/김지우(미미)/ 김경선(조앤)/
        조진아(모린)/박주형(엔젤)/이든(콜린)/서승원(베니)
연출 : 박칼린
대본, 작곡 : 조너선 라슨

참 대단한 뮤지컬을 보고 왔다.
내 기억 속의 <Rent>를 속속들이, 무참하게, 구석구석, 샅샅히, 아낌없이 완벽하게, 예의도 없이 망쳐버린 2011년 <Rent>.
이건 어느 것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Rent>가 공연된다고 했을때 걱정스럽긴 했는데 그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거대하게 현실화되니 참 암담하다.
작곡가 조너선 라슨이 지금 공연되는 <Rent>를 봤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다.
(다시 대동맥이 파열될지도...)
이게 정말 내가 젊은 시절을 다 바쳐 만든 그 작품이 맞냐고...

2002년부터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던 박칼린이 연출로 나서면서 말했다.
“전에 표현하지 못했던 스토리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의 배경과 그 친구들이 어디를 향하는지, 깊은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연출과 배우가 완벽하게 따로 노는 뮤지컬을 만들어놓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욕심이 과했거나,
<Rent>를 너무 잘 안다고 과신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Next to normal> 연습에 너무 치중했거나다.
아! 무지 화난다.
<Rent>의 그 주옥같은 넘버들을 단 한 곡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자니
어이 상실을 넘어 분노 게이지 상승이다.
어쩌다 <Rent>가 코믹버전의 막장으로 재해석(?)되는 비운을 겪게 됐을까 싶어 애도의 심정마저 생긴다.





박칼린 연출은 캐스팅 당시 역대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자신했지만
미안하게도 보고 난 느낌은 역대 최악의 미스 캐스팅이다.
그나마 봐줄 수 있는 인물은(정말 "그나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더 김지우(미미)와 조진아(모린) 정도.
역대 <렌트>와 따져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데
지금껏 공연된 <렌트> 중에서 최고의 고령화 <렌트>가 탄생됐다.
가난에 찌른 젊은 예술가들이 아니라
젊지도 않고 예술가도 아닌 그냥 찌든 사람들, 그 자체다.
(<렌트>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게 가능해?)
 
브라이언(마크)의 발음은 김조한이나 박정현을 떠올리며 억지로 참아준다고 해도
(그런데 자막 넣어줬으면 정말이지 골백번 감사하겠다)
강태을(로저)의 안스럽던 노래와
본인은 시크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시종일관 변함없이 한 우물을 파던 일관된 표정은
저 사람이 과연 배우가 맞나 의심스럽게 한다.
경력이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쩜 볼 때마다 한결같이 나를 어이없게 만드는지...
(그래서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나보다. 기본기부터 어떻게 다시 안 되겠니???)
김호영 엔젤과 성기윤 콜린이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커플이었는지
박주형과 이든을 보면서 골백번 느꼈다.
엔절이 죽는 장면은 또 어찌나 사이버틱하던지...
어제 공연이라면 앤절은 요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죽은거다.
(몰라! 알 수가 없어!)
김경선 조앤도 대략 난감이다.
역할 자체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수시로 당황스러웠다.
김경선과 조진아가 김선영 모린과 김영주 조앤의 1/10 만큼만 해줬어도 이렇게 암담하고 당황스럽진 않았겠다.
미미의 시원하다못해 천박한 옷은 또 어떻고...
정말이지 쓰고 있는 나도 미치겠다!
어떻게 눈에 보이는 게 다 "아! 옛날이여~~"를 읊게 하는가 말이다.
(정말 이러기도 힘들다)

 

내가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의 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무대에 올렸는데 기본은 해줘야하지 않나?
그것도 <렌트>인데....
2007년 조승우 로저 <렌트>를 보면서도 2% 부족하다고 느꼈었는데
2011년 <렌트>에 비교하면 2007년 아주 훌륭하고 완벽하다고 칭찬할만 하다.
앉아서 보고 있는데 도저히 박수를 칠 수가 없더라.
(심지어 <랜트>를 보면서 졸기까지 했다)
어쩌면 주연 배우들 사이에 발란스가 그렇게 안 맞던지...
오히려 앙상블이 백배는 더 잘하더라.
그리고 앙상블을 돋보이도록 연출한 박칼린의 연출력은 인정!
(이것 하나만!)
런 로저에 조형군 마크, 윤공주 미미가 이날 공연자들과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투껑보고 놀랄까봐
도저히 두 번은 못 보겠다.
도대체 이들은 <렌트>를 어쩌자고 이 모양으로 만들어버렸을까!
아이고~~~
정말 막막하다!
"탄탄해진 스토리와 강력해진 음악으로 돌아왔다"는데
돌아온 애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혹시 렌트해줬나???



- OST

1. Seasons Of Love 
2. Rent
3. One Song Glory
4. Light My Candle
5. Today 4 U
6. Tango: Maureen
7. Out Tonight
8. Santa Fe
9. I'Ll Cover You
10. La Vie Boheme A & B
11. I Should Tell You
12. Take Me Or Leave Me
13. Without You
15. What You Own
16. Finale B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0. 06:20
우려했었다.
그래서 볼까 말까를 두고 고민하다가 50% 할인 티켓이 있어서 티켓팅을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고민했다.
연극까지야 이해를 하겠는데 뮤지컬로 바뀐 <엄마를 부탁해>는 왠지 조심스럽고 위험해보였다.
그리고...
연극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뮤지컬을 확실히 그랬다.
미국과 영국에서 경이로운 판매부수를 올리고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기사와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부른 "빈잔"의 피쳐링으로 일약 신데렐라가 된 차지연.
이 두 가지만으로도 광고효과는 엄청났다.
이도 저도 모르겠다면 마당놀이로 유명한 "김성녀" 의 장년층 관객 확보까지...
게다가 가요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유명한 김형석이 음악을 담당했다지 않는가!
탄탄한 원작에, 연기력 검증된 배우들에, 음악까지...
일단 태생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격이다.



 

이 작품을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래가 이만큼은 나와야 뮤지컬이다 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은 뮤지컬보다는 연극이라고 분류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미안하다"는 메인테마가 있긴 하지만 작품을 보고 난 후에 귀에 남는 OST가 전혀 없다.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집요한 최면성 후크송이라도 한 곡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바람마저 생긴다.
(개인적으로 후크송을 정말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주는 임팩트가 전혀 없고
대사는 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난장판 싸움질이다.
나는 그래도 좀 더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이길 바랬는데...
배우들이 질러대는 고함은 보는 내내 괴로웠고(엄마를 잃어버린 게 괴로운게 아니라)
맨 앞자리에서 자꾸 고개를 외면하게 만든다.
마치 누가 더 목소리를 크고 짜증스럽게 내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머니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원작자 신경숙이 이 작품을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남편 남진우 교수가 안식년이라 외국에 체류중인게 다행이다 싶다)
신경숙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엄마를 부탁해>는 첫문장부터 나를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렸었는데
이 뮤지컬을 보면서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이상하다... 나는 공연을 보면서 뚝하면 울어서 옆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편인데...)



 

오랫만에 이계창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이계창, 차지연, 김경선 세 명 모두 배역에 어울리지 않았다.
한 태(胎)에서 나온 자식들이 아니라 한 명씩 입양해서 모인 가족들 같다고나 할까?
김경선이 차지연의 동생으로 나온 건...
아무리 무대 위에서라지만 아닌 것 같다.
후반부에선 정말 김경선이 장녀같더라.
약국, 공사장  장면도 어색하고 난감했고
(오지랍 넓은 약사 아저씨는 또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던지...)
난데없이 등장하는 "ㄱㄴㄷ" 노래는 급기야 작품을 상당히 뽀뽀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요즘 어린이프로도 이렇게까지 유치찬란 조잡하진 않다.
에피소드 연결하는 방식도 산만하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소리지르던 배우들이 마지막에 뚝뚝 눈물 흘리는 모습을 마주하는 건 난감한 그 이상이었다.
(내가 너무 독한년이라서 그런가???)
맨 앞에서 하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앉아있어서 내내 미안하더라.
엄마 김성녀를 빼고 모든 배우들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러다 단체로 득음하는 건 아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이라는 명함이 무색할 정도로 휑한 무대는 또 어쩌란 말인가?
무대 사용 평수로 대관료를 받는 것도 아닐텐데
그 넓은 공연장을 왜 그렇게 과하게 아껴가며 사용했는지...


내가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부재 또는 실종을 결코 죽음으로 곧장 연결시키는 게 아니었다.
죽음보다 더 근원적인 어떤 것이어야 했는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내내 엄마의 죽음을 죽어라 암기하고 복기하게 한다.
작가 신경숙도 말했었다.
작품 속에서 엄마가 죽었다고 단정짓지는 말아달라고...
자신은 엄마의 죽음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고...
내가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 역시도 진혼곡이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들 엄마가 너무 안스럽지 않은가!
마지막 장면에서 공중부양 중이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앞에서 장녀(차지연)가 말한다.
"우리 엄마를 가여워해주세요.
 우리 엄마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우리 엄마를 부탁해요!"

미안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엄마를 가여워해서는 안 된다.
그럴 자격이 우리에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다 못해 노골적인 결말에 나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원작의 그 절절함과 간절함은 도대체 어디로 실종되버렸는가!
무대위 피에타상보다 더 공중부양된
엄마를 부탁해...를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8. 08:36
솔직히 내가 이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잭 더 리퍼>와 함께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던 공연 <삼총사>
그런데 이걸 내가 봤다.
그것도 2010년 마지막 공연으로...
그리고 그 이유는 순전히 캐스팅 때문이었다.
달타냥 김무열, 아토스 서범석, 아라미스 민영기, 황제와 추기경 이정렬에 밀라디 서지영까지...
그러고보니 김법래씨에게 또 미안해진다.
한동안 이 양반 작품을 하도 안 봐서...
포르토스가 김법래였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뭐 김진수도 나쁘진 않았다.
(개그맨보다는 공연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 김진수는 아무래도 방향전환을 잘 한 것 같다)



공연을 보다 보면
관객이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고
배우가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확실히 출연하는 배우들이 즐기면서 하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 즐김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한 번 관람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중간중간에 그날의 상황이나 출연 배우에 따라 애트립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게 자주 여기 저기에서 빵빵 터진다.
거기에 소위 아이돌 스타가 공연하는 날이면
관객의 호응도는 아마도 콘서트장을 방불하지 않을까?
(아이돌 스타와 엄기준까지 제거하니 다행스럽게도 개인적으로는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줄거리와 내용은?
뭐 그게 중요한가?
달타냥의 대사가 <삼총사> 내용을 통째로 담고 있다.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



정말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민영기.
이 사람 언제쯤 내 타는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까?
극중 극인 오페라 장면의 짧은 부분만으로는 내 오랜 갈증이 도저히 해소될 수 없다.
이러다 조만간 민영기 금단현상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제발 민영기스러운 작품으로 한번쯤 컴백해주길...
기복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서범석의 아토스는 탁월했다.
유준상과 아토스와 싱크로율이 서범석 아토스 때문에 상당히 모호해졌다.
뭐 그렇다고 그걸 굳이 확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역시나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서지영은 노래와 대사 전달력 모두 뛰어났다.
확실히 연륜과 무대 경험은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서지영은 실력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더 자주 무대에서 본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길 기원한다.
김아선의 무대도 오랫만이라 반가웠고...
김아선, 김우형 두 오누이 요즘 참 분발하신다.
김아선이 <지킬 앤 하이드> 초연때 김소현과 엠마 역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재미있다.
두 오누이가 <지킬 앤 하이드>로 바통 터치하더니 이젠 완전 결별이다.(ㅋㅋ)
공연 속에 여러 차례 나오는 검투장면은 솔직히 좀 멋있더라.
합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부상도 만만찮을 같은데 연습을 얼마나 한 건지 대단들하다.
맨 앞 줄에서 보면서 많이 움찔움찔했다.
(참 실감나데~~~ 실수도...ㅋㅋ) 
어쨌든 2010년 마지막 날을 <삼총사>가 재미있고 유쾌하게 마무리해줬다.
그래도 두 번 보게 될 작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앰뮤지컬컴퍼니 작품은 이상하게 잘 안 보게 된다.
기관총으로 난사하듯 하나의 캐릭터에 무수한 배우를 캐스팅하고
거기다 꼭 아이돌 스타 한둘씩 넣는 스타 마케팅으로 공연장을 콘서트장으로 환골탈태시킨다.
덕분에 작품의 집중력과 완성도가 떨어지고
앙상블은 그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적쟎이 고생중일테다.
더군다나 달타냥은 아예 4명이나 되고 아이돌스타 규현과 제이까지 있다.
(그런데 솔직히 난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 격세지감이랄까???)
그것도 6개월을 넘기는 장기공연도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아이다>의 원캐스팅은 이변이랄 수도 있겠다.
마무리가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조만간에 <아이다>도 꼭 챙겨봐야겠다.
그러나... 성남은... 정말이지 참 멀다... 쩝!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