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9. 13. 09:44

 

<틱틱붐>

 

일시 : 2017.08.29. ~ 2017.10.15.

장소 : TOM 1관

원작, 작사, 작곡 : 조나단 라슨(Jonathan Larson)

음악감독 : 구소영

연출 : 박지혜 

출연 : 이석준, 이건명 (존) / 배해선, 정연 (수잔) / 성기윤, 조순창, 오종혁, 문성일 (마이클)

제작 : (주)아이엠컬처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이 뮤지컬에 데뷔한지 벌써 20년이 됐단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동년배로서 나역시도 이 배우들을 보는 감회가 참 새롭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주 성실하고 책임감있는 사람들이라는거다. 

배우로서도, 인간적으로도.

그래선지 초연캐스팅 그대로 돌아와 준 게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비록 겉모습은 서른이 바라보는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그럼 또 어떤가!

난 그 모습이 오히려 너무 좋더라.

작품과 배우의 역사를 보는 것 같아서 어딘지 뭉클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세 배우의 202ㅜ년을 축하해주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 첫공을 봤다.

<렌트>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20년이 시간이 지났는데도 전혀 촌스럽거나 구태의연하지 않는다.

스토리도, 음악도 모든게 다.

조나단 라슨은 이 두 작품만으로도 천재라는 말을 듣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작품은 조나단 라슨의 실제로 겪은 일화를 그대로 뮤지컬로 만들었다.

이야기 속에 나오는 존의 워크샵 공연 <superbia>도 실체가 있는 작품으로

<Superbia>과 <Tic Tic Boom>으로 재탄생됐다고 하겠다.

1989년 완성한 <렌트>도 빛을 보지 못하다가 7년 후에 겨우 무대위에 올려졌다.

(에이즈환자가 주인공이었으니 그 당시엔 엄청난 파격과 이슈였겠다.)

우려와는 다르게 <렌트>는 그해 플리처상과 토니상 등 뮤지컬로 받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라슨은 이 모든 성공을 단 하나도 보지 못했다.

<렌트>가 브로드웨이 공연되기 2 주 전 집에서 차를 마시다 대동맥혈전으로 35살에 사망해버린다.

만약 조나단 라슨이 그렇게 사망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렌트>와 <틱틱붐>을 넘어서는 작품을 보게 됐을수도 있었을거다.

이 두 작품을 볼 때면 그래서 비운의 천재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조나단 라슨의 음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더 안타깝고...

이 작품도 모든 넘버가 다 끝장이다.

한국어 번역도 너무 잘됐지만

멜로디 자체가 귀에 속속 들어온다.

놀라울 정도로 신선하면서 한편으론 아주 친숙한 느낌.

그러고보니 딱 이건명과 이석준 같다.

 

멋짐이란게 특별한게 없는것 같다.

이 날만큼은 20대를 연기하는 이건명, 배해선, 성기윤,

이 세 명의 40대 배우들이 진심으로 멋짐 폭발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에 대한 열정과 인물에 대한 사랑은

20대의 파이팅 그 이상이었다.

멋져! 멋져!

 

 

01. 30/90 - Company
02. Green Green Dress - Jonathan, Susan
03. Johnny Can't Decide - Company
04. Sunday - Company
05. No More - Michael, Jonathan
06. Therapy -Jonathan, Susan
07. Times Square -
08. Real Life - Company
09. Sugar - Company
10. See Her Smile - Company
11. Superbia Intro -
12. Come to Your Senses - Karessa
13. Why - Jonathan
14. 30/90 Reprise
15. Louder Than Words - Compan

Posted by Book끄-Book끄
soso해도 괜찮아2017. 9. 11. 14:59

어제는 자전거를 타고 잠실대교를 다녀왔다.

날이 흐려서 시야가 좋지 않았지만 롯데타워도 잠실주경기장도 선명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는 달리는 기분은 여전히 맑고 쾌청했다.

요즘 자전거도로는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한산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앞 뒤로 쌩쌩 달리는 사람들때문에 깜짝깜짝 놀랐는데

요즘은 꽤 오랜 시간을 나 혼자 달릴 때가 많다.

한가한 도로를 만날 때마다 주책없이 생기는 주인의식아러나,

좋구나.

이 풍요로움이...

 

 

3시간 반의 행복.

이 짧은 시간이 일주일을 버텨낼 힘이 되준다.

다행이다.

의지할 뭔가가 있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7. 9. 8. 11:57

 

난 김영하의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나온 소설들은 장편, 단편을 불구하고 다 읽었다.

심지어 산문집, 여행에세이까지도 다 읽었다.

요즘은 "알쓸신잡"때문에 유명인이 되버린것 같아 개인적으론 속상하지만

보여지는 김영하보다 소설가로서의 김영하의 가치를 더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몇 년 전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으면서 받았던 충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빛의 제국>의 충격과는 완전히 다른 충격.

김영하는 천재구나...를 다시 절감케 했던 작품이다.

 

오직 두 사람
아이를 찾습니다
인생의 원점
옥수수와 나
슈트
최은지와 박인수
신의 장난

 

일곱 편의 단편들이 다 아팠다.

특히 <오직 두 사람>은 제목을 배반(?)하는 내용이라 읽으면서 힘들었다.

가족이라는게...

참 힘들다.

힘들지 않아야 하는데 힘들다.

그리고 그 힘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잃어버린 아이만 찾으면 모든 불행이 사라지고 "행복"이 펼쳐질거라 믿었는데

십 여 년이 지나 찾은 아이는 가족의 모든 목적과 이유를 말살한다.

화려하게 펼쳐지는 지옥의 향연.

아...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구나...

답답함과 씁쓸함과 막막함.

이 모든 이야기는 전부 다 내 이야기다.

아무래도 김영하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나를 꾸준히 그리고 면밀히 지켜보고 있는 모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7. 9. 7. 15:17

 

내가 이런 말을 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동물탈을 쓰고 우물 속에 웅크리고 앉아 재즈를 들으면서 맥주를 마셔야 할 것만 같다고.

그리고 읽고 난 뒤에는 뭔가 완결되지 못한 찜찜함까지...

 

그런데 이 소설은 어딘지 좀 달랐다.

뭐랄까, 예술의 완벽한 조합이라고 할까!'

회화과 음악 그리고 문학의 완벽한 삼위일체를 보는 느낌이랄까?

게다가 비엔나 여행을 앞둔 내게는 이 책의 내용 일부에 눈이 번쩍 뜨이기도 했다. 

이데와(Ieda)와 메타포(metaphor)의 현현(顯現)이라니...

그것도 그림을 빌려서...

역시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다

권 당 6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전부가 아닐거란 생각.

시간도 공간도 다르지만 "나"를 공유하는 또 다른 세상.

내가 인식하든, 인식하지 못하든 그런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지 않다면 내 삶도 순순히 설명될 수 없으니까...

그러고보니 꼭 IQ84 같네 ^^

 

The other side of the moon

혹은

Two moon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9. 6. 14:47

 

<벤허>

 

일시 : 2017.08.24. ~ 2017.10.29.

장소 :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원작 : 루 윌리스 (LEW WALLACE)

극작, 작사, 연출 : 왕용범

작곡, 음악감독 : 이성준

안무 : 문성우, 홍유선

출연 : 유준상, 박은태, 카이 (유다 벤허) / 박민성, 민우혁, 최우혁 (메셀라) / 아이비, 안시하 (에스더)

        남경읍, 이희정 (퀸터스), 서지영(마리암), 김성기(시모니테스), 이정수(빌라도) 외

제작 : 네오프로덕션

 

왕용범, 이성준이 <프랑켄슈타인>에 이어 야심차게 준비한 창작 뮤지컬 <벤허>

요즘 이 두 사람을 콤비라 지칭해도 무방할 것 같다.

사실 난 왕용범의 연출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지나 못지 않은 배우 돌려막기도 싫고,

아이돌을 대거 출연시키는 것도 싫고,

배역 하나에 다섯, 여섯 명의 배우들이 출연시키는 것도 싫고,

뜬금없이 등장하는 개그코드도 다 싫다.

내가 생각하는 왕용범 최고의 작품은 역시나 <프랑켄슈타인>

그런데 이 작품은 <프랑켄슈타인>보다 준비기간이 훨씬 더 걸렸던다.

출연 배우들도 소위 말하는 맏고 보는 배우들이고

그 배우들이 이제까지 대한민국에서 보지 못한 작품이 탄생했다면 호언장담도 했다.

(절대 지치지 않는 유준상의 눈부신 솔선수범 홍보력 ^^)

 

프리뷰를 본 느낌.

일단 1막은 너무 연극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좋아 지루하진 않았지만 넘버가 너무 적다.

1막에서 기억나는 곡은

에스터 아이비가 부른 솔로곡 "그리운 땅"과

박은태 벤허와 에스터 아이비가 부른 "카타콤의 빛" 두 곡.

1막 엔딩곡 "운명"은 JCS의 "게세마네" 못지않은 드라마틱한 넘버일거라 예상했는데 살짝 의외였다.

너무 정적이라고 할까?

유다 벤허가 분노와 고통을 삭여도 너무 속으로 삭이는 느낌.

<프랑켙슈타인>의 괴물처럼 외적으로 더 폭발해줬으면 싶었다.

1막에서 가장 인상깊었던건 에스더역의 아이비.

"그리운 땅"은 성량도, 목소리톤도, 감정도 정말 다 좋았다. 

 

2막은 1막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긴한데

어딘지 JCS와 <프랑켄슈타인>과 자꾸 겹쳐진다.

누군가는 유다 벤허가 예수와 마주하는 장면이 예수와 예수와 만나는 것 같았다고 하던데

내가 딱 그 느낌이었다.

벤허가 울부짖는 장면에서는 저절로 괴물이 소환되고...

사실 이건 작품의 문제는 아니다.

벤허역의 박은태가 JCS에서는 "예수"를, 프랑켄슈타인에서는 "괴물"을 했기에 체감되는 기시감이다.

두 작품 다 워낙 임펙트가 강해서 무시할수가 없다.

그걸 극복하는게 이번 작품에서 박은태가 넘어야 할 난관이지 싶다.

무대는 프랑켄슈타인 만큼은 아니지만 나쁘지 않았고,

안무는 좀 허접했다.

특히 2막 시작의 밸리댄스는 좀... 심각...

개인적으로 전차경주가 어떻게 연출될까 정말 궁금했는데

이게 최선이었을까 싶다가도 이게 최선이겠구나 싶었다.

단지 메셀라가 벤허의 전차에 손을 써둔게 표면화되지 않은건 좀 아쉽더라.

메셀라가 전차에서 떨어지는 장면도 좀 그랬고...

(그렇다고  이 장면을 실감있게 하라는 것도 좀 그렇긴 하다)

 

JCS와 프랑켄슈타인의 기시감을 떨쳐버리려면

아무래도 카이나 유준상 캐스팅으로 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현재까지는 난 좀 애매한 쪽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soso해도 괜찮아2017. 9. 4. 16:35

뭐가 이렇게 달라진게 많은지.

하다못해 며칠 만에 들어온 내 블로그도 내 블로그가 아닌것 같다.

일터도 사람들이 들고 나는 문제로 복잡하고

개인적으로 신경써야 할 것들도 지척이다.

게다가 자잘한 일들이 쉬지도 않고 여기 저기서 게릴라처럼 터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변하라는 무언의 암시일텐데 문제는,

이 나이쯤 되니 변화가 무섭다. 

"최선을 희망하고, 최악을 각오한다"

얼마 전 책에서 읽은 문구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거리감이 필요한 때인자.

아니면 최대한 가까이 붙어야 하는 때인지 모르겠다.

잃어버린 것, 지금은 손에 없는 것을 동력 삼아 근근히 나아가고 있다.

그러니까 이 말은...

이제 금방 바닥이 보일거라는 의미.

바닥이라니...

막다른 골목만큼이나 난감하다.

그리고 그 난감함은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면목 없음이다.

 

헛살았구나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