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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09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 할슈타트 교구성당(Pfarre Hallstatt)
여행후 끄적끄적2018. 2. 9. 08:24

조카녀석이 묻는다.

"이모! 또 묘지갈거지? 이모는 나무하고 묘지 좋아하니까."

조카의 말은 맞기도하고 틀리기도 하다.

나무를 좋아하는건 맞고

묘지는 좋아한다기 보다는 통과의례처럼 혼자 조용히 있다가 오는 곳이다.

"메멘토 모리"라는 거창함은 아니고

그냥 생면부지의 타인의 묘지 앞에서 "나"를 생각하게 된다.

더 정확히 말하면,

나의 종말을...

 

할슈타트 유일의 카톨릭 교구 성당에 있는 묘지는

아름다웠다.

죽은 자들은,

높은 언덕 위에서 산 자들의 삶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심해보였고 그래서 더 절실했다.

묘지 사이로 작게 난 사잇기을 홀로 조곤조곤 걸었다.

가슴 한 켠이 울컥해온다.

소박하지만 단정하게 가꿔진 묘지들은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들에 의해 보살펴지고 있다는게 역력했다.

부러웠을까?

.... 어쩌면....이 아니라 진심 그랬는지도...

기억될 자신도, 돌보아질 자신도 없는 죽음에 대한 회한이라고 해두자.

 

 

 

교구성당에서 천천히 내려와 마르크트 광장으로 향했다.

저 멀리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교회를 향해 걸어오는게 보였다.

퇴역군인인듯 싶은 연주자들이 앞장을 서고 그 뒤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걸어왔다.

행사를 하는구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장례식 행렬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대로 정지가 되더라.

신기해할 수도, 웃을 수도, 슬퍼할 수도, 울 수도 없는 그런 상태. 

 

 

생각지도 못했는데

할슈타트에서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Well dying.

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